신춘문예 단막극제/ 박정기

2013 한국연극연출가협회의 <신춘문예 단막극제>를 보고

 
공연명 신춘문예 단막극제
공연단체 한국연극연출가협회
공연기간 2013년3월21~26일
공연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관람일시 3월21일 오후3~9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한국연극연출가협회의 신춘문예 단만극제를 관람했다.

김성제 작, 박정의 연출의 <동화동경>(한국일보), 민미정 작, 송미숙 연출의 <당신에게서 사라진 것>(한국희곡작가협회), 최준호 작, 장경욱 연출의 <일병 이윤근>(동아일보), 이미경 작, 최재오 연출의 <우울군 슬픈읍 늙으면>(조선일보), 임은정 작, 박원경 연출의 <기막힌 동거>(서울신문), 염지영 작, 박승원 연출의 <나비에 대한 두 가지 욕망>(경상일보), 그리고 현찬양 작 이기도 연출의 <401호 윤정이네>(부산일보) 등 일곱 작품이다.

 

1, 김성제 작, 박정의 연출의 <동화동경>

무대는 정면 벽에 1m폭의 흰 천을 천정에서 바닥까지 늘어뜨려 큰 건물의 굴뚝을 나타내고, 조명으로 타오르는 불길을 묘사하기도 한다. 그 앞에 낡고 오래된 2단 장을 비치하고, 장 옆에 나무의자를 놓아두었다. 무대 오른쪽에는 병풍형태의 조형물을 세워놓았고, 중앙에는 한 말들이 둥근 되 속에 긴 막대가 달린 굴뚝 청소용 솔을 꽂고 거기에 윗도리를 걸쳐놓아 마치 작은 체구의 인물이 걸터앉은 느낌이다.

연극은 도입에 노인이 한말들이 되에 다가가 독백을 한다. 자라지 않고 점점 작아지는 아이 이야기와 그 아이를 안듯 윗도리를 안는다, 그러자 긴 막대 솔과 원통의 한말들이 되가 모습을 드러낸다. 노인의 부인인 듯싶은 노파가 등장한다. 노인을 대하기를 하인이나 노예를 부리듯 한다. 비록 악마처럼 자신을 대해도 노인은 싫은 표정 하나 없이 순종한다. 노인이 소년시절에 이 여인에게 몸을 의탁해 종살이를 하며, 빵집인 이집의 굴뚝을 청소하고 동시에 여인의 구멍청소도 했다며 성적노리개 감이었던 사실을 공개한다. 그러면서 노인은 소년시절로 돌아가 소년 역을 하고, 노파는 누이 역을 해, 마치 동화처럼 어린 시절을 동경하는 장면이 펼쳐지기도 한다. 노인의 삶은 자라지 않는 소년처럼 한 군데도 낳아짐이 없이 비참 일변도인데다가 대단원에서 굴뚝청소를 하다가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떨어져 죽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인간 모두의 <동화동경>으로 그려낸 수작(秀作) 연극이다. 두 출연자 윤광희와 최은경의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은 살만하고, 액팅코치 정의순, 음악감독 조선형, 무대 이성재, 의상·소품 진미선·손소라, 조연출 김종운·이예림, 드라마 투르크 서지영 등의 열정이 돋보이고, 연출가 박정의의 기량이 잘 드러난 공연이다.

 

2, 민미정 작, 송미숙 연출의 <당신에게서 사라진 것>

무대는 드림 컨설턴트(dream consultant)라는 글자가 정면 대형 모니터로 보이고, 그 오른편에 의식개조용 부스, 그 앞쪽에 직사각의 테이블과 컴퓨터 제어장치, 정사각의 의자 등을 배치해 첨단시설물임을 강조하듯 보여준다. 연극은 도입에 부스에 들어선 한 미모의 여인에게 첨단시술로 의식을 개조시키는 작업이 펼쳐진다. 그러다가 여인의 심한 거부반응으로 진행에 난조를 띠우자, 작동이 일시 중단된다. 남성 실장과 여성 오퍼가 부스에서 나온 여인과의 대화에서 영화감독을 하던 여인의 과거사가 소개되고, 행정고시를 보게 해서라도 딸의 인생의 방향을 바꾸려는 그녀 부친의 강압과 열망이 표출된다. 30세가 다 된 여인의 영화를 향한 꿈과 열정이 소녀시절 할아버지의 낡은 영사기와 연관되어 피어나고, 파워맨인 부친의 반대와 강권에 의해 그간 펼쳐온 영화작업과 수상까지 한 기량이 의식개조 첨단수술대 위에서 영영 사라져버리는 기상천외의 내용이 극 속에 펼쳐진다.

하지은, 한상민, 최용현, 김연경, 이채원 등 출연자들의 호연과 박미란의 무대미술이 돋보이고, 영상디자인 이남훈, 조연출 이은주, 무대감독 등 모두의 기량이 잘 드러나 김수진의 드라마트루크, 민미정 작, 송미숙 연출의 <당신에게서 사라진 것>을 성공작으로 만들었다.

 

3, 최준호 작, 장경욱 연출의 <일병 이윤근>

군 생활을 배경으로 폭력과 연관된 사건을 실제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모순점과 허위를 극으로 그려냈다.

정면 벽에 108사단의 기치가 영상으로 투사되고, 바닥에는 일방통행이라고 쓴 굵은 글씨와 통행로, 그리고 그 주위에 네 개의 정사각의 입체조형물이 보인다. 조형물들은 의자로도 상용된다.

연극의 도입에 내무반에서의 서열차대로 선입자가 후기입소자를 닦달하는 모습이 하나하나 노정된다. 그러는 중에도 여성 소대장과 소대원 각자의 성격이 치밀하게 한 명 한 명 제대로 부각되기도 한다. 규율과 규칙, 협동심으로 점철되지만, 왕따와 찜빵은 일반사회와 마찬가지로 군대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 연극에서 일병 이윤근에 대한 소대원들의 집단구타사건은 그 원인이야 어찌되었건 중대장과 행정보급관에 의해 사건 확대나 여론화를 잠재우고, 조직의 일상처럼 흔한 일로 사건을 상부에 축소보고하려는 집단의도가 차례차례 드러난다. 결국 <일병 이윤근> 사건은 유야무야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는 결말이다.

양홍석, 전지석, 박종상, 김희상, 한동희, 이동욱, 김세환, 김서영 등이 출연해 호연을 펼쳐 관객의 흥미를 집중시킨다.

조연출 황의진, 기획 황현지, 무대디자인 이엄지, 음향 한송미, 의상 김송이, 조명 김연수, 무대제작 이주현·조진수, 무대감독 김미연, 소품 정태진, 분장 김도윤, 진행 김예슬·최신희, 제작 박진규 등 스텝 모두의 열정이 하나가 되어, 송현옥의 드라마트루크, 최준호 작, 장경욱 연출의 <일병 이윤근>을 땀내가 물씬 풍기는 체취만점의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4, 이미경 작, 최재오 연출의 <우울군 슬픈읍 늙으면>

무대는 배경 막 가까이에 있는 방에 벽을 세워 객석에서 볼 수 없게 가려놓고, 벽 앞은 경찰서 취조실이다. 무대 중앙에 책상이 있고, 그 위에 컴퓨터가 놓여있다. 책상 양쪽으로 의자가 놓였다.

연극은 도입에 비틀즈가 60년대에 히트시킨 명곡이자 팝송인 예스터데이 (yesterday)가 흘러나오고, 조명이 들어오면, 노인 한 사람이 젊은 형사의 취조에 응하고 있다.

취조의 내용은 노인이 이 마을에 온 여행객 여인을 성폭행했다는 고소고발사건이다. 형사는 정중하게 노인을 심문한다. 노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듯 질문하는 내용도 노인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두둔하듯 질문을 하며, 하나하나 사건의 경위를 따져 뭇는다. 노인은 주저하는 듯싶지만 차츰 형사의 태도에 신뢰감을 보이고, 질문에 답한다. 상처를 하고 십 여 년을 혼자 살게 된 내역을 펼친다. 그렇지만 건강에는 자신이 있다는 말도 한다. 그리고 관광객 남녀가 자신의 집에 머물게 된 동기를 상세히 이야기 한다. 방으로 조명이 들어가면 취조실 벽의 얇은 망사 망으로 방의 정경이 들여다보인다. 노인은 비록 자신이 건강한 몸이라고는 하지만, 남녀가 함께 묵고 있는 방에, 어찌 침입을 할 것이며, 게다가 성폭행까지 할 수 있었겠느냐는 사연이다. 노인은 여인이 자신을 감옥에 보내고, 자신의 집을 남자와 차지하려 꾸민 흉계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남녀가 당시에 촬영한 사진 몇 장도 꺼내 보인다. 형사는 노인의 말에 수긍을 한다. 그래도 미심적어 여인을 호출해 양자 대면을 시킨다. 여인은 등장하자마자 욕설과 함께 노인을 핸드백으로 구타해, 관객에게 칼칼한 성격을 드러낸다. 관객은 여인의 행동에 분노해 노인에게 동정심을 편다. 형사는 여인에게 사건경위를 묻는다. 여인은 홀로 여행을 했고, 남자 없이 홀로 빈방에 묵었으며, 한 밤에 성폭행을 당했다며 주장한다. 사진도 혼자 여행하며 찍은 것이고, 노인과 함께 찍은 사진도 그렇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동행한 남자라고 생각되는 젊은 남자와 찍은 사진에 대해 설명하라는 형사의 요구에, 여인은 사진 한 장을 지적한다. 오! 그 사진은 바로 노인의 청년시절의 사진이 아닌가…..

이현준, 김영택, 강승민, 유경훈 등이 출연해 호연으로 연극을 이끌어 간다. 노인역의 강승민의 호연은 관객의 뇌리에 깊이 남는 명연이다.

예술감독·드라마투르크 이강임, 무대디자인 김정훈, 음향디자인 금재은, 조연출 양정현, 무대감독 김슬기 등 모두의 기량이 잘 드러난, 이미경 작, 최재오 연출의 <우울군 슬픈읍 늙으면>을 기억에 길이 남을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5, 임은정 작, 박원경 연출의 <기막힌 동거>

여러 사람이 시간별로 방을 차지하는 월세 방과 집주인, 그리고 동거인들의 제목 그대로 <기막힌 동거>가 연극의 내용이다.

무대정면에 큰 원형시계를 긴 봉에 연결해 세워놓고, 그 앞에 한 사람이 누울 수 있는 침대와 그 오른쪽에 옷걸이가 있어 옷을 여러 벌 걸어두었다. 왼쪽 장식장에 물병과 잡동사니가 올려져있고 옆에 종이 상자 곽을 쌓아놓았다. 출연자들이 한 명 한 명 등장해 시간별 방에 기거하는 내역이 펼쳐지고, 가까운 사이이면서도, 먼 사이인양, 남이면서도 친척인양, 집주인에게 소개하는 장면이 한 동안 전개되고, 집주인 여인은 식구증가를 이유로 상하수도세, 전기료, 개스 사용료 등을 높이 책정해 세입자들에게 요구한다. 남의 집, 그것도 월세사리를 하는 직장인이나 학생 또는 알바 생들이 겪는 일상사이기는 하지만, 한방에 시간차대로 유숙하게 되는 동거인들의 면모가 하나하나 드러나고, 그들 나름대로의 애환과 고통, 그리고 갈등과 생존이 집주인과의 승강이 속에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각자 독신행세를 하고, 인물과 인물간의 얽히고설킨 오해와 갈등이 고조되면서 객석의 폭소로 극장은 허물어질 지경이 되지만, 대단원에서 남자 동거인의 부인까지 등장해 함께 방을 사용하겠다는 기막힌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박정재, 임은연, 이승기, 홍의준, 김세희, 김예림 등 출연자들의 열연과 독특한 성격창출은 객석의 폭소와 갈채를 이끌었고, 예술감독 박성재, 음악 박준상, 미술 윤동하, 무대감독·조연출 정다영 등 스텝진의 노력이 하나가 되어, 임은정 작, 박원경 연출의 <기막힌 동거>를 우수작으로 창출시켰다.

 

6, 염지영 작, 박승원 연출의 <나비에 대한 두 가지 욕망>

무대는 정면 벽에 낮은 받침대에 오디오기가 올려져있고, 그 옆에 수직의 장식장과 방 네 귀퉁이에 온갖 종류의 나비모형을 마치 꽃꽂이를 하듯 철사 줄 끝마다 나비장식을 달아 받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중앙에는 식탁과 의자를 비치했다. 무대 오른쪽 객석 가까이로 인조 감나무와 나비 꽂이를 가지에 한 것도 보인다.

연극은 도입에 자매가 동거하는 광경이 펼쳐지면서 시작된다. 언니는 밝은 색상의 옷차림이지만 동생은 검은 색 의상에 한쪽 눈 역시 검은 색의 천으로 가린 채 생활하며, 나비에만 몰두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언니는 동생의 의사를 존중하고 동생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인다. 두 여인의 삶이 박제된 나비 같다는 인상을 받게 될 즈음 훤칠하고 야성적인 남성 한 사람이 등장한다. 언니와 남성과의 대화에서 남성은 십 여 년 전에 언니와 혼례를 치르려 했으나, 돌연 언니가 행방을 감춰, 무위로 돌아가고, 그 남성은 여인을 찾아 계속 헤맨 것으로 소개가 된다. 남성은 언니에게 함께 살 것을 요구하며 변치 않는 사랑을 표한다. 그러나 언니는 거부를 하며, 동생을 돌보아야 함을 강조한다. 동생은 이 광경을 몰래 지켜본다. 남성을 돌려보낸 언니는 동생을 평상시처럼 대한다. 그러나 남성의 재차방문이 있고, 남성의 열화 같은 정열과 사랑에 언니가 몸과 마음을 맡기는 듯싶은 기미를 보이자, 동생의 언니에 대한 심정은 싸늘해지기 시작한다. 동생의 두문불출(杜門不出)과 나비박제는 언니의 실수로 인한 방화로 안면화상을 당하게 된 결과임이 밝혀지고, 결혼도 포기하고 자신을 돌볼 줄 알았던 동생의 기대는 언니의 남성의 등장으로 무산될 지경임을 알자, 동생은 외출에서 돌아온 언니에게 박제에 사용하는 포르말린 용액을 탄 물을 먹게 한다. 언니는 결국 절명한다. 동생은 언니를 나비처럼 박제를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박금란, 한 송, 나무송이 출연해 열연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조연출 최지환·김미경, 특수분장 박팔영, 등 스텝의 기량이 돋보인 연극이고, 염지영 작, 드라마투르크 하형주, 박승완 연출의 기량역시 돋보여 <나비에 대한 두 가지 욕망>을 걸작으로 탄생시켰다.

 

7, 현찬양 작, 이기도 연출의 <401호 윤정이네>

<401호 윤정이네>는 빈소(殯所)에서 벌어지는 연극이다. 문상객은 거의 없고, 작고한 윤정의 친지와 동창생 몇 사람이 관객과 함께 빈소를 지킨다.

무대에는 향냄새가 흩날리고, 적막 속에 향냄새만 객석에 감지된다.

정면에 흰 국화로 장식된 상청이 차려져 있고, 그 앞에 낮은 상에 향로가 있다. 손님접대용 상이 무대 좌우에 차려지고, 검은색 의상의 젊은 여성들이 상에 마주앉거나, 주변에 앉아있다. 각자 말이 없다. 오른쪽 상에 고개를 숙인 여인이 수저통을 두드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적막 같은 고요함이 계속되다가 한 여인이 “여기가 401호 윤정이네 맞죠?” 라고 하며 등장하는데서 적막강산은 깨어지고, 드디어 여인들의 입이 열리기 시작한다. 그녀들은 각기 동창생이고, 친지이지만 절친한 사이가 아닌 것도 서로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다. 그들 중에는 레즈비언이 있어 서로 입맞춤을 하는 등의 행동을 스스럼없이 연출해 내기도 한다. 그리고 윤정과 관련된 이야기가 동창생에 의해 소개가 된다. 그러나 정확한 것은 아니고 짐작일 뿐이라는 게 객석에 전해진다. 나중에 들어온 여인도 차츰 그들과 동화되고, 한동안 고인과 관련된 이야기와 낯익은 동창과의 대화가 이어지지만 그다지 의미가 부여된 대화는 아니다. 잡담 같은 대화가 이어지고 마지막에 들어왔던 여인이 문상이 아니라, 집들이를 하다가듯이 퇴장을 하면, 처음장면에서처럼 다시 상 앞에 마주앉은 여인과 수저통을 두드리는 여인의 모습, 그리고 향이 극장전체를 감싸면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우정원, 황순미, 김은지, 박현진이 출연해 펼치는 침묵연기가 인상적이다.

조연출 황순미, 무대감독 우윤구, 드라마투르크 김 향의 노력이 드러나고, 현찬양의 독특한 소재가 기억에 남을 뿐 아니라, 이기도의 느린 템포의 연출까지 공감대가 형성된 <401호 윤정이네>의 특색있는 공연이었다.

 

7개 작품의 작가의 창작열이 이변 공연에서 단연 모습을 드러내고, 이를 형상화시키는 과정에서의 출연자들의 호연과 그리고 스텝 진의 열정적 참여가 확인되고, 그리고 연출의 기량이 잘 나탄 이번 2013 신춘문예 단막극 잔치는 우리 연극의 발전적 장래를 예측할 수 있어 기쁜 마음이 든다.

김성노 한국연출가협회회장과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칭찬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3월21일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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