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웅> 서울연극인대상 평가단 총평

<배웅> 서울연극인대상 평가단 총평

 

공연일시: 2013/06/19 ~ 2013/07/07
공연장소: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극작: 강석호
연출: 민석기
극단: 극단 실험극장

 

 

***전문평가단

 

“무대에 등장하는 인물의 최소화를 통해 오히려 복잡한 구성에서 탈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병실 안을 무대 공간으로 무대 안에는 잔디 위에 두 개의 침대와 나무를 등장시켜서 새로운 공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불어 조명 사용을 통해 공간의 확대를 보여주고 유일한 통로가 되는 문은 뒤쪽 왼쪽에 하나만을 설치하여 오른쪽에 나무를 둔 것과 균형 잡히게 하는 연출의 의도된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전체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는 연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륜이 묻어나오는 두 배우의 연기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연극의 줄거리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연결이 조금 더 매끄럽게 연결되었더라면 더 좋은 연극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중간에 무대가 갑자기 해안가피서지에서 한 판 신명나게 즐기는 장면은 어딘지 모르게 연결이 잘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섬세하고 세심하게 연출했더라면 더욱 훌륭한 무대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끝으로 이 연극의 내용 측면에서 의미하고 있는 인생의 참의미에 대한 메타포를 두 주인공의 대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좋은 무대를 만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 김기일

 

“웃음으로 시작해서 ‘감동’으로 끝내려고 하는 매우 상투적인 극작 전략에 기반해 있는 연극의 내용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하지는 못했지만, 대중적인 호소력에 있어서는 상당히 성공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위 관객들이 놀라울 정도로 연극에 흡인되어 호응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실내에 있을 법하지 않은 나무 옆 잔디밭 위에 놓여진 두 침대로 표현된 병실 공간 무대는 상상력과 상징성을 풍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연극을 살린 것은 무엇보다도 연륜이 있는 두 주역 배우의 완숙하고 성실한 연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오영수는 위트 있는 대사들을 잘 소화하며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습니다.”

– 선우환

 

“두 명의 70대 남자 노인이 병실을 함께 사용하면서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다가 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남은 사람은 배웅한다. 소명의식과 자신감에 넘쳤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두 인물은 가족이란 틀 안에서 바라보면 감동적이다. 그러나 가족이 아닌 다른 관점이나 처지에서 보면 우리 시대 노인의 삶이나 노인 문제를 치열하게 고찰했다고 하기 어렵다. 한국 사회에서 노인들은 정치적으로도 그렇고, 다른 부분에서도 절대로 약하지 않다. 다만 한 가지 건강이 다른 계층에 비해 약점인데, 이것을 초점화하여 다분히 감상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시대 노인의 삶에 관해 좀 더 큰 안목, 다시 말해 통시적이고 공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의미 있는 인물이나 사건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공연의 태생적인 한계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인간과 인생에 관해 사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영감을 주는 무대 장치와 소품, 조명 담당자에게는 큰 박수로 칭찬하고 싶다.”

– 오판진

 

“작품전반에 걸친 위트있고 따뜻한 유머가 객석까지 푸근하게 다가왔습니다. 마지막을 순철을 보내주는 봉팔에 모습이 더욱 깊은 인생에 회한과 고독을 잘 보여줬던 것 같습니다.”

– 윤상호

 

“<배웅> (작: 강성호 연출: 민복기 출연: 오영수, 이영석, 강동수, 송유현, 별점:★★★☆☆) 무대는 2개의 침대와 뒤에 나무가 한 그루 있다. 각자의 길을 살아온 두 노인이 병원에서 만나, 서로 다투고 화해하고 이해하면서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 준다는 내용이다. <푸르른날에> 에서 일정 스님역을 했던 이영석의 연기가 좋았다. 단역이지만 <허탕>에서 보았던 송유현에게도 눈길이 간다.”

– 이동길

 

“실험극장 173회 정기공연이다. 그동안 참 많은 작품들을 무대에 올렸고 대한민국 연극사에 큰 족적을 남긴 실험극장. 그러나 이 공연을 보는 동안 개인적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2013년. 현재 대한민국 연극은 엄청난 위기상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연극이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지만 실험극장의 이름으로 올라온 이 공연을 보고 그 위기감이 더해졌다고 하면 과언일까.

안타깝게도 난 이 작품을 보는 동안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감흥도, 신선함도, 작품사적 의미도. 그저 무대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노배우의 열정밖에 보이질 않았다. 요양원에서 만난 두 노인. 그들의 지난 삶. 그리고 이별. 너무 빤하지 않은가. 명절날 방영될 법한 빤하디 빤한 TV 단막 드라마 한편을 무대에 옮겨다 놓은 듯한 연극.

이래서 연극이 위기인 것이다. 언제부턴가 무대는 TV 히트 드라마의 리메이크 수단으로 쓰이기 시작했고 관객들 또한 거기에 길들여지고 있다. 배우들은 연극 무대를 방송이나 영화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쯤으로 생각하고 있고 연극을 돈벌이로 생각하는 기획자들은 연극을 상업적 상품으로 만들고 있다. 이런 판에 연극은 연극성을 잃어가고 있다. TV나 영화와는 다른 연극만이 가지는 특징, 특성, 다시 말해 연극성. 이것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연극의 위기는 바로 이 연극성의 상실에 있다.

<배웅>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연극성이라고 배우의 연기밖에 볼 게 없다.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 이 정도 공연은 대학로의 상업기획사에서 감성팔이 기획 공연으로 올리면 딱 좋을 수준의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하면 너무 심한 표현일까. 개인적인 바람일수도 기대치일수도 있지만 실험극장의 명성에 어울리는, 실험극장에서 올릴만한 공연은 아니라는 것이다.

수준은 쉽게 만들어지지도 않지만 지켜지는 것 또한 어렵다. 지켜야 할 곳에서 지키지 못하면 뿌리는 뽑힌다. 연극을 지키기 위해선 실험극장 같은 곳에서 그 명성에 걸 맞는 공연을 올려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배웅>은 많이 아쉽다.”

– 정형석

 

***시민평가단

“흔치 않은 노익장을 보여준 작품. 느릿했지만 그만의 에너지로 흐름을 이끌어 간듯 했다. 또 처음에 할아버지가 옷을 갈아입는 장면에서(속옷은 입었지만) 축 처진 살은 세월이나, 늙음, 연륜? 에 대한 생각을 들게 해주었다. 처음에는 중간 중간 회상, 상상 등이 삽입된 그 구성이 어색했지만, 볼수록 노인들의 느릿함을 더욱 돋보이도록 해주었다.

젊은 남자가 화낼 때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무대장치는 처음엔 이것저것 다양하게 쓰기위한 다용도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볼수록 그 할아버지들의 꿈의 세계를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도화지 같기도 했고.

공연 보면서 이것저것 생각도 많이 하고 공감도 할 수 있었다. 엄마와 보고 싶은 작품..”

– 강보름

 

“오영수님 께서 열연을 해주셔서 참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병원이라는 공간이 꼭 칙칙할

필요만은 없겠지요. 반면 이영석님 연기는 솔직히 특별한 면은 없었습니다. 두분의 연기가 밸런스가 좀 안맞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중간에 꿈꾸는장면(?)은 너무 갑자기 튀어나온듯 연결이 매끄럽지가 못했네요. 요즘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 보기가 쉽지는 않는데

오랜만에 울었습니다 봉팔이 약을 모으고서 못먹었던 이유를 생각하니 울컥 올라왔어요

그게 부모님 마음인가 봅니다.”

– 류주현

 

“인간의 죽음과 탄생이 겹치는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따뜻한 인사 배웅. 연로한 배우들의 연기에는 삶의 연륜이 묻어 나왔고, 죽고 싶지만 죽을 수 없는 우리시대의 아버지를 보는 듯 했다. 극의 내용 또한 개연성이 충분해 관객들이 이해하기 쉬웠고, 조명에서 상징적 의미를 더해 공연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떠한 것들을 관객들에게 느끼게 해준다. 관객들은 하나 같이 공연장에서 무언가를 느끼며, 흐느끼고 생각에 잠긴다. 과연 관객들은 무엇을 가슴 속에 품고 집으로 향했을까…? 추천해주고 싶은 연극이다.”

– 박병교

 

“이 극은 성격이 두 노인이 죽음을 앞두고 병실에서 만나 발생하는 사건들, 죽음을 앞두며 느끼는 후회, 외로움 등을 표현 했다. 전체적으로 다양한 변화 없이 이루어 졌다. 무대 전환도 없었고 새로운 변화도 거의 없이 계속 흘러갔다. 그로인해 극 전체를 봤을 때 중간 중간 지루한 부분이 꽤 있었다. 노인들의 일상의 표현이 계속적으로 반복 되다 보니 조금씩 지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연극은 일상의 모습들을 아주 디테일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함으로서 더욱 공감이 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관객들은 어느 연령층이건 이 연극을 보면서 미래의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게 자식의 모습이든 노인의 모습이든 간에, 우리들의 사회적 문제와 현실적 모습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서 관객들을 공감시켰다. 별다른 무대효과 없이도 관객들을 공감시킨 것은 모두 배우의 연기 때문 일 것이다. 배우들 모두 각 인물에 몰입하였고 서로의 호흡 또한 아주 좋았다. 그로 인해 관객들은 더욱 극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어떤 새로운 시도나 변화가 없는 것은 아쉬웠지만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무대를 꽉 차게 만들어서 좋았던 공연이었다.”

– 이윤지

 

“재미와 감동이 있는 작품이었다. 특히 병원, 병실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진행되는 연극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력과 조명, 음악 등의 섬세한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있었다. 작품의 제목 ‘배웅’이 주는 메시지도 잘 전달되었다. 작품을 채우는 소재들이 하나하나가 극이 끝날 때 까지 의미 있게 극을 이루었고, 관객의 입장에서 그런 점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 황미람

 

“평가한다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보다 마음으로 느껴지는 짠한 감동과 더불어 ‘삶’에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음악과 조명, 무대,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들이 잘 어우러진 단단하고 따뜻한 공연이었다. ‘봉팔 할아버지’가 침대위로 올라가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구구절절 쏟아내는 장면이 있다. 과거 찬란한 청춘을 떠올리며, 많이 약해진 현재의 삶에 대한 회의와 아쉬움을 남기는 장면이었는데… 그 장면에서 마음이 쿵쾅거리고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떠한 것보다 좋았던 것은 내 삶에 대해 감사함과 현재를 만족하며 살아야겠단 생각을 얻은 것이다.”

– 황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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