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rl A씨
작: 김슬기
연출: 이호웅
단체명: 창작공동체 극단의 극단
공연일시: 2013/08/28 ~ 2013/09/08
공연장소: 정보소극장
***전문가평가단 총평
상투적 대사와 진부한 서사, 미적지근한 결말로 요약되는 공연이다. 애정결핍, 차별, 욕망, 콤플렉스 등 인간심리를 구성하는 개념에 대한 통찰이 부족하며, 연출은 그 단점을 극복할 과감한 표현법을 찾지 못했다. 단적인 예가 극중 작가와 A와의 만남. 필연성도, 개연성도 없으며, 그걸 통해 관객이 느낄 것도, 배울 것도 없다.
– 백승무
연극을 보고 나오면서 관객에게 묻고 싶었다. “ctrl, 28이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내가 그 의미를 전혀 알 수가 없기에. 대부분의 영화나 연극 그 이외의 문학 작품에서 제목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특별히 작가가 넌지시 던지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작품과는 별 연관성 없이 제목이 주는 궁금증으로 좀 더 많은 사람(관객)에게 호기심만을 유발시키는 목적이라면 그건 독자(관객)를 우롱하는 것 밖에 볼 수 없다. “ctrl A씨(28)” 컴퓨터 자판기의 ctrl, 28은 A씨의 나이. “ctrl z(A씨)” -여기서 ctrl z란 삭제의 의미가 있다면 어떠했을까 해 본다.
슬럼프에 빠진 작가가 극을 써 가며 극중 주인공에 몰입하면서 현실과 극중으로 오가며 결국에는 현실과의 경계가 지워지면서 극을 마무리 지으려하지만 마무리 지을 수가 없다. 작가가 스스로 고뇌에 빠져드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인해 작가는 극 중 주인공이 되고, 결국 극중 주인공을 죽이고 나서 마무리가 된다. 아니 막은 내렸지만 끝이 난 것은 아니다.
“오늘이 지난다고 다 내일이 오는 것은 아니다.”(극 중 편집장의 대사)
A씨의 극중 모습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의 고뇌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젊은이들의 꼭 밝지만은 않은 현실, 취직의 어려움, 진학의 어려움 등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세상에 살아가는 그들의 어려움을 잘 보여줬다.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대사나 동작 등이 무리 없었다. 무대 장치도 절제된 모습으로 공간의 활용도 좋았다.
– 원덕희
소설가의 세계와 또 다른 A씨의 세계. 그러나 두 세계는 하나의 세계이다.
소설가는 그의 편집장과 함께 A를 창조해낸다.
A씨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의 이면들이 곳곳에 덕지덕지 묻어있다.
변기로 표현되는 배설작용, 수능 3등급, 물질적인 첫사랑의 그녀.
작위적인 과장과 은유로 현실과 이상이 교차하다가 두 세계가 하나로 겹쳐지면서 ctrlA씨를 지움으로써 자기부정에 이른다.
연출은 이 두 세계를 적절히 표현했다.
조명과 음악을 적절히 활용해 극의 공간을 팽창시켜 현실과 소설 세계, 현실과 환상세계를 자유롭게 오가며 무리 없이 풀어냈다.
배우들의 연기도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이다일의 발음은 문제가 있었다.
– 이영호
***시민평가단 총평
작가가 글을 써내려가면서 인물을 구상하는 것을 공연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신선했다. 범인 역할을 맡은 배우의 연기가 돋보였고, 다른 배우들은 약간 힘을 못 받는 느낌이 강했다. 작가의 머릿속의 상상이 극의 내용을 바꾸기도 하고, 수정하기도 한다는 점이 재미있게 다가온 것 같다. 조금 더 다듬어지면 훌륭한 작품이 될 것 같다.
정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