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극인대상] 천국으로 가는 길

천국으로 가는 길

 

극작: 후안 마요르가
연출: 김동현
단체: 극단 코끼리만보
공연일시: 2013/11/08 ~ 2013/11/24
공연장소: 국립극장 소극장 판

 

*** 시민평가단

“천국으로 가는 길” (별점:★★☆☆☆) 무대는 어둡고 낙엽이 쌓인 길이 대각선으로 뻗어 있고, 벤치가 무대 끝에 놓여있다. 하우스음악으로 어느 오페라의 아리아가 흐른다. 나치 독일이 수용소에 방문하는 적십자단을 속이고 여론을 호도 하기 위해 연극을 만드는 내용이다. 긴 독백의 대사가 지루함을 준다. 내용도 집중해서 보기에는 어렵다. 어렵고 긴 대사를 집중력 있데 소화한 백익남의 연기가 돋보인다.

– 이동길

 

*** 전문평가단

지금의 관객들에게는 약간은 현실과 동떨어진 작품임에 틀림없지만 인생에 대해서 연극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인생은 꿈이고 현실은 스스로 만들어 낸 악몽일때 당신이 보는 것에 대해 얼마나 책임질 준비가 되어있습니까 ’라고 관객들에게 던지는 작품의 화두는 관객들에게 정확한 작품의 길잡이었습니다. 조금은 어렵다고 느껴졌지만 배우들의 조화로운 앙상블이 만들어내는 장면장면마다의 쏠쏠한 재미와 무대 전환은 작품을 보는 즐거움이었습니다. 더불어 작품속의 음악은 매우 훌륭하게 관랙들을 매료시켰습니다.

– 서미영

 

믿음이 사라진 이래 사람들은 진실에 의문을 갖고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역으로  진짜와 가짜의 구분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해져 버리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이제 진짜도 가짜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여기 누구나 다 알만한 그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연극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그러나 유태인 학살을 다룬 영화 <쉰들러 리스트>나 <피아니스트>와 달리 피도 가스도 기차도 추위도 없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말쑥한 얼굴과 복장의 사람들이 마치 흑백영화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조작된 삶을 연기하고 주어진 대사를 반복한다. 회색인간 같은 그들의 몸뚱이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은 오직 눈치를 보고 사태를 파악해야 하는 그들의 눈망울뿐이다. 언제라도 가스실에 끌려가 한줌 재로 강에 뿌려질 수 있는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은 살기 위해 가짜 삶을 연기한다. 진짜 삶을 위해 가짜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은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이제는 가짜 삶도 진짜 삶도,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닌 순간이 온다. 기계처럼 대사를 반복하는 그들처럼 장면과 대사들은 반복적으로 펼쳐진다. 아무도 그들에게 무대 위에서 학대를 가하거나 고문하거나 학살하지 않는다. 그러나 침묵속의 그들은 서서히 고통스럽게 사그라지고 있다. 적십자 직원마저 그들을 의심했지만 격납고의 문을 열어보거나 뒤돌아 고트프리트를 다시 바라보지 못했다. 가짜를 살아가야하는 사람처럼 가짜를 의심하지만 용기 있게 진실을 밝힐 수도 없는 사람들, 모두 공범이다.

바그너의 음악도 무대 장치와 구성도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있어 훌륭했지만 인물들의 두려움과 상황자체의 긴장감이 너무 자제된 건 아닌가 싶다. 지금 무대의 반대편 어딘가에서 벌어질 잔혹하고 끔찍한 가스실의 참상이 배우들의 시선에 공포와 두려움으로 더 표현되었다면, 반복적인 장면들에서 점점 더 뚜렷이 보여진다면 관객들에게 무대 위 광경이 더 끔찍한 악몽같지 않았을까.

– 이유라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