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호 ‘연극과 정치’에 대한 답글 /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

존경하는 우상전 선생님께

오늘의 서울연극 39호에 게재된 선생님의 글에서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의 지난 논평이 “우리의 연극동료에게 ‘인격살인’을 저지르고, 강자에게는 마냥 ‘꼬리’를 흔드는 조직처럼 보였다”라고 말씀하신 것에 대하여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의 논평이 전혀 그러한 의도가 아님을 먼저 밝히면서 말씀드립니다.

먼저,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는 국립극단 예술감독 선임에 대해서 어느 특정인의 지명을 반대하거나 추천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다만 국립극단이라는 연극계에 상징성에 걸맞게 투명한 절차를 통해 선임되기를 바랍니다.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는 선생님께서 주장하신“이사회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얼마나 예술감독을 통제하고 있는지, 문화부가 운영에 어느 정도 개입하는지, 아니면 현실적으로 이사회가 문화부의 눈치를 살피며 거수기 노릇만 하고 있는지를 밝힐 필요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 않으면 문화부(청와대)가 국립극단과 이사회의 후견자로서 손을 떼고, 사회저명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사회단체의 후견을 받는 체제로 바꿔, 모든 지원과 운영, 임명을 책임 짓토록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를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선생님을 비롯한 연극인 여러분께서는 지난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의 논평에 부디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둘째로, 선생님께서는 “연극인들의 분위기에 편승해 정책분과위가 성명을 통해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라 하셨습니다.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는 그동안 연극계가 선생님의 “연극인들은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발언을 삼가고 가만히 눈치를 살핀다. 일단 자신이 수혜자가 되기를 기다려 잠자코 있다가, 결과적으로 자기 차례가 되지 않으면 그때는 ‘기준과 투명성’ 등을 내세워 여론을 시도하는 것이다.”라는 말씀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 많은 고민과 함께 협회원들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연극을 통해 사회를 변혁시킬 마음가짐을 가지고 절대로 싸구려 현실정치를 뒤쫓는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협회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자 함을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 부디 선생님의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을 바꾸시어 믿음으로 격려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는“그러니까 이제 서협은 어느 정권이 장악을 해도 ‘버림받는 단체’가 되는 불운을 안고 살아야 하는 운명을 간직하게 된 셈이다.”, “단적으로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서협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고 염려하시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공무원이 아닌 이상 정치적인 표현을 하고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헌법에 보장하고 있음에도 선생님께서는 어찌하여 정치적으로 중립을 해야 한다고 하시는 지요. 서울연극협회는 공무원 조직이 아닌 연극인들의 비영리민간단체임-선생님은 “서협이라는 친목단체가”라 표현 하셨지만-에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지 않음은 너무도 상식적인 것 아닌가요? 물론 선생님은 협회의 집행부가 정치적인 표현을 하여 협회원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을 우려하신 것이리라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젊은 시절 부당한 정치권력에 대항에서 지켰던 표현의 자유처럼, 어떤 정권, 어떤 지방권력이 예술가들의 정치표현을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한다면,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는 선생님이 표현하신 좌파정권이든 우파정권이든 끝가지 싸워서 헌법에 보장한 기본 권리를 지킬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이 선생님이 말씀하신 “연극의 리더십”을 지닌 “’강아지DNA’를 제거한” 집행부로서, 예술술가로서, 연극정신을 지키는 일이리라 말씀드립니다.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는 우상전 선생님과 연극인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매월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에서 내고자 하는 논평은 그동안 연극계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해서 비롯한 지금의 안타까운 연극계 현실을 진심으로 극복해 보고자 하는 진정어린 연극인을 위한 논평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책분과의 논평은 지난 세월 연극과 연극인을 위한 정책이 아닌, 예술정책의 단편적 수단으로만 여긴 정치권과 지원기관에 연극인의 목소리를 사심 없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과정에서 다소 부족함이 있더라도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아 주시기를 부탁드리며, 우상전 선생님의 애정 어린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여 연극인 여러분의 기대에 부흥한 정책분과가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2014. 1. 2.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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