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듣는 연극(11)/ 임야비

 

음악으로 듣는 연극

– 임야비

뮤즈를 울린 극작가

셰익스피어 (11) 

거의 1년 넘게 연재한 ‘뮤즈를 울린 극작가 셰익스피어’편의 긴 여정도 이제 거의 막바지에 달하고 있다. 필자가 아직 연재하지 않은 일곱 작품들 중에서 최후의 걸작 템페스트를 제외한 나머지 여섯 작품들이 음악화된 사례는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음악적으로나 공연적으로 크게 주목할 만한 음악이 없는 만큼 이번 연재는 간단한 소개 정도로 훑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10. 헛소동  

Balthasar: Sigh no more, ladies, sigh no more. / Men were deceivers ever,
One foot in sea, and one on shore, / To one thing constant never.

Then sigh not so, but let them go, / And be you blithe and bonny,
Converting all your sounds of woe / Into hey nonny, nonny.

밸서자: 한숨짓지 마오, 아가씨들 울지 말아요 / 못 믿을 건 사나이

오늘은 바다에 내일은 뭍에 /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 마음.

함숨짓지 마오, 미련일랑 버리고 떠나게 해요 / 해맑은 얼굴로 즐겁게 보내요
하소연일지라도 즐겁게 노래 불러요 / 헤이 논니 논니.

– Much Ado About Nothing; Act 2 Scene 3

먼저 루이스 애플바움이 작곡한 Suite of Dances from Much Ado About Nothing을 추천하고 싶다. 깃털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부담 없는 곡들로 나레이션이 포함되어 있는 4분 가량의 짧은 곡이다. Sentimental waltz – Polka – Clap Dance – Gallop으로 구성되어 있다. 극부수음악을 오디오로 감상할 때 느낄 수 있는 설레는 무대의 현장감이 기분 좋을 정도로 또렷하다.

또 다른 오케스트라 곡으로는 카스텔누오보-테데스코가 1953년에 작곡한 ‘Much Ado about Nothing’ Op. 164가 있다. 이 곡은 원작의 중요한 에피소드를 음악적으로 엮은 약 10분간의 관현악 곡으로, 원작의 줄거리를 잘 알고 있다면 음악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전체적으로 굉장히 산만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이외에 테퍼가 위에서 인용한 가수 밸서자가 부르는 노래에 곡을 붙였고, 카스텔노오보-테데스코는 이 부분과 5막 3장의 ‘용서하라, 달의 여신이여’ 부분에 음악을 얹어 놓았다.

11. 겨울이야기 

‘헛소동’와 마찬가지로 관현악곡은 루이스 애플바움 합창이 들어간 극부수음악과 카스텔누오보-테데스코의 연주회용 관현악 서곡이 유일하다. 둘 중 하나를 꼽자면 입꼬리가 저절로 내려가는 카스텔누오보-테데스코의 무거운 관현악보다는 가볍게 미소 짓게 하는 매력이 일품인 애플바움의 짧은 조곡의 손을 들어 주고 싶다.

4막 3장에서 오톨리커스가 등장하며 노래 부르는 “수선화 살며시 피기 시작할 무렵 (When daffodils begin~)” 부분이 인기가 높다. 앤써니 홀번, 존 윌슨, 카스텔누오보-테데스코가 음악을 붙였는데, 이 중 ‘그레고리안 찬트’ 처럼 르네상스 시대의 고풍스러운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홀번의 곡을 조심스럽게 추천해 본다.

12. 실수연발, 두 귀족 친척, 페리클레스, 끝이 좋으면 다 좋아 

제목에 묶여 있는 네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음악화가 덜 이루어진 작품들이다. 그나마 카스텔누오보-테데스코만 이 소외된(?) 작품에서 몇몇 운문들을 끄집어 내어 가곡으로 만들었는데,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가까스로 호기심에 한번 들어보고는 평생 듣지 않을 음악들뿐이다.

개인적인 공상과 사념을 덧붙이자면, 실수연발은 가벼운 보드빌-오페레타의 대본으로 안성맞춤이고, 페리클레스는 그랜드 오페라 형식의 리브레토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작곡가들이 이 숨겨진 보석과 같은 희곡에 음악적 생명력을 불어넣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셰익스피어의 비인기 작품에서 글 쓸 거리의 빈곤함을 해소해준 카스텔누오보-테데스코에게 큰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가 작곡한 셰익스피어 관련 음악들의 순수 음악적 예술성의 가치를 떠나, 거의 강박적으로 모든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섭렵한 카스텔누오보-테데스코의 공로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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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연재는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작품 격이라 할 수 있는 ‘템페스트’로, 이를 끝으로 ‘뮤즈를 울린 극작가 – 셰익스피어’ 연재의 대단원의 막을 내릴 예정입니다.

* 원문은 Stanley Wells, Gary Taylor의 ‘William Shakespeare The Complete Works Second Edition’ (Oxford), 번역본은 이상섭 번역의 ‘셰익스피어 로맨스 희곡 전집’(믄학과 지성사), 김정환 번역의 ‘셰익스피어 전집’(아침이슬), 신정옥 번역의 ‘셰익스피어 전집’(전예원)을 참조 인용하였습니다.

임야비(tristan-1@daum.net)
– 자유기고가, 서울 신포니에타 기획 및 연출
– 극단 듀공아 / 극단 동맹 연출부 드라마투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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