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메데이아의 시/ 양기찬

<끔찍한 메데이아의 시> : 상징성과 작품성의 조화

 

 

양기찬 (수원대학교 연극영화학부)

작: 박미현
연출: 이성구
공연일시: 2014/04/16 ~ 2014/04/20
공연장소: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연극 <끔찍한 메데이아의 시> 박미현 작, 이상구 연출은 그리스 신화 메데이아의 이야기를 상징적 형식을 채용하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극이다. 옛날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비운’의 여인인 메데이아를 무대를 통해 내면과 외면으로 표현한 연극이다. 서로 다른 성격을 지녔지만 ‘하나의 인물인’ 두 여인은 무대에서 각각 자신의 영역을 차지하며 서로 주고받는 대화로 연극은 진행된다. 내면의 목소리와 현실의 목소리의 대칭적 구도는 한 명의 목소리로 착각하기에는 거리감을 주는 동시에 메데이아의 고유의 성격을 무대 위에서 표현하기에 적절한 방법이었다. 이는 마치 ‘의식의 흐름’을 무대를 통해 형성화하는 과정과 흡사했다. 인물이 지니는 이중적 성격을 두 여인을 통해 내면과 외면을 동시에 관객들에게 잘 전달시켜주었다. 또한 각각의 인물들이 차지하고 있었던 공간은 여인의 심리를 반영하는 하나의 상징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한편으로 내면을 형성화하는 인물의 공간이 차가운 물과 이에 반하는 따뜻함과 나른함, 자신만의 공간을 대표하는 욕조로 대비시킨 점, 현실을 반영하는 다른 공간으로 외면의 전체적인 따스함을 상징하기 위한 조명, 소파 그리고 희망인 아이의 옷들은 메데이아의 이중적 가치와 윤리관을 보여주는 구도이다. 연극은 메데이아의 비극을 상징적으로 이끌기 위하여 등장하는 남자배우의 움직임을 매우 형식화, 기계화시킴으로써 메데이아의 삶의 비극적 동기 등을 보다 차갑게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공연의 진행과 함께 반복되는 속박적인 삶의 형식 그리고 점점 폭력적으로 바뀌어가는 남편의 일상이 반복되는 형식을 거치며 더 거칠어가는 현실은 메데이아에게 그녀의 운명인 비극적 여인으로서의 변모와 어떠한 탈출구도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신화속 비운의 주인공 메데이아의 이야기는 내외면의 ‘이원화’라는 각색 과정을 통해 진부적인 신화 이야기를 보다 현대적 감각에 맞는 상징적, 몽환적인 공연으로 변화를 꾀했다. 이러한 상징적, 몽환적인 공연을 위해서 무대와 음향의 상징화는 절대적이었으며 이는 무대와 음향의 ‘형식화, 전형화’를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특히 공연의 마지막 부분에서의 극적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활용된 무대 뒷면의 열림과 병원 또는 음침한 통로를 상징하는 하얀색 타일 벽의 등장과 그 위에 흐르는 피는 여느 공포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의 연출이었다. 이는 연극이 필요로 했던 상징적, 몽환적 효과보다는 관객들에게 ‘데자뷰’의 효과에 머물렀었다. 연극의 대미를 장식한 이미지인 공포 영화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피가 흐르는 하얀 벽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춤과 음악의 중첩된 활용은 공연이 보여주고자 했던 신선함을 깨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새로운 도전은 연극계에서 언제나 환영되어져야한다. 그러나 그 새로움이 작품성과 관계를 항상 맺고 있어야함을 고려할 때 새로움에 대한 고민은 ‘과다함’ 보다는 다소 ‘부족함’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본 공연 <끔찍한 메데이아의 시>는 이전의 메데이아의 전형적 해석을 깨고 새로운 현대적 해석을 보여주고자 했던 작품인 점은 높이 살만하나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한 관계로 연극의 마무리가 전형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던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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