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가든/ 김창화

먹이사슬을 통해 환생한 닭의 이야기: <성호가든>

김창화 (상명대 교수/극단 창작기획 대표)

 

작/연출: 한윤섭
단체: 극단 뿌리
공연일시: 2014/04/23 ~ 2014/04/27
공연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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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인 한윤섭 작, 연출의 ‘성호가든’은 숨겨진 인간의 본능을 드러내는 작품이면서, 동시에 2014년 한국의 현실을‘먹이 사슬’이라는 키워드로 드려다 본 공연이었다. 닭장에서 닭을 키우며, 닭을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 파는 식당, 성호가든이 주 무대이고,이 식당의 주인남자 이태훈이 주인공이다. 박선옥이 이태훈의 눈먼 아내 역을 맡았고, ‘손밍’이라는 이름의 중국에서 밀입국한 여자 전지혜를 이 식당에 데리고 온, 직업소개소 사장 역을 고인배가 맡았다. 과거 박선옥과 간통했던 남자였으나, 이태훈에 의해 살해되고, 그 시체를 닭 모이로 사용하게 되자, 닭으로 환생한 ‘찰스’라는 이름의 닭 역을 민준호가 맡았고, ‘메리’라는 이름의 개역을 권세봉이 맡았다. 무대 왼편에 닭장이 있고, 오른편에는 개집이 있다. 박제된 닭들이 즐비한 닭장에 주인남자 이태훈은 음식의 재료로 쓰기 위한 닭을 잡기 위해 드나들고,밤이 되면, 묶인 사슬에서 풀려나, 마음껏 동네 암캐들과 교미를 나누는 ‘메리’는 손님을 향해 짖어대지 말라는 주인의 요청에도 불구하고,계속 짖어대다가, 목소리를 뺏기게 된다. 성대제거 수술로 짖어대지 못하는 ‘메리’가 늑대였던 자신의 ‘야성’을 생존을 위해 숨기고 살아왔다면, 자신의 존재를 모르면서도, 다른 닭들과 달랐던, 생각하고, 말하고, 계략을 꾸미는 닭, ‘찰스’는 남편에 의해 점점 눈이 멀어져 가는 아내 박선옥의 연인이었다. 한국에 밀입국해, 일자리를 얻은 전지혜는 주인남자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고, 직업소개소 사장 고인배는 주인남자의 아내 박선옥과 성관계를 갖게 된다. 그 대가로 박선옥은 고인배가 새로 구입한 엽총을 빌려, 남편을 살해하고자 하나, 눈이 보이지 않아, 실패하게 되자, 전지혜의 도움으로 이태훈을 죽인다. 하느님의 보호로 그동안 잘 먹고, 잘 살아왔던 이태훈의 본명이 ‘성호’, 즉 ‘하늘이 보호한다.’였고, 눈 먼 아내는 전지혜의 도움으로 계속해서 ‘성호가든’을 운영하고, 남편의 시체는 갈아서 닭 모이로 던져 버린다. 남편을 죽인 엽총의 소유자인 고인배가 엽총을 만지다가 실수로 발사된 총알에 맞아 ‘메리’는 그야말로 ‘개죽음’을 당하고, 주인남자 ‘성호’는 다시 닭으로 환생한다. 물론 간부에서 닭으로 환생한 ‘찰스’는 고인배의 사격연습용으로 죽게 된다. 사람의 눈에 뜨이지 않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던 ‘찰스’의 생명연장을 위한 생존의 방식이 너무나 쉽게 무너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닭대가리라고 했던가? 아무튼 죽고, 죽이는 과정은 ‘먹이 사슬’처럼 엮어졌고, 죽은 자는 닭으로 환생하게 된다는 골조로 짜여진 ‘성호가든’은 인간의 잠재적인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면서도, 그 욕망의 마지막 지점이 소멸과 제거라는 블랙홀과 연결되어 있어서, 매우 절망적으로 보였다. 외국인 노동자인 전지혜에 대한 주인남자의 성폭행이 다소 위험스럽게 보였으나, 주인남자의 사망으로 응징되었기에,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욕망의 ‘먹이사슬’이 죽음과 소멸, 환생으로 재현되는 과정에 대한 ‘논리’는 다소 부족해 보였다. 마지막 닭의 모습으로 환생한 이태훈의 연기가 ‘화룡점정’ 으로 빛났고, ‘훼이다나웨이’를 연상 시키는 연기를 했던, 박선옥의 몽상적인 연기도 재미있었다. 가장 힘들었을 개와 닭의 연기에 집중했던, 권세봉, 민준호, 두 젊은 앙상블의 열정과 빛나는 보석처럼 정교했던, ‘손밍’역, 전지혜의 연기는 ‘성호가든’의 밤을 밝히는 별빛보다 더 아름다웠다. 물론 악역을 맡은 고인배의 노련한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없었다면, 대단히 허전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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