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4년 5월 공연 총평/ 박정기

박정기의 공연산책 2014년 5월 공연총평

5월에는 세월 호와 6.4 지방선거 여파로 국공립극단의 공연이 일부 취소되고, 소극장의 공연도 관객 수가 10명 미만인 경우가 많아, 막을 올리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상도 많았다. 관객 수의 격감에도 불구하고, 공연열정은 중단 없이 계속되었기에, 다수의 공연작을 관람할 수 있었다. 이들 중 우수작을 평하고,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은 별도로 평한다.

1, 예그린 씨어터 개관기념 극단 단홍의 닐 사이먼 작, 유승희 연출의 <총각파티>

예그린 씨어터 개관기념, 극단 단홍의 닐 사이먼 작, 유승희 연출의 <총각파티>를 관람했다.

닐 사이먼(Neil Simon)은 1927년 뉴욕에서 탄생했다. 그가 본격적인 희곡을 다루기 이전에는 거의 10년 동안이나 TV대본을 써서 생계를 유지해 나갔다.

진정한 극작가로서의 그의 이름이 브로드웨이에 처음 알려지게 되고 화제를 뿌리게 된 것은 1961년 접어들면서이다. 그의 동생인 다니엘과의 합작인 [나발을 불어라 Come Blow Your Horn]이 그해에 비로소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려 2년 동안 공연했으며 그 공연의 계기가 닐 사이먼으로 하여금 극작가로서의 발판이 되었다.

그 후, 그는 계속해서 작품을 발표해, 1962년 발표된 [Little Me]는 4년 동안이나 갈채 속에 장기공연의 기록을 세웠고, 1963년에 발표된 [공원에서 맨발로 Barefoot in the Park]를 비롯해서 1965년에는 [기이한 부부 Odd Couple], 1966년에는 [Sweet Charity]와 [성조기를 두른 소녀 The Star-Spangled Girl], 1968년과 그 다음 해에는 [프라자 호텔 Plaza Hotel]과 뮤지컬 [Promises, Promises], 그리고 1969년에는 마침내 그의 역작중의 하나인 [Last of the Red Hot Lovers], 그리고 그 후 1970년에는 [The gingerbread Lady], 1973년에는 걸작 [The Sunshine Boys]와 [The Good Doctor]를 발표했다.

그가 브로드웨이에 선풍을 일으켰다는 것은, 가장 혹평가인 클라이브 반즈(Clive Barns)의 평에서, “이 불확실한 브로드웨이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것, 그것은 다름 아닌 닐 사이먼의 작품이다.” 라고 극찬을 한 것에서 알 수가 있다.

그의 히트 작품들은 모두 미국인의 생활을 바탕으로 한 희극으로, 한 시즌에 4개의 작품을 동시에 공연하기도 하는 등 활발한 작품 발표를 했고, 주요 작품으로는 <굿바이 걸>, <브로드웨이 마마>, <빌록시 블루스>, <총각파티> <굿 닥터> 그 외 다수 작품이 우리나라에서도 공연되었다.

<총각파티>는 닐 사이먼의 초기희곡으로 사업가인 아버지와 일밖에 모르는 남편에게 불만을 품고 있는 어머니, 그리고 엄격한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픈 아들 형제의 이야기다.

무대는 아파트의 거실로 보인다. 정면 벽에는 반라의 여인사진을 확대한 틀을 여러 개 걸어놓았고, 정면 벽 왼쪽에 술 진열장이 있어 술병을 잔뜩 올려놓은 게 보인다. 술 장 오른쪽에 옷걸이를 세워두었다. 무대 중앙에는 긴 소파가 있고, 소파 앞에 탁자가 있어, 그 탁자 아랫단에 플레이보이 같은 잡지를 잔뜩 얹어놓았고, 소파 옆에는 전화 대와 올려놓은 전화기가 보인다. 무대 왼쪽에 탁자와 의자가 있고, 탁자위에는 술병과 술잔을 올려놓았다. 좌우의 벽 앞에는 커다란 활엽수 화분이 보이고, 오른쪽 벽에 출입문이 있고, 출입문 가까이 정면 벽에 인터폰이 부착되어 있다. 무대 왼쪽에 내실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다.

연극은 도입에 바람둥이 형이 관능미가 넘치는 여인과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이 여인은 바로 위층에 거주하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돌연 전화가 걸려오면서 형은 또 한명의 여인이 자신을 곧 방문하리라는 것을 알게 되고, 형은 와 있는 여인에게 술을 한 병 가져오도록 부탁을 한다. 그 사이에 다른 여인과 대면할 심사인 듯하다. 관능적인 여인은 정문대신 비상문으로 퇴장 한다. 벨 소리에 형이 문을 열자, 여인이 아닌 자신의 아우가 때 맞춰 여행용 가방을 끌고 등장한다. 아버지의 완고하고 엄격함을 견디지 못해, 아우가 가출을 해 형에게로 온 것이다. 형은 반갑지는 않지만 동생과 함께 살기로 승낙을 한다. 벨 소리가 울리니, 형은 아우를 내실로 들여보내고, 문을 연다. 이층의 여인이 아니라, 이번에는 예쁘고 참해 보이는 여인이 역시 트렁크를 끌고 등장한다. 이 여인은 형과 오랜 기간 사귀고 있는 여인인 듯싶다. 이 여인은 형이 자신에게 청혼해 주기를 바르는 눈치다. 형이 그런 의사를 보이지 않으니, 여인은 실망한 듯 돌아간다. 전화가 계속 걸려오자, 형은 외출을 해야 할 일이 생긴다. 위층의 여인이 돌아올 시간이 되자, 형은 외출을 하면서 아우에게, 금방 찾아올 여인에게 영화 제작자인척 하라며 이르고 자신처럼 야한 옷을 아우에게 입도록 하고, 퇴장한다. 벨이 울리고, 문을 여니, 형제의 어머니가 짐을 가지고 등장한다. 일 밖에 모르는 아버지가 미워 가출을 했다고 이야기 한다. 다시 벨이 울리니, 아우는 어머니를 내실로 들여보내고, 문을 연다. 관능미의 여인이 등장을 한다. 여인은 아우를 영화제작자로 알고, 아우에게 몸을 접근시킨다. 이 집에 아버지까지 들이닥친다. 회사를 팽개치고 집을 나간 두 아들을 찾으러 온 것이다. 노발대발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형이 결혼을 않고 바람만 피우는 것에 분노를 터뜨린다.

장면이 바뀌면 아우가 형보다 못 지 않은 바람둥이로 변한 모습과 노래를 열창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전과는 달리 평상복차림에 소탈한 모습의 형이 등장을 하고, 벨이 울리면, 어머니와 아버지도 뒤 이어 등장한다. 아버지는 회사를 처분하고, 여행이나 하며 지내겠다고 형제에게 이야기한다. 다시 벨이 울리고 참하고 예쁜 여인이 형을 다시 찾아온다. 여인은 멀리 외국으로 떠나 살겠다는 의사를 형에게 내보인다. 형은 가지 말라며 무릎을 꿇고 청혼을 한다. 여인은 수락한다. 이 광경을 지켜본 아버지와 어머니의 표정이 기쁨으로 바뀐다. 그 때 전화가 다시 걸려온다. 형에게 걸려온 전화다. 아버지가 전화를 받으니, 회사 앞으로 백만 달러짜리 수주계약 전화다. 형이 그 동안 허랑방탕한 생활을 청산하고, 아버지 회사이름으로 계약을 성사시킨 일이 드러난다. 아버지와 어머니, 형과 형수가 될 여인, 그리고 아우의 기뻐하는 모습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박윤배가 아버지, 조문경이 어머니, 형 김재훈, 아우 최예준, 참한 여인 박정미, 관능미 여인 이현정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이 연극을 폭소만점의 희극으로 창출시킨다. 장보규, 조한희, 원종철, 김선영, 박선정이 더블 캐스트로 출연한다.

예술감독 최연식, 기획 최성웅, 조명 송훈상, 음향 김수정, 사진 황순철, 의상 조원희, 조연출 김성민·김태연, 음향보 이현주, 조명보 박진리, 진행 황정용 등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잘 드러나, 예그린 씨어터(대표 최한호) 개관기념, 극단 단홍의 닐 사이먼 작, 유승희 연출의 <총각파티>를 폭소희극으로 만들어 냈다.

2, 명동예술극장의 데이빗 그레이그 작 이상우 번역 연출의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데이빗 그레이그 작, 이상우 번역/연출의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관객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주위를 유영하며 관람하는 듯한, 느낌의 연극이다. 명멸하는 엄청난 수량의 별빛을 영상을 통해 감상할 수 있고, 스카이섬 웨스트하일랜드,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영국런던, 프랑스 프로방스, 노르웨이 오슬로,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등의 주야간 풍경을 장면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다.

데이빗 그레이그(David Greig)는 1969년 에딘버러 출생, 영국 최고의 극작가 중 하나이며 특히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21세기 대표 영국 극작가이다.

1996년 런던 Traverse 극장에서 <EUROPE> 으로 데뷔하였으며 그의 작품 대부분이 영국의 주요 극장에서 공연되었고, 유럽, 미국, 캐나다, 브라질, 호주, 일본에서도 공연되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스코틀랜드 극립 극장의 첫 번째 드라마 터그로 임명되어 활동하였고 현재까지 재임 중이다.

90년대부터 <카사노바>, <캔디다 2000> <일방통행로 One Way Street)> 등 극단 서스펙트 컬처의 작품을 통해 크게 인정을 받으면서 영국의 대표극작가로 떠오르기 시작하였고, 특히 에딘버러 소재의 스코틀랜드 창작극의 산실인 트레버스 극장에서 많은 작품을 선 보이며 유명해졌다. 1999년에는 영국 최고의 연극무대라 할 수 있는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서 <관람자 (THE SPECULATOR)> 라는 작품으로 참가하였고, 2003년에는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희곡, <샌디에고 (2003)> 를 선보이며 명실 공히 세계적인 극작가로 등극했다. 2000년대에 이르러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을 위해 <빅토리아 (2000)>, 중동 분쟁에 개입한 미국의 입장에 대한 창작극 <아메리칸 파일럿 (2005)>을 썼고, 로열 코트극장에서 <라말라 (RAMALLAH, 2004)>, <OUTLYING ISLANDS> 등의 막을 올렸다. 최근 작품으로는 피레네 산맥 밑에서 발견된,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남자의 이야기 <피레네 (2005)>, 각색 작품으로는 스코틀랜드 국립극단과 함께 작업한 <노란 달 (2006)>, <다마스커스 (2007)>, 그리스 고전을 뮤지컬로 각색한 <박카이 (2008)>등이 있다.

이처럼 데이빗 그레이그는 시대상을 담보하는 진지한 연극작가로서 정치적, 사회적 비판을 담은 이 시대의 창작극의 선두주자이지만, 동시에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길과 유머를 동시에 가진 보기 드문 작가이다. 또한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 방식의 다양한 연구를 통해, 고전의 각색에서부터 현재 창작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언어와 문체의 방식을 연구하는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가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그리고 현대인의 생각과 초상을 정확하게 그려내고 이를 언어와 국경을 초월하여 이해될 수 있게끔 만들어 내는 그의 극작법은 오늘날 연극학계가 그의 작품을 연구하며 하나의 ‘산업’을 형성할 정도로 세계 연극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원인 중에 하나이다.

연극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는 고장이 난 우주선에서 12년째 지구를 유영하는 2명의 우주비행사와 그와 연관된 인물들의 이야기다.

남자들은 남들과 동떨어져 있거나, 감옥에 갇혀 있거나, 우주공간에 머물러 있어도 여자생각을 하듯이, 이 연극에서도 우주비행사가 첫사랑의 여인을 그리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우주비행사 중 한 사람은 첫 사랑의 여인을 그리워하고, 또 한 비행사는 딸을 그리워한다. 첫사랑의 여인은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가 지구상공을 떠도는 줄을 전혀 모르고, 남편과 살고 있지만, 남편과의 정은 이미 가신지 오래다.

우주비행사의 딸은 성년이 되면서, 영화배우를 하고 싶지만, 현재 나이트클럽에서 일을 한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여인의 남편은, 우주비행사의 딸과 가깝게 되고, 상대에게 서로 다가간다.

그러든 어느 날 남편은 바닷가에 차를 세워놓고, 폴 세잔느 그림무늬가 들어간 넥타이를 풀러놓은 채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아내나 우주비행사의 딸도 남자가 왜 바다 속으로 들어갔는지 그 이유를 모른다.

딸을 가진 우주비행사는 고장 난 우주선에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는지, 동료의 제지도 뿌리치고, 우주복을 입고 우주선 밖으로 튀어나간다. 물론 그를 기다리는 것은 거대한 우주공간 속에서의 죽음뿐이다. 배경화면에는 그가 우주공간에서 우주선에 매달려 떠도는 모습을 관객은 영상으로 보게 된다. 그의 딸이 아버지가 우주에서 자살을 한 사실을 알 리가 없다. 물론 자신과 몸을 밀착시킨 폴 세잔느 넥타이를 맨 남성이 자살을 한 것도 딸은 알지를 못한다. 딸은 자살한 남성이 소개한 영화와 관련된 사업을 한다는, 한 백색정장의 남성에게 이끌려 그에게 다가간다. 백색정장의 남성도 그녀를 소중하게 받아들인다.

한편 남편이 자살을 한 사실을 여경으로부터 듣게 된 여인은 슬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프랑스로 여행을 떠난다. 거기에서 여인은 우주를 관찰하며, 우주선과 교신을 하는 한 말더듬이 남성과 만나게 된다. 두 남녀는 운명인 듯,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한편 우주선에 혼자 남은 우주비행사는 더 이상 우주유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마지막으로 첫사랑의 여인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보낸 후, 우주선을 폭파시킨다.

최덕문, 이희준, 김소진, 이창수, 공상아, 김지현, 홍진일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성격창출, 그리고 1인 다 역은 관객을 극 속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장성호와 모팩스튜디오의 영상은 2시간 30분간 관객을 아름답고 황홀한 감상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영상감독 장성호/모팩스튜디오, 음악감독 장영규, 무대디자인 김용현, 조명디자인 구근희, 의상디자인 김경인, 분장디자인 이동민, 소품디자인 구은혜, 움직임지도 남긍호, 조연출 김승주, 영상 음악 코디네이터 김남건, 조연출보 강현주 등 스텝 진의 기량과 노력이 돋보여, 명동예술극장(극장장 구자흥)의 데이빗 그레이그 작, 이상우 번역/연출의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를 아름답고 환상적인 장면으로 점철된 걸작 영상연극으로 탄생시켰다.

3, 극단 집현의 김태수 작, 이상희 연출의 <운현궁에 노을지다>

알과핵 소극장에서 인천소재극단 집현의 김태수 작, 이상희 연출의 <운현궁에 노을 지다>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구한말 고종의 부친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집권과 은퇴에 관한 이야기다.

흥선대원군 (興宣大院君, 1820~1898) 이하응(李昰應)은 자는 시백(時伯). 호는 석파(石坡). 시호 헌의(獻懿)로. 영조의 5대손(五代孫)이며 고종의 아버지이다. 1843년(헌종 9) 흥선군(興宣君)에 봉해지고, 1846년 수릉천장도감(緩陵遷葬都監)의 대존관(代尊官)이 된 후 종친부유사당상(宗親府有司堂上)·도총관(都摠管) 등 한직(閑職)을 지내면서 안동김씨(安東金氏)의 세도정치(勢道政治) 밑에서 불우한 생활을 하였다. 왕족에 대한 안동김씨의 감시가 심하니, 보신책(保身策)으로 불량배와 어울려, 파락호(破落戶)로서 궁도령(宮道令)이라는 비칭(卑稱)으로까지 불리며 안동김씨의 감시를 피하는 한편, 철종이 후사(後嗣)가 없이 병약해지자 조대비(趙大妃)에 접근하여 둘째 아들 명복(命福:고종의 兒名)을 후계자로 삼을 것을 허락받았다.

1863년(철종 14) 철종이 죽고 조대비(趙大妃)에 의해 고종이 즉위하자 대원군에 봉해지고 어린 고종의 섭정이 되었다. 대권을 잡자 안동김씨의 주류(主流)를 숙청하고 당파를 초월하여 인재를 등용하였으며, 부패관리를 적발하여 파직시켰다. 47개 서원(書院)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서원을 철폐하고, 국가재정의 낭비와 당쟁의 요인을 없앴으며, 《육전조례(六典條例)》 《대전회통(大典會通)》 등을 간행하여 법률제도를 확립함으로써 중앙집권적인 정치 기강을 수립하였다. 비변사(備邊司)를 폐지하고 의정부(議政府)와 삼군부(三軍府)를 두어 행정권과 군사권을 분리시켰으며, 관복(官服)과 서민들의 의복제도를 개량하고 사치와 낭비를 억제하는 한편, 세제(稅制)를 개혁하여 귀족과 상민(常民)의 차별 없이 세금을 징수했으며, 조세(租稅)의 운반과정에서 조작되는 지방관들의 부정을 뿌리뽑기 위해 사창(社倉)을 세움으로써 백성들의 부담을 덜어 국민들의 생활이 다소 안정되고 국고(國庫)도 충실해졌다.

반면, 경복궁(景福宮)을 중건(重建)하면서 원납전(願納錢)을 발행하여 백성의 생활고가 가중되었으며, 1866년(고종 3) 병인양요에 이어 1871년 신미양요를 일으키고 천주교도에 대한 무자비한 박해를 가하는 등 쇄국정치를 고집함으로써, 국제관계가 악화되고 외래문명의 흡수가 늦어지게 되었다. 또한, 섭정 10년 동안 반대세력이 형성되어, 며느리인 명성황후가 반대파를 포섭하고 고종이 친정(親政)을 계획하게 되자, 1873년 그의 실정(失政)에 대한 최익현(崔益鉉)의 탄핵을 받았다. 이에 고종이 친정을 선포하자 운현궁(雲峴宮)으로 은퇴하였다.

1882년 임오군란(壬午軍亂)으로 다시 정권을 잡고 난의 뒷수습에 힘썼으나, 명성황후의 책동으로 청(淸)나라 군사가 출동하고 톈진[天津]에 연행되어 바오딩부[保定府]에 4년간 유폐되었다. 1885년 귀국하여 운현궁에 칩거하면서 재기의 기회를 노리던 중 1887년 청나라의 위안스카이[袁世凱]와 결탁하여 고종을 폐위시키고 장남 재면(載冕)을 옹립하여 재집권하려다가 실패하였다.

1894년 동학농민운동으로 청일전쟁(淸日戰爭)이 일어나자 일본에 의해 영립되어 친청파(親淸派)인 사대당(事大黨)을 축출하고 갑오개혁이 시작되었으나, 집정(執政)이 어렵게 되자 청나라와 통모(通謀)하다가 쫓겨났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의 세력이 강성해졌으나, 3국(독일·프랑스·러시아)의 간섭으로 친러파가 등장하여 민씨 일파가 득세하자, 1895년 일본의 책략으로 다시 정권을 장악하였다. 이때 명성황후가 일본인에게 시해되어 일본 공사 미우라고로[三浦梧樓]가 본국으로 소환된 후 정권을 내놓고 은퇴하였다. 1907년(광무 11) 대원왕(大院王)에 추봉(追封)되었다.

무대는 아름다운 수를 놓은 백색망사로 된 다섯 개의 기둥이 대궐기둥노릇을 한다. 그 앞 양쪽에 고색창연한 반다지 장이 놓여있고, 중앙에 세자높이의 계단식 단이 마련되어 있다. 고종의 목에 붉은 색의 긴 피륙을 두르고 그 끝을 대원군이 부여잡은 모습으로 흥선군의 대리청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조대비를 비롯해 명성황후, 그리고 대원군의 부인 민 씨의 궁중의상 및 평상복도 극과 조화를 이루고, 일인다역의 출연자의 복장과 소품도 당대와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천둥벽력의 효과음도 극적 분위기 상승과 주인공의 심정변화와 절묘하게 어울리도록 연출된다.

연극은 도입에 철종의 붕어를 알리는 외침과 조대비가 이하응의 아들을 임금으로 지목하고, 아들의 목에 두른 붉은 띠를 부여잡은 흥선군 이하응의 대원군으로서의 섭정이 시작된다. 당시 집권세력인 안동김문의 인물들이 대책을 강구하면서, 대원군의 왕실척족과 양반관료들의 부패를 척결하려는 정치적 행보가 연극에 펼쳐진다. 그러나 당시 일본, 중국, 러시아 같은 열강의 조선 침탈과 개혁요구에 대응하는 대원군의 정책이 마찰을 일으키게 되고, 이를 기화로 며느리인 명성황후는 남편 고종에게 친정을 할 것을 종용한다. 결국 섭정자리에서 물러난 대원군의 고뇌와 갈등이 극에 그려지고, 그를 혼신을 다해 돌보는 흥선군의 부인 민 씨의 모습이 감동으로 그려지고, 붉은 띠를 놓아버리고, 평상복 차림의 흥선군이 초심사라고 하는 어느 산의 최고봉에 자리 잡은 절에 올라, 흥선군은 청년시절의 자신의 모습과 조우한다. 초심….. 의미있는 단어와 함께 흥선군의 깨우침이 극에 연출되면서, 일본낭인들에 의한 명성황후의 시해사건이 발발한다. 그 결과 대원군으로 복귀한 흥선군이 고종의 목에 두른 붉은 띠를 다시 손에 잡지만, 조선의 운명은 이미 망국으로 향하고 있음을 그가 어쩌지는 못한다.

김학재, 김용선, 박기산, 김동석, 조원희, 최경희, 이윤상, 유학승, 권동렬, 민충석, 정의갑, 유지수, 강성용, 전광지, 임솔지 등 출연자 모두의 호연과 열연은 시종일관 관객의 시선을 극에 집중시키며, 바로 근세사 속에서 선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부각시킨다.

예술감독 이영희, 사진 류재형, 협력연출 황호연, 작화 이승연·권순창, 무대미술·의상 최경희, 무대감독 이용수, 조명 이승호, 작곡 황종하, 음향오퍼 박재우, 진행 유선자, 조명오퍼 오민석, 피디 이준석, 디자인 이상직, 안무 최태선, 의상제작 예성·이수진, 음악오퍼 김세응, 소품 이진숙, 진행 최지원, 기획·홍보·마켗팅 WHO`극단 은행목 등 모두의 힘이 하나가 되어 극단 집현(대표 최경희)의 김태수 작, 이상의 연출의 <운현궁에 노을 지다>를 고수준 고품격의 걸작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4, 국립극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신정옥 번역, 김덕수 윤색, 김동현 연출의 <템페스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재)국립극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신정옥 역, 김덕수 윤색, 김동현 연출의 <템페스트>를 관람했다.

무대는 오래된 폐 성곽이나, 창고, 또는 공연장으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낡은 극장의 내부로 보인다.

연극은 연습실에서 스텝 진의 회의가 진행되듯 조연출 겸 무대감독인 에어리얼이 이동용 탁자에 타자기를 올려놓고, 프로스페로의 연출을 충실히 따른다. 캘리번은 음악과 음향효과 담당인 듯 장비를 등에 지고 다니고, 트린큘로는 의상, 스테파노는 소품담당으로 느껴진다. 총연출은 프로스페로다.

배경 가까이 무대보다 상층부 양쪽 끝에 프로스페로의 작은 거실 겸 작업실이 있고, 사다리를 내려서면 허물어진 벽돌 벽과 그 사이로 뚫린 공간이 등퇴장 로가 되고, 객석과 가까운 왼쪽 작은 공간은 에어리얼의 작업실이다. 연극의 도입에 작은 의자 몇 개를 들여다 배치하거나, 대단원에서 백여 개의 의자를 들여오는 대소도구 담당은 정령들이다. 의상역시 작업복과 정장, 그리고 광대 복을 극의 진행에 따라 갈아입히고, 각자 갈아입기도 한다. 노래는 귀에 익은 봄과 관련된 대중가요를 편곡해 사용한다. 다만 원작대로의 복장이 아닌 왜색정장인 것으로 보아, 일제시절에 나라를 빼앗긴 국가의 통수권자가 국외로 망명해 겪는 일대기라는 상상이 얼핏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셰익스피어 원작의 내용에 따른 줄거리가 진행되고, 변형 각색된 등장인물이 관객의 눈길을 끌면서, 마법사 같은 능력을 가진 지배자와 그를 증오하면서도 추종할 수밖에 없는 피지배자의 동태가 펼쳐지고, 주인공인 지배자 역시 일종의 자국의 쿠데타의 발발로 국외로 추방되고, 이곳 무인도에 어린 여식과 함께 표류한 것으로 설정된다. 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들이, 목적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함께 탑승한 선체가 태풍에 밀려, 공교롭게도 자신들이 추방한 인물이 표류한 섬에 도착하게 된다. 원수와 원수, 적과 적의 극적인 조우가 극 속에 펼쳐지고, 원수의 아들과 망명자의 딸의 첫사랑이 세상의 어느 꽃보다 아름답게 피어나면서, 12년간의 증오와 원한이 얼음 녹듯 풀어져, 상대와 다시 우애와 의리로 합해지는 광경이 연출된다. 물론 무인도의 거주민도 통제된 삶에서 해방된다. 요즘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갈등의 해소와 화합이, 연극 <템페스트>에 본보기처럼 그려져, 그야말로 시의 적절한 공연이 되었다.

오영수, 임홍식, 곽은태, 오달수, 황정민, 백익남, 이형주, 오동식, 김종태, 김태근, 이 원, 천재홍, 김병철, 김선표, 이종민, 최경훈, 이강욱, 배소현, 심재현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이 관객을 공연에 깊숙이 끌어들이고, 한편의 움직이는 명화를 감상하는 느낌의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무대 여신동, 조명 최보윤, 의상 김우성, 음악 김태근, 노래지도 이나리메, 음향 강국현, 분장 이지연, 안무 권영호, 조연출 이지영 등 스텝 진의 기량도 드러나, (재)국립극단(김윤철 예술감독)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신정옥 번역, 김덕수 윤색, 손원정 드라마트루기, 김동현 연출의 <템페스트>를 걸작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5,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남육현 역 연출의 <햄릿>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남육현 번역/연출의 <햄릿>을 관람했다.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을 공연하기로 하고, 셰익스피어의 본고장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남육현 교수에 의해 2002년에 창단되어 현재 17개 작품이 공연되었다. 이웃 일본에서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전작공연을 했거나 하고 있는 극단이 두 개다. 원작을 그대로 공연하기도 하고, 변형된 공연을 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공립극단이나 경향의 각 극단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탄생 450주년을 맞아, 많은 작품이 공연되고 있다. 그런데 원작을 제대로 공연하는 단체는 드물고, 원작공연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대적 배경을 우리의 고대사로 바꾼 작품도 있고, 등장인물을 대폭 축소, 난자질을 가해 변형 각색한 공연작품도 많다. 개중에는 우리의 고대사로 변형시킨 작품을 영국 본고장으로 가져가 공연을 해, 갈채를 받고 수상을 한 극단도 있다. 그러나 동세대나 후대들을 위해 원작공연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공립극단이나 개개 극단의 공연담당자들은 이 절실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물론 국공립극단을 제외한 각 극단의 재정적 어려움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원작을 제대로 공연하는 경우에는 연출자나 스텝 그리고 출연자의 기량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에, 능력부족을 감추기 위한 방편으로 변형된 작품을 공연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러한 작금의 셰익스피어 작품 공연현실에, 유독 남육현 교수의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은, 원작 그대로의 공연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작품에 따라 연출기량을 드러내기 위해 약간의 변형을 공연에 펼쳐지기도 하지만, 관객은 원작을 볼 수 있다는 기대와 신뢰감으로 이 극단의 셰익스피어 연극을 관람한다.

이번 <햄릿>공연도 원작에 충실하다. 다만 등장인물 중 남자 역의 일부를 여자 역으로 대체하고, 여자이름으로 바꾼 독특한 설정이 관객의 눈길을 끈다. 그리고 레어티스와 오필리어 남매 역을 강조, 부각시키고, 햄릿으로 인한 오필리어의 실성한 장면이 충격적으로 연출되면서, 남매의 아버지 폴로니어스의 외도장면까지 삽입되는, 레어티스, 오필리어, 폴로니어스 일가의 부각이 연출가의 기량을 감지토록 한다. 특히 클로디어스와 거트루드로 출연한 두 출연자의 출중한 외모와 호연, 햄릿과 동료 호레이쇼의 열연, 그리고 로젠크런츠, 그리고 남자 역을 여자 역으로 바꿔 출연한 연기자들은 물론, 매장업자나, 연극의 도입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포틴브라스 역에 이르기까지, 성격창출과 호연을 보이는 출연자들로 인해, 모처럼 셰익스피어 연극의 진수를 맛보는 관극이 된다.

양형호, 문원준, 조영화, 김현숙, 이계영, 주원성, 국 호, 김흥렬, 최종윤, 윤화영, 박영출, 한 훈, 김이수, 오은지, 정인정, 이소연, 김현수, 구인교, 유 송, 등 출연자 전원의 열연과 호연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기획 김흥열, 무대미술 최병훈, 조명 정은주, 조명 오퍼 송승필, 음악/음향 박상철, 음향오퍼 류승주, 그래픽 디자인 김보람 등 제작진의 열정과 기량이 돋보여,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남육현 번역/연출의 <햄릿>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6, 공연예술제작소 비상의 김태수 작, 이동훈 예술감독, 김정근 연출의 내 안에 <침팬지가 산다>

대학로예술극장 3관에서 공연예술제작소 비상의 김태수 작, 김정근 연출의 <내 안에 침팬지가 산다>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주인공의 인터넷을 통한 주식투자, 그리고 투자와 관련된 이익의 창출, 그리고 인터넷에 빠져있는 일상을 그려내고, 또 한 사람은, 인터넷 게임중독에서 탈출해,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는 자바 섬 같은 곳에서 침팬지와 같은 삶을 영유하려는 인물로 설정해, 이 두 인물을 대비시켜, 현대젊은이들의 삶의 현실과 이성과의 관계, 그리고 가족 문제 등을 부각시켜 그려낸 작품이다.

한때 국민대다수가 주식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익창출보다는 가계가 파산상태에 이른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에 인터넷을 이용해 가상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주식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인터넷의 확산에 의해 정보의 소통이 원활해지고, 기존 주식투자 방식이 브로커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높다는 점에서, 증권회사들은 최근 인터넷을 통한 증권투자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 주식투자는 전체 거래건수 비중의 60%를 상회할 정도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이 사실이다. 인터넷 주식투자가 활발한 것은 인터넷을 통한 투자정보 획득이 용이해지면서, 기존에 브로커에 의존한 정보획득의 필요성이 감소되었고, 수수료가 저렴하며, 매매주문 결과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시간·공간적 제약이 사라짐에 따라 업무수행이 편리해졌으며, 다양한 서비스와 금융상품이 출현한 점 등을 들 수 있다.

무대는 마치 커다란 접고 펴는 부채를 펼쳐놓은 듯한, 배경과 그 앞에 컴퓨터를 올려놓은 탁자가 세 개나 있다. 배경에 주식관련 자막이 영상으로 투사된다. 극의 진행에 따라 침대구실을 하는 대도구를 들여오고, 술병과 술잔이 비치되기도 한다. 펼친 부채 같은 벽 사이로 출연자들이 등퇴장을 한다.

임용 직 고시공부를 하다가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게 된 주인공이, 투자로 번 돈을 다시 투자로 날리고, 형 집에 더부살이 신세가 된다. PC방을 운영하는 형수이기에 형편이 아주 나쁠 리는 없지만, 동생을 장기간 무작정 데리고 살 수는 없기에, 형수는 시동생인 주인공에게 생활비라도 보태달라고 요구한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알바를 하거나, 임시직으로 근무를 하지만, 나이가 34세나 된 주인공은 제대로 된 직장도 얻어야 하고, 결혼을 해야 할 나이이기에,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주식투자에 기대를 하는 수밖에 없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물론 비슷한 나이의 여자 친구가 있기는 하다. 수의과를 나와 유기 견을 취급하는 여인이다. 주워다 기른 유기견이 다섯 마리나 된다니, 그 치다꺼리 하랴, 애견센터 일을 하랴, 역시 노처녀로 세월만 흐를 뿐이다. 주인공과 여자 친구는 가끔 만나 음주로 우정을 다진다.

어느 날 형수가 관리를 하는 PC방에 이상한 손님이 등장한다. 이 손님은 PC방에서 기거를 하다시피 하며, 인터넷 게임에 골몰하는 것으로 설정된다. 형이 갑자기 부상을 당해, 형수가 형을 데리고 병원으로 간 동안, 주인공이 형수대신 PC방을 지니면서 이 손님과 대면을 하게 된다. 그러든 어느 날 이손님이 건물 2층인 PC방 유리창 아래로 뛰어내려 행방을 감춘다. 이러한 사실을 형수가 주인공에게 달려와 이야기를 하니, 주인공은 PC방으로 간다. 그 손님이 자리 잡은 컴퓨터 화면에는 “성공이다”라는 영문글자를 남긴 채, 그 손님은 5m 아래로 뛰어내려 행방을 감춘 것이다.

며칠 뒤 신문과 방송으로 도심에 침팬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면서, 그를 잡으려고 인원이 동원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런데 그 침팬지 사나이가 추적을 피해 주인공의 방으로 도망을 쳐 들어온다. 그 침팬지 사나이가 바로 PC방에서 행방을 감춘 손님이다. 그 사나이는 “자신은 곧 자바 섬으로 갈 작정”이라며, 주인공에게 우선 검단산 부근으로 데려다 주기를 청한다. 주인공은 형의 차로 침팬지 사나이를 검단산 부근으로 피신시켜준다.

얼마 후 주인공은 주식투자로 3억 원가량을 벌게 된다. 수의사인 여자 친구와도 만나 음주로 우정을 재확인한다. 과음으로 주인공이 몸을 가누지 못하자, 여자 친구는 주인공을 업어다 방으로 데려다준다. 하이힐 굽이 부러질 정도로 힘을 들여서….

며칠 뒤, 형수가 큰일 났다고 하며 등장해, 자신이 형 몰래 주식투자를 했는데, 손실이 2억 7천 만 원이나 돼, 집을 팔아야 한다고 하며 통곡을 하는 장면이 벌어진다.

주인공은 형수의 손실액을 갚아주고, 남은 3000만원으로 한 건물에 옥탑 방에 거소를 정하고, 주식투자에 다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로 결심하고, 임용 직 고시공부를 다시 하는 한편, 학원 강사직을 맡아 출퇴근을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유기 견을 잡으러 다니는 여자 친구와 길에서 만난다. 주인공은 여자 친구를 옥탑 방으로 초대한다.

옥탑 방에서 주인공은 자바 섬으로 간 침팬지 사나이의 안부와 소식을 듣는다. 배경에는 침팬지 사나이의 모습이 망사를 통해 드러난다. 그 때 여자 친구가 작업복이나 수의사 복이 아닌, 깔끔하고 예쁜 복장차림으로 유기 견 담는 상자 곽을 들고 등장한다. 여자 친구가 내민 상자를 받으며, 주인공은 그녀를 반기고, 자신도 준비한 상자 곽을 여자 친구에게 준다. 여자 친구가 열어본 상자 속에는 예쁜 숙녀화 한 켤레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정충구가 주인공, 박세진이 여자친구, 이승철이 침팬지 사나이, 김서원이 침팬지, 김로사가 형수, 그리고 조용환 등 출연자 모두의 호연과 열연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예술감독 이동훈, 무대디자인 이주은, 영상디자인 이남훈, 음향디자인 이가람 김종화, 의상디자인 김인옥, 소품디자인 감양희, 분장디자인 박주병, 움직임지도 천창훈, 음악 투어리스트, 연출부 양재찬 윤진 이현정, 인쇄디자인 김훈일, 프로듀서 임 밀, 대외협력 김인수, 기획 고온문화예술,홍보 으랏차차 스토리 등 제작진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일치되어, 공연예술제작소 비상의 김태수 작, 김정근 연출의 <내 안에 침팬지가 산다>를 두고두고 생각나도록 하는 독특한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7, 극단 대하의 최인호 작 마흥식 예술감독 박팔영 연출의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고(故) 최인호 작, 마흥식 예술감독, 박팔영 연출의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를 관람했다.

극단 대하는 1978년 연출가 김완수(金完守1942~2013)가 중심이 되어, 연기자 지계순(池季順)·이영후(李榮厚) 등과 창단한 극단이다. 김완수 연출가의 작고 이후 첫 공연이다.

소설가 최인호(崔仁浩 1945~2013)는 서울 태생으로 서울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으며,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견습환자>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초기소설은 산업화의 과정에 접어들기 시작한 한국사회의 변동 속에서 왜곡된 개인의 삶을 묘사하는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물신주의의 팽배, 인간 가치의 타락 등을 풍자하고, 비인간화되고 있는 삶의 공간에서 개인의 존재와 그 삶의 양태를 다양한 기법으로 묘사하고 있는 그의 작품으로는 <술꾼>(1970), <모범동화>(1970), <타인의 방>(1971), <병정놀이>(1973), <죽은 사람>(1974) 등으로 이어지는 단편소설들을 들 수 있다 소설 <타인의 방>으로 1972년도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1970년대 후반에 발표한 <가면무도회>(1977), <다시 만날 때까지>(1977), <돌의 초상>(1978), <깊고 푸른 밤>(1982), <위대한 유산>(1982) 등은 인간소외의 현실과 그 문제성을 보다 진지하게 추구함으로써 한국소설문단에 기법과 정신의 새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한국사회의 새로운 문제점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노인의 소외문제를 다루고 있는 <돌의 초상>은 인간내면의 이중적인 속성을 날카롭게 지적하여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1970년대의 정치‧사회적 현실로부터 도피하여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부랑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고통스런 삶의 내면풍경을 그리고 있는 <깊고 푸른 밤>은 뛰어난 묘사력과 치밀한 구성으로 자유의 이념을 새롭게 부각시키고 있다. 이 소설은 1982년도 이상 문학상 수상작이 된다. 이 작가의 문학세계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측면은 <별들의 고향>(1973), <바보들의 행진>(1973), <적도의 꽃>(1979), <고래사냥>(1982), <겨울 나그네>(1983) 등으로 대표되는 신문연재소설을 통한 소설의 대중적 기반 확대이다. 그는 <별들의 고향>을 발표하면서부터 최고의 대중적 작가로서 인기를 누리게 된다. 그는 1970년대 문단에서 소설의 상업성에 대한 논란이 있을 때마다 그 표적이 되기도 하였지만, 도시적 감수성, 섬세한 심리묘사, 극적인 사건 설정 등의 덕목을 갖춘 대중소설을 통해, 소설의 대중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확대시켜 놓고 있다.

그의 장편소설은 앞의 작품 이외에도 <내 마음의 풍차>(1973), <도시의 사냥꾼>(1976), <천국의 계단>(1978), <불새>(1979), <지구인>(1981), <잃어버린 왕국>(1985) 등이 있다. 작품집으로 <길 없는 길>(1993), <별들의 고향>(1994), <깊고 푸른밤 외>(1995), <타인의 방>(1996), <사랑의 기쁨>(1997), <내 마음의 풍차>(1999), <상도(商道)>(2000), <해신>(2003),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2004), <유림>(2006), <머저리 클럽>(2008)등이 있다.

무대는 커다란 고목 한그루가 배경 가까이 서있다. 고목 아래 동이에는 직사각의 공간이 흡사 문처럼 만들어져 있다. 무대 좌우에 출연자들이 올라서거나 걸터앉을 수 있는 단이 마련되고, 귀에 익은 음악과 특히 <메기의 추억>이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로 사용된다.

연극은 도입에 작가가 등장해 어린 시절 어머니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어머니는 <메기의 추억>을 즐겨 불렀으며, 12세까지 어머니와 함께 목욕탕에를 다녔고, 키가 작아 9세라고 속여, 어머니가 늘 여탕으로 데리고 들어갔던 이야기, 학교에서 학무모를 부르면, 자신의 어머니의 나이 들고 초라한 모습 때문에, 학우들이나, 학부모 사이에 어머니가 아닌 할머니로 불리던 이야기가 <메기의 추억>과 함께 소개된다. 그리고 처음 자전거를 배웠을 때, 부주의로 젊은 여인에게 부딪혀, 잘 걷지 못하는 여인을 자전거에 태우고 그 여인이 근무하는 이발소까지 태워다 준 일, 그리고 자전거 뒷자리에 앉아 자신을 꼭 보듬어 안았던 여인의 감각을 떨치지 못해, 그 여인의 이발소를 찾아간 이야기, 또 한 번은 대학 등교 길에 자전거로 여대생과 부딪히게 되고, 그녀와의 인연과 그녀와 피어오른 사랑이, 결혼을 약속하기에 이르고,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의 반대의사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설득해 결혼에 골인하는 이야기 등이 작가의 해설과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두 연기자에 의해 극에 묘사된다.

노년에 환자이동의자에 몸을 의지하는 어머니와 작가의 간병모습이 펼쳐지고, 영화감독일로 일개월간 미국여정에 들어가고, 미국체류 중, 작가의 꿈속에 어머니가 나타난다. 아픈 모습이 아니라 말끔하고 산뜻한 모습이다. 그리고 얼마 후, 아내로부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과 장례를 잘 치렀다는 전화를 받는다. 작가의 충격과 슬픔은 객석전체를 눈물바다로 만든다.

대단원에서 작가의 회상 속에, 어머니는 <메기의 추억>과 함께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모습으로 작가에게서 멀어져 간다.

마흥식이 최인호 작가로 출연해 일생일대의 명연을 보인다. 김태희가 어머니로 출연해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김호영이 영화배우로 출연해 중후한 연기로 관객의 눈길을 끈다. 김성남, 이상우, 깅승원, 이종의, 최재호, 김미경, 정현아, 감상엽, 박병건, 유재성, 김정현, 송지나, 류경우 등 극단대하단원과, 박숙자, 최숙희, 이승화, 김가연, 이영재, 이정식 등 대하 연극교실 단원들, 그리고 박상준, 김유림, 유송희, 한지은, 김소연, 추경희 등 협력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호흡일치는 연극을 성공으로 이끌어 간다.

무대예술감독 손현석, 운영위원 박성원, 음향제작 한 철, 조연출 정현아, 연출부 김가연, 조명 김종호, 조명보 박초록, 음향 심정철, 무대제작 민병구, 사진 장은옥, 분장 김정현 등 제작진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공연에 반영되어, 극단 대하의 최인호 작, 마흥식 예술감독, 박팔영 연출의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흥미와 동시에 감동을 맛볼 수 있는, 친 대중적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8, 극단 독립극장의 천정완 작 배건탁 연출의 수안보를 보고

스타시티 TM스테이지에서 극단 독립극장의 천정완 작, 배건탁 연출, 김민호 예술감독의 <수안보>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수안보라는 라이브 클럽에서 악사노릇을 하는 60대 남성과 노래를 부르는 중년 여가수, 그리고 지배인과 종업원, 그리고 신참여가수가 보여주는 삶의 단편이다.

무대는 <수안보 라이브 클럽>의 내실이다. 칸막이벽으로 배경을 가릴 수도 있고, 벽을 이동시키면 배경전체가 드러나고, 바로 그 전면에 마치 주렴형상의 차단막이 늘어뜨려져 있다. 이 주렴은 벚꽃으로 묘사가 되기도 한다. 무대 오른쪽에 등받이 긴 나무의자가 있고, 왼쪽에도 긴 나무의자가 있다. 대단원에는 주렴 안쪽 오른편에 긴 나무의자가 보인다. 마이크나 전자기타가 보이지만, 노래는 반주 없이 부른다.

연극은 도입에 나이든 악사가 벚꽃을 찬미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해마다 벚꽃이 피는 계절을 기다리며 산다는 이야기도 한다. 암전이 되고 조명이 다시 들어오면, 수안보 라이브 클럽의 여가수의 고함소리와 함께 젊은 남성 종업원이 중년의 여가수를 손님으로부터 떼어내어 내실로 들어온다. 여가수는 계속 욕지거리를 손님에게 퍼붓고, 종업원은 말린다. 여가수는 손에 든 술병을 입으로 가져간다. 종업원에게 안주를 가져다 달라고 한다. 종업원이 안주를 가져올 때 쯤, 지배인인 실장이 등장하고, 실장의 꾸중에, 종업원은 다시 손님들 있는 곳으로 뛰어나간다. 나이든 악사나, 중년 여가수나, 모두 실장에게 공손한 모습을 보인다. 실장은 이와는 반대로 몹시 거만하고 거친 행동으로 악사와 여가수를 대한다. 어쩌면 출연 장소를 구하기 어려운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악사와 가수들의 현실인 듯싶다.

나이든 악사는 오래전에 헤어진 딸을 수소문해 찾고, 여가수는 노래와 술과 손님접대로 세월을 보내는 성싶다. 그런데 젊은 남자종업원은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위인 이 여가수를 좋아하고, 여가수의 생각과는 관계없이 그녀를 결혼상대로 생각한다.

이들의 생활 속으로 신참 여가수가 등장한다. 젊고 매력적인 모습에, 가수로의 첫발을 라이브 클럽에서 딛는다는 설정이다.

친딸을 찾기 위해 흥신소에 돈을 입금시키는 나이든 악사의 끈질긴 의지가 휴대전화 통화로 나타나고, 경남 사천에서 악사가 찾는 인물과 흡사한 사람을 보았다는 통화소리에, 악사는 그길로 사천으로 내려간다.

다음날 업소에 서너 시간 지각을 한 악사에게, 실장은 그만두라고 못을 박는다. 악사가 사정을 해보지만, 실장에게는 통하지를 않는다. 지켜보던 여가수가 한번만 봐드리라고 실장을 달랜다. 그래도 꿈쩍 않으니, 여가수는 다가가 몸을 밀착시킨다. 그러자 겨우 실장은 마음을 돌리고, 여가수에게 다가간다.

신참여가수는 나이든 악사에게 관심을 보인다. 두 사람은 벚꽃 잎이 흩날리는 외진 장소로 산책을 나가고, 나이든 악사가 꽃을 꺾어다 주면서 두 사람은 나이를 초월해 가까워진다. 신참 여가수가 나이든 악사에게 우리 사귀자는 이야기를 하니, 악사는 딸 같은 나이의 여가수에게 안 된다고 거절을 한다. 그러나 신참여가수가 살포시 다가가니, 마지못해 응하지만 악사의 진심이 은연중 전달된다. 신참 여가수는 망사목도리를 풀어 돌돌 손에 감아쥐고, 악사에게, 이 망사목도리를 단추라고 생각하고 꽉 눌러, 과거를 지워버리고, 인생을 다시 시작할 의향이 없느냐고 묻는다. 악사는 과거를 지우지 못하겠노라고 한다. 지워보았자, 똑같은 인생이 되풀이 될 것 같다면서.

라이브 클럽 실장과 나이든 여가수가 가까워지니, 이 여가수를 좋아하는 종업원의 심정이야 오죽하랴? 종업원은 항의를 하고 애원도 하지만, 여가수의 태도는 완강하다. 물론 젊은 종업원의 장래를 위해 애써 냉정함을 나타내 보이는 것이지만.

장면이 바뀌면 여가수의 고함과 함께 종업원이 여가수를 말리며 내실로 끌고 들어오고, 이번에는 실장이 여가수에게 행패를 부린 손님을 때려 쫒아 보냈다며, 주먹을 만지며 들어온다. 여가수가 실장에게 다가가 손목을 어루만져준다. 실장과 여가수가 입을 맞추는 모습을 바라보는 종업원의 일그러진 얼굴에서 암전된다.

젊은 가수와 사랑을 나누게 된 나이든 악사는 인생을 바꾸기로 결심을 하고, 대중음악과 관련된 선발대회에 출전해 수상을 하고, 음반도 내게 되고, 매니저까지 생긴다. 악사는 기쁜 마음으로 신참 여가수에게 제일 먼저 전화로 소식을 전한다. 사랑한다는 소리와 함께. 그런데 신참여가수는 의외로 냉정함을 보이고, 꿈 깨라며 전화를 끊는다.

장면이 바뀌면, 나이든 여가수는 임신한 것으로 알려지고, 실장은 임신중절을 하라고 냉정하게 이야기하면서 여가수로부터 돌아선다.

나이든 악사와 종업원이 여가수가 입원한 산부인과 앞에 앉아있다. 악사는 종업원에게, 너밖에 없으니 여가수를 잘 보살펴드리라고 이야기한다. 종업원은 두 말 않고 성큼 병실로 다가간다.

장면전환과 함께 어느새 맺어졌는지 실장과 신참 여가수가 나란히 서있다. 함께 어디로 떠날 행색이다. 그러자 신참여가수가 수중에서 돈 봉투를 꺼내 실장에게 주면서 결별의사를 나타낸다. 실장은 돈 봉투와 신참을 번갈아 보다가 돈 봉투를 품에 챙기고는 두말 않고 사라진다.

신참여가수는 나이든 악사에게 전화를 한다. 자신은 수안보로 가겠노라고, 그리고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며 전화를 끊는다.

대단원에서 주렴 안, 긴 나무의자에 앉아있는 신참 여가수의 모습은 누군가를 아련히 기다리는 듯싶다, 그 때 나이든 악사가 객석 뒤로부터 걸어 내려와, 벚꽃 잎이 눈처럼 흩날리는 무대를 가로질러 주렴 안쪽, 신참 여가수가 앉아있는 긴 나무의자로 다가간다. 신참여가수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악사가 그녀 옆에 나란히 앉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나이든 악사로 김재건, 나이든 여가수로 원영애, 신참 여가수로 권기대, 실장으로 홍성인, 젊은 종업원으로 류대식이 출연해 탁월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아련한 감상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예술감독 김민호, 조연출 신동길, 무대디자인 임은지, 조명디자인 조성오, 의상 이승무, 음악감독 작곡 신사빈, 분장 김지예, 사진 하형주, 음향 한 철, 다자인 김 솔, 음향오퍼 최수진, 조명오퍼 김재경, 기획 팀 플레이, 조성종, 이 난, 이문호, 김형준, 서진영, 김은혜, 차승용, 천정우 등 제작 진 전원의 힘이 하나가 되어, 극단 독립극장의 천정완 작, 배건탁 연출의 <수안보>를 벚꽃 잎이 함박눈처럼 흩날리듯, 한편의 아름답고 향기로운 감상의 세계로 관객을 인도한다.

9, 명동예술극장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김종환 역, 고연옥 윤색, 김광보 연출의 <줄리어스 시저>

명동예술극장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김종환 역, 고연옥 윤색, 김광보 연출의 <줄리어스 시저>를 관람했다.

<줄리어스 시저>는 기원전 44년 3월 15일에 발생한 시저의 암살사건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이 극에서 고대 로마의 공화정과 왕정의 두 다른 정치체제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을 다루면서, 사실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조 시대의 현실정치를 반영하고 있다. 셰익스피어 당시에 시저를 왕정주의자로, 브루투스를 반 왕정주의자로 묘사하고, 로마의 원로원을 영국의 왕실로, 시저를 왕정의 반역자로 설정했다. 셰익스피어는 시저와 브루터스의 죽음을 통하여 한편으로는 왕정수호의 정당성과 다른 한편으로는 절대왕정의 위험성을 그려낸다. <줄리어스 시저>의 탁월한 점은, 이러한 정치적 주제가 시저, 브루터스, 안토니, 카시어스 등의 연설과 행동으로 관객에게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전달된다. 이런 것으로 <줄리어스 시저는> 지난 450년 동안 계속 읽혀지고 공연이 된 것이다.

희곡 <줄리어스 시저>에서는 시저의 죽음이 작품의 주제가 된다. 극의 전반부에서는 브루터스와 카시어스를 위시한 반 시저주의자들이 독재정치에 반대해 시저의 암살을 모의한다. 카시어스는 브루터스에게 시저가 왕이 될 경우 일인 독재정치로 얼마나 신음할 것인가를 설명하고 브루터스는 로마의 정의를 위하여 시저를 제거하는데 동참할 것을 결심한다. 카시어스는 카스카, 트레보니어스, 리가리어스, 메텔러스 심버, 시나 등의 인물들과 암살계획을 모의한다. 브루터스는 부인 포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행위가 개인적인 원한이 아닌 로마의 자유를 위한 행동임을 강조한다.

시저는 부인 칼파니아와 예언자 아르테미도러스 경고에도 불구하고 원로원에 출근을 한다. 때는 기원전 44년 3월 15일이었다. 메텔러스 심버가 동생의 시민권을 복권해 달라고 간청을 하는 척하는 사이, 시저를 둘러싼 암살자들은 카스카의 구호에 따라 일제히 시저에 달려들어 칼로 찌른다. 브루터스의 마지막 일격을 받은 시저는 “브루투스 너 마저도”(Et tu, Brute?)라는 말을 남기며 쓰러진다. 시저의 죽음 이후 브루터스 일당이 로마를 잠시 장악하지만, 시저의 장례식 때 안토니는 “저는 시저를 장사하러 왔지, 칭찬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로 시작되는 명연설을 통하여 로마시민들을 선동한다. 결국 그는 암살자들을 로마에서 축출하고 정세를 반전시킨다.

4막에서는 3막까지의 긴박감과 생동감이 반감이 된다. 제1차 삼두정치의 주인공이 될 안토니, 옥타비어스, 레피더스가 모여, 시저의 암살에 가담한 자 중 처형자의 명단을 작성한다. 한편 시저 암살의 주역인 브루터스와 카시어스가 군자금과 관련하여 감정대립을 하지만 두 사람은 곧 화해를 한다. 이어서 브루터스와 카시어스는 안토니와 옥타비어스의 연합군과의 전투를 준비한다. 홀로 진영에서 밤새 책을 읽고 있는 브루터스의 눈앞에 시저의 망령이등장해 그의 죽음을 암시한다.

5막에서는 브루터스와 캐시어스의 군대가 안토니 옥타비어스의 군대와 싸우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브루터스는 옥타비어스의 군대에게 승리를 거두나, 카시어스는 안토니의 군대에 패배한다. 카시어스는 절망한 나머지 노예에게 자신을 죽여 달라고 하고, 후에 브루터스도 친구의 도움을 받아 자결한다.

대단원에서 안토니가 등장하여 브루투스가 진정한 로마인이었음을 칭찬하고 시저 암살 후 2년 동안 계속된 로마의 내전이 종식되었음을 선포한다.

무대는 전체를 철조망으로 가린 4각의 공간 안에서 펼쳐진다. 무대 가운데에 두 개의 기둥이 천정까지 연결되어 있다. 철조망 중앙과 무대 좌우에 문이 달려 등퇴장 로가 되고, 철조망 밖으로 무대 양쪽에 의자를 늘어놓아, 출연자들의 대기 장소가 되기도 한다.

이 연극에서는 원작과는 달리, 여자배역은 윤색과정에서 삭제되었다. 출연자들의 의상은 현대의상에, 버버리 코트나 레인코트 형태의 긴 윗도리를 착용하고, 줄리어스 시저만 백색의 긴 코트를 입는다. 전쟁장면에는 각자 검을 들고 대결한다. 출연자들의 성격창출이 거의 완벽에 가까울 뿐 아니라, 출연자들이 철조망 안팎으로 들락거리며 달리거나, 원을 그리거나, 기둥을 기어오르거나, 결투를 하는 장면 하나하나가, 조화를 이루고 호흡이 일치되는 모습에서, 연습과정에서 철저한 훈련을 받은 병사들로 느껴질 정도이다.

대단원에서 출연자 전원이 검을 뽑아들고 한데 모여, 마치 사진을 찍듯이 정지된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손종학이 줄리어스 시저, 윤상화가 부루터스, 박호산이 안토니, 정태화가 시인이자 아르테미도러스, 강진휘가 카스카, 박완규가 카시어스, 김정환이 데시어스, 강학수가 트리보니어스, 문호진이 미텔러스, 김송일이 리가리어스, 유영욱이 스트라토, 민상오가 루실리어스, 정준호가 병사, 박세기가 루시어스, 정연준이 케이토, 손석태가 옥타비어스로 출연해 호연과 열연으로 관객의 시선을 극에 집중시킨다.

박동우 무대디자인, 김창기 조명디자인, 김지연 의상디자인, 의희순 소품디자인, 이동민 분장디자인, 장한솔 음악감독, 이국호 무술감독, 금배섭 안무, 이보미 전윤환 조연출, 박주영 제작AD 등 제작 진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돋보여, 명동예술극장(극장장 구자흥)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김종환 역, 고연옥 윤색, 김광보 연출의 <줄리어스 시저>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10, 극단 산울림의 이강백 작 임영웅 심재찬 연출의 챙

산울림 소극장에서 이강백 작, 임영웅 심재찬 공동연출의 <챙>을 관람했다.

이 연극의 부제는 <어느 교향악단의 심벌즈 연주자 이야기>다.

이강백(李康白)은 1947년 전북 전주 출생으로,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다섯」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이후 이강백은 1970년대의 억압적인 정치‧사회 상황 하에서 제도적인 폭압 체계를 상징적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한 작가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그는 제도적인 폭압 하에서 신음하는 개개인의 비극적 현실을 보여주기보다는 그러한 현실 이면에서 횡행하고 있는 권력의 위선을 폭로하는 데에 더욱 주안점을 두었다 <셋>(1972), <알>(1972), <파수꾼>(1974) 등이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후의 작품들, 곧 <결혼>(1974), <보석과 여인>(1975) 등부터는 그러한 제도적인 면 뒤의 인간적인 보편성까지를 추구하고자 하는 시도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의 우화적인 장치는 1980년대의 <족보>(1981), <쥬라기의 사람들>(1982), <호모 세파라투스>(1983), <봄날>(1984) 등의 작품에 와서는 상징주의 혹은 서사극적인 기법으로 바뀌고, 주제 면에서도 정치‧제도 등의 외적인 한계에 직면한 인간의 모습보다는 운명적 조건하에서의 인간 본성의 탐구라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지게 된다. 이러한 주제들은 <유토피아를 먹고 잠들다>(1987), <칠산리>(1989), <물거품>(1991), <동지섣달 꽃 본 듯이>(1991) 등의 작품에 이르러서는 훨씬 더 삶의 본질적인 태도를 묻는 형이상학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의 탐구로 접근해 간다.

이 점은 민족현실을 취급하고 있는 작품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분단문제를 다룬 <칠산리>에서는 전쟁의 화약 냄새를 풍기지 않으면서도 분단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우리의 의식 속에 깊은 상흔으로 남아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편 <동지섣달 꽃 본 듯이>는 우리 사회의 정치‧종교‧예술의 모습을 우리 고유의 정서 속에서 보여주고자 한 작품으로서, 그가 추구해 온 ‘겹침효과’의 방법이 설화구조 속에서 효과적으로 빛을 발휘하였다.

그는 <북어대가리>(1993), <자살에 관하여>(1994) 등을 발표하는 등 꾸준한 창작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1982년 동아연극상, 1983년 한국희곡문학상, 1985년 베네수엘라 제3세계 희곡경연대회 특별상, 1986년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96년에는 <영월행 일기>로 제4회 대산문학상 희곡 부문 수상, 1998년에는 <느낌, 극락 같은>으로 제5회 우경문화예술상을 수상하였다.

우화와 비유로 충만한 비사실주의 작품을 주로 써서 ‘알레고리의 작가’라는 별명이 붙었으며, 작품 세계는 인간의 실존적 고뇌를 정교한 논리로 구성한 것이 특색이다. 등단 이후 거의 해마다 창작 희곡을 내놓았고, 그 가운데 11편은 서울연극제 무대에 올랐다. <이강백 희곡전집>이 평민사에서 간행되었다.

이강백은 1982년에서 1990년까지 크리스천 아카데미 문화부장을 지냈고, 1990년에서 1997년까지는 동아 연극상 심사위원을 맡았다. 한편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강사, 중앙대학교 대학원 강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강사, 객원교수 등을 지내고, 2003년부터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연극 <챙>은 서울 그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이자 심벌즈 연주자였던 함석진이, 비행기 추락사를 당한 1년 뒤, 그를 추모하는 모임에서 미망인인 이자림이라는 부인을 초청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박한종과의 대담으로, 함석진과 그녀와 만남과 사랑, 그리고 결혼해 자녀 셋을 낳고,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으로 연주여행을 한 사연을 들려준다.

뉴욕 연주에서는 심벌즈를 두드리지 않은 일이 발생했는데, 그와 관련한 기사를 쓴 기자가, 연주자가 졸다가 심벌즈를 울리지 않았다고, 비하하는 기사를 써, 그 책임을 지고 함석진은 악단에 사직서를 제출한다. 그런데 사실은 연주 시에는 지휘자의 신호가 있어야 심벌즈를 치기로 되어있었기에, 지휘자인 박한종이 연주에 몰두해 신호를 하지 못했기에 일어난 일이라, 박한종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사직서를 제출한다. 그러자 단원들 전원이 동조사직원을 제출하는 바람에, 담당자가 그 일은 없던 일로 결정이 된 일화가 소개가 된다.

동남아 연주 여행 시에는 부족 간에 전쟁이 벌어져, 총성이 요란해, 연주를 중단하려고 했으나, 함석진의 격려하는 듯한, “챙”하는 심벌즈 소리에 연주를 끝까지 한 이야기와, 교향악단 연습실 부근에 해마다 피던 목련화가 어느 해인가, 봄이 한창인데도 목련화가 꽃피울 생각을 안 해, 아마 목련화 나무가 죽은 모양이라고 다들 생각할 때, 함석진이 목련화 주위를 돌며, 힘차게 심벌즈를 두드렸는데, 그 다음날 나무에서 꽃망울을 내밀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함석진은 안산에서 경비행기회사를 운영하는 친구와 가끔 비행을 하며, 경치관람을 즐겼는데, 어느 날 돌연 경비행기가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런데 조종사의 시신은 발견이 되었으나, 함석진의 시신은 1개월이 지나도 발견되지 않았고, 1년이 경과했어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1년 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심벌즈 연주자 함석진의 추모모임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그 자리에서 함석진과 이자림이 소시 적, 심벌즈 소리 때문에 티격태격하다가 차츰 정이 들고, 한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이자림이 우연히 관람한 연주회에서 함석진의 연주모습을 보게 되고, 바로 그날 두 사람은 해후를 하게 되면서 사랑을 꽃피우고, 부모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게 된 사연도 함께 펼쳐진다. 부모님 역을 할 즉석연기자를 객석에서 데려다 연극에 동참시킨다.

대단원에서 함석진의 유서가 공개가 되고, 심벌즈는 다음 연주자에게 승계되듯 전해진다.

배경 막에는 서울 그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의 연주모습 대형사진이 보인다. 음악은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을 비롯해,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비발디의 사계,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 요한슈트라우스의 왈츠, 브람스의 교향곡 등 귀에 익은 연주곡이, 서울 그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축음기를 통해 들려나온다.

한명구가 서울 그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손봉숙이 함석진의 부인 이자림으로 출연한다. 대담형식이지만 바탕에 깔린 심벌즈 연주자 함석진의 예술가로서의 의지와 인간적 면모가 교향악의 연주와 함께 객석에 자연스럽게 전달되면서, 관객 하나하나의 가슴 깊은 곳까지 그의 일화가 음악과 더불어 스며든다.

 무대 박동우, 조명 김종호, 음향 한 철, 음향오퍼 정나연, 조명오퍼 연태양, 진행 최수지, 사진 이지락, 인쇄물 디자인 올 디자인 그룹, 홍보 마케팅 바나나문 프로젝트 등 제작진 모두의 기량이 은근히 들어나, 극단 산울림의 이강백 작, 임영웅 심재찬 공동연출의 <챙>을 한편의 고품격 예술연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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