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젊은 연출가전 공연총평/ 박정기

2014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젊은 연출가전 공연총평

 

1, 극단 연미의 이성권 작·연출의 <심생>

 

성수아트홀에서 한국연극연출가협회(대표 김성노)의 젊은 연출가전, 극단 연미의 이성권 작·연출의 <심생>을 관람했다.

 

<심생>은 정조의 독서와 관련된 이야기다. 요절한 영조의 큰아들 진종(眞宗)의 후사로 왕위에 오른 정조는 세손 시절부터 위험한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그 고난의 시절을 오직 독서를 통한 경명행수(經明行修)로써 이겨 낸 정조는 즉위하고 나서 그 감회를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내가 밤잠을 안 자고 독서하다가 새벽닭이 울고 나서야 잠자리에 든 것이 몇 날 몇 밤이던가.”암살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새벽까지 잠을 줄여 가며 독서하였던 정조. 그는 학문 정진의 방안으로 ‘독서기’를 만들었다. 어려서부터 읽은 책을 경사자집(經史子集)으로 분류하여 각각의 책 아래 편찬자와 의례를 적어 넣고 자신이 읽은 해와 독후감을 써넣은 것이다. 그는 24세에 왕위에 오르고 나서도 계속 독서하면서 틈이 날 때마다 ‘독서기’를 들여다보며 즐거움을 삼았으며 또한 경계하여 반성하는 바도 많았다고 스스로 회고했다.“매양 눈오는 밤이면 달빛에 비추고 언 붓을 입김으로 녹이며 공부하는 한사(寒士)나 궁유(窮儒)를 생각하고는 스스로를 일깨웠다.”정조의 학구 생활은 고행에 가까웠으며 진실한 ‘선비(士)’의 전형이었다.

 

정조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정치적 위협을 당하는 와중에도 탕평책과 수원 화성축조, 측우기 개발, 규장각 설립 등 다양한 정책을 펼쳐 백성들에게 추앙받은 임금으로 역사에 기록된 인물이다.

 

그러나 실용적 학문을 지향하고 문학적 학문을 지양한 정조의 시대는 ‘문체반정’이라는 문화정책으로 인해, 선비와 백성이 문화적 향유를 즐길 수 없는 시대이기도 하였다.

 

이성권 작가 겸 연출가는 문화적으로 핍박 받았던 시대에도, 문학적 뜻을 굽히지 않았던 선비이자 작가 였던 ‘이옥(李鈺 1760~1812)’의 작품을 참조해 연극 <심생>을 집필했다.

 

이 연극은 정조15년, 자신의 왕권을 강화하기위한 수단으로 문체반정정책을 실시하던 때의 이야기다.

 

정조의 스승이자 당시 이조참판이던 남유용의 아들 유생 남공철이, 어명으로 불태워버리라는 책 중 한 권을 호기심에 의해 읽게 되면서 시작된다. 남공철이 책을 읽는 것을 성균관 동료들에게 들켜, 그 책을 빼앗기고, 동료 유생들두 명이 그 책을 읽게 된다는 설정이다.

 

급기야 정조의 손에까지 들어간 한권의 패관소설. 그것을 알게 된 정조의 모친 혜경궁 홍 씨는 그 책의 유포가 의도적이라며 유포자를 찾으려한다.

 

그 책을 읽으며, 정조는 그 책의 주인공이 된 느낌으로 내용에 심취하게 되고, 책의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져 마음을 빼앗기지만, 결국 책의 내용처럼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결말이 나고, 그 책의 저자가 이조판서나 그의 아들이 아닌, 아득한 옛날 정조 자신이 지은 이야기라는 것을 기억해 내면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연극은 본격 사극처럼 시작이 되다가, 책의 이야기 속 인물들이 무대에 등장하면서, 현실과 상상세계를 넘나들며, 시대를 초월한 사랑의 이야기로 변모한다. 김민기와 신중현이 작곡한 명가요가 김민기, 양희은 그 외 가수들의 노래로 연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이성권과 윤자원의의 타악이 절묘하게 극에 어우러져 속도와 비중을 조절하며 강조도 한다.

 

신문지나 한지로 만든 의상과 전통 궁중의상은 극의 현실과 상상세계를 구분시켜주고, 바퀴달린 이동탁자나 용상등을 활용한 연출력이 감지되는 공연이기도 했다.

 

이종렬, 최유미, 이남호, 이원범, 이하늬, 이광용, 정윤경, 박선영, 남아름, 양예은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관객을 극에 심취토록 만들고, 이성권과 윤자원의 타악도 극적 분위기를 100% 상승시킨다.

 

조연출 박정아, 무대디지인 정세영·배진영, 조명디자인 남궁진, 음향디자인 유종진, 의상디자인 고(故) 이은샘, 기획팀 서민우·문정웅, 음향오퍼 김용준, 조명오퍼 박정아 등 제작진의 열정이 드러나, 한국연극연출가협회의 젊은 연출가전, 극단 연미의 이성권 작·연출의 <심생>을 한국연극의 발전적 장래를 예측하기에 충분한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2, 극단 홍차의 홍영은 작 연출의 <그냥 청춘, 가을>

 

성수아트홀에서 한국연극연출가협회의 젊은 연출가전 극단 홍차의 홍영은 작·연출의 <그냥 청춘, 가을>을 관람했다.

 

이 연극은 고교생 연극동아리가 햄릿을 공연하기 위해 전문 연극연출가와 담당선생 그리고 연습과정에서 벌어진 이야기들이 내용이다.

 

필자도 50여 년 전, 고교시절에 <붉은 손들 가운데에서> <탄갱부> <검찰관> 등에 출연한 적이 있기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그냥 청춘, 가을>을 지켜보았다.

 

당시 연출을 한 분들은 명배우 김동원 선생, 실험극장 창단멤버인 연출가 최진하 형, 영화배우 김희갑 선생의 음성녹음을 도맡아 하던 성우 정건우 씨 등인데, 세분 모두 돌아가셨다. 세 분 다 대사와 동작은 물론 디테일까지 지도를 했다.

 

이 연극의 동아리 모임에서는 햄릿을 작품으로 정하고, 남학교이기에 여학생을 찬조 출연시켜 오필리어 역을 맡긴다. 당연히 청소년 성장기이니, 이성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고, 이성으로 해서 급우들 간에 라이벌 의식이 싹트기도 한다. 그리고 초청한 전문 연출가가 무슨 연유인지, 연습을 제대로 진행시키지 않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자리를 비운다. 게다가 연극동아리 담당 여교사와의 애정 때문인지 우정 때문인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다.

 

남학생들 간의 우정도 부각되지만, 이들의 우정이 동성애로 소문이 퍼지기도 한다. 여학생을 향한 연모의 정, 연출가와 여선생과의 애정문제, 남학생이 연상의 여선생을 흠모하는 정경이 전개되면서, 결국 연극은 공연을 못할 상황으로 치닫는다. 대단원에서 연출가가 연극 햄릿의 3막 1장의 명대사를 무릎을 꿇고 읊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아도

참고 견디는 것이 고결한 마음인가, 아니면

무기를 들고 고난의 바다에 대항하여

싸워 끝장내는 것이 더 고결한 마음인가?

죽는 것은 잠드는 것-그 이상은 아니다.

잠들면 마음의 고뇌와 육신이 지니고 있는

수많은 고통을 끝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그것은 열렬히 바라마지 않는 생의 극치인 것이다.

죽는 것은 잠드는 것, 잠들면 꿈도 꾸는 것.

그것이 큰 문제로다. 이 인생의 고난을 벗어났을 때,

그 죽음의 잠 속에서 꾸는 꿈은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고

모든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할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인생의 재앙을 견디어내는 데 대한 설명이 있다.

 

그렇지 않다면 누가 시간의 조소와 채찍을 견디어내며,

압제자의 횡포와 오만한 권력자의 멸시.

버림받은 사람의 고통, 재판의 지연, 관리들의 오만,

덕 있는 사람에게 가해지는 비열한 사람들의 오만불손을

참고 견디겠는가?

한 자루의 단도로 쉽게 끝낼 수 있는데도. 다만 한 가지,

죽은 뒤의 불안-그 어떤 나그네도 돌아온 적이 없는

저 미지의 나라에 대한 불안-이 결심을 망설이게 하고,

알지 못하는 저승으로 날아가느니 차라리 현재의 재앙을

견디게 하지 않는가?

이와 같이 심사숙고는 우리를 겁쟁이로 만들고,

생생한 결의의 혈색도 창백한 근심으로

병든 모습을 보이게 하고,

상당히 가능성 있던 중대사도

그 흐름의 방향을 잘못 잡아 실행의 명분을 잃게 한다.

 

공재민, 송인경, 문주희, 안종철, 정문선, 김민석, 김길상 등 출연자들의 호연과 성격창출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이수민, 조명디자이너 차재영, 의상디자이너 홍정희, 무대 제작 이정현, 티켓담당 신혜옥, 무대진행 강수영·우희영 등 스텝의 노력이 드러나, 한국연극연출가협회(회장 김성노)의 젊은 연출가전 극단 홍차의 홍영은 작·연출의 <그냥 청춘, 가을>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3, 극단 광대모둠의 조지 오웰 작 최해주 각색 연출의 동물농장

 

성수아트홀에서 2014 한국연극연출가협회의 젊은 연출가전 극단 광대모둠의 조지 오웰 작, 최해주 각색·연출의 <동물농장>을 관람했다.

 

<동물 농장>(動物農場, Animal Farm)은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이 1945년에 출판한 풍자 소설이다. 표면적인 내용은 한 농장에 살던 동물들이 주인을 쫓아내고 직접 농장을 운영하지만, 결국은 부패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동물 농장>에는 소련의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들어 있다. 그래서 반공주의소설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재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은 실제로 이오시프 스탈린이 집권하던 소련에서 생긴 사건에 기반한다. 조지 오웰은 한동안 영국독립 노동당(ILP)의 당원이기도 했던 좌파였지만 스탈린에 대해서 비판적이었고 스페인 내전에 참가한 이후로는 소련 중심의 공산주의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었다. 오웰이 우크라이나어판 서문에 쓴 ‘지난 10년 동안 나는 사회주의 운동의 재건을 위해서는 소비에트 신화를 파괴하는 일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고 확신하게 되었다.’라는 문장에서 그의 집필의도를 알 수 있다. 그는 소련의 성립부터 소련이 가진 결함을 간파하였고 결국 소련의 붕괴에 의해 그의 시선이 옳았음이 증명되었다.

 

조지 오웰은 이 작품에서 카를 마르크스와 블라디미르 레닌을 메이저 영감에, 스탈린은 독재자 돼지 나폴레옹(Napoleon)에, 그의 반대자 트로츠키를 경쟁자 돼지인 스노우볼(Snowball)에 비유했다. 스탈린의 비밀 경찰은 개, 옛 소련 공산당의 당원은 돼지로 비꼬았다. 또한, 쫓겨난 황제 니콜라이 2세는 농장주 존스(Jones)로, 스탈린을 광신적으로 따르는 우매한 민중은 양, 종교는 까마귀에 비유했다. 그러나 굳이 ‘동물 농장’의 상징을 러시아 혁명과 소련으로만 한정할 필요는 없다. 나폴레옹을 아돌프 히틀러, 스노우볼을 에른스트 룀, 스퀼러를 요제프 괴벨스로 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어느 시대, 어느 정치에서도 그러한 인물들은 존재할 것이고, 그것은 근원적인 비극이면서 동시에 ‘동물 농장’이 가지는 현재적 의미이다.

 

오웰은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영국의 친소적 분위기 때문에 이 소설의 출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서문에 쓴 바 있다(이 서문은 후에 발견된 것으로 원 작품집에는 없다). 오웰의 책들을 출간해주던 골란츠 출판사는 소련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추종하였으므로 당연히 거절하였고 조나단 케이프사는 영국 관리의 전화를 받고 출판을 철회했다. 페이버 앤드 페이버 출판사와 미국 출판사 한 곳 역시 명료하지 않은 이유로 거절하여 결국 섹커 앤드 와버그 출판사에 의해 간신히 출간되었다.

 

동물 농장은 오웰의 작품 중 유일하게 유머가 가득한 작품으로 봐도 좋은데 이것은 그의 부인 아일린 오쇼네시의 영향이라고 한다. 오웰은 그녀와 이런저런 의견을 교환하면서 동물 농장을 썼고 그 결과로 드물게 대중친화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 오쇼네시 사후에 지어낸 1984는 동물 농장에 비해 훨씬 어두운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군정의 의뢰로 1948년 김길준(金吉俊)에 의해 처음으로 번역되어 소개되었다.

 

무대에는 영상으로 <동물농장(Animal Farm)>이 아닌 <동물공장(Animal Factory)>이라는 자막이 투사된다. 제약회사 사무실로 여러 개의 탁자와 의자가 배치되고, 무대 왼쪽에 창고, 오른쪽에 등퇴장 로가 있다.

 

도입에 객석에서 주인공이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면서 계단을 내려와 무대로 올라선다. 무대 전면에 서서 동물 가면을 쓰면 막이 열리고, 대부분 가축으로 구성된 동물들의 모습이 그들의 요란한 움직임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고, 운동권 시위대가 흔히 부르는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깔려 흘러나온다. 돌연 정장을 하고 무기를 든 인물들이 등장해 이들을 진압하고, 마스크를 쓴 주인공을 강제로 끌고 퇴장하면, 등장인물들이 마스크를 벗고 무대는 제약회사의 사무실로 변한다.

 

사무실 풍경이 잠시 펼쳐지면서 리모컨으로 천정에서 몇 가지 사규가 걸린 소형 간판이 내려온다. 내용은 모든 사원은 기업의 경영진을 배제하고, 사원은 동지적 관계로 사규를 지키며, 신분의 고하가 없이 일체 평등하고, 상호 경어를 쓴다는 등, 조지오웰이 쓴 이상적 사회주의 공동체의 구호가 눈길을 끈다. 말단 여사원이 리더 격이자 연장자이며 뚱보인 사원에게 하대하지 말고, 경어를 써달라고 요구한다. 뚱보는 마지못한 듯 동의하지만 불쾌한 기색을 감주지 못한다.

 

동물공장에 새로운 연구발표회가 열리고, 한 여사원이 식물관련 연구 개발 서를 낭독한다. 사원들이 갈채를 한다. 그런데 뚱보가 나서서 동물나라에서 식물연구가 웬 말이냐며 폭력을 가하고, 기업의 끄나풀이라며, 그녀를 회의장 밖으로 몰아낸다. 향후 그녀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회주의 공동체가 그렇듯이 사업이 날로 번창하고 있다며 자랑하듯 발표를 하지만, 실제로는 사업이 지지부진하고, 사원들의 월급을 제때에 지급을 하지 못하거나, 봉급 액을 깎기까지 한다. 게다가 회사 일에 반대를 하거나, 항의를 하는 사원은 정장을 하고 무기를 든 사원들이 나타나 린치를 가하고 끌고 나간다. 이런 반대자에게 제재를 가하도록 상부에 보고를 하는 인물은 늘 뚱보이고, 뚱보에게 아첨하는 사원만, 사원은 일체평등하다는 사규 구호와 상관없이 차츰 지위가 상승된다. 실제로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원인 주인공은 결국 아첨꾼 후배와는 달리, 뒤진 자리에 앉아 아첨꾼 후배에게 고개를 숙이는 처지가 된다. 보다 못한 말단 여사원이 자리를 박차고 회사를 뛰쳐나간다. 그냥 자리를 지키던 주인공도, 당치않은 명목으로 징계대상이 되어, 정장한 인물들에게 린치를 당하고 쓰러지고, 출연자들이 각종 가축의 가면을 쓰고, 몸을 흔들다 정장한 인물들이 발사한 총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에서, 운동권의 주제가와 함께, 연극은 끝이 난다.

 

다만 영어자막은 <동물공장(Animal Factory)>으로 써놓고, <동물농장(Animal Farm)>이라고 한 연극제목이나, 또한 이 연극에서 사회주의 공동체와 다름없는 회사에서, 사원을 질타하고 징계할 때 “이 빨갱이” 운운하는 것보다, “기업의 끄나풀”이나, “첩자”, 또는 “배신자”로 부르는 것이 극의 맥락 뿐 아니라, 조지 오웰의 작의와 일치한다.

 

강정우, 김다솔, 노태현, 박현진, 서지원, 송길호, 신준혁, 오현채, 이창훈, 전성하, 편준의 등 출연자의 호연과 열연은 그들의 발전적 장래를 예측케 한다.

 

조연출 황자영, 무대감독 차승호, 무대디자인 김진홍, 조명디자인 채동훈, 소품 권도연, 의상 이하나, 등 제작진의 열정도 드러나, 극단 광대모둠의 조지 오웰 작, 최해주 각색·연출의 <동물농장>을 성공작으로 만들어 냈다.

 

4, 극단 지구연극의 허용안 작 연출의 <배우>

 

성수아트홀에서 2014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젊은 연출가전, 극단 지구연극의 허용안 작·연출의 <배우>를 관람했다.

 

무대는 지하 연습실이다. 정면에 연습실 벽과 오른편에 지하로 내려오는 계단이 있다. 정사각의 입체조형물 여섯 개를 나란히 연결시키거나, 떼어 놓거나 포개 올려 사용한다. 벽면은 하수 쪽으로 객석 가까이 끌어 당겨져, 약간 갸웃 둥한 무대다. 벽면에 영상으로 3인의 출연자의 얼굴과 오디션 장면, 그리고 3인의 독백장면이 투사된다.

 

연극은 도입에 한 배우의 열연하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관객이 몰입되려는 순간, 중단하라는 소리가 들리고, 오디션에서의 연기장면임이 알려진다.

배우의 얼굴이 클로즈 업 되어 배경에 투사된다. 다음 연기자가 같은 장면을 되풀이 한다.

 

동료이자 동문인 3인의 배우가 지하 연습실에 들어선다. 각자 연습을 하면서 20년이나 된 연기자들이라는 것이 소개가 되고, 연극, 영화에 출연하기위해 나름대로 노력과 열정을 쏟는 장면이 무대에 구현된다.

 

같은 영화작품에 출연하려고 동료 3인이 오디션에 참가했기에 각자 경쟁자의 입장이라는 것, 그리고 3인과 관련된 가족문제, 사업문제, 모친의 병고와 수술비로 당장 거금을 마련해야 하는 등의 어려운 상황이 펼쳐진다.

 

그런 중에도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과 <리어왕>의 명대사, 테네시 윌리엄스 <유리동물원>의 명대사의 연습장면이 3인의 개별 영상과 함께 투사된다.

 

잘나가는 배우 이외의 대부분의 연기자들의 어려운 삶과 고뇌가 객석에 전달되면서 관객과의 공감대가 형성이 된다. 3인 중 일인이 모친의 수술비를 결국 마련하지 못하니, 절망상태에서 자살을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사각의 입체조형물을 벽 가까이 포개놓고 그 위에 올라 창틀에 목을 조를 끈을 연결시키고, 막 자살을 감행하려 할 때 동료들이 들이닥친다.

 

오디션에 낙방을 한 또 한명의 배우는 독극물을 음료에 타 마시려고 한다. 그 때 동료들이 나타나, 죽으려던 행위가 역시 중단이 되지만, 동료 1인이 그 음료를 잘못 마시고 쓰러진다. 동료 2인이 놀라며 다가가 쓰러진 동료를 흔들어대지만 독극물을 탄 음료를 마신 동료는 일어나지 못한다. 2인의 절망이 객석에 안타까움으로 전달이 될 무렵, 쓰러졌던 배우가 푸시시 일어난다.

동료는 그 배우에게 밀가루를 끼얹고, 모두 밀가루를 뒤집어쓰는 장면이 한동안 펼쳐진다.

 

대단원에서 다시 3인의 동료배우들이 등장해 다시 연기연습을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김동균, 육동일, 박충현 등 3인의 출연자 나름대로의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관객을 연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제작 차태호, 예술감독 박병수, 무대디자인 임 민, 조명디자인 김상조, 영상연출 정시영, 영상촬영 이성원, 영상편집 문인수, 분장 배경탁, 조연출 조영명, 무대감독 윤민식, 기획 박선정·박문영 등 제작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2014 한국연극연출가협회(회장 김성노) 젊은 연출가전, 극단 지구연극의 허용안 작·연출의 <배우>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8월 31일 박정기(朴精機)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