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원한 챔피언
오세곤
작: 제이슨 밀러
번역: 김윤철
연출: 채승훈
공연일시: 2014/11/07 ~ 2014/11/23
공연장소: 명동예술극장
명동예술극장에서 제이슨 밀러 작, 김윤철 번역, 채승훈 연출 <우리는 영원한 챔피온>을 보았다. 국립극단의 작품이었다. 아마 국립과 채승훈의 만남은 처음일 것이다. 김윤철 예술감독의 선택이 과연 어떤 결과로 연결될지 꽤나 궁금했다.
결론은 흥미롭다. 원작의 전형적인 응접실이 힘과 힘이 충돌하는 격투기장이 되었다. 물론 상대는 무대에 나오지 않고 오로지 적을 쓰러뜨리려는 한 쪽의 움직임만 시종 보여준다. 번역 겸 예술감독으로 작품을 선택한 김윤철과 역시 자기 색깔로 작품을 풀어낸 채승훈의 묘한 긴장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사실 예술에는 긴장이 있어야 한다. 서로 흐물거리며 인정하기만 해서는 연습 후 회식 분위기는 좋을지언정 작품의 에너지는 약해지는 수가 많다. 작품은 1970년대 미국이나 지금의 한국이나 결코 다르지 않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소위 기득권 수호를 위해서라면 어떤 행위도 정당화하는 우리네 힘센자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20년 전 반칙으로 따낸 트로피를 우상으로 모시며 영원한 챔피온으로 살고자 한다. 그때 반칙을 지시했던 감독의 한결같은 지도를 받으며. 그런데 그들의 안간힘은 밉지가 않다. 오히려 측은하다. 마치 탈락은 곧 죽음인 이 정글같은 현대적 야만에 갇힌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무수한 맘속 갈등마저 억지 논리로 타당화시키는 그들은 그저 약하디 약한 양의 무리 중 일부로서 살아남기 위해 강한 척하는 거짓 강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쎈척”은 그들처럼 하지 못하는 다른 약자들을 희생을 밟고 존재한다.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짓인 셈이다. 약한 자들끼리 서로 물고 뜯고 괴롭히는 이 참담한 현실은 톰의 시니컬한 반응이 자아내는 웃음으로 인해 더욱 슬프다. 남자만 다섯 명이 출연하는 이 작품은 배우들 간의 에너지 대결이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그들 역시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적어도 “쎈척”은 아니었다. 비록 농구공 부딪치는 소리가 총소리와 혼동되고 시합 중의 거친 숨소리가 어떤 의미인지 모호해서 아쉬웠지만 모처럼 연출과 예술감독과 배우들의 에너지가 상호 충돌하며 무대와 객석을 압도한 공연이었다. 참여자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