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인극 페스티벌 공연평/ 박정기

박정기의 공연산책 2014 2인극 페스티벌 공연평

 

박정기

 

1, 케이 뮤지컬컴퍼니의 오승수 작, 서미영 연출의 <우상>

혜화동 연우소극장에서 2인극 페스티벌 참가작, 극단 케이뮤지컬컴퍼니의 오승수 작, 서미영 연출의 <우상>을 관람했다.

오승수는 <태풍이 온다> <4악장> <어불레> <옆집누나> <비타민> <죽었다, 그녀가>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오래된 아이> <두데기 시인의 봄이 오면> <혼자가 아니다> <영화처럼> <버려진 인형> <다락> <오셀로 붉은 피 튀다> <투인 맥베스> <좋은 친구> 뮤지컬 <블랙아웃> 등을 집필 연출하고 <내가 가장 예뻤을 때>로 거창연극제 희곡상수상, <오셀로 붉은 피 튀다>로 2인극 페스티벌 연출상 수상, 2014년 올해의 여성문화인상 신진여성문화인상을 수상한 발전적인 장래가 기대되는 미모의 여류작가 겸 연출가다.

서미영(1971~)은 서울출생으로 서울예술대학 극작과를 졸업했다. 극단 로얄씨어터 소속 연기자로 출발해, 셰익스피어 <소네트 검은 여인의 노래> 연출, 여성연출가전 <자수궁> 연출, <투르게네프 첫사랑> 연출, 뮤지컬 <펀펀마마 아줌마가 간다> 작, <아빠와 크레파스> 작 연출, <어린왕자와 바이올린 켜는 장미> 작 연출, 그리고 극발전소 301의 연기자로도 참가하고, 현재는 케이 뮤지컬컴퍼니의 대표 겸 상임연출이다.

연극 <우상>은 왕따를 당해 자살한 고교생과 죽은 학우를 찾은 급우와 죽은 학생의 할머니가 만나 벌이는 2인극이다.

무대에는 흰색계열의 사각의 입체 조형물이 무대좌우에 놓여있다. 중앙의 탁자위에는 죽은 학생의 영정액자가 있다. 연극이 진행되면서 흰색 원형의 입체조형물과 사각의 입체조형물을 들여와 나란히 놓고, 하얀 천으로 전체를 씌우기도 한다. 객석 가까이로 팥 색갈의 분말이 들어있는 네모난 상자와 백색자갈이 들어있는 원형의 용기가 나란히 놓였다. 무대 오른쪽에는 25현 가야금연주석이 있고, 왼쪽에는 바이올린 연주석이 있다.

연극은 도입에 어두운 상태에서 할머니가 회중전등을 켜는 순간, 파열음과 함께 무대전체가 암흑으로 돌아간다. 잠시 후 불이 들어오면 교복을 착용한 남학생과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가 마주보고 서있다. 학생의 유리창을 깨뜨리는 소리가 파열음으로 들렸다는 것이 객석에 전해진다. 학생은 급우를 찾아왔다는 이야기이고, 할머니는 학생의 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이다. 차츰 학생의 이야기가 격해지고, 할머니와의 대화에서 학생이 찾아온 급우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며, 그 까닭이 동급생으로부터 왕따를 당해 자살했다는 것으로 알려진다. 왕따에 직접 관계를 했던 학생이 자살한 급우의 49제에 맞춰 찾아왔다는 설정이다. 그러니 할머니가 손자의 급우를 반가워할 리가 없다. 그러나 급우는 별의별 소리를 다해가며 할머니와 대화하기를 원하고, 죽은 친구의 방을 살펴보게 해 달라고 졸라대기도 한다. 그렇지만 할머니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이 아니라, 당나귀 귀에 찬송가 부르는 격으로, 급우의 말을 들은 척도 않는다. 급우는 발작상태처럼 되어가다가 억지로 자신을 추스르기 위해선지 담배를 꺼내 피어문다. 몇 모금 피워보다가 할머니의 시선을 의식하고, 담배를 사각의 상자 속에 비벼 넣는다. 할머니가 다가와 바닥에 떨어뜨린 담배 곽을 열어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문다. 학생이 불을 붙여드린다. 담배 때문인지, 할머니는 손자를 찾아온 학생과 대화를 시작한다. 왕따로 죽은 학생, 더구나 부모 없이 할머니 손에서 자라, 대화상대도 없이, 말도 없이 외톨이처럼 지낸 내력이 전해진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제사분위기를 내려는지, 원형이나 사각의 입체조형물을 손자의 방에서 꺼내와 마루에 나란히 놓고, 흰 천을 씌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급우에게 손자의 방을 보도록 허락한다. 한 번 더 할머니와 급우의 충돌과 티격태격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대단원에서 애써 언짢았던 지난 일들을 잊고 이해하려는 할머니와 급우가 담배를 함께 피워 물고 연기를 내 뿜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이성경이 할머니, 윤수훈이 급우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관객을 도입부터 극에 몰입시키고, 2인의 절묘한 조화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25현 가야금 연주자 신민아, 바이올린 연주자 고은혜 2인의 연주 또한 연극과 어우러져 극적 분위기를 100%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드라마투르크 주소형, 무대 장익렬, 조명 이석원, 음악감독 한지영, 조연출 백윤승 우영은 등 스텝 진의 노력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케이뮤지컬컴퍼니의 오승수 작, 서미영 연출의 <우상>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2,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김수미 작, 신동인 연출의 <타클라마칸>

혜화동 연우소극장에서 2인극 페스티벌 참가작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김수미 작, 신동인 연출의 <타클라마칸>을 관람했다.

김수미는 서울예대 극작과출신으로 1997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1999년 제1회 옥랑 희곡상 수상, 2000년 제19회 한국 희곡 신인 문학상, 2002년에는 한국연극협회선정 우수공연 ‘BEST 7’ 수상, 2004년 경기도 연극제 동상 수상, 2005년 대산창작기금 수혜자 선정, 2005년 日本劇作家大會 심사위원상 수상, 2005년 제8회 국립극장 신작희곡페스티벌 당선, 2005년 마포구 (양화진 성지화 사업) 희곡공모 당선, 2006년 거창국제연극제 희곡공모 우수상 수상, 2008년 제1회 동랑 희곡상 수상, 2010년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활성화-작가창작활동지원 선정, 2010년 제1회 명동예술극장 창작희곡 공모 당선, 2011년에는 제5회 차범석 희곡상을 수상한 미모의 여류작가다.

신동인은 한양대학교 대학원 출신으로 연극학 박사다. 현재 극단 작은신화 연출가로 활동하고, 서일대학교 연극과 교수다. 2008 <꿈속의 꿈>으로 서울연극제 대상, 2011 <블루하츠> 서울연극제 우수작품상, 2011 <만선>으로 서울연극제 연출상, 2011 <안티랜드>로 100페스티벌 우수작품상, 2014 <거울속의 은하수>로 서울연극제 우수상 등을 수상한 기대되는 연출가다.

타클라마칸 사막(塔克拉玛干沙漠, Tǎkèlāmǎgān Shāmò)은 신장의 타림분지(塔里木盆地)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중국 최대이며 세계 제2대 유동사막(流动沙漠)으로 동서 간 약 1,000㎞, 남북 간 약 400㎞로 면적은 약 33만 ㎢이다. 남쪽으로는 쿤룬산맥, 서쪽과 북쪽으로 톈산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타클라마칸 사막의 동쪽의 투루판(吐鲁番, 토로번) 분지는 해수면에 비해 154m나 낮아 지구상에서 가장 덥고 낮은 지역 중의 하나이다. 이곳은 거의 비가 내리지 않으며 기온은 연속 40℃내외에 머물기도 한다. 동부 가장자리는 투루판 오아시스 지역이다. 타클라마칸 사막은 광활한 붉은 사막이다. 사막의 면적은 영국보다 더 넓다. ‘타클라마칸’은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다.’라는 뜻이다. 고대에 지중해와 동방을 잇는 실크로드를 따라 낙타로 여행을 한 대상들도 이 사막만은 피해 갔다고 한다. 허리케인 같은 힘으로 300미터 높이의 피라미드 모양 모래 언덕을 쌓아올리는 사막을 마주한 상인들은 투르판과 카시처럼 사막의 동쪽 가장자리에 있는 오아시스에서 쉬어 가며 사막을 둘러갔던 것이다.

타클라마칸을 북에서 남으로 종단하는 일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총거리는 522km. 좋은 자전거로 마음먹고 달리면 5일이 소요된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자전거 여행객이 끊이지를 않는다. 현재는 고속도로가 뚫려 우리나라의 자동차 여행객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연극 <타클라마칸>은 중년부부가 친구의 초청으로 중국신장의 타림분지(塔里木盆地)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중국 최대이며 세계 제2대 유동사막(流动沙漠)을 여행하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백사장(白沙場)과 흑사장(黑沙場)이 있지만, 타클라마칸은 적사장(赤沙場)이다. 낮에는 사막의 평균온도가 섭씨 50도에 이른다. 모래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피라미드 높이의 사구가 형성될 정도이고, 광활한 지역이라 오아시스 지역 이외에는 한 방울의 물도 구하기가 어렵다. 부부는 자동차 여행을 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그러다가 승용차가 고장으로 멈춰 서게 되고,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에서 방향감각조차 잃은 부부에게 서서히 불안과 공포가 어둠과 함께 다가오기 시작한다.

중년의 부부….. 대부분의 중년이 그렇듯이 이 부부 역시 사랑이 식은 상태이다. 무거운 쇠바퀴가 구르기 시작하다 한동안 속력을 내어 달리기를 계속하고, 달리던 관성으로 구르기가 이어지듯, 많은 부부가 사랑 없는 부부생활을 이어가면서 서로 상대에 대한 불평과 불만이 누적되고, 강박관념(stress)이 쌓이면서 폭음과 폭식, 그리고 외도 등으로 많은 사람이 치명적인 병인 암, 고혈압, 당뇨 등의 질환을 앓거나 이혼을 하게 된다.

이 부부라고 다를 바가 없다. 아내는 남편에게 하대를 하고, 남편은 아내에게 타인을 대하듯 존대를 한다. 정은 일찌감치 떨어진 상태라, 방도 각기 다른 방을 사용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휴대전화로 자신의 표류위치와 부근의 지형과 풍경, 그리고 바위모양을 친구에게 알리지만, 친구가 자신들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원래 타클라마칸의 밤하늘은 지상의 어느 곳보다 많은 별을 볼 수가 있다. 사막의 모래알보다 많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부부에게는 길을 잃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주변의 풍경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 하늘의 별이야…..

부부는 사소한 일로 다투기 시작한다. 티격태격하다가 차츰 언성을 높이고, 고함까지 지른다. 그러다가 부인의 방뇨로 잠시 중단된다. 어두운 벌판에서 소변을 보려는 부인이 겁에 질리는 것은 당연하다. 부인은 남편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의지할 것은 남편뿐이니까. 과거 험한 세상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듯, 현재 이 광활한 사막에서 부인은 남편을 계속 부르고, 남편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청한다. 노래를 잊었다던 남편은 처음에는 거절하다가 부인의 성화에 못이겨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목청껏 조용필의 노래를 부른다. 설마 노래를…? 하던 관객은 남편의 노래에 환호한다. 일을 마친 부인이 다가온다. 노래 소리가 부부의 언짢았던 사이를 가깝게 하는 방법임을 가르치는 연극인 듯싶다. 부인은 담배를 피워 문다. 사막에서의 담배 맛, 그것은 피워보지 않은 사람은 그 황홀한 맛을 모른다. 부부는 연기를 내 뿜으며 나란히 다가앉는다. 다투다가 부부가 서로에게 다가앉아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 때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들리고 전조등이 두 사람을 비추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무대는 적사장 대신 백색의 잘게 절단된 종이로 무대바닥을 채우고, 부부의 승용차는 현재 백화점이나, 대형매점에서 사용하는 철제손수레로 설정한다.
조명의 변화로 황혼과 밤을 나타내고, 원형철제그릇으로 재떨이를 대신한다.

조연호…<가을 반딧불이>에서의 명품연기 이후 이번 <타클라마칸>에서의 연기는 그의 기량과 저력을 마음껏 들어낸 명연기라 평하겠다. 김현숙… 중년의 모든 부인 역을 도맡아, 호연으로 무대 위에 그려낸, 은은히 빛나는 보석 같은 여배우임을 이번 공연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제작 최형인, 예술감독 권 용, 드라마터그 배선애, 조연출 전정욱, 무대·소품 신원기, 조명 최연수, 의상 박진희, 작곡 김철환, 분장 장경숙 등 제작진의 기량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김수미 작, 신동인 연출의 <타클라마칸>을 아름답고 기억에 길이 남을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3, 극단 로얄 씨어터의 권남희 작, 유준기 연출의 <싸움의 정석>

76소극장에서 2인극 페스티벌 참가작 극단 로얄씨어터의 권남희 작, 유준기 연출의 <싸움의 정석>을 관람했다.

권남희(1962~)는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국문과 출신으로 배우 겸 작가다. <오끼나와에서 온 편지> <파우스트를 만나는 사람들> <종이뱅기>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을 발표 공연했다. 출연작은 <현자나탄> <레미제라블> 그 외 수많은 영화와 연극에 출연한 중견여배우다.

유준기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쟈베르> <슈베르트와 친구들> <어린왕자>를 연출한 앞날이 기대되는 신예 연출가다.

무대는 배경 가까이 등퇴장 로가 있고, 무대 좌우에 의자가 놓여있다. 조명의 전환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극이 전개된다.

내용은 남녀가 만나 부부가 되고, 대부분의 부부가 그렇듯이, 열애를 하던 시절과 결혼을 해서 원만하게 살던 시절, 그리고 사랑이 식어가면서 갈등이 노출되고, 결국은 상대를 미워하거나, 파경에 이르거나, 아니면 별거상태에 들어가 상대를 아예 기억에서조차 지워버리려는 과정을 연극으로 그려냈다.

연극은 도입에 여인의 꿈에 상대 남성이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는 고백을, 남성이 애써 무시하듯 부정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러다가 장면이 바뀌면 남성이 여인의 스카프를 주워다 주며 접근해 구애를 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사실은 여인을 유혹하기 위해 남성이 스카프를 몰래 여인의 몸에서 끌러 바닥에 떨어뜨려놓고, 뒤따라가 건네주며 여인에게 접근해, 두 사람 사이가 가까워지게 되고, 열애 끝에 부부가 되었으나, 처음에는 소홀히 여기거나 모른 체하고 지나간 상대의 단점이, 차츰 두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갈등요소로 자라나면서, 그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은 남남으로, 아니면 남남보다 더한 완전히 잊혀 진 존재로, 기억에서 조차 지워버리려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경우다. 연극에서는 둘의 갈등요인을 연극연습장면처럼 재현시키거나, 반복해 보임으로써, 해결 점을 찾으려는 과정이 연출되지만, 그러나 대단원에서도 연극의 도입장면처럼 남성은 결국 꿈길에서조차도 잊혀 진 존재처럼 여인을 부정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작품을 쓴 권남희가 여인으로 출연해 호연을 보이고, 상대남성으로 윤여성이 출연해 역시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드라마투르크 임은주, 무대디자인 유준기, 조명디자인 송훈상, 무대감독 박인환, 진행 김진웅 등 제작진의 노력과 열정이 잘 드러나, 극단 로얄씨어터의 권남희 작, 유준기 연출의 <싸움의 정석>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4, 극단 후암의 차현석 작 연출의 <흑백다방>

76소극장에서 제14회 2인극페스티벌 참가작, 극단 후암의 차현석 작 연출의 <흑백다방>을 관람했다.

차현석(1974~)은 고려대학교와 중앙대예술대학원, 그리고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영상문화학과 박사다. 2003년 동아대학교 주관 동아문학상 ‘시계’ 희곡상 당선작가다.

작품으로는 2001년 극단 후암 창단공연 <눈 내리는 밤> 작 연출, 셰익스피어 <오셀로> 제작, 각색 연출, 2002년 산자와 죽은 자가 함께 보는 <구명시식> 연출, 2003년 스타시티 1관 개관기념공연 <사랑, 영혼, 그리고 춤> 그 외 다수다.

1관 개관기념공연시리즈 셰익스피어 <리어왕> 각색 연출, 개관기념공연시리즈 앵콜 작 셰익스피어 <리어왕> 각색 연출, 2004년 서울하이페스티발 참가(퍼포먼스 연출) 서대문 형무소, SK 창립51주년 기념콘서트 <미래를 향하여> 제작 연출, 2006년 한.일 평화콘서트 제작, 2007년 대학로 스타시티2관 개관 및 주식회사 이지 컨텐츠 그룹 설립, ㈜이지 컨텐츠 그룹 주관 <색깔 놀이터 전시> 제작, 2008년 대학로 스타시티 3관 개관, 스타시티3관 개관기념공연 창작뮤지컬 <온리 러브> 작 연출, 2009년 연극 <충주시대> 각색 연출, 2009년 폭스캄마앙상블제작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무대총감독, 2004년 9.11 테러추모기념 <뉴욕진혼제> 작 연출, 2005, 2007년 일본아사히야마 음악제 참가 한국 측 PD, 2010년 이후 <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 각색 연출, <침팬지-인간보고서> 작 연출, 오페라 <현해탄> 작 연출, 오페라 <햄릿> <라 트라비아타> <마술피리> 연출했다.

2011년 오페라 <햄릿>으로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 월전문화재단상 , 2013년 <맥베스-미디어 콤플렉스>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신인 연출 상을 수상했다.
현재 대학로 스타시티 대표, 세종대학교 융합예술대학원 겸임교수다.

무대는 오래된 다방의 내부다. 벽에는 팝 가수와 관련된 사진과 인쇄물이 잔뜩 부착되어 있고, 정면에 오래된 축음기와 원형 레코드판이 진열되어 있다.
왼쪽 낮은 탁자에는 낡은 전화기가 보이고, 벽에는 중간높이의 장이 있어 그 위에 올려놓은 커피포트와 잔들도 보인다. 무대 중앙에도 원형의 탁자와 의자가 있다. 무대 오른편 배경 가까이에는 이젤 위에 유화그림 캔버스 한 개가 얹혀있고, 적색 천으로 그림 윗부분을 덮어놓았다.

연극은 도입에 중년의 남성이 청색바탕에 흰색원형이 들어간 추상화 그림에 덧칠을 장면에서 시작된다. 전화벨이 울리면, 남성은 그림 그리기를 중단하고, 전화를 받는다. 상담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내용의 통화를 한다. 무대 오른쪽으로 가 창문을 열면, 폭우소리가 들리면서 무대 오른편 객석방향의 등퇴장 로에서 젊은 남성 한 사람이 비옷에 배낭을 메고 등장한다. 그러면서 상담하는 곳이 맞느냐며 중년남성에게 확인하듯 묻는다. 중년남성이 긍정을 하면서 커피포트가 놓인 쪽으로 간다. 크림을 타지 않고 설탕만 넣은 커피를 대접하겠다는 소리를 하며…. 젊은 남성은 배낭을 내린다. 그런데 무슨 금속성 물체가 들었는지 내려놓는 소리가 묵직하게 들린다. 중년남성이 차를 두 잔 가져온다. 젊은 남성은 커피에 설탕을 잔뜩 집어넣고 냅다 숟갈로 저어 찻물이 탁자위로 튀어나오고 젊은 남성의 옷에까지 커피물이 튄다. 젊은 남성은 단숨에 커피를 마신다. 중년남성이 잔을 다시 채워주며 손수건을 내밀어 옷에 튄 커피 물을 닦도록 한다.

상담상대의 신뢰도를 믿는 젊은 남성의 질문이 던져지고, 중년의 답변이 시작되면서 원래 오늘이 아내의 기일이라, 상담을 하지 않으려 했다는 이야기를 상대에게 한다. 중년은 과거 경찰공무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것을 그만두고 다방을 하면서 동시에 인생 상담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젊은 남성은 주저주저하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상담내용을 꺼내놓는다. 자신은 소시 적부터 귀가 잘 들리지를 않았다며, 보청기까지도 자신에게는 별 소용이 없음을 밝힌다. 그리고 자신이 완전히 귀머거리가 된 사연을 털어놓는다. 어떤 사건발발로 인해 전혀 죄가 없는 자신을 경찰이 연행을 해 가고,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자신에게 자백을 강요하며, 담당 경찰이 주먹으로 젊은이의 귀를 강타한 것이 완전 귀머거리가 된 계기라며, 당시의 사건을 중년에게 상기시킨다. 그리고 무죄인 자신을 철창사리를 하도록 만들었는지 그 까닭을 알고 싶어 당시 바로 담당경찰관이었던 중년남성을 찾아온 사실을 털어놓으며 배낭에서 신문지에 싼 날이 시퍼런 칼을 꺼내든다. 극장전체가 일순 공포와 적막에 쌓인다. 그 때 전화벨이 울린다. 젊은이는 중년에게 전화를 받으라고 하며, 자신은 듣지를 못하니, 입의 움직임으로 통화내용을 알 수 있게, 자신을 향해 입이 보이도록 통화를 하라며 다그친다. 중년의 통화의 내용에서, 젊은이가 이 다방으로 오기 전 중년을 살해하기로 결심을 하고, 경찰에 미리 살인사건 신고를 하고 왔기에, 경찰이 확인 전화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중년은 여기는 다방이라, 차를 마시는 곳이지, 살인하는 곳이 아니라며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향후 다시 걸려온 전화를 젊은이가 받지만, 상대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젊은이의 허둥대는 말이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될 리 만무하다. 중년은 젊은이에게 다가가 자신의 잘못이라며 용서를 구하고, 자신은 더 삶을 영위할 자격이 없다며, 어서 칼로 자신을 죽여 달라고 젊은이에게 청한다. 청년은 중년의 모습에서 진정을 발견한다. 그리고 쥐었던 칼을 천천히 탁자위에 내려놓는다. 찻잔에 커피가 다시 채워지고, 폭우 속에서 두 사람이 커피를 마시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정성호가 중년남성, 윤상호가 젊은 남성으로 출연해, 탁월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관객을 극 속에 몰입시킨다.

임선빈의 드라마트루크, 조명 주성근, 무대미술 윤현식, 소품 분장 배은수, 조연출 이 강, 허 진 등 제작진의 열정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후암의 차현석 작 연출의 <흑백다방>을 한 편의 명화 같은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5, 극단 풍등의 김정현 작, 송미숙 연출의 <깨진 밤>

혜화동 연우소극장에서 극단 풍등의 김정현 작, 송미숙 연출의 <깨진 밤>을 관람했다.

김정현은 한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업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03년 병영문학상 가작당선, 2008 하옥미 창작기금 대상, 2012 <깨진 밤>으로 제15회 신작희곡페스티벌에 당선했다.

송미숙은 경기여고와 중앙대학교 대학원 출신의 연극학 석사다. 실험극장 소속으로 1985년부터 연출을 시작했다. 1999년 <아노마>로 국립극장 장막희곡 당선하고, 2013년에는 <올빛상> 연출부문상을 수상했다. 10여 년간 강서구립극단 상임연출을 했다.

연출작으로는 <하나를 위한 이중주> <작은 영웅 말콤> <프쉬케, 그대의 거울> <별님들은 세상에 한 사람씩 의미를 두어 사랑한다는데> <낙화옥화> <97, 자기만의 방> <이슬이> <홍어> <꿈꾸지 마?> <빨간 트럭> <붓다를 훔친 도둑> 뮤지컬 <솜사탕은 누가 지키지?> <굴비는 맛이 좋다> <리모콘> <특별한 식탁> <일어나 비추어라> <몰리의 리본> 등을 연출한 미녀 연출가다.

<깨진 밤>은 시극이다. 남녀 2인 1역의 독특한 구성으로, 상대 없는 독백의 연속처럼 그려낸다.

무대는 배경 가까이 1m 높이와 1.5m 폭의 직사각의 나무조형물이 자리를 잡고, 그 좌우에 높고 낮은 의자가 비치되어 있다. 암전상태에서 비바람 소리와 총포소리가 마치 전쟁터에 방불한 느낌이고, 조명이 들어오면, 배낭을 멘 맨발의 젊은 청년이 걷기와 달리기를 계속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사각의 조형물 위에는 젊은 여인이 흰 의상차림으로 객석에 등을 돌리고 걸터앉아 있다. 악천후로 느껴지는 기상변화와 총소리 등의 불협화음이 간간히 계속되면서, 청년의 독백이 이어진다. 일신상의 이야기로부터 여인과의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등을 돌리고 앉았던 젊은 여인이 청년에게 다가온다. 남녀는 각자의 대사를 읊조리고, 차츰 접근하면서 마음과 몸을 밀착시키기 시작한다. 흡사 성행위 같은 남녀의 동작이 아름답게 연출되고, 음악까지 환상의 나래를 편다. 그러다가 두 사람은 행위를 그치고 서로에게 기대듯 다가가 포옹한다. 그러나 일반 남녀사이에서처럼 사랑의 대화는 한마디도 들리지 않는다. 가끔 두 사람의 말소리와 행동이 일치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나타내지만, 물체와 그림자, 거울에 드러난 모습과 실제인물, 자신과 자신이 원하는 상상속의 자신처럼, 남녀 두 사람의 밀착은 차츰 거리를 두게 되고, 결국은 처음처럼 맨발로 걷는 독보행각이 펼쳐지면서 연극도 마무리가 된다.

전형재가 남자 역, 남상지가 여자 역으로 출연해 독특하고 탁월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관객을 연극에 집중시킨다.

드라마투르크 오세곤, 무대 박미란, 의상 장주영, 조명 이상근, 진행 이은주, 조연출 이사랑, 무대감독 신장환 등 제작 진의 열정이 잘 드러나, 극단 풍등의 김정현 작, 송미숙 연출의 <깨진 밤>을 일종의 실험극적 표현주의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6, 극단 신기루만화경의 이선희 작, 정세혁 연출의 <헤드락>

혜화동 연우소극장에서 극단 신기루만화경의 이선희 작, 정세혁 연출의 <헤드락>을 관람했다.

이선희는 서울예대 극작과출신으로 <보고싶습니다> <행복> <종일본가> <모두 잘 지냅니다> <엄마의 18번> <어둠이 떠오를 때> <so love 시리즈> 외 다수작을 발표 공연하고, <강풀의 순정만화> <30분의 7> <티레지아스의 유방> 등을 각색한 앞날이 기대되는 작가이자 출중한 연기력을 보유한 성격파 여배우다.

이선희는 이번 <헤드락>공연에도 출연해 탁월한 기량을 발휘한다.

<헤드락(headlock)>은 레슬링에서, 상대 선수의 머리를 팔로 감싸는 잡기 기술을 말한다. 자칫 목에 위해를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편의 팔 하나가 감싸인 팔 안에 있지 않으면 반칙 행위가 된다. 챈서리(chancery)라고도 한다.

무대는 긴 빨래줄이 배경 가까이에 매어져 있고, 그 위에 이불 세 개를 널어놓았다. 무대 가운데에는 평상이 있고, 젊은 남성의 영정사진과 소반, 그리고 밥상이 장면변화에 따라 평상위에 올려 진다. 무대 하수 쪽에는 수도가 있고, 커다란 비닐 대야가 몇 개 눈에 띈다. 평상위에는 전화기가 놓여있다.

연극은 도입에 백발이 성성한 남성이 인형으로 레슬링의 <헤드락> 장면을 널린 이불 뒤에서 연출해 보인다. 그러다 인형이 객석방향인 이불 안쪽으로 떨어지자, 놀이를 그치고 이불 안쪽으로 돌아들어와 인형을 집는다. 전화벨 소리가 들리고 나이든 남성은 전화통화를 한다. 무슨 대형매점상인과 통화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때 딸인 듯싶은 여인이 건장한 체격에다 운동복차림으로 등장해, 나이든 남성에게 아버지, 아버지 하며 다정하게 군다. 그런데 딸을 대하는 아버지가 자상스럽지 않고 퉁명스럽기 그지없다. 딸은 프로레슬러로 소개가 되고, 현재는 라이벌 선수에게 패한 것으로 전해진다.

육중한 레슬러답지 않게, 딸은 마냥 곱살갑고 귀엽기까지 하다. 딸의 손은 소녀의 손처럼 예쁘기까지 하다. 날씨가 겨울이 임박했는지 두 사람의 대화로 현재 거주지 밖의 길바닥은 얼어붙어 미끄러운 것으로 소개가 된다. 두 사람은 제사상을 차린다. 딸은 아버지에게 제사물건을 사오라고 부탁을 하지만, 아버지는 길이 미끄러우니 딸보고 대신 가라고 하며 제사용품 사올 장소를 지적까지 한다. 딸은 하는 수 없이 장을 보러 나간다.

바로 오늘이 죽은 아들의 열 번째 기일인 것으로 알려지고, 여인은 딸이 아닌 며느리이고, 남편 기일에 맞춰 귀가한 것임을 알게 된다. 남성은 다시 매점에 전화로 며느리를 보냈다고 알리는 게 어쩐지 심상치가 않다.

장면이 전환이 되면 며느리가 즐거운 표정으로 귀가를 한다. 매점에를 가보니, 자신보다 두 살 연하의 인상 좋은 남자가 여인을 반기고, 남자는 차사고로 상처를 한지 1년밖에 아니 되었고, 재혼을 원하고 있으며, 여인을 보자마자, 첫눈에 맘에 들어 하며, 손까지 꼬옥 잡고,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더라고 시아버지에게 자세히 털어놓는다. 그리고 서로 마음이 끌려 뽀뽀까지 했노라고….시아버지는 잘 되었다고 고개를 끄덕이기는 하지만, 얼굴표정은 전혀 밝지가 않다. 자신이 며느리를 시집보내려고, 중신을 선거나 마찬가지인데도, 며느리의 즐거워하는 표정에 신통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사온 물건으로 제사상을 차리면서 며느리는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사실은 매점주인인 남성이 시아버지가 자신을 재혼시키려는 남성이라는 것을 눈치 채고, 남편의 기일이지만 일부러 시아버지 마음을 즐겁게 드리려고, 즐거워하는 표정을 지은 것이라고 진심을 털어놓으며, 시집갈 의사가 전혀 없음을 시아버지에게 밝힌다. 그리고 십년동안 하던 것처럼 시아버지가 아닌 친아버지로 대하겠다는 진정한 마음까지… 그리고 곧 있을 레슬링 결승전을 위해 아버지에게 연습상대를 부탁한다. 자신에게 <헤드락>을 해 달라며….

대단원에서 아버지와 딸 두 사람은 널린 이불 뒤에서 인형놀이로 레슬링 결승전을 벌인다, 결승전에서의 딸의 승리를 알리는 함성과 환호성 속에서 연극은 감동적인 마무리를 한다.

시아버지 역으로 박태경, 며느리로 이선희가 출연해, 발군의 기량으로 호연과 열연을 한다. 2인의 탁월한 성격창출과 출중한 연기는 연극을 감동으로 몰아가고 갈채를 받는다.

조명 장영섭, 음악 이영배, 무대 우지은, 의상 김영주, 프로듀서 김태호, 조연출 전익수 하정민 등 스텝 진의 기량과 노력이 돋보여, 극단 신기루만화경의 이선희 작, 정세혁 연출의 <헤드락>을 친 대중적이고 감동만점의 걸작 2인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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