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사랑의 약속> -세월호 가족과 연극인의 만남
장용철
단원고 2학년 김건우군의 아버지
단원고 2학년 이ᆞ재욱군의 어머니
단원고 2학년 정차웅군의 어머니
단원고 2학년 최성호군의 어머니, 아버지
다섯 분의 세월호가족들과 4.16TV의 문지성 아버지, 어머니가 대학로에 오셨다.
대학로 연극인 100여명이 모였다.
장소: 예술공간 서울
시간: 오후 3시 – 5시
주최진행. 연극미래행동네트워크
사회. 장용철
인사말. 박상현
영상. 김동완
노래. 안계섭
[취지]
지난 봄 4월16일 세월호대참사가 발생하고부터 지금까지 세월호대참사를 잊지않고, 진실이 밝혀지기를 소망하며 <마로니에촛불>, <4.16플래시몹>, <광화문 릴레이단식>, <세월호, 연장전> 등을 진행해왔던 [연극미래행동네트워크 / 대표 장용철]은 12월22일 월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세월호 단원고 가족’과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였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이 함께하는 유가족간담회는 지난 9월부터 유가족들이 직접 미디어가 되어, 공영방송으로는 도무지 알려지지않았던 세월호대참사의 진실과 생생한 증언을 들려주기 위해 전국각지에서 열리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연극인들과의 만남은 제목이 다르다. <4.16 사랑의 약속> 이다.
4월16일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은 세월호 안에 갇혀서 가족들에게 이렇게 문자를 보내왔다. “미안해요. 사랑해요.”
단원고 학생들이 남긴 <사랑해요> 란 말은 남겨진 부모와 가족들에게는 “끝까지 잊지말고, 사랑을 지키며 살아달라!”는 명령처럼 들려왔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을 지키려면 우선 정의가 바로 서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였다.
우리 연극인들은 세월호 단원고가족들과의 만남을 통하여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학생들과 함께 가라앉은 진실과 정의를 건져올리기위해 끝까지 잊지않을 것을 다짐하고, 세월호 가족들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경청하고 싶었다.
[만남의 시간]
우리는 연극하는 예술가이며 세월호 가족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 나라의 똑같은 국민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세월호가족이다. 이제 우리가 탄 두 번째 세월호가 또다시 침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행동하며, 또 공감하고 공유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밤하늘의 별이 된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된다. 우리 다같이 4.16을 잊지말고 사랑의 약속을 지켜냅시다! 라는 다짐을 하며 <4.16 사랑의 약속>이 시작되었다.
지난 8개월동안 마로니에공원에서 <마로니에촛불>을 밝여온 연극인들의 활동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함께 보았고, 세월호대참사관련 제1호 작품이라할 수 있는, 극단 ETS의 <사랑해, 4월 16일 그 후> 공연 중 한 장면을 실제 공연장에서처럼 실연하였다. 극장에 모인 연극인의 대표로 박상현 연출의 인사말을 통해서 우리 연극인은 결코 세월호에서 떨어질 수 없다. 오로지 진상규명만 바라보며 251일 동안 달려왔던 유가족들의 눈물어린 이야기들을 함께 들었다.
고 정차웅군의 어머니 김연실씨는 “뉴스에서 사건 사고를 볼 때 마다 저 피해자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하고 그저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그 일이 내게 닥칠 줄은 몰랐다, 부당한 일들이 발생할 때 마다 그저 가만히 있었다. 지금에서야 ‘그때 목소리를 낼 걸’하고 후회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행동할지 결심이 선다. 우리 아이들이 부모에게 남겨준 숙제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고 최성호군의 어머니 엄소영씨는 “나에게 ‘23’이란 숫자는 기쁨과 동시에 슬픔을 동반하는 숫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내 나이 23살에 얻은 아들이고, 23일에 태어났고, 23일에 발인했다. 나는 23이란 숫자에 갇힌 것 같다”며 먹먹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어서, 고 최성호군의 아버지 최경덕씨는, “이런 성호엄마를 혼자 둘 수 없어서 항상 같이 다닌다. 지난 간담회에서 세월호 아직 끝나지 않았다 라는 글귀를 보았는데, 세월호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 우리 부모들은 하루종일 아이들 이야기를 한다. 그 누구도 그만 말하라는 사람없다. 그러다가 문득 세상사람들과 우리가 단절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고립이다. 하지만 우린 멈출 수 없다. 아빠니까. 엄마니까. 우린 못할 일이 없다. 650만의 서명용지를 박스에 담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물론 그 직후에 참담했지만. 정말로 잊지말아달라. 우리 아이들을 꼭 기억해달라. 지난 간담회하고 많이 다른 점이 있다면, 여기에 모인 연극인들은 이미 우리와 많이 공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일반인들을 만날 때는 오해하고 있는 걸 다시 설명해야하고, 자료영상도 같이 보고 그랬는데. 그래서 참 고맙다.” 고 말했다.
고 이재욱군의 어머니 홍영미씨는, “지난 19일이 재욱이 생일이었는데 정말로 너무너무 힘들었다. 아들 사진 앞에서 의연하려고했는데 그게 잘 안된다.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을 거다. 이 나라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어린아이들을 잘 가르쳐야 한다. 바른 말 할 줄 아는 아이로 성장시켜야 한다. 그래야 우리들처럼 힘없고 절망한 사람들이 고개 숙이면서 도와달라고 애원하지 않아도되는 세상이 올 것 같다. 쉽게 잊혀질까봐 그게 너무 무섭다.” 며 눈물을 흘렸다.
고 김건우군의 아버지 김정윤씨는 이날 자신이 입은 옷을 소개했다. 그는 “건우를 잊지 않기 위해 아들의 파카와 바지 그리고 운동화를 입고 다닌다. 아들의 채취가 그립고 그나마 희미해지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 생각해보라. 250명의 아이들이 한꺼번에 바다속으로 들어가 죽었다. 이건 정말 보통일이 아니다. 유가족 간담회를 위해 직장에 한 달간 휴가를 냈는데 세월호에 대해 대화하고자 하는 국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 가겠다”고 말했다.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새로 시작된 서명운동이 이전과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에 유가족들은 “천만명 서명운동은 계속 될 것”이라며 “지금은 특별조사위원회의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가족들은 또 현재 운영 중인 ‘4.16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협의회’ 홈페이지를 소개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작되는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 에 많은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했고, 연극인들도 끝까지 잊지않고 함께 하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4.16 사랑의 약속>을 끝맺었다.
<4.16 사랑의 약속>을 마무리하면서 연극전용소극장 객석에 자리한 100여명의 연극인들은 세월호 가족들과 일일이 악수도 하고 포옹도 하면서 <힘내시라! 건강해야한다! 우리 끝까지 잊지 말자!> 는 말을 힘주어 전하였다.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우리 아이들은 바로 우리 눈앞에서 죽어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란 진실을 밝혀 아이들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알리는 것이다.”
희생된 아이들 엄마의 떨리는 목소리가 아직도 가슴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