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과 대학로 2-문화융성시대 연극지원 (문예위의 역할) / 김성노

행사명 : 공개토론회 <문화융성과 대학로>

일시 : 2014년 12월 19일 (금) 14:00~16:00

장소 : 예술공간 SM

발제자 : 오세곤(순천향대 연극무용과 교수), 김성노(한국연극연출가협회 협회장), 이동준(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장)

주최 : 한국연극연출가협회, 한국연극배우협회, 서울연극협회, 대학로 포럼

문화융성시대 연극지원 (문예위의 역할)

김성노 (동양대학교 교수, 한국연극연출협회 회장)

들어가며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란 문구는 이제 옛구호가 되어버렸을 만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문화가 주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문화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총체적 방식이며 질 높은 그것이 실제 국력의 바로미터가 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문화강국이야 말로 글로벌 시대의 리더국가로써의 위상인 것이다. 그만큼 문화는 이제 그 사회, 그 국가를 대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특히 문화예술은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질을 높이고 정신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마음의 양식과도 같다. 인간이 살아가는 기본 요소가 의식주라면 예술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지적향유의 수단으로써 그것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우리 삶의 핵심으로 자리할 것이다.

문화예술은 다양한 형태의 장르가 존재하지만 특히 연극은 여타 장르를 아우를 수 있는 종합예술로써 인류문명의 시작과 그 출발을 같이한다. 때론 그 사회의 동반자로써 또 때로는 그 사회의 저항정신으로써 연극은 늘 존재했고 지금도 우리 문화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더구나 문화의 시대라 할 수 있는 21세기 오늘, 연극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으며 그래서 연극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는 연극지원은 간과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사명이 되었다.

문화예술지원의 메카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오늘날 문화예술, 특히 연극의 발전 및 활성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지원과 관리를 이행하는 기관이 바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다. 문화예술의 시대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존재는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으로 나아가는데 있어 핵심적 로드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정책과 적재적소의 지원으로 우리의 문화예술을 올바르게 안내하는 필수적 존재인 것이다.

문화예술위원회의 전신인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탄생 배경도 이와 괴를 같이한다. 1972년 08월 14일 문화예술진흥법이 제정되고 “한 겨레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힘은 그 민족의 예술적, 문화적 창의력이다”란 기치아래 설립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은 “예술과 문화를 창조하는 힘이 곧 민족정신의 기틀을 확고히 세우는 일이자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확인하는 일”이고 “우리 미래에 자랑스런 민족유산으로 남겨져야 할 사명임”을 천명하면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우리 예술을 확고한 전통 속에 꽃피우고 우리 문화를 튼튼한 주체성 위에 뿌리내릴 수 있는 구체적 실천의 일환”으로 탄생되었음을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은 그 후 1974년 3월 22일 부설 문예진흥원 마로니에 미술관(舊미술회관)을 개관했고, 이어 7월 5일에는 부설 연극인회관 (현 문예진흥원 예술극장의 전신)을 개관하였으며 우리나라 문화예술 전반의 각종 사업을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1979년 5월 21일 현대식 전시공간인 문예진흥원 마로니에 미술관을 마로니에 공원 내에 새로이 준공, 개관하였고 이어 1981년 4월 1일 공연예술 종합공연장인 문예진흥원 예술극장(舊문예회관)을 개관하였으며 이후 다양한 형태의 공연지원으로 오늘날 연극이 그 명맥을 유지하는데 실질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의 탈바꿈

그러나 “문화관광부에서 임명한 원장 및 사무총장이 문예진흥원 운영 및 문예진흥기금 배분에 대한 전권을 갖고 있는 일인 지배의 수직적 의사 결정 제도인 독임제” 시스템으로 인하여 “현장예술인에 대한 지원보다는 국가 시책의 뒷바라지에 더욱 많은 관심을 쏟아왔다”는 책임과 “열악한 기금을 나눠먹기식의 소액다건주의로 배분하다 보니 지원의 효과나 예술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웠고 심지어 푼돈이나 나누어주는 기관”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가 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은 근본적 변화를 바라는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묵과할 수 없어 2005년 8월 26일 “현장 문화예술 전문인들이 자율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구조를 통해 “시대의 패러다임이 요구하는 자율적이고 현실적인 예술정책을 정립”하고 “정부는 지원정책 결정 및 집행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통해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정부로부터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는” 새로운 기구로써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재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설립초기 매끄럽지 못한 업무진행과 예총 민예총의 편가르기식 인사로 인해 많은 예술인들이 궐기, “연극인 100인 성명서” “진정한 문화개혁을 촉구하는 전국 연극과 교수연대” “문화예술위원회 설립을 위한 범 예술인 3000인 성명” “문화예술위원회 설립을 촉구하는 전국예술인 연대” 등의 다양한 형식으로 항의하는 불미스런 일도 있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활발한 지원정책

어쨌든 새로 탄생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현장 문화예술인들로 구성된 10명의 위원들이 합의를 통해 문화예술정책을 이끌어내며, 민간이 공공영역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공공영역이 민간에 참여하는 동시적 구조”를 가지고 “훌륭한 예술이 우리 모두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으로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모든 이가 창조의 기쁨을 공유하고 가치 있는 삶을 누리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문학, 시각예술, 공연예술, 전통예술, 다원예술 등 문화예술계 안팎에서 합의하고 있는 기초예술 분야와 문화산업의 비영리적 실험영역을 대상으로 그 창조와 매개, 향유가 선순환 구조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그것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을 통해 “예술의 자생력을 신장시키고, 예술 창조를 견인하며, 예술적 융성과 사회생산력의 신장을 동시에 발전시켜 예술시장의 생산력을 확보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국민 모두가 문화예술이 주는 창조적 기쁨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대외적으로 천명하였다.

올해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설립된 지 10년이 됐다. 그동안 지원방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또 다양한 정책을 통해 예술의 활성화를 도모했던 것도 사실이다.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다양한 지원정책을 통해 연극 및 연극인들의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매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을 통해 신진예술가 지원, 대관료 지원, 소외계층의 문화순회 지원, 국제교류 지원, 공연예술축제지원, 창작산실 지원 등 그 종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분야에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다수의 연극인들은 이러한 예술위의 지원으로 인해 열악한 환경에서의 공연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고 또한 개인의 예술적 역량강화를 꾀할 수도 있었다. 공연관련 단체 – 협회, 극단들도 이런 예술위의 지원정책을 등에 업고 그동안 많은 공연활동을 펼쳐 왔음이 사실이다.

예술위 지원정책의 아쉬움.

그러나 예술위에서 펼치는 정책 중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 개인적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현장에서 활동하는 많은 연극인들이 희망하는 공연활동은 본인이 속해있는 극단의 색깔이 녹아있는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것일 것이다. 어느 극단이든 모든 단체는 설립취지가 있고 그 취지에 맞는 연극을 무대화하길 희망한다. 그러나 현재 예술위의 지원정책에는 이런 각 극단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도가 없다. 그나마 창작산실이 이에 해당한다 할 수 있으나 많은 수요의 극단을 감당하기에는 그 수혜단체가 너무 적다. 불과 몇 년전까지 창작활성화 사후지원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었는데 최근에 이마저도 자취를 감추었다. 창작활성화 사후지원은 공연단체에서 자체제작을 통해 올린 공연을 평가한 후 재지원을 결정하는, 소위 완성된 결과물을 보고 지원을 결정하는 매우 합리적이고 올바른 지원제도였는데 이 사업이 꼬리를 감춘 것은 지금도 안타가운 일이다.

둘째. 현재 예술위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원제도 중에 대관료 지원사업이라는 분야가 있다. 이 역시 공연단체의 완성된 결과물을 평가한 후, 그 공연에 소비된 대관료를 사후 지원해주는 제도인데, 이 지원제도가 연극의 발전 및 진흥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대관료라는 적지않은 예산상의 부담을 줄여주니 그 예산을 다른 분야에 더 투입되면 작품의 질을 꾀할 수 있다는 논리는 성립되나, 이것은 전시행정을 위한 아랫돌 빼서 윗돌괴는 듯한 느낌이다. 차라리 대관료 지원사업의 예산을 예전처럼 “예술창작 지원” 분야를 만들어 공정한 심사를 통해 각 극단에 지원해주는 방식이 훨씬 현실적이다. 그 지원금으로 대관료를 집행하던, 출연료를 지급하던 그것은 공연팀의 사정대로 진행하면 되는 것이다. “대관료지원사업은 연극인들을 위한 지원제도가 아니고 극장을 가지고 있는 극장주들에 대한 지원제도”라는 우수개 소리가 바로 연극인들이 이사업에 갖는 입장일 것이다. 더구나 각 극장의 대관료는 극장의 규모, 운영형태, 시설, 지가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어떤 극장은 하루 대관료가 60만원인 곳이 있고 또 어떤 곳은 30만원인 곳이 있다. 이 대관료의 차액과 공연의 질은 어찌 보면 하등의 관계가 없다. 지원이라는 것은 성과물을 통해, 또는 사전자료를 통해 그 성과물을 예측하여 수혜단체를 선정, 공평하게 액수를 지정하는 것이 그 기본 일 텐데 대관료 지원사업은 공연단체의 대관금액에 따라 천차만별로 지원되니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실례로 대관료 지원사업의 수혜단체를 보면 어떤 단체는 금액이 250만원이나 어떤 단체는 700만원이 된다. 작품의 질 또는 어떤 심사평가를 통과하여 동등하게 수혜단체로 선정되었을 텐데 수혜금액은 대관료에 따라 차등되는 현실이니 실로 부당하다 아니할 수 없겠다.

셋째. 사업의 규모와 지원금의 액수가 비 현실적인 경우가 많다. 한 예로 한국연극연출가협회의 주력사업 중 신춘문예 단막극제와 아시아 연출가전이 있다. 두 사업 모두 30년, 15년 이상 지속되어온 연극계의 전통있는 축제로써 신춘문예는 당해년도 일간지 희곡 등단작을 무대화하여 연극계의 큰 자산으로 성장할 신진극작가를 소개하는 사업이며 아시아 연출가전은 아시아 지역의 외국 연출가를 초빙하여 국내 배우들과의 작업을 통해 상호 교류 및 개별적 예술역량 강화를 꾀하는 꽤 의미있는 사업이다. 근데 이러한 신춘문예와 아시아 연출가전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해 지원받는 제작금액이 신춘문예는 평균 4천만원, 아시아 연출가전은 평균 이천만원이다.

신춘문예는 보통 매해 7, 8편의 등단작을 선정하여 무대화 하는데 물론 단막극이고 신춘문예 특성상 무대 등이 함축적일 수밖에 없으나 그렇다 해도 7, 8편의 공연을 올리는데 지원금이 사천만원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현장 작업의 현실을 무시한 지원제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 연출가전도 마찬가지다. 외국의 연출가 2명을 초청하여 두달동안 체류시키고 한국연출을 포함하여 총 3명의 연출가가 3작품을 공연하는데 제작 지원비가 평균 이천만원이라는 것은 너무도 비현실적인 발상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지금까지의 예는 발제자 한사람의 예일 뿐이다. 더 많은 문제와 아쉬움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예술위에서 끊임없이 예술인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찾아내고 수정해 나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마치며

기초예술은 그 나라 문화예술의 뿌리와도 같다. 뿌리가 썩거나 도태되면 나무는 죽는다. 이것이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기초예술을 지원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동안 연극계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정책을 통해 명맥을 유지하고 계속해서 발전해 왔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조금만 더 연구하고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수 있는 지원제도를 더욱 개발 시행한다면 현장의 연극인들은 더욱 분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연극예술, 나아가 문화예술 전체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좀 더 현실적이고 좀 더 내실있는 지원정책이 지속 발전되어 연극인들이 신바람 내며 작업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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