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보다 더 재미있는 각색, 보이첵! / 랜디 코웰

원작보다 더 재미있는 각색, 보이첵!

 랜디 코웰(Randy Colwell,  영국 King’s college 석사, 번역가)

원   작: 게오르그 뷔히너

재 구 성: 오세곤

연   출: 오세곤

단 체: 극단 노을

공연일시: 2015. 02.26_ 03.08

공연장소: 노을소극장

관람일시: 2015. 02. 25 프리뷰

 

일반적으로 번역가는 원작에 가장 가깝게 번역을 하려고 한다. 비록 번역한 내용이 어색하더라도 원작과의 차이를 최소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 현실적으로 공연하기 어려운 희곡을 재구성함으로써 그 희곡이 다시 살아나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바로 연극 ‘보이첵’이 그렇게 다시 태어난 공연이다.

원작자 게오르그 뷔히너는 1837년, ‘보이첵’을 완성하지 못한 채 24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희곡은 장면이 순서대로 되어 있지 않고 각각의 장면으로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독특하고 특별한 자연주의와 새로운 부조리극이어서 지금까지 많은 판본들이 나오고 있다.

오세곤이 재구성한 ‘보이첵’은 원작과 달리 매우 빠른 전개가 특징이다. 원작에는 애매모호한 의미들과 표현들, 정확하지 않은 전개 순서, 그리고 긴 독백들이 포함되어 있어 그대로 공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원작과 영어 번역본에서는 1800년대의 인종차별과 반유태주의적(anti-Semitism)인 사상을 반영한 대사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piss in the shape of a cross. So a Jew will die.(십자가 모양으로 소변을 보면 유태인들이 다 죽을 거야.)”와 같이 대부분 모욕적이고 조소적인 내용들이었다. 또한 영어 번역본에서 마리가 악대장을 보는 눈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마가렛이 그녀를 비난하자, “take your eyes to the Jew and have them polished.(네 눈을 뽑아서 유태인에게 닦게 해.)”란 마리의 대사도 있다. 이러한 대사는 관객들에게 불쾌감을 줘 실제로 연극으로 올리기 곤란하다.

이처럼 영어번역본에 나오는 불편한 장면들과 저속한 표현들은 이번 한국어 공연에서 많은 부분이 생략되었다. 예를 들어 영어번역본에서는 등장인물 중 한 명인 마리가 상스럽고 거친 여자로 계속해서 욕을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가난하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매력적인 여자로 다시 태어났다. 또 영어번역본을 보면 마리와 불륜관계인 악대장을 ‘사자 같은 남자’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악대장이 진짜 사자 흉내를 내며 걷기도 해 마치 어린이 연극처럼 표현했다. 이러한 장면이 마리를 좀 더 순수하고 매력적인 여성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영어번역본에 비해 순화된 마리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의 성격은 영어번역본과 한국어 대본이 매우 흡사했다. 그리고 원작의 조연들은 많이 생략되었지만 주인공은 그대로였다.

’보이첵’의 한국어 공연본은 원작에 비해 생략된 부분은 많지만 원작의 희극적 요소는 그대로 살아있는 작품이었다. 특히 극 속의 1800년대의 부조리한 독일 의사는 우리 사회에서도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사회적 인물이라고 본다. 또 결말에서는 무겁고 어려운 원작의 결말을 희극적 요소로 대신해 관객들에게 역설적 웃음을 주고 있다.

오세곤이 재구성한 ‘보이첵’은 모호한 것을 쉽게 만들고, 지루하고 긴 내용을 압축해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한 작품이다. 역설적 희극을 좋아하는 관객에게 오세곤에 의해 재탄생한 ‘보이첵’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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