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작품/ 이주영

불안의 연쇄, 그 숙명의 청춘

– <졸업작품>

이주영(연극평론가)

작: 박찬규
연출: 김수희
공연일시: 2015/02/13-03/01
공연장소: 쁘띠첼씨어터
관극일시: 2015/02/25

2015CJ크리에이티브마인즈의 행보는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2014년 겨울에 뿌린 씨앗(<바람직한 청소년>(이오진 작, 문삼화 연출) <소년B가 사는 집>(이보람 작, 김수희 연출)이 재공연, 뮤지컬로의 변신 등으로 만개한 풍경을 봐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5년 그 시작이 다소 소란스럽다. <하드보일드 멜랑콜리아>(석지윤 작, 이동선 연출)가 그 소란스러움을 야기한 작품인데, 날카로움과 긴장감, 그리고 속도감에 있어서 다소 좋지 않은 평을 받았다. 이런 부정적인 평에 부분 동의하면서, 논리를 거부한 현 사회의 폭력과 죽음을 포착한 작가의 시선, 그 문제의식만큼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어 <먼로 엄마>(임진선 작, 문삼화 연출)의 경우, 캐릭터에 대한 문제점이 거론되는데, 배우들의 연기력과 회전무대의 연출은 매우 탁월하였다. 이제 본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으로 <졸업작품>(박찬규 작, 김수희 연출)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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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작품>의 청춘은 불안하다. 그들의 불안은 현실적이다. 이들에게,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졸업은 삶의 막막함, 불안, 두려움에 다름 아니다. 종종 이 두려움을 외면하기 위해 졸업을 유예하기도 한다. 지금의 현실이 그러하다. 그런데 졸업만이 그러한 것은 아니다. 조혁준(이현균 분)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살인적인 스케줄의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여기서의 살인적임은 시간뿐 아니라 그가 일하는 환경에서도 적용되는 말이다. 살기 위해서는 위험에 노출된, 안전으로부터 유리된 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이 시대의 청춘들이 살아가는 풍경이다.
학생은 졸업작품을 준비하지만, 그 경쟁만큼은 치열하다. 이 치열함은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들에게 졸업작품은 기획사에 뽑힐 기회의 장이다. 어느새 졸업작품은 오디션으로 변질되었다. 대학은 학문을 갈고 닦는 곳이 아닌, 취업을 위한 예비 교육 기관이다. 더 나은 곳으로 취직되길 바라는, 좋은 기획사에 뽑히길 원하는, 이들의 예민함은 학문적 예민함이 아닌, 살기 위한 예민함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 교수의 갈등 또한 현실적이고 그래서 애잔하다. 외부 강사인 김도연(최유송 분)과 전임 교수 최병국(정나진 분)의 갈등, 예술과 취업 사이에서의 갈등, 어느 쪽을 지지해야 할지 모를 지금의 현실이다.
<졸업작품>의 기본 서사는 이처럼 현실적하다. 서사 진행을 크게 비틀거나, 철학적 관념으로 채워 놓지 않는다. 관극에서 있어 친절한 극이다. 그래서 명쾌하다. 하지만 이러한 명료한 서사에도 불구하고 1시간 50분 동안의 관극은 다소 지루한 편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는 압축이 필요하다. 문제의식이 명료하다보니 무대의 상황이 빠르게 읽히고 다음 상황도 쉽게 예견된다. 졸업작품 준비라는 상황설정, 청춘들의 불안과 그에 따른 경쟁 등, 쉽게 파악되는 이 명료한 상황들이 무대 위에서 제법 길게 진행된다. 이를 비껴가기 위해 교내 환경미화원의 노동문제를 언급해보지만, 생각보다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겉돌며 마무리도 유야무야 처리된다. 또한 주요인물인, 매력적인 인물인 희준의 죽음마저도 너무 쉽게 예상이 되기에 그의 죽음이 주는 강도가 약하게 다가온다. 어느 순간 작품이 제출한 현실적 공감은 지루해지거나 흐릿해진다.
<졸업작품>은 작년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 작품들을 환기시킨다. 작년의 인물들, 그 고등학생들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불안하고 힘들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언제까지 이 시대의 청춘들은 힘겹고 버거운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 <졸업작품>의 마지막 오은솔(신사랑 분)은 작은 불빛을 비춘다. 이 불빛이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일지, 혹은 오지 않을 막연한 착각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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