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제36회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총평/ 박정기

2015 36회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총평

 

박정기

 

이번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은 극단 바람풀의 설윤지 작, 박정석 연출의 <씨름>,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작·연출의 <만주전선>, 극단 필통의 선욱현 작, 정범철 연출의 <돌아온다>, 극단 광장의 국민성 작, 문석봉 연출의 <6 29가 보낸 예고 부고장>, 극단 고래의 이해성 작·연출 <불량청년>, 극단 76·극단 죽죽의 배봉기 작, 김국희 연출의 <물의 노래>,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최원종 작·연출의 <청춘 간다.> 등 일곱 작품이다.

 

1, 극단 바람풀의 설윤지 작, 박정석 연출의 <씨름>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2015년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설유진 작, 박정석 연출의 <씨름>을 관람했다.

 

설유진(1985~)은 연극배우로도 활약하고, 연극 이순재 주연의 <아버지>에서 조연출로 참가한 바가 있는 미모의 신진여성작가다. 처음 집필한 <씨름>이 2014년 공모된 “희곡아 솟아라.”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어 2015년 서울연극제에 공식참가작이 되었다.

 

무대는 객석을 향해 기울어진 원형의 “씨름판”이 무대 한 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그 위에서 씨름판을 벌이기도 하고, 그 상부에 문을 여닫을 수 있는 네모난 통로가 있어 동굴 속으로 설정이 되기도 한다. 원형의 무대는 씨름판 뿐 아니라, 소싸움의 장소로도 사용이 되고, 원형무대 주변을 한 바퀴 돌아 동리사람들의 모여드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출연자가 소머리 부분의 탈을 들고 등장해 소 역할을 하고, 2인이 등장을 할 때에는 소 싸움판으로 사용된다. 원형무대에 영상으로 전쟁장면을 투사해 극적효과를 높이고, 무대 오른 쪽에는 흰색의 커다란 고사목 한그루가 서있다. 후반부에 고사목이 쓰러지면죽었다고 믿었던 인물이 되돌아오고, 마을에 변괴가 일어나는 조짐을 보인다.

 

연극은 전쟁의 포성과 천둥번개소리가 어우러져 들리면서, 절친한 고향친구 2인이 동굴 속으로 피신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한사람은 씨름으로 장원을 한 대장부 기상이 넘치는 인물이고, 또 한사람은 장부의 체격이지만 말을 더듬는 소심한 인물로 그려진다. 두 사람은 동굴에서 주린 배를 채우려 애쓰고, 심심하면 장부기상의 청년이 상대에게 씨름 기술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장면이 바뀌면 과거로 돌아가 한 부락에서 살던 때의 풍경이 극에 묘사된다.

대장부 기상 청년의 아버지 역시 씨름에서 장원을 한 장사라서, 진즉부터 누렁이 소 한 마리를 상으로 타와 집에서 기르고, 아들이 씨름에서 우승을 해 타 온 소를 기르기 귀찮다고 그냥 길거리로 쫓아낸 일화가 소개가 된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대장부기상의 청년은 아버지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존중하고 설사 그 말이 틀린 점이 있다고 하드라도 그대로 순종하는 효자로 묘사된다. 그런 아들을 따르는 어여쁜 동리처녀가 있고, 처녀의 아버지는 홀아비인데, 원만한 성격이라 마을의 이장노릇을 하고 있다. 두 남녀는 장래를 기약하는 사이다. 한편 소심한 청년은 홀 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했고, 너무나 예쁜 어머니의 모습에서, 소심하지만 미남 아들이 태어났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소심청년에게는 체격만 크지 형보다 더 소심한 아우가 한 사람 있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소심한 청년의 아버지는 소심청년의 결단력이 부족할 때, 회상장면처럼 등장해 언성을 높여 소심청년을 일깨우기도 한다.

천둥번개가 계속되고 다시 동굴장면이 재현되면, 대장부 청년이 주린 배를 참지 못하고, 소심한 청년의 제지를 물리치고, 먹을 것을 구하러 동굴 밖으로 나간다. 소심청년은 죽을까봐 동굴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겠다는 심정을 드러낸다. 대장부청년은 동굴 밖이 추우니, 소심청년의 두루마기를 빌려 입고 떠나간다. 동굴 밖에는 적군이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상황설정이 된다.

 

장면이 바뀌면, 전쟁이 끝나고, 술로 인사불성이 된 대장부 청년의 아버지가 고사목에 기대어 있고, 마을 노인을 비롯해, 소심한 청년의 어머니와 형보다 더 소심한 아우, 그리고 어여쁜 처녀의 아버지가 원형무대에 모여 하루하루의 일상을 펼친다. 그러면서 전쟁이 끝났는데도 귀가를 않는 두 청년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모습이다. 마침내 소심청년의 아우의 눈에 누군가가 마을로 들어서는 모습이 보이고, 마침내 한 청년이 도착을 한다. 그 청년은 대장부가 아닌, 소심청년이다. 모두 반기며 대장부청년에 관해 뭇지만 소심청년은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저 자신만 용케 탈출을 해 돌아왔다는 이야기만 할 뿐이다. 이 마을에 군수가 등장한다. 소심청년의 두루마기와 그 두루마기에 적힌 소심청년의 이름을 확인하며, 소심청년에게 두루마기를 돌려준다. 물론 그 두루마기는 대장부청년이 동굴 밖으로 나갈 때 빌려 입고 간 바로 그 두루마기다. 군수는 자신을 구하고 두루마기까지 입힌 소심청년을 영웅처럼 대한다. 그리고 마을에 공장이 들어선다며, 장차 공장 책임자로 임명하리라는 이야기를 하고 떠난다. 마을 사람들의 환호와 갈채가 이어지고, 촌로만 고개를 가로 젓는다.

 

대장부청년의 생사불명을 모르니, 소심청년과 어여쁜 처녀의 부모들의 성화로 두 사람은 짝을 이루게 된다. 촌로는 소심청년을 못마땅해 하고, 어릴 적 소심청년의 잘못을 들춰내지만, 소심청년을 그 일을 잡아떼고 모두 촌로를 치매로 몰아가니, 촌로는 하는 수 없이 자리를 떠난다. 소심청년은 결혼을 하면서 마을의 책임자 뿐 아니라, 공장 책임자가 된다. 소심청년의 말더듬이 증세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진다.

 

얼마 후 대장부청년이 몰골로 귀향을 한다. 사람들이 그를 반기고 반가움을 표하지만, 청년의 아버지는 술에 찌들어 아들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의식불명상태이고, 사랑하는 처녀는 친구에게 시집을 가고, 소심친구는 마을의 책임자가 되어 영웅처럼 대접받고 있어, 대장부청년은 할 말을 잊게 된다. 남의 아내가 된 어여쁜 처녀가 자주 도움을 주려 하지만, 시어머니의 제지로 대장부청년에게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하게 된다.

 

씨름판에서 소싸움이 벌어진다. 군수가 등장해 소싸움을 지켜보자, 대장부청년은 군수를 알아본다. 자신이 동굴에서 나와 적군을 처치하고, 그 때 적군에게 잡혀있던 군수를 구해준 일을 머리에 떠올린다. 그리고 적군의 말을 잡아 주린 배를 채웠던 사실도….그런데 군수는 말뼈로 자신을 구해준 대장부청년의 머리를 때려 기절시키고, 소심청년의 이름이 적힌 두루마리를 입고 떠나간 일을….그러나 대장부청년을 그러한 사실을 발설하지 않고 대장부답게 참아낸다. 이번에는 대장부청년과 소심청년의 씨름이 벌어진다. 몇 배 건강한 모습의 소심청년은 안간힘을 쓰지만 몰골의 대장부청년에게 패하고 만다. 대장부청년은 지쳐 그 자리에 쓰러져 눕는다. 대장부청년을 보며, 소심청년은 자신이 아닌 대장부청년이 마을책임자가 되고, 영웅대접을 받고, 공장운영도 했어야 하는데,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로 영웅대접을 받고, 어여쁜 처녀도 색시로 맞이하고, 또 마을이나 공장 책임자가 된 사실이 공개될까 두려워, 소심청년은 대장부청년이 방관하고 있는 누워있는 사이에 배위에 올라타고 힘을 주어 대장부 청년을 목 졸라 살해한다.

 

대단원에서 중년이 된 소심청년과 그의 장성한 아들이 씨름판에서 대결을 벌인다. 그런데 아들의 모습은 꼭 죽은 대장부청년의 모습을 빼닮았다. 중년은 힘껏 씨름을 벌이지만 아들에게 패해 쓰러진다. 음매하는 소리와 함께 소머리를 든 사람이 씨름판으로 올라오고, 아들은 아버지를 일으켜 세워 씨름판에서 함께 퇴장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대장부청년으로 김동현, 소심청년으로 이재인이 출연해 명연을 펼친다. 촌로로 정재진, 소심청년의 어머니로 전국향이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군수로 지춘성, 소심청년 아버지로 유준원, 대장부청년 아버지로 문창완, 처녀 아버지 로 강학수, 소심청년 아우로 지건우, 어여쁜 처녀로 이훈희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극의 도입부터 관객을 몰입시키고,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소품 김교은, 조명 류백희, 의상 박근여, 영상·음향 윤민철, 분장 이지연, 움직임 이상철, 그래픽·사진 김 솔, 조연출 문선주, 기획 이시은, 무대제작 스테이지 토우, 소품제작 박현이·이소정, 영상보조 김유정, 분장보조 최형정, 음향보조 최영미, 조명보조 김대현 등 스텝 모두의 노력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극단 바람풀의 설윤지 작, 박정석 연출의 <씨름>을 기억에 길이 남을 좋은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2,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작·연출의 <만주전선>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제36회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작·연출 <만주전선>을 관람했다.

 

박근형(1963~)은 1985년 극단 76에 입단했다. 이후 1991년 <춘향>(1991)으로 데뷔했다. 그 후 극단 76과 함께 <아스피린>(1994), <쥐>(1998), <만두>(1998)를 올렸다. 1999년 <청춘예찬>으로 연극계의 주목과 찬사를 받았다.

 

그는 2001년부터 극단 골목길을 이끌고 있다. <귀신의 똥>(1999), <이자의 세월>(2000), <물속에서 숨 쉬는 자 아무도 없다>(2001), <삽 아니면 도끼>(2002), <대대손손>(2003), <집>(2003), <삼총사>(2003), <선창가>(2005), <돌아온 엄사장>(2007), <백무동에서>(2007),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2008), <너무 놀라지 마라>(2009), <아침 드라마>(2010), <처음처럼>(2011) <햄릿 업데이트>(2011), <전통에서 말을 하다>(2012), <전통에서 춤을 추다>(2012) <청춘예찬(2013)> <시대유감(2013)> <피리 부는 사나이(2013)> <베키 쇼(2014)> <로미오와 줄리엣(2014)> <만주전선(2014)>를 집필 연출했다.

 

김상렬 연극상(2005), 올해의 예술상(2005)동아일보 차세대를 이끌고 갈 연출가 1위 선정(2003)되고, 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BEST 3 – 대대손손(2000), 동아연극상 작품상, 희곡상 – 청춘예찬(2000),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 청춘예찬(2000), 문화관광부 장관상(1999) KBS 문예진흥원 공동주관【발굴 이사람】선정(1999), 평론가협회 작품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 청춘예찬(1999), 청년예술대상 희곡상(1999), 연극협회 신인연출상, BEST 5 작품상 – 청춘예찬(1999)을 수상했다.

 

<만주전선>의 배경이 되는 만주국은 1932년(대동 원년)의 건국 시에는 수상으로 정샤오쉬가 취임했고, 1935년(강덕 2년)에는 만주의 독립선언을 발표한 둥베이 행정위원회 위원장 장징휘가 수상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실제 정치 운영은 만주주둔 일본제국 특명전권대사 겸 관동군 사령관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원수는 수상과 각료를 비롯해 관리를 임명하여 관제를 정하는 권한이 주어졌지만, 관동군이 실질적으로 만주국 고급 관리의 임명이나 파면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었으므로, 관동군의 동의가 없으면 임면할 수 없었다. 또한 공무원의 약 절반을 일본인이 차지하고 있었다. 관동군은 일본인을 만주국 정부의 각 행정관청의 장·차장으로 임명시켜 실권을 잡게 했다. 이것을 내면지도라고 불렀다. 즉 만주국은 정치나 경제부문에서 일본인이 운영하는 껍데기뿐인 일본의 괴뢰 국가였다. 중국인들은 이러한 일본인의 만주지배에 대해 항의나 항거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조선인들이야 더 말해 무엇 하랴? 이 극에서처럼 만주에서 활동하고 있던 조선의 독립군이나, 광복군을 조선인들까지 비적이라 여겼던 것도 어쩔 수 없었던 사실이다. 이 극에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창씨개명을 하고, 일본인들같이 옷을 입고, 당시 유행하던 우리 가요를 일본어로 부르고, 만주 일본군관학교에 입학해, 일본장검을 뽑아들고, 일본을 위해서는 목숨을 바치겠다는 각오와 결의를 드러내는 모습은 불과 100여 년 전의 우리의 선대의 풍경이다.

 

무대는 다다미방, 장지문 등 적산가옥의 내부다. 정면 장지문 위에 슈바이처와 한 남성의 사진이 걸려있다. 바닥에는 탁자와 방석이 놓이고, 쟁반에 작은 도자기 술병과 술잔을 들여다 음주를 한다. 벽에는 일본장검을 올려놓는 걸이가 있다. 무대 왼쪽이 출입구로 설정된다.

 

연극은 도입에 준수한 모습의 청년 가네다가 등장해 만주에서의 가족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자신의 할머니 세 사람과 관련된 이야기다. 이 적산 가옥에 살며 병원으로 출근하는 닥터 지바고를 연상시키는 의사 기무라, 그의 약혼녀인 나오미는 지바고의 연인 라라를 빼 닮았다. 게다가 나오미는 교회에서 공연할 연극의 소재를 찾고 있다. 여기에 만주 일본무관학교에 입학한 사나이다운 모습의 아스카가 등장해 환영을 받는다. 아스카는 장검을 뽑아들고 일본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결의를 하는데, 삭발한 모습과 여간 어울리는 게 아니다. 여기에 일본인 회사에 다니며 회장과 내연의 관계를 맺고 있는 미모의 여성 요시에가 나오미의 절친으로 등장하고, 마지막으로 아스카의 누이동생이자, 가수 지망생인 귀여운 모습의 게이코가 오빠의 군관학교 입학을 축하하러 등장한다. 그러나 게이코는 오빠 아스카의 반대로 가수지망을 포기하고, 교회연극에 합류한다. 이 남녀 여섯 명을 통해 당시의 조선인의 생각과 삶이 연극에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가수를 화류계로 여겼던 당대의 의식, 조선의 독립을 꿈속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대다수의 동포들, 정신적으로 기댈 곳은 기독교밖에 없었던 암담한 현실, 일본에 동화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했던 당대의 상황이 하나하나 극에 묘사된다.

 

거기에 유부남인 일본인 회사대표와의 사랑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불륜으로 낙인찍혀 요시에는 잉태한 아이를 낳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에 처하지만, 게이코가 자신이 그 아이의 어미가 되겠노라는 위대한 우정의 발로가 나오미는 물론 요시에를 감동시켜, 결국 3인의 여인이 태어날 아이, 즉 후에 아들임이 알려지지만, 아들의 세 어머니가 된다는 내용이다. 대단원에서 아기의 탄생과 함께 이 씨 성을 갖게 된 사연과 천정에서 내려뜨려 펼쳐진 일장기와 일본국가 연주음 속에 극은 마무리가 된다.

 

강지은이 교회연극을 준비하는 권 혁의 약혼녀, 권 혁이 의사, 정세라가 일본인의 씨를 밴 여인, 김은우가 군관학교 입학생, 이봉련이 가수지망생이자, 군관학교 입학생의 누이, 김동원이 해설자로 등장해, 6인의 출연자 전원이 성격창출에서나, 연기에서 발군의 기량을 드러낸다. 특히 권 혁은 오마 샤리프를 연상시키는 외모와 출중한 연기로, 김은우는 삭발과 어울리는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이봉련도 깜짝 놀랄 성격창출로 폭소와 눈물을 이끌어 낸다.

 

무대감독 나영범, 무대디자인 정현조, 조명디자인 성노진, 홍보디자인 김근영, 음악 박민수, 의상 김민희, 소품 심재현, 오퍼 김태훈·남수현, 진행 안소영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작·연출의 <만주전선>을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3, 극단 필통의 선욱현 작, 정범철 연출의 <돌아온다>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2015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극단 필통의 선욱현 작, 정범철 연출의 <돌아온다>를 관람했다.

 

선욱현(1968~)은 광주광역시 출생,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뛰어난 배우이자, 극작가 겸 연출가다. 극단 필통 대표를 역임했고, 현재 강원도 도립극단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정범철(1976~)은 경기대학교 무역학과와 서울예술대학 극작과를 졸업한 앞날이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작가이며 연출가다.

 

이 연극은 산자락에 자리한 한 막걸리 주점에서 벌이지는 일이다. 아름다운 서예글씨로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옵니다.”라는 액자가 걸려있고, 이곳을 찾는 손님 하나하나의 그리움의 대상 뿐 아니라, 망자까지도 그리움의 대상이 되어 등장한다.

 

이 주점은 정면에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 공간을 통해 밖의 풍경이 내다보인다. 바로 문설주 위에 아름다운 서체의 붓글씨로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옵니다.”라는 액자가 서예가의 낙관과 함께 걸려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창 오른편에 주전자와 잔을 놓은 작은 진열장이 있고, 그 옆으로 주점의 출입구가 있다. 무대 가운데에는 우리가 늘 상 보던 원통형의 받침과 그 위에 원형의 철판을 깐 술집 탁자가 무대 중앙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네 개가 마련되어 있고, 무대 왼쪽에는 객석 가까이에 카운터로 사용되는 테이블과 의자, 그 뒤 쪽으로 주방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다. 주점 건물의 외곽으로도 통로가 나 있고, 망자들이 사용을 한다. 창과 주점 여기저기에 막걸리라는 글씨를 써 붙여놓고, 안주꺼리 이름도 적어 붙였다. 주점 왼쪽 처마 끝에 달린 풍경과 맑은 음이 눈길을 끈다.

 

주점주인은 중년남자이고, 주인도 늘 상 술을 마시며 손님을 접대하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파지를 모으며 아들을 기다리는 노파가 주점 손님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 모습에서, “전주 해장국집의 욕쟁이 할머니”를 연상시키고, 인근 사찰에 새로 부임하는 주지승, 이 주점을 구입하려는 복부인과 부동산소개소의 여사무원, 그리고 부근 대학교 교수라는 초로의 시인과 그와 동행을 하는 젊은 교수, 그리고 부근 어린이 학교의 선생노릇을 하는 재일교포 여인, 이 주점에서 일을 하며 글을 쓰는 여류작가, 주점주인의 아들과 결혼상대 여인, 부근 대학의 청년학생, 그리고 망자 부부가 출연해 연극을 펼쳐간다.

 

주점주인은 자신의 아들을 길러준 아버지가 늙은 후에 치매를 앓자, 자가용에 동승시켜 어디론가 가다가 잠시 차를 멈추고 볼일을 보고 온 사이에 노인이 행방불명이 되고, 그 후 주점주인의 아들이 주점 매매계약문제로 약혼녀와 함께 찾아오지만, 노인을 찾지 못한 사연을 두고, 아버지를 아버지로 여기지를 않고 하대하는 모습이 부각되고, 승려는 어릴 적에 헤어진 어머니를 찾고, 욕쟁이 노파 역시 잃은 아들을 찾으며 평생을 보낸다. 재일교포 여선생은 후에 죽은 아들의 유골을 품에 안고 들어오고, 망자 내외가 서로를 스쳐지나가면서도 알아보지를 못하는 정경이라든가, 후에 욕쟁이 노파의 아들이 승려이고, 주점주인 부자의 갈등이 결국 아버지가 아들에게 져줌으로써 해결국면을 기대하지만, 결국 이별의 길로 가는 모습, 이러한 각자의 그리움의 상대와 대상이 여류작가에 의해 한 폭의 움직이는 풍경화로 묘사되는 독특하고 서정적인 연극이다.

 

윤상호, 김곽경희, 리우진, 유 안, 리 민, 강유미, 정연심, 김소영, 신진철, 박복안, 한일규, 명인호, 배은아, 이해미, 맹선화, 문학연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이 제대로 드러나 갈채를 받는다.

 

기획 문학연·이민영, 무대디자인 이창원, 조명디자인 배대두, 음악 이재진, 사진 김 솔·신정은, 그래픽디자인 김 솔, 조연출 한정원, 무대감독 김경남, 조명오퍼 김성진, 음향오퍼 문성규, 풍경소리 이정하, 진행 맹선화·주진오 등 스텝 진의 열정도 부각되어, 극단 필통의 선욱현 작, 정범철 연출의 <돌아온다>를 친 대중적이자 서정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4, 극단 광장의 국민성 작, 문석봉 연출의 <6 29가 보낸 예고 부고장>

 

대학로 예술마당 1관에서 극단 광장의 국민성 작, 문석봉 연출의 <6 29가 보낸 예고 부고장>을 관람했다.

 

국민성 작가는 동국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아버님 전상서> <탄금대의 소리별> <여자의 일생> <정조의 꿈> <어린이 난타> <악극 유랑극단> <뮤지컬 천도 헌향가> <잃어버린 세월> <뮤지컬 영원지애> <태자 햄릿> <장금이의 꿈> <불명의 처> <애수의 소야곡> <충무로 국제영화제 개막식 시나리오> <레미제라블> <문> 그 외의 다수 작을 집필, 또는 각색 공연한 출중한 미모의 여류작가다.

 

6 29선언의 계기가 된 6월 항쟁’은 1987년 6월 10일부터 6월 29일 직전까지의 전국적으로 벌어진 대규모 반독재 민주화 시위다. ‘체육관 선거’로 불리는, 소위 유신헌법을 지지하는 자들만이 통일주최국민회의 대의원이 될 수 있고, 바로 통일주최국민회의 대의원들에 의한 대통령 간접선거를 통해 후계자에게 권력을 승계해주려던 군부정권의 영구집권 기도를 결사적으로 저지한 시민혁명이다.

 

1980년대 초중반 정권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전개되어 온 학생과 시민들의 민주화 운동은, 1987년 1월 초 서울대생 박종철 군이 경찰 고문으로 사망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최고점으로 치달았다. 정권은 사건의 진실을 덮으려 했지만 동아일보의 연이은 특종보도로 무산됐다. 그럼에도 전두환 대통령은 간선제를 고수하겠다며 4·13 호헌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그해 5월 정권이 박종철 사건을 조작 축소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고, 6월 9일 연세대생 이한열 군이 경찰 최루탄에 맞아 사경에 빠져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범야권 연합조직인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는 6월 10일 ‘박종철 군 고문살인 조작·은폐 규탄 및 호헌 철폐 국민대회’를 열었다. 경찰의 원천봉쇄에도 불구하고 전국 18개 도시에서 일제히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정권은 강경 진압에 나섰지만 평범한 회사원들까지 연일 시위에 동참했다. 6월 26일엔 전국 33개 도시에서 100만여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결국 6월 29일 당시 집권당인 민주정의당 노태우 대표가 직선제 개헌을 촉구하는 ‘6·29선언’을 발표했고 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로 군부정권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된다.

 

<6 29가 보낸 예고 부고장>은 당시의 상황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때 민주화 투쟁을 하던 친구들과 연인들을 등장시켜, 당시를 무대 위에 재현시키고, 그리고 30년 가까이 된 지금, 주인공은 다시 6 29를 맞이한 날에, 금배지를 달거나, 고위공직자가 되거나, 기업의 수장이 되어 부패와 타락양상을 보이는 친구들에게 한 통의 부고장을 보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친구들의 초기의 순수의지와 양심회복을 바라는 일종의 애국적 정신쇄신기원연극이다.

 

사법시험은 1,2,3차까지 치러야 하고, 객관식인 1차, 주관식인 2차, 그리고 3차 면접시험까지 통과해야 합격판정을 받는다. 2차 시험에서는 당시 유신헌법을 기초한 갈봉근이나 문홍주의 유신헌법, 김증한의 민법, 황산덕의 형법, 서돈각의 상법을 깊이 공부해야 합격점에 도달할 수 있었고, 설사 2차에 합격을 했더라도, 3차에서 유신헌법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면접관 앞에서 한마디라도 내 비추면, 합격이 취소되고, 실제 그러한 발언으로 불합격을 한 인물이 있다.

 

연극에서는 당시 민주화 투쟁에 앞장을 서거나, 가담한 인물들의 행적이 묘사된다, 공돌이나 공순이로 불리던 말단 근로자, 그들을 일깨워 근로조건향상을 위해 투쟁하도록 이끌던 기업인의 아들, 함께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동창, 그리고 연예인 지망의 재벌 기업가의 딸, 그리고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주인공과 그가 사랑하던 여인이 등장해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게 되는 과정과 이별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극 속에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그러나 사법고시생의 부모는 실향민으로 설정되고, 그가 행방불명이 되자, 적색분자로 낙인을 찍는 등의 당시의 정국이 반영된다. 민주화투쟁을 하던 청년시절의 그들이 기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던 정황이 극에 그려지기도 한다. 특히 주인공의 자아와 또 다른 자아가 동시에 등장해 벌이는 갈등과정은 명장면이다.

 

세월이 흐른 현재, 당시의 투사들은 고위공직자나 금배지를 달거나 기업의 수장이 되어 누구보다도 좋은 삶을 영위하고 있으면서도, 민주화투쟁 보상금까지 받아내는 모습이나, 현재 그들이 부패기업가가 내미는 거금을 주머니에 가득 채우는 모습에서, 바로 이런 <6 29가 보낸 예고 부고장> 같은 연극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공연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이화영, 박정순, 김태훈, 최원석, 최낙희, 남동하, 김경익, 박은경, 이현주, 허지나, 임신호, 정주희, 지환, 이수민, 신승우, 정희중, 김정현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이나 호연, 그리고 열연은 갈채를 받는다.

 

드라마트루거 김세한, 음악감독 박은경, 음악녹음디자인 박용진, 조연출 홍영은 오리라, 무대감독 남준, 무대디자인 조민주, 무대제작 류관호, 조명디자인 이상봉, 음향디자인 한철, 영상디자인 송영범, 기획지원 신은철, 경영지원 한현미, 조명오퍼 김대현, 영상오퍼 이혜진 등 스텝의 열정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광장의 국민성 작, 문석봉 연출의 <6 29가 보낸 예고 부고장>을 국민 모두가 관람해야 할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5, 극단 고래의 이해성 작·연출 <불량청년>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극단 고래의 이해성 작·연출의 <불량청년>을 관람했다.

이해성은 극단 고래의 대표, 작가 겸 연출가다.

 

2008년 백수광부 정기공연 <고래>作/연출2009년 백수광부 정기공연 <고래>作/연출 [박근형 연출]2011년 남산예술센터 시즌 개막작품 <살>作2012년 대학로예술극장 ‘봄 작가, 겨울무대’ <치유>연출2012년 남산예술센터 <사라지다>作/연출2013년 대학로예술극장 <빨간 시>作/연출

 

수상경력200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당선 <남편을 빌려드립니다>2007년 제10회 신작 희곡페스티벌 당선 <고래>2008년 밀양 연극제 희곡상 <고래>[작/연출]2008년 서울문화재단 창작활성화 사후지원금 선정 <고래>2009년 서울문화재단 젊은 예술가 지원 선정2010년 전국문예회관 연합회 주최 창작 팩토리 우수연극제작 지원 선정 <살>

 

<불량청년>은 시청 앞 광장에서 시위를 하던 김상복이라는 청년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아 정신을 잃은 후, 1920년대로 되돌아 가, 당시 독립운동을 하던 김상옥 의사를 만나, 자신의 모습과 같음에 놀라고, 일제치하의 경성과 중국의 상해에서의 김상옥 의사와 행동을 같이 하고, 귀국해서 김상옥 의사가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한 후 일본경찰에 포위되어 총격전을 벌이다가 자결하는 모습을 본 후, 정신을 차리니, 광화문 광장에서 시위군중 속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김상옥(1890~1923)은 일제 암흑기 경성에서 태어나, 학교교육을 받지 못하고 독학을 하며 대장간을 운영하고 손수레로 철물행상을 하고 다녔다. 김상옥은 일본헌병에게 쫓기던 학생 박노영(朴露英)을 숨겨주고, 혁신공보(革新公報)라는 독립운동 유인물을 건네받아 동대문 교회를 중심으로 항일운동을 펼치던 학생들의 모임에 참가하게 된다. 기미년 삼일만세운동이 일어나자 김상옥은 박노영과 함께 독립운동가 조소앙(趙素昻)을 도와 피신시키고, 상해(上海) 대한망명정부(大韓亡命政府)로 건너갈 여비를 마련해 준다. 같은 날 김상옥은 일본헌병에게 봉변을 당하던 여학생 장규동(張圭童)을 구해주고, 장규동의 동급생 이혜애(李惠愛)와 함께 동대문 교회를 근거로 항일운동을 하는 학생들을 소개하고, 그들과 함께 일하게 한다. 혁신공보를 배포하는 과정에 김상옥은 붙잡혀 종로경찰서에 구금되어 혹독한 고문을 당하나,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자 그때부터본격적인 독립운동을 하게 된다. 상해임시정부가 세워졌다는 소식과 함께 조소앙으로부터 미국 국회의원단 일행이 삼일운동 당시 기독교도 사상자 수를 조사하려 내한할 것이니, 의원단 환영식장에서 독립만세운동을 펼치라는 통고를 받고, 김상옥은 취지문과 태극기 그리고 성조기를 준비한다. 인쇄물을 운반하는 과정에 장규동이 체포되고 김상옥은 상해로 망명을 하게 된다. 임시정부에서 조소앙을 만난 김상옥은 국민 대회장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동포들이 좌, 우익으로 나뉘어 골육상쟁을 하는 것을 보고, 김상옥은 분노와 절망감에 자살을 기도한다.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 않고 깨어난 김상옥은 사격장 코치로 일을 하게 되고, 박노영과도 다시 만난다. 동생 상열(相烈)에게서 온 편지로, 가족과 장규동이 종로 경찰서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고, 장규동은 폐인이 되다시피 되어 병원에 입원중이라는 것을 안 김상옥은 국내에 잠입, 장규동을 구해내 상해로 데려온다. 장규동은 차츰 건강을 되찾고, 김상옥의 아이를 밴다. 그러나 출산도중 장규동은 아이와 함께 죽는다. 장규동의 부모에게 딸의 죽음을 알리려고 김상옥은 재차 입국하고,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한다. 전국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지고, 용의자로 김상옥이 지목된다. 장규동의 부모를 만난 후 김상옥은 이혜애의 집에 몸을 숨긴다. 그러나 은신처가 알려져 경찰과 헌병대에 포위되고, 이혜애는 형사의 총에 쓰러진다. 김상옥은 격전을 벌이다가 마지막 총알로 자살한다, 현재 대학로 마로니에 광장에는 김상옥 의사의 동상이 있다.

 

무대는 여섯 자 높이의 단이 배경에 부착되어 무대 좌우로 연결된 통로 겸 큰길 구실을 한다. 그 중앙에 장처럼 생긴 조형물이 있어 그걸 움직이면 출입구가 되고 비밀창고로 사용된다. 무대 좌우에 단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배경에 선으로 그린 광화문의 모습이라든가, 기차의 객차의 창문 그리고 함박눈이 내리는 모습과 일본경찰과의 총격전이 애니메이션으로 투사된다. 1920년대의 인물들은 말투나, 의상착용으로 변화를 주고, 김상옥과 김상복이 같은 모습이라는 설정으로 다른 극중 인물들의 두 사람 식별 혼돈양상이 부각되고, 주인공 김상복은 콧수염을 떼고 붙이는 등 분장변화라든가, 또 휴대전화를 사용함으로써 1920년대 당대 인물들과의 통화가 가능하지만 2015년대의 인물들과는 통화불가능으로 연출되어 절묘한 극적효과를 창출시키고, 이육사의 시 광야가 극중 낭독되고, 대단원에서 출연자가 합창을 하며 연극은 마무리를 맺는다.

 

유성진이 김상옥, 이대희가 김상복으로 출연해 호연과 열연으로 극을 이끌어 간다. 이명신이 김상옥으로 더블 캐스팅되어 호연을 보인다. 지춘성, 선종남, 정인겸, 전형재, 정원조, 김동완, 레지나, 김지현, 이소영, 홍철희, 박현덕, 송재연, 허지행, 신장환, 최준수, 이운호, 아누팜, 오찬혁, 변신영, 이현정, 장원경, 최지숙, 이송이, 유민경, 이사랑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이 관객의 갈채를 받고, 가수 최은진이 특별출연해, 1920년대의 가요와 현재의 가요를 열창해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기도 한다.

 

무대 서지영, 무대크로 안영주·박윤선, 조명 성미림, 조명오퍼 한아름, 음악 김태규, 음향오퍼 배유리, 영상 윤형철, 영상오퍼 임소은, 의상 장주영, 수품 서정인, 소품어시스트 이사랑·임다은, 분장 장경숙, 사진 이지락, 드라마트루크 이단비, 안무 김유진, 조연출 최지숙·임소은, 장면식, 기획 김승주·장원경, 진행 임다은·김혜진·이은주·양이배, 인쇄물디자인 김보현 등 스텝의 열의가 드러나, 극단 고래의 이해성 작·연출의 <불량청년>을 흥미롭고 친 대중적인 서사연극으로 탄생시켰다.

 

6, 극단 76·극단 죽죽의 배봉기 작, 김국희 연출의 <물의 노래>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극단 76·극단 죽죽의 배봉기 작, 김국희 연출의 <물의 노래>를 관람했다.

 

배봉기(1956~)는 전북대학교 국문학과와 연세대학교대학원 국문학과 졸업하고, 1981년 소년중앙 문학상과 1985년 계몽문학상에 동화, 국립극장 장막 공모에 희곡, 스포츠서울ㆍ영화진흥공사 공모에 시나리오, <문학사상> 신인상에 장편소설로 등단하여 동화, 동극, 희곡,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그동안 펴낸 희곡집으로 <잔인한 계절>, <우리 시대의 사랑>이 있고, 동극집으로 <말대꾸하면 안 돼요>가 있으며, 청소년 소설로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사라지지 않는 노래><철조망과 농구공 >이 있다.

 

대산재단과 문예진흥원 창작 기금을 받았으며,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거창국제연극제 장막 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한국연극 100주년 기념 장막 공모에 당선했다. 13ㆍ14회 서울연극제와 문화예술위원회 창작 지원 공연, 한국연극 100주년 기념 공연 등 다수의 희곡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현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서 아동문학과 희곡을 가르치고 있다.

 

김국희는 숙명여대 산업공예학과와 동국대 대학원 연극학과 출신의 연출가로 <이런 노래> <엄마가 절대 하지 말랬어> <상대방의 자리> <적빈> <파리떼> <흐르지 않는 시간> <고도를 기다리며> 등을 연출한 미모의 연출가다.

 

이 연극은 1923년 일본 관동대지진 당시 재일거류 조선인을 살상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1923년 9월 10일자 매일신보. 신문에는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들이 폭동을 조장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글로 전면을 다루고 있다. 1923년 도쿄 일원의 간토 지방은 지진으로 인하여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고, 흉흉해진 민심 덕분에 일반인들 사이에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싹트는 가운데, 내무성은 계엄령을 선포하였고, 각 지역의 경찰서에 지역의 치안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을 지시하였다.

 

그런데, 이때 내무성이 각 경찰서에 하달한 내용 중에 “재난을 틈타 이득을 취하려는 무리들이 있다. 조선인들이 방화와 폭탄에 의한 테러, 강도 등을 획책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 내용은 일부 신문에 보도되었고 보도내용에 의해 더욱더 내용이 과격해진 유언비어들이 신문에 다시 실림으로서 “조선인들이 폭도로 돌변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약탈을 하며 일본인들을 습격하고 있다”라는 헛소문이 각지에 나돌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지진으로 인하여 물 공급이 끊긴 상태였고, 목조 건물이 대부분인 일본의 특징 때문에 일본인들은 화재를 굉장히 두려워하였으므로, 이러한 소문은 진위여부를 떠나 일본 민간인들에게 조선인에 대한 강렬한 적개심을 유발하였다. 이에 곳곳에서 민간인들이 자경단을 조직해 불시검문을 하면서 조선인으로 확인되면 가차 없이 살해하는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죽창이나 몽둥이, 일본도 등으로 무장하였고, 일부는 총|총기로 무장하기도 하였다.

 

우선 조선식 복장을 한 이는 바로 살해당하였으며, 학살 사실을 알고 신분을 숨기기 위해 일본식 복장을 한 조선인들을 식별해 내기 위해서 조선인에게 어려운 일본어 발음 한국어에 없는 어두유성음 및 종종 정확하게 발음되지 않는 장음 발음(撥音)등으로 이루어진) 「十五円五十銭」(じゅうごえんごじっせん)을 시켜보아 발음이 이상하면 바로 살해하였다. 이 때, 조선인뿐만 아니라, 중국인, 류큐 민족|류큐인, 외자 성을 강제당해 조선인으로 오인받은 [아마미 제도 출신, 지방에서 도쿄로 와 살고 있었던 지방의 일본인(특히 도호쿠 지방|도호쿠 출신)들도 발음상의 차이로 조선인으로 오인 받고 살해당하는 등, 자경단의 광기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잔악했다.

 

1923년 간토 대지진의 조선인 학살일부 조선인들은 학살을 피해 경찰서 유치장으로까지 피신하였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서 안까지 쳐들어와 끄집어내어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학살사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였으며, 오히려 조선인을 조직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야쿠자 등 비공권력 범죄 집단의 일부가 조선인을 숨겨주는 일이 있었다. 조선인 학살과 더불어 사회주의자, 아나키스트, 인권운동가, 반정부 행위자 등으로 경찰에 요주인물로 등록되어 있던, 주로 좌파 계열의 운동가에 대한 학살 사건도 동시에 진행되었다.

 

치안 당국은 “조선인들이 폭동을 저지르려고 한다”는 소문이 헛소문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혼란 수습과 질서 회복의 명분하에 자경단의 난행을 수수방관하였고, 일부는 가담, 조장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점차 자경단의 만행이 도를 넘어서 공권력을 위협할 정도가 되어, 그제서야 개입하였으나, 이미 수많은 조선인들이 학살당한 후였다. 자경단의 살상 대상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으며, 상당수는 암매장되었다. 학살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에는 도쿄에 흐르는 스미다 강과 아라카와 강은 시체의 피로 인해 핏빛으로 물들었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최종적으로 유언비어를 공식확인하였으나, 피해자의 수를 축소 발표하고, 자경단 일부를 연행, 조사하였으나, 형식상의 조치에 불과하였으며, 기소된 사람들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 방면되었다. 학살 사건으로 인한 사법적 책임 또는 도의적 책임을 진 사람이나 기구는 전혀 없었다.

 

일본인 요시노 사쿠조는 그의 저서 <압박과 학살>에서 2534명으로, 김승학은 <한국독립운동사>에 피해자가 6066명이라고 적었지만, 그에 비해 당시 일본정부의 추산은 233명뿐이었다.

 

무대는 당시 조선인을 끝까지 보호해준 와타나베의 우동전문점이다. 정면에 일본가옥 겸 와타나베의 우동집이 있다. 오른편이 주방, 왼쪽이 마루 겸 안채로 들어가는 통로, 그리고 배경에 영상을 투사해 시대적 역사적 상황을 자막으로 소개하고, 눈이 내리는 모습 등의 일기변화를 나타낸다. 가옥 앞에 평상이 자리를 잡고, 무대 왼쪽에 뚜껑이 덥힌 커다란 우물이 있고, 두레박과 바가지가 올려놓은 게 보인다. 오른쪽에는 광이 있어, 광에 조선인들을 숨긴다.

 

연극이 시작되면 와타나베는 자신의 가게에서 밀가루 반죽을 하고 있다. 그는 선대로부터 6대째 우동 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평소 우동을 사 먹으러 오는 사람이면 일본인이건 조선인이건 똑 같은 손님으로 대접한다. 일본으로 가족을 이끌고 현해탄을 건너와 노동을 하는 조선 사람들에게도 늘 친절하게 음식을 제공한다. 1923년 9월 초, 지진이 일어나고, 조선인을 집단 살상하는 일이 일어나자, 와타나베는 자신의 곡간에 어린아이까지 있는 조선인을 숨겨준다. 조선인 색출임무를 맡은 자경대원인 와타나베의 아들이 광에서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아버지에게 묻는다. 와타나베는 하는 수 없이 사실대로 이야기한다. 아들은 놀라며 조선인 가족을 내 쫓으려 하지만, 아버지는 단호한 어조로 아들을 설득한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말고, 자경대원 노릇이나 잘 하라고 밖으로 내보낸다.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이자 경찰관인 이와사키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이와사키가 급히 와타나베를 찾아와 조선인을 당장 내보내라며, 조선인이 지진을 틈타 방화와 약탈은 물론 강도질과 강간을 한다고 일러준다. 와타나베는 4년 전에 기미독립만세를 부르던 조선인이 무저항 비폭력 시위를 펼치던 일을 상기시키며, 타향 땅에서 고생고생하며 일하는 조선인이 과연 그런 방화와 약탈을 하고 우물에 독극물을 풀었겠느냐며, 만약 일본인이 조선 땅에 지진이 났다면, 조선에서 일본인이 그런 짓을 하겠느냐며, 천재지변으로 일어난 관동지방의 재난인데, 그 피해를 조선인에게 돌려 살상하는 행동을 자신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선인을 집밖으로 내보내지 않겠다는 자신의 의지가 확고부동함을 밝힌다. 이화사키는 와타나베의 말에 절대 공감을 하고 두 사람은 함께 노래까지 부른 후 헤어진다.

 

자경대원들이 한밤에 들어 닥치기 직전 이와사키와 와타나베의 아들이 이 사실을 알린다. 와타나베는 조선인 가족과 광에서 태어난 갓난아이를 우물 속으로 피신시킨다. 사실 우동음식점에서는 우물 아끼기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고, 티끌 하나라도 우물 속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뚜껑까지 해 덮었기에, 여인 모습의 우물의 영령이 위패를 들고 우물과 우동 점 주위를 배회하며 이 집터를 보호하기에, 와타나베 자신으로서도 차마 행할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조선인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는 부득이하게 내린 결단이라, 조선인 가족이 우물 속으로 숨는 모습을 이와사키 경찰관과 와타나베의 아들은 그저 놀라움으로 지켜볼 뿐이다.

 

와타나베는 대문에 아기가 태어났을 때 내거는 금줄을 매단다. 드디어 자경대원들이 횃불, 촛불을 켜들고 물밀듯 떼 지어 몰려와 금줄을 떼어 팽개치고, 와타나베의 집을 구석구석 뒤지기 시작한다. 조선인 가족을 찾지 못하자 자경단장이 우물 안을 들여다보라고 한다. 자경대원이 우물 뚜껑을 열어보려고 하자 와타나베의 부인이 나서서 신령한 우물에 촛농 한 방울이라도 떨어뜨려서는 아니 된다며, 며느리가 아기를 출산해, 대문에 쳐놓은 금줄을 제치고 들어온 것만으로도 용서할 수 없는데, 우리가 신성하게 모시는 우물을 건드리는 행위는 더 이상 용서가 안 된다며 고성을 지르며 실신하는 모습을 보이니, 자경단장은 하는 수 없이 철수를 명한다.

 

대단원에서 와타나베는 우물 속 조선인 가족을 건져낸다. 그리고 갓난아기를 높이 들어 안는다. 조선인 가장은 자신과 가족은 히로시마로 일자리를 구하러 가겠노라며, 와타나베에게 감사를 표한다.

 

잠시 후 친구인 이와사키 경찰관이 급히 나타나, 당국에서 조선인의 대한 학살금지조처가 내려졌음을 알린다. 와타나베의 모처럼 환한 얼굴이 태양처럼 밝아 보인다. 우물의 주위와 집 주위를 여느 때처럼 위패를 든 여인의 영령들이 촛불을 켜들고 거니는 모습에서 연극은 우레와 같은 갈채와 함께 끝이 난다.

 

기주봉이 와타나베로 출연해 일생일대의 명연으로 무대를 꽉 채운다. 정재진이 이와사키로 출연해 오타나베와 대비되는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저력을 과시한다. 정아미가 와타나베의 부인으로 출연해 호연과 열연으로 기량을 발휘한다. 박상협이 와타나베의 아들 히데오로, 김현지가 며느리 미나코로 출연해 호연을 보여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현대철이 조선인 가장, 김지혜가 아내, 서청란이 누이동생, 박지민과 음서영이 아역으로 출연해 역시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김태훈이 자경단 단장으로 호연을 보이고, 송태명, 백효성, 최진호, 김정현, 송은석, 이소금, 전민영, 정해동 등 자경대원들의 역할도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김희경, 구재숙, 이지연, 노현주가 소복을 입은 여인 망령으로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무대미술 이경표, 조명 류백희, 음악 김동욱, 의상 김정향, 분장 최선, 사진 이지락, 조명오퍼 김대현, 음향오퍼 김경미, 조연출 김가희, 기획 이지현 조선진, 디자인 문소은 등 스텝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76·극단 죽죽의 배봉기 작, 김국희 연출의 <물의 노래>를 서울연극제에 걸 맞는 고수준, 고품격의 걸작 시대극으로 창출시켰다.

 

7,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최원종 작·연출의 <청춘 간다.>

 

대학로예술마당 1관에서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최원종 작·연출의 <청춘, 간다.>를 관람했다.

 

최원종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출신 극작가 겸 연극연출가다. 현재 라푸푸서원 대표와 극단 명작옥수수밭 대표를 겸하고 있다.

 

<웃어줘 인생이란 그뿐이야!> <내 마음의 삼류극장> <회전목마와 세탁기>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삿포르에서의 윈드서핑> <이모티콘 러브><외계인의 열정> <연쇄살인범의 열정> <청춘의 등짝을 때려라> <두더지의 태양> <안녕, 피투성이 벌레들아> <마냥 씩씩한 로맨스> <두더지의 태양><에어로빅 보이즈> <블루하츠(the blue hearts)> <우리들> <기타리스트> <외톨이들-단막> <바리스타의 생활일기> <에어로빅 보이즈> <카모마일과 비빔면> <트라우마 수리공> <살인교습> <뒤뚱뒤뚱 인생산뽀> <블루하츠(the blue hearts)> <중력(Gravity)> <좋은 하루!> <뮤지컬 외톨이들-장막> <뮤지컬- 소녀, 댄스를 듣다> <연극-헤비메탈 걸스> <뮤지컬-내 인생의 특종> <힘들어도 캠핑!> <로드킬스> <카모마일과 비빔면> <내 심장의 전성기> <돈키호테남극빙하><헤비메탈 걸스> <초대> <청춘, 간다> 등을 쓰거나 연출했다.

 

1999 예장문학상 수상, 2002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내마음의 삼류극장>, 2003 제7회 창작마을 단막극제 작품상 수상 <삿포르에서의 윈드서핑>, 2004 제8회 창작마을 단막극제 작품상 수상 <이모티콘 러브>, 2005 국립극장 “시선집중-극작가전” 참여작가 선정 <외계인의 열정>, 2007 서울연극협회 서울연극제 “희곡아 솟아라” 희곡공모 당선 <청춘, 간다>, 2007 서울문화재단 젊은 예술가 지원사업(NArT)선정 <잘가, 청춘 신기루>, 2009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국내작품 선정 <청춘의 등짝을 때려라>, 2009 신작희곡페스티벌 희곡공모 당선 <두더지의 태양>, 2011 대상창작기금 희곡부문 수혜, 2013 공연예술 창작산실 우수작품 제작 지원 선정 <헤비메탈 걸스>, 그리고 2015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청춘, 간다>가 선정된 장래가 기대되는 작가 겸 연출가다.

 

무대는 정면에 유리로 된 여러 개의 커다란 문이 있고, 왼쪽 문을 열면 와인 상점, 가운데 문을 열면 교수 저택의 호화욕조와 벽에 외출복 옷걸이가 눈에 띄고, 오른쪽 문을 열면 청춘남녀의 동거주택 화장실이다.

 

무대는 동거 방이다. 중앙에 침대가 놓이고, 베게와 이불이 얹혀 있다. 오른쪽에 탁자와 의자가 있고, 기타가 놓인 게 보인다. 왼쪽은 두 개의 긴 탁자에 와인이 세로로 전시되어있고, 와인 상점 장면이 되면, 여주인이 탁자 한 개를 움직여 가로 놓는다. 동거남의 문예창작 과외수업 장면은 중앙에 긴 소파가, 왼쪽에는 작은 소파가 놓인다. 교수 저택으로 장면이 바뀌면 교수의 집필책상과 서적이 보이고, 바로 옆에 침상이 있고 실내복이 침대위에 놓여있다. 창에 영상으로 국내외의 인물들이 버킷으로 물을 뒤집어쓰는 장면과 아름다운 꽃동산의 영상이 투사된다.

 

<청춘, 간다>에서는 혼인을 하지 않고 오랜 기간 동거를 하는 청춘 남녀의 일상이 펼쳐진다. 남성은 장차 소설가가 되려하고, 여성은 대학의 조교자리를 맡으려고 애쓰는 것으로 설정된다.

 

동거녀의 생일날, 휴대폰 소리가 효과음처럼 자주 울리고,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동거 남녀는 와인상점에 들른다. 주인은 무용가 출신인지, 날씬해 뵈지 않는 체격으로 상점 안을 율동으로 흐느적거리면서 관객의 폭소를 자아내고, 불어로 “샤토” 운운하며, 와인가격이 한 병에 10만 원 대에서부터 100만 원 대까지를 소개하며, 명망가들의 이름을 줄줄이 대면서 축하할 일이 생겼을 때에는 그들이 어떤 와인을 선호했는가를 줄줄이 떠벌인다. 남성은 경제적인 여유가 없지만, 동거녀를 위해 10만 원 짜리를 사고, 와인 잔을 덤으로 받는다.

 

동거남은 아르바이트 겸 여고생의 문예창작 지도를 한다. 여고생은 성적호기심을 과외선생에게 집중시키며, 몸을 밀착시키려 든다. 거절하면 과외를 그만두겠노라 위협(?)까지 하니, 동거남은 하는 수 없이 옷을 벗는다. 후반부에 여고생은 신춘문예 당선작가가 된다.

 

동거녀는 강의를 하나 맡기 위해 교수에게 와인선물을 하러 간다. 마침 교수는 목욕중이라 희뿌연 욕실 창 안에서 전라로 목욕하는 모습이 보인다. 교수는 동거녀인 여 제자에게 침대위에 올려놓은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편히 있으라고 권한다. 그러나 동거녀는 옷을 갈아입지 않고 기다린다. 욕조 문이 열리고, 아랫도리를 긴 타월로 가린 교수가 옷을 하나하나 입는 장면이 연출된다. 제자가 실내복으로 갈아입지 않은 것을 보고, 교수는 책상에 앉아 육필원고를 쓰며, 자신은 여 제자와 수많은 성적관계를 가졌고, 그녀들에게 강의 자리를 추천했다며, 자신과의 성적관계를 거부한 제자에게는 설사 그녀에게 강의 자리가 주어지드라도 그것을 못하게 만들 능력이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한다. 또 대학 강의자리가 3억 원에 매매되고 있음을 털어놓는다. 동거녀는 자신은 결혼할 상대가 있다며 큰 절을 하고 와인을 놓고 단호한 모습으로 문을 열고 나간다. 교수는 나가는 그녀의 모습에 그저 담담한 표정을 드러낼 뿐이다. 관객이 동거녀의 정절에 감탄과 감동을 할 무렵, 동거녀는 문을 살며시 열고 다시 교수저택에 발을 들여놓는다.

 

여고생이 신춘문예 당선소감을 발표한다. 교수와 신춘문예 당선한 여고생이 호화욕조 안에서 함께 와인을 마시며 즐거워한다.

 

동거남은 침상에서 음란물을 읽으며 자위를 하는 것으로 설정된다. 이 때 동거녀가 들어와 이 모습을 보고, 음란물을 빼앗아 찢어버린다. 동거녀는 대학에 강의 자리를 맡았고, 두 사람은 그 이후 몸을 밀착시키지 않은 것으로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드러난다. 동거남은 신춘문예에 당선된 여고생과 몸을 밀착시켰음을 동거녀에게 털어놓는다. 동거녀도 강의자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수와 살을 섞었노라 이야기한다. 동거 남녀는 서로 상대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35세가 되었으니 이제는 청춘을 버리자며, 장성한 인간의 사랑하는 마음으로 상대에게 다가가 힘껏 끌어안는다.

 

배경에 연극의 도입에서처럼 물을 뒤집어쓰는 영상이 투사되면서 연극은 마무리를 한다.

 

김동현이 동거남, 김나미가 동거녀, 김왕근이 교수, 류혜린이 여고생, 박지아가 와인상점 주인으로 출연해, 각자 출중한 성격창출과 개성 넘치는 호연으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무대디자인 정영, 조명디자인 성미림, 의상디자인 한복희, 영상 박지수, 사진 이강물, 조연출 박성진·박현수·박강훈, 무대스텝 김기훈·최광제·방훈·임주환·김권·김석환, 기획 이경훈·박준현, 조명어시스트 홍유진, 조명팀 정태민·최길주·류한나, 홍보마케팅 바나나문 프로젝트 등 스텝 모두의 열정이 드러나,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최원종 작·연출의 <청춘, 간다.>를, 현실은 절대 그럴 리 없고, 있어서도 아니 되겠지만, 어쩌면 생겨날지도 모를 한 언짢은 단면을 예방적 차원에서, 서울연극제에서 공식참가작으로 선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드는 연극이다.

 

 

이번 제36회 서울연극제는 대관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고, 주요공연장의 공사이유로 중단의 위기까지 감수해야하는 심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혼란과 혼동의 진흙탕 속에서 피어난 일곱 송이의 연꽃 같은 아름답고 향기로운 공연이라 평하겠다. 참가단체와 연극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관계당국은 서울연극제의 발전과 창달을 위해 지원을 증폭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5월의 어느 화창한 날에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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