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밀양연극제’ 풍경과 윤대성/ 이주영

‘2015밀양연극제’ 풍경과 윤대성

이주영(연극평론가)

<동행>윤대성 작, 장남수 연출, 우리동네극장, 2015.8.2~3
<노래하는 노비 정초부>유명훈 작․연출, 창고극장, 2015.8.2~3
<트로이의 연인들>에우리피데스작, 오카다 마도카 연출, 숲의극장, 2015.8.2~3
<Birth>시라이 케이타 작․연출, 가마골소극장, 2015.8.4~5

 

대한민국에는 생각보다 많은 지역연극축제가 있다. 거창, 포항, 김천, 춘천, 부산 등 연극은 왕성하고 활발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대한민국 전역에 드러내고 있다. 그 중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이하 밀양연극제)는 규모와 프로그램 구성력, 관객 반응, 평단의 주목면에서 단연 눈에 띄는 지역연극축제라 할 수 있다.
2015밀양연극제의 테마는 ‘연극, 자연을 비추는 거울’이다. 당해의 테마치고는 의미하는 바가 폭넓다. 그래서 신선함과 주목성은 떨어지는 축제 테마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원론적인 의미망 안에는 다시 한 번 연극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곱씹게 하는 시간이 들어차 있다. 인생과 자연을 비추는 거울로서의 연극은 아픔과 분노로 가득한 시대에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연극의 역할이자 임무이다.
2015밀양연극제의 이러한 정신과 움직임은 총 여덟 개의 섹션에서 이루어졌다. 역사문화, 안톤체홉, 가족극, 젊은연출가전, 지역문화, 대학극전, 프린지, 윤대성기획전 등 2015밀양연극제는 섹션의 수와 규모, 그리고 구성․기획력에 있어서 확실히 다년간 진행해온 연극제로서의 위상과 매력을 입증해 보이는 축제라 하겠다.
필자가 이번 밀양연극제에서 관람한 연극은 한국작품 두 편과 일본작품 두 편, 총 네 편이다. 젊은연출가전 섹션에 포함된 한국작품 <노래하는 노비 정초부>(유명훈 작, 연출)은 젊은연출가에게 기대되는 신선함과 실험성은 다소 부족했으나, 온 가족들이 즐기며 볼 수 있는 연극으로서는 충분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또한 <트로이의 여인들>(에우리피데스 작, 오카다 마도카 연출)은 일본연극계에서 스즈키 타다시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었던, 스즈키 타다시 키즈의 작업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고, <Birth>의 경우는 다소 산만한 연출이 아쉽긴 하였으나 보이스피싱이라는 동시대 범죄와 어머니란 존재가 주는 정서가 무대에 구현됨으로써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공통된 감성과 동시대의 사회 문제를 공유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2015밀양연극제가 주목한 작가는 윤대성이다. ‘윤대성기획전’이란 연극 섹션이 따로 마련되어 윤대성의 데뷔작 <출발>(윤대성 작, 고능석 연출), 최근작 <동행>(윤대성 작, 장남수 연출), 제1회 윤대성 희곡상 수상작인 <무풍지대 로케트>(이현경 작, 황선택 연출) 등 총 세 편의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이와 더불어 올해 ‘윤대성 박물관’이 개관하였으며, 밀양연극제와 공연과 이론을 위한 모임 공동주최로 ‘윤대성 극문학의 세계’란 제목의 세미나가 2015밀양연극제 장 안에서 개최되었다.
필자가 이번 축제 기간 중 관람한 <동행>은 흔히 노년드라마로 분류되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류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바이며 그런 고로 정정이 요구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세대층이 노년이긴 허나, 작품은 노인문제보다는 오히려 사랑과 이별이라는 보편적 테마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이승부 분)와 여자(최민숙 분)의 재회풍경과 이들이 한때 나누었던 사랑과 뜻하지 않았던 이별, 그로 인한 아픔, 그리고 몇 십 년 만의 재회 후 마주하게 된 죽음의 상황들은 두 인물의 나이와 상관없이 어느 세대에나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상황과 주제이다. 작가의 말처럼 <동행>은 “죽음이 무엇이고, 살아있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말”하고자 하는 작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을 노년드라마로 굳이 범위를 한정하고, 작품의 틀을 특정 세대층으로 왜소화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삶과 죽음은 받아들이는 경중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누구에게나, 어느 시대에나, 그리고 어느 세대에나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테마이기 때문이다. <동행>은 보편성을 지닌 주제를 평가적 부분에 있어서 호불호가 있을지라도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충분한 멜로드라마적 구성으로 차용함으로써 전연령층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밀양연극제에서 <동행> 또한 북으로 가고자 하는 치매노인의 불친절한 처리와 교조적인 언설을 가감 없이 전경화한 점이 아쉽긴 하지만 무대 공간 전체를 충분히 활용한 무대 연출력과 작품이 제출하고 있는 보편적 테마를 잘 표현한 공연이라 하겠다.
밀양연극제는 매번 갈 때마다 설레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이 공연이든, 세마나든, 연극인들이든. 이번에는 윤대성 작가였다. 2015밀양연극제와 윤대성 작가의 만남은 확실히 뜻 깊었고 알찼다. 이러한 연극축제 측의 돋보이는 기획력이 있기에 다음 밀양연극제가 더욱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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