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과 아편/ 강양은

로베르 르빠주 연출의 <바늘과 아편>

강양은 (청운대학교 방송연기학과 교수,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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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된 사랑의 시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아편을 탐닉하고, 고독과 고통의 인생과 예술에 관한 세 남자의 이야기가 로베르 르빠주(Robert Lepage) 연출로 LG 아트센터에서 2015년 9월 17-19일에 공연되었다.

 

<바늘과 아편 (Needles and Opium)>은 장 콕토의 서적 <미국인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영감을 받은 르빠쥬에 의해 창안된 작품으로, 1991년 캐나다 퀘벡에서 초연, 20세기 장 콕토(Jean Cocteau 1889-1963, 프랑스 대표적 시인, 영화감독)와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 1926-1991, 뉴욕의 재즈의 아버지)라는 두 예술 거장의 이야기와 캐나다 배우 로베르의 이야기, 그리고 실연에 빠진 르빠주 자신의 투영된 모습을 독특한 연출로 연극계에 일대 혁신을 일으키게 된다. 희곡, 연기, 연출을 맡았던 르빠쥬는 이 작품으로 캐나다 공연예술계의 최고 영예인 샤머스상 수상, 영국 공연예술계의 최고 권위상인 로렌스 올리비에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한다.

 

먼저 극장에 들어서면 무대에 설치되어 있는 큐브 무대장치는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3차원적 입체적 기술을 선보인다. 정육각형의 형태에 삼면을 형성하고 있는 큐브가 무대바닥에서 가까운 거리감을 두고, 예술적 무대기호의 기술을 자랑하듯 공중에 매달려 설치되어 있다.

 

공연이 진행되면서 무대의 회전과 기울기의 변화, 그 변화 속에서의 배우들의 절묘한 동작, 또한 삼면에 투영되는 영상과 필름, 와이어, 기계장치 등 다매체장치 등은 창의적이고 탁월한 시각적 이미지와 극적인 요소를 부여한다. 배우가 넘나드는 큐브의 면에 설치되어 있는 문과 침대, 창문 또한 큐브 회전과 함께 장소 이동의 도구로 잘 사용되고 있다. 이 공간은 뉴욕의 거리, 더빙 녹음실, 파리의 재즈 클럽, 파리의 호텔, 별빛 가득한 밤하늘 등의 변화로 마법 같은 콜라주의 매력을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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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는 동안 한편의 영화를 본 듯한 경험은, 로빠쥬의 “영화적 연극, 영화극(cine-theatre)”의 대표적 연출법을 다시금 인지하게 된다.

 

연극의 시작과 끝은, 우주 밖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신과 같은, 세상을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삶을 초월한 한 인간 같은 존재가 꿈처럼 극을 이끄는 인상적인 모습으로 이뤄진다. 배우는 곡예사나 마술사, 스턴트맨처럼 정육각형의 꼭대기에서,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듯, 와이어에 매달려 자유로움과 신비로움, 유쾌함과 절제로 매력을 발산한다. 그 배우는 장콕도와 로베르 역의 마르끄 라브레쉬(Marc Labreche)로, 사실적 자연스러움과 인물 심리의 내적 에너지를 가지고 깊은 밀도의 연기를 선보이며 감동과 즐거움을 전한다. 웰슬리 로버트슨 3세(Wellesley Robertson III)가 연기한 마일즈 데이비스의 음악, 트럼펫 재즈 연주는 사랑의 갈등과 고뇌, 아픔을 대변해주며 극의 흐름과 혼연일체가 되어 공간을 인물의 심리와 사연으로 채운다.

 

이 작품은 영어와 프랑스어로 대사전달이 되어서 자막을 보는 국내 관객들에게는 배우가 뿜어내는 인물의 정서와 표현, 그리고 작품의 메시지가 우리의 언어의 전달보다 공유됨이 덜할 듯하다. 연출은 연출노트에서 “나는 사랑의 중독과 아편의 의존 사이에서 방황하면서도 무엇인가를 창조해가는 예술가의 고통을 담고 싶었다. “라고 말한 것처럼 배우를 통해 사랑을 잃은 아픔과 중독의 시달림의 고통을 무대 위에서 진실하게 가득 쏟아낸다.

 

변화와 도전 속에서 창조된 예술과 소리와 신체로 자유로이 발산되는 배우의 진실한 참연기는 관객의 사랑과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공연장을 나오며 작품의 아름다운 미쟝센으로부터 받은 생생한 감각과이 여운으로 은은히 남아 정서적 교감을 이어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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