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6년 1월 공연총평/ 박정기

박정기의 공연산책 20161월 공연총평

 

  박정기

 

1월에 공연된 우수작품을 평하고, 역시 1월에 공연된 걸작 2인극 3작품, 2015년에 관람한 공연작품 중 걸작 10선을 별도로 평한다.

 

1, 창작집단 상상두목의 최치언 작 이우천 연출의 꽃과 피자와 건달과 사자

 

동숭아트센터 동숭소극장에서 창작집단 상상두목의 최치언 작, 이우천 연출의 <꽃과 피자와 건달과 사자>를 관람했다.

 

최치언(1970~)은 전남 영암군에서 태어났다. 서울산업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그가 1학년이던 1999년에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으로 당선돼 등단했다. 2001년에는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으로, 2003년에는 우진 문화재단 장막희곡 공모에 각각 당선되기도 했다. 시집 ‘설탕은 모든 것을 치료 할 수 있다’ 시화집 ‘레몬트리’ 외에 희곡 ‘코리아 환타지’, ‘밤비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 ‘언니들’ 등을 집필하였으며 극작가 및 총체극 연출가로 활동했다. 2009년 대한민국연극대상 희곡상을 수상하였다. 2011년 대산문학 희곡상, 2012년 전주영상위원회 시나리오 우수상, 2014년 대한민국연극대상 및 작품상 수상했다. 바로 이 수상작이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이다.

 

작품으로는 <코리아 환타지> <연두식 사망사건> <너 때문에 산다>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 <사랑해줘, 제발> <언니들> <미친극> <꽃과 건달과 피자와 사자> <삼국유사 프로젝트-나의 처용은 밤이면 양들을 사러 마켓에 간다> <숲속의 잠자는 옥희> <소뿔 자르고 주인이 오기 전에 도망가 선생> 등이 있다.

 

이우천은 극단 대학로극장의 대표이고 연출가다. <엘리 라마 사박다니>로 2010년 거창국제연극제 희곡상과 연출상을 수상,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로 2014 대한민국 연극대상을 수상했다.

 

<창작하다 죽어버려라> <우박> <오뎅 팔이 청년> <수녀와 경호원> <청산리에서 광화문까지> <두 남자의 그림자> <엘리엘리 라마 사박다니> 등 다수 작품을 쓰고 연출했다.

 

무대는 방 가운데에 침대가 하나 있고, 방 오른편에 의자가 한 개 놓였다. 배경 오른편에 화장실과 출입문이 보인다. 방 네 귀퉁이에는 피자 상자 곽이 쌓여있다. 방바닥에도 피자가 들어있는 상자 곽과 비어있는 상자 곽이 여기저기 깔려있다. 무대중앙 객석 가까이에는 조그만 TV 수상기가 놓여있다. 화면은 객석을 등지고 있어 소리만 들린다. 방은 자폐아 같은 청년의 방이다. 방에는 화장실 출입문만 보이고, 화장실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 문이 있고, 그 문은 항상 잠겨있다는 설정이다. 자폐아는 음식을 토하거나 용변을 볼 때에만 화장실로만 들락거린다. 객석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화장실에는 창문이 있지만 어두컴컴하고, 욕조 옆에 공간이 있어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거기에 커다란 사자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다는 설정이다. 극에서는 사자의 으르렁대는 포효소리만 들릴 뿐 실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자폐아는 늘 상 피자를 먹으며 TV 수상기를 보는 게 일과다. 거의 잠시도 피자를 입에서 떼어내지를 않는다. 수상기에서 건달이나 깡패의 격투장면이 나오면 그 격렬한 장면에 맞추듯 피자를 한꺼번에 입에 쑤셔 넣고는 목이 막혀 기절을 하기도 한다.

 

그가 기절을 하면 방안에는 수상기 속의 건달과 여인이 등장한다. 건달은 보통사람 체격이만 권투선수처럼 주먹을 휘두르며 방안을 배회한다. 여인은 늘씬한 체격에 붉은 옷차림이고 자신을 꽃이라 호칭하며 의자에 앉는다. 건달은 깡패 세계에 적응을 잘 못하는지, 일시 도망을 친 것인지, 따돌림을 당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자신이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이듯 열심히 주먹을 휘두르며 여인에게 열정을 드러낸다. 건달과 여인은 열정적인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한다.

 

기절한 자폐아 청년이 일어선다. 그리고 건달에게 자신이 그를 동경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건달은 청년의 말을 건성으로 듣고 권투선수 흉내를 내며 방을 맴돈다. 청년은 여인에게도 같은 심정을 고백한다. 그러나 여인 역시 귓전으로만 듣고 흘려버린다.

 

청년은 어머니의 꿈도 꾼다. 어머니는 치렁치렁한 머리에 예쁜 얼굴인데다가 입가에 자상한 미소를 띠고, 역시 의자에 앉아 청년을 대한다. 청년은 어머니에게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자신의 마음을 어머니를 볼 때마다 전하지만, 그 소리가 어머니에게는 당나귀 귀에 코란을 읊기나 마찬가지인 것으로 느껴진다.

 

어머니가 등장하면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피자배달원의 외상값 갚으라는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는 그 소리에 대답을 않는다. 배달원은 집안에 사람이 있는 것을 안다며 문을 열라고 소리를 지른다. 아무리 두드리고 소리를 질러도 어머니는 들은 척도 않는다. 배달원은 꼭 외상값을 받아야 한다며, 대문을 부수고라도 집안으로 들어오겠다는 소리를 남기고는 되돌아간다.

 

어머니의 모습이 사라지면 건달과 여인이 등장하고, 건달은 일시 폭력세계에서 도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건달을 추적해 온 깡패 두목의 폭력에 저항 한번 못하는 것으로 설정된다.

 

화장실에서 사자의 포효소리가 들려나오고, 건달은 자신의 용기를 시험하듯 화장실로 들어간다. 곧이어 건달과 사자가 격투를 하는 듯 사자의 으르렁 소리가 드높아진다. 그러다가 사자의 소리가 잠잠해지면 화장실 문이 열리고, 건달이 피투성이의 모습으로 화장실을 나선다. 여인이 달려가 그를 부축한다. 건달은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방바닥에 주저앉는다. 어머니가 등장해 의자에 앉는다. 건달이 어머니에게로 기어가 어머니 무릎에 몸을 기댄다. 이러는 건달의 모습이 마치 자폐아 청년인 것처럼 보인다.

 

건달과 여인 그리고 어머니의 모습이 사라지면, 수상기를 들여다보는 청년과 여전히 입으로 피자를 가져가는 모습이 되풀이 되고, 돌연 문을 깨뜨리듯 부수는 소리와 함께 손에 망치를 든 피자배달원이 등장한다. 청년을 발견하고는 배달원은 놀라며 왜 집에 사람이 있었는데도 문을 열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청년은 자신에게 열망하던 출구를 마련해 준 배달원을 놀라움과 감동과 감사의 눈으로 바라보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김장동이 건달, 진영선이 자폐아, 이훈희가 여인, 이유진이 어머니, 정우준이 피자배달원으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창출은 물론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무대 임 민, 조명 김성구, 음악 박상수, 기획홍보 구한민, 홍보마케팅 팥쥐의기획 아이디 서포터즈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합하여, 창작집단 상상두목의 최치언 작, 이우천 연출의 <꽃과 피자와 건달과 사자>를 한편의 기상천외(奇想天外)의 걸작으로 탄생시켰다.

12월 30일

 

2, 극단 아름다운 의 오현주 예술감독, 김경미 작 연출의 <러브 스토리>

 

대학로 카페 張 4층 가든 시어터에서 극단 아름다운 美의 오현주 예술감독 김경미 작 연출의 <러브 스토리>를 관람했다.

 

김경미는 배우이자 작가 겸 연출가다. <동치미> <프렌즈> <오! 브라더스> 등에 출연하고, <러브 스토리> 대본 연출을 한 발전적인 앞날이 예측되는 미녀배우이다.

 

이 연극은 1970년에 개봉한 아서 힐러 감독하고 앨리 맥그로 라이언 오닐이 출연한 명화 <러브스토리>와는 다른 이야기로, 2004년에 개봉된 미국과 포르투갈 합작영화 닉 카사베츠(Nick Cassavetes 1956~) 감독의 <노트북>에서 소재를 따왔다.

 

극의 내용은 치매나, 심장병 등 노인성 질환 환자의 젊은 시절과 노년의 사랑 이야기에, 친구와의 우정을 복선으로 깔았다.

 

연극은 도입에 노인요양병원에 입원중인 여자치매환자와 그녀에게 일기장을 읽어주는 남자 노인 환자, 그리고 그 두 사람을 찾아온 익살스러운 친구의 노래 부르기에서 시작된다. 남자환자는 환자이동의자에 앉은 여자환자에게 자신이 쓴 일기장을 읽어주는 일상이 펼쳐지고, 상대여성은 치매환자라서 읽어주는 글을 제대로 듣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보기에는 듣기가 낙인 듯싶다. 그런데 그 남자환자가 여자환자에게 글을 정성껏 읽어주는 모습이 예사롭지가 않다. 부모나 부인에게나 하는 지극정성으로 보인다. 간호사의 말로는 노인 남자환자는 심장병으로 쓰러진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남자노인 환자가 여느 때처럼 환자이동의자에 앉은 여자 치매환자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장면은 젊은 시절로 되돌아간다.

 

남자노인 환자의 과거로 돌아가고, 젊은 시절에 포장마차를 하던 장면이 펼쳐지면, 익살친구 역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 자신의 처와 함께 등장한다. 그러면서 익살친구 처의 절 친인 여대생이 포장마차를 찾아온다. 그 여대생과의 첫 대면에서 포장마차를 하던 청년과의 사랑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여학생은 유학까지 포기하고, 포장마차 청년과의 결혼을 염두에 둔다. 그러나 여학생 부모는 딸의 앞날을 생각해 반대를 한다. 여학생은 미국유학을 떠난다. 청년은 여학생이 미국유학생활을 하는 7년 동안 한결같이, 매일 편지를 써 보낸다. 그러나 편지는 어머니로 인해 전달되지 않는다. 유학생활 중 부모님의 별세로 여학생은 귀국을 해, 포장마차를 찾는다. 두 사람의 해후에서, 오늘까지 계속 편지를 자신에게 쓰고 있었음을 알고, 여학생은 사랑하는 청년의 품으로 뛰어든다.

 

노년에 이른 두 사람은 남성은 심장병, 여성은 치매로 노인요양병원에서 장기 요양을 하게 된다. 그런데 여성은 매일 일기장을 읽어주는 남성을 자신의 남편인 줄 전혀 모른다. 그래도 남성은 지극정성으로 계속 일기장을 읽어준다.

 

어느 날 여성 환자는 잠시 의식을 회복하고, 남성을 알아본다. 남성의 기쁨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하겠는가?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여성은 다시 치매상태로 되돌아간다. 남성은 충격으로 심장을 만지며 그 자리에 쓰러진다.

 

대단원에서 다시 일기장 읽어주기가 시작되면서 기적이 일어난다. 여성 환자가 의식을 회복하기 시작한다, 남성은 기뻐하며 환자이동의자에서 그녀를 내리도록하고, 젊은 시절 함께 추었던 춤을 두 사람이 추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김민정, 한인수, 김계선, 배기범, 이윤상,신민섭, 이민우, 석아름, 민광숙, 이광재, 남호윤, 김기철, 강신혜, 서은혜, 진보라, 등 출연진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예술감독 오현주, 제작감독 정명석, 프로듀서 신동일 김성룡, 조명 이광재, 오퍼레이터 안 현, 무대미술 손동영, 사운드 민영희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아름다운 美의 김경미 작 연출의 <러브 스토리>를 친 대중적이고, 감동적인 연극으로 창출시켯다.

1월 2일

 

3, 극단 물리의 김민정 작, 한태숙 연출의 <하나코>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물리의 김민정 작, 한태숙 연출의 <하나코>를 관람했다.

 

김민정(1974~)은 충남 당진 출생으로.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예술전문사 극작 전공했다. 작품으로는 <가족의 왈츠> <십년 후> <나, 여기 있어> <해무> <길삼봉뎐> <그 길에서 너를 만나다> <미리내> <너의 왼손>. 각색은 국립극단 <오이디푸스>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 <인형의 집(家)> 수상경력은 ’04 제7회 국립극장 신작희곡 페스티벌 당선 <가족 왈츠> ’05 제5회 작은 신화 우리연극 만들기 희곡 공모 당선 <십년 후> ’07 한국연극 베스트 7선정 <해무>08 서울 아트마켓 선정<해무> 09창작팩토리 우수작 선정 <해무> 12 김민정 희곡집 우수문학도서 선정 14 창작산실 대본공모 당선 등 앞날이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미모의 여성극작가다.

 

한태숙은 <하나코> <단테의 신곡> <레이디 맥베스> <안티고네> <장화홍련> <아워 타운> <오이디푸스> <있었다> <유리동물원> <서안화차> <꼽추 리차드 3세> <배장화 배홍련>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 <고양이 늪> <광해유감> <네바다로 간다> <짐> <도살장의 시간> <맹목>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하고, 동아연극상, 김상열 연극상, 영희 연극상 이해랑 연극상 등을 수상한 미모의 작가 겸 연출가로 극단 물리의 대표다.

 

<하나코>는 일제치하 캄보디아로 끌려 간 군 위안부 피해자의 실화를 극으로 만들었다.

 

실화를 소개하면 1997년 여름 언론에서는 ‘훈 할머니’라는 군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캄보디아에서 약재상을 하는 황기연 씨가 1996년 약초를 구입하기 위하여 캄보디아 프놈펜의 작은 마을인 스쿤에 들렸다가 ‘훈 할머니’의 손녀로부터 할머니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는 1년 동안 수차례 훈 할머니를 만나면서 2차 대전 말기에 일본에 의해 위안부로 낯선 땅 캄보디아로 끌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97년 6월 언론에 알렸다.

 

한국인임을 숨기고 살아온 캄보디아에서의 50여년 세월은 할머니에게서 한국말과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거의 모두 앗아갔다. 때문에 훈 할머니는 다른 군위안부 피해자보다 세간의 주목을 더 받았다. 처음 훈 할머니의 이야기가 연합통신에 띄워졌을 때 대부분의 신문은 크게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일보에서 바로 캄보디아로 기자를 파견하여 집중적인 취재를 시작하면서 훈 할머니의 이야기는 고향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잊어버린 한 군위안부 피해자의 고향과 가족 찾기에 집중되어 세간의 관심을 모으게 되었다.

 

당시 훈 할머니가 자신의 한국이름과 부모의 이름마저 제대로 기억을 못했지만 고향은 진동이라고 분명하게 말했고, 황기연 씨는 마산시 진동이라고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있던 상태였다. 훈 할머니 이야기가 알려진 후 마산시 진동면사무소에는 ‘훈 할머니 가족 찾기 대책본부’가 설치되었고, 곧이어 일제 때 행방불명된 누나가 ‘훈 할머니’인 것 같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언론에서는 가족을 찾았다고 보도했고 한국과 캄보디아를 연결하여 화상으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통화를 하였다. 그러나 훈 할머니는 그들이 가족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하였고, 보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 유전자 감식까지 하게 되었다. 결과는 가족일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이즈음에 불교 조계종의 후원으로 나눔의 집 원장인 혜진 스님과 싱가포르에서 군위안부 생활을 했던 김복동 할머니 그리고 기자가 캄보디아로 가게 되었다. 3명이 캄보디아로 간 표면적인 목적은 그렇게 고향에 오고 싶어 하는 훈 할머니를 한국에 모시고 오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캄보디아에 도착하자마자 그 목적은 일단 멀어지고 훈 할머니가 진짜 한국 사람이고 군위안부 경험을 했던 것이 맞느냐는 것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유는 캄보디아에 도착한 날 찾았다는 가족과 훈 할머니의 유전자 감식결과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발표가 나왔고, 이에 주변의 모든 분위기는 그동안의 가족 찾기가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해 씁쓸해 하는 상태였다.

 

그럴 때 1997년 8월 경남 합천에 사는 이순이씨가 훈 할머니가 바로 자신의 언니 같다는 연락을 해 왔고, 언론사에서는 미심적기는 했어도 두 분을 상봉을 마련하기로 하고, 인천 길 병원에서 두 분의 극적인 상봉이 이루어졌다. 두 분의 얼굴이 너무도 닮아 가족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유전자 감식의 과정까지 거쳐 가족임이 최종적으로 확인되었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전 국민의 가슴에 전율이 일고 뜨거운 눈시울, 뭉클한 가슴과 함께 세간의 관심이 집중됨은 물론 일제치하의 군 위안부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향후 한 일 간의 중요 사안으로 부각되었고, 그럴 때마다 이미 유신정권시절에 청구권문제와 함께 해결된 일이라는 일본정부의 일관된 주장이 되풀이되기를 20년 가까이 계속되자, 유엔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비난여론이 비등하고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일본과 협상,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의 관여라는 표현으로 책임을 인정했으며, 아베 총리도 총리대신으로써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와 반성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일 양국 정부가 협력하여 모든 전(前) 위안부 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행하기로 함으로써 이 문제는 극적인 타결을 보게 되었다.

 

무대는 원래 아르코 소극장의 객석 중 일부를 폐쇄해 검은 천을 덮어놓고, 무대를 양분해 하수 쪽에 객석을 만들어 놓았다. 남은 상수 쪽 무대에 사선으로 중간 벽을 설치하고 중앙에 투명 막을 만들어 그 안의 광경을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원래 극장 발코니로 오르는 철제 사다리를 동선으로 사용하고, 원래 객석의 폐쇄된 부분도 동선으로 사용해 연기자들의 등장 로가 된다.

 

연극은 여성학 교수 1인이 방송사 직원과 함께 캄보디아에 현재 거주하고 있는 군 위안부였다는 할머니를 찾아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 사연을 제공한 또 한명의 군 위안부 할머니, 바로 현재 캄보디아 거주 위안부 노인과 자매지간이며 함께 캄보디아로 끌려가 위안부 노릇을 했다는 노인과 함께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을 방문한다. 드디어 자매의 상봉이 이루어지지만, 자매라고 보기에는 외모라든가 모국어를 기억하지 못하는 캄보디아 거주 여인의 모습에서 좀처럼 공통점을 찾기 힘들어 방송사 부장은 상여금을 노려 위안부였다는 행세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캄보디아 거주 노인의 기억이 차츰 되살아나기 시작하고, 간단한 모국어를 내뱉기도 하면서 드디어 위안부시절의 과거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기억에서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은 쓰라린 과거인 것을… 자매여인의 마지막 연결고리인 유전자까지도…. 캄보디아 거주 노인은 귀국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자신의 손녀딸의 손을 굳게 잡고 거주지로 되돌아 갈 뿐이다…..

 

대단원에서 홀로 의자에 앉아 역사적 비극을 되씹듯 뇌까리는 한 위안부 노인의 방백장면과 객석의 숙연한 분위기가 한동안 계속되면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예수정과 전국향이 위안부 노인 역으로 출연해 관객의 가슴에 서글픈 그림자를 드려놓는다. 우미화가 여교수로 출연해 절제된 내면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신안진과 신현종, 김귀선이 출연해 나름대로의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주목을 받는다. 박종태, 김아름 역시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권겸민, 민경은, 강다윤, 박수진, 류용수 등 출연자 전원의 열연과 호연도 갈채를 받는다.

 

무대디자인 이태섭, 조명디자인 김창기, 의상디자인 김우성, 분장디자인 백지영, 음향디자인 지미세르, 영상디자인 김나래, 협력무대디자인 박은혜, 조연출 강소희, 조연출 근종천 등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물리의 김민정 작, 한태숙 연출의 <하나코>를 2016년 벽두를 장식하는 한 편의 문제작이자 시의적절한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1월 6일

 

4, 극단 춘추의 문고헌 예술감독, 김영무 작, 송훈상 연출의 <노자일기>

 

김영무(1943~)는 대구 대륜 고등학교와 대구 교육대학 출신으로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쫓겨난 사람들>로 입상하고 같은 해 국방부 현상공모 장막극 당선해 등단했다.

 

희곡 <쫓겨난 사람들><할미의 씨앗><구름 가고 푸른 하늘> <신랑나이 65세> <우리들의 김무용> <역풍(逆風)> <하늘 천 따지><선녀는 땅위에 산다><스타열전><탈속(脫俗)> <당나무가 우는 밤에> <(무용극) 한밭에 살고 지고> <별에서 들리는 소리> <소나무집> <퇴계선생 상소문> <황진이> <강변 블루스> <달은 달><오토바이 옆에서><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오페라)아 고구려 고구려- 광개토 호태왕> <매화가 피는 뜻> <토스카 인 서울> <포옹 그리고 50년> <부활 그 다음> <시집가는 날> 등을 집필 공연했다.

 

한국 희곡 문학상, 행원 문학상(行願 文學賞), 한국문학상, 예총예술문화상, 예술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무대는 깊은 산 속에 있는 산장인 듯하다. 정면에 한 단 높이의 무대 좌우로 연결된 단이 있고,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보인다. 단 좌우 끝에 나비 날개 같은 벽면이 눈에 띤다. 하수 쪽에 등퇴장 로가 있고, 무대 중앙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긴 안락의자가 놓여있다.

 

나이가 든 가장과 과년한 딸이 산장에 살고, 투숙객은 장정 2인으로, 한명은 형사, 한명은 장기복역수인데 가석방 중 산사를 찾아 이곳으로 왔다는 설정이다. 가장은 인물이 단정하고 말씨나 행동거지에서 품격이 드러나, 국 공영 기업이나 대학에서 퇴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딸은 노처녀인 듯싶지만 예쁘디예쁜 모습에 교양미가 넘쳐 남성관객의 시선이 집중된다. 이층 투숙객은 형사로, 장기 복역수가 가석방 기일이 지났음에도 교도소로 되돌아오지를 않으니, 그를 체포하려고 뒤따라 온 것으로 소개가 된다. 그리고 이 산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복역수에게 수갑을 채운다. 그러나 비록 범인일지라도 자신의 산장 투숙객에게는 수갑을 채울 수 없다며 가장은 사냥총을 형사에게 겨누고 수갑을 풀어주도록 요구한다. 형사는 가장의 요구를 따른다.

 

장기 복역수는 실은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으로 소개가 된다. 길거리에 쓰러져 신음하는 여인을 도와주려고 부축한 것이 칼의 묻은 지문으로 해서 여인살해범으로 오인되어 억울하게 장기 복역한 것으로 소개가 된다. 복역수는 가석방 기간이 지나도록 자신의 모친이 머물고 있다는 산사를 찾아 다녔고, 그 산사 부근에 위치한 바로 이 산장에 투숙을 했다가 그를 추적해 온 형사에게 발견되어 체포된 것이다.

 

이 산장의 딸과 복역수와의 짧은 만남에서 복역수의 모습이나 심성이 착해 뵈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동정심에서 두 남녀의 사랑이 불꽃처럼 타오르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동침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다음날 복역수는 다시 어머니가 머무르고 있다는 산사를 찾아 떠나려한다. 가장이나 딸 그리고 형사가 그를 제지하려 들지만, 복역수는 모친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산장을 떠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정 욱이 가장으로 출연해 모처럼 연기의 진수를 보인다. 그의 일거수일투족과 대사에서 경륜이 느껴지고 극이 고품격 고 수준으로 조성된다. 권남희가 딸로 출연해 예쁜 모습과 열연으로 무대를 꽃밭으로 장식하고 향기까지 흩날리는 분위기로 이끈다. 윤상현이 형사, 이창익이 복역수로 출연해 2인 모두 훤칠한 키에 잘생긴 모습과 호연으로 여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의상감곡 이규태, 음악감독 강석훈, 무대디자인 민병구, 무대감독 신명기, 기획 안민상, 소품 김 단, 조명기술 박주창, 홍보 백이주, 온라인 홍보 서현호, 진행 전애린, 하우스매니저 박준우, 조연출 조용훈, 음향기술 신선호, 사진 포스터 팸플릿 그래픽시선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기량과 열정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춘추의 문고헌 예술감독, 김영무 작, 송훈상 연출의 <노자일기>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1월 11일

 

5,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우르반 알렉산드라 번역 통역, 이경후 윤색, 로버트 알폴디 각색 연출의 <겨울 이야기>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재)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우르반 알렉산드라 에스테르(Urban Alexandra Eszter) 번역 통역, 이경후 윤색, 로버트 알폴디(Robert Alfoldi)각색 연출의 <겨울 이야기>를 관람했다.

 

로버트 알폴디(Robert Alfoldi, 1967~)는 1991년 헝가리의 수도인 부다페스트 공연영상 아카데미 (Film and Theatre Academy of Budapest) 출신의 배우이자 연출가이다.

 

1998년 <베니스의 상인(Merchant of Venice)>으로 부다페스트 시 제정 그해의 최우수 연출가상과 비평가 상 (Critics’ Award and the Award of the City of Budapest for the Best Director of the year for)을 수상하고, 1995년 야사이 마리 상과 미래 상(Jaszai Mari Award and Pro Future Award)을 수상했다. 2007년에는 헝가리 공화국 공로훈장 (Republic of Hungary Merit Neatcross)을 수상하고, 2012년에는 그 해의 예술가 상 (The Artis of the year)을 수상했다.

 

2008년에 부다페스트 국립극장 예술감독 (the Artistic Director of the National Theatre, Budapest)에 취임해 향 후 5년 간 헝가리 국립극장의 연극을 혁신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일부 우파 기독교 극장 연맹 (Right-wing Christian TheaterAlliance)과 좌파 자유주의 극장 연맹(Federation of left-wing liberal theaters)의 비판을 받았다.

 

연출작으로 <한 여름 밤의 꿈> <맥베스> <햄릿> <피가로의 결혼> <템페스트> 등이 있다.

 

<겨울 이야기>의 영화로는 타이터스 앤드루니커스(1985)와 헨리 6세(1982)를 감독한 제인 제인 호웰(Jane Howell)이 감독하고, 제레미 켐프(Jeremy Kemp)가 레온테스, 안나 칼더-마샬(Anna Calder-Marshall)헤르미온, 로버트 스티븐스(Robert Stephens) 폴리세네스 역 데비 패링톤(Debbie Farrington) 페르디타 역 마거렛 타이잭(Margaret Tyzack) 폴리나 역 존 웰쉬(John Welsh) 아르키다무스 역 데이빗 버크(David Burke) 카밀로 역 등으로 호연을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연극으로는 2005년 11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공연한 김미희 번역, 김석만 연출의 <겨울 이야기>와 2008년 12월 극단 중앙연극 창단공연작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이양구 각색, 최치림 연출, 오경택 협력연출의 <겨울 이야기>, 그리고 2009년 서울시극단의 <어린이를 위한 셰익스피어 극 시리즈> 김석만 연출의 <겨울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겨울 이야기>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1막은 시칠리의 국왕인 레온테스는 오랜 친구였던 보헤미아의 국왕인 폴리세네스를 초대합니다. 폴리세네스는 오랜동안 시칠리아에 머물러 있었기 귀국하려 하고, 레온테스와 그의 임신중인 왕비 헤르미오네는 남편을 위해 폴리세네스 에게 더 머물러 달라고 설득을 한다. 레온테스는 자신보다도 아내의 설득에 금방 마음을 돌리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아내와 친구 사이를 의심한다. 그리고 그 의심이 커져서 결국 친구를 독살하려 하고 아내를 부정한 여자로 몰아 감금하려든다. 레온테스의 명령을 받은 신하 카밀로는 폴리세네스를 독살하는 대신 그를 도와 보헤미아로 함께 도망한다. 레온테스의 아내인 헤르미오네는 감옥에서 딸을 낳고, 국왕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왕비의 친구이자 시녀였던 파울리나는 국왕에게 딸을 데려가지만 국왕은 그 아이를 갖다버리라고 명한다. 그리고 왕비의 부정에 대한 재판을 시작한다. 왕비의 부정을 심판하기 위해 델포이의 신탁을 받아오라고 했는데 재판에서 신탁의 봉인을 열어보니 “버린 딸을 찾지 않는다면 후계자도 없을 것이다”라는 내용을 읽게 된다. 신탁마저 부정하는 레온테스에게 어린왕자의 사망소식이 들려오고 아들의 죽음을 전해들은 헤르미오네 역시 실신한다. 그리고 레온테스는 왕비인 아내마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2막은 16년이 경과한 후의 이야기다.

가난한 목동처녀로 자란 레온테스의 딸인 페르디타는 자신의 신분을 모른채 성장한다. 그리고 자신의 신분을 감춘 보헤미아의 왕자 플로리젤과 사랑에 빠진다. 폴리세네스는 아들이 목동처녀와 사랑에 빠진 것에 대노한다. 이제 폴리세네스 곁을 떠나 고국인 시칠리로 돌아가고 싶은 카밀로는 왕자 플로리젤과 함께 페르디타를 데리고 시칠리로 돌아간다. 그곳에는 아들과 아내를 잃고 난 뒤 계속 후회를 하면서 살고 있는 국왕 레온테스가 성성한 백발의 모습이 되어 쭈그리고 있다. 플로리젤은 레온테스에게 아버지의 폴리세네스 왕의 사절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그 거짓말이 어찌 오래가랴? 게다가 페르디타가 레온테스의 딸이라는 사실도 밝혀지게 된다. 폴리세네스 역시 아들 때문에 시칠리로 오게 되고, 레온테스가 자신의 딸과 친구였던 폴리세네스의 아들과의 결혼을 축복해 주는 모습에, 폴리세네스도 오랜 우정단절을 청산하고 레온테스를 용서한다.

 

대단원에서 파울리나는 레온테스에게 왕비의 조각상을 새로 만들었으니 자신의 집에 구경오라고 청한다. 모두가 함께 왕비의 조각상을 보러가고, 그곳에서 레온테스는 왕비와 너무나도 닮은 조각상에 슬픔을 감추지 못한다. 그때 조각상은 다시 되살아나고 결국 레온테스는 아내와 딸을 다시 찾으므로 해서 연극은 행복한 마무리로 끝이 난다.

 

(재) 국립극단 <겨울 이야기>의 무대는 무대 중앙에 나무 벽을 세워 무대 앞과 뒤를 차단하고, 벽에 여러 개의 문을 만들어 등퇴장 로로 사용되고, 벽을 중앙에서 좌우로 이동시켜 무대 안쪽의 깊숙한 부분까지 동선영역이 확장된다. 긴 식탁을 무대 중앙에 배치시켜 음식을 차리고, 장면변화에 따라 이동을 시키거나 쓰러뜨리거나 또는 그 위에 올라서거나 눕기도 하면서 연기자들의 동선으로 사용되고, 식탁 주위의 의자 또한 마찬가지로 처리된다. 극의 중반에는 여섯 자 높이의 단과 계단을 나무 벽 중앙에 밀착시키고, 그 양쪽 벽에는 울긋불긋한 낙서와 여기저기에 널린 쓰레기 더미를 만들어 빈민가로 보이도록 조성을 하고, 극의 말미에는 중간 벽을 좌우로 이동시켜, 무대 뒤쪽 중앙에, 사람 키보다 높은, 유리로 보이는 직사각의 입체조형물에 물을 가득 채우고, 그 뒤에 여주인공을 세워 그 수조를 깨뜨린 후에 여주인공이 움직이도록 연출되고, 대단원에는 천정에서 샹들리에처럼 생긴 원통형의 철제조형물이 내려와 모여선 출연자들의 머리위에 마치 보슬비가 내리듯 물을 뿌리는 장면에서 공연은 마무리가 된다.

 

박윤희, 김수진, 이종무, 박완규, 손상규, 박지아, 황성대, 유영욱, 김도완, 김신록, 황선화, 우정원, 나석민, 정현철, 안병찬, 김동훈, 신사랑, 배강유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과 호흡의 일치는 관객을 극 속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 박동우, 조명 김창기, 의상 김지연, 음악 박소연, 분장 백지영, 소품 김상희, 음향 유옥선, 무대감독 구민철, 조연출 신용한, 조연출보 초봉문, 그 외의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제대로 드러나, (재)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우르반 알렉산드라 에스테르(Urban Alexandra Eszter) 번역 통역, 이경후 윤색, 로버트 알폴디(Robert Alfoldi) 각색 연출의 <겨울 이야기>를 연출가와 연기자의 기량과 열정이 감지되는 걸작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1월 13일

 

6, 극단 퍼스트일육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신정옥 역, 김국희 연출의 <끝이 좋으면 다 좋아>

 

대학로 JH 아트홀에서 극단 퍼스트일육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신정옥 역, 김국희 연출의 <끝이 좋으면 다 좋아>를 관람했다.

 

신정옥(申定玉) 교수는 1932년 함남 정평 출생으로 명지대 영문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명지대 명예교수로 있다. 그는 경북대를 거쳐 이화여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신 교수는 수많은 번역 작품을 남기고 있는데 영미문학 작품, 그 가운데서도 영미희곡 작품을 끊임없이 우리말로 번역한 공로로 1976년 실험극장 에쿠우스 장기공연 공로상, 1980년 한국일보 제16회 한국 연극 영화 텔레비전 예술 특별상, 1985년 한국연극협회 한국 연극 100호 기념 최다 집필 상, 1985년 한국연극협회 한국 연극 공로상, 1994년 명지대학교 제1회 학술상, 1996년 한국예술연구원 동랑 유치진 연극상, 1998년 한국연극예술 본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또한, 그는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신정옥 교수는 과거 영미희곡이나 구주대륙의 희곡을 일본어판을 참고해 번역한 1세대 번역가들과는 달리, 원작을 직접 번역한 영문학자이다. 최근까지 영미희곡과 셰익스피어 전 작품을 번역 완간하는 등 한국연극계의 이바지한 공로가 지대하다. 현재 국공립극단이나 경향의 각 극단에서 신정옥 교수 번역의 영미희곡작품공연이 계속되고 있다.

 

김국희는 숙명여대 산업공예학과와 동국대 대학원 연극학과 석사출신의 연출가로 <물의 노래> <엄마가 절대 하지 말랬어> <상대방의 자리> <적빈> <파리떼> <흐르지 않는 시간> <고도를 기다리며> <로빈훗의 모험> <걸리버 여행기<<옛시절>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등을 연출한 미모의 연출가이자 극단 “퍼스트 일육”의 대표다.

 

<끝이 좋으면 다 좋아(All’s Well That Ends Well)>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동시대 극작가인 토마스 미들톤(Thomas Middleton)이 1602년에서 1605년 사이에 공동집필한 희곡이다.

 

BBC방송 보도로 옥스퍼드 대 연구진은 “이 희곡작품의 어휘, 스타일, 문법, 운율 등에 대해 분석한 결과 공동 작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를 지도한 로리 매과이어(Rory, Maguire) 교수는 BBC 방송에 출연해 “공동 저자는 토마스 미들톤(Thomas Middleton)”이라며 “당시 희극, 비극, 서사시 분야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수준을 따르는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작품은 보카치오(Giovanni Boccaccio)의 데카메론(Decameron)에 나오는 3일째 날 9번째 이야기 <질레타와 나르보 이야기(Gilleta and nareubo story)>나, 윌리엄 페인터(William Painter)의 <쾌락의 궁전(The Palace of Pleasure)>이 원전이라는 설도 있다.

 

영화로는 1981년에 제작된 엘리야 모신스키(Elijah Moshinsky, 1946~)가 감독하고, 이안 찰슨(Ian chalseun), 안젤라 다운(Angela Down), 셀리아 존슨(Celia Johnson), 마이클 호던(Michael hodeon)이 출연한 <끝이 좋으면 다 좋아(All’s Well That Ends Well)>가 기억에 남는다.

 

연극으로는 2007년에 북촌창우극장에서 공연한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의 신정옥 역, 남육현 연출의 <끝이 좋으면 다 좋아(All’s Well That Ends Well)>가 기억에 남는다. 조정민, 정주빈, 노윤정, 김장호, 오동규, 손수용, 이재선, 김상태, 이강철, 김미나, 김한준, 조윤정이 출연하고, 기획 오원심, 의상에는 서현숙, 음악 정상훈 등 출연자와 연출자, 그리고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이 드러난 공연이었다,

 

<끝이 좋으면 다 좋아(All’s Well That Ends Well)>는 국가공신인 부친이 죽자 아들은 국왕의 부름을 받아 궁성으로 향한다. 대도시로 떠나는 아들에게 모친은 “침묵으로 비난을 받을지언정 말로써 책망을 받지 말거라.”라는 당부를 한다. 그와 갓 결혼한 아내는 남편과의 첫날밤에 몸을 밀착시키지 못 했다는 설정이고, 아내의 부친은 동의보감의 명의 허 준과 다름없는 명의였다는 인물설정인데, 부친의 의술을 전수한 딸을 청송(靑松) 심(沈) 씨 가문에 맡기고 숨졌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랬는지 자기 집 하녀나 다름없는 여인과 혼례를 치른 주인공이 첫날밤부터 거들떠 보지를 않는 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연극에서는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가보(家寶)인 반지를 아내에게 주면서, “언젠가 내가 마음이 동해 합방을 하게 되면, 그 때 정식 아내로 인정을 하겠다.”라는 언약을 하고 궁성으로 떠난다. 그를 따라 같은 또래이자 심보가 나쁜 하인도 동행을 한다.

 

궁성에서 주인공은 임금과 신하들의 환대를 받는다. 조선왕조 말엽 일제치하의 개화기라는 시대적 배경과 어울리게, 독립군 이야기가 내용에 첨부된다. 주인공은 훤칠한 모습에 멋진 노래와 춤으로 당대 여성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그리고 그 무렵 최고미녀의 사랑도 얻게 되고 그녀와 동침약속까지 하게 된다.

 

한편 주인공의 아내는 임금이 불치의 병을 앓고 있음을 소문으로 접하고, 시어머니에게 허락을 받은 후 상경해 궁성으로 들어가 임금의 지병을 치료해 완쾌시킨다. 임금은 만날 이마에 띠를 두르고 늘어져 있다가, 치료 후 황제제복을 입고 청년처럼 활보하며, 주인공의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주인공의 아내는 남편의 상대인 경성최고미녀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녀의 환심을 사고 가까워 진 후 자신의 내력과 사연을 소개하고, 그 미녀와 남편과의 동침을 약속한 날 밤 침상에 불을 끄고 대신 들어가 남편과 한 몸이 된다. 거기에 가보(家寶)인 반지가 동침이후 주요 항목으로 부각되어 한몫을 한다.

 

대단원에서 결국 남편과의 별리를 아내의 인내와 지혜로 끝내고, 남편과의 합방은 물론 애정을 영원으로 이끌어 간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무대는 은박지로 배경전체와 무대 좌우의 등퇴장 로의 벽면을 장식했다. 용상을 상징하는 나무로 만든 의자형태의 조형물이 배경 가까운 중앙에 자리를 잡고, 연주는 녹음으로 처리되고 노래는 출연자들이 직접 부른다. 음악극이 아닌 준 음악극으로 연출되고, 고대의상과 현대복장이 병행된다.

 

하경화, 윤미영, 장은철, 편준의, 노현주, 김강희, 김정현, 양종윤, 백효성, 이수진, 유혜준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노래와 춤은 관객을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음악 우지현, 무대 표종현, 무대제작 TAF, 조명 송훈상, 영상 엠큐데이, 사진 민환기, 의상 김정향, 안무 리키아, 드라마트루크 임재열, 캘리그라피디자인 채영미, 분장 이소은 원예림 임아라 심슬기 이예림, 음향 조명작업 방선영, 조연출 이현, 기획진 한나라 이다솜, 홍보진 유현영 홍지현, 제작PD 김경미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퍼스트일육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신종옥 번역, 김국희 연출의 <끝이 좋으면 다 좋아(All’s Well That Ends Well)>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1월 14일

 

7, 극단 자유 창단 50주년 기념공연 로벨 또마 원작, 이병복 번역, 최치림 연출의 <그 여자 사람 잡네>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극단 자유의 창단 50주년 기념공연 로벨 토마 작, 이병복 번역, 최치림 연출의 <그 여자 사람 잡네>를 관람했다.

 

‘로베르 또마(Robert Thomas, 1927~1989)는 프랑스 태생의 작가 겸 배우이자 영화감독이다. 18살 무렵인 1900년부터 프랑스에서 출판된 모든 연극 대본을 읽었다라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다. 배우와 영화감독으로도 활약했지만, 작가로서 거둔 성공에 비해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고 전한다.

 

작가로서 그는 처음부터 ‘코미디 스릴러’라는 장르에 매료됐다. 1960년 발표한 유쾌한 살인 미스터리 ‘외로운 남자를 위한 덫’은 큰 성공을 거뒀다. 당시 스토리에 감탄한 ‘알프레드 히치콕’이 작품의 판권을 구입하기도 했다. 지금도 유럽에서는 자주 무대에 오르는 단골 작품이다.

 

무엇보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작품은 이듬해(1961년) 발표한 ‘8명의 여인들’이다. 연극으로 무대에 올랐던 작품은 2002년 ‘프랑소와 오종(Francois Ozon)’에 의해 영화화됐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 8명의 출연으로 해서 화제작이 되었다. 게다가 주연 배우들은 베를린 국제 영화제(2002년)에서 은 곰 상을 수상해 기염을 토했다.

 

국내에서는 <그 여자의 함정 Piege pour un homme seul>은 <그 여자 사람 잡네>라는 제목으로 공연되고, <이중게임(Double Jeu)>은 뮤지컬 <페이스 오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으로 제목이 바뀌어 공연되었다.

 

번역을 한 이병복(李秉福) 전 극단 자유 대표는 경북 영천 출생으로 숙명여고와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부, Academy de coupe de paris, 쏘르본느 대학, Academy de Feu에서 공부한 후 덕성여대 의상미술과 교수로 있으면서 1966년에 극단 자유극장 대표가 되었다. 1968년 4월 명동에 개관한 ‘카페 떼아뜨르’는 1975년 폐관될 때까지 20여 편의 드라마를 상연함으로써, 모노드라마를 비롯한 ‘살롱드라마’ 공연의 산실 역할을 하였다.

 

또한 <무엇이 될고하니>, <달맞이꽃>, <바람부는 날에도 꽃은 피네>, <수탉이 안 울면 암탉이라도>, <피의 결혼>, <왕자 호동>, <햄릿>에 이르기까지 이병복은 무수한 인형과 가면과 의상과 소도구를 만들었다. 인형과 가면을 연극의 표현매체로 활용한 것, 다양한 종이의상을 개발하고 한국의 전통의상과 전통색상을 변화시켜 무대의상으로 새롭게 정립시킨 것, 각종 소도구를 무대미술의 개념으로 확정시킨 것, 연극적 이미지의 개념으로 확장시킨 것, 나아가 전환이 빠른 기동성을 갖는 무대를 만든 것, 무대에서 인간의 원형 성을 발견하도록 해준 것 등이 무대 예술적 성과로 평가된다.

 

1987년에는 한국무대미술가협회를 발족하고 회장직을 맡아 1988년에는 세계무대미술가협회에 가입하여 국내의 무대미술계를 국외에 소개하고 교류를 추진하여 4년마다 열리는 프라하 세계 무대미술 경연대회에서 1991년부터 2003년까지 매회 마다 한국이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대회에서 이병복은 1991년과 1999년에 명예상과 은상을 수상하였고 1995년에는 심사위원으로 선임되었으며 1997년에는 세계 무대미술가 협회 서울대회를 개최하여 전시회, 세미나와 축제공연(야외무대 金谷 “無衣子” 박물관)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 등 한국의 무대미술의 새로운 지표를 마련하였다고 볼 수 있다.

 

연출을 한 최치림(1944~) 극단 자유 대표는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출생했고 1964년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연출전공으로 입학해 연극계에 발을 디뎠다. 졸업 후 극단 중앙무대를 창설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극단 가교, 극단 민중극단을 거쳐 1969년 극단 자유 연출부에 들어가 1971년 그물 안의 여인들(박양원 작, 당시 명동 국립극장)로 직업극단 연출가로 데뷔했다. 대표작으로 <세빌리아 이발사>, <프로랑스는 어디에>, <여인과 수인>, <승부의 종말>, <둥둥 낙랑 둥>, <갈매기>, <결혼>, <우리 집 식구는 못 말려>, <안나 클라이버>, <메디아>, <동승> 등 70여 편을 연출하였다. 학력으로는 뉴욕대학교에서 석사학위, 박사과정을 이수하였고 귀국 후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해 2010년에 정년퇴임하고 현재는 명예교수로 있다.

 

수상으로는 연출작 <세빌리라 이발사>가 동아연극대상(1973)을 수상했고, <프로랑스는 어디에>로 한국일보 연극상 신인연출상(1972), <승부의 종말>로 유네스코 청년협회 선정 그 해의 최고작품상(1977)을 받았고, 1979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해외연수대상자로 선정되어 뉴욕연극계를 시찰한바 있다. 그동안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원장, 사회교육 본부장을 거쳐, 전국예술대학 교수연합회 회장, 연극학회 회장, 국립극단 예술 감독, 한국공연예술센터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제극예술협회(ITI) 한국본부 회장, 씨어터올림픽스 국제위원, 월간지 한국연극 편집주간, 광화문 문화포럼 부회장을 맡고 있다.

 

무대는 한적한 교외의 별장인 듯 창밖으로 바라다 보이는 산과 수목이 가을을 연상시킨다. 무대 정면 커다란 창이 달린 문을 열면 등퇴장 로가 되고, 무대 좌우에도 내실과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무대 중앙에 길고 커다란 안락의자가 놓이고, 커다란 옷걸이도 안락의자 뒤쪽 옆에 세워놓았다. 소품으로 전화기와 술병 술잔, 그리고 권총 등이 사용된다.

 

내용은 신혼여행을 했는지 부부가 한 열흘 쯤 여행을 한 것으로 설정이 되고, 여행 중 부인이 실종되어 홀로 돌아온 남편이 경찰에 부인실종신고를 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경찰과 신부 한 사람의 도움으로 부인이 되돌아오게 되고, 남편이 반기지만, 정작 생판 모르는 여인이 자신의 부인행세를 한다며 남편이 경악하는 것으로 연출되고, 신부나 부인은 그러는 남편이 정신착란이나 우울증 증세가 심해 그러려니 한다. 부인은 당연히 아내로써의 집안일이나 사소한 일까지 기억을 하면서 제대로 집안일을 하고, 정신착란증이 심해진 남편대신 집안일을 도맡아 하려든다. 그럴수록 남편은 자신의 부인이 아니라며 발광 직전까지 가는 모습을 보인다. 담당경찰이 도착해 부인의 진위를 가리려는 듯싶지만 차림새나 미모로나 동작 하나에 이르기까지 나무랄 데가 한군데도 없어 경찰 뿐 아니라, 관객까지 주인공이 정신병증세가 심한 것으로 믿게 된다. 게다가 불쑥 찾아온 나이든 여자 손님까지 부인을 알아보는 듯 다정한 동작을 취하며 부인 편까지 드니 주인공은 발짝이 더욱 심해진다.

 

부인이 외출한 동안 떠돌이 화가 한사람이 우연히 이 집을 방문한다. 주인공의 초상을 그려주던 화가를 보면서 주인공은 그가 생면부지의 인물인 줄 알았으나, 자세히 보니, 여행지에서 주인공 부부와 만난 적이 있고 주인공을 잘 알고, 부인까지 기억하는 인물로 알려진다. 주인공은 경찰에 증인이 나타났으니 한시바삐 출동하라는 전화를 한다. 경찰보다 먼저 외출했던 부인과 신부가 되돌아 와 화가를 대면하게 되고, 화가가 주인공의 부인이 절대로 아니라는 말을 하자, 부인과 신부는 권총으로 화가를 살해한다. 그리고 시체를 밖으로 옮긴다.

 

경찰이 출동을 하면서 손님으로 왔던 나이든 부인과 죽은줄 알았던 화까까지 대동을 하고 등장한다. 주인공은 신부와 부인이 증인을 살해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의 이야기가 경찰에게는 당나귀 귀에 코란 읊기나 마찬가지일 뿐이다. 게다가 경찰과 함께 온 인물들까지 현재부인이 참 부인인 것으로 확신하듯 경찰에게 이야기를 하니, 경찰마저 주인공을 실성한 사람 보듯 쳐다보니, 주인공은 절대 자신의 부인이 아니라며 자기의 부인은 죽었고, 시체가 묻힌 장소까지 엉겁결에 부르짖듯 털어놓는다.

 

결국 이 발설로 인해 주인공의 부인 살해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인공의 부인 역을 한 미모의 여인과 신부가 임무를 완수했다며 경찰책임자에게 경례를 하고 나이든 여인과 화가가 웃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오영수가 경찰책임자, 권병길이 화가, 채진희가 나이든 여인, 고인배가 신부, 곽명화가 미모의 여인, 최규환이 주인공, 남국현과 박윤병이 경찰로 등장해,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이나 연기 면에서 탁월하고 출중한 기량을 드러내어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제작감독 김정률, 기획 유영호, 무대 의상디자인 최순화, 조연출 한예슬, 조명디자인 최형오, 분장 안진환, 음향 음악 세르지미, 제작지원 허성윤, 기획실장 이태실, 기획실 유병학 한현진 이선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현진, 사진 줄리 메이펭, 그래픽디자인 안젤라 림, 제작진행 유지수, 홍보지원 유정호, 무대감독 김현민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극단 자유 창단 50주년 기념공연 로베르 또마 원작, 이병복 번역, 최치림 연출의 <그 여자 사람 잡네>를 연출력과 연기력이 감지되는 걸작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다만 이 극에서처럼 수사당국의 함정수사는 현재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 형법조항에도 저촉되어 무효로 간주된다.

1월 16일

 

8, 극단 한밝의 무세중 극본 연출의 민족 굿 <얼빛 아리랑>

 

대학로예술극장 3관에서 극단 한밝의 무세중 대본 연출의 <민족 굿 얼빛 아리랑>을 관람했다.

 

무세중(巫世衆, 1937~ 본명 김세중)은 서울고와 성균관대학교 출신이다. 1960~70년대 꼭두각시 연극 박첨지 놀이 해설가로 활약했다. 돌연 유럽으로 떠나 1977년 독일 베를린에 정착하여 자신의 이름을 딴 극단 테아트로 무(Teatro Mu)을 설립하고, 유럽 연기자들과 전위 실험 공연을 하는 동시에 우리 탈춤 순회공연과 전시 강연 등의 활동을 펼쳤다.

 

 

1982년 잠시 귀국하여 완전히 벌거벗고 하는 공연으로 당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1984년 독일 생활을 접고 귀국 해 대동전위극회를 만들어 무당이나 굿과 연관된 공연과 각종 행사에서 나체로 출연하는 등 일부 관객의 관심과 주목을 받고, 20년 전 북한산성 입구 맞은편 부락에 정착해 현재까지 500여 개가 넘는 민속 굿과 연관된 공연과 나체공연을 지속해 오고, 자신의 공연과 연관된 학술발표나 서적을 출판하고 있다.

 

얼빛 아리랑은 삼신할머니를 등장시켜 아리랑의 유래와 외세의 침략과 더불어 외래종교가 들어와 민족 고유의 신앙을 붕궤시킨 과정을 그려낸 연극이다.

 

무대는 삼면 벽을 백색 광목으로 감싸고, 정면 중앙에 비석을 세웠다. 삼신할미는 백색광목천으로 만든 한복을 입었고, 초혼녀와 청년 남녀 출연자 역시 백색광목의상을 착용하고 출연해 마치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듯싶은 느낌이 들도록 연출된다. 환인과 단군의 의상이 제왕의 풍을 띄고, 불교가 들어온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부처는 황금빛 왕관과 금빛의상, 명 청 시절의 유교의 대표로 상징되는 공자는 도포와 의관, 일제치하에서의 신사참배와 신상은 왜색 복장으로, “내 고향 앨라배마” 노래와 미국으로 상징되는 모자와 복장으로 기독신앙의 전파가 구현되는가 하면, 이러한 외세의 침략과 함께 들어온 외래 종교가 이 땅 고유의 신앙을 무속으로 몰아붙이고 백의민족이 4천년 이상 섬겨왔던 옥황상제를 한낱 잡귀로 몰아 부친, 조상 상실 내지 민족성 상실의 역사가 아리랑의 구슬픈 가락속에서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절세미녀인 아리랑 초혼녀가 연극의 도입을 장식하고, 이어서 등장한 삼신할머니는 우리 겨레를 포옹하고 감싸 안으려는 듯싶은 자애롭고 아름답고 모성애가 넘치는 미소와 동작, 그리고 빼어난 미모로 관객을 일시에 자신의 일신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능력을 발휘한다. 이어서 등장하는 단군, 부처, 공자, 서양신의 도래가 차례로 펼쳐지면서 민족고유의 의식과 신앙은 물론 민족의 자존까지 붕궤되는 과정이 그려지고, 그래서는 결단코 아니 된다는 출연자들의 함성이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 낸다.

 

대단원에서 우리의 조상은 물론 우리의 얼과 고유의 믿음을 상실한 이 땅의 사람들에게 그래서는 아니 된다고 하는 삼신할머니의 절규와 통곡이 아리랑의 선율과 함께 깊은 반향과 공감대를 형성시키면서 관객의 자각은 물론 우레와 같은 갈채와 함께 공연은 마무리가 된다.

 

김인태, 백수련, 박찬빈, 김혜련, 기정수, 엄경환, 무나미, 양윤석, 김춘기, 장성진, 한호선, 장윤정, 윤대영, 유희제, 김도연, 윤희정, 김현진, 임영선 등 출연자 모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관객을 도입부터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제작 김혜련, 예술감독 무나미, 문학감독 양윤석, 기획 송기정, 무대디자인 이다겸, 무대미술 서현석, 음악감독 김태근, 의상디자인 이신재 통미, 의상제작 김혜민, 분장디자인 김선미(통미분장예술연구소) 분장스텝 장은실 안소연 박상아 김민지 황인지, 사진 윤준섭, 조명 김민우, 무대감독 권혁우, 음향오퍼 하상욱, 무대진행 신 우, 김바우 고여숙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한밝의 무세중 대본 연출의 민족 굿 얼빛 아리랑>을 우리 모두가 함께 관람하고 깊이 되새겨야 할 명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1월 21일 박정기

 

9, 국립극단 프로스랩 공동주최 김광림 작 연출의 <날 보러 와요>

 

명동예술극장에서 국립극단과 프로스랩 공동주최, 김광림 작 연출의 <날 보러 와요>를 관람했다.

 

김광림(1952~)은 함경도 태생의 극작가 겸 연출가다. 경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불문학과, UCLA 연극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예술전문대학 교수, 극단 연우무대 예술 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원장, 현재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희곡으로는 <날 보러 와요> <나는 고백한다> <나는 꿈에 장주가 되었다> <집> <저 별이 위험하다> <홍동지는 살어있다> <사랑을 찾아서> <우리나라 우투리>

수상으로는 1989년 동아연극상 연출상(수족관) 1993년 백상예술대상 연출상, 작품상, 대상(북어대가리), 1996년 서울연극제 대상(날 보러 와요), 1996년 백상예술대상 희곡상(날 보러 와요), 1996년 한국예술평론가협회 올해의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날 보러 와요>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연극이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華城連鎖殺人事件)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군 일대에서 여성 10명이 살해된 미해결 사건이다. 최초 사건은 1986년에 일어났으며, 마지막 사건은 1991년에 일어났다.

 

이 사건들의 공소시효는 범행 당시의 형사소송법 규정(제249조)에 따라 범행 후 15년이 지난 2001년 9월 14일 ~ 2006년 4월 2일 사이에 모두 만료되었다

 

유일하게 해결된 8차 살인사건은 현장에 남아 있는 모발을 증거로 1989년에 윤 모(22)를 검거하였는데, 이 사건은 다른 사건과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10 차사건 역시 9차 사건과 정액의 유전자가 다른데다가 장소나 범행 수법이 여타 사건과 차이가 커서 범인이 다른 사건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전6시경 일어난 1차 사건을 제외한 2~10차 사건은 주로 저녁7시~11시 사이에 일어났다.

 

용의자의 몽타주는 1988년 9월 7차 살인사건 직후 버스에 올라탄 남자에 대한 운전기사와 안내원의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버스 기사가 증언한 범인의 특징은 성폭행 피해자들의 증언과 대체로 일치했다. 피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사건 당시 범인은 마른 체격에 165~170cm의 키, 스포츠형으로 짧게 깎은 머리, 오똑한 코에 쌍꺼풀이 없고 눈매가 날카로운 갸름한 얼굴의 20대 중반의 남자였다. 또한 부드러운 손을 가지고 있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범인이 다른 성폭행 사건을 더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으며 화성군 주민이 아니라 수원시에 거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무대는 배경 가까이 억새풀이 자란 들길이 펼쳐있고, 그 앞으로 경찰서의 내부다. 건물은 없고 철제 책상, 의자, 사물함, 서류함, 그리고 책상위에 축음기, 전화기, 타자기가 놓여 있다. 경찰서의 상수 쪽에는 취조실, 하수 쪽에는 찻집이 탁자와 의자 등으로 좁은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무대 좌우로 들풀이 길게 자라난 것이 보인다.

연극은 도입에 극장 천정에서 빗줄기가 실제로 내려 퍼 붓는다. 배경 가까이 빨간 옷에 우산을 펴 들고 가는 여인을 괴한이 덮치며 강간 후 살해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암전되면 배경에 영상으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신문기사가 크게 확대되어 투사된다. 장면이 바뀌면 객석 가까이에 풍으로 입이 삐뚤어져 말을 제대로 못하는 남성 환자를 미모의 젊은 여인이 간병을 하는지 대화하는 모습이 잠시 펼쳐지면서 이야기는 과거로 돌아간다. 장면전환과 함께 태안 경찰서 내부로 바뀐다. 시를 쓰는 신임 경찰과 그를 촬영하는 여기자와의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전개되면서 원래 근무하던 동료가 등장해 이를 말리고, 곧 이어 고참이 등장하는가 하면, 새로 이 경찰서에 부임한 반장도 자리를 잡는다. 신임반장은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원해 온 것으로 소개가 된다.

 

연쇄살인사건은 반드시 비가 내리는 날 저녁 무렵에 발생하고, 모차르트의 진혼곡<鎭魂曲, 레퀴엠>의 음율과 함께 빨간 색 옷을 입은 여인이 피살된다는 일종의 괴담이 소개가 된다. 미모의 여기자가 등장을 해 사건취재를 하고, 경찰서 부근에 상주하다 시피 한다. 여기에 부근 찻집의 여종업원이 자주 차와 찻그릇을 들고 등장해 시를 쓰는 경찰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원래 있던 경찰 한 명은 여기자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용의자가 잡혀오고, 반 푼 같고 어눌한 용의자는 사건설명을 하다가 결정적인 범행을 저지른 대목에 가서는 바로 그 때 꿈을 깼다고 횡설수설한다. 그의 범행을 보았다는 증인이자 범인의 부인이라는 중년여인이 등장해 사투리로 한바탕 떠벌이지만 신통한 증거를 대지는 못한다. 다른 살해사건과 연관된 남자증인도 등장하지만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범인체포에 열과 성을 다하지만, 사건은 오리무중상태일 뿐이다. 경찰들끼리의 충돌이 일기도 하고, 젊은 경찰이니 미모의 여기자를 좋아하게 되는 애정장면과 시를 쓰는 경찰을 연모하는 다방 여종업원의 구애장면이 대중가요의 음악과 함께 펼쳐지지만 범죄수사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초반에 잡혀와 반 푼인 듯 횡설수설 어눌한 말로 떠벌이던 용의자가 정확하고 또렷한 말씨로 또박또박 사건의 경위를 이야기 한다. 거기에 그의 부인까지 시인을 한다. 드디어 범인을 잡게 된 것으로 알고 반장과 경찰들은 기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그는 그가 살해한 한 여인만의 범행을 저지른 것이지 연쇄살인범은 아닌 것으로 혈액형과 정액검사로 밝혀진다. 수사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니 반장은 과로와 충격으로 쓰러진다.

 

모두 퇴근한 경찰서에 시를 쓰는 경찰이 홀로 남아있다. 그 때 컴컴한 경찰서에 사물함이 열리면서 범인이 벌거벗은 모습으로 회중전등을 비추며 등장한다.

 

“너는 어디 있어?”하고 물으니, “나는 네 가슴 속에 있어” 한다. “너는 가짜야!” 하니, “날 느껴봐” 하며 사라진다. 시를 쓰는 경찰이 “아니야! 아니야!”하며 울먹이는 장면에서 암전이 되면, 연극의 첫 장면이 다시 펼쳐진다. 반장에게 여기자가 “빨리 완쾌하셔서 복귀하세요.”한다. 등 뒤로 경찰들이 모두 등장해 다짐하듯 손을 불끈 쥐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출연은 OB팀으로 이대연, 권해효, 김뢰하, 유연수, 류태호, 이항나, 공상아, 차순배가 출연해 성격창출은 물론 호연을 보인다. YB팀으로 손종학, 김준원, 이원재, 김대종, 이현철, 우미화, 임소라, 양택호 남씨부인역_황석정, 이봉련 더블캐스팅 되어 출연한다.

 

제작 프로스랩, 플래닝 매니저 팀장 조아람, 음악_이나리매, 무대디자인_박동우, 조명디자인_구근회, 의상디자인_백지혜, 분장디자인_김근영, 영상디자인_신유청, 소품디자인_김소하, 프로듀서_홍윤경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국립극단 프로스랩 공동주최, 김광림 작 연출의 <날 보러 와요>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1월 24일

 

10, 중견연극인 창작집단의 김지숙 예술감독, 안톤 체호프 원작, 이윤택 각색 연출의 <바냐 아저씨>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중견연극인 창작집단 김지숙 예술감독, 안톤 체호프 원작, 이윤택 각색 연출의 <바냐 아저씨(Дядя Ваня)>를 관람했다.

 

안톤 체호프(Анто́н Па́влович Че́хов, Anton Pavlovich Chekhov, 1860~1904)는 러시아 남부의 항구도시 타간로그(Taganrog)에서 출생했다. 잡화상의 아들로, 조부는 농노였다. 아버지의 파산으로 스스로 돈을 벌어서 중학 생활을 마쳤다. 1879년에 모스크바 대학 의학부에 입학했고, 그와 동시에 가족의 생계를 위해 단편소설을 잡지에 기고하기 시작했다.

 

1880년대 전반, 수년에 걸쳐 〈어느 관리의 죽음〉〈카멜레온〉〈하사관 프리시베예프〉〈슬픔〉 등과 같은 풍자와 유머, 애수가 담긴 뛰어난 단편을 많이 남겼다.

희곡 〈이바노프〉〈지루한 이야기〉 속에는 그 시대 지식인들의 우울한 생활상이 잘 묘사되어 있다. 1899년에 결핵 요양을 위하여 크림 반도의 얄타 교외로 옮겨 갈 때까지 단편소설 〈결투〉〈검은 수사〉〈귀여운 여인〉〈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골짜기〉 등을 집필했다.

 

1896년 희곡 〈갈매기〉의 공연 실패는 그를 담시 극작을 멀리 하기도 했으나, 〈바냐 아저씨〉를 집필한 이듬해인 1898년, 모스크바 예술 극단의 스타니슬라브스키 연출의〈갈매기〉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1900년〈세 자매〉를 썼다. 만년의 병환 속에서 〈벚꽃 동산〉을 집필해 1904년에 공연하고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그해 요양지인 독일의 바덴바덴에서 작고했다.

 

<숲의 정령, 숲 귀신>은 1989년 29세의 나이에 쓴 체호프의 세 번째 장막극으로서 <바냐 아저씨>의 원작이다. <숲의 정령>이 1989년 러시아에서 초연된 당시에는 세간의 혹평을 받았으나, 체호프는 작품 수정을 통해 <바냐 아저씨>를 새로운 희곡으로 완성했다. 두 작품 의 주인공은 <숲의 정령>과 <바냐 아저씨>다. <숲의 정령>에서는 의사인 호르쇼프가 극의 중심에 서고, 아저씨는 바냐가 아니라 이고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반면 <바냐 아저씨>에서는 의사의 이름이 아스뜨롭으로 바뀌고, 바냐 아저씨는 이고르라는 이름에서 바냐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극의 중심인물이 된다. 두 작품에는 세레브랴꼬프, 엘레나, 쏘냐, 마리아, 이반 등 같은 인물이 등장해 흡사한 부분도 있지만, 극적 구성이 다르기에 새롭게 전달된다.

 

주인공인 바냐 아저씨는 죽은 누이동생의 남편인 세레브랴꼬프 교수를 위해서 누이동생의 딸 소냐와 함께 매부의 시골 토지를 지키며 살고 있다. 그런데 퇴직교수인 매부가 젊고 아름다운 후처 엘레나를 데리고 시골영지로 돌아온다. 바냐 아저씨는 첫눈에 엘레나의 미모에 빠진다. 퇴직교수인 매부는 지성의 표본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속물근성이 강한 인물이라는 것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게다가 나이든 인물이면 별의별 병이 따르듯 병투성이 인물이라, 이에 실망한 바냐 아저씨는 일종의 동정심에서 출발한 감정이 연모의 정으로 바뀌어 엘레나를 대하게 된다.

 

바냐 아저씨의 친구인 의사 아스뜨롭은 몽상가적 기질이 있는 인물이다. 바냐 아저씨의 조카인 소냐는 그런 의사 아스뜨롭을 남몰래 좋아하고 사랑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정작 아스뜨롭 마저 미모의 엘레나에게 빠지고 만다.

 

어느 날 세레브랴꼬프 교수는 사람들을 집합시키고는 영지를 팔고 도회지로 나가겠다고 선언한다. <바냐 아저씨>는 세레브랴꼬프 교수가 땅을 팔겠다고 선언을 하자 바냐가 30년 가까이 땅 지키기와 가꾸기에 젊음을 바친 노력의 대가가 날아가려 하니 상실감과 분노로 총으로 교수를 죽이려 하지만 결국 불발에 그치고 만다. 교수는 <바냐 아저씨>의 행동에 경악하고 이곳을 떠나려 결심한다. 의사 아스뜨롭과 엘레나의 이별의 키스, 이 모습을 보는 바냐 아쩌씨의 심정이 그려지고, 대단원에서 바냐 아저씨와 소냐가 힘든 현실을 감내하며 당연한 일상인 듯 살아가는 모습에서 극은 마무리가 된다.

 

 

무대는 갈색풍이 감도는 저택의 거실이다. 정면 벽 가까이에 술 장, 건반악기, 긴 탁자와 의자가 배치되고, 무대 좌우로 한 단 높이의 단을 깔고, 하수 쪽에는 탁자와 의자, 상수 쪽에는 장서가 꽂힌 책장과 그 앞에 책상과 의자가 있다. 무대 좌우에 등퇴장 로가 있다.

 

연극은 도입에 찔레긴이 기타를 들고 등장해 부드러운 저음으로 노래를 부르며 상수 쪽 의자에 앉으면, 등장인물들이 차례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분장과 의상, 그리고 가발이나 소품 등이 극에 어울리고, 중견그룹을 대표하는 연기자들이라 그런지 출연진의 개성이 뚜렷하고 제대로 된 성격설정에다가 호연과 열연을 해낸다. 바냐나 소냐가 등장을 하면 우리 바로 이웃 아저씨나 이웃 처녀나 다름이 없어 금세 친 대중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배우 친화적 심정마저 형성된다. 그러면서 서서히 변화가 밀려온다. 훤칠한 신사풍의 의사 아스뜨롭, 백발이지만 탁월한 미모의 어머니인 바이니쯔 까야와 역시 출중한 미모의 유모 마리나, 중후한 멋과 지성의 표본인 교수 세레브랴꼬프, 온화하고 인정미가 넘쳐 보이는 지주 찔레긴, 거기에 미모와 관능미를 겸한 엘레나가 등장해 극을 친 대중적이면서도 고수준 고품격으로 이끌어 가, 연극 <바냐 아저씨>를 무척 재미있는 연극으로 만들어 낸다.

 

기주봉이 바냐 아저씨로 출연해 일생일대의 명연을 해내며 대사는 물론 호흡 하나하나 까지 전달을 시킨다. 김지숙이 엘레나로 출연해 미모와 관능미는 물론 자제하는 듯싶은 연기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일신에 집중시킨다. 곽동철이 의사 아스뜨롭으로 출연해 신선한 품격과 감성으로 여성관객의 눈길을 끈다. 이용녀가 어머니로 출연해 마치 귀족부인 같은 품성과 품격으로 고아한 매력을 풍긴다. 고인배가 세례브라꼬프 교수로 출연해 귀족적 풍모와 지성적 풍모로 일관하다가 속성으로의 변화를 제대로 표현해 내어 갈채를 받는다. 이재희가 백발의 이모 마리나로 출연해 고아한 매력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뜨개질하는 모습까지 우아한 그녀를 어찌 더 묘사 하리오? 이봉규가 지주인 찔레긴으로 기타를 들고 출연해 무대 분위기를 주도한다. 잘 생긴 모습과 서글서글한 눈매에 온화한 미소, 그리고 부드러운 저음으로의 노래는 관객을 서정적 감상의 세계와 친 대중적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김미수가 소냐로 출연해 열연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미모인데도 아닌 척 하는 모습이 더욱 예뻐 남성관객의 시선을 일신에 집중시킨다. 신재일이 심부름꾼으로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중견연극인 창작집단 대표 김지숙, PD 임덕희, 조연출 김소희, 조혜영, 기술감독 김형도, 무대디자인 김경수, 조명감독 조인곤, 분장 박팔영, 조명오퍼 최충욱, 음향오퍼 윤희준, 무대크루 이효은 정재환 강송희 조연출 이동준, 음향감독 강정훈, 영상편집 김보미, 디자인 김명남, 티켓매니저 김아람 장달님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일치되어, 중견연극인 창작집단의 김지숙 예술감독, 안톤 체호프 작, 이윤택 각색 연출의 <바냐 아저씨>를 연출가와 출연진의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친 대중적이자 고 수준 고품격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1월 28일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