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6년 2월 공연총평

박정기의 공연산책 20162월 공연총평

 

2월에 공연된 우수작을 평하고, 2016년에 새로 창단한 극단의 공연총평,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원로예술인 지원 사업 선정 작 공연총평은 별도로 게재한다.

 

1, 국립창극단의 배삼식 극본, 손진책 연출, 국수호 안무, 김성녀 연희감독, 강상구 작곡 편곡의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국립창극단의 배삼식 극본, 손진책 연출, 국수호 안무, 김성녀 연희감독, 강상구 작곡 편곡의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를 관람했다.

 

<춘향전>은 대개의 고소설 작품들처럼 정확한 창작 시기와 작자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조선 영조, 조선 정조 시대에 생성되어 개화기를 거치며 현재의 춘향전이 형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조선 후기 전라도 남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시점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다.

 

성이성과 남원 기생 춘향의 일화와 그밖에 박색 추녀 설화, 염정 설화, 암행어사 설화, 관탈 민녀 설화 등이 합쳐져 판소리 《춘향가》로 발전하였고, 판소리 사설이 소설로 각색되어 전하고 있다. 이런 <설화→판소리→소설>의 변이(變異) 과정에서 여러가지 설화가 이몽룡과 춘향을 중심으로한 기본 플롯에 추가되며 하나의 판소리로 응집(凝集)된 것인데, 특히 당시 유행하던 암행어사설화(暗行御史說話)에 열녀설화(烈女說話)의 요소가 삽입된 것으로 보인다.

 

춘향전은 판본 이본(異本)이 4종, 사본이 약 20여 종, 활자본이 50여 종, 번역본이 6, 7종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은 경판 《춘향전》과 완판 《열녀춘향수절가(烈女春香守節歌)》이다. 또한 작자미상의 한문본인 懸吐漢文春香傳(현토한문춘향전)이 1차 1917년, 2차 1923년으로 창작, 발표연도로 표기되어 있으며, 1957년 이가원(李家源)과 조윤제(趙潤濟)의 완판 교주본(校註本)이 각각 나왔고, 1958년 구자균(具滋均)이 《문리논집(文理論集)》 제3집에 경판본을 주석(註釋)한 것이 있다.

 

춘향전은 신분을 넘은 순수한 연애와 더불어 당시 서민들의 꿈과 정서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조선 소설의 최대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줄거리는 숙종대왕 즉위 초에 퇴기 월매는 자식이 없어 매일 기도를 하여 성 참판과의 사이에서 딸 춘향을 낳는다. 춘향은 어릴 때부터 용모가 아름답고 시와 그림에 능하여 온 고을이 춘향을 칭송했다. 어느 봄날 사또 자제 이 도령이 광한루에 봄 구경 갔다가 그 곳에서 그네를 타는 춘향을 보고 춘향의 아름다운 반해 방자를 시켜 춘향을 데려오게 하지만, 춘향은 그에 응하지 않는다. 이 도령은 그 날로 춘향의 집으로 찾아가 월매에게 춘향과 백년가약을 맺겠다고 맹세하고 춘향과 부부의 연을 맺는다. 그러던 어느 날, 부친의 남원부사 임기가 끝나자 이 도령과 춘향은 이별을 맞이한다. 이 도령은 춘향과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서울로 떠난다. 새로 부임한 변학도는 만사 제쳐두고 이름난 기생들을 불러 모아 연일 잔치를 벌이는데, 그 와중에 예쁘기로 소문난 춘향도 불려가게 된다. 변학도는 춘향이 기생의 딸이므로 춘향 또한 기생이나 마찬가지이니 수청을 들라고 한다, 그러나 춘향은 자신은 일부종사해야하니 수청을 들 수 없다고 거절하여 옥에 갇히게 되고, 화가 난 변학도가 춘향을 자신의 생일날 처벌하겠다고 한다. 한편 한양으로 간 이 도령은 장원급제하여 암행어사로 다시 남원에 내려오게 된다. 이 도령은 변학도의 횡포와 춘향이 겪은 일들을 모두 듣게 되지만 자신의 신분을 속이기 위해 거렁뱅이 행세를 하며 넋 나간 사람처럼 행동한다. 춘향은 그런 그를 원망하기는커녕 여전히 변치 않는 사랑을 보여주며 월매에게 그를 극진히 대접해라주라고 부탁하기까지 한다. 드디어 변학도의 생일잔치 날, 남루한 행색을 한 이 도령이 들어와 자신이 시를 한 수 지을 테니 술 한 잔만 대접해 달라고 하며 변학도가 백성을 핍박하는 것을 꼬집는 시를 시어낸다.

 

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 (황금술잔에 담겨있는 맛좋은 술은 천명 백성의 피요,)

옥반가효(玉盤佳肴)는 만성고(萬姓膏)라. (옥쟁반에 담긴 맛있는 고기는 만 맥성의 기름이라.)

촉루락시(燭淚落時)에 민루락(民淚落)이요, (촛농이 떨어질 때 백성들의 피눈물이 떨어지고,)

가성고처(歌聲高處)에 원성고(怨聲高)라. (아름다운 노랫소기라 울려퍼지는 곳에 원망소리고 드높아진다.)

 

변학도는 그 시를 보고도 이 도령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춘향을 불러내라 명령하고, 곧 암행어사 이 도령이 출두한다. 변학도와 그 무리들은 포박당하고 춘향은 어사인 이 도령을 알아보게 되고, 둘은 기쁘게 재회하게 된다. 춘향은 굳은 절개로 인해 칭송받고 이 도령과 함께 행복하게 산다.

 

무대는 관객을 최다수 수용하기 위해 무대 위에도 객석을 빙 둘러 마련해 놓았다. 오케스트라 박스에 국악관현악단이 착석을 하고, 객원 연주진도 극에 등장해 함께 연주를 펼친다. 무용단도 대거 출연해 기량을 뽐낸다. 출연진의 의상도 제격이려니와 범선 같은 대도구나 말 형태의 조형물을 타고 등장하고 천정에서 고전소설 목록 20여개가 적힌 목록이 쏟아져 내려와 현시적인 역할을 하고, 각종 팻말과 현수막으로 극적변화에 효과를 높이고, 후반부에 하늘에서 홍길동이 날아 내려오는가 하면 기둥으로 만든 장식물이라든가 오색초롱등롱도 제구실을 한다. 객석입구가 등장 로가 되는가 하면 객석과 가까운 상수 쪽도 등퇴장 로로 사용된다. 특히 출연진의 노래솜씨는 더 이를 데 없는 명창임을 감지시키고, 풍물패의 장끼 특히 접시돌리기는 갈채를 받는다.

 

민은경, 황애리, 이광복, 김준수, 서정금, 정준태, 김학용, 나윤영, 전애현, 추현종, 윤석기, 유기영, 류가양, 박준범, 조유아, 고승조, 암미선, 송나영, 조주한, 신광희, 최용석, 지석민, 정관모, 왕윤정, 송문선, 이세진, 홍승희, 박전원, 김무빈, 박병건 둥 출연진 모두의 성격창출이나 호연, 그리고 열연과 열창은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정준용, 정승욱, 김유섭, 이태웅, 김태경, 김시원, 김병주, 이강일, 현호군, 이민주, 김현진, 서나영, 정은희, 이세희, 황근영, 김하나, 백아람, 김윤희 등 무용단의 춤사위도 어우러져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마당놀이의 잔치마당을 흥겹게 몰아가는 구실을 한다.

 

계성원의 지휘와 함께 연주자 권성현, 장광수, 김병성, 안수련, 서은희, 김영미, 장재경, 노연화, 이은경, 허은영, 지현정, 변아영, 최용희, 서희선, 한향희, 채윤정, 최병숙, 정재은, 허유성, 강애진, 서보람, 현경진 등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연주와 객원인 오노을, 임정호, 한승원, 김대곤, 김새빛, 정지훈, 김한백, 곽재혁, 김수연, 정수윤, 신숙경, 윤세비, 이글샘, 안정은, 윤세리, 신정민, 구미나, 최효진, 문예지, 박경진, 이아람, 서나라, 이상경, 류아름, 한송이, 한두수, 고상현, 등의 연주도 극적분위기 창출은 물론 마당놀이 잔치마당에서의 풍악의 구실을 완벽하게 해낸다.

 

작곡 편곡 강상구, 무대미술 박동우, 조명디자인 김창기, 의상디자인 한진국, 소품디자인 강민숙, 영상디자인 김세훈, 분장디자인 강대영, 음향디자인 김호성, 협력안무 이경수, 협력안무 노해진, 조연출 서정완 등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국립창극단의 배삼식 극본, 손진책 연출, 국수호 안무, 김성녀 연희감독, 강상구 작곡 편곡의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를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좋을 전통 마당놀이의 걸작공연으로 탄생시켰다.

2월 6일

 

2, 극단 진일보의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 작, 김보영 역, 김경익 재구성 연출의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대학로 소극장 오르다에서 극단 진일보의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Antonio Buero Vallejo) 작, 김보영 역, 김경익 재구성 연출의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En la ardiente oscuridad)>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시각장애인의 이야기다. 시각장애인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희곡은 고전소설 <심청전>을 비롯해 이청준, 1939~2008)의 <서편제>,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년~1616)의 <리어왕(King Lear)>에 등장하는 글로스터가 실명한 후에 아들의 효심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 미국작가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1939-1988)의 대성당(Cathedral), 아일랜드 작가 존 밀링턴 싱(John Millington Synge, 1871-1909)의 <성자의 샘물(The well of Saints)>, 또한 벨기에의 소설가이자 명작 <파랑새(oiseaubleu.>의 작가인 모리스 메테를링크(Count Maurice Maeterlinck,1862~1949)의 <장님(Aveugle)>, 그리고 희랍극에서 오이디푸스(Oidípous) 자신이 자신의 두 눈을 손가락으로 찌르고 실명한 채 등장하는 장면 등은 명작이 많다.

 

필자와 가까웠던 맹인 테너 조진걸(1035~2011)선생은 지금은 폐관된 고전음악감상실 “르네쌍스”에서 알게 되었는데,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Luciano Pavarotti, 1935~2007)에 방불한 체구와 성량으로 1970년대 TBC-TV 아침방송을 비롯해, 명동국립극장 무대와 1980년대 미국 카네기 홀과 1990년대 인도의 알함브라 음악당에서 독창회를 한바가 있다. 조진걸 선생은 평생 주일마다 교회순회를 하며 특별찬양을 했다.

 

안토니에 부에로 바예호(Antonio Buero Vallejo 1916~2000)는 스페인의 극작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대의 현대 스페인 극작가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인물로 평가된다. 1934~36년에 마드리드와 과달라하라에서 미술을 공부했고, 스페인 내란(1936~39) 당시에는 공화국 의무병으로 복무했다. 전쟁이 끝난 뒤 민족주의자들이 사형을 선고했으나 징역형으로 감형되어 6년이 넘게 감옥생활을 했다.

 

1949년 희곡 〈계단의 역사(La Historia de una escalera)>로 주목을 끌었고, 권위 있는 문학상인 로페 데 베가 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마드리드 빈민가의 가난한 아파트 주민들이 겪는 좌절을 현장감과 객관성을 갖추어 묘사하고 있다. 같은 해에 발표한 단막극 〈모래 위에 쓴 글자 Palabras en la arena〉는 간통과 자비의 필요성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서, 그 뒤에 발표한 많은 희곡처럼 또 다른 스페인 문학상을 받았다. 2번째 장편 희곡 〈불타는 어둠 속에서 En la ardiente oscuridad〉(1951)에 등장하는 맹인들의 집을 소재로 사회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꿈을 짜는 직공 La tejedora de sueños〉(1952)은 신화적인 내용이며, 〈이레네 보물 Irene o el tesoro〉(1955)은 공상적인 이야기이다. 그가 다룬 기본 주제는 인간적 행복에 대한 갈구와 그 성취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오늘은 축제일 Hoy es fiesta〉(1957)에서는 사실적·냉소적인 소재로 다시 마드리드의 빈민가를 묘사했다. 그는 아서 밀러의 문체를 흉내낸 사실주의를 추구했는데, 후기 작품들에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영향이 나타나 있다. 또한 그는 브레히트의 작품들을 번역하기도 했다.

 

철저한 고증을 거친 역사극들을 썼는데, 이러한 작품으로는 찰스 3세 시대에 스페인을 현대화하려던 개혁의 실패를 다룬 〈나라를 위한 몽상가 Un soñador para un pueblo〉(1959), 벨라스케스에 관한 〈시녀들 Las meninas〉(1961), 프랑스 대혁명 기간의 파리를 무대로 한 〈성 오비디오의 음악회 El concierto de San Ovidio〉(1963), 스페인 내란을 다루고 있는 〈지하실의 창 El tragaluz〉(1968) 등이 있다. 후기에는 〈이성(理性)의 꿈 El sueño de la razón〉(1970)·〈발미 박사의 이중생활 La doble historia del doctor Valmy〉(1978) 등을 썼다. 1971년에 스페인 학술원 회원으로 뽑혔으며, 그에 관한 연구로 R.L.니콜라스의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의 비극 The Tragic Stages of Antonio Buero Vallejo〉(1972)이 있다.

 

극단 진일보의 대표 김경익(1968~)은 대한민국의 배우이자 연출가이다. 홍익대학교 독어독문학 학사 <6.29가 보낸, 예고부고장> <미국 아버지> <뿌리 깊은 나무> <작은 새> <갈매기> <인 허 플레이스> <관계> <마이 라띠마> <사물의 비밀> <블라인드> <꽃님이> <돌이킬 수 없는> <평행 이론>(2010년) <딱정벌레> (2<장례식의 멤버> <이상한 나라의 바툼바> <헨젤과 그레텔> <이브의 유혹> 그 외의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연출작으로는 <아리랑 랩소디> <바보 햄릿> <봄날은 간다.> <나무 물고기> 외의 다수작품을 연출하고. <봄날은 간다.>로 2001년 동아연극상 3개 부문(작품상, 미술상, 남자연기상)을 수상하고, <바보 햄릿>으로 2014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각색상과 <맥베스 놀이>로 2013 마이크로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우수상을 수상했다.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En la ardiente oscuridad)〉의 무대는 선천적 맹인들이 모여 사는 기숙사식 학교다. 이 학교의 맹인학생들은 맹인인 교장 돈 파블로의 통솔 아래, 학교가 마치 이 세상의 전부인양 자신들이 장애인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편안하고 자신감에 찬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학교로 이그나시오라는 학생이 들어오면서 이 잔잔한 낙원에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울하고 비관적인 이그나시오는 지팡이 버리기를 거부하며 스스로가 맹인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행복해하는 친구들과는 정 반대로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사고를 드러낸다. 그의 목표는 빛을 보게 되는 것이고, 보이는 사람과의 차이는 단지 빛을 보지 못하는 것 때문이라며, 빛을 보기위해 불타오르는 가슴으로 오직 빛을 보기만을 소망한다. 그리고 그 외의 목표는 무의미한 것으로 평가한다. 이 때문에 학교의 모범생이자 학교의 교육목표인 ‘철의 정신’을 대표하는 카를로스와 이그나시오의 갈등이 확대되기 시작한다.

 

이그나시오는 ‘즐거움에 중독돼 있는’ 학교의 생활에 저항하며 계속 ‘빛을 보기’를 갈망한다. 편안함과 행복감에 젖어있던 학생들은 처음에는 그와 반대편에 서며 적개심을 드러낸다. 그러다가 차츰 모든 학생들이 그의 의견에 설득되어 그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에게 동조한다. 카를로스는 학생들뿐 아니라, 그의 연인 후아나 마저 이그나시오에게 이끌려들자 점차 불안감과 질투심에 빠진다. 그리고 한 밤에….

둔탁한 소리와 함께 비명이 들리고, 조명이 밝아지면 이그나시오의 시신이 수레에 실려 들어온다. 학생들은 이그나시오의 죽음이 ‘자살’이냐 ‘타살’이냐를 놓고 공방을 벌인다. 다만 교장 돈 파블로의 부인만이 단 한 명의 목격자일 뿐이지만 그녀는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그들이 보지 못했던 진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진실을 밝히지 않는 대신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무대는 객석벽면과 천정까지 소형 크리스마스 장식용 소형전구 수천 개를 달아놓고, 배경에는 영상으로 수많은 문자가 마치 비가 퍼붓듯 줄줄이 바닥까지 쏟아져 내려오고, 바닥에는 각진 형태의 선으로 사각의 공간을 그려낸다. 배경 가까이 복도가 있는 것으로 설정되고, 복도 벽은 얇은 천으로 만들어져 있어 조명효과에 따라 복도에서 움직이는 인물이 보이기도 한다.

 

연극은 도입에 마치 로봇이 행동하는 듯싶은 동작으로 출연자의 등퇴장이 연출되고, 교장 부인을 제외한 전 출연자가 맹인 역을 하기 때문에 각자의 연기가 실제 맹인에 방불하다. 등퇴장 로를 암기한 듯 일정한 동선으로 출입을 하고, 긴 탁자 뒤에서 남녀가 기꺼이 정사를 벌이는 것이 그들만의 풍경이라는 느낌이다.

 

대단원에서 이그나시오를 죽인 범인이 교장 부인의 유혹을 뿌리친 채 자신도 빛을 보기를 열망하는 장면에서 극장 전체, 무대와 객석은 물론, 배경과 무대를 온통 별빛으로 가득 채우고, 객석 벽면과 천정까지 초롱초롱한 빛으로 점철된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별빛장면은 명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장면은 연극의 도입에서처럼 모든 출연자들이 로봇 같은 동작으로 등장해 마무리를 한다.

 

윤상호, 장태민, 김진이, 신화철, 최명화. 지연우, 이가을, 이해미, 김도훈 등 출연자 전원의 맹인에 방불한 호연과 열연은 갈채를 받는다.

 

영상 조명 신재희, 무대디자인 임건수, 움직임지도 김종일, 의상 분장 석필선, 조연출 김길영, 기획 박정실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진일보의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Antonio Buero Vallejo) 작, 김보영 역, 김경익 재구성 연출의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En la ardiente oscuridad)>를 연출가와 기술진의 기량이 감지되는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2월 7일

 

3, 극단 풍경의 고영범 작, 박정희 연출의 <방문>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풍경의 고영범 작, 박정희 연출의 <방문>을 관람했다.

 

고영범은 연세대학교 신학과 졸, NYIT 대학원 영상제작 전공, 전 서울예술대학 영화과 겸임교수였다.

 

연극은 2013년 11월 <이인실> 작, 극단 풍경, 박정희 연출. 2013년 10월 뉴욕 극단 검은돌 창장공연 김동리의 <을화> 각색, 연출 이승규, 2005년 <크로이체르 소나타> 단편희곡 작, 극단 백수광부, 연출 이성열, 2006년 <새벽 4시 48분> 각색, 극단 풍경, 연출 박정희, 2007년 <오레스테스> 각색, 극단 백수광부, 연출 이성열.

영화로는 2002년 <낚시가다> 35mm, 13분, 대본/연출, 오버하우젠 국제영화제 참가작, 2006년 <모두들, 괜찮아요?> 장편극영화, 편집, 마술피리, 감독 남선호

번역저서로는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번역, 로버트 맥기, 도서출판 황금가지,<로드리게즈의 10분 영화학교> 번역, 로버트 로드리게즈, 도서출판 강 등이 있다.

 

현재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극단 가교의 전 대표이자 국립극단과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이승규 연출가의 사위다.

 

연출가 박정희는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독문학을 공부한 뒤, 독일 Frankfurt a/M Goethe 대학에서 영화연극미디어학과 수학(1988-1994)했다. 연출과 배우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 올린 박정희는 1996부터 2000까지 극단 사다리의 상임 연출을 지냈다. 그녀가 국내 귀국 후, 아동극을 선택한 것은 서정성과 이미지, 신체적 상징을 가장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는 무대가 아동극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 후 2001년 극단 풍경을 창단하고 <하녀들>과 <평심>을 선보이며 보다 독자적인 행로를 선택하였다. 극단 풍경 대표, 동숭아트센터 연출부, 옥랑문화재단 연기 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연출작은 <타오르는 추억> <피터와 늑대>, <공주님의 달> <브레멘 음악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거울 속의 내가> <하녀들> <평심> <발코니> <청혼하려다 죽음을 강요당한 사내><은하궁전의 축제> <달의소리> <하녀들> <새벽 4시 48분> <기타맨> <응시> <예술하는 습관> <햄릿 업데이트> <철로> <죽음의 집 2> <러브 앤 머니>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이영녀> <시련>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방문>은 치매와 관련된 이야기다. 더구나 성직자가 치매증세로 목회도중 비속어와 상스런 욕설을 하게 되니, 목사를 그만두고, 큰 아들이 그 대를 잇는다. 그런데 그 아들인 목사도 치매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자동차 시동을 걸어둔 채 집으로 들어와 일을 하니, 다른 사람이 자동차 키를 뽑아서 들어온다. 음식을 만들다가 다른 볼 일을 보는 것도 점차 많아져 가니, 결국 목회 일을 그만두고, 치매환자 요양원에 아버지와 함께 입원을 하기로 한다. 그래서 미국에 있는 작은 아들에게 연락을 하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는 아들이 귀국을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시작이 된다.

 

무대는 부자 대를 이은 목사의 집 거실이다. 집은 고층인 것으로 설정이 되고, 맨 꼭대기 층에서의 모습은 무대 정면 배경 한가운데에 있는 발코니 문에 서있는 것으로 연출된다. 고층에서 내려올 때에는 하수 쪽에 나있는 집 외곽에 통로로 해서 집으로 들어온다. 거실의 벽면은 갈색의 판자로 이어지고, 하수 쪽에는 조리대와 냉장고, 전자레인지가 있고, 상수 쪽에는 식탁과 의자가 놓여있다. 중앙에 평상이 있고, 평상의 가운데는 원형으로 뚫려있다. 평상 바로 위 천정에서부터 긴 끈에 차례로 매달린 직사각형의 갈색 나무판에는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다. 무대 좌우로 등퇴장 로가 있고, 무대 상수 쪽 벽면에 이집 출입문이 있다. 집은 오래된 집이라 수리를 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소개가 된다.

 

첫 장면에 목회 일을 그만둔 목사와 목사직을 물려받은 큰아들이 등장해 집안일을 가지고, 대화를 한다. 아버지는 이북말씨를 쓰는 것으로 보아, 실향민으로 감지가 된다.

 

부자가 목회를 진행할 때 입는 흰 의상을 높은 단과 낮은 단에 서서 목회를 인도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아들은 음식을 만드는 일을 즐겨하고, 요리책을 들여다보면서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 소개가 된다.

 

암전이 되었다가 다시 밝아지면 이 집에 미국에서 살며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는 둘째 아들이 급히 연락을 받고 귀국을 해 집에 도착해 소리를 치고, 문을 두드려도 열지 않으니, 둘째는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온다. 집이 오래된 집이라 둘째는 들어와 공구부터 찾아들고 문을 고치려든다. 그러다 조리대에 놓인 음식을 보고 우선 음식부터 냉장고에 넣는다. 그리고 문을 고치려는데, 발코니 문 앞에서 형이 무슨 서류를 들여다보고 서있는 것을 발견하고, 큰 소리로 형을 부른다. 형은 동생의 부르는 소리에 아래층으로 내려온다.

 

큰 아들은 치매증세로 자신이 아우에게 연락을 했으면서도 아우가 우연히 귀국한 것으로 생각한다. 아버지는 이미 치매요양원에 입원을 한 것으로 설정이 되고, 아우는 낡은 집을 수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형에게 전한다. 그런데 형의 대답이 신통치가 않다.

 

다음 장면에 등장하는 여성 목회자와 이 집을 매각한 여성과 변호사가 함께 등장한 연후에야, 이 집을 부동산에 내놓고, 집을 처분한 다음, 목사인 아버지와 아들은 치매 요양원에 입원하기로 한 것으로 작은 아들에게 알려진다. 그리고 여성 목회자나, 집을 산 여인도 이 집안과 잘 알고 지내는 인물로 소개가 된다. 그리고 변호사는 목사인 큰아들과 동성애를 한다는 것도… 작은 아들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두고 당황해 하며 고뇌에 쌓인다.

 

대단원에서 작은 아들은 이러한 집안의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호재가 아버지, 김정호가 큰아들, 강진휘가 작은 아들, 그리고 김성미, 이서림, 김승철, 김기범이 출연해 각자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연극을 이끌어 간다.

 

조명 김창기, 의상 조상경, 무대 여신동, 분장 백지영, 드라마터그 문현진, 조연출 변예훈, 무댜감독 김상엽 등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풍경의 고영범 작, 박정희 연출의 <방문>을 작가의 창의력과 연출가의 기량이 조화를 이루는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2월 9일

 

4, 극단 돌파구의 백하룡 작, 전인철 연출의 <고제>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돌파구의 백하룡 작, 전인철 연출의 <고제>를 관람했다.

 

백하룡(1974~)은 경상북도 금릉군 출생으로 거창 대성고등학교와 서울예대 극작과 출신이다. 서울연극제 <파행>으로 희곡상을 받고 작가로 출발했다. 뒤이어 <이상한 동양화> <파란대문의 집> <발베개의 노래> <이날 이때 이즈음에> <한중록> <화장> <이름> <전명출 평전> <길 잃어 헤매던 어느 저녁에 맥베스> <통영> <남산에서 길을 잃다> 등을 발표 공연했다.

 

예장문학상 희곡상, 예술의 빛 `창의상,` 제5회 신작희곡페스티발 당선, 제7회 신작희곡페스티발 당선, 문예진흥위원회 신진예술가 선정, 2005 문예진흥위원회 우수문학 도서선정 <꽃피자 어데선가 바람불어와>, 2006 대산창작기금 희곡부문 선정 <꽃피자 어데선가 바람불어와>, 서울연극제 희곡상, 우수상 <파행>, 2014 연극창작산실 우수작품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작가다.

 

전인철은 강원도 바닷가 태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연출가다. <고요> <시동라사> <숭우삼촌> <그날들> <채상하나씨> <왕은 죽어가다> <터미널> <목란언니> <노란봉투> <갈매기>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고제> 등을 연출했다.

 

무대는 정사각형과 직사각형의 단을 무대 주변에 마치 오르막 내리막 언덕처럼 만들어 놓고, 장면변화에 대비한다. 배경 왼쪽에는 고층건물형태의 직사각의 입체조형물도 놓여있고, 거기에 고층건물 영상이나 화염에 쌓인 숲이나 공간의 영상을 투사해 극적효과를 상승시킨다.

 

연극의 시대적 배경은 1990년대 초부터 시작해 현재까지로 설정되고, 당시 대학생이던 20대 전후의 남녀 주인공이 현재 40대 중반의 연령으로 등장하고, 각기 2인 1역을 해 호연을 보인다.

 

1990년대는 군사정권시절에서 민정이양으로 전환기이고, 군부독재시대에서 민주화로의 발전적 전환기이기도 하다. 전교조의 표현대로라면 학생들의 분신자살이 민주화투쟁의 상징으로 칭송되었기에 분신자살의 행렬이 계속되던 시기이기도 하다. 물론 이 분신을 말리던 교사나 정치가 또는 사회저명인사들은 계란세례를 받거나, 변절자로 불리기도 했다.

 

분신을 부축이던 인물들은 대부분 전교조 계열이거나 좌경정치인들이었고, 이들은 분신을 부축이기는 했어도 자신들은 성냥불에조차 데어본 적이 없는 인물들인데다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종주국인 소비에트 연방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동구권의 나라들조차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하수도에 버렸는데도, 유독 그들은 그것을 진보라는 이름으로 수용하고, 후에 교수노릇을 하거나, 정치가 노릇을 한다. 직접 투사노릇을 하던 인물은 옥고를 치른 후 대부분 좌파정당소속의 금배지를 달게 된다.

 

연극에서는 당대의 정치현황과 학생들의 분신, 그리고 지방에서의 학생의 모임이 주제를 이룬다. 선배여학생을 좋아하게 되는 후배 남학생의 동태라든가, 지방모임장소에 군에서 휴가를 나온 동료학생의 태도가 주목을 받는다. 젊은 학생이기에 사랑문제도 대두가 된다. 서로 엇갈린 사랑의 모습도… 그리고 20년이 지난 후 주인공의 변화된 모습과 그가 과거를 돌아보는 모습, 그리고 역사의 커다란 물줄기를 높은 구름다리 위에서 함께 내려다보면서 관객의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한다.

 

유병훈, 배해선, 안병식, 김주완, 박지환, 백성철, 김정민, 권 일, 서미영, 배선희, 김민하 등 출연자 정원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은 갈채를 받는다.

 

제작PD 기획 최효정, 무대디자이너 이윤수, 조명디자이너 최보윤, 조명어시스트 정유석, 음악 박민수, 영상디자이너 정병목, 의상디자이너 김우성, 분장디자이너 장경숙, 영상기술감독 윤민철, 영상프로그래머 임유정, 시잔 그래픽 김 솔, 조연출 김민하, 조연출보조 영상오퍼 신다연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이 드러나, 극단 돌파구의 백하룡 작, 정인철 연출의 <고제>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2월 13일

 

5, 주 도향엔터테인먼트 극단 사랑무대의 장도현 예술감독 작 연출의 <아버지의 꽃구경>

 

도향아트홀에서 ㈜ 도향엔터테인먼트&극단 사랑무대의 장도현 예술감독 작 연출의 가족휴먼코미디 <아버지의 꽃구경>을 관람했다.

 

장도현은 1969년 강원도 화천 출생의 극작가,연극,뮤지컬,무대공연 / 배우 겸 연출가다. 1997년 연극 [도둑놈과 도둑님] 1998년 마당놀이 [배비장전] (김상열 작), 1998년 연극 [까스베가스], 1999년 연극 [고스트(사랑과 영혼)], 1999년 연극 [내려다 본 세상], 2000년 [서울콜렉션 디자이너 이형진 패션쇼] 무대연출, 2001년 서진엔터테인먼트 기획실장, 부설 서진연극영화아카데미(원장 탤런트 김상순) 연기교육 주임강사. 2002년 영화사 드림캐쳐스 연기감독. 2003년 영화사 무비패밀리 감독(국제영화제 출품용[내려다 본 세상] 작업), 2003년 영상집단 FRT 상임연출 뮤직드라마 [마지막 사랑], 뮤직드라마 [룰라비], 2005년 공연제작사 TIM production 대표. 2005년 뮤지컬 [ROCK 애랑전] 배우 연출. 2006년 뮤지컬 [록큰롤형제와 탱고걸], 2007년 연극 [연애특강] 작 연출, 2007년 연극 [도둑놈 다이어리] 작/배우/연출, 2007년 오페라 Amahl and the Night Visitors 연출, 2008년 연극 [도둑놈 다이어리] 3차 앵콜 공연, 2009년 연극 [도둑놈 다이어리2] 작/배우/연출, 2009년 연극 [연애특강], 2011년 연극 [애자] 각색 및 연출, 2011년 연극 [달수와 민복이] 작/연출, 2011년 뮤지컬 [신데렐라] 작 연출, 2012년 연극 [옆방웬수] 작/연출, 2012년 연극 [해피바이러스] 작 연출 기타 다수의 작품 집필과 연출 및 배우로 활동 중이다.

 

<아버지의 꽃구경>은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와 그 아들과 며느리의 이야기다. 치매환자는 현재의 일상은 기억을 못하지만 과거의 일들은 제대로 기억을 한다. 이 연극의 아버지는 6 25 참전용사이기에 1950년대 상황을 기억하고, 전투장면을 현재 살고 있는 집 거실에서 재현한다. 집고 다니는 지팡이가 총이고, 객석에서 관람하는 젊은이를 불러내어 김 일병이라고 부르며 상사로써 지휘를 한다.

 

아들은 사업에 실패해 부채 투성이라 집안 가구마다 빨간 압류딱지가 붙은 데다 아버지로 인해 난장판이니, 부부사이인들 어찌 원만하랴? 부인은 참다 못 해 이혼을 하자고 하고, 아니면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떠나, 여행 장소에 아버지를 혼자 두고 돌아오자고 한다.

드디어 아버지와의 꽃구경을 떠나게 된 부부는 아버지가 구경을 하는 동안에 아버지를 그곳에 남겨두고 자기들만 되돌아온다.

 

마침 방송사에서 많은 노인들이 꽃구경하는 장소에서 버려지는 사실을 소개하고, 공교롭게도 바로 주인공인 노인을 방송에 출연시킨다. 부부의 친지들이 이 방송을 시청하고 사방에서 전화를 하니, 부부는 하는 수 없이 아버지를 다시 모셔온다는 설정이다.

 

어느 날 밤, 이 집에 랜턴을 든 도둑이 들고, 아버지는 도둑인줄 알 리가 없으니, 도둑을 김 일병이라 반긴다, 게다가 도둑의 랜턴을 폭약이라며 적을 퇴치할 때 쓰자고 하며 그를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그러다가 치매환자가 늘 그렇듯이 아버지는 배가 고프다며 도둑에게 밥을 지으라고 부엌으로 들여보내고 방으로 들어간다. 부부가 거실로 나와 아버지 문제와 생활고로 티격태격하다가 남편은 밖으로 나간다. 부인이 거실에 남아 고뇌에 잠긴다. 남편은 극약을 사 들고 귀가해 부인과 함께 먹고 죽어버리자고 한다. 아버지가 배가 고프다며 방에서 나온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극약을 권한다. 도둑이 이 광경을 보고, 분노해 모습을 드러낸다. 부부가 놀라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김 일병이라 부르며 친근해 하니, 부부는 어이가 없을 수밖에… 아버지가 어서 밥을 가져오라며 방으로 다시 방으로 들어가니, 도둑은 부부를 꾸짖는다. 나이든 노인을 효성을 다해 지극정성으로 모시라는 일갈을 한다. 부부는 고개를 숙인다. 도둑이 랜턴도 찾지 못한 채 집밖으로 나간다. 아버지가 방에서 나온다. 부부는 아버지에게 큰 절을 하며 그간의 불효를 사과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MBC-TV 전원일기에서 자주 모습을 보이던 정대홍 옹(翁)? 이 아버지로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윤수혁, 김성민, 정민협, 김초희, 주혜미, 진주영, 김쇼우 등이 트리플 캐스팅되어 공연마다 각기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장도현 예술감독, 조명 전상준, 기획 홍보 김재상, 주관 제작 도향아트홀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이 합하여, ㈜도향엔터테인먼트&극단 사랑무대의 장도훈 작 연출의 가족휴먼코미디 <아버지의 꽃구경>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2월 16일 박정기(朴精機)

 

6, 2016 유시어터 페스티벌 선정작 예술단체 인터로방의 차민엽 김세한 작, 차민엽 연출의 <VISUS 시각>

 

청담동 유시어터에서 2016 유시어터 페스티벌 선정작, 예술단체 인터로방(INTERROBANG)의 차민엽 김세한 작, 차민엽 연출의 비수스(VISUS, 시선, 시각)를 관람했다.

 

<비수스(VISUS, 시선, 시각>는 70대의 이장호 감독이 19년간의 공백을 마치고, 2014년 새로운 영화 <시선>을 발표하고 난 이후, 연극과 무용 그리고 시각예술과 관련된 분야에 일어난 돌풍이다.

 

영화의 제목 <VISUS(시선)>은 ‘신의 시선(視線)’을 말한다. 이 감독은 자신의 연출노트에서 “사람의 눈으로, 인간의 시각으로, 세상의 가치관으로 만든 영화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은 바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가치를 좀 더 소중하게 변화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영원한 것으로,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살리기를 원하는 하나님의 시선으로 영화 만들 수 있기를 사모했다”고 밝혔다.

 

영화 <VISUS(시선)>는 대략적인 줄거리와 감독의 의도에서 ‘종교 영화’로 분류할 수 있다. 종교적인 소재를 다룬 영화인만큼 이장호 감독은 환상 장면, 조명, 효과 등을 적절히 잘 활용해 영화의 감동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영화의 주제·대사 등에 기독교라는 특정 종교의 색채가 매우 강해 타종교인(혹은 무종교인)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이 영화에서는 관객과의 공감대를 형성시켰다.

 

2015년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열린 파다프(2015 Play Act Dance Art-Tech Festival, 이하 파다프(PADAF)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한선숙 파다프 조직위원장(상명대 교수)을 비롯하여 부위원장 안병순(순천향대 교수), 송현옥(세종대 교수), 김혜정(단국대 교수), 차진엽, 정혜민, 김재덕 등이 참석했다.

 

PADAF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함께 생각을 공유하고 유연한 발상을 현실화함으로써 새로운 개념의 융 복합 예술작품을 창조해내고자 결성되었다. 또한 해외의 우수작을 국내 소개하고 국내 우수 사례 발굴, 신진작가 육성 등 융합형 예술 활성화를 위한 지원 활동과 국제교류, 저변확대를 도모하는 융합형 문화예술 축제의 장이다. PADAF는 대한민국의 문화적 층위를 질적으로 높이는 융합 예술작품을 발굴하고, 예술장르의 경계를 뛰어넘어 예술의 과정과 작품이 지닌, 보다 다양한 의미를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대중적인 문화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시민 참여형 축제로써,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을 대표할 수 있는 아트페스티벌로 무용, 연극, 영상, 미술, 음악, 사진, 패션 등 보다 폭넓은 장르의 융합과 소통을 지향하는 국가차원의 대규모 아트 페스티벌로 발전시킬 것이다.

 

이번 공연 <VISUS(시선)>는 <파다프(PADAF)>의 홍보대사인 현대무용가 차진엽의 친동생인 차민엽이 김세한과 공동집필하고 연출로 참가한다. 지난번 <바이올런트 아이(violent eye)>에 이은 두 번째 연출작품이다.

 

차민엽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연극과 뮤지컬에 출연해 기량을 발휘한 미모의 신예연출가다. 2015년 PADAF FESTIVAL에서 신진예술가 연출부분 작품상, 연기상 의상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예술단체 인터로방(interobang)의 대표이기도 하다.

 

무대는 유시어터 극장 배경 발코니로 오르는 계단 앞에 입체로 된 직사각, 직삼각, 경사진 사각의 조형물 네 개를 만들어 수많은 붕대 같은 천을 세로로 늘어뜨려 차단막 같은 형태를 이루고, 출연자들이 그 조형물을 이동시켜 장면변화에 대비한다. 음악과 조명변화에 따라 출연자들이 로봇의 걸음과 동작으로 연기를 하고, 세로로 늘어뜨린 차단막을 마치 벽을 뚫고 들어가거나 나오듯 동선활용을 한다. 음향효과는 SF 영화에서 사용되듯 기묘한 효과음으로 연출된다.

 

내용은 최초로 달에 착륙한 우주인의 동태다. 한때 그것이 조작된 영상으로 만들어진 가짜라는 설이 나돌았듯이, 이번 공연에서도 출연자들의 대사를 통해 자신들의 동태의 진위를 논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 실제로 달에 최초로 착륙했다는 우주인 미국의 닐 암스트롱과 버즈 울드린이 최초인지, 러시아의 유리 가가린이 최초인지보다는,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서 융 복합적 연기, 연극 무용 마임동작에 가끔 내뱉는 대사까지 독특한 예술적인 설정으로 관객과의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이 내용과 복선으로 무대에서 남녀가 사랑을 표하듯 접근하다가 티격태격하기 시작하고 점차적 살해행위로 까지 돌변하는 것을 타인은 그것을 마치 무대에서 행해지는 살해행위공연으로 착각하고 보는 경우를, 실제 살해현장과 비교해 제시하기도 한다. 대단원에서 출연자 전원이 각자 작은 유리병에 담은 물을 통해 사물을 보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차민엽, 장해라, 박경주, 박한솔, 이건무, 김시율, 최승준, 장인혜 등 출연진의 호연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장인혜, 드라마터그 김세한, 안무 장해라 김시율, 프로듀서 안광열, 기획홍보 아이디 서포터즈, 공동창작 박경주, 박한솔, 최승준, 이건무, 장인혜, 무대감독 강태원, 무대디자인 오하늬, 조명디자인 이승호, 사진 그래픽 김솔, 정인태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노력과 열정이 드러나, 2016 유시어터 페스티벌 선정작, 예술단체 인터로방(INTERROBANG)의 차민엽 김세한 작, 차민엽 연출의 비수스(VISUS, 시선, 시각)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탄생시켰다.

2월 17일 박정기

 

 

7, 극단 휘파람의 위명우 작 연출의 토론연극 약속

 

명륜동 달달시어터에서 극단 휘파람의 위명우 작 연출의 토론연극 <약속>을 관람했다.

 

위명우(1979~)는 청운대학교 방송연기학과 졸업하고, 극단 내여페 부대표, 어린이 문화예술학교 강사. 서울호서실용예술전문학교에 출강하고, 2015년에 극단 휘파람을 창단한 극단 대표다.

 

출연작품은 <하이옌>, <앨리스 인 원더랜드>, <찍힌 놈>, <금지가요왜사>, <수상한 궁녀>, <나의 마지막 연인) 등에 출연하고, 토론연극 <약속>을 쓰고 연출한 신장180cm의 훤칠한 미남으로 장래가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연극인이다.

 

토론연극 <약속>은 한국남성과 결혼한 필리핀 여성의 이야기다.

 

필리핀으로 장기출장을 떠나게 되는 성준. 반복되는 삶에 지쳐있을 때 필리핀 여성 샤리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행복한 날만 있을 것을 약속하고 한국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임종소식을 들은 성준은 샤리나와 함께 장례식장을 찾아가지만 성준의 가족은 샤리나를 천대취급하며 화를 내고 가족의 사이는 멀어지게 된다.

샤리나는 성준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아나서지만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술집에서면접을 보게 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성준은 부리나케 샤리나를 찾으러 나선다.

 

그 후로 성준은 샤리나가 잠시 집밖으로 나가면 걱정을 하고 엄격해진다. 결국 지

친 샤리나는 짐을 싸서 나가게 되는데…

 

무대는 집의 거실이다. 정면에 낮은 2단의 장식장이 있고, 중앙에 긴 안락의자, 그리고 장면변화에 따라, 원탁과 의자가 이동배치된다. 재래식 전화기가 사용되고, 정면에 양쪽에 문이 있어 등퇴장 로가 되기도 한다. 소품으로 여행용 가방이 사용된다.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 가족 수는 150만 명을 초과하고, 우리나라로 시집을 와 결혼을 해 이룬 가족 수 또한 20만에 이른다.

 

한 핏줄 한민족’ 이라는 말이 익숙할 정도로 혈통을 중시해 온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관습상, 다른 나라 민족과 피가 섞인 혼혈인들은 인격적으로 차별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는 예전보다 혼혈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남의 민족’ 보듯 보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은 언어로 소통하고 문화로 유대감을 느낀다. 때문에 한 사회의 언어와 문화를 알지 못 하면 소통이 단절되거나 소외되기 마련이다. 매매혼으로 한국으로 건너온 외국인 신부 중 처음부터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여성은 많지 않고, 문화 또한 당연히 습득하지 못한 채로 바로 한국사회의 일원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가부장적인 가정에 있는 경우, 심적으로 큰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엄마가 언어를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고 아이를 낳는 경우, 아이도 언어습득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다문화가정의 2세들은 학교에서 차별을 받을 우려가 있다. 서로 다른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나라 교육의 특성상 조금 다른 피부색에 얼굴 생김새가 다른 친구들을 배척하게 될 수 있다. 실제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어린이가 약 53%, 거의 반이 넘는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함께 이끌어나가야 할 어린이들이 계속해서 차별을 받고, 주눅 든 생활을 하다보면 사회에 나가서도 주변인이 될 수밖에 없다. 매매혼을 통한 국제결혼에서 신랑들은 대부분 경제능력이 부족하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때문에 결혼 후에는 더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외국인 여성에게 일자리를 쉽게 내주는 곳이 많지 않을 뿐더러 임금도 차별적으로 지급하고 있어, 부부가 함께 가정을 일으켜나가기 어렵다. 너도나도 아이에게 가진 것 모두 쏟아 붓는 사회에서 아이에게 변변한 옷 하나 못 해 입히고, 다른 가정 아이들처럼 학원공부나 문화체험 등을 시켜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부부가 많다.

 

현재 150만 명에 이르고 있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원이 필수다. 특히 외국인 신부의 경제활동과 관련해서 지속적인 일자리마련과 평등한 근무환경 조성이 필요하며, 각 시군구에서 나서 우리나라의 문화와 언어, 예절 등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해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다문화가정에 대한 문화 교육은 외국인 신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가정의 1차적 목표가 되어야 할 가족 모두가 교육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2세와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교육과 관련된 사항인 만큼 체계적인 방향을 잡아 정책적으로 계속 진행해 나가야 하겠다.

 

토론연극 <약속>에서는 어머니가 며느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현재는 그렇지 않더라도, 앞으로는 긍정적인 결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많은 다문화가족이 연극 <약속>을 관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영희, 이승훈, 마정덕, 유승철, 이하늘, 이윤정, 신빛나라, 이수현 등 출연자들이 더블 또는 트리플 캐스팅되어 번갈아 출연을 한다. 출연자 전원의 호연이 관객의 공감대와 갈채를 이끌어 낸다.

 

조명 정태민, 음향 우창수, 무대감독 차의창, 소품 의상 장미진, 그림 이선영, 주최 주관 극단 휘파람 제작 기획 이음아트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노력과 열정이 합하여

극단 휘파람의 위명우 작 연출의 토론연극 <약속>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탄생시켰다.

2월 18일

 

8, 신시컴퍼니의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작, 잭 소온 대본, 존 티파니 연출의 <렛미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신시컴퍼니의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John Ajvide Lindqvist)원작, 잭 소온(Jack Thorne) 각색, 존 티파니 (John Tiffany) 연출의 <렛미인>을 관람했다.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John Ajvide Lindqvist, 1968~)는 스웨덴 출생의 작가다.

 

작가로 데뷔한 후 2013년에 발표한 뱀파이어 소설 <올바른 사람을 들여보내, Låt den rätte komma in (Let the Right One In,>는 삼십 여 개 나라에서 번역되어, 영화로도 제작되고, 우리나라에서는 <렛 미 인>으로 각색되어 신시컴퍼니 제작으로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John Ajvide Lindqvist) 작품으로는 2004 <올바른 사람을 들여보내 Låt den rätte komma in (Let the Right One In, 2007)>, 2005 <죽지않은 사람 다루기, Hanteringen av odöda (Handling the Undead, 2009)>, 2006 <종이벽, Pappersväggar (Paper walls)>, 2007 <틴다로스, Tindalos>, 2008 <항구, Människohamn (Harbour, 2010)>, 2009 <에릭 페터슨의 얼굴도자기, Ansiktsburk av Erik Pettersson (“Face jar by Erik Pettersson”)>, 2010 <작은 별, Lilla stjärna (Little Star, 2011)>, 2011 <오래된 꿈은 죽여라, Låt de gamla drömmarna dö (Let the Old Dreams Die)>, 2011 <등대가 있는 섬 이름 트예르벤, Tjärven (name of a lighthouse island)>, 2011 <벤크트 카를손의 음악, 살인자, (The Music of Bengt Karlsson, Murderer)>, 2012 <설리와 베베의 규칙은 오케이, Sulky och Bebbe regerar okej (“Sulky and bebbe rule okay”; with Mia Ajvide)>, 2013 <추돌로 인한 다섯 명의 유명음악인의 사망, Fem kända musiker döda i seriekrock (“Five famous musicians dead in pile-up”)>, 2013 <내게로 오라, Come Unto Me>, 2014 <천상계(天上界), Himmelstrand>, 2014 <특수상황, Speciella omständigheter (“Special circumstances”; short story)> 등을 발표했다.

각색을 한 잭 소온(Jack Thorne, 1978~)은 영국의 극작가 겸 시나리오 작가다.

<당신이 나를 치료할 때, When You Cure Me, 2005), <화니와 겁쟁이,Fanny and Faggot 2007), <스테이시, Stacy (2008), <1997년 5월 2일(2 May 1997 (2009)> <토끼, Bunny (2010)>, 그리고 2011년에는 모리아 버피니(Moira Buffini), 페넬로페 스티너(Penelope Skinner) 마트 샤르망(Matt Charman)과 합작 해 <그린랜드(Greenland)>를 국립극장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또한 킹 제임스 성서(King James Bible)를 주제를 따 온 <예순 여섯 개의 책(Sixty Six Books)>을 집필하고, 2012년에는 프리드리히 뒤렌마트(Friedrich Duerrenmatt)의 <물리학자들(The Physicists)>을 번안 공연하기도 했다. 2013년에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John Ajvide Lindqvist)원작의 뱀파이어 이야기 <올바른 사람을 들여보내(Let The Right One In)>를 각색해 국립극장, 스코틀랜드 단디극장, 런던 왕립극장, 뉴 욕 성안나 웨어 하우스(New York’s St. Ann’s Warehouse)에서 공연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2015년에는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들(Harry Potter and the Cursed Child)을 국립극단에서 공연해 역시 성공작이 되었다.

 

존 티파니 티파니(John Tiffany, 1971~) 는 영국의 연극 연출가이다. 글래스고 대학(Glasgow University)에서 클래식과 드라마(Classic and Drama)를 전공하기 전에 생물학(Biology)을 전공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영국의 유명 약국 체인인 부츠(Boots UK)와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이색적인 경력을 갖고 있다. 이런 다양한 경험이 그가 만들어내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에 일종의 화학적 작용을 만들어준 셈이다. 존 티파니는 간호사인 어머니와 엔지니어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영국 허더즈필드(Huddersfield)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어머니는 간호사로 일하면서 합창단원 생활을 병행했고, 아버지 역시 브라스 밴드에서 활동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부모님 아래, 허더즈필드 유소년 합창단(Huddersfield Choral Society Youth Choir)에서 활동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스코틀랜드 국립 극단(National Theatre of Scotland) 감독으로 선임된 후 2006년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 받는 <블랙 워치>는 스코틀랜드는 물론이고 존 티파니의 경력에 큰 전환점이 된다.

 

2010년에는 어른들의 동화 <피터팬>의 연출을 맡아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를 시작으로 인버네스(Inverness), 런던(London), 애버딘(Aberdeen)에서 감동적인 공연으로 성공작이 되었다.

 

영화 <원스>역시 존 티파니의 손에 의해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다. 영화 <원스>의 경우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 수상과 함께 음악 영화의 열풍을 몰고 오고, <원스>는 제 8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 (Best Original Song)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존 티파니가 영화 <원스>를 무대로 옮겨와 연출하게 된 사연에는 블랙 워치의 보이지 않는 공이 숨어 있다. 영화 <원스>의 무대 연출 판권을 획득한, 007 시리즈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바바로 브로콜리(Barbara Broccoli)가 뉴욕에서 <블랙워치>를 관람한 후, 존 티파니를 찾아 뮤지컬 <원스>의 연출을 요청한 것이다.

 

존 티파니는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유명한 안무가인 스티븐 호겟(Steven Hoggett)과 함께, 삶과 사랑에 관한 진솔함과 독창성이 아름답게 담겨있는 뮤지컬 <원스>를 탄생시킨다. 그 결과, <블랙 워치> 이상의 감동과 이변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고, 2012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Drama Desk Award)에서 최우수 연출상과 토니상(Tony Award) 11개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어 8개 부문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뉴욕 브로드웨이, 런던 웨스트엔드 공연을 거치며 찬사를 받은 연극 ‘렛미인’은 아시아 국가로서, 그리고 비영어권 국가로는 최초로 한국에서 공연 중이다.

 

흡혈귀(吸血鬼, 영어: vampire 뱀파이어)는 민속 또는 신화에서 생물의 정기(일반적으로 혈액의 형태)를 빨아먹는 존재이다. 유럽의 뱀파이어, 아라비아의 구울, 중국의 강시 등 다양한 문화에서 흡혈귀의 존재가 선사 시대부터 전래되어 왔지만 “뱀파이어”라는 단어는 18세기 초까지 대중화되지 않았고 발칸 반도와 동유럽의 흡혈귀 미신이 서유럽으로 유입되고 나서 부르기 시작되었으며 그리스에서는 보로라카스(그리스어: βρυκόλακας), 루마니아에서는 스트리고이(strigoi) 등 다양한 명칭으로 알려져 있었다. 유럽의 흡혈귀 미신이 집단 히스테리 수준으로 발전하여 실제로 시체처럼 걷는 사람들을 뱀파이어리즘(vampirism)으로 신고당하기도 하였다.

 

발칸반도와 동유럽 민속에서 흡혈귀는 거의 인간부터 배가 부풀러 오른 시체까지 다양한 모양을 가지고 있었지만, 기독교 교회에서 흡혈귀 소설로 처음 현대 흡혈귀 해석을 성공시켰고, 존 윌리엄 폴리돌리(John William Polidori)의 1819년 소설 《뱀파이어》(The Vampyre)는 현대의 카리스마와 세련된 흡혈귀 모습의 원형을 구축했다. 19세기에 가장 영향력있는 흡혈귀 작품은 《드라큘라》와 《바니 더 뱀파이어》(Varney the Vampire)이다. 폴리돌리의 뱀파이어는 1819년 출간된 《더 베리얼: 어 프레그먼트》(The Burial: A Fragment)로 알려진 조지 고든 바이얼의 《소설의 조각》(Fragment of a Novel)을 기반으로 했다.

 

그러나, 브램 스토커의 1897년 소설 《드라큘라》는 현대적 흡혈귀 소설의 원형을 제공한 전형적인 뱀파이어 소설(vampire literature)이다. 소설 드라큘라는 늑대인간 신화와 이와 비슷한 악마 전설, “시대의 불안한 목소리”, 빅토리아 시대 가부장제를 그려냈다. 이 소설은 하나의 독특한 “뱀파이어” 장르를 만들어내 책, 영화, 비디오 게임, TV 프로그램 등으로 파생시켰고 21세기 현재까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뱀파이어 호러 장르에서 뱀파이어는 《수잔 셀러》(Susan Sellers)와 같이 현대의 뱀파이어 신화를 “악몽의 환상과 비교되는 안전”이 지배적인 인물이다.

 

무대는 40개의 잎이 없는 나무가 세워지고, 상수 쪽 나무에는 높이 기어오를 수 있는 가지가 보인다. 무대중앙에서 약간 하수 쪽으로 투명한 벽으로 된 직사각형의 입체조형물이 있어 극의 후반에 물을 가득채운 수조가 되기도 한다. 입체조형물의 외부를 철제 기둥으로 만들어 외벽과 꼭대기로 기어오를 수 있게 만들고, 뱀파이어 부녀의 상주공간으로 설정된다. 무대 중앙 객석과 가까운 곳에 사람이 들어갈 크기의 궤짝이 있어 태양이 뜰 무렵이면 뱀파이어가 들어가 눕기도 한다. 장면변화에 따른 긴 나무의자나 옷을 넣어두는 장롱 등을 들여오고, 병실 침상을 들여왔다가 다시 내가기도 한다. 음악은 시종일관 극적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률이 흘러나오고, 분장에도 힘을 들여 피 칠을 한 안면이라든가 손바닥이 관객의 머리칼을 쭈뼛하게 하고 온몸에 소름을 돋게 만든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뱀파이어 부녀가 사는 나무숲 속에 어린학생들이 자주 놀러오고, 부근에 한생들의 체육관이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학생들은 수영을 하느라, 옷을 벗고 수영팬티로 갈아입는 장면이 반복되기도 한다. 여기에 뱀파이어 소녀가 주인공 남학생과 사귀게 되고 그것이 사랑으로 발전하면서 관객을 극 속으로 몰입시키게 된다. 피를 먹어야 하는 뱀파이어, 그러나 인간에게서 구하지 않으면 아니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을 살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의 목을 물지는 않는다. 꼭 죽여야 할 사람이나 불가피하게 의 목을 물어뜯을 사람에게 이를 꽂지만, 그 피해자의 시신을 두고 경찰이 오게 되는 건 당연지사다. 이 극에서도 범인을 찾으러 경찰이 오고, 복선으로 주인공 학생을 수영장에 강제로 잠수시켜 익사하도록 하려는 동급생의 악행을 뱀파이어 소녀가 구해내기도 한다. 무서운 흡혈귀가 아닌 뱀파이어 소녀의 진정한 사랑과 열정이 관객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고 감동의 물결을 몰아온다.

 

박소담, 이은지, 안승균, 오승훈, 주진모, 박지원, 박시원, 임종완, 안창환, 임희철, 박민규, 장서화 등 출연진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이 시종일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프로듀서 박명성, 번역 성수정, 국내협력안무 김준태, 국내협력연출 이지영, 프로덕션 수석 수퍼바이저 민태은, 음향 수퍼바이저 김기영, 조명 수퍼바이저 박민수, 의상 수퍼바이저 임경미, 분장 수퍼바이저 김유선, 소품 수퍼바이저 조윤형, 무대감독 배지연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합하여, 극단 신시컴퍼니의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John Ajvide Lindqvist)원작, 잭 소온(Jack Thorne) 각색, 존 티파니 (John Tiffany) 연출의 <렛미인>을 한편의 명화 같은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2월 20일

 

9, 여우별 컴퍼니의 김선영 원작 김진아 각색 정진국 김진아 연출의 시간을 파는 상점

 

동숭동 여우별 시어터에서 여우별 컴퍼니의 김선영 작, 김진아 각색, 정진국 김진아 연출의 <시간을 파는 상점>을 관람했다.

 

김선영(1966~)은 1966년 충북 청원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까지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자연 속에서 사는 행운을 누렸다. 그 후 청주에서 지금껏 살고 있다. 학창시절 소설 읽기를 가장 재미있는 문화 활동으로 여겼다. 막연히 소설 쓰기와 같은 재미난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십대와 이십대를 보냈다. 2004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밀례’로 등단하였으며 소설집으로 <밀례>가 있다. 2011년 「시간을 파는 상점」으로 제 1회 자음과 모음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했다. 경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고 힘을 받는 소설을 쓰고 싶어 한다.

 

작품으로는 2004년 신춘문예 당선작 <밀례>, <시간을 파는 상점>, <특별한 배달>, <미치도록 가렵다> 등을 발표했다.

 

연출을 한 정진국은 서울예술대학교 연극학사, 서울예술대학교 남산교육원 연기과 졸, 성균관대학교 문화융합대학원 문화예술경영을 전공했다. 현재 여우별컴퍼니 대표다.

연출작으로는 <강풀의 순정만화><애정빙자사기극> < 그 남자 그 여자>가 있다.

 

무대는 배경 중앙에 문이 있어 장면변화에 따라 열리고 닫히며 인물이 바뀌어 등장한다. 문 앞에 무대 좌우로 중간 벽이 있어 통로가 되고 등퇴장 로가 되기도 한다.

하수쪽 벽 앞에는 사물함 장이 있고, 그 옆에 등받이 의자 두 개가 나란히 놓였다. 장면변화에 따라 식탁과 의자를 들여오기도 한다.

 

주인공인 여고생 온조는 인터넷 카페에 ‘크로노스’라는 닉네임을 달고 ‘시간을 파는 상점’ 을 오픈한다. 고대의 신 크로노스는 턱수염을 다보록하게 달고 있는 노인이다. 등에는 커다란 천사의 날개를 달고 있지만 아버지 우라노스의 성기를 하르페로 거세하고, 제 능력보다 뛰어난 아들이 태어난다는 말에 레아가 낳은 자신의 핏덩이를 심장부터 집어삼키는 무시무시한 힘을 지닌 신이다. 시간의 경계를 나누고 관장하는 크로노스야말로 온조가 생각했던 물질과 환치될 수 있는 진정한 시간의 신이었다. 시간을 분초 단위로 조각내어 철저하게 계산된 시간 운용은 반드시 생산적인 결과물을 낳아야 하는 이 시대에 딱 맞는 신이었다. 훌륭한 소방대원이었지만 젊은 나이에 죽은 아빠의 못다 이룬 뜻을 이어받은 온조는 손님들의 의뢰를 해결해주는 ‘시간을 파는 상점’의 주인, 크로노스가 되었다.

첫 번째 의뢰인의 닉네임은 ‘네 곁에’. 온조의 옆 반에서 일어난 PMP 분실 사건을 의뢰한다. 훔친 물건을 제자리에 놓아달라는 부탁. 작년 온조 네 학교에서는 MP3 도난 사건이 있었다. 훔친 친구는 야자 시간에 바로 들통이 나고 말았고, 그 사실을 안 선생님은 내일 보자는 말로 시간을 유예시켜 버렸다. 선생님의 내일 보자는 그 말은 어떠한 협박보다도 더한 폭력이 되었다.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한 아이는 밤사이 학교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다. MP3을 잃어버린 아이는 바로 전학을 갔고, 학교도 가족도 모두 이 사건을 덮어버렸다. 온조는 또다시 일어난 도난사건에 또 한 명의 친구가 그와 같은 죽음을 맞닥뜨릴까봐 몸서리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두 번째는 자신의 할아버지와 맛있게 식사를 해달라는 엉뚱한 의뢰이다. 물려받을 유산을 미리 정리하여 미국으로 이민 간 강토 네는 결국 가정이 붕괴되기에 이른다. 아들 내외에게 유산을 정리해준 할아버지는 혼자서 자유롭게 세계 여행을 다니다 미국으로 아들내외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고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 시간, 한국에서 가족 모두가 돌아올 집을 지키던 할머니는 외롭게 죽음을 맞이한다. 강토 아버지는 바쁘다는 이유로 죽은 어머니를 냉동고에 넣어 달라고 하고, 아들에게 분노한 할아버지는 아들을 검찰에 고소하고 유학 비용을 포함한 정착금을 모조리 청구했다. 할머니의 장례를 치른 강토는 결국 한국에 남기로 했지만 아버지와 할아버지로부터 철저히 독립한 생활을 한다. 그리고 가족들이 모여 맛있게 식사하는 것이 꿈이었던 할머니의 소원을 대신하여 할아버지와의 맛있는 식사를 온조에게 의뢰한 것이다. 강토가 아버지와 할아버지 모두에게 마음을 열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남편을 잃고 씩씩하게 온조를 길러온 엄마는 환사고(환경을 사랑하는 교사모임)에서 새 동반자를 만난다. 온조의 담임 불곰 선생님이 바로 그다. 불곰의 염려 가운데 시간을 파는 상점은 온조 개인 상점이 아닌 우리의 상점이 되어가며 더욱 단단해진다.

시간을 잡아두고픈 간절함으로 천국의 우편배달부가 되어 달라는 의뢰, 자신의 친구가 되어 달라는 가네샤의 의뢰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PMP 분실 사건으로 죽음에 이를 뻔한 친구가 밝혀지고 온조와 친구들에게 예상치 못한 위기가 또다시 찾아온다.

위기에 내몰리며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지혜롭게 답을 찾아가던 아이들은 깨닫는다. 시간은 ‘지금’을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시간은 지금의 이 순간을 또 다른 어딘가로 안내해 준다는 것이다. 스스로가 그 시간을 놓지 않는다면. 절망의 시간을 우리는 희망을 속삭이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

온조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용서하고 할아버지와의 식사 자리에 온조를 초대한 강토와의 만남도 먼 미래의 어느 시간에 맡겨두기로 한다. 시간이 지금의 이 모든 상황을 어떻게 변모시킬지 궁금하다. 언제나 새롭게 맞이하는 시간은 우리에게 어떤 희망을 가져다 줄 것인가?

 

김보람, 이주영, 신희진, 엄은빈, 윤석민, 조율, 강지훈, 허인범, 박지훈, 윤채원, 백지연, 박지예 둥 트리플 캐스팅되어 번갈아 출연하는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관객의 갈채를 받으며, 여우별 컴퍼니의 김선영 작, 김진아 각색, 정진국 김진아 연출의 <시간을 파는 상점>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이끌었다.

2월 25일

 

10, 애플 씨어터의 피터 쉐퍼 작 전 훈 각색 연출의 아마데우스

 

나온 클래식 씨어터에서 극단 애플씨어터의 피터 쉐퍼(Peter Shaffer) 작 전훈 각색 연출의 <아마데우스>를 관람했다.

 

연극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관련 이야기다. 모차르트가 안토니오 살리에리와 경쟁 관계에 있었으며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죽음으로 이끌었다는 이야기인데, 이것은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연극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오페라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피터 쉐퍼의 연극 <아마데우스>의 주제로 다뤄졌다. <아마데우스>는 영화로 만들어져 여덟 개의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영화<아마데우스>에서 그려진 것처럼 모차르트가 영감을 받아 머릿속에서 음악을 완성한 다음 한 번도 고치지 않고 써내려갔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한 번에 거침없이 작곡하는 것이 아닌 신중하고 노력하는 작곡가였으며, 그의 음악적 지식과 기법은 오랜 시간 동안 이전 시대의 음악을 연구함으로써 나온 것이다. 실제 그는 젊은 시절에 당대 내려오던 작품들을 분석하지 않은 게 거의 없었다 할 정도로 엄청난 노력을 했다.

 

피터 쉐퍼(Peter Shaffer)는 1926년 잉글랜드의 리버풀에서 출생했다. 1935년 가족과 함께 런던으로 이사를 했으며, 쌍둥이 형제인 안토니 쉐퍼와 함께 영국 세인트폴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1944년 두 형제는 학교를 떠나 군 징집 대신 모집한 탄광근무를 지원하여 3년간 켄트와 요크셔의 탄광에서 일했으며, 이후 고향에 돌아온 피터는 케임브릿지 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한다. 1954년 런던에 있는 ‘부지 앤 호크스’ 악보 출판회사에 근무하던 중 그의 작품 <소금의 땅(The Salt Land)>이 영국의 한 TV에서 제작되고, 라디오 드라마인 <돌아온 탕부(The Prodigal Father)>가 BBC에서 방송되었다. 이후 두 개의 미스터리 소설(쌍둥이 형제 안토니와의 공동 집필), TV 스릴러 한 편을 썼고, 주로 문학과 음악에 관한 비평을 런던의 잡지에 실었다. 그 후 1964년 에스파냐의 잉카제국 침략을 주제로 한 서사시적인 희곡 <태양제국의 멸망(The Royal Hunt of the Sun)>이 영국 국립극단의 치체스터 페스티벌의 오프닝 작품으로 선정되었고 국립극단의 정규 레퍼토리로 런던의 올드빅 극장에서 공연되고, 1965년 뉴욕에서도 공연되어 관객과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는다. 이 작품은 피터 쉐퍼의 작품 중 최초로 영화화되기도 한다. 그 뒤에 쓴 <타인의 눈> <블랙 코미디> <고곤의 선물> 그 외의 성공적인 작품 공연을 거쳐 <에쿠우스(Equus)>와 <아마데우스(Amadeus)>를 발표한다. 이 두 작품은 피터 쉐퍼의 대표작이 되고, 피터 쉐퍼에게 토니상을 연속으로 안겨 주며, 두 작품 모두 영화화된다.

 

<아마데우스>는 2011년 명동예술극장에서 전 훈 연출로 공연된 적이 있다. 국내 연극계에서 러시아 유학파 1세대 연출가로 통하는 전훈은 러시아 국립 쉐프킨 연극대학교 연기실기 석사(M.F.A)로 졸업하고, 체호프와 스타니슬랍스키를 전공한 그는 애플씨어터를 창단해, 체호프의 4대 장막극의 연출은 물론 더욱 중요한 번역 작업까지 함께 하고 있다. 2015년에는 <플라토노프>와 <챠이카>를 공연하고, <챠이카>는 2016년까지 아트씨어터 문에서 연장 공연되고 있다.

 

전 훈 연출가는 2004년 안똔 체홉 4대 장막전’을 기획해 1년 동안 <벚꽃동산>, <바냐아저씨>, <갈매기>, <세자매>를 번역하고 연출해 공연기록을 출간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한 명의 연출가가 1년 동안 체홉 4대 장막을 모두 연출한 것은 최초였다. 체홉 서거 100주년을 기념한 일종의 트리뷰트(헌정) 기획이었다. 이 공연으로 전 훈은 동아연극상 연출상과 작품상을 수상했다.

 

전 훈은 서울生으로, 보성고와 동국대 연극영화과 졸업하고, 96년 러시아 모스크바 쉬옙낀 연극대 M.F.A.(연기실기석사)출신 연출가다. 1996년 희곡 [강택구]로 동서희곡문학 신인작가상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극단 애플씨어터 대표 겸 연출이고, 서울예대 연극과 출강중이다.

 

<아마데우스>의 내용은 1823년 눈보라치는 밤, 한 노인이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하여 수용소에 수감되어 찾아온 신부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 그는 요제프 2세의 궁정 음악장인 살리에리이다.

 

음악을 하기에는 거리가 먼 가난한 시골 마을 출신이지만 아름다운 음악의 세계에 매료되어 그야말로 각고의 노력으로 교회 지휘자 자리를 거쳐 궁정 악사자리까지 올랐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모차르트의 공연을 보고는 그의 천재성에 감탄한다.

 

살리에르가 짜여진 형식을 준수하고 음악에 관한 주제도 하나님을 찬양하는 전통적인 시대의 교회중심의 대세에 따르는 음악가였다면, 모차르트는 신들린 연주력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편곡 능력, 그리고 시대의 감성을 뛰어넘는 작곡 실력까지 갖춘 천재적 음악가였다. 하루하루 신에게 감사를 드리고 불굴의 의지로 자신을 채찍질 하는 수도승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살리에르에게 모차르트란 존재는 경이롭고도 부러운 존재로 다가온다.

 

그런데 모차르트는 음악적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은 폐인에 가까울 만큼 방탕한 삶의 연속이었다. 버는 돈이 적은 편이 아니지만 버는 족족 결혼한 아내에게 선물 사주랴, 최신 유행에 맞추어 옷 사랴, 밤마다 화려한 파티를 벌이랴 모두 탕진해버렸다. 게다가 워낙 기분파라서 한번 시작한 파티는 모두에게 꼭 ‘쏴야’ 직성이 풀리는 그였다.

 

그렇게 방탕한 생활을 함에도 불구하고 모차르트가 만들어내는 작품들은 세간의 관심을 끌고, 모차르트는 유명 오페라 배우들의 개인교사 및 음악계의 유명인사로 승승장구하며, 결국엔 살리에르가 궁정음악가로 있는 오스트리아 황제에게까지 소문이 들어간다. 그런데 처음에는 인정받는다 싶더니 유명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도피’의 작곡을 맡으면서 오페라를 이태리어로 공연하는 오스트리아에서 독일어 오페라를 선보이는가 하면, 오페라를 늘어지게 한다는 이유로 황제가 금지한 발레를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삽입하는 등, 황제의 미움을 살 짓만 골라서 한다.

 

음악을 너무도 사랑하지만 재능에 한계를 느낀 살리에르는 그러한 모짜르트를 가까이 혹은 멀리서 지켜보며, 하나하나 작품이 나올 때마다 그의 작품에 대하여 경배를 하면서도, 그러한 위대한 작품들이 모차르트란 인간에게서 나온 것을 저주한다. 게다가 평소 살리에리가 사모하던 오페라 배우가 모차르트에게 몸과 마음을 바치기까지 하자, 살리에르는 이제 모차르트에게 재능을 부여한 신마저 저주하기에 이른다.

 

마침 모차르트는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망 소식에 생기를 잃고, 거기에 폐렴과 각종 합병증으로 병자의 신세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을 살 돈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을 즈음, 살리에리는 검은 천으로 온몸을 가린 모습으로 모차르트에게 가서 장례식에 쓰일 곡을 하나 지어달라고 의뢰한다. 모차르트를 마치 서커스단의 동물처럼 조련하고 학대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모차르트를 사랑했던 아버지의 망령이 병약해진 모차르트의 주변을 떠돌아다니게 하면서 모차르트를 심리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결국 모차르트는 그로 인해 죽게 되고, 살리에리 역시 모차르트를 죽음으로 이끈 죄악감에 대한 후회와 반성으로 여생을 보내며 모차르트를 회상한다.

 

무대는 백색이고 배경에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어, 황제나 죽음의 신의 등퇴장 로가 된다. 무대 좌우에 의자를 여러 개 배치해 출연자 전원이 앉도록 하고, 장면변화에 따라 탁자와 의자를 출연자들이 이동시킨다. 무대 중앙에 의자를 2열, 3열로 배치해 오페라 관람석으로 설정하고, 백색의 의상과 백색 가면이나, 검은 의상과 검은 가면으로 극적 분위기를 창출하기도 한다. 전자건반악기를 무대 왼쪽에 비치해 출연자들이 연주를 하고, 모차르트가 작곡한 유명 오페라의 아리아를 출연자가 부르거나, 성악가가 녹음한 것을 사용하기도 한다. 장면변화 시 사용되는 음악 역시 적절하고, 특히 백색 가발을 사용해 출연자의 연령변화를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황제나 궁정악장의 의상도 특성을 살린 것으로 기억에 남는다.

 

박현욱, 조 환, 서담희, 김원정, 김예준, 지웅배, 박지영, 권대현, 김정겸, 윤효정, 엘사스 할르즈, 감염산, 심현희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열연 그리고 탁월한 연주솜씨와 노래는 관객을 시종일관 연극에 몰입을 시키고 갈채를 받는다.

 

무대디자인 Dmitree J H, 음향디자인 Nikita Project, 조명디자인 Team 3XL, 의상디자인 Aori Moda, 일러스트 디자인 Leshwii@gmail.com, 음악감독 박현욱, 작곡 연주 박지영, 총괄매니저 임주희, 무대감독 김정현, 하우스 매니저 최윤후, 주관 안똔 체홉 학회, 제작기획 애플씨어터, 홍보마케팅 애플돔, 매니지먼트 애플트리, 협찬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촌장 김흥우)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피터 쉐퍼 작, W A 모차르트 음악, 장정인 안무, 전 훈 각색 연출의 <아마데우스>를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우수 걸작 음악연극으로 탄생시켰다.

2월 27일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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