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강사 제도를 걱정한다./ 오세곤

(제66호 편집인의 글)

 

예술강사 제도를 걱정한다.

 

초중고 예술강사 파견 사업은 규모로 보나 예산으로 보나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의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초 7차 교육과정의 보완 차원에서 2000년 국악강사풀이 시작되었고, 연극계의 교과목 개설 운동과 일자리 창출 요구가 맞물려 2002년 연극강사풀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연극과 교육과정이 묶여 있는 영화강사풀이 2004년 시작되었고, 체육으로부터 교과 독립을 추진하던 무용계가 준비한 무용강사풀은 2005년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설립되면서 만화애니메이션강사풀과 함께 시작되었다. 그리고 2008년 공예, 디자인, 사진 분야가 추가되어 현재 8개 분야의 예술강사가 초중고에 파견되고 있다. 물론 사회문화예술교육 쪽에는 여기에 음악과 미술까지 총 10개 분야 예술강사가 활동 중이다.

2005년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그때까지 민간에서 주관하던 연극과 영화 분야 사업을 이관해 간다. 그리고 새로 무용과 만화애니메이션을 시작한다. 국악은 형식상 진흥원 주관으로 바뀌지만 이미 16개 지자체별로 나누어 운영기관이 있던 터라 실제로는 이관이 되지 않은 셈이고 지금까지도 이런 사정은 크게 변함이 없다.

처음 민간에서 넘겨받을 때만 해도 진흥원은 이전까지 사업을 운영하던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협의하였다. 그래서 각 분야 교육위원회가 있었고 거기서 결정된 사항이 상당히 중요하게 반영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협업 관계는 사라지고 이제는 교육위원회 같은 조직이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

민간전문가들은 말이 많을 수 있다. 특히 자기들이 만들고 운영해 본 경험자들은 세세한 일에도 참견하고 싶어 한다. 물론 사업을 수행하는 입장에서 이런 참견은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불편해하기 보다는 일종의 안전장치로 생각하는 것이 옳다. 공무원들에게 자진해서 까다로운 자문을 받으라고 자주 주문하는데 그것과 같은 이치이다.

문화예술교육은 대단히 복잡하다. 예술 자체가 특별한데다 각 예술 장르의 사정이 다르고 예술강사들의 사정도 제각각이다. 그런데 사업을 하려면 일정한 틀이 필요하다. 틀은 때로 필요하지만 때로 경직된다. 예술에도 교육에도 그건 금물이다. 제각각 다른 사정을 잘 알고 맥락을 잘 알면 그나마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나 거기서 일하는 담당자들은 아직 그럴 만큼 경력이 쌓이지 못 했다. 결국 그래서 경직된 틀이 여기저기 충돌하며 문제가 발생한다.

가장 먼저 발생하는 문제는 진흥원과 예술강사들 간의 갈등이다. 중간에 민간 위원들이라도 있어 역할을 해주면 좋으련만 어느새 그런 장치는 사라졌다. 대화가 안 되면 결국 법에 기대게 된다. 물론 노조가 생기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었겠지만 갈등 해결을 법에 호소하는 일이 잦아졌다. 심지어 예술에도 교육에도 안 어울리는 고소 고발이라는 민망한 단어까지 자주 들리게 된다.

현재 예술강사파견사업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총괄을 맡고, 16개 광역단위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위탁을 받아 실행하고 있다. 대부분 문화재단이 겸하고 있는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중앙에서 시달되는 지침에 따라 운영할 뿐 예산 편성이나 운영에 있어 자율적인 부분은 거의 없다.

강사들은 지역센터와 계약을 맺고 출강한다. 그런데 지역센터는 노조 등에서 문제 제기를 했을 때 어떤 조정 권한을 갖고 있지 못 하다. 결국 과연 지역센터가 계약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16개 센터와 진흥원 간에 핑퐁게임이 시작되었다. 그러다 급기야 올해는 경기문화재단의 거부로 수업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경기문화재단은 1년 전부터 계약을 중앙에서 하지 않으면 사업을 맡을 수 없다는 얘기를 계속 했다고 주장한다. 진흥원은 2017년부터 그렇게 할 테니 1년만 더 참아달라고 했지만 경기문화재단이 무리하게 사업을 중단했다고 비난한다. 결국 이런 중간에서 예술강사들과 수업을 받아야 할 학생들만 고스란히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인간 사회 어디에나 갈등은 있다. 그것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것은 그 사회의 역량과 성숙도를 나타낸다.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의 역량은 전반적으로 많이 부족하고 따라서 도처에서 납득 못 할 일들이 자주 벌어진다. 그래서인지 수업 중단이라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해도 우리 사회는 별로 놀라지 않는 듯하다. 하루 종일 뉴스를 쏟아내는 매스컴이건만 이 사태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사실 유아교육에서 벌어지고 있는 누리예산 편성 관련 사태도 다를 바 없다. 국민들은 지방세와 국세를 특별히 구분하지 않고 모두 나라에 대해 납세의 의무를 행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니까 중앙의 예산이냐 지역의 예산이냐 하고 따지면서 실제 유아교육이 중단되는 상황을 쉽게 이해하지 못 한다.

사실을 알아보니 16개 지역센터 모두 경기문화재단과 마찬가지로 계약 당사자가 되는 데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계속 개선 요청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별 대책이 안 나오는 가운데 경기도가 초강수를 둔 셈이다. 아마 진흥원과 경기문화재단은 서로 개학하기 전에 상대방이 버티기를 포기하겠지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을 놓고 이런 오기 싸움을 벌이는 건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이 번 사태에 대해서는 진흥원이나 경기문화재단이나 결코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진흥원은 전체 총괄 기관이다. 따라서 16개 중 유일하게 사업 중단을 선언했으니 유난스러운 거 아니냐며 경기도를 비난하는 일보다 훨씬 더 급한 일이 있다. 어떻게든 수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긴급한 조치를 취하는 일이다. 그 책임은 누구보다도 정부와 진흥원에 있다.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를 사고 센터 또는 일시적 유고 상태의 센터로 선언하고 일단 수업이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옳다.

아울러 문화부와 진흥원은 나라 일을 어떻게 하는 게 옳은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민간 전문가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복잡하다고 피할 게 아니라 다양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가며 정책을 결정하고 수행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오늘의 이 사태를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며 앞으로 계속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부디 작은 편의를 도모하려는 욕망에 국민을 행복하게 하고 국가의 역량을 키워줄 것이 확실한 문화예술교육의 싹을 무참히 잘라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바란다.

2016년 4월 1일

‘오늘의 서울연극’ 편집인 오세곤

2 thoughts on “예술강사 제도를 걱정한다./ 오세곤

  1. 민간전문가라면 교수들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합니다.그러나 그 교수들을 믿을수 있을까요? 그들은 우리나라의 않좋은 습관인 학연으로 인해 자신의 제자들을 뽑으려는 노력이만 매달려, 예술강사제도에서 않좋은 설례를 남겼던 기억이 납니다.해결방법은 예술강사와 진흥원.전문가 들이 모이는 위원회를 두는 것입니다.예술강사는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도 없고,이름뿐인 예술강사 협의회가 아닌 강사의대변자 인 노조와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 옳은방법이라고 봅니다.

  2. 절대 공감합니다… 이런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누구하나 나서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절망스러웠는데 교수님의 글을 접할 수 있어 너무 반갑습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씀… 용기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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