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문화예술교육의 재건을 위하여 / 오세곤

(74호 편집인의 글)

무너진 문화예술교육의 재건을 위하여

 

문화예술교육은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필수 공공재이다. 그런데 이의 실행을 둘러싸고 참으로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문화예술교육에 있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예술강사 파견 사업을 놓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은 도저히 납득 못 할 행동을 취하고 있다.

이미 언론에서 보도한 바 있듯이 2017년도 사업 실행에 대해 광역지원센터를 겸하고 있는 문화재단들이 강사 계약 주체는 정부나 진흥원이 되어야 한다며 대거 시행 불가 입장을 밝힌 것이다. 노사 협상권이 없는 재단들에게 강사 계약의 주체가 되라고 하는 비합리적인 지침에 반발하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올해 초 경기문화재단의 사업 반납 선언으로 경기도 내 수많은 학교와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던 건 모두 아는 사실이며, 그 일의 궁극적 책임이 문체부와 진흥원에 있다는 것 또한 자명하다.

이렇게 원인과 해결책이 분명하건만 정부의 반응은 한마디로 상식 밖의 것으로서 계속 거부할 경우 광역단위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지정을 철회하고 새로 공모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더니, 급기야 서울, 경기, 부산을 포함한 10개 광역시도를 대상으로 “2017 예술강사 지원사업 운영단체 공모”를 내기에 이르렀다.

애초 13개 문화재단이 같은 입장이었는데 10개만 공모 대상인 것을 보면 아마도 정부의 강한 의지에 몇 군데 문화재단은 애초의 입장을 철회한 모양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잘못된 방침이 옳았던 것으로 둔갑할 수는 없다. 그렇게 힘으로 눌러 사태를 넘기는 것은 앞으로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악수 중에 악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부와 진흥원은 이제라도 문화예술교육의 본래 의미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의기투합하여 초석을 다지던 2005년도 당시의 초심을 회복하여 더 이상의 파행을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강사 계약의 주체를 중앙에서 맡기로 확약하고 서둘러 2017년도 사업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이에 있어 이미 공고를 냈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다거나 하는 태도는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국가 차원의 중대사에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기존의 사업을 맡았던 문화재단들과 허심탄회한 논의를 통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울러 어느 사이 민간과의 협치가 사라지고 철저한 하향식 구조로 변질됨으로써 질적인 면과 양적인 면 모두 정체 내지 퇴보하고 있는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 전반에 대해 철저한 반성과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예술교육 관련 학회, 연구소, 교육기관들, 그간 형성된 강사 노조를 비롯한 예술강사 조직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화예술교육의 향후 방향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에 말 그대로 문화예술교육의 민주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하는데, 그를 위해 우선 문체부와 진흥원은 2017년도부터 강사 계약의 주체가 될 것을 분명히 약속하고 예술강사 단체들과 실무적 협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며, 진흥원은 각 광역단위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 함께 즉시 학교 선정, 강사 선발, 학교 배정 등, 2017년도 사업 준비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더욱 근본적안 대책으로 유명무실해진 민간 전문가들과의 협치를 즉각 회복하고, 수많은 왜곡으로 손상된 현재 문화예술교육을 회복시킬 특단의 단기 치유책과 국가 백년지대계로서의 문화예술교육 마스터 플랜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문화융성은 모든 국민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예술을 체험하고 감상함으로써 즐겁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때 비로소 가능하다. 문화예술교육은 바로 그러한 세상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 문화예술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민간 문화예술계든 교육 관련 부서든 문화 관련 부서든 국회든 가리지 않고 힘을 합해야 한다. 부디 이번의 위기가 우리 문화예술교육이 그 동안의 불합리를 떨쳐버리고 제대로 된 길로 들어서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를 빌어 마지않는다.

2016121

오늘의 서울연극 편집인오세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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