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반론] 공익 차원에서 보아야 할 공직자에 대한 의혹 제기/ 오세곤

(제75호 편집인의 글에 대한 심재찬 대표의 반론에 대한 답변서)

 

공익 차원에서 보아야 할 공직자에 대한 의혹 제기

 

 

1. 들어가며

월간 웹진 <오늘의 서울연극(TTIS)> 제75호(2017년 1월 2일자) 편집인의 글 ‘투명한 인사로 법의 의미 정립을!’에 대하여 심재찬 대구문화재단 대표가 반론을 보내왔습니다. 심재찬 대표가 서울연극협회를 통하여 문의하였고, 이에 대하여 본지 기자가 반론권이 있음과 투고 방법을 안내한 바 있습니다.

심재찬 대표가 이미 페이스북 대학로X포럼 방에 반론을 올렸지만, 본지는 투고자 심재찬 대표의 요청대로 2월 1일자 제76호 발송에 맞추어 공개하기로 하였습니다. 또 이미 반론에 대한 답변서를 준비해 놓았지만, 같은 76호에 반론과 답변이 함께 나갈 경우 독자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이 답변서는 하루 뒤인 2월 2일 본지 홈페이지(www.ttis.kr)를 통하여 공개하고, 3월 2일자 제77호 발송에 포함시킬 예정입니다.

이제 본지 제76호에 게재된 반론에서 심재찬 대표가 제기한 문제에 대하여 답변하고자 합니다. 우선 제75호 편집인의 글은 인사 농단을 필두로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국가적 혼돈 상황이 불투명한 인사 제도 내지 관행에서 비롯되었다는 인식 아래 문화예술 관련 전·현직 주요 공직자에 대하여 의혹을 제기하는 차원의 글이었음을 밝힙니다. 이러한 의혹 제기를 통한 사실 확인이 문화예술계 전체에 분명한 공적 이익을 가져다주리라는 판단에 근거하였음 또한 물론입니다.

공직자에 대한 의혹 제기는 그 임무의 중요함만큼 까다롭고 때로 가혹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적 매체를 통하여 제기된 의혹에 대하여 법적 조치를 거론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명확한 설명으로 단 한 치의 의혹까지도 해소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공직자에 대한 신뢰를 확립하는 중요한 일입니다. 아울러 만에 하나 그 의혹 중 일부라도 사실에 부합한다면 솔직히 사과하고 책임을 지는 것 또한 올바른 공직자의 자세일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심재찬 대표의 반론 투고는 진실을 확인하고 의혹을 불식시키는 생산적 과정의 출발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본지 제75호 편집인의 글에서 본인이 제안한 대로 투명한 공직 인사가 이루어진다는 전제 하에서 심재찬 대표가 어떤 문화예술 관련 기관장 후보로 나서게 된다면 자격 및 자질 검증을 위해 연극계에서 나올 법한 질문들입니다. 이에 있어 같은 경력이나 업적에 대해서도 상반되는 여러 시각이 있을 수 있다는 점과, 신뢰받는 공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적 성격의 의혹 제기를 통과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점을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2.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기 위원 겸 사무처장으로서의 역할과 책임

심재찬 대표가 문화예술위원회 초대 사무처장으로 임명된 것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이므로 이번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검열 사태와 직접 관련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독임제 문화예술진흥원을 민간 주도의 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 출범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민간 주도’라는 애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기금 고갈 등 예산 불안정에 대한 뚜렷한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정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무기력한 기구로 전락하여 결국 문화예술계 검열 사태의 중심이 된 데 대해, 초대 위원(연극 분야) 겸 사무처장이었던 심재찬 대표가 과연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이와 비교되는 예로 저는 2001년에는 연극교과목개설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연극인강사풀 운영위원회 위원장으로 현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연극 분야 예술강사 파견 사업의 초창기 책임을 맡았던 관계로, 사업이 이관된 이후 십여 년이 지나는 동안, 언제든 이 사업과 관련하여 크고 작은 일이 발생하기만 하면, 때로는 많은 이들의 질문에 답변도 하고, 때로는 그 과정에서 심한 질책도 받고, 또 때로는 최근 두 번의 성명서 발표와 같이 문화부 등과 충돌하며 강력하게 항의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한편 심재찬 대표는 2003년 문화부가 문예진흥원의 문화예술위원회 전환을 골자로 하는 문예진흥법 개정 계획을 발표했을 때 이에 반대하는 100인 서명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문화부의 소통 부재 행정을 지적한 그 움직임이 마치 개혁을 반대하는 것처럼 왜곡되고 있음을 인식하였다면서 이내 연극계 정책생산 모임이었던 대학로포럼(대표: 한상철)이 다른 분야의 진보적 예술인 단체들과 함께 추진한 문예진흥법 개정 운동에 합류하였고, 그 운동의 결과 결성된 기초예술연대에서 저와 함께 활동하며 문화예술위원회의 기초를 닦았습니다.

따라서 심재찬 대표가 1기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으로 추천된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위원이 행정 책임자인 사무처장을 겸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의아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새로 출범하는 위원회에 대한 기대가 컸고 또 전례가 없는 일이다보니 그런 겸직에 대하여 뭐라 정확히 가치 판단을 할 수 없었기에 포괄적으로 수용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1기 문화예술위원회가 과연 많은 예술인들이 원하고 기대했던 방향으로 흘러갔는가에 대해서는, 특히 위원 겸 사무처장이라는 전무후무한 요직에 있었던 심재찬 대표의 역할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습니다.

우선 출범 시에는 위원들이 호선하도록 돼 있던 위원장 선임이 어느새 복수 후보 중 장관이 낙점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3년이었던 위원들의 임기가 2년에 1년 연장 가능한 것으로 변경되었으나, 그렇게 정부 권한이 확대되고 위원회의 자율성이 크게 축소되는 중요한 일들조차 문예진흥원의 문화예술위원회 전환 운동에 나섰던 예술인들은 거의 모르는 상태로 진행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있었던 김정헌 위원장의 강제 퇴진 사건을 잘 기억하고 있으며, 그런 인사 전횡의 발단이 1기 위원회가 위원장 호선제를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예술인들의 염원과 지지 속에 출범한 문화예술위원회의 1기 위원 겸 사무처장이었던 심재찬 대표에게 당시 이 일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 혹시 방치하거나 협조한 것은 아닌지, 또 그렇듯 중요한 변동 상황을 민간 주도 위원회 실현을 위해 함께 노력했던 예술계 동료들에게 알리고 함께 나서서 막으려 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심재찬 대표는 반론을 통해 2014년 서울연극제 대관탈락 사태 당시 중재 노력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연극 분야를 대표하여 문화예술위원회 1기 핵심 임원을 지낸 분으로서 이런 상황에 발 벗고 나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어쨌든 사실이라면 공익을 위한 노고로 평가받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2015년 더욱 황당한 핑계로 아르코극장 사용 불가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과연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문화예술위원회의 엄중한 책무에 비추어 얼마나 커다란 잘못을 범하고 있는 건지 누구보다 잘 알 법한 분이니만치, 중재와 같은 절충적 자세가 아니라, 연극인의 입장에서 문화예술위원회에 대한 준엄한 질타와 강력한 시정 요구에 나서는 게 맞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3. 연극계 1037인 시국선언 참여와 국립극단 사무국장 취임

2009년 6월 말 연극계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합니다. “국민 의사에 반하는 정책, 구시대적·반예술적 문화정책을 중단하고 포기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이 연극인 시국선언 서명자 1037명 중에는 심재찬 대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시 유인촌 장관이 자신의 책상에 참여 연극인 명단을 붙여 놓고 한 명 한 명 만날 때마다 정색을 하고 따졌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정부가 부담을 느꼈던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심재찬 대표에게 이 시국선언 정신과 심하게 어긋나는 일이 발생합니다.

2009년 9월 문화부는 국립극단을 국립극장으로부터 분리하여 법인화하겠다고 발표합니다. 이어 2010년 초에는 외국인 예술감독 선임 문제가 불거집니다. 이에 연극계 전반에 걸쳐 강한 반대 운동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유인촌 장관의 완강한 의지 때문인지 국립극단 법인화는 강행됩니다. 그나마 타협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예술감독에 외국인이 아닌 손진책 연출가가 임명됩니다. 그리고 심재찬 대표는 국립극단의 사무국장을 맡습니다.

심재찬 대표는 일찍이 한국연극협회 부이사장을 맡았었고 이사장 후보로도 두 차례나 나섰던 분입니다. 그리고 연극 분야를 대표하여 문화예술위원회 1기 위원을 지냈습니다. 이런 이력을 지니고 정부의 독선을 성토하는 시국선언에도 참여했던 분이, 문화부를 포함한 당시 정부가 어떤 변화의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합당한 설명이나 해명도 없이, 연극계 다수가 나서서 강력하게 반대했던 재단법인 국립극단의 초대 사무국장을 맡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4. 한국연극인복지재단 부이사장에서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로 이동

심재찬 대표는 2005년 설립된 재단법인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의 부이사장이었습니다. 연극인복지재단은 서울연극협회 등 연극계가 필요성을 인식하고 설립한 순수 민간단체입니다. 연극인복지재단은 박정자 이사장을 필두로 예술인복지법 제정을 주도했습니다. 그래서 2006년부터 여러 차례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였고, 순천향대학교 법학과 최한준 교수에게 의뢰해 법의 초안을 마련하였으며, 국회 공청회에도 찬성 쪽 발표자(오세곤, 이종열)로 참석하는 일 등을 모두 연극인복지재단 이름으로 하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예술인복지법이 통과되었고 2012년 11월 정부 산하 기관인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출범하게 됩니다. 그리고 초대 이사장에 김주영 소설가, 초대 상임이사(대표)에 심재찬 연극연출가가 임명됩니다. 법이 통과될 때까지 연극인복지재단과 빈번히 교류했던 문화부는 법 통과 후부터는 연극인복지재단에 자문이나 의견 개진 요청을 거의 하지 않았기에 연극인복지재단 측은 위의 사실을 언론 발표를 통해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심재찬 대표 또한 비밀 준수 원칙이 있었던 것인지 자신이 대표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연극인복지재단 측과는 아무 상의가 없었습니다.

이 일에 대해 뭐라 분명하게 표현하기는 어려웠지만 연극인복지재단의 입장에서는 꽤나 당혹스럽고 섭섭한 상황이었습니다. 무슨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연극인복지재단이 예술인복지법 제정을 주도했다는 자부심과 함께 초대 이사장은 비록 비상근직이지만 상징적 의미가 있으므로 연극계에서 맡게 되기를 바랐던 것이고, 그 첫 번째 후보로 자연스럽게 연극인복지재단 박정자 이사장을 기대했던 것입니다. 물론 연극계에서 이사장이 나오면 상임이사는 다른 분야에서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기대와 달랐고 상임이사는 어이없게도 연극인복지재단 부이사장이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예술인복지법 통과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출범에 산파 역할을 한 게 연극인복지재단이고, 또한 연극인복지재단 부이사장이었던 분이 정부 산하 기관에 대표로 갔으니만큼, 결과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쪽으로 분위기는 정리되었습니다.

하지만 출범 초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연극인복지재단에 대하여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어떤 공모 사업에서 경쟁하게 되는 일까지 생겨 왜 정부 산하 기관이 민간단체들과 경쟁하며 공모사업까지 탐을 내느냐고 문화부에 항의한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처음이라 아직 체제가 안 잡혀 그런 것이려니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러던 중 2013년 7월 25일 유진룡 문화부 장관이 업무 보고 받는 자리에 저도 관련 민간단체인 연극인복지재단 상임이사 자격으로 초청을 받아 동석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처음 받아본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자료를 보며 사업 실적이 너무 저조해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예를 들어 산재보험은 약 1만 명을 예상하고 4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는데,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 동안 수혜자가 195명에 불과했습니다. 4억 예산 중 2%도 안 되는 약 780만원만 집행되었던 것입니다. 이에 사업 전반에 대한 장관의 날카롭고 강력한 지적이 이어진 것은 너무도 당연했습니다.

이후 저는 문화부의 요청으로 ‘예술활동증명 운영지침’을 만들고, ‘공연예술 전문인력 표준인건비 산출연구’ 등의 일을 맡았으므로 자주 문화부와 교류하였고, 따라서 문화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사이에서 여러 불편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또 하나 이상한 사실을 발견하였는데 다름이 아니라 연극을 포함하여 각 분야별 예술활동증명 심의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타 분야는 몰라도 연극 분야라면 당연히 심의위원회를 구성할 때 연극인복지재단에 심의위원 추천을 의뢰하거나 의논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배제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도저히 납득이 안 되었습니다. 더욱이 대표가 직전까지 부이사장으로 있었던 터이니 연극인복지재단의 존재를 몰랐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이에 대한 의문은 지금까지도 강하게 남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던 중 문화부 담당 과장의 부적절한 폭언 파문이 있었고 심재찬 상임이사가 그 녹취록을 뉴스타파에 공개하는 심각한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물론 문화부 담당 과장이 자기 힘으로 산하기관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은 대단히 잘못된 것으로 지탄받아 마땅합니다. 이 일로 담당 과장은 경질되었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심재찬 대표는 사직을 하게 됩니다.

당시 문화부의 설명은 “처음 출범한 기관이므로 업무 처리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따라서 업무 부담이 과중한 나머지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고 여러 차례 만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상황을 아주 자세히 알 수는 없습니다만, 2013년 11월 1일 있었던 국회 국정감사 교육문화관광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이와 관련하여 많은 국회의원들의 질의와 장관의 답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질의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미 거론된 문화부 담당 과장의 행동을 성토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예술인복지재단 운영상의 여러 문제점들이었습니다. 이 중 뒤의 일, 즉 재단 운영과 관련하여서는 책임자였던 심재찬 대표의 정확한 해명이 필요합니다. “방만한 경영”과 “임직원들의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배재정 의원의 지적이 있는가 하면, “정말 문제가 많은 조직”이니 “귀족 행세”하며 “6개월 동안 술만 마셨다”느니 “연극인들 만난 것밖에는 한 일이 없다”느니 하는 유진룡 장관의 답변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누구보다도 연극인복지재단으로 대표되는 연극인들의 열정과 의지로 설립될 수 있었다고 자부합니다. 그런 기관에 초대 대표로 연극인이 임명됐는데 초창기 중요한 시간들을 허비한 것이나 아닌지 의문이 생깁니다. 만약 심재찬 대표가 예술인복지재단 초대 상임이사로서 책임 완수에 충실하지 않았다면 앞서 문제를 일으킨 문화부 담당 과장의 잘못과 상관없이 대표로서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당한 일을 당했다는 것만으로 다른 잘못이 모두 상쇄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그것이 수많은 예술인들을 상대로 복지를 펼쳐야 하는 막중한 자리였다면 말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당시 연극계 4개 단체가 문화부를 성토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심재찬 대표의 책임 여부를 가리는 일은 유야무야 넘어가고 말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국감에서 나왔던 의원들의 질문과 장관의 답변 중에는 그 내용이 너무 심각하여 그 정도면 기관장 문책이 당연한 게 아닌가 할 만한 지점이 많습니다. 따라서 이와 관련하여 특히 “임직원들의 부적절한 행동”은 무엇이었는지, 정상 출근 일자가 거의 한 자리 수였다는 직원에 대해 담당 과장의 해고 압력이 있자 심재찬 대표가 이에 반발하며 문제가 불거졌다는 소문은 사실인지, 유진룡 장관의 답변 중 “귀족”과 “술”과 “연극인” 얘기가 나오는데 이 표현의 실상은 무엇인지 등은 이제라도 반드시 밝혀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론에서 심재찬 대표는 예술인복지재단 대표 취임과 현 정권과의 연관성 의혹을 근거가 없다며 반박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과거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이었고 박근혜 후보 문화특보였으며 현 정권에서 문화융성위원회 1기 위원과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창조경제추진단장의 직책을 맡았던 박명성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와 심재찬 대표 사이의 각별한 관계를 거론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있어 심재찬 대표가 서울연극협회 2대 회장으로 박명성 대표를 추천했었고, 회장 재임 중 월간을 약속했던 격월간지 <서울의 연극(TIS)>을 임의 폐간하는 등 여러 건의 공약 위반과 협회 부실 운영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3대 회장 후보로 다시 박명성 대표를 추천하려고 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또 심재찬 대표가 사직서를 냈을 당시 박명성 대표가 문화부에 강력한 항의성 전화를 했다는 소문도 파다했습니다. 물론 현 정부 주요 인사와의 친분만 갖고 속단할 수는 없겠지만, 심재찬 대표가 취임한 2012년 11월은 정부 교체기로서 이미 여당 공천심사위원을 지내고 대선 후보의 문화특보를 맡은 박명성 대표의 영향력이 상당했으리라는 것은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광범위하게 드러나고 있는 불투명한 인사 농단 사례에 비추어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 대구문화재단 대표 선임

심재찬 대표는 2015년 7월 여당의 텃밭으로 알려진 대구시의 문화재단 대표로 선임됩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아무런 공모 과정이 없었던 것과 달리 대구문화재단은 공모가 있었고 이에 응모해 이사회에서 2위로 추천됐던 겁니다. 당시 1위는 6표, 2위는 4표였는데 특별한 지역 연고도 없는 2위 추천자가 대표로 선임된 것에 대해 지역 사회에 불만이 있었다는 기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2016년 5월 심재찬 대표는 대구문화재단 대표 자격으로 (사)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의 초대 회장에 추대됩니다. 이 자리에는 문화부 모 실장과 문화융성위원회 표재순 위원장이 동참했었다는 후문입니다. 그런데 2016년 11월 상당히 특이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전국 14개 광역단위 문화재단 중 13개 문화재단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학교 예술강사 파견 사업을 위탁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오직 대구문화재단 한 곳만 이 선언에서 빠진 것입니다.

이미 작년 11월과 12월 문화예술교육 관련 단체들의 두 차례 성명도 있었고 최근에도 예술강사들이 문화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갈등 해결의 조짐이 안 보이고 있습니다만, 이는 예술강사 계약의 주체 문제를 놓고 문화부와 진흥원이 대단히 불합리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고집하고 있어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과거 유진룡 장관 시절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로서 문화부와 그렇게 강하게 대립했던 심재찬 대표가 이번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문화부에 협조적인 역할을 맡게 된 상황이니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의아한 것이 당연합니다.

 

6. 나가며

 

심재찬 대표는 연극계에서는 특별한 인물입니다. 중요한 자리에 있었다는 것은 그만한 정보와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정보와 경험은 연극계 공동의 자산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공직에 자주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았으리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지만, 연극인으로서 중요한 연극계 현안에 대해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와 경험을 토대로, 또한 자신의 결코 가볍지 않은 위치를 바탕으로 과연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섰는지 묻고 싶습니다.
사실 꽤 오랜 시간 여러 일을 함께한 사이이기에 이런 의혹 제기가 개인적으로 무척 미안하고 가슴 아프기도 합니다. 그러나 차관급 기관장을 지낸 연극계 중요 인사에 대하여, 그 지위와 무게에 합당한, 또는 그 이상의 행동을 기대하기 때문에 그런 미안함과 아픔을 무릅쓰고 공적 매체를 통하여 의혹을 제기했던 것입니다. 이제 심재찬 대표의 반론이 본지에 게재됐고 이에 대한 답변도 공개되었습니다. 부디 저를 비롯해 연극계 다수가 궁금하게 생각하는 여러 의혹들을 낱낱이 풀어주시고, 모두에게 신뢰받는 공인으로서, 연극계를 위해, 나아가 예술계를 위해 힘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17년 2월 2일

‘오늘의 서울연극’ 편집인 오세곤

5 thoughts on “[재반론] 공익 차원에서 보아야 할 공직자에 대한 의혹 제기/ 오세곤

  1. 오세곤 선생, 진심으로 응원하네!
    1999년인가? 오선생과 나 둘이서 신문에 난 7차 교육개정안을 보고 오선생이 “7차 교육과정 개편안에 연극을 선택과목으로 넣기만 한다면 먼 미래에 연극 저변인구 확대는 물론 강사 활동을 통한 가난한 연극인들의 부업창출이 가능해”라고 하면서 즉시 연극교육운동에 앞장 서서 20년 가까이 그 일에 매진하였네. 많은 우여곡절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지만 그 후로 실제 많은 연극인들이 강사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무용이나 영화 분야 등이 오선생에게 벤치마킹해서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지금과 같은 다양한 예술교과를 접할 수 있는 역사적인 계기가 되었네.
    그리고 우리는 같이 대학로포럼을 통한 토론 문화운동, 예술계의 독립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문화예술위원회 설립운동, 연극계에 복지문화를 창출하자는 연극인복지재단 설립운동 등등 많은 개혁운동을 언제나 함께 해왔네.
    내가 본 오선생은 단 한 번도, 털끝만치도 한눈 팔지 않았고, 자신이나 자신의 주변을 위해 무엇을 탐낸 적도 없었네. 근년에 들어 내가 일을 좀 줄이고 이제는 몸 생각도 하라고 그렇게 얘기해도 거주지 아산에서 대학로를 출퇴근하듯이 하면서 많은 일들을 여전히 하고 있네.
    그런 오선생이 여러 공간에서 비아냥대는 비판을 받기도 하고 심지어는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당했네. 한편으론 오선생도 공인이기에 당연히 겪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친구로서 보기에 너무 가슴이 아프네.
    어떤 자는 ‘정권이 바뀌면 자리 하나 맡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서슴지 않고 하네.
    능력이 있으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연극교육운동으로 오선생은 가난한 우리 연극계에 정말 큰 공헌을 한 사람이네. 연극계 역사상 그런 일을 한 사람은 없네. 자리를 맡아도 그저 자신의 영달을 위해 일한 사람은 널려 있어도 말일세. 친구의 입장을 떠나 연극인의 한사람으로서 오선생에게 경의를 표하네.
    힘을 내시게! 내가 죽는 날까지 당신 옆에서 함께 하겠네!

  2. 심재찬(이사장)이 오세곤(교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사실인가? 정말 싸움은 누가 하든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심재찬의 스캔들(?)을 예전에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걸 그때 당시도 아니고, 이 혼란기에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읽어보니 심재찬이 새롭게 사건을 일으킨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제와서 과거사를 따지자는 게 아닌가. 교수님들이야 월급에 은퇴 후에 연금도 나오니 인생의 두려움을 모르겠지만 교수가 아닌 연극인들은 생계의 고통으로 제대로 생각하면서 살기가 힘들다. 그래서 나도 국립극단에서 월급을 받을 때는 아무 소리도 않했다. 우리 현실에서 엄청 민감한 문제다. 박계배이사장은 그만 두면 대학으로나도 가지만 심재찬은 갈 곳도 없는 백수다.
    더 솔직히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송인현후배가 댓글을 달았을 때, 저 친구가 요사이 어느 대학교 전임교수로 나가려고 저러나 하는 생각이 든 게 사실이다. 이건 선입견이다. 그만큼 대학교수는 최상의 기득권자들이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이들이 무엇을 더 바라는가 싶다.
    물론 오교수가 매사에 고생을 많이 하고 공로도 있다. 그런데 오교수의 문제는 모든 것을 자기가 다 나서서 앞장 서야 한다며 물러나지 않는데 있다. 그러니 좋은 않은 터무니 없는 소문도 나게 마련이다.
    우리는 자기가 나서야 해결이 된다는 오만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TTIS는 오교수가 만들지 않아도 할 사람 있을 거다. 그런데 물고 늘어지니 추측과 말이 생기는 것이다. 거기다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 그러니 반대의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은 나말고는 글을 쓸 수가 없다. 제발 내용전달도 안 되는 모여서 편향된 대담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따라서 리더는 중립적이어야 한다. 그 대표적 인물들이 우리 주변에 많지 않은가?
    덧붙여 글이 전혀 내용전달이 되지 않고 있다. 너무 흥분한 탓인 듯하다. 대충 이해하고 글을 쓰는 것이다.

  3. 오세곤 선생님의 싸움을 지지합니다. 공직자들에게 엄격한 도덕성과 자질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 진정성과 정당성을 지지합니다. 물 들어올 때 배 띄워야합니다. 시의적절한 순간에 용기있게 문제제기하셨습니다.

  4. 공직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곳에는 언론도 있고 국회도 있고, 검찰도 있다. 견제세력이 있고 정상적인 선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월이 가면 점점 나아지게 되 있기 때문이다.연극인으로서 문제는 바로 연극대학이다. 연극의 모든 부조리를 잔뜩지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그곳에는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고, 말을 꺼내는 사람도 없다. 연극인들이 사회의 부조리를 이야기하면 솔직히 콧웃음이 나온다.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를’ 이런 생각이 들어서다.
    이 예술동네는 왜 예술은 안 보이고 정치만 잘 보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정치의 ‘애완견’으로 살기로 작정한 곳인가? 예술원을 한 개인들이 독차지해도 말하는 후배 하나없다. 나라에서 훈장을 내려도 말이 없다. 맨날 앉아서 과거인 친일파만 떠들고 있는지? 왜 우리는 지꼬라지를 못보는지? 아~ 피곤하다. 긴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5. 아, ㅅㅂ! 돌려서 말하면 말을 못알아들어!!! 그러고 어떻게 예술을 해. “오세곤교수, 당신 공직자들 신경 건들이지 말고 가만있어, 그러면 정권이 바뀌면 한자리 할 수 있어, 그래서, 그들을 미리 건드리면 안 된다고, 뭐든지 타이밍이 있는 법이야, 그때 역량을 발휘해.일찍 나서다 돌 맞지 말고, 심재찬 못지 않게 크게 될 수 있어! 나름 야망도 있잖아. 어쨌든 우리에게는 리더가 필요하고”
    내 글을 간추리면 이런 말이야, 잘 읽어봐, ㅅㅂ! 꼭 이렇게 까놓고 말해야 돼, 속이 시원하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