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7년 7월 공연총평

박정기의 공연산책 2017년 7월 공연총평

 

 

7월에는 폭염과 장마를 이겨내는 연극인들의 열정적인 공연이 많았다. 특히 장두이 레퍼토리극단의 3인 3색 공연과 제8회 개판페스티벌의 6개 공연작품은 젊은 연극인들의 건강한 공연으로 해서 관객의 호응과 공감대 속에 연속 공연되었고, 국립극단의 한민족디아스포라전도 관객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7월 공연총평을 게재하고, 장두이 페퍼토리극단의 1인극 3편, 제8회 개판페스티벌 공연총평 그리고 국립극단 한민족 디아스포라전 공연 평을 별도로 게재한다.

1, 극단 작은 신화의 이여진 작, 최용훈 연출의 <토일릿 피플>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에서 극단 작은 신화의 이여진 작, 최용훈 연출의 <토일릿 피플>을 관람했다.

이여진은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대학원 출신으로 2012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소녀 프랑켄슈타인>으로 등단했다. <평행우주 없이 사는 법> <트라우마 수리공> <어느 물리학자의 낮잠> <토일릿 피플>을 발표 공연한 미모의 여류작가다.

최용훈은 서강대학교 철학과 출신으로 <차이메리카> <위대한 유산> <맨프럼어스> <엄마> <스카이라잇> <민중의 적> <꿈> <콜라 소녀> <음악극 백야> <인형의 집> <그냥, 햄릿> <동 주앙> <냄비> <너의 왼 손> <세 자매 산장> <왕은 왕이다>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 <에이미> <오늘, 손님 오신다> <다우트> <연두식 사망사건> <코리아 환타지> <불 좀 꺼주세요> <채플린, 지팡이를 잃어버리다> <돌날> <똥강리 미스터 리!> <김치국씨 환장하다> <九 데 TA> <황구도> <매직 아이·스크림> <광주리를 이고 가시네요> 外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토일릿 피플>은 탈북 청소년과 관련된 문제, 특히 교육 책과 지원책을 정부담당자와 해결하려는 한 민간인 박사의 동태를 그린 작품이다.

현재 사지(死地)를 탈출해온 탈북 국민을 다문화 가정의 범주에 포함해서 정책을 펴 나가고 있다. 탈북자 수는 차츰 줄어들고 있고 다문화 가정은 늘어나기 때문에 현재 탈북자들의 목소리보다 다문화 가정의 목소리가 더 큰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탈북자 지원책이 다문화 가정 지원책보다 뒤로 밀리는 느낌이다. 특히 탈북청소년의 학습능력 실태 파악과 지원은 당장 남한에 들어와 있는 2000명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에 있는 수백만 명의 학생과 통일 후 2세들의 교육 문제로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

어느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탈북 학생 중에도 폭력적인 학생이 있다. 남한 학교에서 자기를 무시한 소위 ‘일진’을 폭력으로 제압했다는 탈북 학생도 있다.

이들의 폭력은 남한 학생들이 벌이는 주먹 다툼 수준을 넘어 죽기 살기로 싸우는 심각한 상황으로 갈 수 있기에 우려가 크다. 탈북 청소년은 탈북과정에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정신적, 육체적 경험을 했고, 체제와 교육과정이 다른 남한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학업, 교육관계, 가정생활 등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이야기들을 한다. 그러나 실은 북한 체제와 문화 자체가 폭력적이라는 것도 간과할 수 는 없다. 북한은 줄기차게 전쟁을 통한 한반도 무력통일을 주장해 오고 있고, 이러한 북한의 사상 교육은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에서도 고스란히 반영이 된다. 북한 주민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무력, 즉 폭력으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머리에 새겨져 있다.

현재는 남한 학교에 재학 중인 탈북 학생의 수가 적어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통일 후 수백만 명의 북한 학생들과 수백만 명의 남한 학생들이 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는 상황을 그려보면 학교에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니 서로 다른 남과 북 두 체재 속에서의 탈북 청소년 문제를 연극으로 다루는 게 어찌 수월하겠는가? 그래서 그렇게 묘사했는지는 몰라도 이 극에서 탈북청소년은 고층건물의 옥상을 배회하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나 고층건물의 외벽에 대롱대롱 매달린 형국으로 그 동태가 그려진다.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주인공이 정부당국자와 탈북청소년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려 들지만, 주인공의 열의가 마치 당나귀 귀에 코란을 읊는 경우처럼 묘사가 되기도 한다.

탈북청소년의 동태와 문제점, 그것을 해결하려는 주인공과 정부당국자와의 대면을 여러 장면에 반복해 그려내고, 탁월한 예술가라는 소리를 듣는 친구를 만나 조언을 구하지만, 친구는 술에 찌들어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할 뿐 여하한 해결책도 제시하지는 못 한다.

대단원에서 이러한 상황을 보며 허탈해 하는 주인공과 그 주위를 둘러싼 출연자들의 망연자실한 모습에서 마치 피카소의 걸작명화 “게르니카”를 감상하는 느낌이 들었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무대는 고층건물을 상징하는 조형물과 각 건물의 1실을 여러 군데 만들어 놓았다. 무대의 2층과 3층 발코니로 올라가는 계단을 사용하고, 조명으로 장소변화를 나타내기도 한다. 천둥과 번개로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20명 가까운 남녀출연자가 탈북청소년 역할을 동시에 또는 별도로 연기한다.

김은석, 임형택, 김문식, 최지훈, 박종용, 이지혜, 고병태, 홍승만, 박시영, 지성훈, 김나래, 손성현, 박재만, 김주연, 조윤수, 석소연, 최규대, 이지훈, 정지희, 채영은, 권호조 등 출연자들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탈북 청소년으로 출연한 연기자들의 집단연기가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드라마터그 배선애, 무대 김혜지, 조명 나한수, 음악 이형주, 의상 강기정, 분장 백지영, 북한어 지도 조현정, 조연출 김정민, 무대감독 성동한, 조연출보 이홍근, 오퍼레이터 한주하 박다혜, 진행 감하은 양어진 지성근 홍지혁 강 일, 사진 이강물, 그래픽 다홍디자인, 기획 코르코르디움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기량이 드러나, 극단 신화의 이여진 작, 최용훈 연출의 <토일릿 피플>을 연출가의 기량이 드러난 새로운 형식의 신 표현주의연극으로 창출시켰다.

7월 2일

2, 극단 죽죽의 김낙형 작 연출 <붉은 매미>

나온씨어터에서 극단 죽죽의 김낙형 작 연출의 <붉은 매미>를 관람했다.

김낙형은 76극단에서 시작해, 혜화동 1번지 3기동인, 극단 竹竹의 창단까지 쉬지 않고 이어진다. <나부들> <훼미리 바게뜨> <그 여인숙> <화가들> <나의 교실> <별이 쏟아지다> <능동적 팽창> <허브의 여인들> <바람아래 빠빠빠> <적의 화장법> <지상의 모든 밤들> <맥베드> <민들레 바람되어>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토란극土亂劇> <이상 12월 12일> <민들레 바람이 되어> <기름고래의 실종> <생사계> <삼양동 국화 옆에서> <농담> <관객모독> <무극의 삶> <이천> 등을 집필, 각색, 연출하고, 올해의 예술상, 한국연극 베스트 7, 카이로국제연극제 대상, 연강예술상 등을 수상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작가 겸 연출가다.

<붉은 매미>에서는 현재 우리의 생활 속에 실제로 있었거나, 있을 수 있는 일이 몇 개의 단막 속에 전개 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의류의 모델로 일하는 여성과 그것을 사진을 찍어 광고로 올리는 여성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한 회사의 동료지만 사진촬영을 하는 여성은 성격이 괴팍하다. 모델노릇을 하는 여성은 임신 중이라는 설정이고, 두 여인은 대수롭지 않은 일로 다투게 되고 사진사 여인은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해 사진기를 집어던진다. 모델여인은 자리를 피해 떠나버린다.

두 번째 단막은 두 개의 가리개를 정면에 좌우로 설치하고, 아파트 단지의 통로로 설정이 된다. 밤늦은 시각, 딸의 전화를 받은 가장이 정류장에 딸을 마중하러 지름길인 옆의 아파트 단지의 통로를 지나가려 한다. 그런데 옆 아파트 경비원의 제지를 받는다. 다른 길로 돌아가라는. 가장과 경비원의 실랑이가 마치 현재 우리사회에서 제시된 각종 법규나 조례 또는 규약을 두고 벌이는 승강이처럼 다가온다. 가장과 경비원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다툼처럼 이어지고, 딸은 아버지를 기다리다 못해 옆 아파트의 통로가 아닌 어둡고 험한 길로 돌아서 오다가 다리에 타박상을 입고 피를 흘리며 나타난다. 경비원이 단지에 거주하는 여인에게 도움을 청하니, 여인은 무릎에 피를 흘리는 여인을 위해 자신의 스카프를 끌러 응급조치를 하려 든다. 그러나 아버지는 여인이 딸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을 제지한다. 그리고 가장과 딸 그리고 경비원의 치료관련 승강이가 다시 펼쳐진다. 마치 우리사회에서 늘 상 벌어지는 각종 대립과 투쟁을 축소시켜 묘사한 연극으로 느껴진다.

세 번째 이야기는 누님이 자신의 부상을 도와준 부인에게 마음을 주고 그 부인과 함께 살려는 의지를 드러내니 동생의 고뇌와 갈등이 마치 일인 극을 하듯 펼쳐진다.

네 번째는 자신의 가정이 지긋지긋해 좋아 보이는 다른 가정으로 옮기고 싶어 하는 여식의 심정이 펼쳐지는가 하면, 출산과 연관된 젊은 세대들의 통념과 출산거부의식이 그려지면서 출산문제로 야기된 부부간의 갈등이 한 주점과 흡사한 공간에서 펼쳐지고, 서로 무관한 듯 제각기 탁자에 자리를 잡고 앉은 인물들의 모습도 보인다. 남편은 출산을 원하지만, 어려운 세태와 생활에 아이를 기를 자신이 없는 부인은 자신의 임신사실을 숨기고, 새로 태어날 아기의 거취를 두고 고민하다가 아기를 데려다 기르겠다는 인물과 자리를 함께 한다, 남편이 등장해 공간에 동석한 인물 중 한 젊은 남성을 부인의 불륜상대로 오해하고 난동을 부리지만, 실은 취중이라 남편이 기억은 못하지만, 갓 태어난 아이를 대신 기르도록 할 방편으로 지난밤에 남편과 어울려 함께한 인물들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도 한다. 대단원은 아기를 대신 기르겠다고 한 여인이 화장실에서 아기를 난산하고 아랫도리가 피에 젖어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김수현, 김성미, 이철은, 이자경, 이창수, 김재민, 소이은 등 출연자들의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디자인 손호성, 조명디자인 주성근, 음악감독 김동욱, 분장디자인 김근영, 조명오퍼 최영환, 음향오퍼 김태훈, 사진 Jeremy Kim, 그래픽디자인 김 솔, 기획 컬쳐루트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竹竹의 김낙형 작 연출의 <붉은 매미>를 현 세태와 의식을 절묘하게 반영한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7월 4일

3,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배삼식 작, 류주연 연출의 <1945>

명동예술극장에서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배삼식 작, 류주연 연출의 <1945>를 관람했다.

배삼식(1970~) 작가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전문사 출신이다. 1998년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를 시작으로 번역극과 창작극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정극과 마당놀이, 음악극 등을 집필 공연하고, <열하일기만보>로 동아연극상 희곡상과 대산문학상, <먼데서 오는 여자>로 차범석 희곡상, <피맛골 연가>로 뮤지컬 어워즈 작곡작사상,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하얀 앵두>로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그리고 <거투르드>로 김상열 연극상 등을 수상한 앞날이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작가다. 그는 <햄릿>을 바탕으로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한 창작극 <거트루드>의 극본은 물론 연출가로 정식 데뷔하여 그만의 섬세한 연출력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현재 동덕여자대학교와 중앙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열하일기 만보> <벽속의 요정> <허삼관 매혈기> <최승희> <오랑캐 여자 옹녀> <은세계> <주공행장> <착한사람 조양규> <하얀 앵두> <벌> <이른 봄 늦은 겨울> <삼월의 눈> <맨 프롬 어스> <최막심> <피맛골> <뮤지컬 도도>를 발표 공연했다.

연출가 류주연은 극단 산수유의 대표다. <기묘여행>으로 2010년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 수상, <12인의 성난 사람들>로 2016년 이데일리 문화대상 연극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연출작으로는 <길, 그 여자를 만나다> <경남 창녕군 길곡면> <기묘여행> <냉동인간> <동물 없는 연극> <주머니 속 선인장> <허물> <청중> <괴물> <하퍼리건> <사소한 물음> <878미터의 봄> <금지된 장난>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어여쁜 여성연출가다.

1945년을 역사적으로 보면 1939년 9월 1일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되어 6년간이나 이어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으며 5,000만 명이 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헛되이 희생당했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다쳤으며 수많은 유가족들이 남겨졌다. 화려한 번영을 구가하던 유럽은 잿더미로 변했으며 남아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스웨덴과 스위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공화국, 아이슬란드 등만이 전쟁의 화마에서 비껴나가 평화를 유지하였다.

독일은 나치 독일 정권 패망 후 연합국의 관리 하에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되는 비극의 역사를 그렸다. (그러나 1990년 10월 마침내 동서통일을 이룬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희망과 내일을 보고 다시 시작했다. 비록 이후에 냉전이 시작되었지만, 적어도 2017년까지는 더 이상 세계대전이 터지지 않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남긴 교훈이었다.

이 교훈을 거울삼아 세계평화를 추구하는 목적으로 10월 국제연합(UN)이 창설되었다. 하지만 UN의 탄생과 존재에도 곳곳에서는 내전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으니….그럼에도 통제력, 구속력이 몹시 약했던 이전의 국제연맹보다는 상당히 낫다는 평가를 받으니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일까?

일본은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과 세계대전 패전으로 국가적인 타격과 후유증을 앓게 되었으며 동시에 식민지로 거느렸던 한반도와 대만, 쿠릴열도, 남사할린 등 여러 영토들을 상실하였다. 그리고 일본 본토에는 연합국 주도의 GHQ가 설치되어 전후 일본을 통치한다.

미국은 대통령 루스벨트가 사망하고 후임으로 트루먼이 대통령으로 취임하여 전후 문제까지 책임지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보통 1945년을 근대와 현대의 경계선으로 삼는다. 근대의 시작 기준이 1860년(동학의 발생), 1864년(대원군 집권), 1876년(강화도 조약), 1894년(갑오개혁) 등으로 모호한 것과 비교하면 현대의 시작 기준은 명확한 편이다. 이 해에 태어난 사람이나 단체, 기관들을 ‘해방둥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연극 <1945>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본이 패망한 직후 만주에 흩어져 살고 있던 동포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종군위안부 노릇을 했던 여인과 홀로 떨어져 귀국을 못한 일본여인이다. 무대는 부드럽고 둥글게 부풀어 오른 빵 같은 곡선의 언덕길이 무대전체를 차지하고 커다란 서까래가 천정에 설치되어 장면변화마다 상하로 또는 경사가 기울어져 이동을 한다. 귀향 민들의 고리짝이 언덕 아래 흩어져 있고, 무대 정면과 좌우에 늘어진 검은 휘장 옆에는 크고 작은 돌 모양의 조형물이 잔뜩 놓여 있다.

영상투사로 역사적 현장을 보여주기도 한다. 일본여인의 대사는 한글자막으로 프로시니엄 아치 옆에 영상으로 투사가 되고, 언덕아래 무대 앞부분의 평평한 자리는 이부자리 하나로 각 인물들의 거처로 설정이 된다.

생면부지의 남녀가 귀국 귀향길에 만나게 되고 이들의 고난의 생활상과 함께 그 속에서 남녀의 사랑이 싹이 터 오르기도 한다. 갓 만난 남녀의 배고픔 보다 강한 본능적 욕구가 펼쳐지고, 대처할 수 없는 질병으로 시달리기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한다. 한 부락에 한동안 정착하면서 이들의 동태가 어린 남매의 눈을 통해 비추어지기도 한다.

연극에서는 여주인공인 종군위안부가 아이를 밴 일본여인의 신분을 숨겨주고 벙어리로 위장을 시켜 귀국길에 동행을 하다가 결국 동포들 앞에 일본여인임이 알려지자,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냉대와 따돌림은 물론 일본여인을 버리고 귀국하자는 동포들의 분노와 질타를 아랑곳 않고, 일본여인을 끝까지 지켜주고 동포들과 헤어져 일본여인과 동행하는 여주인공의 따뜻한 마음씨와 인간애가 감동으로 전달된다. <1945>는 일본공연을 해도 성공하리라는 예감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김정민이 위안부, 이애린이 일본 여인, 김정은이 포주, 박윤희가 본능발산 남으로 후에 질병에 걸리는 역, 홍아론, 박상종, 이봉련, 백익남, 성여진, 김정환, 신용진이 동포로 출연하고, 주인영과 유승락이 남녀 아동, 그리고 아역으로 김다미가 출연을 해 각자 독특한 성격설정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3시간의 공연시간동안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낸다.

드라마투르기 조만수, 무대 박상봉, 조명 박성희, 의상 최 원, 음악 음향 영상 윤민철, 분장 이동민, 소품 이희순, 움직임 구시연, 일본어번역과 지도 이시카와 쥬리, 방언지도 백경윤, 조연출 현은영, 무대기술총관 신용수, 기획 제작 촐괄 정명주, 프로듀서 지민주 그 외의 제작진과 기술진의 기량과 열정이 드러나,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배삼식 작, 류근혜 연출의 <1945>를 작가 연출가 연기자들의 기량이 조화를 이룬 한 편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첨언해 일본순회공연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7월 8일.

4, 프로젝트 아일랜드의 뻬떼르 젤렌카 작, 오미정 번역, 서지혜 연출의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혜화동 선돌극장에서 프로젝트 아일랜드의 뻬떼르 젤렌카 작, 오미정 번역, 서지혜 연출의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를 관람했다.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는 찰스 부코스키(Henry Charles Bukowski, 1920~ 1994)의 소설이 원작이다. 찰스 부코스키는 독일 안더나흐에서 태어났고, 어릴 적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엔젤레스에서 평생을 살았다. 대학을 중퇴하고 스물네 살 때 잡지에 첫 단편을 발표하지만 꾸준히 창작을 하지 못하고 오랜 기간 하급 노동자로 창고와 공장을 전전한다. 그러다 우연히 취직한 우체국에서 우편 분류와 배달 직원으로 12년간 일하며 시를 쓴다. 잦은 지각과 결근으로 마침 해고 직전이었던 그가, 전업으로 글을 쓰면 평생 동안 매달 1백 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아들인 일화는 유명하다. 일을 그만둔 그는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편 데뷔작 <우체국>(1971)을 펴낸다. 이 작품은 작가의 분신인 헨리 치나스키가 처음 등장하는 소설로 부코스키만의 스타일을 선보이며 자전적 소설의 시작점이 된다. 연대순으로 보면 치나스키가 소년이던 <햄 온 라이>(1982), 글쓰기를 포기하고 이 일 저 일을 전전하던 시기의 <팩토텀>(1975), 중년에 접어들어 일정한 직업을 가지게 된 <우체국>을 거쳐 50대가 되어 비로소 전업 작가로 이름을 알리게 된 <여자들>(1978)로 이어진다. 부코스키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 <할리우드』>1989)를 포함해 평생 60권이 넘는 소설과 시집, 산문집을 펴냈으며, 마지막 장편소설 <펄프>(1994)를 완성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1994년 3월 백혈병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한다. 그의 묘비에는 〈DON’T TRY〉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국내에 번역된 작품으로는 <팩토텀>, <우체국>, <여자들>, 그리고 중단편들을 모은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작가임에도 국내에서는 의아할 정도로 소개되지 않았다가, 2016년 들어 열린 책들에서 유년시절을 다룬 <호밀빵 햄 샌드위치>, 민음사에서 시집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시공사에서는 에세이 <고양이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글쓰기에 대하여> 등 뒤늦게나마 번역본이 나오고 있다.

뻬뜨르 젤렌카(Petr Zelenka, 1967~)는 프라하의 필름 아카데미 FAMU 출신으로 작가 겸 연극연출가이자 영화감독이다. 뻬뜨르 젤렌카가 각색한 이 작품은 고독한 현대인의 광기를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며 지난 2001년 체코에서 초연을 했고 작품성을 인정받아 알프레드 라독(Alfred Radok)상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 영화로 제작되어 모스크바국제영화제 평론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품 안에는 원제가 갖고 있는 도발과 금기에 대한 이야기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발기, 사정, 노출, 그리고 일상의 광기’ 라는 요소를 현대인의 고독과 함께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번역을 한 오미정은 금란여고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졸업하고 극단 목화에서 연출 및 연기활동을 하다가 유학을 떠나 체코국립예술대학 AMU 국립연극아카데미 연극원(DAMU)에서 연출을 전공해 예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체코 프라하에 거주하며 한국과 체코의 문화교류를 위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연출을 한 서지혜는 청주대학교와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출신이다. 극단 프로젝트 아일랜드의 연출과 연극집단 反 연출을 했다.

연출작으로는 <신문>, <대머리여가수>, <트로이의 여인들>, <The play]> <또또의 호기심일기> <더옐로우라인-100만원연극페스티벌> <더라인> <아일랜드> <청춘의 무대 대학로> <황금밥 식당> <현장검증> 등을 공연했다.

연극은 애인 야나와 헤어진 뻬뜨르의 집에서부터 시작한다. 야나와 헤어진 뻬뜨르는 직장도 그만 둔 채 집에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과거 시를 썼고, 자신이 쓴 시를 출판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시를 쓰는 것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야나와 다시 만나고 싶어 그녀의 집에 찾아가지만 새로운 연인과 함께 있는 옛 애인을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뻬뜨르에게는 친구 모우카가 있다. 성 도착증인 모우카는 집안에서 청소기, 선풍기 같은 온갖 기기를 사용해 자위를 한다. 가정부 안나를 만나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고 느끼지만, 어느 날 안나가 자신을 떠나 버리자 금발의 마네킹을 자신의 파트너로 구입해 온다.

뻬뜨르의 부모님은 서로 대화가 단절되고 소통 또한 되지 않는 상태다. 어머니는 남편이 치매 증상이 있다고 걱정하며 직접 증세를 진료하려 들고 그런 가운데 아버지는 우연히 발랄하고 관능적인 중년의 조각가 여인과 가까이 하게 된다. 뻬뜨르는 이웃집에서 크게 들려오는 부부싸움 소리에 자신의 집 바닥과 벽을 두드려 시끄럽다고 항의하는 소리를 내자 이웃에서 찾아오게 되고, 가까이하게 된 옆집 부부 덕분에 용돈을 벌게 된다.

뻬뜨르의 어머니는 아버지와 조각가 여인과의 관계로 인해 외톨이처럼 되고, 뻬뜨르의 친구 모우카를 비롯해 출연자들은 사회와 단절된 인물로 연출된다. 이런 가운데 아버지와 조각가 여인의 파티에 등장한 뻬떼르와 어머니가, 아나운서 역할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 모습이라든가, 뻬떼르의 친구 모우카가 두고 간 마네킹이 일어나 제 발로 산책을 하고, 뻬떼르를 찾은 모우카가 마네킹의 움직임을 보고 놀라는 모습은 상상과 실제가 연결되어 표현된 연극의 백미라 하겠다. 대단원은 아파트가 화염에 휩싸이고 사람들의 아우성 속에서 불탄 종이와 매연으로 무대가 덮이고, 화재가 진압된 현장에서 뻬뜨르가 검은 북데기를 발로 걷어차며 날려버리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남동심, 강애심, 김귀선, 남미정, 최무인, 신문성, 김지성, 임정은, 조예현, 이승우, 지남혁, 김윤희, 김이안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갈채를 받는다. 국민배우 감 강애심의 열연, 최근 무속관련 연극에만 출연하던 남미정의 변신과 열연이 기억에 남는다.

기획 조혜랑, 그래픽 사진 김 솔, 홍보 이지은, 마케팅 박성우, 무대디자인 제작 이상수, 조명디자인 김성태, 음향편집 박진규, 음향오퍼 김승우, 조명오퍼 박태환, 무대진행 신요셉 방승민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프로젝트 아일랜드의 뻬떼르 젤렌카 작, 오미정 번역, 서지혜 연출의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를 연출가와 연기자의 기량이 잘 드러난 한편의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7월 9일

5,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작 연출 <해방의 서울>

성대입구 30 스튜디오에서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작 연출 <해방의 서울>을 관람했다.

박근형(1963~)은 1985년 극단 76단 배우로 입단하고 이후 연출로 전향하였다. 1991년 <춘향>으로 데뷔했다. 그 후 극단 76과 함께 <아스피린>(1994), <쥐>(1998), <만두>(1998)를 올렸다. 1999년 <청춘예찬>으로 연극계의 주목과 찬사를 받았다.

박근형은 2001년부터 극단 골목길을 이끌고 있다. <귀신의 똥>(1999), <이자의 세월>(2000), <물속에서 숨 쉬는 자 아무도 없다>(2001), <삽 아니면 도끼>(2002), <대대손손>(2003), <집>(2003), <삼총사>(2003), <선창가>(2005), 2006년 ‘경숙이, 경숙아버지’라는 작품으로 연극계의 모든 상을 싹쓸이 하면서 스타연출가로서의 기량을 드러냈다. 이후 <돌아온 엄사장>(2007), <백무동에서>(2007),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2008), <너무 놀라지 마라>(2009), <아침 드라마>(2010), <처음처럼>(2011) <햄릿 업데이트>(2011), <전통에서 말을 하다>(2012), <전통에서 춤을 추다>(2012) <청춘예찬(2013)> <시대유감(2013)> <피리 부는 사나이(2013)> <베키 쇼(2014)> <로미오와 줄리엣(2014)> <만주전선(2014)>을 집필 연출했다. <만주전선>으로 2014 공연 베스트 7,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2014년 제4회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우수상, 2010 <잠 못 드는 밤은 없다>로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2009 <너무 놀라지 마라>로 동아연극상 작품상, 2006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로 올해의 예술상, 동아연극상 작품상 희곡상, 대산문학상 희곡상을 수상하고, 김상렬 연극상(2005), 올해의 예술상(2005)동아일보 차세대를 이끌고 갈 연출가 1위 선정(2003)되고, 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BEST 3 – 대대손손(2000), 동아연극상 작품상, 희곡상 – 청춘예찬(2000),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 청춘예찬(2000), 문화관광부 장관상(1999) KBS 문예진흥원 공동주관【발굴 이사람】선정(1999), 평론가협회 작품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 청춘예찬(1999), 청년예술대상 희곡상(1999), 연극협회 신인연출상, BEST 5 작품상 – 청춘예찬(1999)을 수상했다.

<해방의 서울>은 해방 직전 경성에서 활동을 벌이던 남녀 배우들과 그들이 출연하던 영화와 영화사의 이야기다.

일제치하에서 만들어진 영화로는 1920년대의 <아리랑> <풍운아> <들쥐> <먼동이 틀 때> <사랑을 찾아서> 1930대의 영화로는 <나그네> <농증조> <병정님> <복지만리> <임자 없는 나룻배> 등이 있다.

영화감독으로는 강호, 김화랑, 나운규, 신경균, 심 훈, 안종화, 윤백남, 윤봉춘, 이구용, 이규환, 이필우, 전창근, 최인규, 허영 등이 있다.

영화배우로는 강홍식, 김도산, 김신재, 김정숙, 김춘광, 김 한, 나운규, 노재신, 독은기, 문수일, 문예봉, 복혜숙, 서월영, 석금성, 심영, 심훈, 안종화, 양일민, 윤백남, 윤봉춘, 이구영, 이금룡, 이월화, 임 화, 전 옥, 전창근, 한은진 등이 있다.

1940년대에 이르러 일제는 외지와 내지를 완전히 통합하는 강압적인 흡수통합정책을 수행하였다. 본래 일제의 통치목적은 점진적인 영구병합이었으나, 태평양 전쟁의 전황악화로 흡수정책이 더욱 가속화되어 일본 기업이 더 활발하게 진출함은 물론, 한국어를 사용하는 매체를 금지하고, 창씨개명을 시행하였으며, 징병제까지 도입했다.

문화통치의 상징이었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1940년 물자부족 및 한국어 매체 금지로 인해 강제 폐간되었다. 태평양 전쟁의 발발로 일제의 물자와 인력 공출, 이른바 병참 기지화 정책은 조선민중을 이전에 겪지 못한 유례없는 고통에 빠지게 하였다. 원래 계획에는 없었던 조선인에 대한 강제징용이나 징병 계획도 나타나게 되었다. 그럼에도 전쟁의 성과가 나빠지자 일제는 전쟁물자 공급에 더욱 사력을 가하게 된다.

그리하여 조선에서 공출 제를 실시한다. 부설된 철도 선로를 도로 뜯어가고, 금속으로 된 밥그릇과 숟가락은 물론, 징이나 꽹과리 같은 철제 악기를 비롯하여 낫이나 호미 또는 쟁기 같은 농기구는 물론 심지어는 분뇨(糞尿)를 담는 요강까지 빼앗아갔다. 단, 미군에게 제해권을 빼앗겨 실제 공출된 물자가 일본본토로 이송되지는 못하였으나, 문제는 물자를 거둬들인 후 다시 마구잡이로 분배 하는 통에 시장과 유통체계가 완전히 마비되어 극심한 혼란상황이 빚어졌다.

태평양 전쟁 시기는 독립운동사의 암흑기 그 자체다. 이미 1930년대를 경유하여 국내 독립운동은 완전히 씨가 말라버려 기껏해야 30년대 후반~40년대 초까지 존재했던 박헌영의 경성 콤 그룹과 1944년에 결성되었던 여운형의 건국동맹정도의 지하 비밀결사 형태로밖에 남지 않았다. 경성 부민관 폭파사건과 대구 학병 거부의거, 평양 학병거부의거도 매우 희귀한 사건에 속한다. 한국에서의 일제에 대한 인상은 주로 이 시기의 모습이 많다. 결국 핵폭탄을 2방 맞고 나서야 일본은 8월 15일에 연합군 측에 무조건 항복한다.

무대는 영화사의 휴게실이다. 정면 벽 중앙에 기무라 키네마 영화사라는 글씨가 보이고, 당시에 만들어진 수많은 영화의 포스터가 중앙에 발을 늘어뜨린 나무가리개 양쪽에 가로로 나란히 붙여놓았다. 정면에 밖으로 통하는 복도가 있고, 창경궁의 춘당지로 통한다는 설정이다. 낮은 탁자와 의자가 그리고 폭이 좁은 평상이 배치되어 있다. 하수 쪽 탁자에는 유성기가 있어 틀면 당시 유행하던 대중가요가 흘러나온다. 그 옆에 장구를 올려놓은 의자가 있다. 그 옆으로 고풍스런 의자가 놓이고, 상수 쪽 탁자에는 후반에 라디오를 가져다 놓는다. 천둥번개소리가 음향효과를 사용되고, 대단원에 일본왕의 항복 선언문 낭독이 들려나온다.

나이든 남녀배우와 젊은 배우, 그리고 배우지망생인 소녀가 등장하고, 조감독이 스텝 일을 하면서 마지막 촬영만 남았음을 알린다. 나이든 남녀배우는 원래 부부였으나 이혼을 한 것으로 소개가 되고, 여배우는 소문난 명배우라는 설정이다. 여배우는 북이 고향인지 이북말씨를 쓴다. 여배우에게 연기를 지도받는 소녀는 어머니가 종군위안부인 것으로 설정이 되고, 장끼로 장구를 쳐 보이고, 텀블링을 하기도 한다. 젊은 남자배우는 나이든 남녀배우에게 아버지와 어머니로 모시겠다며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환심을 사려고 애쓴다. 마지막 촬영장면은 여주인공이 춘당지에 빠져 죽는 장면이라, 남편과 함께 빠지는 장면을 두고, 여배우는 같이 빠져죽을 수 없다며 승강이가 벌어진다. 바로 그때 영화사 사장이 일본에서 귀국해 도착한다. 새로 나왔다는 라디오를 들고….일본에서 예술을 전공한 아들과 함께… 젊고 미남인 아들은 뛰어난 그림재주가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나이든 남자배우의 얼굴을 크로키 한 그림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이차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여배우에게 사랑고백을 한다. 여배우는 연령차 때문에 거절을 하지만 싫지는 않은 표정이다. 배우지망생인 소녀가 사장 아들한테 자신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청한다. 물론 아들은 거절을 하지만 소녀가 간절히 청하니 소녀가 포즈를 잡는데서 부터 엄격한 모습을 보이며 얼굴을 그려준다. 마지막 촬영을 두고, 여배우가 전남편과 함께 물에 뛰어들지 않겠다며 고집을 부리니, 감독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감독을 밀어 춘당지에 빠뜨리는 사고를 일으킨다. 수영을 못 하는 감독은 구조되어 병원으로 옮겨진다. 시일이 촉박해 마지막 장면을 조감독에게 맡기는 문제로 또 한 번 티격 태격을 하게 되고, 10년 간 조감독을 해온 인물에게 감독입봉을 시키기로 합의를 한다. 사장에게 알리니 사장도 긍정적인 심정을 표한다. 그러나 여배우가 반대를 한다. 조감독은 아연실색을 하지만 여배우는 제대로 예술대학을 나온 사장의 아들에게 감독을 맡기자고 제안한다. 조감독은 눈물로 호소를 하지만, 결국 사장 아들이 감독을 하는 것으로 결정이 나고, 사장 아들이 배우들의 연기를 점검하면서, 나이든 배우의 감정표현과 동작의 일치를 지적하며 여러 차례 반복을 시킨다. 나이든 배우는 마지못해 하다가 결국 제대로 된 기량을 보이게 된다. 그러자 아들은 이제 되었으니 조감독을 해온 인물에게 감독을 맡아 하라며 양보를 한다. 사장도 끄덕이며 내지와 반도에서 동시개봉을 할 것임을 알리고, 마지막 촬영을 잘 하도록 이르고 배우들은 모두 춘당지로 향한다. 그러자 천둥소리와 함께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모두 다시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일기예보를 듣기위해 라디오를 켠다. 라디오에서는 일본왕의 항복 선언문 낭독 소리가 들려나온다. 놀라는 일동과 동경과 경성에서 동시개봉을 하려던 영화에 대한 희망이 송두리째 사라져 상심으로 낙담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강지은이 여배우, 김정호가 영화사 사장, 이원재가 사장아들, 이호열이 조감독, 김은우가 나이든 남자배우, 김동원이 젊은 남자배우, 심재현이 배우지망 소녀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설정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홍수민, 무대감독 나영범, 부대디자인 김병건, 조명디자인 성노진, 홍보디자인 손청강, 음악 박민수, 기획 안소영, 진행 이성숙, 오퍼레이터 김혁민 박희민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하나가 되어,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작 연출의 <해방의 서울>을 연극성과 대중성이 조화를 이루어, 국공립극단을 능가하는 수준급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7월 13일

6, 극단 독립극장의 최치림 예술감독, 김수미 작, 구태환 연출의 <달의 목소리>

동양예술극장 3관에서 극단 독립극장의 최치림 예술감독, 김수미 작, 구태환 연출의 <달의 목소리>를 관극했다.

최치림(1944~)은 양정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 New York University 공연예술대학원 출신으로 중앙대 대학원장 겸 연출가 그리고 극단 자유의 대표다. 씨어터 올림픽스 한국위원회 위원장, 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 상임대표 (前)월간 한국연극 편집위원장, (前)한국 공연예술센터 이사장, (前)국립극장 예술감독, (前)한국연극학회 회장, (前)한국연극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연출작으로는 <그물 안의 여인들> <프로랑스는 어디에> <그 여자 사람잡네> <세빌리아의 이발사> <여인과 수인> <승부의 종말> <둥둥 낙랑 둥> <동승> <갈매기> <꽃 물 그리고 바람의 노래> <영영이별 영이별>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김수미는 서울예대 극작과 출신으로 1997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1999년 제1회 옥랑 희곡상 수상, 2000년 제19회 한국 희곡 신인 문학상, 2002년에는 한국연극협회선정 우수공연 ‘BEST 7’ 수상, 2004년 경기도 연극제 동상 수상, 2005년 대산창작기금 수혜자 선정, 2005년 日本劇作家大會 심사위원상 수상, 2005년 제8회 국립극장 신작희곡페스티벌 당선, 2005년 마포구 (양화진 성지화 사업) 희곡공모 당선, 2006년 거창국제연극제 희곡공모 우수상 수상, 2008년 제1회 동랑 희곡상 수상, 2010년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활성화-작가창작활동지원 선정, 2010년 제1회 명동예술극장 창작희곡 공모 당선, 2011년에는 제5회 차범석 희곡상, 2014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희곡상, 2015 서울연극제 그룹 動 시대의 그녀들의 집으로 자유참가작 대상을 수상한 미녀작가다.

구태환은 극단 수의 대표이자 연출가다. 오클라호마대학교 대학원 석사출신이고, 현재 국립인천대학교 공연예술학과 교수다. <나생문> <아일랜드> <북어대가리> <심판> <마땅한 대책도 없이> <친정엄마> <이름을 찾습니다> <러브이즈매직> <벚꽃동산> <선물> <친정엄마와 2박 3일> <기막힌 사내들> <휘가로의 결혼> <전설의 달밤> <삽 아니면 도끼> <달의 목소리> <봉선화> <딸들의 연인> <황색여관>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2005 <나생문> 서울연극제 인기상 수상, 2006 <이름을 찾습니다.> 거창연극제 대상작, 희곡상, 여자연기상 수상, 2007 <심판> 한국 연극평론가협회 선정 2007 BEST3, 2008 <고곤의 선물> 대한민국연극대상 무대예술상, 2009 대한민국 국회대상 올해의 연극상 <친정엄마와 2박3일> 등을 수상한 앞날이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미남 연출가다.

<달의 목소리>는 여자독립군 정정화 선생의 전기 <녹두꽃>을 1인극으로 구성한 연극이다.

정정화 선생은 한성부에서 태어나 1910년 어린 나이에 김의한과 결혼했다. 남편은 구한말 고위 관료인 김가진의 아들이었다. 시아버지 김가진은 1919년 상하이의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전격 망명했고, 정정화 선생은 시아버지와 남편을 따라 1920년 역시 상하이로 망명했다. ‘연로하신 시아버지를 모셔야한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그녀는 감시가 덜한 여성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임시정부의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하는 역할을 맡아서 중국과 국내를 오가면서 10여 년간 자금 모금 책, 연락책으로 활동했다. 또한 중국 망명 27년 동안 자신의 가족 뿐 아니라 이동녕, 백범 김구 등 임정요인 및 그 가족들을 돌보며 임시정부의 안 살림꾼으로서 임정 요인들이 지속적으로 독립운동을 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였다.

  

1940년 한국혁명여성동맹(韓國革命女性同盟)을 조직하여 간부를 맡았고 충칭의 3·1 유치원 교사로도 근무했다. 1943년 대한애국부인회 훈련부장이 되는 등 임시정부를 대표하는 여성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다.

그러나 광복 후 인생행로는 순탄치 않았다. 미군정의 홀대 속에 1946년 개인 자격으로 귀국해야 했고, 오랫동안 임시정부에서 함께 활동했던 김구 선생은 암살되었다. 6 25사변 중 김의한은 안재홍, 조소앙 등과 함께 납북되었으며, 남한에 남은 정정화 선생은 부역 죄로 투옥되고 고문을 당하는 등 고초를 치렀다.

정정화 선생은 1991년에 서거하고, 1982년에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 받았다.

저서로는 회고록 <녹두꽃(1987)>, <장강일기>를 남겼다. 이 회고록을 토대로 연극 <장강일기>와 <치마>, <아! 정정화> 등 여자독립군 정정화 선생의 일대기를 소재로 한 연극을 극단 독립극장에서 공연하고, 2015년과 2016년에는 <달의 목소리>라는 제목으로 극단 독립극장 원영애 대표의 1인극으로 공연하고, 2017년 작품을 수정 보강해 재공연 을 하게 되었다.

무대는 대학의 강의실처럼 만들었다. 책상과 의자가 줄줄이 가로 놓여 정돈되어 있고, 책상마다 갓을 씌운 전구가 달려 빛을 발하고 있다. 무대 좌우로 등퇴장 로가 있고, 배경에 영상으로 기관차의 달리는 모습과 한반도와 만주지역 그리고 중국지도에 정정화 선생의 이동경로가 화살표로 소개가 되고, 상해 불란서 조계 안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위치, 정정화 선생의 사진, 남편과 시아버지의 사진, 그리고 김구 선생을 비롯한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원과 이봉창, 윤봉길, 안중근, 김상옥 의사 같은 독립투사의 사진영상이 투사되고, 2차 대전, 일본 원폭투하, 6 25사변, 넘실거리는 바다물결 그리고 하늘에서 눈꽃송이가 날리는 영상이 투사되어 독립운동사 강의실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무대 상수 쪽에는 건반악기와 현악기 연주석이 있어 연주자들이 극의 도입부터 대단원까지 연주를 하고, 정정화 선생 역을 하는 아름다움의 화신인 원영애 극단 독립극장 대표의 혼신을 다한 열연과 열창을 감상할 수 있다.

정정화 여사는 광복군 제3지대 소속이었다. 광복군은 만주에서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한 김학규 장군이 이끌었다. 김학규 장군은 서로군정서 간부와 조선혁명군 참모장으로 있으면서 혁명 동지들의 자녀 교육에도 힘썼던 분이다. 그는 광복군 제3지대를 창설하고, 함께 출발한 대원들은 모두 제3지대의 간부직을 맡게 됐다.

제3지대에는 광복군의 활동이 개시되기 전에 중국 중앙군 혹은 제8로군 쪽으로 탈주한 사람들도 있었다. 44년 여름부터 쉬저우 근처에서 일본군을 탈영한 학도병은 100여명에 이르렀다. 이 중에는 후일 고려대 총장을 지낸 김준엽, 광복회장을 지낸 윤경빈, 이승만 시대 <사상계>를 창간해 계몽활동을 했으며 이후 유신정권에 적극 저항하다가 75년 8월 경기도 포천군 약사 봉에서 의문의 추락으로 별세한 장준하, 그리고 정정화 선생 등이 있다.

필자는 1970년대 중반에 광복군 3지대 소속이었던 김문택, 지인중 선생의 소개로 광복군동지회 모임에서 정정화 선생께 인사를 드린 적이 있다. 그때 광복군 동지회분들이 정정화 선생을 “상해 임정에서 밥 짓던 아줌마야.” 라고 소개를 하고, 또 의정부 입구에 위치한 김 구 선생의 휘호가 있는 백범사(白凡寺)라는 비구승 사찰에 갈 때도 동행을 했는데, 함께 자리한 임정재정위원이던 조경한 선생께서도 “상해 임정에서 밥 짓던 정정화 아줌마야”라고 소개를 해, 상해임정의 가정부노릇을 하던 인물인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모노드라마 <달의 목소리>를 관람하고 나서야 정정화 선생의 면모를 제대로 알게 되었으니,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2016년에 작고한 김의경 선생께서 대표를 맡으셨던 올바른 역사극을 공연하는 단체인 “백민역사극회”에서 창단공연작인 이윤택의 <물고기의 귀향> 다음 작품으로 김수미 작 <달의 목소리>를 공연하라고 권하고 싶다. 덧붙여 애국이 아닌 정권장악에만 골몰하는 정치가에게, 진정한 애국이 무엇인지를 알도록 만드는 연극 <달의 목소리>의 관극을 권한다.

예술감독 최치림, 사진 그래픽 김솔, 제작PD 이혜은, 홍보마케팅 이상영 이승열, 공연진행 이용규 차지수, 라이브 연주 피아노 김유미 장유진, 첼로 정유진, 무대미술 임일진, 음악 김태근, 분장 김선희, 영상디지인 손희영(청강산업문화대학교) 조명디자인 영상제작 한원균(프로젝트 2 H), 조명팀장 도상민, 조명팀 권순환 윤석도 이범석 오택조 이응수, 무대보조 오미연, 조명오퍼 조영은, 편곡 김예나, 조연출 손정윤, 등 스텝 진 모두의 애국심이 제대로 발휘되어, 극단 독립극장의 최치림 예술감독, 김수미 작, 구태환 연출의 원영애 극단 독립극장 대표의 모노드라마 <달의 목소리>를,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1인 서사극으로 창출시켰다.

7월 15일

7, 극단 가변의 데이비드 홀리웰 작, 김철리 역, 이성구 연출의 <리틀 말콤>

노을소극장에서 극단 가변의 데이비드 홀리웰(David Halliwell) 작, 김철리 번역, 이성구 연출의 <리틀 말콤(Little Malcolm)>을 관람했다.

데이비드 홀리웰(David Halliwell, 1936~2006)은 요크셔(Yorkshire) 브릭하우스(Brighouse) 출신의 극작가다. 허더스필드 예술대학(Huddersfield College of Art)을 중퇴하고 Rada에서 연기전공을 한 후 노팅 힐(Notting Hill) 극장에서 무대감독을 했다.

<리틀 말콤(Little Malcolm)과 그의 투쟁>은 1965 년 런던의 유니티 시어터(Unity Theatre)에서 마이크 리 (Mike Leigh) 연출로 초연되었고, 그 해 말 개릭 시어터(Garrick Theatre)에서 재 공연되었다. 1974년 영화화 되었고, 1998년 햄스테드 시어터(Hampstead Theatre)에서 재 공연되었다.

1967 년에 방송 된 <‘Who ‘s Who>는 제임스 가필드 (James Garfield) 미국 대통령의 1881 년 암살 사건. 1969 년에 집필한 <KD Dufford Ask KD Dufford>는 KD Dufford의 일대기로 Lamda에서 공연되었다. <The Experiment>는 스티븐 손드 하임 (Stephen Sondheim)과 존 웨이드 먼 (John Weidman)이 회장 살해가 내용이다.

69 세의 나이로 사망 한 데이비드 홀리웰 (David Halliwell)은 <리틀 말콤(Little Malcolm)과 그의 투쟁>으로 연극사에 길이 남을 극작가가 되었다.

번역을 한 김철리는 서강대학교 출신으로 국립극단 예술감독 역임, 한국연극연출가협회 부회장, 한국연극협회 이사, 문예진흥원 선정 해외연수(런던), 백상예술대상신인연출상, 동아연극상 연출상, 영희연극상, 서울연극제 번역상, 제7회 한국뮤지컬대상 연출상 수상했다.

<맘마미아>와 <당통의 죽음>을 번역하고, <시라노 드 베르주락> <달빛속으로 가다> <들오리> <로미오와 줄리엣>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연출가 이성구는 대학로의 다음 세대를 대표하는 연출가로, “2010 차세대 연출가 인큐베이팅”, “2011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2012 서울연극제 기획초청작”, “2013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월요극장 시즌 0~2”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작품을 선보여 호평을 받아왔다.

연출작은 <인생 봄 그리고 꿈> <변신> <사라-0>, <찬란한 오후>, <유실물 보관소와 바람개비>, <햄릿 이야기>, <끔찍한 메데이아의 시(詩)>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연출가다.

무대는 자동차 정비업소 같이 꾸며놓았다. 붉은 색 소형 승용차를 해체시켜 차의 앞부분부터 차 안의 좌석, 뒤쪽의 짐칸 뚜껑까지 뜯어 바닥에 늘어놓고, 출연자들이 차위로 오르내리거나 차 안으로 들락날락하면서 떼어놓은 부분을 접합시키고 또 분리시키면서 연기를 한다. 나치 독일의 히틀러 시대를 연상시키는 손을 직선으로 들어 올려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고, 붉은 기를 들고 무대를 배회하고, 권총으로 위협을 하는가 하면, 집단 폭행을 벌인다.

이 연극 리틀 말콤(Little Malcolm)은 실제 인물이었던 말콤 엑스 (Malcolm X)의 일대기에 작가 데이비드 홀리웰의 학창사절을 합쳐 소재로 삼았다.

맬컴 엑스(Malcolm X, 1925~1965)는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 활동가이자 이슬람 운동가이다. 이슬람 개종 전 이름인 맬컴 리틀(Malcolm Little)이나 말년에 수니파로 귀의한 후 얻은 이름인 엘 하지 말릭 엘 샤바즈(아랍어: الحاجّ مالك الشباز)로도 알려져 있다. 미국의 흑인 무슬림 지도자이자 흑인 이슬람 종교 단체인 네이션 오브 이슬람(Nation of Islam)의 대변인이었다.

아버지 얼 리틀(Earl Little)은 백인 우월 주의자에 의해 살해당하였고, 맬컴의 삼촌 역시 린치를 당했다. 맬컴이 13세가 되던 해 어머니는 정신병원에 입원하였고, 맬컴은 위탁 가정을 전전하게 되었다. 흑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의무 부과에 저항하여 병역을 거부하였고 1946년에는 불법 침입과 기물 파손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다.

맬컴 엑스는 수감 생활을 하면서 네이션 오브 이슬람에 가입하였고, 1952년 가석방으로 출감한 이후에는 지도자가 되었다. 맬컴 엑스는 12년 동안 네이션 오브 이슬람의 대표적인 논객으로 활동하였지만, 1964년 3월 회장이었던 일라이저 무하마드와 불화를 겪고 탈퇴하였다. 네이션 오브 이슬람에서 탈퇴한 뒤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와 무슬림 모스크 인코퍼레이션(Muslim Mosque, Inc.)과 아프로 아메리칸 연대 기구(Organization of Afro-American Unity, OAAU)를 설립하였다. 맬컴 엑스가 네이션 오브 이슬람을 탈퇴하고 1년쯤 후인 1965년 2월 네이션 오브 이슬람의 회원 세 명에 의해 암살되었다.

맬컴 엑스의 사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크게 바뀌었다. 네이션 오브 이슬람의 대변인이었던 시절 엑스는 흑인 우월주의를 주장하였고, 미국 내에서 크게 일어났던 흑인 인권 운동이 인종 간 화합을 주장했던 것과 달리 흑인만의 국가를 세우는 흑인 분리주의를 지지하였다. 그러나 네이션 오브 이슬람과 결별한 뒤에는 생각을 바꾸어 인종 차별 반대와 흑인의 시민권 신장을 위해 활동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흑인들에게 민족 자결권과 자기 방어권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암살되기 직전 저널리스트이자 사진 작가였던 고던 파크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엑스는 지난 날 네이션 오브 이슬람의 대변인으로서 자신이 했던 발언에 대해 “나는 그런 말을 했다는 걸 후회한다. 나는 좀비였고…… 그런 것들에 빠져들어 너무 많은 말을 했다”고 밝혔다.

연극은 예술대학에 다니던 주인공이 자신이 저지른 나쁜 행동들 때문에 학교라는 조직체 내에서 학칙위반이라는 이유로 쫓겨 날 위기에 처한다. 이에 학교 규정상 처벌을 하려는 학장과 대치하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학장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처벌 조치에 대해 반감을 느낀다. 그들은 학장에 대하여 반항의 뜻으로 그들만의 새로운 당을 만들어 세상을 정복 하려는 황당한 계획을 세운다. 결국 우스꽝스런 그들만의 결집을 통해 자신들의 조직 명칭인 <강력발기당>을 만들게 된다. 그들은 <강력발기당>을 통해 자신들만의 규칙과 규율을 만들어 세상을 정복할 혁명을 하고자 다짐한다. 그들은 그들의 뜻과 반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가차 없이 제거 하는 규율 을 만든다. 혁명의 첫 번째 행동 목표로 그들의 적인 학장을 몰래 자동차로 납치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를 위해 학장을 납치할 모의 훈련과, 고문훈련, 군중 연설 등을 연습한다. 순간 이들의 모습에서는 열정과 정의감이 넘친다. 그러나 본래 주인공의 나약한 인간성을 지녔기에 그것을 친구 한사람이 알아차리게 되자 주인공은 그것이 알려지게 될가 두려워 그 친구를 학장의 끄나풀로 몰아 당에서 몰아낸다. 학장은 그의 친구들에ᅟᅦᆨ 학교로 돌아 올 것을 제안한다. 이들은 갑자기 자신들의 혁명이 허무맹랑함을 깨닫고 힘들어 한다. 이들은 주인공을 만나러 와서 그의 행동의 잘못된 부분을 말해준다. 하지만, 그는 친구를 폭력으로 제압한다. 이윽고 학장을 납치하고자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고, 그들은 굳은 맹세를 다짐한다. 하지만, 결국 주인공은 또 다시 의지가 부족하여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다. 친구들은 주인공의 이러한 행동을 주시하고 자신들의 행동을 후회하며 모임에서 떠나게 된다. 홀로 남은 주인공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위해 길을 떠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신경호, 박윤산, 김관모, 홍대표, 조혜림 등 출연자 전원의 독특한 성격설정과 호연 그리고 열연은 갈채를 받는다.

무대 이윤수, 조명 장영섭, 의상 김정향, 기회 이여울 등 기술진의 기량이 드러나, 극단 가변의 데이비드 할리웰(David Halliwell) 작, 김철리 번역, 이성구 연출의 <리틀 말콤(Little Malcolm)>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7월 18일

8, 극단 춘추와 극단 RM 컴퍼니의 시미즈 쿠미오 작, 송훈상 연출의 <분장실>

극단 춘추와 극단 RM컴퍼니의 시미즈 쿠미오(淸水 邦夫) 작, 송훈상 연출의 <분장실>을 관극했다.

시미즈 쿠미오(淸水 邦夫 1936~)는 일본 현대 극작가 중 대표적인 작가다. 현재 극단 木冬社 대표이자, 일본 극작가 협회 대표다. 그의 작품들은 과거의 기억들, 환상의 어둠에서 사회 현실을 떠오르게 하며, 현재 사회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現모습을 잘 이끌어내는 특징을 갖는 작가로 작품의 문학성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시미즈 쿠미오(淸水 邦夫)의 연극활 동은 1960년대 일본 신극(新劇)단 靑俳(seihai)에서 시작. 그 후, 같은 극단원이었던 川幸夫(니나가와 유키오) 와 함께 現代人劇場(gendaijin-gekijo), 櫻社(사쿠라샤)를 창단, 신주쿠(新宿)를 거점으로 사회성 짙은 문학 작품을 공연했다.

1968년부터 73년까지 6년 동안 일본열도에서 진행된 정치상황과 반주를 하듯이 연극을 무기 삼아 사회 현실에 직접 개입하려는 작업(정치극)을 펼친다.

그러나 60년대부터 70년대, 일본에 불어 닥친 ‘정치의 두꺼운 바람’은 72년에 일어난 연합적군(連合赤軍/좌익 과격파)에 의한 처절한 린치사건을 계기로 무너지고 그들의 연극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희곡 <탱고, 겨울 끝에>는 니나가와 유키오가 작품을 영국의 배우들과 같이 연출 작업하면서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각지에서도 작품이 공연되고 있다.

現代人劇場, 사쿠라샤(櫻社)를 해체하며, 연출가 니나가와 유키오와 결별한 그는 1976년, 스스로 모쿠토샤(木冬社)를 창단하고 현재까지 스스로 연출활동을 겸하고 있다.

송훈상은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 출신으로 현 극단 성좌 상임연출, 2009년 현재 약 200여편의 연극,무용, 뮤지컬, 축제에서 연출 및 무대 조명감독으로 활동했다.

<세일즈맨의 죽음>,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느릅나무 그늘의 욕망> <리타 길들이기>, <라생문><탱고> , <아카시아 흰 꽃은 바람에 날리고><신의 아그네스>,<프랑스뮤지컬 콘서트 무대감독(KBS홀)> 등에 무대감독 조명감독으로 참가했다.

강릉 국제 관광 민속제, 공주 아시아 1인극 제 무대, 운현궁 청소년 축제 무대감독, 크루즈여객선, 우크라이나 공연 팀 연출, 춘천 국제마임축제 기술 감독, 양천구 청소년축제 (쉼터) 감독, 진주 드라마 페스티발 연출팀, 한강 청소년동아리 문화축제 연출, 청소년동아리문화마당 연출, 블랙 코미디 연출, 과천 한마당 축제 기술 감독을 했다.

2016년에는 원로예술인 지원공연 <당신안녕> 무대감독, <엘렉트라 인 서울>, 2017년1월에는 <마요네즈>를 연출 한 훤칠한 미남 연극인이다.

<분장실>은 1976년 극단 모쿠토샤(木冬社)를 창단한 후, 두 번째 작품이며 1977년에 일본을 대표하는 시부야 쟌쟌 소극장에서 초연되어 문학성과 환상 성, 그리고 네 명의 여배우들이 등장, 배우 각자의 개성을 잘 펼칠 수 있는 작품으로서 호평 받고. 지금은 극단 모쿠토샤(木冬社)는 물론 여러 타 극단, 각 지방 아마추어 극단 및 전국 고등학교, 대학교 동아리에서 인기리에 공연되고 있는 작품으로. 시미즈 쿠미오(淸水 邦夫)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이다.

2016년에는 소극장 혜화당에서 한일연극교류 페스티벌 극단 유희(遊戲)의 시미즈 쿠미오(淸水 邦夫) 작, 배미향 연출의 <분장실>을 관극했고, 극단 유희(遊戲)의 <분장실> 공연을 2016년 밀양연극제에서 관람해 기억에 새롭다. 2017년 1월에는 아트홀 마리카 2관에서 송훈상 연출로 공연된바가 있다.

무대는 안톤체홉의<갈매기>가 공연되고 있는 극장의 어느 분장실이다. 여배우 A와 B가 무대 하수 쪽 분장 대에 앉아 얼굴에 분장을 하는 중이다. 배우 C가 분장실로 들어온다. 배우C는 체홉의 <갈매기>에서 니나 역을 맡은 배우다. 그녀는 무대에 오르기 전 분장을 하고 발음, 대사 연습을 하면서 긴장을 풀고 있다. 태평양 전쟁 이전과 이후에 죽은 두 여배우 A와 B는 세파에 진 무른 상처를 안고 분장실에 머물고 있는 귀신들이다. 그들은 <갈매기>의 나나역이나 <맥베스>의 레이디 맥베스 역, 미요시 쥬로(일본 극작가)의 <잘리는 남자, 센터> 등 주역을 해보지 못하고 귀족A, 전령2, 문지기3 등 조연 배우만 하다가 죽었는데, 여배우의 꿈 때문에 배역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분장실에 나타난다. 자기들이 꿈꿨던 주역들의 대사를 줄줄 외우고 연습도 하고 곧 무대에 오를 것처럼 분장까지 해가며 한을 달래고 있다. 한편, 배우D는 「갈매기」에서 프롬터 역을 맡았으나 역할을 해보지도 못하고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병원침상용 베개를 안은 채 분장실에 나타난다. 배우C가 맡고 있는 니나 역을 하고 싶어 하는 배우D는 배우C에게 배역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

니나 역을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해 화가 나서 분장실에 들어 온 배우C는 배우D의 억지에 아연실색하여 배우D를 때려 내쫓는다. 배우 D는 배우C의 휘두르는 분장도구에 맞아 실신한다. 배우 C가 놀래 D를 일으키려 한다. 다행히 D는 일어나 퇴장한다. 배우 C는 원하던 안톤 체홉의 갈매기에서 니나 배역을 얻었지만 만족할 만큼 배역을 소화해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기에 고뇌와 갈등에 쌓인다. C는 등장차례가 되었는지 퇴장한다. 배우A와 B는 배우 C가 한 배우 D에 대한 처사를 비난한다. 그러다가 D가 다시 베개를 들고 등장해 A와 B의 존재를 의식하게 되면서 서로의 존재와 행동을 이해하며 함께 한을 달랜다.

대단원에서 배우 C는 니나 역할이 더 이상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식을 했는지 맡겨진 역할을 D에게 양보하기로 결심을 하고, 평상복으로 갈아입고는 퇴장한다. 분장실에 남은 배우A, B, 그리고 새 배역을 맡은 D는 체호프의 <세 자매>를 함께 연습하는 장면에서 공연은 마무리를 한다.

여배우 A를 장설하와 도유정이 더블 캐스팅 되어 출연한다. 여배우 B를 김미준과 박선미가 역시 더블 캐스팅 되어 출연하고, 여배우 C를 전서진과 서정우, 여배우 D를 신선영이 맡아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독특한 성격창출로 관객을 극 속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받는다.

그림 작 한임수, 드라마투르크 김혜주, 조명 무대 송훈상, 기획 김영혁, 홍보 김만중, 홍보 영상 SUNDAY 5, 촬영협찬 유진수(보떼 스튜디오)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춘추와 극단 RM컴퍼니의 시미즈 쿠미오(淸水 邦夫) 작, 송훈상 연출의 <분장실>을 연출가와 연기자의 기량이 제대로 무대 위에 형상화 된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7월 19일

9, 극단 서울공장의 아리스토 파네스 작, 임형택 각색 연출의 음악극 <노래하는 새 뻐꾸>

노원문화예술회관(관장 김승국)에서 극단 서울공장의 아리스토파네스 작, 임형택 각색 연출의 음악극 <노래하는 새 뻐꾸>를 관람했다.

사람들은 시대와 지역과는 상관없이 누구든지 한 번쯤 자신들의 유토피아를 상상해 왔다. 역사적으로도 유토피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많이 있었고, 그것을 문서화한 것들도 많이 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 십자군원정, 대항해시대,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 등 수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유토피아를 말해왔고, 실제로 유토피아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의 경우처럼 유토피아의 상상은 그리스 시대에도 예외는 아니다. 그 중에서도 아리스토파네스는 희극이라는 방식으로 어떻게 자신의 유토피아를 그려냈다.

“제우스처럼 저 높은 구름 사이로 숨어 버리는 대신 너희들과 함께 있으면서 너희들뿐만 아니라 자손 대대까지도 건강과 부귀와 장수와 평화, 젊음, 웃음, 노래, 잔치를 베풀어 주리라.”

위의 말은 여러 종류의 새들로 구성된 코러스의 장인 코로스의 장이 인간들에게 자신들, 즉 새들을 섬기도록 설득하고자 연설을 하고 있는 장면이다. 코로스장의 말에서처럼 자손 대대로 건강과 부귀, 장수와 평화, 젊음과 웃음, 노래가 끊이지 않는다면 이것은 그야말로 유토피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스장이 이 말을 하게 된 것은 피테타이로스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테타이로스는 에우엘피데스와 함께 아테네에서 도망쳐 나온다. 그들은 연일 법정에서 노래 부르듯이 송사만하면서, 스파르타와의 전쟁이 끊이지 않는 아테네에 염증을 느껴 그곳을 떠나 안주할 조용한 나라, 즉 유토피아를 찾아서 떠난다. 그 둘은 후투티로 변한 페데우스를 찾아간다. 하지만 후투티도 그들의 유토피아를 찾아 주지는 못한다. 그런 중에 피테타이로스는 새와 함께 살 것을 제안한다. 그는 이미 새와 함께 살며 자신이 원하는 유토피아를 직접 건설해야겠다는 생각에 도달한 것이다. 그는 모든 새들을 모아서 그들에게 새들이 원래 세계의 권력을 잡고 있었고 지금은 그것을 신들에게 빼앗겼고 말한다. 그리고 신들에게서 최고의 권력을 되찾아올 방법을 이야기한다. 새들은 피테타이로스의 말을 믿는다. 그리하여 피테타이로스를 중심으로 하늘에 네펠로코키기아라는 새들의 나라가 세워진다. 이로써 피테타이로스는 네펠로코키기아의 왕으로 등극하고, 자신이 꿈꾸던 유토피아를 만든다.

유토피아의 어원을 보면 유토피아는 두 가지 의미로 나뉜다. 하나는 Utopia로 no place란 뜻이고, 다른 하나는 Eutopia로 good place란 뜻이다. 즉 유토피아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면서 좋은 곳이라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아리스토파네스의 「새」에 나오는 네펠로코키기아는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나라는 하늘과 땅 사이의 천공에 지은 것인데, 그렇기에 이는 작품 속에서만 존재하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no place이다. 그리고 ‘자손 대대까지도 건강과 부귀와 장수와 평화, 젊음, 웃음, 노래, 잔치를’ 베풀어 주는 곳이기 때문에 good place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어원적으로도, 또 피테타이로스가 꿈꾸었던 아테네의 병폐를 해결한 곳이라는 의미에서도,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네펠로코키기아는 그의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다. 아리스토파네스는 「새」를 통해서 자신이 진정 꿈꾸었던, 유토피아를 건설하려 애썼다.

임형택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동국대학교 예술대학원 연극영화과 연극연출 전공, 뉴욕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MA 연극학 전공), 뉴욕 콜롬비아 예술대학원, 연극연출 MFA과정, 극단 LITE(Laboratory for International Theatre Exchange, Inc.) 동랑 예술센터 남산교육원 연기과정 책임교수, 국제 연극제, ‘Chekhov Now, New York’ 예술감독을 역임했고 현재 극단 서울 공장 대표다.

연출작으로는 ‘남자는 남자다’‘ 우리 읍내 ’‘한여름밤의 꿈’‘ 맹진사댁 경사 ’‘보이첵’ ‘TV동화 행복한 세상’ ‘느림’ 뮤지컬 ‘I’ ‘세자매: 잃어버린 시간’ ‘벚꽃 동산 – 꼬메디 노스딸지아’ ’길 떠나는 가족’ ‘세-세’ ‘논쟁’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No Exit-The Form of Space’ LITE, 한 여름 밤의 꿈’‘Paramita’ 연기, Public ‘Woyzeck’ ‘벚꽃동산’ ‘세자매- 꽃상여, 두 메데아, 햄릿 아바따 등을 연출했다.

2007카이로국제연극제 최우수 연출상, 2014 공연예술대상, 2015 무용문화포럼 최고연출상을 수상했다.

무대 하수 쪽 배경 가까이 타악과 현악 그리고 건반악기 연주석이 있고, 그 앞 의자에 국가무형문화재 가곡이수자가 마이크 앞에 앉아있다.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 나무 두 그루가 서 있고, 잎은 천으로 늘어뜨렸다. 상수 쪽 굵은 기둥 위에 마치 창 같은 조형물이 있고 거기에 나뭇가지와 잎이 보인다. 출연자들이 각종 새의 날개가 달린 의상을 입고 등장하고, 새를 나타내는 각종 장신구를 착용하고 등장해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춘다. 그리고 객석으로 몰려 내려와 관객과 소통을 한다. 각색과정에서 인물 이름과 새 이름을 한글로 바꿔 등장시킨다.

김민정이 새들의 혼, 백유진이 장설득, 배수진이 오희망, 김충근이 추장새, 이엘 리가 밤 꾀꼬리, 김민진, 김단아, 한혜진, 최문혁, 김사련, 윤채연, 구정은, 김선완, 김예원, 라헬 부쇼 등 출연자 전원의 독특한 조류설정과 노래 그리고 율동은 관객을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받는다.

윤경로가 음악감독과 기타연주, 리사 림이 첼로, 김태훈이 드럼, 남다혜가 피아노, 한수진이 피파연주, 박영준이 바이올린 연주로 극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관객을 감상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프로덕션 매니저 이수연, 무대감독 손유진, 조연출 이호빈, 기획 권현진, 무대 손성수, 의상 장혜숙, 조명 박지예, 음향 이승용, 분장 박세은, 영상 김 민, 사진 김찬영, 홍보물디자인 송기혜 이재환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어우러져, 극단 서울공장의 아리스토파네스 작, 임형택 각색 연출의 음악극 <노래하는 새 뻐꾸>를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연극성, 음악성을 갖춘 친 대중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7월 20일

10, 알그리고핵 페스티벌 정승진 작, 윤시중 무대 연출의 <거인 이야기>

소극장 알과핵에서 알그리고핵 페스티벌 정승진 작, 윤시중 무대 연출의 <거인 이야기>를 관람했다.

<거인 이야기>는 정승진의 첫 번째 희곡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인데 현대감각에 맞게 상상력을 발휘해 걸리버 여행기나 알라딘의 램프에 등장하는 거인을 연극에 등장시켜 그림자 극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엄마 없는 아들, 모성애를 그리워하는 아들에게 아버지로서의 따뜻한 사랑이 눈물겹도록 펼쳐진다.

윤시중(1969~)은 연극연출가 겸 무대미술가다. 서울예대 연극과, 방송통신대학 영문과, 뉴욕시립대학원(MFA) 출신으로 용인대학교 뮤지컬연극학과 교수, 극단 하땅세 대표다.

연출작품으로는 파리대왕, 타이투스 앤드로니커스, 붓바람, 싱크로나이즈, 하땅세, 리회장 시해사건, 갈매기, 3cm, 마라사드, 세상에서 제일 작은 개구리 왕자, 찬란한 오후, 포트, 백무동에서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제48회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 밀양연극제 대상, 연출상, 연기상, 아시테지 최우수작품상, 특수부문상, 김천전국연극제 대상, 연출상, 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무대는 바닥에 커다란 이불을 깔아놓았다. 오른쪽에는 연주석이 있어, 기타, 실로폰, 북 같은 악기를 연주자가 연주를 하고, 극중에 출연도 한다. 백색 천을 중간 막처럼 사용하고, 거기에 그림자를 투사해 그림자 연극이 극중 삽입이 된다. 거인과 아들의 만남은 아빠의 커다란 그림자와 휴대폰 속의 아들의 영상을 사용하고, 높은 산을 오르는 장면은 이불을 뾰족하게 끌어올려 손가락으로 사람이 산을 걸어 오르는 발의 모습으로 연출된다. 베개를 사용하고, 아버지의 가방도 소품으로 사용된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지만 아들 역은 예쁜 여배우가 소년 역을 하고, 실제 소년처럼 연기한다.

연극은 도입에 소년이 홀로 있는 집에 아빠가 직장에서 돌아오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아버지의 기척이 있자 소년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몸을 숨긴다. 물론 아버지는 소년이 이불 밑에 있다는 것을 알지만, 맛있는 피자를 사왔다며, 아들이 안 보이니 혼다 먹는다며 “맛있다!”는 소리로 아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다. 아들은 이불 밖으로 손을 삐죽 내밀어 달라는 손짓을 한다. 향후 아버지와 아들의 정겨운 장면이 연출된다. 산을 오르기도 하고, 거인을 만나기도 한다. 거인의 모습에 아들이 놀라고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거인의 착하고 다정한 모습에 아들과 거인은 친구사이가 된다. 그런데 거인이 마을사람들의 질시와 냉대로 소인처럼 쭈그러든다. 게다가 우리 속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아들은 거인을 천신만고 끝에 구해내고, 다시 자신감을 불러 일으켜 거인으로 돌려놓는다. 그림자 연극이 끝나면 더욱 다정해진 아버지와 아들이 이불에 나란히 누워 잠이 드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유석원, 김주일, 양혜림, 전소희, 이보미 등이 2인 1역으로 공연마다 교대로 출연해 호연과 열연으로 선생님과 학생들은 물론 학부형들의 갈채를 받는다.

주최주관 유석원, 무대감독 임세운, 기획 이수현, 음악감독 김윤미, 조명 김휘수, 의상 김지혜, 영상 신민규, 소품 이수정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알그리고핵 페스티벌 정승진 작, 윤시중 무대 연출의 <거인 이야기>를 기억에 길이 남을 아동극으로 탄생시켰다.

7월 21일

11, 극단 종이로 만든 배의 케리 케네디 원작, 아리엘 도르프만 작, 문현아 번역, 하일호 연출, 김형용 협력연출의 <권력에 맞서 진실을 외쳐라>

성북마을극장에서 극단 종이로 만든 배의 케리 케네디 원작, 아리엘 도르프만 작, 문현아 번역, 김나연 윤색, 하일호 연출, 김형용 협력연출의 <권력에 맞서 진실을 외쳐라>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인권운동가 케리 케네디(Kerry Kennedy)가 전 세계 51명의 인권운동가를 인터뷰한 동명서적을 아리엘 도르프만(Ariel Dorfman)이 희곡으로 만든 작품이다.

케리 케네디(Kerry Kennedy,1959~))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이자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딸이다. 현재 인권운동가로 활약하고 있는 작가다.

이 연극은 케리 케네디(Kerry Kennedy)가 세계 각지의 인권운동가 51명의 삶을 2년에 걸쳐 5개 대륙 40여 개국을 돌아다니며 기록한 책 ‘진실을 외쳐라(Speak Truth to Power)’가 원작이다. 1988년에 케리 케네디가 방한했을 당시 자신의 책을 소개하며, “한국 사람들이 내 책을 읽고 인권운동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권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지 알게 되기를 바란다.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실제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내 책이 주고 싶은 메시지는 ‘소수의 개인이 세상 전체를 바꿀 필요는 없다. 조금의 노력이라도 사회적 반향을 일으켜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간다’는 것이다.”

케리 케네디(Kerry Kennedy)의 <진실을 외쳐라(Speak Truth to Power)>를 읽으면 험한 꼴을 당하면서도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인권운동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의 해답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여성인권운동가들이 당하는 고통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뉴멕시코 태생으로 우르술라회 수녀인 다이애너 오르티스는 과테말라 선교활동 중 89년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돼 윤간과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 시체 구덩이에 버려졌다가 탈출에 성공했다.

1981년부터 인권운동을 시작한 케리 케네디는 “당시 세계적으로 ‘여성인권’이라는 것이 따로 구분되지 않고 있었다.”며 “그래서 여성인권이란 것을 찾고자 노력했고 많은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성인권회의’를 172개국이 가입한 상태이며 미국은 아직도 회원국으로 가입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미국의 갈 길은 아직도 멀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20년 전만 해도 여성 인신매매, 여성 할례, 남녀 임금 차이 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 동안 인식의 변화와 함께 상당한 성과를 거두게 됐다.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여성 스스로의 노력과 여성들을 위해 싸운 아버지, 오빠 등 다른 가족의 인식 변화 덕분이다.”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말하는 것은 그로선 다소 껄끄러울 수 있는 일이지만, 그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 반대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인권을 특정 정부를 몰아세우는 도구로 악용해서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해서도 안 된다”며 “인권을 무기로 마치 중세시대에 성문을 부수듯 정권을 몰아붙이는 것은 쉬우나, 그것이 북한 사람들의 인권을 진정 개선하는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도 전제주의 국가이기에 다른 전제주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인권의 개선 가능성이 보이고 있지 않다”며 “이 같은 상황들을 문서화하고 세세히 알려 북한 정부의 인권침해에 대해 책임을 묻는 일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했다.

1987년 로버트 케네디 인권센터를 설립해 아동노동, 실종, 토착민의 권리, 표현의 자유, 인종폭력, 여성의 권리 등 다방면에 걸쳐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뛰어온 케리 케네디는 현재 30여 개국에 파견된 30여 명의 인권대표단을 이끌고 있다.

이 같은 그의 활동 뒤엔 암살당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뒤를 이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왔다가 역시 피살당한 아버지 로버트 케네디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아버지는 전 세계를 다니며 마틴 루터 킹 같은 인권운동가들이 독재와 인권 유린에 맞서 싸우도록 도우셨다. 이때 아버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덕목은 바로 용기였다. 이 용기는 바로 도덕적 정의감에 근거한 용기다.”라고 강조했다.

아리엘 도르프만(Ariel Dorfman, 1942~)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고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낸 후 칠레에 정착하여 싼띠아고의 칠레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삐노체뜨의 쿠데타가 일어나자 미국으로 망명했고 현재는 듀크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창작활동과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아리엘 도르프만은 칠레의 척박한 현실을 독특한 수법으로 명쾌하게 그려낸 작품들을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세계 문화시장에서 친자본주의적인 주류문화와 다른 ‘대안적인 문학’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주요작품으로 장편소설 『과부들』, 『콘피덴쯔』, 『체 게바라의 빙산』, 희곡 『죽음과 소녀』, 『독자』, 『가면』, 시집 『싼띠아고에서의 마지막 왈츠』, 소설집 『우리 집에 불났어』, 문화비평집 『도널드 덕, 어떻게 읽을 것인가』, 『제국의 낡은 옷』, 평론집 『미래를 향해 쓰는 작가들』, 『공포 몰아내기: 삐노체뜨에 대한 놀라운 심판』, 회고록 『남을 향하며 북을 바라보다』 등이 있다.

연극은 출연자들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하여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 세계 인권운동가 51인의 숭고하고도 감동적인 명대사를 나누어 읊조리며 독백극의 연속처럼 연극을 이끌어 간다. 배경에는 각 인물과 연관된 영상을 투사해 극적 효과를 높인다.

수단의 독재정권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반정부인사 및 남부의 기독교인에게 저지르는 방화와 약탈, 폭행, 투옥, 고문, 학살에 맞서 싸우는 ‘익명의 인권운동가’ 또한 멕시코의 수녀이자 인권 변호사 디그나 오초아는 2001년 10월 19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여러 발의 총탄에 맞아 사망한 모습으로 발견된다. 세상은 아직도 인간으로서 누려야 마땅한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곳이다.

전 세계 인권운동가 51인의 감동적인 삶이 극에서 소개가 되고, ‘불의한 권력에 맞서 진실을 외쳐’ 자신의 공동체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헌신과 용기가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그리고 그들이 어떤 대의를 위해서 온갖 희생을 무릅쓰고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를 소개한다. 그들이 헌신하는 대의는 표현의 자유, 법치주의, 여성의 인권, 종교의 자유, 환경보호, 노예제 폐지, 자본에 대한 접근권, 그리고 적법절차의 권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배경에는 세계적인 사진작가 에디 애덤스가 촬영한 감동적인 인권운동가의 모습이 영상으로 투사가 된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데스먼드 투투(남아공의 대주교, 1984년), 엘리 비젤(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루마니아 작가, 1986년), 오스카 아리아스 산체스(코스타리카 전 대통령, 1987년), 달라이라마(1989년), 리고베르타 멘추 툼(과테말라의 원주민 인권 운동가, 1992년), 호세 라모스 오르타(동티모르의 독립 및 평화운동, 1996년), 바비 멀러(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국제 지뢰금지운동가, 1997년), 왕가리 마타이(케냐의 환경운동가, 2004년), 바츨라프 하벨(체코의 작가, 전 대통령), 발타사르 가르손(피노체트를 기소한 스페인의 판사), 헬렌 프리진(미국의 수녀이자 사형제도 폐지운동가, 영화 <데드맨 워킹>의 원작자), 무함마드 유누스(방글라데시의 ‘빈민을 위한 은행’ 그라민은행 창립자), 매리언 라이트 에델먼(미국, ‘아동보호기금’의 설립자)과 같은 국제적인 명사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대다수 활동가들은 자신의 나라 밖에서 칭송받기는커녕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다. 성노예였다가 현재는 노예제 폐지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가나의 줄리아나 도그바드지, 가정폭력에 맞서 싸우고 있는 러시아의 마리나 피스클라코바, 정신장애자의 인권을 옹호하고 있는 헝가리의 가보르 곰보스를 비롯한 30여 개국의 활동가들이 소개가 된다.

이 인권운동가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묻게 된다. 성공과 승리의 가능성도 거의 없는데 투옥과 고문, 죽음까지 무릅쓰며 그 길에 뛰어들고 그 길을 계속 걷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와 같은 용기는 특별한 사람들이 타고나는 것인가? 이들이 처했던 상황과 조건, 개인적 경험은 다양하고 표현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천직’과 ‘소명’, ‘하늘의 뜻’이라는 굳은 믿음이든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할 것인가!’ 하는 의로운 결단이든, 이들을 움직인 한결같은 힘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깊은 연민과 사랑, 그리고 불의에 대한 분노다. 그들은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으며, 냉정하고 현실적인 태도로 낙관의 길을 찾는다. 그리고 그들이 걷는 길은, 모잠비크의 소년 병사들을 구하는 일에 여러 차례 자신의 목숨을 걸었던 아부바카르 술탄의 말처럼 “언젠가는 아이들이 아이로 대우받으며 인간으로서 누려야 마땅한 모든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세상”으로 이어져 갈 것으로 확신한다.

대단원에서는 작은 목소리 하나하나가 모여 큰 소리가 되고 그것이 올바를 변혁을 이루는 길이라고 전한다.

김보경, 박경은, 손인수, 고윤희, 서기청란, 주선옥, 김영표, 안지은, 김범린, 김진희

등 출연자 전원의 절제된 연기와 명확한 대사전달은 관객을 깊은 상념의 세계로 인도를 하고 연극의 주제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한다.

조연출 박희연, 피디 쭈야, 양상 사진 루피, 디자인 농담, 오퍼레이터 이건희, 진행 김선미, 홍보 모슈컴퍼니 이지은, 한국에이전시 박준규, 아리엘 도르프만 에이전시 마틴 네일러, 인권연극제 스텝 좌동엽 누리에 루피 쭈야, 후원 로버트 케네디 인권재단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종이로 만든 배의 케리 케네디 원작, 아리엘 도르프만 작, 문현아 번역, 김나연 윤색, 하일호 연출, 김형용 협력연출의 <권력에 맞서 진실을 외쳐라>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7월 21일

12, 극단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의 베르톨트 브레히트 작, 임형진 번역 각색 음악 연출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혜화동 선돌극장에서 극단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의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작, 임형진 번역 각색 음악 연출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Mother Courage and Her Children)>을 관람했다.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의 <억척 어멈과 그 자식들(Mother Courage and Her Children)>은 30년 전쟁 중에서도 1624년에서 1636년까지 12년간의 유럽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안나 피에르링(Anna Fierling)이 자식을 잃는 과정이 연대기 순으로 펼쳐지고, 군인들에게 생필품을 판매하는 이동 매점을 하면서 두 아들을 잃고 귀머거리이자 벙어리인 딸도 잃는다.

이 작품에서 브레히트는 관객의 이성에 호소하여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촉구하는 서사 극(epic drama) 적 방법으로 작품을 구성했다. 17세기에 일어난 30년 전쟁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지만, 1941년 제1차 세계대전도 극 속에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각 장면이 시작되기 전에 제목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이는 앞으로 전개될 사건을 미리 알려 관객들이 그 속에 담겨진 정치적. 경제적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 서사극적(epic drama) 방법으로 집필했다.

임형진은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연극전공을 한 후 독일베를린예술대학교와 베를린자유대학교 인문철학부 연극학 전공의 철학박사다. 국립극단 연출부에서 활동했고,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연출과 포스트드라마 <동의에 관한 바덴의 학습극-무엇이 당신을 소진시키는가?> <Maske und Macht> <스니키 휫치의 죽음>을 연출했다. 2008,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제5회 젊은 비평가상을 수상했다. 현 극단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의 대표다.

무대는 배경 중앙에 연주석이 있어 타악기와 건반악기를 연주한다. 하수에 사각의 입체 조형물 여러 개를 배치하고, 장면변화마다 이동시켜 사용한다. 상수 족 배경에 스크린을 설치해, 영상으로 유럽의 시대적 역사적 중요 인물의 그림과 사진을 투사하고, 우리나라의 정치적 인물도 소개를 한다. 무대중앙에 각종 신발로 가득 찬 카터 카가 있어 억척어멈이 끌고 다니며 사용한다. 상수 객석 가까이에도 환등기와 음향기기와 마이크를 설치해 연출이 테크니컬 디렉터 역할까지 하고, 영상을 스크린에 투사하는가 하면, 음향효과도 창출시킨다. 음악도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중의 노래와 괴테의 시에 슈베르트가 곡을 붙인 들장미를 출연자가 노래하는 등 클래식 곡을 사용했다.

이 연극에서는 억척어멈과 세 자녀가 등장한다. 억척어멈과 예쁘고 총명한 딸, 예쁘지만 벙어리인 딸, 그리고 훤칠하고 잘생긴 아들이 등장해, 작중인물의 역할 뿐 아니라

배우자신의 관한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한다. 연출이 포스트드라마(post drama) 즉 포스트모더니즘(post modernism) 방식으로, 다시 말해 20세기의 모더니즘을 부정하고 고전적·역사적인 양식이나 수법을 받아들이려는 예술 운동과 연관시켜, 작품 각색과 연출을 했기에 브레히트의 서사극(epic drama)에 내레이션(narration)을 첨가해 극이 친 대중적인 분위기와 공감대 속에서 전개된다.

원작에는 12개의 장면으로 나누어지고 억척어멈이라 불리는 안나 피어링(Anna Fiering)이 1624년에서 36년까지 12년간 유럽 각지의 전쟁터를 유랑하면서 장사를 하는 장면으로 구성되고 그러는 동안에 배다른 세 자식(용감한 맏아들 아일립과 정직한 둘째아들 슈바이처카스, 동정심 많은 외동딸 카트린)을 모두 잃고 장사도 점점 기울어가는 것으로 전개가 된다. 이러한 몰락의 과정은 12장에 나타나는 이동주보가 점점 허술해지는 것으로 귀결이 된다. 억척어멈은 때로는 신교 측인 스웨덴 군을 따르기도 하고 전세가 뒤바뀌면 구교도 측 의 황제 군을 따르기도 하면서 철저하게 전쟁을 이용하여 벌어먹고 살지만, 자식들을 모두 잃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도 끝내 전쟁의 모순을 깨닫지 못한다.

이 연극에서는 두 아들을 딸과 아들로 바꾸고, 막내를 벙어리 딸로 설정해서 등장시키지만 벙어리인 막내 역시 억척어멈과 언니와 오빠처럼 자신이 연기자가 된 과정을 명확한 대사 전달로 소개를 한다. 대단원에서 억척어멈은 종전이 된지 3년 후에야 전쟁이 끝난 것을 알게 된다는 결말이다.

억척어멈으로 이현순이 출연해 중후한 연기력으로 갈채를 받는다. 오다애가 벙어리 딸로 출연하지만, 슈베르트의 들장미를 성악가 못 지 않은 열창으로 기량을 드러내 갈채를 받는다. 윤소희 역시 호연과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김의환이 처음으로 출연하는 연극에서 탁월한 기량을 선보여 발전적인 앞날을 예측케 한다.

예술감독 무대미술 임일진, 조명디자인 김광섭, 조연출 오지연, 조연출보 조은채 진예림, 무대미술보 오미연 이규진, 조명오퍼 한상길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의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작, 임형진 번역 각색 음악 연출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Mother Courage and Her Children)>을 연출가의 새로운 연출기법과 출연진의 기량이 조화를 이룬, 기억에 길이 남을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7월 23일

13, 극단 글로브의 황선욱 예술감독, 김용을 작 연출의 <동치미>

대학로 JTN 아트홀 1관에서 극단 글로브의 한상욱 예술감독, 김용을 작 연출의 <동치미>를 관람했다.

김용을은 극작가 겸 연출가로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출신이다. 사)한국여성문화예술인총연합(KoWACA) 법인 사무국장, 사)한국연극협회 정책개발위원회 정책위원, 극단 글로브극장(110-91-80162) 代表, 도서출판 글로브(제307-2011-51호) 代表다.

주요 작품으로는 희곡 <퍼펙트 라이프> <환생> <누이야> <첫사랑> <동치미> <쾌도난마 정도령> <The Lord><Made in USA> <손님> <Dream &Vision> 등과 뮤지컬 <프라미스> <누이야> <연가> <위기탈출 넘버원>을 발표하고, 시나리오로는 <동치미> <누이야> <그 여자 엘림, 수선화> 등이 있다.  <동치미>는 영화로 제작되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연극 <동치미>로 2015년 대한민국 국회대상 ‘올해의 연극상’을 수상하고, 2014년 ‘대한민국 창조문화예술대상’에서 특별상, 인기상, 공로상, 남녀신인상 등을 수상 한 바 있고, 지난 2013년 ‘대한민국 창조문화예술대상’에서는 영예의 작품상을 수상했다.

무대는 부모의 집, 공원, 사돈댁, 병실, 영안실로 사용된다. 벤치와 침상, 영정을 올려놓은 상청 등을 마련하고, 옷가방, 문서, 통장 그리고 핸드백, 선물꾸러미, 약봉지 등이 소품으로 사용된다.

극단 글로브의 연극 <동치미>는 대학로에서 장기공연을 해서 호평과 성공적인 공연을 거둔 작품으로. 그간의 출연진도 몇 차례 교체된 바가 있다.

필자는 대학로에서 두 번 관극을 했고, 북촌아트홀 공연이 세 번째 관극, 이번 JTN 아트홀 1관에서의 공연이 네 번째 관람이었는데, 지난 공연보다 출연자들의 기량이 상승이 되었고, 연기자들 간의 호흡일치가 거의 완벽에 가까워, 작가 겸 연출인 김용을 극단 글로브 대표의 열정과 노고가 무대 위에 잘 형상화된 공연이었다.

줄거리는 70세가 된 노부부가 말년을 병마와 싸우면서도, 상대에게 내색을 하지 않고, 끝까지 숨기다 쓰러진다. 1남 2녀의 자식 중 막내딸은 연극을 하느라, 과년한 연령임에도 불구하고 미혼이고, 막내 위의 남매는 출가를 했으나, 장녀는 행세를 하는 집으로 시집을 가, 부친이 선물을 들고 사돈댁을 찾지만, 찾아온 손님이 많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한다. 아들은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며 부친에게 도움을 청한다. 처음에는 거절을 하던 부친은 아들을 위해 집문서를 담보로 돈을 마련해준다. 그러나 아들은 사업에 실패를 하고 백수가 된다. 부친은 아들의 재기를 위해 마지막 남은 집까지 판 통장까지 아들 손에 쥐어준다. 아들이 눈물을 흘리고 고마워하며 울부짖자 좌중의 백발의 관객은 너도 나도 손수건을 꺼내 눈으로 가져가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부부가 나들이를 하면서 노부인이 자신의 지병을, 숨을 거두기 전까지 남편에게 발설하지 않고 숨기다가 공원에서 쓰러지는 모습은, 객석을 안타까움과 동정과 연민으로 채우고, 아버지 역시 부인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쓰러져 운명하니, 백발의 관객은 저마다 어깨를 들썩이며 슬퍼하는 모습이 한동안 계속되기도 했다.

대단원에서 저세상으로 간 아버지가 유언처럼 <꿩 먹고 알 먹고>라는 속담을 자식들에게 녹음으로 들려준다, 산불발생으로 모든 야생동물이 불을 피해 도망하는데, 유독 꿩만은 자리를 뜨지 않고 불에 타죽은 모습에서, 알을 보호하기 위해, 개울물에 몸을 적셔가며 둥우리의 알에게 산불 열기가 닷지 않도록, 자신의 적신 몸으로 알을 감싸고 이러한 동작을 되풀이 하다가, 어미 꿩은 새카맣게 타죽고 알도 열기로 삶아져서 익은 상태가 되었기에, <꿩 먹고 알 먹고>라는 속담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연극은 끝이 난다.

중견배우 이기석과 김계선이 초연 이후 지금까지 남편과 아내 역을 맡아 농익은 연기로 갈채를 받는다. 맏딸 역에는 이효윤, 사고뭉치 아들 역에는 안재완, 천방지축 작은 딸은 은윤지가 출연해 호연과 열연으로 역시 갈채를 받는다.

예술감독 한상욱, 프로듀서 서기원, 기획 강신혜, 슈퍼바이저 David Geum, 기술감독 주승민, 무대감독 김대경, 조연출 오정민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글로브의 한상욱 예술감독, 김용을 작 연출의 <동치미>를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감동만점의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7월 26일

14, 공연제작센터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윤광진 역 연출의 <한여름 밤의 꿈>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공연제작센터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윤광진 번역 연출의 <한여름 밤의 꿈>을 관람했다.

윤광진(1954~)은 서강대학교와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 바버라 대학원 출신이고, 우리극 연구소 소장, 용인대학교 문화예술대학 뮤지컬 연극학과 교수다.

1994년 동아연극상 연출상, 작품상, 2007년 서울연극제 작품상, 2013 김상열 연극상, 한국연극대상을 수상한 우수한 연출가다. <혈맥> <세자매> <아메리칸 환갑> <못생긴 남자> <로미오와 줄리엣> <그림자 아이> <츄림스크에서의 지난여름> <황금용> <리어왕> 등 연출작에서 출중한 기량을 발휘했다. 기량이 부족한 연출가들은 무대장치에 힘을 기울이지만 윤광진 연출은 배우들의 연기력 위주로 작품에 생명력을 부어 넣는 실력파인데다 출중한 미남 연출가다.

1826년 17세의 멘델스존(독일)은 피아니스트인 누나와 함께 당시 독일에서 공연된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 밤의 꿈>을 처음으로 관람하고, 감동을 받아, 피아노곡으로 그 인상을 옮겼고 다시 관현악곡으로 바꿔 <한 여름 밤의 꿈>의 서곡을 만들었다. 그로부터 16년 후 1843년에 프로이센 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 앞에서 스케르초를 비롯한 12곡을, 이미 완성되어 있는 서곡과 함께 포츠담 궁에서 <한 여름 밤의 꿈>의 극중 음악으로 발표를 했다. 서곡과 본 곡과의 사이에는 16년의 시간차가 있지만 그 차이를 느낄 수 없도록 작곡되어 멘델스존의 천재성을 감지할 수 있는 곡으로 평가된다. 오늘날에는 이들 13곡 중에서 서곡·스케르초·간주곡·녹턴(관현악곡)·결혼 행진곡의 5곡이 <한여름 밤의 꿈(관현악곡)>의 음악으로 자주 연주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연극 <한 여름 밤의 꿈>의 공연 음악으로 멘델스존의 이 곡이 사용된 적은 없다.

1995년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한양레퍼토리극단 대표인 최형인 교수의 번역과 연출로 보여준 <한 여름 밤의 꿈>과 2002년 예술의 전당 뒷산의 야외공연장에서의 극단 미추의 신용수 연출의 <한 여름 밤의 꿈>이 탁월한 공연으로 필자의 기억에 남아있고, 특히 미추의 공연에서는 공연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는데, 극단이 제공한 비옷을 입고, 필자의 어린 두 딸이 자리를 뜨지 않고 끝 까지 공연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모습이 잊혀 지지를 않는다.

2005년 연세대학고 재학생과 동문 합동공연으로 <한 여름 밤의 꿈>이 8000명이 앉아 관람할 수 있는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공연되었는데, 원로 임택근, 오현경 선생을 비롯해 서승현, 김종결, 박정국, 지영란, 노미영, 이대연 등 연희극예회 동문연극인들의 열연과, 공연 대단원에 무대 위로 높이 떠오른 하늘의 보름달이 공연분위기를 상승시켜, 8000명의 관객이 환호하며 갈채하던 모습은 큰 감동으로 필자의 기억에 남아있다.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은 2005년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Edinburgh Fringe Festival)에서 세계인들의 각광을 받았다. 극단 여행자는 2011년 9월에 중국 지난시(濟南市에)서 개최되는 제18회 베세토 연극제 참가해 역시 갈채를 받았다.

<한여름 밤의 꿈의 원제>는 A Midsummer Night’s Dream인데 Midsummer는 번역된 바와 같이 한여름 혹은 하지를 의미한다. 또 다른 의미로는 Midsummer day와 midsummer night가 있으며 이는 각각 6월 24일의 세례 요한 탄생 축일과 그 전야인 6월 23일을 가리킨다. 공통적으로 이들 모두가 한여름이기에 일반적으로는 제목 그대로 한여름 밤에 일어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정작 실제 원작에서 묘사되는 배경은 한여름이 아니다.

아테네에는 처녀들이 아버지가 골라 주는 남자와 반드시 결혼해야 하는 법률이 있었다. 허미어는 라이샌더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아버지는 딸을 억지로 데미트리우스와 결혼시키려 한다. 허미어의 친구 헬레나는 데미트리우스를 사랑하지만, 데미트리우스는 허미어와 결혼하려고 헬레나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허미어와 라이샌더가 숲에서 만나 도망치기로 한 밤에, 이를 알게 된 데미트리우스와 그를 말리려는 헬레나도 숲으로 간다.

한편 숲에 살던 요정의 왕 오베론은 왕비 티타니아를 곯려 주려고 장난꾸러기 요정 퍽에게 ‘사랑의 꽃’을 꺾어오라고 한다. 그 꽃 즙은 자는 사람의 눈꺼풀에 바르면 눈을 떴을 때 처음 만난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사랑의 묘약이다. 오베론은 꽃 즙으로 헬레나를 도와주려고 하지만, 퍽의 실수로 데미트리우스와 라이샌더 둘 다 헬레나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라이샌더는 다시 허미어를 사랑하게 되고 데미트리우스는 헬레나를 사랑하게 되며, 에게우스도 딸과 라이샌더의 결혼을 허락한다.

여기에 복선으로 아테네의 장인들인 퀸스, 보텀과 그의 동료들은 테세우스의 혼례식날 밤 궁중에서 연극을 하기 위해 각자 배역을 정하고 모여서 연습을 한다.

연습도중 보텀은 요정의 여왕 타티아나의 욕정의 상대가 되기도 한다. 물론 오베른의 꽃 즙을 눈에 바른 타티아나가 당나귀 모습의 보텀에게 반하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후에 타티아나는 마법에서 풀려 남편 오베른에게 돌아간다.

대단원은 테세우스와 히포리타의 혼례식 날 모두가 모여 기쁨을 함꼐 하고 보텀, 퀸스, 그리고 동료들이 연습한 엉뚱한 희비극이 공연되고 영주의 칭찬을 받는다. 연극이 끝나면 마지막 퍽의 해설로 공연은 끝나게 된다.

무대는 1.5m 높이와 가로 7m 세로 9m 넓이의 새 무대를 배경을 향해 경사지도록 가설하고, 장면변화에 따라 출연자들이 회전을 시켜 좌로 또는 우로 경사진 무대를 만들어, 그리로 오르내리며 연기를 한다. 무대 좌우에 등퇴장 로가 있고, 경사진 무대에도 사각형의 구멍을 뚫고 뚜껑을 덮어, 뚜껑을 열고 닫으며 등퇴장 로로 사용을 한다. 배경 쪽 원래 극장 2층의 통로를 동선으로 활용하고, 천정에서 그물막을 내려 그물침대로 사용을 한다. 또한 무대전체를 덮을 수 있는 백색의 천을 사용하기도 한다. 요정들은 어깨와 가슴 위의 부분이 드러난 검은 의상을 착용하고, 장인들은 갈색계열의 의상, 그리고 4인의 젊은 연인들은 블루진을 착용하고, 그 외의 출연자는 백색 상의, 신사복을 착용한다. 감미로운 배경음악과 천둥번개소리가 효과음으로 사용된다.

강민재, 김혜영, 박영희, 황석하, 황지영, 박혜경, 정홍섭, 유성주, 이승헌, 한규원, 한덕호, 한승구, 박민아, 조민주, 조현지, 김지혜, 박현선 등 출연진의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은 관객을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받는다.

드라마투르기 임형수, 움직임연출 양승희, 조연출 우주연 우명섭, 무대디자인 박은혜, 무대어시스트 김태환, 무대제작 토멘터(대표 김영호) 무대제작팀 정수미 서충모 이종승 박영훈 김태환 유영석 한상우 최서우, 의상디자인 김상희, 의상어시스트 정경은, 조명디자인 박상현, 조명 프로그래머 권나현, 음악감독 옴브레, 음향오퍼 이유미, 분장 이은총 조희수 나은주, 사진 김건호 윤지원, 홍보물디자인 정경은, 기획 김만솔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공연제작센터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윤광진 번역 연출의 <한여름 밤의 꿈>을 셰익스피어의 본고장에서 공연해도 좋을 우수 걸작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7월 27일 박정기(朴精機)

15, 극단 서울연극앙상블의 황동근 작, 신재철 연출의 <편의점 남자>

노을소극장에서 극단 서울연극앙상블의 황동근 작, 신재철 연출의 <편의점 남자>를 관람했다.

황동근은 동국대학교 대학원, 미국 브루클린 대학원을 졸업했다. <크랩의 마지막 테이프> <유리동물원> <생일 파티> <갈매기> <아노마> <고도를 기다리며> <코뿔소> <육체의 풍경> 등을 연출하고, <피의 결혼> <사천의 선인> <세 자매> <육체의 풍경> <현대 성극 3선> <라라미 프로젝트> 등을 번역하고, <23인의 연기훈련 이야기>를 집필했다. 폴콕스 외국인 학생상, 백상예술대상 신인 연출상을 수상했다. 현재 연극 연출가, 서울 예술 대학 교수, 서울 연극 앙상블 대표로 활동 중이다.

연출을 한 신재철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연출전공, 노리토의 공동대표, 극단 이방인의 공동대표, 노리토, 극단 이방인의 연출가로 황동중이다. <The Room> <천사여 고향을 보라(Look Homeward, Angel)>를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연출가다.

무대는 배경에 별이 반짝이는 하늘을 그린 듯한 화폭이 반쯤 남아 매달려 있고, 상수 쪽 벽면에도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 탁자 의자가 여기저기 배치되고, 난로가 보인다. 연극 연습장이고 안쪽은 무대로 통한다. 상수 쪽 사각의 공간은 극장주의 사무실로 사용된다. 접는 사다리, 중국음식, 큰 가방, 램프, 담배 등이 소품으로 사용된다.

내용은 공연 하루를 앞두고 연극은 제동이 걸린다. 극장 측과 임대료 문제로 공연이 중단되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무대에 세워둔 장치도 철거를 하게 되는 상황이다. 조연출이 이런 문제를 연출가에게 알리고, 단원과 연출에게 비상이 걸린다. 극장 측은 미모의 여사장이고, 연출가와 한때 동거를 한 사이다. 그러나 사업과 애정은 별개인 것처럼 다뤄진다. 곧 공연될 작품이라 시각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연습은 물론 장치와 스텝 진 까지도 전력을 다 하는 판에 임대료 문제로 공연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다. 미모의 여사장이지만 행동거지나 일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은 냉정하고 철저하기 그지없다. 연출가와 극 단원들이 통사정을 하고 매달려도 여사장 귀에는 이들의 간곡한 청이 마치 당나귀 귀에 찬송가 부르기나 마찬가지일 뿐이다. 관객도 자신도 모르게 걱정들을 하게 되고 극단과 극장주와의 임대료 문제가 잘 해결되어 공연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을 하며 관극을 한다. 연출가는 생활을 위해 알바 일도 마다 않고 편의점에서 일을 할 예정이다. 단원들도 극장주에게 사정을 하고 백방으로 노력을 한다. 그러나 임대료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게 되고, 결국 공연은 중단되고 만다. 대단원에서 공연이 중단되자 연출가는 <편의점 남자>가 될 수밖에 어쩔 도리가 없다.

안톤 체홉의 <백조의 노래>에서는 노배우가 극장에 남아 젊은 스텝과 마지막 연기를 펼쳐 보이다가 운명한다. 시미즈 쿠미오의 <분장실>에서는 작고한 배우들이 유령으로 분장실에 남아 공연을 끝까지 기다리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윌리엄 사로이언의 <혈거부족>에서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의 한 극장에 연극배우, 오페라 프리마돈나, 권투 챔피언 등이 모여 살며 과거 화려했던 시절을 반추하고 무대에서 연기를 펼친다. 금년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 대구대회의 대상 수상작도, 가족에게 맹세까지 하고 극단 대표까지 그만 두겠다고 한 연극인이, 지역예선에 참가하기 위해 다시 연극연습을 하고, 지역 우승으로 본선에 참가하게 되니, 결국 가족들도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는 내용으로 대통령상 수상작이 되었다. 그러나 연극 <편의점 남자>처럼 연극을 포기하기에 이르는, 다시 말해서 연극적 현실을 그대로 적나라하게 반영해 연극을 포기하는 결말을 보이는 연극은 쉽지가 않다. 그런 점에서 <편의점 남자>야 말로 진정한 연극인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라는 생각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김 진, 김성우, 강신형, 이지현, 박보배, 이명선 등 출연자 전원의 열연은 관객을 극 속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연극인에게는 자신을 되돌아보도록 하는 깊은 상념의 세계로 인도를 한다.

무대, 조명 김지우, 조연출 송은경, 기획 최종혁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서울연극앙상블의 황동근 작, 신재철 연출의 <편의점 남자>를 우수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7월 29일 박정기(朴精機)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