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ve] 결혼 전야/ 김창화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삶 : <결혼 전야>

 

김창화 (상명대 공연영상문화예술학부 연극전공 교수)

 

2010년 8월에 창단한 극단 광대 모둠은 광대들의 모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이 극단의 대표이자 2010년 창작희곡 인큐베이팅 최종 당선작인 멧밥 묵고 가소의 작가 최해주가 쓰고연출한 작품, “결혼 전야가 지난 9월 15일부터 24일까지 대학로 극장, ‘동국에서 공연되었다. “멧밥 묵고 가소는 조상에 대한 제사의 의미를 나름대로 진지하게 파헤쳐극장 안을 웃음과 눈물로 범벅이 되게 만들었다면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삶을 연극의 중심적인 출발점으로 삼아결혼전야의 풍경과 더불어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입원으로 결혼식 이행여부에 대한 의견이 어긋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는 연극 결혼 전야웃음보다는 뭉클한 가족 간의 연대와 결혼이라는 예식의 진정한 의미에 관한 질문을 던진 작품이었다이미 지난 봄 2017년 대한민국 연극제 서울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 산송의 작가이기도 한 최해주는 한국인의 정서와 속 내음을 아주 잘 드러내는 작가로젊은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삶의 연륜과 깊이를 제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작가이기도 하다지난여름 대구에서 있었던 2017년 대한민국 연극제 전국대회의 최종결선에서 아쉽게도 은상을 받은 산송과 멧밥 묵고 가소에 이어작가가 한국인의 대표적인 관혼상제의 예를 소재로 해서 만든 작품 가운데가장 경쾌하게그리고 분명하게 현재 한국의 가족관계와 사회적 풍속도를 그려낸 작품이 바로 결혼 전야.

결혼식 바로 전날 총각파티를 계획하고 있는 예비사위 문혁기(서지원 역)가 막을 여는 결혼 전야는 빠른 리듬과 호흡으로 전개되는 가족의 이야기며동시에 어긋난 경제 발전의 단계에서소외되고실패자로 추락한 집안의 대들보 최형준(박준혁 역)과 시민운동을 하는 차남 최정준(고한민 역), 그리고 정준의 처이자 이 집안의 둘째 며느리인 푼수 구미주(배은지 역), 그리고 내일이면 신부가 될 막내딸 최선(김나연 역)과 이 연극에 등장하지 않는 첫째 며느리아버지와 함께 이 연극의 가장 중심적인 구조의 축을 형성하고 있는 어머니 김형숙(김효숙 역)이 등장하는 연극이다어머니는 시집와서 5년이나 지난 다음에아들딸 다 낳아 놓고 나서야, ‘뒤늦은’ 결혼식을 치룬 구시대의 인물이다그러나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삼십대 노처녀 최선은 집을 얻기 위해 이미 혼인신고부터 해 놓은 신세대 여성이다이렇게 어머니 세대와 딸의 세대가 결혼이라는 인륜지 대사를 앞에 두고 각기 다른 태도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오늘이다여동생의 결혼 전야에 자신의 이혼’ 사실이 드러나게 되는 큰 아들의 경제적 압박감은 우리 사회가 IMF를 거치면서 망가뜨린 수많은 한국의 대들보들 가운데 하나이다또한 시민운동을 하는 둘째는 상식적인 가족의 구성원으로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감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그 둘째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흥미로운 건타인에 대한 비판과 질책은 능하지만스스로에 대한 자기 검열은 생략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다가족의 삶에서 사회적 공동체로서의 연대감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새로운 지표가 읽혀지는 인물이기도 하다이들의 막내 딸 결혼식에 대한 기대는 등산을 갔던 아버지가 실족하여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면서위기를 맞이하게 된다연극 도입부에, ‘총각파티를 하겠다고예비신부에게는 지금 야구장에 있다고 거짓말을 했던 예비 신랑은 술에 취해인사불성의 상태로 결혼 전야의 위기상황과 정면으로 부닥치게 된다시골에서 출발하는 하례객들의 버스를 출발시켜야 말지를 결정해야 하고아버지가 손을 잡아 주기 전에는 결혼식장에 들어 갈 수 없다고 고집을 피우는 예비 신부결혼식을 치루지 않게 되었을 때 부담해야만 하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 때문에 결혼식을 추진하자는 큰 아들결국 병원에 다녀왔던 어머니는 아버지의 뜻이라며 결혼식을 치르자고 한다해피엔딩으로 귀결될 것 같았던이 마지막 장면에서 마지막 반전의 암시가 생긴다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삶이 결혼으로 시작했다면그 마지막은 바로 아버지의 죽음이 된 것이다삶의 의미가 결혼이라면죽음은 그 기억이 될 것이다이렇게 한국인의 삶과 죽음에가족이라는 공동체에 담긴 의미와 기억을 아주 잘 살려낸 공연이 바로 최해주 작연출의 결혼전야.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