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ve]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 김창화

소설로는 흥미로운 그러나 무대 위에서는 설득력을 잃은 공연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

 

 

김창화 (상명대 공연영상문화예술학부 연극전공 교수)

 

소설가 권여선의 신작 중편소설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가 박해성 각색/연출로 남산예술센터 2017 시즌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지난 1123일부터 12월 3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되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은 한국의 공연예술계가 죽음에 대한 기억 혹은 애도의 대안으로, 2002년 월드컵 경기가 마무리되어가던 6월의 마지막 날 밤에공원에서 살해당한 어느 여고생의 동생이언니의 죽음을 14년 동안 찾아다니는 이야기를 선택한 것이다이번 공연의 기획 및 제작을 담당한 김지우 PD는 프로덕션 노트에서 죽음 앞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우리가 할 줄 아는 유일한 애도는 나 자신을 학대하는 것뿐이다.’ 라고 하면서 이유가 없는 죽음에 대해, ‘너무 아파서외면하고 싶었다.’고 했다그래서 이 연극은 소설의 기법을 빌려서연극치료의 스토리텔링기법을 사용했다다만 일반적인 치료연극에서의 스토리텔링과 다른 것은 소설의 1인칭 기법을 그대로 연극으로 가져와, 5명의 등장인물들은 서로 대화를 하기 보다는나름대로자기 자신의 문제와 상황을 대변하는 긴 독백으로 극을 이끌어 나간다그래서 죽은 혜언의 엄마역과 혜언의 죽음과 묘한 연관이 있다고 추정되는태림 역을 함께 맡은 우정원의 연기가 매우 설득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후반에서 진술하는 결혼과 신앙생활어린아이의 실종 등이 14년 전 다언(신사랑 역)언니인 혜언의 죽음과 분명한 연결선을 이어가지 못했다그러나 태림(우정원 역)의 진술로 살인자의 누명을 쓴만우(노기용역)는 그의 여동생 선우(신지우 역)를 통해무죄가 증명되었으나암으로 젊은 나이에 죽어 버린다연극은 다른 지역에서 전학 온혜언과 같은 나이의 상희(황은후 역)가 후배인 다언을 몇 차례 만나면서 진행되는 구성을 취하고 있으나소설적 진행형을 그대로 무대에 적용한 듯매우 순차적이고설명적이며불필요한 반복과 재현이 넘쳤다.

그러나 소설적 표현법을 무대의 언어로 옮겨오면서연출은 상징과 축약을 매우 잘 활용해사건의 전개가 실제 재현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나배우들의 몸의 방향과 절제된 신체적 움직임으로재현 이상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대단한 하이퍼 리얼리즘(hyperrealism :극사실주의)’을 보여주었다특히 죽은 언니에 대한 애도의 적극적인 신체화를 추구한 다언은 성형수술을 통해언니의 모습에 다가가고자 시도했다집요하게 언니 죽음의 원인과 이유를 파헤쳐나가는 다언역의 신사랑은 최근 다양한 역할과 출연으로매우 주목받고 있는 연기자이며특히 이번 공연에서매우 성숙하면서도 섬뜩한 집중력과 강한 에너지의 분출을 보여주어극 전체의 흐름을 강력하게 몰아가는데 적중했다연출의 호흡과 연기자의 열정이 잘 맞아관객들은 두 시간 가까운 공연시간 동안 완전하게 빠져들었다.

 

그러나 이 연극은 지나치게 소설의 기법과 작가의 상상력에 집중하여연극의 언어로 구체화될 수 있는인물의 감정과 사건의 숨은 의미를 드러내는 데에는 긍정적이지 않았다특히 죽음과 애도에 대한 분명한 연극적 제시나 연출의 비전이 드러나지 못해 매우 아쉬웠다.

 

또한 세월호와 관련해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가 이 연극에서 뚜렷하게 드러나지 못했다는 것도 큰 아쉬움이다작가는 소설의 제목을 성경의 한 대목에서 옮겨 왔다고 했다예수가 인간들이 하는 짓을 빗대어하느님에게 인간의 용서를 빌기 위한 의도로 사용했던, ‘주여저들은 저들이 하는 짓을 알지 못하나이다.’에서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라는 소설의 제목을 찾았고우리는 우리가 하는 짓을 모르고당신은 우리가 한 짓의 의미를 모른다는 매우 중의적인 의미로 이 제목을 사용했다고 한다그래서 자칫 죽음을 운명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순응주의적’ 감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위험이 있다진정한 애도는 기억하는 것이며기억을 통해 극복하는 것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