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만약에 내가~(Magic if~)’

 

글_이연심(무학여자고등학교 교사)

 

세상에 상상놀이처럼 재미있는 놀이가 또 있을까? 또 상상체험처럼 흥미롭고 짜릿한 공부가 또 있을까? 그러고 보면 만약에~’라고 상상해 보는 일은 마법과 같은 힘이 있는 것이 틀림이 없다.

 

 

세상에 상상놀이처럼 재미있는 놀이가 또 있을까? 또 상상체험처럼 흥미롭고 짜릿한 공부가 또 있을까? ‘갑자기 지구가 자전을 멈추면 어떻게 될까?’, ‘물이 위로 흐르면 어떻게 될까?’, ‘미래로 여행할 수 있다면 어떨까?’ 문득 이런 호기심이 생기면 과학을 공부하지 않고는 베길 수 없으니 이것은 세상 가장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되어 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만약에~’라고 상상해 보는 일은 마법과 같은 힘이 있는 것이 틀림이 없다. 아니 우리는 이미 그 마법의 힘을 알고 있었으며 온 생애를 통해 그것을 참 잘도 활용하면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지 인식하지 못했을 뿐.

생의 주기를 따라 우리가 활용하고 있는 ‘만약에~’라는 상상을 찾아보면 어떨까?

 

이름만 붙이면 놀이가 되는 이 수많은 놀이들은 만약에~’라는 상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유아들은 어떠한 장벽도 느끼지 않고 한 순간에 훅 놀이에서 주어진 역할 속으로 진입한다. 인간은 천부적인 역할 연기 재능을 타고난 것같다.

 

 

유아들에게 ‘역할 놀이’는 강력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놀이이다. 엄마, 아빠의 살림살이 흉내를 내며 즐기는 소꿉놀이, 선생님과 제자를 연습하는 학교 놀이, 의사와 간호사, 환자의 역할을 경험하는 병원 놀이, 초보적 경제활동을 경험하는 시장 놀이……. 그 밖에 이름만 붙이면 놀이가 되는 이 수많은 놀이들은 ‘만약에~’라는 상상을 기반으로 몸과 말로 표현하는 역할 놀이이다. 유아들은 어떠한 장벽도 느끼지 않고 놀이에서 주어진 역할 속으로 한 순간에 훅 진입한다. 실제 배우들이 역할 수행을 할 때 경험하는 긴장이나 고민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천부적인 역할 연기 재능을 타고 난 것 같다. 로버트 풀검(Robert Fulghum)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것은 유치원에서 이미 다 배웠다’고 한 것처럼 유아기는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삶의 기술 등,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것들을 배워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그래서 신은 어린아이들에게 이러한 특별한 능력을 주셨을까? 유아기의 이러한 놀이들은 정겹고 순수하며 그 영향력은 매우 강력하다. 아마도 ‘소꿉동무’라는 말은 그 시절을 잊지 못하는 어른들이 그때 함께 놀던 친구들을 따로 부르고 싶어 만들어 낸 말일 것이다.

 

밤새 열심히 준비한 과제를 발표하기 위해 PT 연습을 한다거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퍼포먼스, 각종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캠페인 등의 행사를 치루기 위한 예행 연습, 고입, 대입 면접시험 시뮬레이션 등 참 많은 시간에 만약에~’라는 상상과 극적 체험을 연습의 도구로 사용한다.

 

 

유아뿐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들도 ‘만약에~’라는 상상을 통해 삶의 지혜를 학습한다. 특히 생존기술을 학습하는 데에는 이러한 상상이 필수이다. 학습을 위해 ‘생존위헙’상황을 직접 체험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살면서 마주하게 될 지도 모르는 위급한 상황에 순발력 있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상황을 가정하고 실제인 것처럼 연습하는 방법밖에 없다. 물론 나이가 들어갈수록 유아기의 아이들처럼 자연스럽게 가상의 상황 속으로 빠져들어 실제인 것처럼 연기를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연습을 할 때는 ‘만약에 내가 ~라면’이라는 상황을 설정하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반복적으로 훈련하며 실제 상황을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예를 들면, 화재나 지진과 같은 각종 사고 대피 훈련, 심폐 소생술과 같은 인명 구조 실습 교육 등이 그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밤새 열심히 준비한 과제를 발표하기 위해 PT 연습을 한다거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퍼포먼스, 각종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캠페인 등의 행사를 치루기 위한 예행 연습, 고입, 대입 면접시험 시뮬레이션 등 참 많은 시간 동안 ‘만약에~’라는 상상과 극적 체험을 연습의 도구로 사용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근사한 장소를 예약해 놓고 마치 그녀()가 자신 앞에 있는 것처럼, 자신이 지금 프로포즈를 하는 것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평생 단 한 번 할 법한 오글거리는 대사를 연습한다.

 

 

우리나라의 취업 준비생들은 어림잡아 1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오스트랄로 스펙쿠스’, ‘호모인턴스’, ‘부장인턴’, ‘화석선배’ 등의 신조어들은 청년 취업의 어려움을 그대로 대변한다. 그 수많은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시험이나 스펙뿐 아니라 끊임없이 취업 면접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한 번밖에 없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면접을 망치고 집으로 돌아와 이불을 발로 차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또 눈 앞에서 어른거리는 가족을 위해 그들은 최선을 다한다. 그 최선의 방법 중의 하나가 ‘만약에~’를 적용한 모의 면접 연습일 것이다. 최대한 자신감이 있는 모습으로 준비한 말은 버벅거리지 않고 말할 수 있도록, 시선 하나, 손끝 하나 허투루 움직이지 않도록 반복하여 연습한다. 꿈에 그리던 직장인이 되어서도 이러한 연습은 계속된다. 업무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PT를 위해 중고등학생 때 훈련했던 모의 발표 연습을 한다. 어디 그뿐이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녀(그)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근사한 장소를 예약해 놓고 마치 그녀(그)가 자신 앞에 있는 것처럼, 자신이 지금 프로포즈를 하는 것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평생 단 한 번 할 법한 오글거리는 대사를 연습한다.

 

딸의 결혼을 앞둔 신부 아버지가 신부입장 연습을 하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참 찡하다.

 

 

결혼식은 신랑 신부뿐만 아니라 혼주에게도 긴장되는 중요한 행사이다.

“여보, 당신 작은애랑 신부입장 연습 좀 하소, 작년 큰애 결혼식 때 얼마나 떨던지! 에구에구 남자가 소심해서는…….”

결혼을 앞둔 어느 집의 저녁풍경으로 어색하지 않은 장면이다. 딸의 결혼을 앞둔 신부 아버지가 신부입장 연습을 하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참 찡하다. 결혼식의 신부 입장을 단순히 누군가의 딸에서 누군가의 배우자 역할이 추가되는 순간으로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예비 신부들 사이에는 신부입장 연습을 해야 하느냐 마느냐 의견이 분분하기도 하다. 그것은 아마도 ‘만약에 지금 이 순간이 결혼식을 하는 당일 그 순간이라면’ 신부뿐만 아니라, 가족들은 각자 긴장해서 경사 당일에 분위기를 어색하게 하거나 무겁게 할까봐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일 게다. 그러나 이미 신부와 신부의 아버지의 머릿속에서는 벌써 열 번도 더 입장 연습을 해봤을 것이다. 이러한 소심한 예행연습이 어디 신부입장 연습뿐이겠는가? 줄줄이 늘어선 각종 잔치에서 인사말을 하기도 하고, 손님을 접대하기도 하고, 오래도록 몸담았던 직장의 퇴임식 연설을 연습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우리는 참 많은 종류의 ‘만약에~’ 라는 상상을 하고 산다.

 

입관 체험을 통해서 만약에내가 지금 죽는다면 나는 무엇을 가장 후회할까? 또 다시 살게 된다면 어떻게 살고 싶은가? 등을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즉 수의를 입고 일정 시간 동안 죽은 몸으로서의 자기를 되돌아보는 경험을 한다.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어떨까? 요즈음 꽤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죽음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체험의 목적은 참여자로 하여금 죽는 연습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인생 패러다임을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다. 참여자들은 입관 체험을 통해서 ‘만약에’ 내가 지금 죽는다면 나는 무엇을 가장 후회할까? 또 다시 살게 된다면 어떻게 살고 싶은가? 등을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즉 수의를 입고 일정 시간 동안 죽은 몸으로서의 자기를 되돌아보는 경험을 한다. 결국 죽음을 연습함으로써 더 열심히 살자는 다짐을 하자는 것이니 아이러니한 일이긴 하나 그야말로 극적인 체험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스타니슬랍스키가 그 위대한 연기훈련방법을 제시하기 이전부터 일상생활에서 그 극적 상상을 생활화하고 있었으며, 그 마법과 같은 힘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었던 것이다. 다만 그것이 무엇이다라고 명명하고 정리하지 않았을 뿐!

 

 

자 이제 정리를 해보자.

이렇듯 우리는 전 생애를 거쳐 참으로 많은 순간 ‘만약에 내가 ~한 상황이라면 어떤 감정이 들까? 또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상상하며 삶의 과제를 단계별로 헤쳐 나간다. 그러한 일상생활 속의 상상은 연극 연기의 주요 행동요소인 ‘만약에 내가~(Magic if~)’와 다르지 않다. 배우가 주어진 배역을 자연스럽게 연기하기 위해 인물의 감정과 동작을 분석하고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과정과 같다는 얘기이다. 끊임없이 인간 행동에 대해 깊이 연구한 스타니슬랍스키(Konstantin Stanislavsky)는 연기 방법론 중의 하나로 ‘만약에 내가~(Magic if~)’을 제시하였고 이후 수많은 배우들은 이 연기 훈련방법을 활용해 왔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스타니슬랍스키가 그 위대한 연기훈련방법을 제시하기 이전부터 일상생활에서 그 극적 상상을 생활화하고 있었으며 그 마법과 같은 힘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었던 것이다. 다만 그것이 ‘무엇이다’라고 명명하고 정리하지 않았을 뿐!

그래서 그랬나?

이제와 생각해 보니 스타니슬랍스키의 저서에서 ‘만약에 내가~(Magic if~)’를 처음 만났을 때 낯설지가 않았었다. 이렇게 글로 정리하고 보니 그 친숙함의 정체가 명확해지는 것 같다. 그 친숙함은 우리의 일상에 밀착되어 있는, 그래서 시시때때로 경험하게 되는 ‘그것’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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