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예술감독 임명사태에 대한 전국 연극인 결의문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 평론가 김윤철 씨를 임명했다. 이에 연극계는 즉각 그 부당함을 지적하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문체부는 김윤철 씨의 임명을 일방적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이에 전국연극인들은 다시 한 번 입장을 밝히면서 문체부의 원천적인 재고를 촉구한다.
문체부는 국립극단의 위상에 대한 개념이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국립극단은 연극예술의 차원을 넘어 우리나라 문화예술을 총체적으로 집대성하는 현장이다. 이러한 창작현장에 평론가를 예술감독으로 임명하는 것은, 현장예술인들을 절대 소외하고 절대 외면하는 처사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지극히 열악한 환경에서도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현장 연극인들을 외면하면서 무슨 얼굴로 “문화융성”을 운위하는가?
국립극단은 단순히 하나의 극단이 아니라 범연극계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는 연극집단이어야 한다. 그 예술감독은 상근으로 밤낮없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예술적 차원의 향상을 도모하고 연극계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문체부는 김윤철 씨의 정년 1년이 남은 교수직을 보장하기 위해서 비상근 1년 상근 2년이라는 조건으로 막중한 공석을 하찮은 사석으로 둔갑시켜 그를 임명했다. 또한 바로 몇 개월 전 국립예술자료원장으로 임명했던 그를 다시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 임명했다. 해괴하고 황당한 일이다. 문체부가 설명하는 대로 국립극단의 예술감독은 “전문지식과 행정경험”을 우선하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 작품이나 고르고 연출자나 배우를 섭외하는 그런 지식이나 행정적인 경험은 부차적인 것이다. 예술감독은 창작예술인의 치열한 영혼이 요구되는 그런 자리임을 문체부는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현장예술인이 그 책임을 맡아야 함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전 정권 시절 문체부는 뜻있는 연극인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배우들을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면서 60년에 이르는 국립극단과 국립극장의 전통을 단절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제 새 정권의 문체부는 그 몰역사적인 졸속의 그림에 마지막 몰개념의 한 점을 덧칠하려는 것인가? 나쁘다. 참 나쁘다. 연극인도 국민이다. 현장의 연극인들을 외면하고 있는 문체부는 국민의 행복과 문화융성을 목표로 하는 대통령의 뜻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기 전국의 연극인들은 문체부의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대하면서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문체부는 국립극단 예술감독 임명을 즉각 철회하라.
2. 김윤철 씨는 스스로 사퇴할 것을 권고한다.
3. 문체부는 연극 관련 정책을 투명한 공론의 장을 거쳐 시행하라.
4. 문체부는 현장의 연극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진정한 대책을 강구하라.
5. 문체부의 대응이 부적절할 경우 우리는 다음 단계의 행동에 나설 것이다.
2014년 2월 24일 (사)한국연극협회 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