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공연 총평/ 박정기

박정기의 공연산책 2013년 7월 공연 총평

박정기

 

지루한 장마가 40여 일 간 계속되었지만. 연극공연의 열기는 7월의 장마를 열정으로 극복해 낸 것이었다.

필자가 7월에 관람한 공연은

예츠 플래닛 극단 체의 안톤 체홉 작, 강태식 번역 연출의 <갈매기>

극단 김금지의 서머셋 모옴 작, 정명철 번역, 원영오 연출의 <성스러운 불꽃>

남산예술센터 스튜디오 반의 태기수 원작 극작, 이강선 연출의 <물탱크 정류장>

젊은 연극제 참가작 우석대학교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지도교수 김성옥, 송영일 연출의 <베니스의 상인>

이랑씨어터에서 와인컴퍼니의 박상욱 원작, 정범철 재창작, 이인성 연출의 <논두렁 연가>

극단 산수유의 장 미셸 리브 작, 임혜경 역, 류주연 연출의 <동물 없는 연극>

충무아트홀에서 프로스페르 메리메 원작, 심연주 음악감독, 이용주 대본 연출의 음악극 <카르멘>

명동예술극장에서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공동창작, 임도완 연출의 <휴먼 코메디>

극단 자유공간의 이어령 작, 진이자 연출의 <사자와의 경주>

게릴라극장 해외극 페스티벌 아이스킬로스 작, 지경화 각색, 박근형 연출의 <그 사람의 눈물>

명동예술극장에서 게오르그 뷔히너 작, 안민수 역, 사라리움직임연구소 공동각색, 임도완 연출의 <보이첵>

극단 맨씨어터의 이오네스코 작, 오세곤 역, 조정일 각색, 전인철 연출의 <왕은 죽어가다>

대학로 스타시티 IM 스테이지에서 극단 혜화의 김광탁 작, 안치선 연출의 <미운 남자>

극단 이와삼의 장우재 작 연출 <여기가 집이다>

파파프로덕션의 수전 힐 작, 스티븐 말라트렛 각색, 이현규 윤색 연출의 <우먼 인 블랙>

상상아트홀에서 극단 가가의회의 김시라 원작, 선욱현 연출의 <품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손숙 연극데뷔 50주년기념연극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

예술공간 서울에서 극단 성북동 비둘기의 안톤 체홉 원작 김현탁 재구성 연출의 <갈매기>

극단 하늘 보는 마음의 창단공연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김종식 황준영 연출의 <두드려라 맥베스!>

용인대학교 뮤지컬 연극학과의 에우리피데스 작, 윤광진 예술감독, 남미정 지도교수, 임선미 학생연출의 <트로이의 여인들>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작·연출 <피리부는 사나이> 등이다

이들 작품 중 특기할만한 작품을 선택해 평한다.

 

1, 예츠 플래닛 극단 체의 안톤 체홉 작 강태식 번역 연출의 <갈매기>

 

7월 2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예츠 플래닛, 극단 체의 안톤 체홉 작, 강태식 번역 연출의 <갈매기>를 관람했다.

안톤 체홉(Anton Pavlovich Chekhov,1860 ~ 1904)은 소설가, 극작가. 단편작가로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소설집 〈황혼〉(1885)으로 푸슈킨 상을 수상했는데, 이 초기 7년간에 쓴 작품의 수만도 400편이 넘는다.

희곡 〈이바노프〉(1889), 〈지루한 이야기〉(1889) 속에는 그 시대 인텔리들의 우울한 생활상이 잘 묘사되어 있다. 사할린까지 여행하여 감옥의 상태, 유형수의 생활을 상세히 조사한 보고 기록문 〈사할린 섬〉(1893)을 발표했다. 이 여행은 그의 작품에 한층 깊이를 더해, 〈구우세프〉(1890), 〈결투〉(1891), 〈아내〉(1891), 〈6호실〉(1892), 〈무명씨의 이야기〉(1892) 등의 걸작이 나왔다. 희곡 〈갈매기〉(1896)의 공연 실패는 그를 잠시 극작에서 멀게 했으나, 극 〈바냐 아저씨〉(1897)를 써낸 이듬해 모스크바 예술극단의 〈갈매기〉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이후 극단을 위하여 〈세 자매〉(1901)를 썼다. 만년의 병환 속에서 〈벚꽃 동산〉(1903)을 써 이듬해 공연,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그해 요양지인 독일의 바덴 바일러에서 작고했다.

무대는 객석에서 무대로 오르는 계단을 좌우로 길게 연결시켜 만들어 놓았고, 무대 양쪽에 징검다리처럼 객석으로 내려오는 통로도 만들어놓았다. 배경 가까이 호수의 전망대를 무대로 하고, 무대 앞쪽에 다리형태의 긴 목제조형물을 놓아 거기에 출연자들이 걸터앉아 객석을 향해 연극을 관람하는 것으로 하고, 실제로는 그들의 등 뒤 전망대에서 연기를 펼친다. 무대전체를 가릴 중간 비닐 막을 설치해 그 막을 열어 전망대에서의 연기를 감상하는 것으로 설정을 했다. 장면이 바뀌면 소파를 무대중앙으로 들여오고, 휠체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무대 왼쪽에 피아노를 비치하고, 중앙에 탁자와 의자가 있고, 커다란 격자무늬의 창문 안으로 이 집의 거실이 들여다보인다. 창문 왼쪽과 오른쪽에 출입문이 달려있다.

연극은 도입에 무대 좌우와 중앙, 그리고 전망대에 출연자들이 등장해 두 명씩 짝을 지어 서면, 부분조명으로 그들을 하나하나 보여주고 다시 반복하면서 암전된다.

극이 시작되면 꼬스쟈가 무대를 뛰어다니며 공연준비에 바쁜 모습을 보인다. 꼬스쟈를 좋아하는 영지관리자의 딸 마샤가 관심을 보이지만 꼬스쟈는 냉담하다. 그러나 학교교사인 메드베덴꼬는 마샤를 연모하는 태도를 보인다.

꼬스쟈의 작품에 출연할 니나가 도착하면서 꼬스쟈의 니나의 대한 애정이 잠시 드러나고, 꼬스쟈의 모친인 여배우 아르까지나와 작가 뜨리고린, 영주 쏘린, 의사 도른, 관리자 샤므라예프의 처 뽈리나 등이 등장해 좌정을 하면 비닐 막이 열리고, 니나의 독백연기가 펼쳐진다. 연극 중 꼬스쟈의 어머니인 아르까지나의 잡담이 계속되자, 화가난 꼬스쟈는 연극을 중단시키고 무대 밖으로 뛰어나간다. 마샤는 그렇게 도망치듯 사라진 꼬스쟈를 뒤따라간다.

니나는 작가 뜨리고린을 소개받고 그를 동경한다.

장면이 바뀌면 관리자의 아내 뽈리나가 의사 도른에게 정감을 나타내며 자신을 어디로든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지만, 도른은 인생을 바꾸기에는 자신은 55세라, 너무 늦은 나이라며 거절한다. 한편, 니나는 유명한 여배우 아르까지나가 사소한 일에 성질을 부리는 것과 유명한 작가 뜨리고린이 하루 종일 낚시만 한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때 꼬스쟈가 죽은 갈매기를 그녀의 발밑에 놓으며 자신도 이런 모양으로 자살할 거라고 말하고 퇴장한다. 이때, 뜨리고린이 등장하고 유명작가인 자신을 동경하는 니나에게 신선한 느낌을 받고 관심을 기울이는 장면이 연출된다.

아르까지나와 뜨리고린이 떠나는 날, 니나는 자신을 기억해 달아며, 뜨리고린에게 작은 메달을 선물로 준다. 한편, 아르까지나와 그의 아들 꼬스쟈가 싸우다 화해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뜨리고린은 니나에게 키스를 하며 자신의 주소를 알려주고, 아르까지나와 함께 떠난다.

장면이 바뀌면 2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것으로 소개가 되고, 소린 저택의 거실이 들여다보이는 격자무늬 창과, 작가가 된 꼬스쟈의 집필 실 겸 피아노가 있는 방이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낸다. 마샤는 메드베젠꼬와 결혼을 했으나, 여전히 꼬스쟈를 사랑하고, 꼬스쟈는 마샤에게 니나 이야기를 한다. 니나는 뜨리고린을 찾아가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도 죽고 뜨리고린에게 버림받아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며, 현재 니나가 돌아와 이 고장에 머물고 있다고 비통해 한다. 마샤는 거실로 나간다.

집필실 창 안쪽 거실이 보이고 탁자에 둘러앉은 아르까지나, 뜨리고린, 마샤, 샤므라예프 등포커를 하고 쏘린은 의자의 기대어 잠들어 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꼬스쟈가 문을 열면 날카로운 바람소리와 함께 모포를 두른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꼬스쟈가 “니나!”라고 외치며 포옹을 하는 모습이 보이고, 니나를 데리고 집필실올 데리고 들어온다. 니나는 들어와 꼬스쟈에게 보다는 자신을 버린 뜨리고린에게만 여전이 관심을 기우린다. 거실에서 포커를 하며 웃고 떠드는 뜨리고린의 동태에만 열중한 채, 꼬스쟈의 사랑을 외면하고 작별인사와 함께 다시 차가운 바람 속으로 사라져 간다. 꼬스쟈는 갈매기를 쏘아죽인 엽총으로 피아노 앞에서 자결을 한다. 포커를 하던 사람들의 놀라는 소리가 들리고, 의사 도른이 집필실로 들어와 꼬스쟈의 자살을 알아차린다. 그러나 아무 일도 아니라며 거실에 있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작가 뜨리고린을 부른다. 뜨리고린이 들어와 꼬스쟈의 자살한 모습에 충격을 받고 자세가 고정된다. 조명이 꼬스쟈의 죽은 모습으로 집중되면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이 연극은 시종일관 쇼팽(Chopin, Frédéric François, 1810~1849) 폴로네이즈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온다. 극 중간에 장송행진곡도 연주되는데 정작 꼬스쟈의 자살 장면에서는 장송행진곡이 흘러나오지 않는다. 커튼콜도 생략된 공연이라 독특하다.

양미경, 김예령이 아르까지나, 김태훈, 오정환이 꼬스쟈, 니나 이혜란, 뜨리고린 김명수, 송영규, 도른 박상규, 장보규, 쏘린 정재진, 신현종, 샤무라예프 손종학, 이원익, 뽈리나 권나연, 정연심, 마샤 신서진, 이진희, 메드베젠꼬 김형범,홍기준 등이 출연해 각자 톡특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3시간 10분 동안 연극을 서정적으로 이끌어간다.

예술감독 박계배, 드라마터지 송현옥, 조연출 문아영, 조명감독 정진철, 음향감독 김대영, 무대감독 신은철, 권순재, 무대지자인 테플리아쇼바 마리아, 무대제작 조환준, 무대미술 박지현, 분장 김다인, 캘리그라피 조달환, 홍보마케팅 김준기, 오명식, 이준호, 조혜영(예츠 플래닛), 제작지원 박정우, 기획 제작 임채현 등 스텝 전원의 기량과 열정이 돋보인, 예츠 플래닛, 극단 <체>의 안톤 체홉 원작, 강태식 번역 연출의 <갈매기>를 폭염과 폭우 속에서 한 편의 청량 극<淸凉劇)으로 창출시켰다.

 

2, 극단 김금지의 서머셋 모옴 작 정명철 번역 원영오 연출의 <성스러운 불꽃>

 

7월 3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김금지의 서머셋 모옴 작, 정명철 역, 원영오 연출의 <성스러운 불꽃>을 관람했다.

서머셋 모옴(William Somerset Maugham, 1874 ~ 1965)은 영국의 작가ㆍ극작가. 처음에는 의학을 공부했으나 뒤에 문학으로 전향하였다. 1902년 <Mrs. Craddock> 등의 소설과 <A Man of Honour(1903)>ㆍ<프레데릭 부인 Lady Frederick(1907)> 등의 극작을 발표하고, 제1차 대전 전후에 자전적(自傳的) 소설 <인간의 굴레 Of Human Bondege(1915)>ㆍ<달과 6펜스 The Moon and Six Pence(1919)> 등을 발표, 명성을 얻기 시작하였다. 동양의 신비에 대한 강한 동경심을 나타내며 예리한 인생관을 강력하고 명석한 문체로 묘사하였으며 특히 기지와 해학(諧謔)이 넘치는 풍습 희극의 전통을 세웠고, 작품이 대중적이었다. 제2차 대전에 참전하여 고초를 겪고 1940년에 도미(渡美), 195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중요한 작품으로는 <램버스의 라이자(Liza of Lambeth)>, <크래독부인(Mrs. Craddock)><영광의 사나이(A Man of Honour)><프레데릭 부인(Lady Frederick)><페넬로페(Penelope)><인간의 굴레(Of Human Bondege)><달과 6펜스(The Moon and Six Pence)><바퀴(The Circle)><콘스탄트 부인(The Constant Wife)>

<서밍업(The Summing Up)><크리스마스 휴가(Christmas Holiday)> 등이다. <성스러운 불꽃(The Sacred Flame)>은 1928년에 발표 공연된 희곡이다.

무대는 저택의 거실이다. 아홉 개의 문짝 형태의 직사각의 조형물을 세워놓고, 그중 몇 개에는 양쪽으로 열고 닫을 수 있도록 커튼을 달아놓았다. 중앙의 문 형태의 조형물은 이 저택의 현관이 되고, 무대 왼쪽과 오른쪽의 조형물은 내실로 들어가는 문도되고, 오른쪽의 문짝과 문짝 사이의 통로는 이층으로 오르는 길이다. 장면전환에 따라 의자와 소파를 출연자가 들여오거나 이동시키고, 환자용 이동침대와 의자를 두 개 붙인 모양의 이동의자를 들여오거나, 내가기도 한다. 무대 오른쪽에는 낮은 장이 마련되어 있고, 그 위에 위스키 병과 잔을 놓아두었다.

내용은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장남과 그를 5년째 지극정성으로 살피는 간호사, 이 집의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집사, 이집의 가장인 어머니와 어머니의 친구인 전직 경찰청장, 그리고 아들의 주치의가 등장해 연극을 펼쳐간다. 잠시 후 장남의 부인과 차남이 공연장에서 돌아오고, 모두 두 사람을 반긴다. 장남은 자신의 처에게 왜 자신이 권한대로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오지 그랬느냐는 다정한 심정을 보이고, 부인은 현기증 증세로 일찍 돌아왔노라고 답한다. 장남부부의 다정한 대화를 보는 간호사의 눈길에 불꽃이 피어난다.

젊고 아름다운 부인에게 남자구실을 못하는 장남의 고뇌가 노출이 되고, 이것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안타까운 심정이 객석에 전달된다.

장면이 바뀌면 출연자들의 허둥지둥하는 팬터마임이 잠시 펼쳐지고, 장남의 사망사실이 전해진다. 사인은 수면제 과다복용이다. 자살이냐 타살이냐를 두고 승강이가 벌어지고, 자살이라면 하반신 마비환자가 어찌 의자를 딛고 올라서서 꺼내야 하는 수면제 그릇에 손을 댈 수가 있었겠느냐며 타살로 장남의 사인을 몰아간다. 그렇다면 누가 장남을…? 그러면서 장남 부인의 임신사실이 드러나고, 그것이 차남과의 불륜의 씨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간호사가 일찍부터 눈치를 채고 있고, 어머니 또한 알고 있었음이 전해진다. 의사는 자연사로 마무리를 하려하고, 경찰청장도 같은 생각이고, 어머니도 며느리가 지극정성으로 아들에게 대해 왔음을 인정하고, 자연사로 처리되기를 바라지만, 간호사는 시체부검을 주장한다. 그러면서 간호사가 여러해 지극정성으로 환자를 보살피면서 장남을 사랑해 왔다는 사실이 전해진다. 장남의 부인은 남편에게 수면제를 결코 먹이지 않았노라고 이야기를 하고, 어머니 역시 그간의 며느리의 지극정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차남과의 불륜과 임신사실이 밝혀진 이상, 장남의 죽음에 대한 혐의를 피하기는 어렵다.

남편 살해 범인으로 장남의 처가 확정되다시피 하자. 어머니가 이야기를 꺼낸다. 결국 수면제를 선반에서 꺼내 장남의 약그릇에 한 알을 더 첨가한 사람은 바로….

어머니로 김금지가 출연해 기량을 드러내 연극을 고품격으로 이끌어 가고, 무대 위에 완숙한 연기향(演技香)을 전달시킨다. 정명철이 장남으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창출로 관객의 주목을 받는다. 남기애가 장남의 부인으로 출연해, 출중한 미모와 호연으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일신에 집중시킨다. 채용병이 경찰청장으로 출연해 중후한 연기로 무대전체를 포용하는 기량을 드러낸다. 집사로 엄지용이 출연해, 이동침대나 이동의자를 무용을 하듯 이동시켜 무대에 예술성을 배가시키고 활기까지 불어넣는다. 주치의로 이종윤이 출연해 그간의 출연작에서 보인 출중한 기량을 이번 작품에서도 과시한다. 차남 역으로 허성민이 출연해 훤칠한 모습과 호연으로 여성관객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킨다. 간호사로 이슬비가 출연해, 열연으로 관객의 가슴에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프로듀서 정명철, 안무 박은주, 무대디자인 이경표, 조명디자인 윤광덕, 조명스태프 성은선 최남희, 조명오퍼 김기범, 음향오퍼 이성희, 의상 LAKI, 분장 백지영, 사진 정수진, 조연출 서현우, 무대감독 민경욱, 기획 신지연 조소영 등 스탭진의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김금지의 윌리암 서머셋 모옴 작, 정명철 번역, 원영오 연출의 <성스러운 불꽃>을 문학성과 예술성이 높은 한편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3, 남산예술센터 스튜디오 반의 태기수 원작 극작 이강선 연출의 <물탱크 정류장>

7월 4일 남산예술센터에서 스튜디오 반의 태기수 원작·극작, 이강선 연출의 <물탱크 정류장>을 관람했다.

무대는 상단과 중간무대, 그리고 하단으로 나누어져 있고, 상단에는 공학박사의 거실이 있고, 중간무대에는 왼쪽에 옥탑 방, 오른쪽에 물탱크가 있다. 옥탑 방에는 침대가 놓여있고, 물탱크는 정면에 여닫이문이 달렸다. 중간무대와 하단 사이의 공간은 거리가 되고, 골프장으로 사용된다.

하단은 지하 바다. 술병이 진열되어 있고, 의자가 보이고, 지하통로도 사용된다.

영상을 투사해 물탱크 외곽이나 무대상단 전체에 물의 흐름과 물고기들의 애니메이션이 투사되고, 물탱크 문이 열리면 조명이 역광으로 객석을 향해 빛을 발사하듯 비추고, 물탱크를 180도 회전시켜 내부를 보여주기도 한다.

연극은 옥탑 방에 거주하는 잡지사 말단기자인 주인공의 이야기가 바의 주인의 독서와 연결이 되어 전개된다. 주인공이 특종 취재문제로 여자상사와 승강이를 벌이고, 재벌급 인사와 인터뷰를 하기로 한 유명작가가 제 시각에 등장하지를 않자, 말단기자인 주인공이 대역을 맡지만 신통치가 않다. 재벌급 인사는 주인공을 꿇어앉히고 그 귀에 골프공을 얹어놓고 퍼팅을 하려하니, 겁에 질린 주인공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이것을 트집 잡는 재벌급 인사의 당당한 모습이 주인공의 쩔쩔매는 모습과 대조를 이루고, 유명작가가 등장해 재벌급인사에게 골프자세에서부터 퍼팅의 기교를 알려주니, 자신보다 한 수 위의 작가에게 납작 고개를 숙이고, 환대를 하는 재벌급 인사의 모습이 폭소를 유발한다. 장면이 바뀌면 주인공은 물탱크 관련 공학박사와 인터뷰가 펼쳐지고, 양주 바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늘어놓는 공학박사의 물탱크와 관련된 변설과 물탱크 안에서의 휴식은 그 어느 특급침대에서의 휴식보다 탁월하다는 설명에 주인공과 잡지사 직원들이 빨려들기도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온 주인공은 옥탑 방 옆 물탱크를 주시하게 되고, 물탱크의 문을 열어본다. 거기에는 놀랍게도 한 걸인이 내부에 거주하고 있고, 주인공은 걸인에게 여기에서 더 머물지 말고 떠나라고 요구한다. 그러자 건물주가 등장해 월세만 지불하면 된다고, 걸인의 거주를 환영하는 태도를 보인다. 주인공은 공학박사의 변설을 상기하며, 걸인의 권유에 따라 벌거벗고 물탱크 안으로 들어가 눕는다. 영상으로 상단 전체에 물속의 영상이 투사되고 물고기의 그림과 소년의 얼굴이 애니메이션처럼 나타난다. 물탱크에서 나온 주인공은 걸인의 옷을 걸치고, 옥탑 방문을 두드린다. 그런데 옥탑 방에서는 물탱크에서 나온 걸인과 주인공의 동거녀가 동침하는 모습을 보이고, 방문을 여는 원래 물탱크 걸인과 주인공의 동거녀는 주인공을 생면부지의 인간을 대하듯 하는 일이 발생한다. 향후 물탱크 인물이 주인공을 대신해 주인공의 직업을 대신해 활동을 하고, 주인공은 물탱크 속의 걸인신세가 된다. 물탱크 인물과 주인공의 동거녀가 이사를 하고, 옥탑 방에는 주인공의 형님 벌되는 설비업체 인물과 다리를 저는 아내가 입주를 한다. 형님 벌 되는 인물은 남성다운 체격과 모습을 갖춘 인물이라, 여성편력이 화려하고, 여자를 다루는 솜씨가 비범하다. 이 남성은 주인공의 권유로 편안한 잠을 이루려 물탱크 안으로 들어간다. 주인공은 옥탑 방에를 들어가 다리를 저는 여인에게 다가간다. 그런데 여인은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과 장애여인은 동침을 한다. 잠시 후 형님 벌 되는 남성이 물탱크에서 나와 이러한 모습에 경악하고 분노를 터뜨린다. 남성은 주인공을 사정없이 구타한다. 그러자 여인이 골프채로 남성을 가격해 쓰러트린다. 남성은 죽은듯 잠잠하다. 향후 주인공은 남성행세를 하며 설비업체 인물들과 대면을 한다. 설비업체 인물들이 주인공의 대행을 납득하지 못하고 폭력을 휘두른다. 설비업체 사람들은 바로 하단의 지하 바를 리모델링하기로 하고 일정한 기간 안에 고쳐놓기로 약속을 한 바가 있어, 바 주인의 요구과 기일의 촉박으로, 주인공의 참여를 묵과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된다. 주인공은 일자리와 함께 형님 벌 되는 남성의 다른 여인에게 엽색행각까지 대신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일을 마친 주인공이 옥탑 방으로 돌아오니, 장애여인은 사라지고 옥탑 방은 텅 비어있는 걸 보게 된다. 주인공은 절규하며 물탱크를 몽둥이로 가격한다. 물탱크 문이 저절로 열리고, 그 속에서 장애여인의 뜨개질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주인공은 물탱크 안으로 들어가 장애 여인 곁에 앉는다. 지하 바 주인의 독서도 주인공의 행동과 동시에 마무리가 되면서 연극은 끝이 난다.

조승욱, 저인겸, 김숙인, 강현식, 김재구, 김 필, 강왕수, 박유밀, 이상홍, 이준영, 전수아, 김나라, 정민교, 김지혜, 강소영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각자의 독특한 성격창출은 관객을 시종일관 극 속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총기획 최빛나, 기획 아강선, 최소현, 오수진, 드라마투르기 이은기, 김성배, 작곡·음악 이율구, 음악조감독 정진교, 안무 류선아, 영상 정해운, 지은석, 무대디자인 손지희, 조명디자인 전민배, 의상·소품 우지숙, 우지영, 분장 박주현, 사진 박인구, 포스터원화 최지은, 조연출 김지혜, 정민교, 최현비, 무대감독 이도엽, 무대크루 이유정, 그리픽디자인 아트그램, 박인구, 손종희, 조명오퍼 박희연, 스튜디오 반 인턴십 김혜린, 이소창 등 스텝 모두의 노력과 기량이 잘 드러나, 남산예술센터와 스튜디오 반의 태기수 원작·각색 이강선 연출의 <물탱크 정류장>을 환상적이고 공상과학과 문학이 잘 어우러지고, 연출의 창의력도 단연 돋보인 한편의 걸작연극이라 평하겠다.

 

4, 충무아트홀에서 프로스페르 메리메 원작 심연주 음악감독 이용주 대본 연출의 음악극 <카르멘>

 

7월 10일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극단 벼랑끝날다·모비딕프로덕션의 프로스페르 메리메 원작, 심연주 작곡·편곡·음악감독, 이용주 대본·연출의 음악극 <카르멘>을 관람했다.

프로스페르 메리메(Prosper Mérimée, 1803~1870)는 19세기 프랑스의 소설가로 대표작은<콜롱바>(1840),<카르멘>등이다. 프랑스 아카데미회원, 상원의원이었다. 독특, 간결, 착실한 문체로 작품의 예술적 완성을 꾀한 점에서 고전적인 새로운 사실주의 문학을 지향했다. 메리메는 파리 출생으로 법률가가 되었으나 예술적 재능이 높았고, 소설가 스탕달과 친분이 깊었다. 22세 때 에스파냐 여배우의 이름을 빌려 <클라라 가줄 희곡집>(1825)을 발간,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그의 특질은 단편소설에서 발휘되었는데, 1829~1830년에 걸쳐 <마테오 팔코네> <타망고> <에트루리아의 항아리> 등을 발표하였다. 이 단편들은 훗날 단편집 <모자이크>(1883)에 수록되었다. 1834년 문화재 시찰관에 임명된 것을 계기로, 프랑스 국내와 코르시카 ·이탈리아 ·그리스 ·에스파냐 각지를 순방하였는데, 대표적인 걸작 <콜롱바>(1840) <카르멘>(1845) 등은 그 때의 견문(見聞)에 힘입은 바 적지 않다. 1844년 프랑스 아카데미회원, 1853년 상원의원으로 선출되어, 나폴레옹 3세의 궁정에 출입하게 되었다. 그는 직업적인 소설가라기보다 호사가(好事家)의 입장에서 소설을 썼다. 평범한 일상생활을 싫어하고 색다른 이국정서(異國情緖)나 야성적인 정열을 좋아한 데에서는 낭만주의의 영향을 엿볼 수 있지만, 독특하고 간결하며 착실한 문체로 작품의 예술적 완성을 꾀한 점에서는 오히려 고전적(古典的)인 새로운 사실주의 문학을 지향했다고 볼 수 있다.

무대는 <카르멘>이라는 카페다. 왼쪽에 건반악기와 현악기, 그리고 전자건반악기의 연주석이 있고, 오른쪽은 카운터 겸 해설자의 좌석이 있다. 카운터 뒤쪽에도 금관악기가 벽에 기대어져 있고, 한 쌍의 타악기가 눈에 띤다. 카페 <카르멘>에 어울리는 장식과 문양이 벽과 천정에 부착되어 있고, 배경 좌우와 무대 왼쪽에 등퇴장 로가 있다.

연극은 도입에 해설자 죠바니가 소설 <카르멘>을 낭독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연주자들이 착석을 하고, 출연자들이 등장을 하면, 합창으로 공연이 시작된다. 연주자나 출연자나 하나가 되어 음악극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관객을 도입부터 극에 몰입시킨다. 연주자들도 극의 흐름에 따라 감정변화에 편승하여 온 몸으로 연주하는 모습이 가히 일품이다.

키가 크고 훤칠한 모습의 병사 돈 호세가 집시 여인 카르멘의 야성적 매력에 첫 눈에 빠져들고, 절도죄를 비롯해 잡범인 그녀를 체포해 호송 역을 맡게 되면서 카르멘의 유혹에 이성을 잃어가는 과정이 펼쳐진다. 군인신분을 망각한 돈 호세가 카르멘이 직속상관과 관계를 하는 장면을 접하고, 질투로 상관과 결투를 해 그를 살해한 후 도망병에 낭인신세가 된다. 그 후 카르멘의 안내로 산 도적 같은 범죄 집단에 일원이 된다. 원작소설에서 돈 호세의 약혼자 미카엘라 대신 범죄 집단의 일원인 처녀를 등장시켜 돈 호세와 밀착되어가는 과정이 잠시 펼쳐지기도 하지만, 그녀가 부상으로 뒤에 처지니, 카르멘의 정부 격인 행동대장 가르시아가 그녀를 살해한다. 돈 호세는 가르시아와 혈투를 벌이고 끝내 그를 살해한다. 카르멘은 차츰 그에게 밀착되는 듯싶다가도 부유한 영국신사 제임스에게 달려들고, 돈 호세의 질투는 절정에 이른다. 그 때 매력만점의 투우사 루카스가 카르멘 앞에 등장하고, 카르멘은 루카스에게 현혹된다. 돈 호세가 질투와 적대감으로 루카스에게 덤벼들지만, 그는 루카스의 상대가 아니다. 카르멘은 완전히 루카스에게 빠져든다. 이성을 잃은 돈 호세는 혼신을 힘을 다해 루카스까지 살해한다.

대단원에서 돈 호세는 카르멘에게 자신만을 사랑해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카르멘의 거부의사와 답변에 결국 카르멘마저 살해하는 장면에서 해설자의 소설낭독이 끝이 난다.

해설자로 박준석이 출연해 탁월한 가창력과 함께 호연으로 극을 이끌어 간다. 건반악기와 아코디언을 연주자 심연주의 연주모습은 극의 분위기를 창출해 가고, 그녀가 심취해 연주하는 모습은 관객을 환상과 무아의 경지로 빠져들게 만든다. 카르멘으로 황연비가 출연해 호연과 무용으로 남성관객의 열정과 열망어린 시선을 일신에 집중시킨다. 김현경의 카르멘으로 더블 캐스팅 되어 출연한다. 돈 호세로 정성윤이 출연해 열연으로 극의 중앙에 우뚝 선다. 김동준이 돈 호세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가르시아로 신상환과 이준희가 출연해 호연을 보이고, 양성훈이 부유한 영국신사 제임스로 출연해 그의 피둥피둥한 체구를 무대 위에서 솜털처럼 휘두르며 관객의 폭소를 야기 시킨다. 에스카밀리오 대신 투우사 루카스 역의 함형래… 이토록 출중한 매력남이 있을 줄이야….! 그의 등장으로 여성관객은 완전히 그의 매력에 빠져들고,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로 그에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가 돈 호세에게 살해당하자 비로소 숨을 내쉬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임환덕이 더블캐스트로 출연한다. 쏘샨나로 허란과 박아룽, 레멘다죠로 김현경과 김수경이 각기 더블 캐스팅 되어 호연을 보인다.

심연주…그녀의 명품연주와 기량은 가히 일품이라는 칭호가 알맞고, 조여진, 최진경, 최진리의 연주 또한 최고의 기량과 수준임을 이번 공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듀서 조용신, 기획실장 엄국천, 제작실장·미술감독 박찬호, 조명감독 문종태, 음향감독 김경남, 의상감독 노유나, 분장디자인 유현정, 안무 허 란, 연지지도 조승연, 안무지도 전성제, 조연출 장화식, 홍보 정수진, 제작1팀 최민호·이은비, 제작2팀 강동섭·강푸름·김보라·손정기·임성규, 교육사업팀 하정아·조은빛, 미디어팀 장 훈·마동원 등 스텝 모두의 기량과 열정이 돋보여, 극단 벼랑끝날다·모비딕프로덕션의 프로스페르 메리메 원작, 심연주 음악감독, 이용주 연출의 음악극 <카르멘>을 우수작이자 걸작 음악극으로 창출시켰다.

 

5, 극단 자유공간의 이어령 작 진이자 연출의 <사자와의 경주>

 

7월 13일 예술공간상상 화이트관에서 극단 자유공간의 이어령 작, 진이자 연출의 <사자(死者)와의 경주(競走)>를 관람했다,

이어령 선생은 1934년 충남 아산출신의 문학평론가·소설가·수필가이다.

여러 장르에 걸쳐 창작활동을 벌이면서 문학의 사회참여를 주장했다. 서울대학교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경기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단국대학교 전임강사, 서울대 강사,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서울신문〉·〈한국일보〉·〈경향신문〉·〈중앙일보〉 등의 논설위원과 잡지 〈문학사상〉의 주간을 맡아보았다. 1991년 문화부장관(초대)을 역임했다.

대학 재학시절에 평론 〈이상론 李箱論〉을 발표한 뒤, 이듬해 〈한국일보〉에 우상화된 기성문단에 대한 도전을 선언한 평론 〈우상의 파괴〉를 발표하여 문단에 나왔다. 이어 평론 〈비유법 론고 譬喩法論攷〉(문학예술, 1956. 11~12)·〈해학의 미적 범주〉(사상계, 1958. 11)·〈사회참가의 문학〉(새벽, 1960. 5)·〈현대소설 60년〉(문학춘추, 1964. 6) 등을 발표했다. 문학비평 활동을 하며 김동리와 작품의 실존성(實存性)에 관한 논쟁을 벌였고, 조연현의 전통론을 반박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외 소설 〈마호가니의 계절〉(예술집단, 1955. 12)·〈장군의 수염〉(세대, 1966. 3)·〈의상과 나신〉(한국문학, 1978. 5~1979. 2) 등을 발표했다. 소설집으로 〈환각의 다리〉(1977)·〈둥지 속의 날개〉(1984)·〈무익조 無翼鳥〉(1987) 등, 수필집으로 〈흙속에 저 바람속에〉(1963)·〈신한국인〉(1986)·〈축소지향의 일본인〉(1982) 등, 평론집으로 〈저항의 문학〉(1959)·〈전후문학의 새물결〉(1962)·〈한국작가전기연구〉(1975) 외에 20여 권의 저서가 있다. 1979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받았다.

 

무대는 아파트의 거실이다, 정면에 커다란 창이 있으나, 밖은 보이지 않는다. 창 위에 “잘 살아보세”라는 가훈이 걸려있고, 창 왼쪽에 긴 체경이 걸려있으나, 종이를 발랐는지 거울로 보이지 않고 액자 같은 느낌이다. 정면 벽과 왼쪽 벽 사이에 통로가 있어 아파트 현관으로 설정이 되었으나, 문은 보이지 않는다. 창 오른쪽에는 내실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으나 문짝은 없다. 중앙에는 서류철을 차곡차곡 꽂아둔 장이 있고, 그 위에 타자기를 놓아두었다. 왼쪽 벽에는 술 진열장이 있어 여러 종류의 양주병이 가지런히 놓여있고, 오른쪽에는 책장이 있다. 무대중앙에 긴 소파와 탁자가 있고, 사각의 입체조형물이 의자구실을 한다. 탁자에는 전화기가 놓여있다.

연극은 도입에 미모의 주부가 검은 실내복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전화를 받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전화의 내용은 2, 3일 전에 병원고층에서 투신자살한 한 철학교수의 이야기다. 15층에서 뛰어내렸는데, 전화를 받는 주부는 대수롭지가 않다는 표정이다. 그 때 남편이 내실에서 나온다. 남편은 급히 결려올 전화가 있으니 수화기를 내려놓으라고 아내에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남편의 이 말이 아내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상대와의 통화에서 아내는 전혀 아무렇지 않은 듯 자살한 교수의 이야기를 그냥 흥미 있는 기삿거리쯤으로 생각하는 듯한 모습이지만, 전화통을 완강히 부여잡은 것으로 보아, 대충 넘길 일은 아닐 성싶다. 15층에서 투신자살이라는 전화내용에 병원에는 4층이 없으니 14층이라고 강조를 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건성으로 듣고, 통화를 계속하는 아내의 모습은 마치 남편이 시야에 들어오지도 않고 아예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느낌까지 든다, 남편은 아내에게 의사와 변호사로부터 전화가 오기로 약속이 되어 있느니, 그만 전화를 끊으라고 이야기하고, 전화가 아니 되면, 의사나 변호사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아내는 마이동풍(馬耳東風) 격이다. 그 때 초인종이 울리고 백발의 의사가 들이닥친다. 아내는 전화선을 길게 늘어뜨리고 내실로 들어간다. 의사는 전화가 불통이라 직접 찾아왔노라고 이야기를 하며, 자살한 철학교수의 이야기를 꺼낸다. 남편은 그 이야기를 듣기 싫어 하지만 의사는 요즘 병원에는 4층과 13층이 없다며, 13층에서 뛰어내린 격이라고 이야기한다.

잠시 후에 초인종이 또 울리고 여성변호사가 이집을 방문한다. 뒤이어 아파트 관리인까지 찾아온다. 남편을 찾아온 방문객들이 각자 건강문제, 소송문제, 등 주요내용을 남편과 상의를 하고 돌아가기까지, 이 집 주부는 전화기에만 매달린 채 일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들이 다 돌아간 후 방에서 나온 아내는 역시 통화를 계속할 뿐이다.

남편은 얼마 전 계단에서 굴러 후각을 잃어 냄새를 전혀 못 맡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그 문제로 500만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대 한 철학교수의 자살이, 이 들 내외와 가까웠던 한 철학교수의 8년 전의 죽음을 떠올리게 되면서, 아내는 죽은 철학교수에게 연정을 품고 있었음이 알려지고, 8년 전, 바닷물에 빠진 아내를 수영도 잘 못하며 목숨을 걸고 구하려고 바다 깊은 곳까지 그녀에게 헤엄쳐 다가간 철학교수에 대한 사랑을 전화 상대에게 고백하는 소리를 들은 남편은, 분노와 질투심에 못이겨, 500만원을 받게 될 보상 서류를 보이며 아내의 주의를 환기시키지만, 그래도 아내가 아랑곳하지 않자, 남편은 정면의 거실 창문을 깨뜨리고 투신자살을 하는 소리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전동민이 남편으로 출연해 이 무더위에 그야말로 온 몸이 땀으로 목욕을 할 정도의 열연을 한다. 송정민이 아내로 출연해 남편과는 정반대로 냉랭하기 그지없는 싸늘한 연기로 남편과 대조를 이룬다. 의사 장승배, 변호사 김아림, 관리인 방민호가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기획 윤영삼, 홍보 김충효, 음향 곽승은, 무대 용선중, 조명 박상민, 무대감독 차현도, 의상 강동균, 소품 정우식, 음향오퍼 박재승, 조명오퍼 윤지태, 진행 하현정·김동규 등 모두의 기량이 하나가 되어 극단 자유공간의 이어령 작, 진이자 연출의 <사자(死者)와의 경주(競走)>를 폭염과 폭우 속에 잠시 더위를 잊도록 만든 이열치열(以熱治熱) 식의 공연이라 평하겠다.

 

6, 게릴라극장 해외극 페스티벌 2 아이스킬로스 작 지경화 각색 박근형 연출의 <그 사람의 눈물>

 

7월 16일, 게릴라극장에서 아이스킬로스 작, 지경화 각색, 박근형 연출의 <그 사람의 눈물>을 관람했다.

이 연극의 원제는 <결박된 프로메테우스>이다.

인간을 몰살시키고 새로운 종족을 세우려는 제우스의 뜻에 반한 죄로 바위산에 포박당한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는 삼부작 <불을 전하는 프로메테우스>와 <결박된 프로메테우스> 그리고 <풀려난 프로메테우스>로 되어있다.<풀려난 프로메테우스>에서는 프로메테우스와 제우스가 화해하는 결말을 보인다.

아이스킬로스(Aeschylos·BC 525?~BC 456?)의 <결박된 프로메테우스>의 내용은 제우스는 티탄(타이탄) 신족인 아버지 크로노스를 몰아내고 새로 권좌에 오르면서 인간 종족도 쓸어버리고 새로운 종족을 만들려고 한다. 티탄 신족이지만 제우스 편에 가담했던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멸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우스에게 강하게 반대한다. 제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주기를 거부하자 프로메테우스는 천상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다. 벼르고 있던 제우스는 마침내 프로메테우스를 붙잡아 대장장이신(神) 헤파이스토스를 시켜 그를 황량한 절벽에 쇠사슬로 묶어놓는다. 대장장이신은 프로메테우스를 결박하면서도 측은한 심정을 감추지 못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의 괴로움과 두려움을 숨김없이 털어놓는다. 그러면서도 제우스에 대한 자세는 굽히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제우스의 운명에 관한 중대한 비밀, 즉 제우스가 이오와 결합하면 거기서 태어나는 아들이 권좌를 빼앗으리라는 비밀을 알고 있다. 제우스는 헤파이토스를 보내 비밀을 지키지 않으면 매일 독수리가 와서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아 먹을 것이며, 프로메테우스의 간은 계속 다시 자랄 것이기 때문에 순간의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지속되리라 위협한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제우스의 분기탱천하여 천둥·번개로 프로메테우스를 내리친다. 한편 오케아노스의 딸 이오는 제우스의 사랑을 받은 것으로 인해, 제우스의 아내 헤라의 분노를 사, 꼽추가 되는 괴로움을 당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을 찾아온 이오에게 그녀의 장래 운명을 알려준다. 이오의 자손이 프로메테우스를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제우스는 왕좌로부터 추방될 뿐 아니라 이오와 프로메테우스가 결혼을 하게 되리라는 예언이다. 이러한 대화가 오갈 때에 헤파이토스가 등장한다. 그는 프로메테우스에게 제우스의 관한 비밀을 알려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헤파이토스의 요구를 거절한다. 그로 말미암아 그는 오케아노스의 딸들과 더불어 땅 밑으로 추락하게 된다.

무대는 공사장의 받침목처럼 각목을 가로세로 엮어 천정까지 이어놓고, 나무상자로 기둥의 아래 부분을 받쳐놓았다. 무대 오른쪽에도 나무상자를 쌓아두었고, 무대 오른쪽과 객석출입구가 등퇴장 로가 된다.

연극은 도입에 코러스가 곰팡이들로 명명되어 등장하고, 향로에 향 대신 불을 피워 들고 프로메테우스가 등장해 곰팡이 인간들에게 불을 제공한다. 그러한 행위로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진노를 사 각목중앙에 묶여 평생 벗어날 수 없는 형벌을 받게 된다. 장면이 바뀌면 대장장이의 딸 이오가 어머니와 함께 등장해, 소녀인 이오를 제우스가 탐하려 한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어머니는 그로인해 자신의 딸이 수난을 당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뒤이은 장면에서 이오의 어머니의 모습으로 변신한 제우스의 아내 헤라는 질투와 분노로 이오를 꼽추로 만든다. 이오는 꼽추의 모습으로 결박된 프로메테우스 앞에 등장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에 관련된 비밀을 이오에게 알려주고, 언젠가 제우스가 자신과 이오에게서 태어난 아들에게 왕좌를 빼앗기고, 프로메테우스와 이오가 맺어지게 되리라는 예언을 한다. 천기누설을 한 대가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의 심장을 도려낸다. 심장이 없어도 프로메테우스는 죽지 않는다. 이오는 그러한 프로메테우스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고 바짝 다가간다. 제우스는 이러한 광경에 분기탱천하여 두 사람에게 천둥과 벼락을 내리는 것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프로메테우스로 권혁이 출연해 희랍신화의 조각상 같은 훤칠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호연을 한다. 이오의 어머니와 제우스의 아내 헤라 역으로 정희정이 출연해 그간 갈고 닦은 기량을 내 보인다. 이오로 김민희와 심재현이 더블 캐스팅되어 경연하듯 열연을 펼친다. 사신으로 김주헌이 출연해 호연을 보이고, 제우스와 헤파이토스로 김동원이 출연해 훤칠하고 조각상 같은 잘 생긴 모습으로 여성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도균, 서동갑, 고경민이 곰팡이 같은 걸인1,2,3으로 출연해 독특한 분장과 성격창출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강병욱과 남수현이 시민1과 시민2로 출연해 기량을 발휘한다.

조연출 이은준, 무대감독 이호열, 무대/조명디자인 성노진, 음악 안소영, 진행 김선화, 의상 이현지·장유정, 오퍼레이터 김병건·신지웅, 프로그램디자인 한혜나, 동작지도 권영호, 사진 김은우, 홍보디자인 황유진, 소품/분장 극단 골목길, 녹음 송영민, 인쇄 복사광장 등 스텝 모두의 기량이 동보여, 게릴라극장 해외극 페스티벌 2 아이스킬로스 작, 지경화 각색, 박근형 연출의 <그 사람의 눈물>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7, 게오르그 뷔히너 작 안민수 역 공동각색 사다리움직임 연구소 임도완 연출의 <보이첵>

7월 17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게오르그 뷔히너 작, 안민수 역, 사다리움직임 연구소 공동각색, 임도완 연출의 <보이첵>을 관람했다.

게오르크 뷔히너 (Georg Büchner)는 24세에 요절한 천재적인 작가다. 그는 독일에서 1813년에 태어나고 1837년에 스위스에서 사망했다.

뷔히너는 소시 적부터 글쓰기는 재주가 있었다. 1823년 3월 학교 축제일에 <과일을 먹을 때 주의하세요! (Vorsicht bei Genusse des Ebstes!)>라는 라틴어로 글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낭독발표하고, 1830년 9월에는 자신이 다니던 김나지움의 공식 축제에 <카토에 관한 연설, 자살 옹호론(Rede über Cato>을 발표했고, 1831년 김나지움의 졸업식에서 <메네니우스 아그리파 (Menenius Agrippa)>라는 이름으로 산상에 모인 민중들이 로마로 돌아갈 것을 권유하는 글을 라틴어로 발표했다.

다름슈타트에서 김나지움을 마친 그는 1831년부터 슈트라스부르크 대학의 의학부에서 의학과 자연과학 공부를 시작했다.

이 시절에 그는 자신이 세를 들어 살던 집 주인(목사)의 딸인 빌헬미네 얘글레 Wilhelmine(Minna) Jaegle와 비밀리에 약혼을 했다. 슈트라스부르크에서 2년간의 공부를 마치고 그는 1833년에는 다시 독일로 돌아와 기센대학에서 의학공부를 계속했는데, 이때 그는 역사와 철학도 아울러 공부했으며, 한편으로 정치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즉 그는 1834년에 인권협회를 창설하고, 헤센의 자유주의자들과 함께 헤센 대공국의 반동적 사회 상황에 저항했다. 1834년 7월에 뷔히너는 부츠바하 출신의 학교장 바이디히 (F. L. Weidig)와 함께 ‘헤센급전’이라는 독일 최초의 사회주의적 성향을 띤 전단을 작성하여 농민들에게 살포해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그 후 그는 기센을 떠나 다름슈타트에 있는 부모의 집에 숨어살면서 체포된 동료들의 구출작업에도 힘을 쏟았다.

이 무렵인 1835년 2월에 그는 첫 희곡 <당통의 죽음 (Dantons Tod)>을 썼다. 그러나 같은 해 3월에 경찰로부터 소환장을 받은 후 독일에서 프랑스 국경을 넘어 슈트라스부르크로 도망한다. 6월에는 뷔히너에 대한 공개수배로 더 이상 고국 땅을 밟을 수 없게 되지만, 7월말에 출판사의 편집위원으로 일하던 구츠코 Gutzkow의 도움으로 <당통의 죽음>이 독일에서 출판된다. 동년 5월에 중편소설 <렌츠 (Lenz)>를 집필해 9월에 완성하고, 10월에는 빅톨 유고 Victor Hugo의 드라마 두 편 <Lucrèce Borgia>와 <Marie Tudor>를 번역한다. 그해 가을과 겨울 사이에 데카르트와 스피노자에 관한 연구에 몰두하면서, 한편으로 돌 잉어의 신경조직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여, 그 다음해에 이 연구논문을 취리히 대학의 철학부에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다. 1836년에 들어 뷔히너는 세 차례에 걸쳐(4월 13일, 4월 20일, 5월 4일) 슈트라스부르크의 자연역사협회에서 물고기의 신경조직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초여름에는 <레옹세와 레나 (Leonce und Lena)>를 집필하고 <보이첵 (Woyzck)>의 구상작업에 들어간다. 같은 해 9월에 박사학위논문이 통과되어 취리히 대학에서 학위를 받는다. 10월에는 거처를 취리히로 옮기고, 11월 초에 <두개골신경에 관하여>라는 테마로 취리히 대학에서 시험강의를 하고, 겨울에 <보이첵>을 완성한다. 1837년 1월말에 그는 치명적인 병에 걸리고, 2월부터는 병석에 눕게 된다. 그 후 일주일이 지나면서부터 그의 의식은 혼미상태에 들어가고, 2월 19일에 뷔히너는 더 이상 깨어나지 못하고 영면한다. 이틀 후 그는 취리히의 크라우트 가르텐이란 공동묘지에 안장된다.

<보이첵>의 내용은 비교적 단순하다. 프레드리히 요한 프란츠 보이첵, 육군 일등병 제 2연대 2대대 4중대 소총수,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인 마리가 있다. 보이첵은 군대에서는 상사의 면도를 해 주며, 의사의 명령에 따라 매일 완두콩만 먹고, 소변 량이나 감정의 상태를 점검 당한다. 가난하기에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삶의 희망도 가질 수 없는 나약한 인간 보이첵을, 의사는 자유의지를 상실한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고, 자신의 실험용 집토끼인양 이용하고 학대한다. 이렇듯 계속되는 정신적, 육체적인 착취로 인하여 보이첵은 점점 극심한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칠 대로 지친 보이첵과 더불어 마리는 자신의 답답한 현실 속에서 어떠한 탈출구도 찾지 못한 채 정신적 고립감에 지쳐간다. 어느 날, 한 가설무대에서 악대장은 보이첵과 함께 온 마리에게 눈독을 들인다. 악대장은 마리에게 야성적 손길을 뻗친다. 마리는 육체적, 경제적 능력을 지닌 매력남 악대장의 유혹에 이끌려 그와 통정을 하게 된다. 보이첵은 악대장과 마리의 관계를 눈치 챈다. 그러나 보이첵으로서는 어떤 항의나 항변도 못하고 그저 가슴에 묻어둘 뿐이다. 의사와 중대장은 그러한 보이첵을 조롱하고 보이첵에게 야유를 퍼붓는다.

견디다 못해 보이첵은 마침내 자신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사랑하는 여인인 마리를 살해한다.

이 연극에서는 남녀 각 5명씩, 10명의 출연자가 10개의 의자를 가지고 아크로바틱한 연기로 시종일관 무대를 장식한다. 도입에 의자를 분리하는 장면에서부터 조형예술작품처럼 의자를 쌓아올리는가 하면, 직선이나 곡선으로 의자를 배열하고, 의자를 들어 올리거나, 서로 던지고 받거나, 빙글빙글 돌리기도 하고, 두 줄로 배열한 의자의 등받이 사이로 10명의 출연자가 얼굴을 나란히 내어 보이기도 하면서, 온갖 묘기를 연출해 내, 관객으로부터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특히 의자 등받이 두 개에 몸을 받힌 채 직선으로 꼿꼿한 자세로 누운 보이첵의 모습은 무슨 마술을 보는 듯싶은 느낌이 들고, 악대장과 마리와의 통정장면의 동선과 동작은 아름답고 우아하기 그지없는 명장면이다. 출연자들이 체조를 하듯 무용을 하듯 혼신의 힘을 다해 펼치는 2시간여의 공연에 관객은 완전히 몰입된 상태에서 관람을 하게 되는 그러한 연극이었다.

권재원, 서유천, 심재선, 장성원, 이중현, 이호철, 윤진희, 김다희, 최 준, 신나라, 정은순, 김세훈, 고창석 등 출연자 전원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과 아크로바틱한 호연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조명디자인 구태환, 으상디자인 이주희, 무대감독 김미령, 조명감독 김동훈, 음향감독 어퍼레이터 김요찬, 조명오퍼 조영훈, 자막오퍼 임진주 등 스텝 진의 기량 역시 돋보인 공연으로, 게오르그 뷔히너 작, 안민수 역, 사라디움직임연구소 공동각색, 임도완 연출의 <보이첵>을 출중하고 탁월한 예술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8, 극단 맨씨어터의 이오네스코 작 오세곤 역 조정일 각색 전인철 연출의 <왕은 죽어가다>

 

7월 18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맨씨어터의 이오네스코 작, 오세곤 역, 조정일 각색, 전인철 연출의 <왕은 죽어가다>를 관람했다.

외젠 이오네스코 (Eugène Ionesco, 1909년~1994년)는 실존주의 파에 속하는 프랑스의 시인·소설가·극작가이다. 루마니아계 프랑스 사람으로 루마니아의 스라티나에서 태어났다. 루마니아식 이름은 에우젠 이오네스쿠(Eugen Ionescu)이다. 유년시대는 프랑스에서, 청년시대는 루마니아에서 보냈고 1938년 이후 파리에 정주하였다. 1950년 <대머리 가희>(부제 <반희곡>)가 상연된 이래 이른바 반연극 파(反演劇派)의 선단에 섰다. 이후 <수업> <의자> 등의 뛰어난 단막물로 종래의 것과는 좀 다른 초현실주의적인 희곡을 차차 인식시키고, 그 후에는 <무소> <빈사(瀕死)의 왕> <갈증과 기아> 등의 장막 물(長幕物)로 국립극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앙티테아트르 작가로서 베케트와 더불어 호칭되고 오늘날에 와서는 프랑스의 대표적 극작가로 확고한 명성을 지니고 있다. 그의 작품은 초기의 전위적 부조리극, 가령 <수업>(1951), 중기의 <무소(犀)>(1960) 등 사회풍자극과 <빈사(瀕死)의 왕>(1962) 등 내면적 작품의 3기로 나눌 수가 있다. 초기의 작품일수록 대담하며, 일상적인 회화(會話)를 해체하여 그 무의미성을 폭로하기도 하고, 의자를 무대 일면에 늘어놓음으로써 신이나 진실 또는 사상의 공허함을 표현하거나, 사람을 무소로 변신시킴으로써 현대 획일화(劃一化)의 공포를 우화화(寓話化)하기도 했는데, 항상 라틴적인 경쾌한 리듬을 잊지 않았다. 그는 연극의 줄거리·성격·언어를 해체하는 것으로 연극의 에센스를 뽑아내서 전 세대의 실험적 쉬르 레알리즘 연극에 풍요한 넌센스 유머를 부여함으로써 대중화하는 일에 성공하였다.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었으며 1977년 대한민국을 방문했다.

무대는 정면에 원형의 대가 있고 두 개의 계단으로 오르게 되어있다. 대 위에는 옥좌가 놓여있고, 옥좌 뒤에 히터가 있어 뽀얀 증기를 내뿜는다. 무대왼쪽에는 거대한 어항이 1m 높이의 철제 받침대 위에 얹혀 있고, 어항 안에는 월척 잉어가 위용을 자랑하듯 유영을 한다. 어항 앞에는 소파가 있다.

무대 오른쪽에는 정사각의 대가 한자(1尺) 높이로 설치되어 있어 근위병의 설자리로 사용된다.

연극은 도입에 가슴에 번쩍이는 훈장을 잔뜩 단 근위병이 느리고 위엄 있는 걸음걸이로 등장해 중앙 옥좌에 올라가 왕인 양 앉는다. 내려와서는 어항 앞 소파에도 앉아보고, 일어서서 어항을 들여다보고는 경박할 정도의 자세로 깡충거린다. 그리고 근위병의 대 위로 올라가 선다. 곧이어 장중한 음악이 들리면서 왕의 행차를 예고한다. 조각처럼 단정한 미모를 지닌 제1왕비, 훤칠한 매력남이자 지성미 소유자 시의, 진정성으로 왕의 사랑을 독차지한 제2왕비, 헌신을 다해 궂은일도 마다 않는 어려보이는 시녀, 등 근위병의 소개에 따라 한 명 한 명 객석에 인사를 한다. 마지막으로 백발이지만 천성이 어린애 같은 왕이 맨틀피스 자락을 길게 늘어뜨리면서 등장해 옥좌에 올라가 몸을 묻는다. 제1왕비가 왕에게 안부를 전하지만 왕은 제2왕비에게만 관심을 보이고 정감을 표시한다. 그러나 제1왕비의 말에는 냉철한 지성과 의지가 들어있다. 시의가 왕의 건강에 이상이 있음을 고하지만, 닥터의 고언이 왕에게는 말귀에 찬송가 부르는 격일 뿐이다. 그러나 1시간 30분 뒤에 왕이 운명하리라는 예고를 한 뒤 왕의 거동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향후 왕의 동태에 따른 제1왕비, 시종, 제2왕비, 시녀, 근위병의 태도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시의의 예고대로 왕의 죽음의 검은 장막이 서서히 드리워지기 시작하면서, 자신은 결코 죽지 않으리라는 왕의 자신감은, 왕의 몸의 이상 징후와 함께 점차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왕은 의지를 잃지 않고, 안간힘으로 버텨보지만, 그의 백발위에 얹힌 왕관마저 그의 의지를 벗어나, 궁정바닥에 추락하기를 반복한다. 제2왕비의 지극한 정성과 사랑이 왕의 거동마비까지 존중하고 따르는지, 제2왕비에게도 말을 할 수 없는 상태나, 거동마비상태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동작의 마비상태는 근위병에게까지 전염되고, 이를 주시한 시의가, 온갖 병은 마음가짐 여하에 따라 발병하기도 하고 소멸한다는 소리에 제2왕비와 근위병은 정신을 차리고 본 상태대로 환원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대단원에서 왕은 옥좌에 기대어 생을 마감한다. 제1왕비, 시의, 제2왕비, 시녀, 근위병이 왕의 주위에 몰려들어 마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으로 정지된 상태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유병훈이 왕으로 출연해 탁월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시의로 신덕호가 출연해 독특한 개성을 보이며 객석에 깊은 인상을 심어놓는다. 우현주가 제1왕비로 출연해 미모와 지성미로 왕비의 본색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근엄하게 드러내고, 황영희가 제2왕비로 출연해 그녀의 모습처럼 따뜻한 감성과 진정성을 무대 위에 유감없이 발휘한다. 박지환이 근위병 역으로 출연해, 발군의 기량으로 역을 소화해 내 갈채를 받는다, 제정경이 시녀로 출연해 호연으로 그녀의 발전적 앞날을 예측케 한다.

미술감독·무대컨셉 여신동, 무대 정승준, 조명디자인 최보윤, 작곡 박천휘, 음향디자인 임서진, 분장·소품디자인 장경숙, 안무 금배섭, 기획 최효정 등 스텝진의 기량도 돋보여, 극단 맨씨어터의 이오네스크 작, 오세곤 역, 조정일 각색, 전인철 연출의 <왕은 죽어가다>를 계절에 어울리는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9, 파파프로덕션의 수전 힐 작 스티븐 말라트렛 각색 이현규 윤색 연출의 <우먼 인 블랙>

 

7월 23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파파프로덕션의 수전 힐(Susan Hill)작, 스티븐 말라트렛(Stephen Mallatratt)각색, 이현규 윤색·연출의 <우먼 인 블랙(The Woman in Black)을 관람했다.

수전 힐 (Susan Hill)은 소설가, 라디오 극작가, 평론가, 수필가다. 1942년 영국 스카버러에서 태어났다.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1학년 때 성적 금기를 깬 파격적인 첫 소설<인클로저>를 발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졸업 후 5년간 문예평론가로 활동했고, 1968년 작품 활동을 재개, 소재와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세계를 선보임으로써 어느 한 부류로 묶을 수 없는 카멜레온 같은 작가라는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내가 그 성의 왕일지니>로 서머싯 모옴 상(1971)을,<앨버트로스>로 존 루엘린 라이스 상(1972)을 수상했고,<밤의 새>로 휘트 브레드 상(1972)을 수상하고 같은 해 부커 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영국 문단의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1975년 더는 소설을 쓰지 않겠노라 선언했으나, 1983년 공백을 깨고<디 우먼 인 블랙>과 함께 돌아왔다. 바닷가 근처 고립된 습지에 세워진 저택을 배경으로 젊은 변호사가 겪는 기이한 사건을 다룬 이 소설은 빅토리아시대의 고딕호러소설을 계승한 작품으로, 출간 당시 영국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가디언〉지가 선정한 세계 5대 공포소설 중 하나이기도 한 이 작품은 미스터리 작가로서 수전 힐의 이름을 독자들에게 각인시킨 계기가 되었다. 1987년 연극으로 각색되어 초연된 후 현재까지도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최고 롱런 기록을 이어가고 있으며, 2012년에는 다니엘 래드클리프 주연의 동명 영화가 개봉되었다. 이후 순문학은 물론, 저주가 씐 그림을 둘러싼 미스터리<그림 속의 남자>와 사이먼 서레일러 탐정 시리즈로 대표되는 장르소설, 청소년소설과 전원생활에 대한 가벼운 에세이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영국 글로스터셔에서 셰익스피어 연구자인 남편과 함께 살고 있으며 롱반북스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무대는 배경 막 가까이 커튼이 드리워진 실내이다. 왼쪽에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고, 문이 닫혀있다. 중앙에 커다란 고리짝 같은 상자가 놓여있고, 무대 오른쪽에 등퇴장 로가 마련되어 있다. 조명효과에 따라 커튼 안쪽이 공동묘지로 표현되기도 하고, 검은 옷을 입은 초상이 걸린 이층 방이 되기도 한다. 낮으막한 장위에 음악상자가 놓여있고. 그 옆으로 어린이 침상과 검은 옷을 입힌 어린이 인형이 놓이고, 그 옆으로 흔들의자가 있다.

연극의 배경은 뭍과 물의 중간 지대, 바닷가 근처 고립된 습지에 세워진 고 저택 일 마시 하우스이다.

연극은 도입에 중년의 변호사 아서 킵스가 자신이 겪은 기이하고도 공포감 넘치는 이야기를 한 젊은 연극인을 통해 연극적 방법으로 재현시키려 한다. 이 연극연습에서 중년 변호사와 젊은 연극인은 상대역으로 출연하고, 청년시절의 변호사 역을 연극인이 맡아 연기하고, 변호사가 접하게 되는 인물들은 아서 킵스가 대행한다.

젊은 변호사 아서 킵스는 죽은 노부인의 유산 정리를 위해 고 저택을 찾는다. 자동차로 마차로 여행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음향효과가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부인의 저택은 음산하기 그지없다. 서류철과 편지함이 들어있는 고리짝이 저절로 열리는가 하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기도 한다. 고 저택에 들어가 유서 정리 작업에 들어간 아서 킵스는 60년 전 부인에게 온 편지들을 읽으며 과거의 비극과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의 정체에 조금씩 다가가는 듯하지만, 이번에는 저택 안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아무도 살지 않는 텅 빈 저택의 잠긴 방 너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아서 킵스는 이층방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간다. 거기에는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의 초상화가 결려있고, 낮은 장식장 위에 있는 음악상자가 저절로 열려 음악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흔들의자도 누가 앉아있는 양 흔들거리기 시작해, 아서 킵스 뿐 아니라, 관객의 머리칼을 곤두세운다. 아서 킵스를 이 마을까지 마차로 태워다 준 이 마을의 대 지주도 부인의 이야기를 회피하는 눈치이고, 지주는 강아지 한 마리를 딸려 보낸다. 심상치 않은 사연이 있음을 직감한 아서 킵스의 불안감은 조금씩 커져만 가고, 짙은 안개로 둘러싸여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저택에서 아서 킵스가 편지함에 든 여인의 편지를 읽을 때에는 여인의 음성이 유령의 소리처럼 들려오기도 한다. 편지의 내용으로, 저택에는 자매가 살았고, 동생이 아기를 낳아 언니에게 맡기며, 자신은 한센 병 환자라 나병이 옮으면 아니 되니까, 격리되고 밀폐된 방에서 살기로 하겠다는 사연이 소개가 된다. 그러나 아기는 여섯 살이 되자 죽어버리고, 아기엄마도 나병으로 죽은 것을 알게 된다. 그러는 중에도 계속 여인의 비명이 들려오고, 강아지가 무엇인가를 보고 맹렬히 짖으며 뒤를 쫓기에 뒤를 따라간 아서 킵스는 강아지가 늪에 빠진 것을 알게 되고, 강아지가 죽기 직전에 아서 킵스가 혼신의 힘으로 구출하는 장면이 펼쳐지기도 한다, 다시 돌아온 저택에서 계속되는 여인의 비명소리에 견디지 못한 아서 킵스가 저택을 빠져나와 마차로 달릴 때, 밀려드는 파도에 마차가 빠지며, 조랑말이 내지르는 비명과 마차부서지는 소리가 함께 들리며 암전된다.

대단원에서 중년의 변호사 아서 킵스와 젊은 연극인이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연극이 성공적으로 되었음을 알리는 장면에서 마무리가 된다.

아서 킵스로 김의성과 홍성덕이 더블 캐스팅되어 일인 다역으로 호연을 보인다. 연극인으로 김경민과 김보강이 역시 더블 캐스팅되어 열연을 펼친다.

무대·의상·소품디자인 천세진, 어시스트 이승민·배한나, 무대제작 스테이지 토우, 조명디자인 장원섭, 오퍼 정지희, 조명 크루 강영구·정구홍·정미현·홍준석·이승주, 음악·음향디자인 이순용, 음향조감독 서아라, 오퍼 이승아, 분장디자인 조미영, 무대감독 곽용민, 조감독 정보이·양진호, 목소리연기 송요셉·이용환·차승민·오세미·이순용 등의 기량이 하나가 되어, 파라프로덕션의 수전 힐(Susan Hill)작, 스티븐 말라트렛(Stephen Mallatratt)각색, 이현규 윤색·연출의 <우먼 인 블랙(The Woman in Black)을 한 여름의 납량특집 공포괴기 물의 진수를 보여주는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10, 극단 해를 보는 마음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한명구 예술감독, 김종식 황준형 연출의 <두드려라 맥베스!>

 

7월 2일, 알과핵 소극장에서 극단 해를 보는 마음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한명구 예술감독, 김종식 황준형 연출의 <두드려라 맥베스>를 관람했다.

무대는 배경 막에 수많은 백색 비닐을 늘어뜨린 커튼이 삼면 벽을 차지하고, 좌우의 남은 벽면에 삼각형의 검은 여백이 바탕색으로 남아있다. 무대 오른쪽에 타악기와 대금 연주석이 있고, 출연자들이 대북 여섯 개를 들여와 두드려 대고, 승무용 놋으로 만든 바리 십여 개가 동원이 되고, 칼, 곤봉, 도리깨등이 병사들의 무기로 사용된다. 비닐 갈기를 늘어뜨린 붉은 얼굴의 북청사자탈이 위용을 드러내고, 출연자들의 고대의상이나 남성출연자들이 마녀나 궁녀로 출연할 때의 의상은 극에 어울리는 복식이고, 옥좌로 사용되는 직사각의 조형물도 그럴듯해 보인다.

연극은 도입에 마녀 대신 명장 백배두의 부인의 예언 같은 염원에서 출발한다. 장면이 바뀌면 출연자들이 대북 여섯 개를 무대로 들여와 굉음을 울리며 두드려 대고, 전쟁에서 승리한 백배두와 방초우 두 장군이 모습을 드러낸다. 두 장군은 승리의 기쁨에 취해 하늘이라도 오를 기세다. 각자 도총관 자리를 염두에 두지만 두 장군은 경쟁관계이면서도 전우이자 동지이기에 상대에 대한 친분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편 여장남성이지만 궁녀들에 둘러싸여 황음에 빠진 당건왕의 모습이 질탕한 음악과 함께 소개가 되고, 백배두와 방초우가 알현을 하니, 두 장군을 각기 동서쪽의 도총관에 임명을 하고, 백배두 장군의 성에서 일박을 하겠노라 발표한다. 백배두 성에서의 일박은 백배두 부인의 예언과 염원이 실현되는 기회이기도 하기에, 백배두 장군 부부는 당검 왕 암살계획을 실수 없이 진행해 성공하기에 이른다. 방초우 부자는 백배두의 흉심을 눈치 채고, 자리를 피하려 하지만 방초우는 백배두에게 살해되고, 아들 방우천만 도망해 당검 왕의 세자에게 합류한다. 백배두가 왕의 자리에 올라 축하연을 베푸는 날, 방초우의 망령과 비명횡사한 자들의 망령의 등장으로 백배두가 고함을 지르게 되고, 그러한 장면이 반복이 되니, 잔치는 파장을 맞는다. 한편 세자는 방우천의 심중을 떠보느라, 당검 왕처럼 황음과 주지육림에 빠져있는 듯한, 행동을 연출해 보이고, 이에 절망한 방우천이 자결하려하자, 세자는 자신의 곧고 바른 본색을 드러내고, 방우천을 동지로 맞는다. 세자와 방우천의 연합군은 백배두를 정벌하러 출진을 한다. 한편 궁정에서는 당검 왕의 피투성이 환상과, 왕을 시해한 양심의 가책에 못 이겨, 백배두의 부인은 결국 소복차림으로 자살을 하고 만다. 백배두의 슬픔은 하늘을 찌른다. 그 때 연합군이 다가오고, 천하무적 백배두 군이 연합군과 일전을 벌이지만, 연합군이 승무를 출 때의 바라로 태양광을 역으로 투사하여 백배두 군을 무찌르는 장면이, 마치 영화 <솔로몬과 시바>에서 솔로몬 군이 적군에게 잘 닦은 방패로 태양광을 투사해, 적병과 군마가 바로 앞에 천 길 낭떠러지가 있는 것을 모르고, 달려오다가 절벽 아래로 다 떨어져 죽어, 전쟁에 승리했던 것처럼, 백배두 군은 연합군에 대패하고, 백배두 역시 전사하고 만다.

대단원에서 방우천은 세자와의 대결에서 승리해 예언대로 왕좌에 오른다.

신한울이 백배두로 출연해 출중한 연기로 그의 발전적인 장래를 예측케 한다. 백배두 부인으로 한지혜가 출연해 발군의 기량으로 무대를 수놓는다. 방초우로 김지운, 당검 왕으로 주창환이 출연해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방우천으로 김종식, 세자로 이기복이 출연해 탁월한 성격창출과 명확한 대사 전달로 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이효상, 황석용, 한기헌, 배정웅, 안영주, 박차오름, 이성수 등 출연자 전원의 열연과 타악 연주는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했고, 악사 오다정과 김한비의 연주 역시 극적 분위기 상승에 더할 나위 없는 연주자로서의 역할을 했다.

음악감독 강은구, 조명 김영빈, 무대 김지운, 의상 정지인, 소품 이성수, 그래픽 김빛나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일치되어 극단 해를 보는 마음의 창단공연, 예술감독 한명구, 극단대표 황준형, 김종식 황준영 연출의 <두드려라 맥베스>를 우수작이자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극단 해를 보는 마음의 차기 작품에도 기대를 한다.

 

7월은 각 극단의 공연마다 여름의 더위를 극복하는 열정을 보였고, 각 대학 연극영화뮤지컬 학과의 공연도 수준작이 많아 공연예술의 발전적 장래를 예측케 했다. 그러나 기괴하고 엽기적인 공포물이 납량물이라는 명목으로 범람한 달이기도 했다.

7월 30일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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