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춘심을 두견이 알랴/ 박정기

<일지춘심을 두견이 알랴>

공연 장소: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작:  김태수
연출: 차태호
극단: 극단 지구연극

 

이 연극은 조선왕조 선조시대 송강(松江) 정철(鄭澈)과 불우헌(不憂軒) 정극인(丁克仁)을 등장시켜 가사문학(歌辭文學)과 선비정신, 그리고 정치철학을 대비시키고, 당대의 정권장악을 위한 당쟁(黨爭)과 임진왜란(壬辰倭亂) 같은 국가적 변란 등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정철의 승승장구(乘勝長驅)와 몰락(沒落)을 시적 언어로 그려냈다. 송강 정철이 불우헌 정극인을 사숙(私淑)했건 아니건 간에 이 극에서는 두 사람의 친교가 이루어지고, 함께 교유하는 장면에서는 반드시 백색착의의 아름다운 무희가 춤사위를 펼치고, 송강이 홀로 있을 때에는 흰 적삼에 붉은 치마를 입은 여인이 그를 가까이 모신다. 한 때 그 여인이 자신의 접진 다리를 바로 잡아준 정극인을 찾아가기도 하지만 미모의 여인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그의 바른 자세에 질린 듯 여인은 송강에게 되돌아온다. 정극인은 정철에게 복술가처럼 일종의 예언을 하고, 그 예언이 맞아떨어지는 장면이 벌어진다. 정여립의 난과 기축옥사 당시 국문을 주관하던 형관으로 정철은 사건의 추국(推鞫)을 직접 담당하였으며, 기축옥사(己丑獄死) 수사 지휘의 공로로 정승의 반열에 오른다. 그러자 정극인이 정철의 추국중 가혹한 행위를 지적하니, 정철은 정극인과 의절(義絶)을 한다. 그러나 광해군을 세자로 책봉하는 일에 연관되어 정철이 파직을 당하니, 정극인이 누구보다도 먼저 정철을 찾아온다. 두 사람은 서로 반기고 함께 술을 마셔 대취한다. 취중에 정철은 정극인을 따라 정극인의 고향도 불시에 방문한다. 술이 깨어 홀로 남은 정철에게 지인이 알려준다. 정극인은 정철보다 100여 년 전의 인물일 뿐 아니라, 가사문학의 시조 겸 대가이고, 정철이 불시에 다녀온 정극인의 고향은 수 백리 밖 전라도 땅이라 경성에서 금세 다녀올 거리에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정철은 충격을 받고, 자신이 비몽사몽(非夢似夢)간을 헤매고 다녔다는 생각에 잠김으로써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100여 년 전의 인물과 당대의 인물을 동시에 등장시켜 교감토록 한 작품구성은 창의력 면에서 으뜸이라 평하겠다. 시적 언어에 무용을 가미시킨 것도 연출의 기량을 잘 드러낸 것으로 평가하겠다.

– 박정기

One thought on “일지춘심을 두견이 알랴/ 박정기

  1. 저는 본 작품의
    기획사(주)Who+ 대표 이준석 입니다.
    극단 지구연극을 대신해 인사드립니다.
    0505-894-0022

    박정기님>
    평해 주신 글을 양분삼아 더욱 발전하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분들에 다시 한번 인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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