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들/ 서울연극인대상 시민평가단

<채권자들> 서울연극인대상 시민평가단 총평

 

공연일시: 2013.05.10-26.
공연장소: 아르코 예술극장 소극장
원작: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히
번역: 성수정
각색: 동이향
연출: 이성열
극단: 극단 컬티즌

 

“죽음의 춤1, 죽음의 춤2에 이어 채권자들을 관람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스트린드베리의 이전의 관람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물구조가 새롭지 않았습니다. 이전 두 작품보다 아름답게 준비된 무대가 인상적이기는 했지만 이전의 작품들이 캐릭터들을 과장하여 표현하는 등의 연극적인 연출이 두드러졌다면 이번 작품은 배우들의 사실적인 인물묘사로 평이하기까지 해보였습니다. 이전 작품을 관람하지 못했더라고 해도 작품의 인물관계를 이해하는 외에는 특별함이 없어 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여성이나 부부관계에 대한 작가의 부정적인 시선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그를 통해 사랑과 복수라는 인간내면의 조금은 신파적인 내용을 보여주는 무대인 듯 합니다. 하지만 이런 류의 작품은 TV드라마를 통해 자주 보았기에 큰 의미를 찾기도 부족할 듯 합니다.”  – 김승원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의 채권자들이란 작품을 극단 백수광부의 유명한 연출가 이성열이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다. 새로운 접근 방식과 표현은 아니지만, 작품의 내면을 느끼기엔 충분했고, 조명과 무대의 조화 그리고 배우들의 명연기가 나의 가슴을 울리게 했다.”  – 박병교

 

“이런 건 밑져야 본전, <채권자들>

최근 윌 스미스가 나온 영화의 카피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카피의 내용인 즉슨 ‘믿고 보는 윌 스미스!’였다. 이번 연극 <채권자들>이야 말로 이 카피에 딱 들어맞지 않나 한다. 고전이 되어버린 희곡작품, 탄탄한 배우들과 연출의 이름, 이런 게 바로 밑져야 본전인 연극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본전은 조금 넘게 찾았다고 할까. 취향에 구애 받지 않고 다수의 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같다. 이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섬세하고 밀도 있게 풀어낸 희곡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지만 결코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 대사들을 들으며 꼭 본 연극의 희곡을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배우의 입에서 나오는 텍스트는 ‘말’이라는 특성 때문에 빠르게 휘발해버리고 만다. 그 휘발을 막아주는 것이 배우들의 연기와 무대의 이미지다. 노련한 배우들의 캐릭터 표현과 의상과 소품들이 모두 잘 어우러져 흐름을 형성했다.

이성열 연출은 지금 이 시대에 왜 이 희곡을 선택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한 걸까. 그것은 테클라의 첫 등장 장면에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우리는 그녀를 알지 못한 채 아돌프와 구스타프의 대화만으로 그녀를 상상한다. 그들의 대화에서 만들어진 그녀는 속되게 말해 젊은 남자들을 밝히고 전 남편을 팔아 책을 썼으며, 아돌프의 예술가로서의 자존감을 다 앗아가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린 늙은 색골이다. 하지만 그녀의 등장은 두 남자의 대화를 비웃기라도 하듯 활기차다. 그녀는 꽤나 유쾌하고 직설적이며 때로는 현명하기도 하고 사랑스럽다. 사람관계에서 객관적인 눈과 귀를 잃고 나도 모르게 어느 새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한 이런 왜곡은 비단 사람관계를 벗어나 언론이나 역사 등 다양한 범위에서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연극 <채권자들>은 마음을 비우고 겁 없이 보러 들어갔다가 오히려 생각이 많아져 객석을 일어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번역극이어서 즐거운 시간이었고 최근에 몇몇 근거 없는 새로움과 신선함만을 쫓는 것들에 비해 기분좋은 묵직한 무게감을 자랑하는 연극이었다.”  – 정수연

 

“구름 위에 창조된 것 같은 베이지색 무대는 ‘몽환(夢幻)’을 떠올리게 한다. 극장 전체 공간속에 또 다른 공간을 창조해낸 무대는 절대 외로워 보이지 않고, 오히려 같은 구름위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느낌을 주었다. 그들은 ‘사랑에 대한 인간의 집착’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들의 대사 한마디들은 텍스트의 수많은 복선을 하나씩 풀어 이야기 한다. 나에게는 다소 어려운 작품이었지만 간결한 대사 전달로, 의미를 하나씩 모아 나의 상상 속에서 실감나는 감정을 만들 어 낼 수 있었다. 관객의 수용 여건상 보조석에 앉아 관람하였다. 무대의 오른편 무대 바로 앞이었다. 그 앞에는 시야를 가릴만한 갈대가 있었지만, 그것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적 요소로 다가왔다. 갈대에 숨어 몰래 지켜보는 사람이 된 마냥, 배우와 눈이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돌프가 무대 뒤의 갈대에 숨어 구스타프와 테클라의 이야기를 몰래 지켜보는 장면에서는 그 의미를 더해서 나와 함께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고, 나를 극으로 완전하게 끌어들였다. 이러한 상황은 연극을 관람하는데 더 큰 재미를 주었고, 잊을 수 없는 공연으로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혔다. 공연이 끝난 후, 극장을 떠날 수 없었다. 객석 정 중앙에 앉아 무대를 다시 지켜봐야만 했다. 그곳은 내가 위치한 구름에서 건너편에 있는 구름 위를 지켜보는 자리였다. 그리고 다시 몽환을 떠올리며 극장을 나왔다.”  – 정진희

 

“세 명의 출연자가 연기력이 출중해서 다소 어렵고 지루한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단 세 명의 출연자가 다수의 출연자가 나오는 연극을 제압해버리는 느낌이라고 할까. 관객들도 보조석까지 꽉 찰 정도여서, 공연이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부부관계를 채권관계로 보는 극의 설정도 신선했고, 작품을 쓴 시대의 간극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내용면에서도 와 닿았다. 대본, 연출, 배우 삼박자가 다 갖춰진 공연이었다.”  – 정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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