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태경님의 사례를 통해서 본 “찾아서, 맞춰서 지원”의 정신 / 오세곤

(35호 편집인의 글)

배우 박태경님의 사례를 통해서 본 “찾아서, 맞춰서 지원”의 정신

배우 박태경님은 지난 7월 간암 투병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때 언론에서도 많이 다루었던 인물이다. 당시 감당 못할 수술비로 거의 포기 상태였던 그가 최근 간이식 수술을 받고 회생의 희망을 갖게 됐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힘든 상황에서도 기꺼이 모금에 참여했던 연극 동네 전체가 함께 기뻐할 일이다.

당시 긴급한 상황을 인지한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은 일단 박태경님의 여러 상황을 면밀히 분석했다. 국가의 지원이 가능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부터 이런 경우 지원받을 수 있는 또 다른 기관과 방법은 무엇인지까지 그야말로 샅샅이 조사해서 대입하여 보았다. 그리고 그와 병행하여 연극인복지재단에서는 긴급의료비지원을 결정하였다.

연극인복지재단 긴급의료비지원은 SOSSS라고 한다. 뒤에 S가 여러 개 붙은 것은 우연의 일치인데 서울연극협회, 송승환 대표, 설도윤 회장 등의 이니셜이 모두 S이기 때문이다. 이 기금은 당초 서울연극협회에서 서울연극제 수입 일부를 기부하기로 하였고, 송승환 대표가 매년 1,000만원을 기부하기로 함으로써 시작되었는데, 올해 설도윤 회장이 역시 매년 1,000만원 기부를 약정하는 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어쨌든 이렇게 매년 확보되는 재원에 재단 자체 기금을 더하여 긴급한 경우 최고 300만원까지 지원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심의를 위해 초빙된 서울대 병원 사회복지팀장님은 제도 운영에 다소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충고를 하였다. 즉 300만원은 어떤 질병의 경우 애매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박태경님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긴급 이사회를 열게 되었고 국가가 지정한 특정질환의 경우 심의하여 최고 500만원까지 가능하도록 규칙을 바꾸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간이식의 경우 서울대병원은 국립이기 때문에 사설 병원에 비해 수술비가 거의 절반 수준이며 추가로 지원 가능한 프로그램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그리고 일단 간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고 보면 참으로 기적 같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말씀까지 덧붙였다.

그렇게 해서 1순위 대기자가 되었고 정말 기적처럼 1순위에서 2순위로 넘어가야 하는 마지막 날 이식 받을 간이 들어와 수술을 하게 되었다. 수술비 2,500만원은 그간 모금액 약 1,000만원, 연극인복지재단 긴급의료비 지원 500만원, 그리고 결정적으로 서울대학교 병원의 지원시스템 가동으로 나머지 1,000만원이 해결되었다. 정말 여러 기관과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친 성공적인 결과였다.

이 과정의 1등 공신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관계자들의 자세이다. 어떤 틀을 정해 놓고 거기 해당되는 경우만 지원하는 건 결코 수준 높은 지원이 아니다. 이른바 “찾아서, 맞춰서 지원”이야말로 진정한 지원을 이루는 바탕이다. 유연성과 무원칙은 다르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하려면 대단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이번 박태경님의 일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재단 관계자들은 거의 몇 날씩 밤을 새워가며 정보를 찾고 대입 가능한 방법을 모색하였다.

어떤 이는 행정 효율 상 그건 낭비라고 단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복지는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특별한 상황까지 감당해야 한다. 일반 효율이라면 그런 건 포기해야 마땅하지만 복지에서는 그럴 수 없다. 마찬가지로 예술도 일반 효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비효율이 예술성의 핵심이라고 하는 편이 옳다. 그런 예술을 지원하는데 일반적인 행정 효율성을 적용한다면 그건 실패할 게 뻔하다. 현장에 도움은커녕 악영향만 끼치는 지원 정책이 양산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찾아서 지원, 맞춰서 지원”은 선택 가능한 목록 중 하나가 아니라 무조건 따라야 하는 절대적 조건이다. 그게 아무리 어렵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어도 그렇게 하지 않을 바엔 아예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예술지원정책 전반에 있어 이번 박태경님의 사례는 좋은 지향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무늬만 지원”이 아닌 “진정 지원다운 지원”이 가능한 세상을 기다리며.

2013년 9월 1일 ‘오늘의 서울연극’ 편집인 오세곤

One thought on “배우 박태경님의 사례를 통해서 본 “찾아서, 맞춰서 지원”의 정신 / 오세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