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 서울 연극인대상 평가단 총평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 서울연극인대상 평가단 총평

 

공연일시: 2013/07/11 ~ 2013/07/21
공연장소: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연출: 윤한솔
극단: 그린피그

 

***전문평가단

“공연단체가 관객에게 주고 싶었던 목표가 뚜렷했던 작품. 전체 배우들이 작품이 원하는 앙상블에 대한 의지가 있는 작품. 하지만, 그것이 약점이 되어서 개인의 연기를 다수가 공감하며 감상 할 수 있었을 지에는 의문.”

– 서재형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기득권을 가진 대한민국의 주요 언론 기관에서는 보도하지 않고 있지만,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국정원 선거 개입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시국선언과 촛불집회가 이어지면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지만, 국회나 정부, 청와대 등에서는 그 대응이 미미하거나 답답한 실정이다. 이런 시점에서 검찰에서는 사소한 오해로 벌어진 촌극(해프닝)이라고 볼 수 있는 리트윗을 근거로 박정근 씨에게 2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하였다. 국가 기관인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벌인 수많은 댓글과 리트윗 등에 관해서는 솜방망이로 대응하면서도 힘없는 시민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한 철퇴를 휘두르는 모습을 보면서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하겠다는 보안법이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한 반국가활동(국정원 선거개입, 정상회담 문건 공개, 탈북자 관련 정보 타국에 제공 등)을 규제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어버린 문제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박정근’이라는 실재인물과 ‘갱생핸드북’이라는 가상의 게임을 통해 미학적이고 유희적으로 탁월하게 드러냈다.”

– 오판진

 

***시민평가단

 

“항상 평범한 것을 추구하던 나에게 조금 어색하게만 다가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배우들은 평범히 앉아있었고, 평범한 옷을 입고, 분장도 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상태였지만, 이것이 연극이고 무대가 따로 없는 것에 어색함을 느꼈다. 그리고 2시간동안 비슷한 형식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배우들이 여기저기서 나왔는데도, 시선이 분산되지 않도록 잘 연출된 것 같다. 가끔 배우 뒤에 관객들을 보면서, 나름 그 모습도 재미있었다.

공연을 보기 전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는데, 전체적으로 빨갱이를 갱생하기 위해 진행되는 연구, 그러나 결론은 획일화된 인간모습이었다….라는것 같다.

영상과 함께 진행된 극에서 처음엔 모두가 박정근의 목소리를 내었지만 마지막은 단 한사람만이 박정근이 되어 울부짖었다. 그와 동시에 서기2000년이라는 노래가 그로테스크하게 어우러져 더 다가왔고,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노래가 머릿속에 머물면서..심장이 뛰었던 것 같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실제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 현실에 대한 씁쓸함이 느껴졌다.

전체적 맥락에 대해서, 공연의 의도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하겠지만, 빨갱이 갱생연구 일지와 사진에 대해 이해가 잘 안됐고, 연출이 특이하긴 했지만 조금 유치했다.”

– 강보름

 

“<국가보안법>이라는 이야기꺼리를 다섯 연출이 어떤 식으로 무대화할지에 대한 기대감. 혜화동1번지 동인 페스티벌을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관객으로서 항상 흥미로움을 느낍니다. 시절이 하도 수상하니 제법 무거운 주제이기는 하지만 세상의 거울로서 연극인들이 어떤 모습을 비추어 낼지 궁금했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형식으로 사회의 문제를 드러내던 그린피크의 이번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도 그들의 다른 작업처럼 좀 다른 시도가 드러나는 작품이었습니다. 무대의 배우는 없었습니다. 영상속의 배우는 재판이라는 현실적인 제도 안에서 연극이라는 형식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연극은 예술적인 관념의 장르가 아닌 현실 안에서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실질적 도구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듯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영상이 드러내는 상황 외에 객석 사이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또 다른 목소리들. 빨간 운동복 상의를 걸치고 앉아 갱생을 위한 연구의 피실험자가 된 듯한 목소리들이 전하는 또 다른 상황.

모든 국민을 잠재적 빨갱이로 분류하고, 어떤 의도를 가진 조직이 임의의 국민을 지속적으로 실질적 빨갱이로 몰아가는 지금의 현실에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작은 실험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큰 에너지를 가지고 유의미하게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무의식적으로 눈길이 닿는 그곳의 누군가에게 미소를 보내고 피지도 않는 담배를 사고 싶어지는 순간이 오면 이 갱생프로젝트가 생각날 것 같네요.

그린피그의 실험적 작업이 단순한 무대작업이 아닌 관객을 변화시키려는 실험이었음을 간과할 수 없을 듯합니다.

두 시간이라는 긴 시간 피실험자들의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고, 영상속의 진술이 반복되면서 집중도도 떨어지고, 사이사이 의도가 드러나는 어구의 사용이나 단체낭독과 같은 연극적인 장치들이 아쉬움을 갖도록 하지만 서기2000년을 꿈꾸던 시대가 있었음을 기억하는 관객에게 지금의 2013년 모습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김승원

 

“이 시대의 진정한 의미에 빨갱이는 누구인가?

잘못 돌아가는 현실을 방관만 하는 ‘나’ 역시 빨갱이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공연이다. 연극이라고 하기보다 하나의 퍼포먼스, 해프닝에 가깝다. 배우들은 실제로 갱생을 하기위해 모르는 사람에게 미소 짓기, 김밥 주기 등 여러 가지 행동에 대한 실천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무대에서 풀어낸다. 배우들은 내 의자 바로 옆에서 우리와 같은 위치에서 마치 우리를 대변하듯 이야기한다. 그들은 점점 현실을 방관하고 혼자 남은 배우마저 현실을 외면한다. 과연 우리는 어떠한가.”

– 박병교

 

“이 공연은 전체적으로 재밌고 신선한 부분이 많았다. 특히 무대연출이 아주 새로웠다. 배우들과 관객들을 분리하지 않고 배우와 관객이 함께하는 열린 무대여서 재밌게 다가왔다. 각기 다른 의자, 알 수없는 그림들, tv, 영상들로 기존의 무대의 틀을 깨버렸다. 리트윗 연기 또한 참 재밌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배우들이 처음 리트윗 연기를 시작했을 때, 이렇게도 극을 표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하지만 이러한 연기가 계속 될수록 지루함이 느껴졌다. 계속되는 반복에 이 극이 무엇을 말하려하는지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방식은 새롭고 좋았지만, 결국 그 메시지가 관객들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 관객들이 극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표현해야할 부분들이 필요한 것 같다.”

– 이윤지

 

“실험연극을 처음 접해본 터라, 처음엔 적잖게 당황했다. 공연장엔 무대도, 일렬로 정렬된 좌석도 없었다. 의자들은 여기저기 놓여있었고, 사이사이에 빨간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연극이 시작하고 스크린에 녹화된 영상이 틀어졌다. 관객들 사이에 앉아있던 배우들이 스크린에 비춰지는 인물의 대사를 따라했다.

연극은 국가보안법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나는 연극을 보면서 스크린으로 보여지는 남성, 즉 국가보안법에 의해 체포된 남성처럼 이 연극을 만든 사람들 역시 잡혀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다. 연극이 끝나고, 내가 한 걱정이 이 연극을 만든 사람들의 의도에 맞아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국가보안법이 무서워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담겨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 황미람

 

“평가 자체가 난해하고 어려운 과제로 남는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공연을 볼 때 무언가 정신이 없었는데 극이 흘러가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고, 실험극이라는 타이틀마저 망각하게 되었다. 공연 안에 사용되는 오브제들이나 표현방식들이 신선했으며, 인간의 심리에 대해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 황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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