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오세곤

레몬? 응, 레몬! 아, 레몬!

 

오세곤

극작: 김수미
연출:  손정우
공연일시: 2013/10/03 ~ 2013/10/13
공연장소: 세실극장

 

레몬은 귤 같다. 그러나 레몬과 귤은 다르다. 귤은 알맹이를 먹고 껍질은 대부분 버린다. 반면에 레몬은 껍질이나 과즙을 이용해 향료나 식품을 만든다. 귤은 손에 들고 금방 먹을 수 있지만 레몬은 향기에 끌려 냉큼 잡아도 그대로는 먹을 수 없다. 물론 억지로 먹는다고 해서 큰일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그러려면 신맛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수미 작, 손정우 연출 <레몬>은 결혼에 관한 작품이다. 작품에 레몬은 나오지 않는다. 레몬은 결혼을 축약한 상징일 것이다. 그래서 질문하게 된다. 레몬? 레몬이라? 무슨 뜻이지? 그러나 이거다 하며 딱 부러지게 내놓는 정답은 없다. 결국 관객들 스스로 레몬이 뭔지 고민하게 된다. 아마도 극이 끝나고 돌아가면서 관객들은 모두 스스로의 레몬을 규정하거나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결혼이라는 제도와 인간은 과연 어떤 관계일까? 종의 보존이나 번식을 위해서라면 굳이 결혼이 아니어도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뭔가 다른 이유가 존재한다는 것인데 과연 그게 무엇일까? <레몬>은 그것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정신적인 차원의 답으로 사랑도 제시해 보고 육체적인 차원의 섹스도 대입해 본다. 그래서 사랑으로 만났다 섹스 때문에 헤어진다는 설정이 등장한다.

그러나 작가는 그렇게 단순구조에 머물지 않았다. 사실 그렇게 쉬운 구조라면 세상만사 복잡할 게 없을 것이다. 물론 어떤 이들은 그렇게 단순한 요소로 세상의 모든 일은 설명해냄으로써 감탄을 자아내기도 하고 심지어 노벨상을 받기도 하지만, 적어도 김수미의 <레몬>은 그런 방향을 택하지는 않았다. 마지막 만찬을 위해 마주 앉은 두 사람이 남기는 미확정의 여운은 바로 그 간단치만은 않은 인간사를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사랑을 해서 결혼을 했지만 두 사람이 앞뒤좌우 딱 맞아떨어지게 조화를 이룰 수 없다. 그래서 삐걱거린다. 그러다 부부는 각자 탈선하고 그 골이 깊어져 결국 헤어지는 길로 가게 된다. 그렇게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하고자 연극은 그 탈선의 현장을 제법 적나라하게 형상화한다. 그렇게 극단까지 갔으니 둘 사이 회복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렇게 이별에 합의했으나 부부는 습관적으로 식탁에 마주앉는다.

극단의 대립마저도 밥을 먹는다는 지극히 간단하고 원시적인 일 앞에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 듯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점점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젊은 부부를 감싸고 있는 조연들의 연기가 그럴 듯하다. 특히 결혼의 쓴맛단맛을 다 보았을 법한 정재진, 김용선 두 중견의 역할은 작품의 깊이를 충분히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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