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지부 설립 운동, 연극으로 행복 찾기/ 오세곤

(37호 편집인의 글)

 

연극 지부 설립 운동, 연극으로 행복 찾기

 

1. 들어가며

 

21세기 인류의 존속을 위해 반드시 확립해야 할 가치는 생물다양성, 문화다양성, 지속가능발전 등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모든 생물, 무생물이 인류를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제야 서서히 깨닫고 있는 것이다.

생태계로 치면 예술은 1급수에 사는 물고기와 같다. 즉 예술인이 활동하기 좋고 그래서 예술이 번성하는 도시라면 틀림없이 주민 모두가 행복할 것이다. 사실 예술은 인류와 함께 탄생했다. 연극도 마찬가지이다. 그 예술이 존재할 수 없는 생태계라면 결국 그 안의 모든 존재가 소멸될 수밖에 없음이 분명하다. 이제 예술은 일반의 삶 속에 뿌리내려야 한다. 그 중 연극은 모든 예술을 아우를 수 있는 종합예술로서 하나의 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의 예술은 90%가 서울이라고 하지만 특히 연극은 대학로가 그 90%의 거의 모두를 차지하는 기형이다. 10년 전 서울연극협회 집행부가 구립극단 추진운동을 벌인 것이나 현 집행부가 각 구별 지부 설립 운동을 펼치는 것은 그 관점에서 다원화 내지 다핵화를 통한 건강성 회복 노력이라 할 것이다.

 

2. 문화예술교육 차원의 접근

 

2000년대 들어 예술 정책에 향유자 관점이 포함되기 시작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문화예술교육 활성화이다. 2005년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의 통과와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설립은 그 가시적 결과물이다. 문화예술교육은 ‘일반인을 위한 예술교육’으로 풀 수 있는데 여기에는 ‘감상하는 예술과 체험하는 예술’이 모두 포함된다.

각 구별 연극 지부 설립, 즉 연극의 다핵화는 연극이 일반인의 삶 속으로 스며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따라서 향유자를 중시하는 문화예술교육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이제 연극인들은 좋은 작품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제공할 뿐 아니라 주민들이 연극을 몸소 체험할 수 있도록 적극 돕는 연극 교육자 역할을 해야 한다.

 

1) 문화예술교육 인프라 구축

지부(또는 구립극단 또는 상주단체)는 전체 구민들을 위한 레퍼토리 공연과 순회공연 등을 주기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아울러 각 동별 연고단체가 들어설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부가 구 전체를 위한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라면 각 동별 연고단체들은 직접 주민들의 연극 체험을 돕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사실 연극은 일반인들에게 무척 두려운 존재이다. 그 두려움의 원인은 연극인들이 제공한 측면도 있다. 연극을 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가 열 개라면 어떤 이에겐 그 열이 모두 있고 어떤 이에겐 그 중 두 세 개만 있을 수 있다. 어떤 경우건 그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연극인들이 할 일이다.

일반인들이 하기 좋은 주제별, 길이별, 대상별, 대본 은행도 있어야 하고, 예를 들어 주민자치센터 등에는 언제든 쓸 수 있는 조명 세트, 규격화된 장치들, 음향기기, 의상, 분장 세트 등도 비치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 바탕에 연락만 하면 언제든 와서 도와주는 연고단체 연극인들이 있다면 결코 연극 체험이 두려운 존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2) 문화예술교육 수요 창출

교육청, 일선학교, 유치원, 어린이집과 협조하여 연극 분야 문화예술교육사(예술강사)가 적어도 교육기관별 1명 이상 파견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지원하는 기관들까지 포함하여 비어 있는 곳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복지시설을 필두로 주민 연극 동아리가 다수 생길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연극 교실이 아닌 ‘동아리 지도자 양성을 위한 연극 교실’ 등의 개념이 필요할 것이며, 정기적인 동아리 연극 축제도 시도할 만한 일이다.

 

3. 협력적 예술지원 정책 확립

 

우리의 예술지원 정책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이 분야 선진화는 ‘맞춰서 지원, 찾아서 지원, 무조건 지원’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 ‘맞춰서’와 ‘찾아서’ 지원은 기성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정책’과 연결될 수 있으나 신진에 대해서는 기본 요건만 맞으면 ‘무조건’ 지원하는 ‘소액다건’ 정책이 필요하다.

물론 각 구가 직접 예술지원을 할 수 있는 여력은 대부분 별로 없다. 그러나 위의 선진적 지원 방향에 대해서는 반드시 이해하고 그 실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실 예술지원의 여력이 없다 하는 것은 주로 재정적인 측면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지원이 반드시 재정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더욱이 구의 외부로부터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찾아내야 하는 바, 바로 이때 앞서의 선진적인 자세가 필수적이다.

 

1) 공무원 역량 강화

중앙정부로부터 광역정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사업들이 펼쳐진다. 그 중에는 문화예술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부서에서 나오는 사업 공고도 많다. 수시로 나오는 사업 공고들을 훑어서 그중 해볼 만한 사업들을 찾아내고 어떻게든 시도하는 것이야말로 대단한 열정과 판단력이 필요한 중요한 일이다. 이 열정과 판단력을 모두 합하여 역량이라 한다. 흔히들 말하는 ‘영혼 없는 공무원’과 정반대의 개념으로 그야말로 성공한 삶을 사는 공무원이 필요하다.

이에 있어 예술인들과 허심탄회하게 협력할 수 있는 것도 꼭 필요한 역량이다. 처음부터 세세한 정보를 모두 제공하여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놓은 뒤라야 심도 깊은 의논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자주 큰 방향을 모두 정해 놓은 뒤 요식 행위로 예술가들의 자문을 받는다. 그럴 경우 그 사업은 십중팔구 문서상으로만 성공할 뿐, 현장에는 아무 영향을 못 주거나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 독이 되고 만다.

 

2) 다양한 협력체계 확립

아무리 선진적인 예술지원 정책의 자세를 갖추었다 하더라도 재원은 필요하다. 바로 이때 필요한 것이 다양한 협력 체계이다. 학교나 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이 반드시 지원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자체 예산으로도 가능한 부분이 상당하다고 본다. 즉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복지관, 수련관 등 각 기관을 설득하여 어떻게든 실행하는 쪽으로 결정해 놓은 뒤 그 방법을 찾는 데 있어 교육청을 포함한 자체 해결과 외부 지원의 두 방법을 모두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기꺼이 예술을 지원할 기업체를 다수 확보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각 동별 연고단체를 두면서 역시 연고 기업체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그 기업의 구성원들도 그 연고단체가 펼치는 문화예술교육의 중요한 수혜자가 되는 것이 전제라면 더욱 지원의 근거가 생길 것이다.

 

4. 나가며

 

이제 예술은 일방적인 지원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이 없으면 국가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거창한 생각을 할 필요 없이 당장 주민들의 행복을 위하여 반드시 있어야 할 존재이다.

이제 누구도 예술을 할 일 없을 때 즐기는 사치 정도로 생각하지 않는다. 마치 체육이 그렇듯 모든 주민이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예술을 몸소 체험하며 즐기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주민 행복지수를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 행복 지수가 전체적인 삶의 활력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짐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에 대해 이제 연극이 그 선도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구민 전체가 연극으로 행복해지는 그 날까지 우리 연극인들은 노력할 것이다. 부디 우리의 노력이 더욱 빠르게 더욱 튼튼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노력하게 되기 바란다.

 

2013년 11월 1일 ‘오늘의 서울연극’ 편집인 오세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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