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포럼] 월례토론회: 연극인의 사회 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

대학로 포럼 ‘월례토론회’

 

일시 : 2014년 1월 20일 11시 30분

장소 : 민들레영토

참석자 : 채승훈, 김태수, 오세곤, 전용환, 이신영, 이일균

사회 : 이신영

정리 : 이일균

 

이신영 : 자, 그럼 시간이 되었으므로 2014년도 대학로포럼 첫 번째 토론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연극인의 사회 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입니다. 인접한 예술분야인 영화에서 활발하고 다양하게 정치적인 이슈나 메시지의 담론이 생산되는 반면에 우리 연극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연극은 우리 사회와 정치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일 것입니다. 연극평론에서도 최근 주요 작품을 분석하는 가운데 ‘연극과 정치’문제를 다뤄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하였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행동’이라는 대학로포럼의 모토답게 우리 연극인들의 실 권익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방안 모색이 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채승훈 : 대학로 포럼은 애초에 그 출발부터 우리 연극인들의 사회참여를 전제로 만들어진 단체이기 때문에 연극인들의 사회참여에 대해서는 이미 찬성하는 입장에 선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야기할 것은 왜 연극인들의 사회참여가 필요한가일 것입니다. 포괄적으로 생각해 보면 아무리 사회가 편안하고 무사한 그러한 흐름으로 진행이 된다 하더라도 예술이란 존재는 항상 음과 양이 공존하는 사회의 모습을 비추어야 할 것입니다. 사회의 모든 게 다 옳고 따뜻하며 양지에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항상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그림자가 있는 것이죠. 어떠한 사회라도 음지, 어두운 곳, 소외된 곳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사회의 안전망들이 그 모두를 보호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예술인, 연극인들이 그러한 곳, 즉 어두운 곳, 소외된 곳들을 지적하고, 그들과 함께 공동체 의식을 가지며, 또 그들의 어려움을 예술적인 표현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우리들 모두의 사명인 것입니다. 사회가 낙관적으로 흘러간다 해도 그럴 것인데, 요즘 우리나라의 현실은 굉장히 어려운 흐름의 연속입니다. 그럴 때 사회적 책임을 갖고 있는 우리 연극인들이 사회와 전혀 무관하게 예술만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는 건 납득할 수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이신영 : 채승훈 선생님께서 일단은 포괄적으로 우리 연극인들의 사회참여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두운 곳, 소외된 곳. 아픈 곳이 있는데 우리 예술인들이 단순히 자기 예술만 할 것이 아니라 공동체 의식을 갖고 함께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사실 요즘 시대가 갈수록 어렵고 소통부재에 대한 사회적 공공의 책임을 우리 연극인들이 먼저 실천할 필요를 느끼게 됩니다. 김태수 선생님은 최근에 ‘천안함’사건을 다룬 연극을 연출하셨는데요. 작품을 통한 사회참여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김태수 : 사회적으로 보나 역사적으로 보나 지구에서 세계에서 분단국가는 우리 대한민국 하나죠.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세상의 문제가 가장 함축적으로 남아있는 것일 진데, 우리 자체적으로도 정체성이나 가치 판단 이런 것들이 혼돈상태인 것의 원인과 까닭이 극적 소재이며 소산일 진데, 작품이 풍요롭지 못한 것은 아직 우리자신의 연극정신 또는 예술정신의 실종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순수예술과 참여예술을 나눈다든지 하는 이런 이분법적 사고 때문에 우리 자체 국민성도 많이 훼손된 것 같아요. 사실 참여냐 아니냐 하는 것 보다 당연히 문제가 있는 곳을 보아야 하는 것이 우리 할 일인데, 문제와 문제가 있는 곳을 보지 않는 것은 기득권자들의 입장을 더욱 더 강화시켜 진실을 왜곡시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왜곡에 흔들리지 않고 올바르게 가려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마땅히 저항해나가야 한다, 참여뿐이 아니라 우리 예술인들은 저항할 일이 더 많다 그런 생각입니다.

 

이신영 : 특정한 세력이라고 할 것은 없지만, 진실을 왜곡하고 문제를 감추는 그런 어떤 것에 대한, 참여를 넘어서는, ‘저항’이라는 연극의 시대적 소명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 것 같습니다. 최근에 의사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극단적 행동까지도 불사하면서 단체행동을 보이기도 하였는데, 우리 연극계는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서 뭔가 어색해하고, 그러한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구심점도 약한 것 같습니다.

 

전용환 : 연극은 사회적 문제와 연결된 것이 있는 거고 실제적으로도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래동 극단들은 동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함께 40분 정도의 공연을 올린다고 합니다. 많이 알려지진 않지만 참 의미 있는 일이 아닙니까? 그 동네의 이슈를 지역 거주민이 공연을 통해서 직접 이야기 하는 것이 너무 거칠지도 않고 예술적으로도 승화가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것들이 좀 더 계발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세곤 : 예술이라는 것이 인간과 인간사회에 대해서 표현하는 것이니까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입니다. 우리가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작품으로 표현하는 것이 있을 수 있고 작품외적으로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있을 수도 있는데, 작품외적으로 피력하는 것도 결국은 하나 일 수 있지만 다시 둘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즉 사회현상의 여러 문제들을 짚어보는 것과, 또 하나는 연극 관련 정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죠. 이런 모든 사회 참여를 어떤 한 단어로써, 마치 안 좋은 의미에서의 “정치적이다!”라고 비난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사실 정치적이라고 해서 나쁠 것도 없지만 말입니다. 작품을 통해서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 예술이겠지만 작품을 떠나서도 기본적으로 사회에 대해 발언을 하는 것이 예술가들의 책임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술이라는 것은 분명히 어떤 사회에 대해 지침이 되고 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예술가들도 그런 쪽으로 내놓는 입장이 있는 것이죠. 또 어떤 때는 예술가들의 생각을 통해 정책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치적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어떻게 보면 지금의 기득권이라고 할까? 힘이 있다고 할까요? 정책결정자들이 하는 방향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들은 정치적이지 않고, 그것에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은 정치적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참으로 문제가 많은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또 예술인들은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때 중립은 찬성도 반성도 아닌 결국 암묵적인 찬성을 바라보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우리가 깊이 생각을 해봐야 할 것입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예술인중 정치권에 직접 들어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비난이 없는데, 오히려 현 정권에 대해서 반대의견을 제시하면 정치적이라고 한다는 것이죠. 얼마 전 국립극단에서 박근형씨가 연출한 아리스토파네스의 작품이 문제되었는데, 사실 아리스토파네스 작가가 실제 써 놓은 것을 보면 힘 있는 사람들을 패러디해서 아주 신랄하고 통쾌하게 표현했거든요. 그런 작품을 당시 사회 지도층까지 즐겁게 볼 정도로 예술적 수용의 역량이 높았었다는 점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신영 : 기본적으로 예술가들이 자유롭고 적극적인 사회 참여가 이루어져야 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회도 굉장히 유연하고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작품 외적이 아닌, 작품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를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 채승훈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과거와 현재의 작품 만들기에 있어서 달라진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 언급해주셨으면 합니다.

 

채승훈 : 흔히 “예술인은 예술로만 이야기해야한다.” 이러는 분들이 꽤 계시죠. 그것과 관련하여 한두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표현에 있어 직설적인 경우와 은유적인 것, 또는 다른 경우가 있지요. 작품 속에서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은 예술의 범주 안에서 참여적으로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또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분들도 있죠. 또 무관심하게 예술만을 고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난 군사독재 시절을 보면 그 당시 우리나라 작품을 보면 부조리적인 작품이 많았습니다. 70, 80년대는 검열이나 통제가 혹독하다 보니까 부조리극이란 경향에 숨겨서 이야기도 하고 그랬었죠. 그런 것들은 작품하기 어려웠던 시기에 하나의 좋은 방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과거의 그런 예술적 행위들은 나름 존중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간접적 표현이건 예술적 표현이건 시대의 변천에 따라서 자기 자신을 이쪽저쪽에 모두 다 가져다 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불리에 따라 입맛 맞게 처신하는 거지요.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사람 중에서 말입니다. 그런 부류를 기회주의라고 하죠. 예술인들은 초지일관하는 일관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고요. 좀 더 웃기는 경우는 예술을 연극에서 얘기해야지 왜 밖에다 대고 이야기하나 이런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사실 보면 더 정치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에서는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지만 뒤로는 행동이나 발언이 정치적일 경우가 더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저는 있다고 봅니다. 역시 기회주의의 표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근년에 들어서 시국선언도 연극인들이 두어 차례 했었습니다. 대통령선거나 이런 것이 있을 때 어느 쪽 특정후보를 지지하는지 선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모습들은 정치적으로 예술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죠. 이런 걸 가지고 어떤 분들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냐’면서 예술인들은 예술로 말을 하라고 주장합니다. 저는 그 분들의 말에 도리어 ‘참여하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를 거꾸로 되묻고 싶습니다. 그것은 논쟁거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흡사 아주 과거로 돌아가서 여성에게 참정권을 준 그 당시의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에요. ‘여자들이 뭔 투표냐 애나 키우고 밥이나 하면 되는 것이지’ 이 말과 다른 것이 없지 않나요?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대학로포럼 회원들처럼 남들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는 사람에게 “너희 왜 참여하지 않느냐?” 하고 이야기 할 필요도 없고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왜 참여하느냐?” 이런 말 할 필요도 없습니다. 예술가답게 작품 내외적으로 일관성을 지키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에요. 단지 이쪽이나 예술을 위한 예술을 하는 분들이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들이나 각자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면 되는 것이죠. 서로 틀렸다 맞았다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단지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예술을 위한 예술을 한다는 분들은 자기 말에 책임을 끝까지 져야 한다는 것이에요. 정치사회적인 참여를 안 한다면 정치적인 처신도 하지 않는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그들은 언행의 일치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예술인생에서 나타나겠죠.

 

오세곤 : 맞습니다. 예술로만 이야기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에요. 그러나 예술로도 이야기하고 또 사회적 발언도 하고 하는 것에 대해서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죠. 예술로만 하겠다 하면 그렇게 하면 되요. 물론 책임을 져야죠. 과거 친일 예술인의 경우 그땐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예술가라고 한다면 사회적 책무가 있어요. 요즘 연예인들에 대해서도 공인이기 때문에 책임져야 한다고 하잖아요. 예술인들은 사회현상에 대해서 발언을 할 자유와 의무가 있는데, 그것이 나중에 틀렸다 그러면 그것에 대해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도 해야 하죠. 그렇게 책임을 진다라는 전제 하에 참여와 발언의 자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사회적 책무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 발언을 하는 것은 옳다고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일반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침묵도 표현입니다. 어떤 큰 권력을 가진 쪽에서 진행하는 흐름에 대해서 침묵하면 사실은 동의하는 겁니다. 그것조차도 정치적이라는 말이죠. 예전에 군부 독재시대 때 침묵했다면 그것도 정치적인 겁니다. 예술가로서 공적인 책임을 인정한다면 그때 침묵한 데 대해서 양심에 가책을 느껴야 하고 지금 반성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정치적 입장표명을 한 것이거든요. 그것을 제로마크라고 하죠. 표현 안 함으로써 표현을 하는. 즉 의사표현이 뭐냐 의견 피력이 뭐냐를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면 침묵도 의견피력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 모든 것에 대한 해석을 달리 해야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신영 : 채승훈선생님께서 아까 말씀하신 것에서 정말로 정치적인 일부 예술인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정치적 언사는 최대한 자제하고, 뒤에 숨어서 정치적인 행위를 일삼으며, 공적인 이익보다는 자신의 입신양명을 찾아서 간다는 것이죠. 대중 앞에선 예술인들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말아야한다. 중립을 지켜야 한다면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자 하는 것이 결국 우리 모두에게 폐해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채승훈 : 그렇습니다. 정치적인 참여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미 정치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분은 초지일관하게 처음부터 지금까지 작품만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도 아무 말도 안합니다. 하지만 간혹 나름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은 나는 너희들과 다르다라고 선언하는 것이죠. 그러할 때 자신의 소신이나 이런 것들을 좀 더 솔직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예 자기 작품만 하고 그런 분들처럼 예술가로서 존경을 받든지. 아니면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나름대로의 지렛대를 각자 들고서 논쟁의 장이나 선언의 장에 나와서 같이 이야기하는 적극적인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들은 아니라고 하면서 남 하는 것을 비판하는 의식이 도리어 예술의 발전이나 사회의 발전에 저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도리어 공론에 자리에 나와서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공통분모를 조금씩 늘려나갈 때 의견의 충돌이나 갈등이 없어지고 치유된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있다가 어떤 때 비판적인 의사를 한 두 번 한다는 것은 무책임하고 상대방에게 상처만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이야기해서 우리나라가 단순화시켜 보자면 진보적인 시각과 보수적인 시각이 나눠져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확대해 보면 성장이냐 복지냐 가치관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예술로 보자면 한마디로 자본 축적을 위한 예술인지 아니면 공공성을 위한 예술인지로 나누어지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 예술가들이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주관입니다만, 왜냐하면 사실 우리나라는 갈등도 많고 정치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굉장히 불안한 나라라고 생각하는데,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의사표현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세곤 : 이런 거겠죠. 침묵의 자유를 침해당한다는 불편함이요. 난 침묵하고 싶은데 발언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발언을 안 하면 마치 소외 되는 것 같고, 그래서 화를 내는 것 같습니다. 반복하지만 예술가들한테는 책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특별하게 보지 않습니까? 그만큼 한마디 한마디가 영향을 미칩니다. 얘기 안 하는 것조차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하고요. 그렇게 따지면요, 책무가 있는데 자기는 침묵한다면 그렇게 선언을 해야 하고 이유까지 설명한다면 더 좋겠습니다. 나는 이러 이러한 이유로 침묵을 하겠다라든가. 난 작품으로만 이야기하겠다. 나는 작품 이외에 방법으로 표현 않겠다는 것을 선언하면 그 사람의 작품을 보고 알 수 있겠죠.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구나. 그럼 그걸로 그 사람과 직접 대화를 하지 않아도 생각을 알 수 있죠. 그렇지 않다면 나는 어떤 사회적 현상이 있을 때,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한다. 찬성이다 반대다 표명하는 것이 원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표현을 하지 않는다면 안 하겠다고 선언하고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보면 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찬반양론이 있겠지만 전 예술가들에게 사회적 책임이 있고, 어떤 사회 현상에 대해서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인들이 뭔가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 비난하는 그 이면을 살펴보면, 어떤 불편함이 있는 것 같아요. 조용히 숨어있고 싶은데 뭔가 이야기를 안 하면 강요당하는 것 같거든요. “나는 침묵하겠어!!” 라고 하는 얘기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신영 : 최근에 침묵으로 인한, 개인의 불편함을 침해당했다는 것을 넘어서서 협회의 공적인 책무에 대한 이슈가 있었습니다. 얼마 전 서울연극협회에서 박원순시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사실이 있었거든요. 요는 중립을 지켜야 할 협회가 선거 때 맞춰 특정 개인한테 감사패를 줄 수 있느냐라는 것이었거든요. 그 점에 대해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서울연극협회는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협회원들의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우리의 요구를 당당하게 제시하고 관철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국의 많은 사회단체, 예술단체들이 선거 기간을 활용하여 이러한 점을 백분 활용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입니다. 박원순 시장에게 당신을 공개적으로 지지한다라고 표명한 것도 아니고 여태껏 이러이러 한 일들을 서울연극인들을 위해 해주셨으므로 앞으로도 이러 저렇게 해 달라는 것은 얼마든지 공식적으로 이야기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태수 : 우리가 살아오면서 무엇을 듣고 보았느냐는 것에 영향을 받는데, 그런 것은 마치 자기 생각만이 옳고 자기가 한 생각인 양 고집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중립이 원칙은 아니거든요. 마치 그래야 한다는 자기의 고정관념이나 어떤 생각에 갇혀있으면,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런 주장을 하게 되기 때문에, 거기에서 갈등이 생기고 다툼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문화국민 예술국민으로 선진국이라고 치면 상대와 소통의 문제도 많이 제기되지만 상대를 나만큼 인정해야 되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할 텐데, 우리는 그런 기본 바탕에 대한 첫 단추가 일제강점기부터 잘못 끼워져 있는 상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간에 의한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인간적으로 살기 위한 스토리텔링을 쭉 해왔다면 상관이 없는데, 해야 될 것 안 해야 될 이야기들이 섞이면서, 또 지금의 현실은 무지하게 잘못된 자본주의, 천한 자본주의가 팽배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빈부의 격차가 1:99로 나타나는 불평등한 현실이고 민주화도 퇴화되고 있는 것이죠. 궁극적으로 어디가 잘못돼 있는가, 원칙과 상식적으로 잘못된 단추부터 찾아서 반성도 하고 고쳐나가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기본적으로 교육적인 문제가 있는데, 현대사도 잘못 가르치고 있고, 옳게 가르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옳은 방향을 잡는 판단력도 흐려지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예술형태나 연극형태도 그렇고, 보는 관객 역시 혼란스럽고, 소비적인 상태의 확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사회 분위기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새로운 방향, 발전적 방향, 건강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밑바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오세곤 : 현 서울 시장이 연극에 대해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청책’이라고 해서 얘기 듣는 시간도 있었고 그 외에 팀을 구성해가지고 발전 대책 안을 심도 있게 마련했단 말이에요. 그런 과정에서 대화가 많이 오갔을 테죠. 물론 그중에서 어떤 것은 시행에 들어간 것도 있고, 앞으로 시행될 것도 있겠습니다. 그대로 100% 실행되지 않더라도 이전에 비해서 상당히 발전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만약에 뭐 어떤 감사패를 전달했다는 것은 이후에 선거와 결부시킬 필요도 없지만, 결부시킨다 하더라도 선거에 경쟁자로 나오는 사람도 내가 저거보다 더 잘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감사패가 서울 시장한테 준 거라고 봐야 하는지 개인한테 준 거라고 봐야하는지를 구별해야 합니다. 현재 서울시에서 하고 있는 어떤 정책 방향에 대해서 옳다고 찬성하는 의미에 또는 격려하는 의미에 또는 앞으로 방향에 대한, 그런 의미의 감사패라고 해석하면 되는 것이죠. 협회는 감사패도 주지 말아야 되고, 그런 건 아니거든요? 오히려 더욱 더 적극적으로 감사패를 줄 수 있는 것이고, 필요하다면 대통령한테도 감사패, 감사편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죠. 협회이기 때문에 그런 행위를 더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채승훈 : 박원순 시장은 서울 시장으로 바라봐야지 다른 식으로 보는 태도야말로 도리어 상당히 정치적인 것이고 무서운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식의 논리라고 하면 과거에 특정 정부에서 문화훈장이니 뭐니 받은 것도 문제가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더 나아가서, 어떤 선배님들 중에 간혹 보면 과거에 예총회장 하신 분들이 특정 정당의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들어갔지요. 그런 때에도 아무런 말도 안하던 사람들이 틀린 행동이 아닌 후배들의 태도를 왜 트집을 잡는지 모르겠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이 아닌가 생각 됩니다.

 

전용환 : 어쨌든 정치적으로 다 해석이 되잖아요. 지금 뭐 그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을 하구요. 젊은 연극인들이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대한 비판도 당연하지만 그 이외의 선전할 수 있는 것들도, 남북통일 연극 이러한 이슈들도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선도적인 부분들도 좀 강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뭐 다 이야기 하면 정치적으로 해석이 되고 비판의 또 비판이 되고 그런 부분이 있을 텐데 생산적인 부분들 이슈나 논란들 그런 부분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이 예술가가 아니겠습니까? 예를 들어 남북통일 문제를 이야기하자면, 저희 애가 고3인데 통일은 별로 안 좋아한다. 막연하게 무섭고 혼란스러울 것 같고…… 뭐 이런 생각들이 나오는 거예요. 제가 그런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그런 이슈들을 크게 불러일으킬 수 있는 힘이 있지 않는가. 그런 생산적인 일들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채승훈 : 60년대 초에 했던 이야기들, 정치인들이 했던 이야기들, 권력을 잡고 있던 사람들이 했던 이야기들이 뭔가요, 어떤 분야에서 비판이 나오면, 학생들은 공부하고, 각자 생업에 바쁘신 분들은 생업하고, 예술인들은 예술 열심히 하고, 정치는 정치인들한테 맡겨라. 이런 식의 생각을 주입했던 시절이 있었죠, 그 뒤에 80년대를 지나오며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사회가 이렇게 발전하면서, 한마디로 민도가 높아지고 쌍방향 소통의 시대, 민주시대로 들어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각자 분야에서 자기분야의 권익을 위해서도 그렇고 사회전체적인 이익에 대해서도 그렇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대가 되었어요. 그렇게 해서 그런 공론의 장에 모든 다양한 각계각층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민주화는 더 이루어질 것이고, 사회도 더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그런 생각들을 하지 못하고 과거 시대의 사고로 회귀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 지금 우리 시대가 아직도 어려운 시대라는 생각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80년대 지나고 90년대가 되었을 때 현실세계를 미시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연극경향이 대두되었지요. 관점이 사회니 정치니 역사니 하는 데에서 재빠르게 ‘일상’이란 것으로 이동했지요. 그때 많은 연극인들이, 거대담론이 사라지고 저항의 대상도 사라졌기 때문에 예술도 그런 식으로 이동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세상은 거대담론을 극복한 시대로 완전히 진입하지 못했다는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즉 거대담론은 잠시 수면 밑에 숨어 있을 뿐이고, 언젠간 다시 올라올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 또한 그랬고요. 우리 연극인들이 조금 더 현재의 시대 상황을 냉철하게 읽을 필요가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김태수 : 저희가 천안함을 이야기 했지만, 천안함이라는 그 정말 의심 투성이 같은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정부 발표대로 이해하고 넘겨야하는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하나뿐이겠습니까?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젊은이들이 국가 보안법 패러디도 하고 여러 가지 사회 이슈에 대해 그룹으로 모여 프로그램 진행하고 페스티벌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다만 그런 것들이 서서히 지나가는 일로 묻혀버린다는 게 참 안타까워요. 그게 사회분위기인지 연극인들의 생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영화분야이지만 <도가니>, <부러진 화살>, <변호인> 등 대중적으로 관심을 끌게 한다는 것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을 해요. 우리 연극인들도 그런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연극인다운 행동을 해야 될 때라 생각하는데요. 용산 참사도 연극계에서 한번 다루긴 했습니다. 그다음에 쌍용자동차라든지, 제주도 군사항만 문제도 있고 그런 것들에 대해서 해야 될 궁금한 이야기, 알고 싶은 이야기, 문제 있는 이야기를 저희들이 들고 나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세곤 : 저는 예전 80년대 그때 후배들이 공연한다고 마당극을 하자고 했을 때 막았습니다. 그때 불가하다고 한 논리는 이거였어요. 마당극이 되면 좋은데, 극이 아니고 그냥 무대에 나가서 직설적으로 한다는 것. 극적으로 승화되지 않은 그것은 할 수 없다고 했죠. 그렇지만 그 반대가 거기에 담기는 내용자체를 반대하는 것처럼 매도되면 안 되잖아요. 그 생각을 지금 다시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해요. 분명히 예술은 예술이어야 합니다. 전용환 선생님 딸이 통일을 무서워한다는 건 참 심각해요. 아주 깊이 있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막연한 그 어떤 것들이 세상 여론을 만들어 버리는 이 상태가 참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이때 예술이 그 문제점을 파악하고 예술로써 어떻게 표현하고 생각을 다시 하게끔 만들 것이냐 이런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우리가 사회적 발언을 할 때 그걸 예술이라고 하지 않아요. 문제를 제기할 때 직설이라고 말하고 발언을 하죠. 그걸 예술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예술이라고 주장하지도 않아요. 위험한 것은 예술이 아닌데 예술이라고 우기면서 포장을 하는데 담긴 내용이 굉장히 정밀도가 떨어지거나 불순한 의미를 담고 있을 때 이럴 때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우리가 사회적 발언을 하는 다른 한편으로 그런 생각들을, 거기서 느낀 문제점들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 부단히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쪽은 없고 한쪽만 있다고 하면 과연 예술가냐 하는 것이죠. 그런 전제가 있다면 어떤 사항은 바로 직설법으로 이야기해야하는 경우가 있고 어떤 경우엔 예술적으로 승화해서 발언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요.

 

채승훈 : 건강한 통일교육을 시킨 다음 물어봤다면 분명히 다른 이야기가 나올 텐데요.

 

오세곤 : 예를 들면 종부세라는 것이 있었잖아요. 택시 탔는데 기사님이 막 흥분해서 욕하더라고요. 종부세 낼 사람도 아닌데 그러거든요? 통일도 사실은 통일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상당히 뭔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지금 많은 걸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변화는 무서운 거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통일되면 좋은가 나쁜가 하고 재는 것이죠. 사실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그게 영향이 있어서도 안 되고, 사실 그 영향이 없도록 최소화시키도록 준비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지도층인데, 학생들이 통일되면 경제 나빠지는 것 아니에요? 라고 말했을 때, 어디서 들은 건지, 그게 어떤 치밀한 분석을 통한 이야기 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것에 대해서 명쾌하게 분석을 안 해주고 있다는 것이죠. 그렇잖아요. 뭐가 문제가 되는지 뭐가 가능성인지 이거는 제대로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그걸 다 파악할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 거고 그럴 마음이 없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죠.

 

이신영 : 항간에는 그런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면에 대해서 시국선언하고 촛불시위하고 이런 건 괜찮은데, 특정 개인이라든지 정당이라든지 이런 걸 지지하는 것이 예술가로서 올바른 행동이냐 이런 지적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채승훈 :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지금 뭐 우리가 공산주의 사회도 아니고, 무슨 한 가지만을 같이 지향하는 나라도 아니고 정당들이나 이런 데서 표방하고 있는 것도 서로 다르잖아요. 가치 지향이. 그게 민주주의인 것이죠. 어떤 당은 보수적이고 어떤 당은 진보적이고 어떤 당은 환경을 중시하는 당이 있고 어떤 당은 노동자를 중시 여기기도 하죠. 각기 다양한 가치 지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게 민주주의 국가잖아요. 누구나 정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그것을 이상하다고 보는 것 자체가 이상한 시각이지요. 하기 싫으면 본인만 안하면 되는 거예요. 공개 표명하는 사람들, 누구를 지지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을 비판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건 개인의 자유이지요. 그것을 비판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공산주의자나 독재주의가 되는 거예요. 왜 안 되냐는 겁니다. 문재인 지지 박근혜 지지 다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자유로운 것이죠. 국민 주권, 국민 참여 시대입니다.

 

오세곤 :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하든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특정 단체가 정책에 대해서 공개 발언을 하는 경우겠죠. 예를 들어 선거를 앞두고 단체 명의의 질의서를 양쪽으로 보냈다고 합시다. 한쪽에서는 거기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에 맞는 답변이 오고, 한쪽에서는 반대되는 답변이 왔어요. 그렇게 되면 당연히 지지하는 쪽을 선택하죠. 예를 들어 이러한 절차를 거쳤다면 단체도 충분히 지지 표명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꼭 연극이나 예술의 이해가 걸리지 않은 일반 사안에 대해서도 맞고 틀림이 분명하든가 단체의 성격과 분명히 어긋나는 사안이라면 단체 명의의 의견 표명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하물며 단체도 이렇게 가능한데 개인적 표명까지 문제 삼는 건 옳지 않습니다. 단체장도 마찬가집니다. 물론 개인적인 의사 표명이란 점을 분명히 해야겠죠. 몇 년 전 국립극단 법인화, 외국인 예술감독 선임 등의 문제로 시끄러웠을 때 유인촌 장관과 그 문제로 만난 일이 있었어요. 만나자고 해서 나갔더니 연극계 각 단체장들이 거의 다 있더라고요. 유장관 말로는 저만 반대고 연극계가 다 찬성이래요. 그래 그 중 한 명한테 물었죠. 단체 대표로 찬성한 거냐 개인 입장이 찬성이냐? 그런데 얼버무려요. 대답이 곤란했던 거죠. 장관한테 찬성하면 괜찮고 반대하면 정치적이라는 시각이 그때도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누군가 문제 삼은 박장렬 회장의 경우는 개인 자격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거든요. 그럼 문제 삼을 수 없는 거 아닌가요?

 

이신영 : 대학로 포럼이 이렇게 조촐하게 이야기가 되고 있지만 온라인이라는 것을 통해 많은 연극인들이 우리 연극계 돌아가는 것에 대해 알게 되잖아요. 다만 늘 그렇듯 고급정보가 일부 기득권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늘 오후에 서울연극협회 창립 10주년 기념 세미나가 열리는데, 서울연극협회에서 공식적으로 한팩이나 서울문화재단 등에 발제자나 토론자로 참석을 부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참석은 고사하고 공식적인 답변조차 불투명한 것은 우리 공연예술 발전에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적어도 서울연극인들을 대표하는 서울연극협회의 공식적인 업무 요청 행위의 결과는 서울연극인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이 협회원을 위한 서협의 정치적 행위인 것이죠.

 

오세곤 : 오늘 오후 세미나 때 그런 정보 제공에 대한 것을 회원들에게 알릴 생각입니다.

 

이신영 : 마지막으로 한 말씀씩 해주시죠.

 

전용환 :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 우리 연극인들의 결속력 또는 연대가 더 공고해졌으면 합니다. 어쨌든 더 좋은 방향으로 가자는 쪽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건데, 그런 부분들이 좀 더 포괄적으로 모아질 수 있는 구심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단순하게 이름만 걸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포럼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할 수 있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이야기들이 모여서 거칠지 않고 세련되고 더 힘있게 그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방안들도 우리가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김태수 : 순수 참여를 떠나서 우리 삶의 제의를 짊어지고 있는 이야기들을 스토리텔링 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게 역사가 진행되고 시간이 오래되면 설화가 되고 민담이 되고 그런 거니까요. 그런 일은 있는 그대로 전달해 주는 역할을 우리가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오세곤 :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용기가 있어야 된다는 말은 그렇게 안하면 비겁하다는 말이 되죠. 아무튼 그렇게 생각해요 물론 틀릴 수 있어요. 자기가 표명한 것이 틀리면 인정하면 되는 것이고 틀린 것에 있어서 진솔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으로든 작품 외적으로든 말입니다.

 

채승훈 : 참여를 해야 됩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반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 시민들, 우리 예술인들 스스로가 민주시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죠. 우리가 정치참여를 하건 시국선언을 하건 누구를 지지하건, 어떻게 작품 속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건 이런 것들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반대쪽 생각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비판할 이유가 없어요. 비판을 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논쟁의 자리에 나와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신영 : 장시간 수고하셨습니다. 진실은 생각을 넘어서서 행동을 통해 쟁취되는 것 같습니다. 좀 더 다양한 우리들의 목소리가 모아지는 대학로포럼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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