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극협회] 4월 정책분과 논평

문화체육관광부의 오락가락 문화정책에 우리 연극인이 더 미치겠다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정책 3년 성과 자료집에는 고품격 국립예술기관 육성이라며 지원기관으로서의 문화예술위원회 정체성 정립과 공연장 운영 및 예술자료 수집·보관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기관별 분리 필요에 의해 추진한 국립극단 법인화 등과 함께 한국공연예술센터와 국립예술자료원의 신설 등이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2014년의 봄 무슨 이유로 이처럼 분명한 목적 하에 분리 신설된 예술기관을 3년 남짓 운영하고서 다시 통폐합한다고 하는지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거대한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여 독재 또는 군부 중심의 통치시대에나 있을 법한 정책임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하며, 문화체육관광부의 손바닥 뒤집듯 하는 오락가락한 문화정책에 장관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연극인들이 더 미칠 지경임을 먼저 밝히는 바이다. 그리고 한국공연예술센터와 국립예술자료원 등 국립예술기관의 통폐합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장관의 분명한 답변을 요구한다.

지난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시절 문화관광부의 구조조정에 맞서 “우리의 투쟁은.. 오직 이 땅의 문화정책을 옳게 하기 위함이다. 자기 밥그릇 찾기가 아니라 국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아준 공적 기금을 관리하는 공직자로서의 도덕적 의무를 잊지 말자는 것이다”라며 문화관광부의 마구잡이식 밀어붙이기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던 그 폐기는 사라지고 나주로 이전하는 본인들의 운명을 작게나마 연명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야합하여 예술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를 위해 분리되었던 기관들을 흡수 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통폐합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료적 사고의 극치를 보는 것과 동시에 예술가에게 자신들의 밥그릇을 빼앗겼다는 소아병적인 사고의 발로에서 시작해서 결국 이 땅의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한 정책이라기보다는 행정 관료들 자신들을 위한 자리 만들기 정책이라 할 것이다.

문화예술기관 특히 한국공연예술센터와 같은 공연기관은 재단법인화 하여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운영을 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전문성과 연륜을 가진 책임자가 예술과 사회의 이해를 바탕으로 혜안을 가지고 운영을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과거로 돌아가서 행정가들이 극장을 통제하여 운영하겠다는 것인가? 예술을 지원해야할 기관들이 지원금이라는 알량한 권력을 쥐고서 예술가들을 쥐락펴락 해온 세월이 벌써 십 수 년이 흐르고 있다. 게다가 권력과 가까운 공공기관과 연결된 일부 예술가들이 동료 예술가를 위한 정책의견의 제시 보다는 제 식구 챙기기에 급급한 상식이하의 행동들을 보이고 있다. 연극계가 썩어가고 있다. 이제는 그 악취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퍼져가고 있는 것이다. 연극인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있음에도 도대체 소신 있는 한마디 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괜히 잘못 보여 그나마 지원 심의에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극인들이여! 돌이켜 우리 주변을 돌아보자. 지금 우리가 지원 없이, 심의 없이 우리의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인가! 예술 활동이 어려웠지만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공공지원이나 공공기관에 의존하지 않으면 창작은커녕 삶조차 연명하기 힘든 상황이 도래하고 있지 않은가! 부디 올바른 예술행정가들이 있기만 기도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인 것인가! 이대로 과연 예술의 자유가 있다고 자신 있게 외칠 수 있는가!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 변화와 문화예술기관의 통폐합에서 정말 무섭도록 아니길 바라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월부터 우리 연극계는 국립극단 예술 감독 임명과 관련한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언제 끝이 날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연극계 내부에서 분열된 모습을 보이는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에서는 지난 11월부터 꾸준히 국립극단 운영과 관련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소통 부재의 문제를 지적하였음에도 마치 연극계의 밥그릇 싸움처럼 호도하여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는 일부 연극계 원로와 국립극단의 문제를 책임져야할 사람들의 적반하장격인 주장에 쓴 웃음만 지을 뿐이다. 더욱 더 절망스러운 것은 예술을 팔아서 권력의 향기에 염치도 없이 기생하고 집착하고 있는 권력지향적인 문화세력을 목도하면서도 우리는 순수한 예술가라는 미명하에 비판하는 것 마저 정치적이라고 매도당하는 것이 연극계의 현실일 것이다. 이는 예술가는 창작에만 몰두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인 것인 양 호도하여 저급한 인식들을 생산하고 동료들을 비겁한 예술가로 살아가라고 몰아세우는 주장일 것이다.

그럼에도 문화체육관광부가 벌이고 있는 기관의 통폐합 과정에서 수수께끼 같이 풀기 어려운 연관성이 나타나고 있으며 결국 진실은 머지않은 미래에 밝혀질 것으로 본다. 특히 김윤철 신임 국립극단 예술 감독은 국립예술자료원의 통폐합을 막아야할 기관의 수장으로서 미리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통폐합의 정보를 받고서 자리를 옮겨 갔다면 이는 본인만이 살아남기 위해서 예술가로서의 근본적인 양심을 저버린 것은 물론 결국 행정 관료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는 예술가라는 불명예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예술을 평론하던 최소한의 소명의식도 없는 무책임한 후안무치의 기관장으로서 역사에 남아 모든 예술인의 규탄의 대상이 될 것이다. 김윤철씨는 국립예술자료원이 다시 통합되는 것을 알고서 국립극단 예술감독 제의를 받았는지 진실을 밝혀 주기를 바란다. 더 가관인 것은 명동극장과 국립극단 두 기관이 통합한다고 하는데, 주지하다시피 이미 명동극장은 민간 연극인들이 수준 있는 공연을 할 수 있는 그나마 몇 되지 않은 공연장이다. 그런데, 국립과 통합한다는 것을 누가 결정할 수 있단 말인가! 구자흥 국립극단 재단 이사장이자 명동극장장은 과연 연극계의 공론을 수렴하여 통합하겠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 것인가! 미루어 짐작컨대 본인은 통합이 되든 안 되든 행정관료로부터 자리를 보장 받았을 지도 심히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지금 우리가 존경하던 연극계의 선배, 동료들이 문화예술을 관장하는 행정관료들과 어울려 자신과 주변의 일신을 위해 우리 모두를 팔아넘기고 있다면 지금 당장 멈추어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대학로에 위치한 한국공연예술센터는 지금의 대학로를 일구어낸 순수 연극인들의 땀과 영혼이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인들과 한마디 상의 없이 재통합한다는 것은 가당치 않은 것이다. 2010년 한국공연예술센터를 분리 독립시켰던 담당 관료들은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금의 한국공연예술센터 이사장 및 임직원들은 통합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연극계와 의논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안을 전면 재검토하여야 할 것이며, 연극계는 우리 연극인 모두의 정성이 담긴 우리의 극장들을 주인의식을 가지고 지켜 나가기를 당부한다. 그때 비로써 세계적인 예술기관으로, 고품격의 예술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다. 정부의 뚜렷하면서도 확고한 연극정책이 없는 상황에서 그저 지원을 늘린다면서 아랫돌 빼서 웃돌로 끼워 넣는 정책들이 계속되고 있다. 더구나 연극계는 여전히 침체와 불황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금에 현실은 우리 연극인 자신에게도 그 책임이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누구의 책임을 떠나서 국가 기관으로부터 독립되어 자율적인 운영을 모색해야 할 한국공연예술센터를 비롯한 국립예술기관의 통폐합에 연극계는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것이 미래의 연극을 위한 우리의 정당한 행동일 것이다. 연극인들의 지혜로운 의견을 모아 단합된 목소리로 지금의 사태를 대처해야할 것을 촉구한다.

 

 

2014년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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