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4년 6월 공연총평/ 박정기

박정기의 공연산책 2014년 6월 공연총평

 

1, 2014 제9회 피지컬 씨어터 페스티벌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

 

대학로예술극장3관에서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임도완 연출의 <크리스토퍼 놀란 클럽 <(Christopher Nolan Club) >을 관람했다.

 

1970년 영국 런던 태생인 크리스토퍼 놀란은 7살 때 부터 아버지의 슈퍼 8mm 카메라로 영화를 만들 정도로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고 19살 때 초현실적 단편 <타란텔라>를 89년 PBS에서 선보인 경험이 있다. 초현실주의 단편영화 개미귀신을 만들고 미행으로 첫 장편에 데뷔했는데 그가 각본, 감독, 편집을 도맡아 만든 1시간짜리 중편 <미행(Following)>은 1998년 뉴포트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타이거상, 디나드 영국 영화제에서 실버 히치코크상, 슬램댄스 국제 영화제에서 블랙 앤 화이트 상을 수상하며 엄청난 이슈를 몰고 왔었다. 그는 영국의 칼리지 런던에서 영문학을 전공 하며 대학 영화 소사이어티에서 16mm 영화를 만들면서 한 뒤 영화제작에 대한 포부를 키워왔다. 그의 단편영화 `도둑질`은 캠브리지 영화계에서 상영한 적이 있다. 그의 작품으로는 <두들버그(1997)> <미행(1998)> <메멘토(2000)> <인썸니아(2002)> <배트맨 비긴즈(2005)> <프레스티지(2006)> <다크나이트(2008)> <인셉션(2010)>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 그리고 <트랜센던스’(transcendence) (20140>가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다른 헐리우드 감독들처럼 화려한 카메라 움직임과 컴퓨터 그래픽 또는 감독 자신만의 독특한 미장센에 중심을 두기보다는, 스토리와 캐릭터에 중심을 두어 영화를 만드는 특징이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연출작들을 살펴보면, 주인공들은 언제나 남자라는 공통점이 있고, 2명의 남성과 1명의 여성 주인공이 이끌어가는 공통점을 찾을 수가 있다. 그리고 이들 남자 주인공들은 채워지지 않는 상실감과 결핍된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들은 영화 속에서 대게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묘하게 결핍된 부분이 바탕이 되어 약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영화 속에서 가장 결정적인 힘을 발휘한다. 이들은 정의 그리고 선의 편에 서지만 영화가 전개 될수록 주인공 스스로도 그 기준이 모호해지며 혼란을 겪는다. 그리고 남자 조연들은 적 혹은 경쟁자이기도 하면서 스승이나 조력자의 역할들을 하기도 한다. 대개 영화 속에서 감독은 서로 경쟁하고 적대하는 캐릭터를 배치시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대되는 캐릭터들은 주인공과 비슷한 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리고 위의 이러한 점들을 바탕으로 감독은 우리가 기존에 생각했던 가치에 색다른 물음을 던진다.

 

<크리스토퍼 놀란 클럽>은 놀란 감독의 배트맨 관련 영화 중 <다크 나이트>와 후속작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바탕으로, 그의 다른 영화 <인셉션>에서의 독특한 주제와 착상을 포함시켜, 무대 위에 구현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클럽>은 검은색 의상차림의 남녀 배우를 등장시켜, 무예나, 무용, 그리고 체조를 하듯 각기, 또는 무리를 지어 조화로운 동작으로 연극을 이끌어 간다, 마스크를 쓰거나 분장을 바꾸지 않고, 신체언어로 변형되었음을 객석에 전달시킨다. 자동차나 모토 사이클을 운전하는 장면도, 소도구인 의자를 들여오거나, 모토 사이클에 앉은 모습형태로 연기를 펴고, 고공에서 추락하는 장면도 손가락으로 하강하는 장면을 묘사한 다음, 추락사하기직전 그를 번쩍 안아, 구조되었음을 알린다. 꿈길로 주인공의 의식을 변형시키려는 특공대를 투입하는 장면이라든가, 반복되는 샹송의 열정적인 노래와 더불어 고도의 훈련으로 단련된 병사들처럼, 맹활약하는 출연진의 호연과 열연은 관객의 시선을 시종일관 무대에 고정시키도록 만든 독특한 공연이 되었다.

 

윤진희, 장성원, 서우천, 이호철, 임진주, 구본혁, 김창석, 박재성, 김다혜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극을 성공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사운드디자인 김요찬, 조명디자인 남진혁 등 제작진의 기량이 돋보여,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피지컬 씨어터 페스티발 참가작, 임도완 연출의 <크리스토퍼 놀란 클럽>을 기억에 길이 남을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2, 백민역사연극원 출범기념 조중의 권선희 원작 이윤택 극작 남미정 연출 물고기의 귀향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백민역사연극원 출범기념, 조중의 권선희 원작, 이윤택 극작, 남미정 연출의 <물고기의 귀향>을 관람했다.

 

<물고기의 귀향>은 1800년대 후반, 일본어부들이 고기떼를 따라 구룡포(九龍浦)에 도착하게 되고, 그곳 조선인 어부들이 용인함으로써, 구룡포에 정착해 집을 짓고 살며, 조선여인과 부부의 연을 맺는다. 거기서 태어난 아들이자 이 연극의 주인공인 시게노리는 구룡포를 고향으로 알고, 고기잡이를 업으로 하고 산다. 1890년대 조선의 개화와 함께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침탈이 시작되고, 조선조정은 일본에 의지해 보호조약을 맺으면서, 1910년대에는 조일병합까지 하게 된다. 향후 구룡포에는 일본인 가옥이 들어서고 일본인 거리가 생긴다. 수많은 일본인이 구룡포에 이주해 학교를 세우고 신학문과 영어도 가르친다. 부모를 여읜 순나라고 하는 이 마을 처녀는 13세부터 주인공 시게노리의 집 하녀로 들어가 자연스럽게 시게노리와 가까워지고, 나이가 들자 두 사람은 서로를 결혼상대로 생각한다. 이 때 공교롭게도 일본 패전소식과 함께 구룡포의 일본인들은 귀국을 서두르게 된다. 그런 와중에도 시게노리는 순나와 혼례를 올리겠노라 선언한다. 그러자 순나 삼촌이 등장해 결혼시킬 수 없노라고 반대를 한다. 순나 삼촌의 완강한 반대에, 시게노리의 부친은 돈다발로 삼촌을 무마시키고, 아들의 혼례를 치르게 된다. 그러나 혼례식도중 조선인 청년들의 습격으로 주인공과 그의 아버지는 집단 폭행을 당한다. 결국 시게노리의 부모도 귀국을 하면서 자식내외에게 함께 일본으로 갈 것을 종용한다. 그러나 시게노리는 자신의 고향은 구룡포라며, 귀국을 거부한다. 하는 수 없이 시게노리의 부모만 귀국을 한다. 조선에 미군정이 들어선다. 순이 삼촌의 안내로 미군이 들이닥치고, 시게노리는 강제귀국조처를 당하게 되고 순나와도 헤어지게 된다. 구룡포의 일본인 거리는 한동안 파괴되거나 집이 훼손되기도 했으나,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대한민국정부가 세계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구룡포의 일본인 거리와 건물은 문화재로 지정된다. 한 저택에서 백발의 순나가 지팡이를 집고 외출을 한다. 잠시 후 백발의 노신사가 이 저택 앞에 도착해 여성안내원에게 순나의 안부를 묻고 안으로 들어가 편하게 눕는다. 여성안내원이 휴대전화로 이런 사실을 누구에겐가 알리는 모습이다. 잠시 후 순나가 되돌아와 노신사를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노신사를 부드럽게 건드린다. 노신사가 천천히 일어나 순나를 쳐다본다. 두 사람이 끌어안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무대에는 두 단으로 된, 여섯 자 폭 원형의 바퀴달린 조형물만 사용되고, 이 조형물이 고기잡이배가 되고, 마을의 정자도 되고, 혼례식의 단으로도 사용된다. 출연배우들이 이 원형조형물을 이동시켜 장면변화에 대처한다. 배경에는 바닷가 풍경이나 파도, 그리고 전투장면이나, 그 외, 중요한 역사적 장면과 구룡포 일본인 거리와 건물 전경이 흑백영상으로 투사된다.

무대 왼쪽에 소형 피아노와 신시싸이저, 그리고 음향기기가 비치되고, 음악은 재일동포 가수인 고(故)미소라 히바리(美空ひばり)의 노래<川の流れのように (강물의 흐름처럼)>를 피아노로 연주하고, 한글가사로 부르는 노래가 적절하고 절묘하게 극중 효과음악으로 사용된다. 또한 에르네스토 데 쿠르티스(Ernesto De Curtis)가 1935년경 작곡하고, 노랫말은 ‘도메니코 푸르노’ 이탈리아 시인의 시(詩)로 된 예술가곡 <물망초(Non ti scordar di me)>가 주인공인 시게노리가 일본으로 떠나면서 흘러나올 때, 관객은 저마다 손수건을 꺼내 눈으로 가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연출을 한 남미정의 해설을 시작으로, 최우성, 강호석, 최지연, 이세인, 이재현, 정현종, 노심동, 손청강, 김동욱, 양승일, 서영은, 김보빈, 현종우, 안동찬, 조현주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공감대까지 형성시킨다.

 

무대제작 김경수, 분장 이지원 배은수 박혜미, 조명디자인 조인곤, 의상제작 김미숙, 무대디자인 조소예, 조연출 기술감독 조승희, 조연출 김빛나, 영상 이용의, 백민역사극 사무국장 기획 유승희, 기획 노심동, 홍보디자인 손청강, 조명오퍼 변정원 등 제작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백민역사연극원의 조중의 권선희 원작, 이윤택 극작, 남미정 연출의 <물고기의 귀향>을 출범기념에 어울리는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3, 극단 로가로세의 얀 코스틴 바그너 작 염지영 각색 최무성 이재윤 연출의 야간여행

 

혜화동 동국소극장에서 얀 코스틴 바그너 작, 염지영 각색, 최무성·이재윤 연출의 <야간여행>을 관람했다.

 

얀 코스틴 바그너(1972~) 독일 헤센 주에 있는 랑엔에서 태어났다. 프랑크푸르트 대학교에서 독문학과 역사학을 공부하고, 아달베르트 슈티프터의 시(詩) 안에 감추어진 정신의 근원에 대해 졸업논문을 썼다. 소설가이자 음반 활동에 참여하는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다. 핀란드 출신의 화가 니나 바그너(Niina Wagner)와 결혼, 프랑크푸르트 근방에서 살고 있다. 킴모 요엔타가 화자로 등장하는 소설의 무대인 핀란드는 아내의 고국이자 바그너에게는 두 번째 고향이다.바그너의 소설은 14개 국어로 번역되었다. 장편소설 <차가운 달(Eismond)>의 영역본은 2008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북 프라이즈(Los Angeles Times Book Prize)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마지막 침묵(Das Schweigen)>으로 2008년 독일 추리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소설은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화되어 2010년 프랑크푸르트 국제 북페어에서 ‘최우수 원작소설’로 선정되었다. 신예감독 바란 보 오다르(Baran Bo Odar)가 메가폰을 잡은 이 작품은 2010년 8월 독일에서 개봉되어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작품으로는 <야간여행(Nachtfahrt)><차가운 달(Eismond)><어둠에 갇힌 날(Schattentag)><마지막 침묵(Das Schweigen)> 등이 있다.

 

얀 코스틴 바그너의 <야간 여행>은 ‘나’, ‘마크 크라머’의 살인 이야기다. 그는 단편 소설과 자서전을 쓴 작가지망생이다. 지난 2년간 소설을 썼고 그 소설을 출판사 사장이자 자신의 먼 친척인 야콥 뢰더에게 보낸다. 하지만 뢰더는 그 소설이 형편없다고 하면서 차라리 은퇴한 영화배우의 자서전이나 쓰라고 말한다. 크라머는 야콥 뢰더를 죽이고 영화배우 프라이킨을 찾아 프랑스로 온다. 그러나 그는 프라이킨의 자서전을 쓰는 일에 관심이 없다. 프라이킨의 젊은 아내인 사라를 유혹하는 데만 신경을 쓸 뿐이다. 크라머는 사라를 차지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과거 명성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 늙어빠진 배우 프라이킨을 자살로 위장해서 죽일 계획을 짠다. 그 때 형사들이 들이닥치고, 야콥 뢰더의 살인범으로 크라머에게 혐의를 둔다. 그러나 크라머는 교묘한 방법으로 자신의 혐의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노배우 프라이킨을 살해할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크라머가 합성해 만든 노배우의 비명소리와 총소리의 녹음과정이 하나하나 관객에게만 알려진다. 프라이킨이 죽고, 형사들이 찾아오지만, 크라머의 완벽한 범죄와 술수를 꿰뚫어보지는 못한다. 프라이킨의 젊은 아내 사라는 크라머의 짓임을 알아차리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크라머에게 길들여져 있기에, 남편을 죽인 그에게 “악마!”라고 부르며 그의 품속으로 달려들 뿐이다.

 

크라머가 먼저 살해한 야콥 뢰더의 부인에게서 연락이 온다. 크라머에게 유산을 남겼다며….

 

대단원에서 크라머는 해안가에서 선글라스를 낀 채 간이침대에 길게 누워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이 연극은 르네 클레망이 감독하고 알랑 들롱과 모리스 루네가 출연한 영화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 Purple Noon, 1960)>를 떠오르게 한다.

 

배기범, 배소희, 김기환, 서신우, 박수정, 정세윤, 장탁현, 홍준기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이 어우러져 관객을 시종일관 공연에 집중시킨다.

 

음악 구본웅, 조명 유은경, 분장 송지수·윤다현, 조연출 김태호, 홍보 마케팅 한강아트컴퍼니 등 제작진의 기량이 드러나, 극단 로가로세의 얀 코스틴 바그너 원작, 염지영 각색, 최무성·이재윤 연출의 <야간여행>을 한여름의 무더위처럼 열정이 끓어오르도록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돌풍을 선사해, 상쾌한 느낌을 갖고 관객이 극장 문을 나서는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4, 극단 모시는사람들 과천시설관리공단의 김정숙 작 권호성 작곡 연출의 뮤지컬 들풀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극단 모시는사람들/과천시설관리공단의 김정숙 작, 권호성 작곡/연출의 <뮤지컬 들풀>을 관람했다.

 

<뮤지컬 들풀>은 동학농민봉기가 작품의 역사적 배경이다.

이 뮤지컬에 등장하는 녹두장군 전봉준은 전라도 고부군 궁동면 양교리(지금 정읍군 이평면 장내리)에서 전창혁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렸을 적 이름이 봉준이고, 항렬명은 영준, 자는 명숙, 호는 해몽이나 5척밖에 되지 않은 체구 때문에 흔히 사람들은 그를 녹두라는 별명을 붙였으며 사람들은 후에 그를 녹두장군이라 했다. 약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기도 하고 육서. 단시(六爻. 斷時)등 복서(卜筮)에도 통달하고 있었다. 크게 되지 않으면 멸족하는 것이 낫다고 늘 상 말할 정도로 사회개혁에 대한 포부도 가지고 있었다.

 

전봉준은 태인 산 외리 동곡 마을로 이사하여 소작농으로서 서당과 지관 노릇을 하며 살아갔던 전형적인 빈농출신의 지식인이었는데 37세에 동학에 입교한 직후 동학 2대 교주 최시형으로 부터 고부지방의 동학접주로 임명되어 포교 사업에 전념한다. 동학란이 일어나기 1년 전 1893년 에는 금구취당(金溝聚黨-보은취회가 열리던 시기에 호남 금구에서도 동학교도의 집회가 열렸는데 이를 금구 취당이라 함)을 손화중과 주도하여 약 1만 명이 모이기도 하였다.

 

1892년 그가 접주로 있던 고부군에 조병갑이라는 자가 고부군수로 와 농민들에게 과중한 세금과 무고한 사람의 재물을 갈취하는 등 학정이 심해지자 전봉준의 아버지 전창혁은 관청에 면세를 신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이로 인해 심한 매를 맞고 장독으로 죽게 되었다.

 

이에 전봉준이 중심이 되어 동학교도들에게 사발통문(沙鉢通文-통문은 사람을 모우기 위해 알리는 고지문인데, 사발모양의 원 주위에 서명을 하여 관에 통문이 발각되었을 때 주모자를 알지 못 하게 하기위해 썼던 방법이며 꼭 은밀한 모의에 썼던 것은 아니며 이때 서명한 자는 20명이 었음)을 돌려 전봉준을 중심으로 하여 농민들과 노예들은 1894년 1월 10일 폭동을 일으켜 관아를 습격하여 조병갑은 도망가고 조정에서 조병갑의 후임으로 박원명이 내려와 민란군을 달래자 해산한다.

 

그러자 조정에서 안핵사 이용태가 내려와 동학교도들에게 대대적인 탄압을 하자 그해 3월 통문을 보내 “우리가 의를 들어 이에 이름은 그 본의가 결코 다른데 있지 아니하고 창생을 도탄 속에서 건지고 국가를 반석위에 다 지고자 함이다”라고 외치며 전봉준, 김개남, 손화중 등이 중심이 되어 재차동학민중봉기가 일어나자 각지 특히 충청, 전라의 교도들이 궐기하여 조정은 홍계훈을 보내었으나 패하고, 동학군이 전주성를 점령하자 정부는 홍계훈을 보내 전봉준이 낸 폐정개혁 27조항을 무조건 수용함으로서 전주화약이 성립되고 동학군은 전라도 각 지방에 집강소 53개나 설치하여 잘못된 정치의 개혁을 위한 행정관청의 구실을 하였다.

그러나 난의 확대를 우려한 조정은 농민전쟁을 진압코자 위안스카이(袁世凱)를 통하여 청에 원병을 청하고 청병이 입국하자 일병이 또한 상륙하여 청일전쟁이 폭발하였다.

 

남접의 전봉준을 중심으로 북접의 최시형의 도움을 받아 그해 9월 약 20만명에 달하는 동학도는 척왜를 구호로 다시 궐기했지만 신식무기로 무장한 일본군과 관군에 패하고 자신의 부하 김경천의 밀고로 체포되어 1895년 3월 손화중, 최경선, 김덕명 동지들과 함께 전봉준은 41세에 사형된다.

 

무대는 아름드리 상록수가 압도하듯 무대 좌우에 서있다. 배경 가까이에 언덕이 형성되어 있고, 오케스트라 박스에 산길을 만들어 연기자들의 통행로가 되기도 한다. 배경에는 영상을 투사해, 낮과 밤, 계절의 변화, 역사적 사진,그리고 커다란 새의 날개 짓 같은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상징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소품으로 동원되는 깃발에는 광제창생(廣濟蒼生), 보국안민(輔國安民), 척양척왜(斥洋斥倭), 제폭구민(除暴救民) 등 명필가의 글씨가 눈길을 끌고, 음악연주는 녹음으로 처리된다.

 

음악극은 도입에 전봉준이 참형을 당하게 되면서 그의 구국의지가 객석에 전달된다. 망나니가 등장해 그의 목을 자르는 동작에서 암전되면, 무대는 흐린 조명 속에 농민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조명이 밝아지면 합창이 시작된다.

 

내용은 관가의 비장이 동학농민군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봉기군 속에 신분을 위장해 잠입한다. 비장은 농민봉기군 개개인의 의병으로 가담한 사연을 하나하나 알게 되고, 농민 모두가 탐관오리를 척결하고, 백성을 도탄에서 구해 나라를 바로세우겠다는 올바른 의지에 차츰 공감하고, 비장 자신도 그들의 봉기에 적극동조를 하게 된다. 남편이나 아버지가 있는 농민군을 찾는 가족들의 행적이 관객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 양반을 닦달하는 농민군의 행적도 공감대를 형성한다.

 

농민군이 공주성을 공격하기로 한 어느 날, 비장은 자신이 늘 상 눈여겨보던 미모의 관기 한명이 남장을 하고 봉기군에 가담한 사실을 발견한다. 그녀도 비장을 평소 좋게 생각하던 터이지만, 비장에게 자신은 남정네라며 자신을 잘못 보았노라 이야기한다. 그러나 비장이 어찌 그 말에 속아 넘어가랴? 농민군은 관기를 알아보는 등의 비장의 석연하지 않는 태도에 그의 진정한 신분이 무엇이냐고 다그친다. 비장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자신은 관노였노라고 답한다. 그리고 비장은 진심으로 그녀의 공주성 참전을 만류한다. 그러나 그녀는 남자이상의 확고부동한 의지를 표하고 결국 참전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녀는……

 

대단원은 도입과 마찬가지로 전봉준의 처형장면에 망나니가 등장하고 그의 휘두르는 칼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물론 출연자 전원의 합창이 감동적인 대미를 장식한다.

 

안덕용, 박영수, 문혜원, 신현종, 고석진, 이재훤, 정종훈, 정용현, 문상희, 박지아, 박옥출, 임정은, 송효주, 허정진, 조은희, 조민희, 김준겸, 김성현, 김대곤, 이성환, 서 노, 정욱진, 김광만, 권은지, 강지혜, 최상민, 박현호, 박재홍, 안소정, 권효창 등 출연자 전원의 열연과 열창 그리고 안무가 관객을 감동으로 몰아간다. 특별출연으로 김응수, 손병호, 서범석, 최승렬, 진남수, 권우경 등이 전봉준 역으로 등장한다.

 

편곡 양승환, 음악감독 이경화, 연기감독 진남수, 안무 이지은, 믹싱&컴퓨터프로그래밍 김명환, 조연출 양정아, 무대감독 박 현, 무대조감독 황혜진, 무대크루 박세휘 장지은 정 혁, 음악조감독 이술아 김현주, 스튜디오 이음 사운드 사운드고, 녹음제작지원 윤영진 권우경 김민철 이상준 고석진 권효창 신현석(리더 고석진 풍물타악구성) 기획 제작지원 장호현 정성학 김신영 감은정, 악기지원 고려국악사 등 극단 모시는사람들 팀과 (주)쇼앤라이프(대표 권호성)의 기획실장 이정민, 제작피디 임정숙, 홍보팀장 이지은, 홍보지원 박지용, 홍보제직지원 최옥진 김성관 김성은 손혜인 한소명 등 제작진 모두의 노력과 역량이 조화를 이루어, 김정숙 작, 권호성 작곡/연출의 <뮤지컬 들풀>을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5, 서울연극협회 홋카이도 연극재단 교류공연 삿뽀로좌의 커린티 프리제시 원작 사이토 아유무 각색 연출의 거북이, 혹은…

 

“예술공간 서울”에서 서울연극협회&홋카이도 연극재단(北海島 演劇財團) 교류공연, 삿뽀로좌(札幌座)의 커린티 프리제시 원작, 사이토 아유무(齊藤步) 각색/연출/출연의 <거북이, 혹은…>을 관람했다.

커린티 프리제시는 헝가리 소설가로 <파레미도 여행기>(1896), <차필라리아>(1922), <나의 두개골 주유기(周遊記)>(1937), <선생님 부탁해요>(1926) 등을 집필했다. 독특한 언어 구사와 과학 및 철학에 관한 해박한 지식으로 헝가리 풍자 예술에 일대 혁명을 불러왔다는 평을 듣는 작가다.

 

무대는 정신 요양소의 일실이다. 기둥 몇 개와 X자 형태로 기둥공간을 각목으로 고정시키고, 배경 한 가운데 여닫는 문으로 병원 출입구와 교수실로 통하는 복도가 된다. 객석 뒤쪽이 중증환자의 병실로 설정된다. 의자 한 개에 긴장을 완화시키는 의상을 올려놓고, 후반부에 그 옷을 출연자에게 입힌다. 대단원에서는 긴 나무의자를 들여다 놓고 출연자들이 나란히 앉아 식기에 담긴 음식을 먹는다. 마지막 장면은 환자들이 각자 관악기를 하나씩 들고 행진곡을 잠시 연주하다가 퇴장을 한다.

 

연극은 도입에 교수와 남자간호사의 언쟁에서 시작이 된다. 교수는 남자간호사를 의자에 앉게 하고, 간호사에게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지 말라며, 간호사가 늘 상 자신을 지켜보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한다. 그러자 간호사는 사실은 교수를 좋아하기 때문에 바라보는 것이라며, 동성애자임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교수는 오해를 풀고, 동성애자들을 이해를 한다며 간호사의 양어깨를 꽉 잡는다. 그 순간 간호사의 표정이 감격에 겨워한다. 간호사는 환자 중, 중증환자 하나가, 같은 환자의 이빨을 세 개나 뽑았다며, 그 환자를 살피러 가겠노라고, 객석 쪽 계단 위 중증환자실로 간다. 교수는 머리를 설레설레 저어댄다. 잠시 후 정신과를 전공하는 학생이 실습을 하러 등장한다. 교수는 학생을 환자로 착각하고, 호령도 하고 의자에 앉도록 하는 등, 정신질환자 취급을 하며 엄격함을 보이다가, 학생이 병원 이사장의 소개로 실습하러 왔노라고 알리자, 순간 표정이 백팔십도 바뀌며 반기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자 돌연 교수를 찾는 방송이 들리고, 교수는 황급히 문을 나서며, 바로 옆에 중증환자실이 있고, 그 환자는 성격이 말할 수 없이 난폭한데다가 자신을 거북이로 생각한다며,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문을 나서면서, 이 문은 한번 닫히면, 안에서는 코끼리의 힘으로도 열 수가 없다는 말을 하고는 자연스럽게 문을 닫고 나간다. 학생은 깜짝 놀라 닫힌 문을 열어보려고 애를 쓰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래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사람 살리라고 고함을 지르기 시작한다. 그 때 객석 뒤 쪽에서 남자간호사가 소리 없이 계단을 내려와 학생 뒤에 선다. 학생은 돌아서서 남자간호사를 보고 놀라 비명을 지른다. 학생은 남자간호사를 난폭한 중증환자로 착각한 것이다. 간호사도 학생을 새로 입원할 정신병자로 착각을 하고, 두 사람 다 상대에게 대응을 하기 시작한다. 학생은 중증환자가 자신을 거북이로 생각한다는 교수의 말을 기억하고, 그 자리에 엎드려 거북이 흉내를 내며 기어 다니기 시작한다. 간호사도 학생과 마찬가지로 기어 다니며 맞장구를 친다. 두 사람 다 거북이 흉내에 골몰해 있을 때, 교수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온다. 학생은 문에 부딪혀 코피가 흐른다. 간호사가 교수에게 학생을 새로 입원한 정신병자라고 소개를 하니, 교수는 그렇지 않다며 이사장 소개로 온 학생임을 간호사에게 알린다. 간호사는 그제야 안심을 하고, 중증환자에게 다시가려고 객석계단으로 올라간다. 교수는 호명 방송 소리에 다시 문을 닫고 나간다. 홀로 남은 학생은 다시 문을 열어보려고 애를 쓴다. 학생에게 중증환자실 쪽 계단을 내려온 장발의 사나이가 다가온다. 돌아보고 놀라는 학생에게, 장발의 사나이는 누구냐고 다정하고 나긋나긋한 음성으로 묻는다. 실습하러 온 학생이라고 대답을 하니, 의자의 앉으라고 권한다. 의자에 놓여있던 포대 같은 옷은 바닥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닫힌 문을 안쪽으로 잡아당기니 문은 쉽게 열린다. 그러면서 이 병원에는 자신이 교수인 척하는 환자, 간호사인척 하는 환자가 있다며, 자신이 진짜 교수임을 알리고, 학생에게 무척 놀랐을 거라며 다정하게 대한다. 그러면서 긴장을 완화시키고 심신이 안정되는 옷이라며, 바닥에 내려놓은 옷을 다시 집어 들고는, 학생에게 그 옷을 입도록 권한다. 학생은 비로소 안심을 하고, 진짜 교수가 권하는 대로, 포대자루 같은 옷을 입고 의자에 앉는다. 교수는 긴장을 풀고 심신의 안정을 취하도록 하라며, 포대자루 같은 옷에 달린 띠로 학생을 감아준다. 팔과 몸, 그리고 다리까지, 온몸이 다 결박되자 교수는 조용히 말한다. 지난번에도 이렇게 묶어놓고, 자기가 묶인 사람의 이빨 세 개를 뽑았노라고, 학생이 놀라는 장면에서 암전이 된다.

 

장면이 바뀌면 학생을 포함한 4인의 등장인물이 모두 철사 옷걸이를 머리에 쓰고, 음식이 담긴 식기를 들고 등장한다. 한 개뿐인 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다시 장면이 바뀌면 4인이 목관악기와 금관악기를 하나씩 들고 등장한다. 4인은 행진곡을 잠시 불고는, 객석에 인사를 한 뒤, 다시 행진곡을 불며 퇴장한다.

 

사이토 아유무(齊藤步)가 교수, 시미즈 토모아키(淸水友陽)가 중증환자, 스가노 고우가 간호사, 쓰루마키 케이타(弦卷啓太)가 학생으로 출연해 정신병자로서의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관객의 흥미와 폭소를 자아내고, 갈채를 받는다.

 

조명 구마쿠라 히데키(熊倉英記), 음향 다카코 미쿠(高子未來), 무대미술 다카다 히사오(高田久男), 프로듀서 히라타 슈지(平田修二) 등 제작진의 기량도 돋보여, 서울연극협회&홋카이도 연극재단 교류공연, 삿뽀로좌(札幌座)의 커린티 프리제시 원작, 사이토 아유무(齊藤步) 각색/연출/출연의 <거북이, 혹은…>을 흥미진진하고 창의력이 감지되는 폭소희극으로 창출시켰다.

 

6,  극단 자유의 김정옥 각본 최치림 연출 주호성 협력연출의 꽃 물 그리고 바람의 노래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극단 자유의 김정옥 각본, 최치림 연출, 주호성 협력연출의 <꽃, 물 그리고 바람의 노래>를 관람했다.

 

김정옥 (金正鈺) 선생은 1932년 전남 광주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서울대학교 불문과에 진학했으며, 1956년 프랑스로 가 소르본 대학 영화학 연구소에 다녔다. 이 시절 그는 특히 부조리연극의 선구자들인 이오네스코·아라발·주네 등의 연극을 직접 보면서 일찍이 전위 실험연극에 눈떴다. 3년 만에 귀국한 그는 국내 최초로 영화과를 창설한 중앙대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학교에서는 영화를 가르쳤지만 학교 밖에서는 연극 활동을 했다.

 

선생은 1961년 이화여자대학교 문리대 연극반에서 공연한 아리스토파네스의 〈리시스트라타 Lysistrate〉의 연출을 시작으로, 1963년 극단 민중극장의 동인으로 참여해 〈대머리 여가수〉·〈달걀〉을 연출했다. 1966년 극단 자유를 창립해 창립공연 〈따라지의 향연〉을 비롯한 많은 작품을 연출하며 지금까지 이 극단을 이끌어왔다. 또한 그는 〈영도〉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시를 발표했고 1959년 〈사상계〉신인 현상문예에 시 〈오후〉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여기는 언제나〉등의 시를 발표했다.

 

선생은 초기에는 주로 몰리에르·골도니 등 유럽 고전 희극과 이오네스코·아라발·올비·베케트 등의 부조리극을 다루었다. 그러나 1970년 최인훈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를 연출하면서 그의 평생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만남과 죽음에 대한 연극적 놀이가 시작되었다. 이후 〈무엇이 될꼬 하니〉(1978, 박우춘)·〈달맞이꽃〉(1982, 김병종)·〈바람부는 날에도 꽃은 피네〉(1983, 김정옥)·〈이름 없는 꽃은 바람에 지고〉(1987, 김정옥) 등 서정과 낭만이 넘치는 제목의 창작극들을 연출하면서 그의 일관된 주제의식을 드러냈다. 한편 그는 〈피의 결혼〉(1982)과 〈햄릿〉(1993) 등 죽음의 의미를 파멸과 종말로 규정하며 죽음을 공포와 연민의 매개로 사용하는 서양의 고전극을 한국적 장례의식과 굿의 형식으로 재구성하기도 했는데, 이때 죽음을 삶의 친숙한 일부로 놀이화하여 동양적 인생관과 한국적 미학에 접목시켰다.

 

김정옥 선생은 1995년 6월에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 국제극예술협회(International Theater Institute/ITI) 세계 총회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회장이 되었다. 그는 1997년 중앙대 교수에서 정년퇴임했으며, 2000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에 임명되었다. 그는 연극계에 몸담아 오면서 수십년 동안 수집한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2004년 얼굴박물관을 열었다. 2007년에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연극 〈국밥〉을 연출했다. 대한민국문화예술상(1979)·프랑스정부 문화훈장(1984)·예술문화대상(1989)·대한민국예술원상(1993)·최우수 예술인상(1995)·은관문화훈장(1998) 등을 수상했다.

 

무대는 개막전 망사막에 영상으로 투사한 연극의 제목이 눈길을 끌고, 연극이 시작되면, 흩날리는 꽃잎 영상과 함께 어린이들의 노래 소리가 들리면서 아름다운 한편의 시가 망사막에 차례로 나열된다. 막이 열리면, 커다란 영사막이 중앙보다 왼쪽에 자리를 잡은 게 보인다. 그냥 평평한 영사막이 아니라, 안으로 부드럽게 휘어져 배경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고정되어 있다. 거기에 그림자 연극과 각종 영상이 투사되면서 장면변화에 대처한다. 때로는 천정에서 흰 망사막이 무대바닥까지 내려와 거기에 숲, 날리는 꽃잎 같은 영상이 투사되어, 극의 분위기와 조화를 이룬다, 진도 씻김굿 장면에는 천정에서 제웅형태를 오려 제작한 백색의 두꺼운 종이를 늘어뜨리거나, 다시 올려 효과를 발휘하고, 마지막 영혼혼례장면에는 백색의 길게 늘어뜨린 천을 출연자들이 끌면서 등장해 신랑각시인형과 제웅, 나뭇잎을 의식에 사용하고, 천정에서 늘어뜨린 그네 같은 걸개로 백색 천을 들어올린다. 대단원에는 합창과 함께 흩날리는 꽃잎과 함께 다시 한 번 시어가 망사막에 나열되면서 극을 마무리 한다. 무대 오른쪽에 타악기 연주석이 있어 극적분위기 상승에 일조를 하고, 음악과 구성진 노래, 그리고 춤이 극의 내용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관객을 깊은 서정과 감성의 나라로 이끌어간다.

 

내용은 인접한 두 나라가 적대국관계에 들어가 전쟁을 벌이게 된다. 각기 왕자와 공주가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공주가 있는 나라가 패전을 거듭해 백성들과 함께 피란을 나서야 할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공주는 죽은 이들의 한을 풀어주어야 한다며, 제사 올리기를 고집하고 피란하기를 거부한다. 공주의 오라비는 강제로라도 데려가려한다. 전승국의 왕자가 들이닥치고, 포로가 된 공주의 마지막 소원인 망자제사 치르기를 허락한다. 과거 소년소녀시절, 공주는 한 때 숲속에서 호랑이의 습격을 받아 절대 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왕자가 쏜 활에 호랑이가 죽어, 목숨을 건진 일이 있었음이 무대에 재현된다. 그 일로 두 사람의 마음에 사랑의 씨앗이 자라나고, 왕자가 준 단검을 공주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음도 알려진다. 그러나 공주의 오라비는 공주를 왕자에게 시집을 보내는 것은 정당한 혼례라기보다는 적국에 공주를 볼모로 잡히는 격이라며, 시집을 보내느니, 차라리 죽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

 

망자제사를 치르기 전날, 공주는 꿈속에서 왕자와 춤을 추는 꿈을 꾼다. 꿈에서 깨어난 공주 앞에 왕자가 실제로 등장해, 여직 것 공주를 사랑하고 있노라며 무릎을 꿇고 고백을 한다. 그리고 청혼을 한다. 공주의 밝아지는 모습에 관객은 저마다 가슴이 벅차오름을 감지하게 된다. 아! 그러나… 공주 오라비의 자존심을 건 혼사반대로… 그림자연극에서 쏜 화살이 결국…..공주의 운명을 접한 왕자는 스스로…..

 

대단원에서 망자의 혼례식이 슬픔 속에서 아름답게 치러진다. 출연자들의 씻김굿 행렬과 함께 극락왕생발원(極樂往生發願)이라고 쓴 기치(旗幟)가 관객의 가슴을 적실 즈음, 백색의 꽃송이 같은 공주의 독무가 긴 여운을 남기고, 내려진 망사막에 투사되는 꽃잎의 흩날림과 노래 속에 다시 시어가 나열되면서 공연은 끝이 난다.

 

정재연, 홍지우, 채진희, 변주현, 박 웅, 오영수, 권병길, 박민관, 염철호, 백종오, 남기오, 김수환, 조이경, 남국현, 강신혜, 김유민, 신혜옥, 양용은, 박성훈, 이준희, 배대영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노래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미술총감독 이병복, 제작 이혜정, 무대디자인 임창주, 조명디자인 최형오, 그림자극 백남영, 가면디자인 이수은, 의상디자인 양재영, 도살풀이 안무 김운선, 조명감독 김건영, 촬영감독 권승종, 음향감독 이응도, 사운드디자인 남기오, 조연출 이상은, 무대감독 김현민, 무대진행 정지미, 분장 정완식, 안무 홍지우, 프로두서 오송이, 프로두서 박창민, 공연경영 김재영, 홍보팀장 강유진, 마케팅팀장 전온세 등 제작진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자유의 김정옥 각본, 최치림 연출, 주호성 협력연출의 <꽃, 물 그리고 바람의 노래>를 고품격이면서도 가장 한국적이고 친 대중적인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7, 한국공연예술센터 극단 컬티즌 공동제작 데이비드 해어 작 성수정 역 최용훈 연출의 스카이라잇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한국공연예술센터&극단 컬티즌의 데이비드 해어 작, 성수정 역, 최용훈 연출의 <스카이라잇(Skylight)>을 관람했다.

 

데이비드 해어(David Hare)는 영국작가(1947~)로 희곡 <불순물 Slag (1970)> <만국박람회 The Great Exhibition (1972)> <철면피 Brassneck (1973)> <관절 Knuckle (1974)> <Fanshen (1975)> <미소Teeth ‘n’ Smiles (1975)><풍요 Plenty (1978)> <세계지도 A Map of the World (1982)> <프라우다 Pravda (1985)> <엉망진창 The Bay at Nice, and Wrecked Eggs (1986)> <은밀한 기쁨>The Secret Rapture (1988)> <경마귀신 Racing Demon (1990)> <속삭이는 판사>Murmuring Judges (1991)> <전쟁의 부재 The Absence of War (1993)> <채광창 Skylight (1995) <에이미의 견해 Amy`s View1997)> <푸른 방 The Blue Room (1998)> <유다의 입맞춤 The Judas Kiss (1998)> <고난의 길 Via Dolorosa (1998)> <내 아연침대 My Zinc Bed (2000)> <삶의 귀중함 The Breath of Life (play) (2002)> <철로 The Permanent Way (2004)> <어리둥절한 사태 Stuff Happens (2004)><곧바른 시간 The Vertical Hour (2006)> <게세마네 Gethsemane (2008)> <강조된 답변 The Power of Yes (2009)> <사우스 다운스 South Downs (2011) 잉글랜드 남부 지명> 등을 발표했고. 시나리오도 많이 썼다.

 

1998년에 영국왕실에서 기사작위를 받아 데이비드 헤어 경 (Sir David Hare)으로 존칭된다.

 

성수정(成壽貞)은 ‘희곡 전문 번역가’다. 2002년부터 <거기>, 2003년 <달의 저편> 등 주목받는 작품을 번역해 올렸고, <맘마미아>도 번역했다. <레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철로> <33개의 변주곡> <에이미> 그 외 많은 작품을 번역했다. 그녀는 대학(연세대 사학과)을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가 돌아와 영자신문(코리아 헤럴드)에 입사해 문화부 기자 생활을 하고, 2002년부터 희곡 번역가가 됐다. 우리나라 젊은 작가의 희곡도 영어로 옮겨 외국에 소개하는 번역계의 보석 같은 존재다.

 

무대는 아파트의 거실이다. 책장이 벽면 양쪽에 세워지고 서적이 잔뜩 꽂혀있다. 탁자와 의자도 무대좌우에 놓여있고, 무대왼쪽 벽 사이에 내실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다. 무대 중앙에 소파와 탁자가 놓이고, 벽에 장식장이 부착되어 있고, 전기스탠드가 여기 저기 보이고, 벽면에 달린 스위치로 실내조명 끄고 켠다. 무대 오른쪽 벽에는 커다란 창이 있어 눈 내리는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설정이고, 창 앞에 조리대가 있어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 연출된다. 무대 오른쪽에 계단이 보이고, 아파트의 출입문과 연결이 된다.

 

이 아파트는 빈민가에 있다는 설정이고, 여주인공은 어려운 환경에 있는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계절은 겨울이지만 난방시설이 제대로 안 된 집이라, 두꺼운 옷을 입고 지내야 하는 형편이다. 미처 닫지 못한 현관을 열고 청년 한 사람이 등장한다. 여선생이 갑자기 들어온 청년을 보고 서로 놀라지만, 곧 잘 아는 사이임을 알게 된다. 여선생은 레스토랑 체인점을 하는 청년의 집에서, 청년 어머니의 부탁으로 5, 6년간 함께 살았음이 소개가 된다. 여선생은 전기난로를 켜서 실내 온도를 높이려 든다. 청년은 어머니가 병사한 이후, 아버지가 자신을 통 이해하려 들지 않기에, 평소 누나처럼 여기던 그녀를 찾아와 하소연을 한다. 청년은 한동안 떠들다가 좋아하는 음악 CD를 선사하고, 다시 찾아오겠노라고 하며 떠난다.

 

실내등이 모두 꺼지고, 여선생이 잠이 들었을 즈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계속 들리니, 여선생이 잠옷 바람으로 나와 창문 밖을 보고 깜짝 놀라며 문 밖으로 열쇠를 던져주고, 옷을 바꿔 입으러, 내실로 들어간다. 실내 계단 앞에 나이가 들어 뵈는 남성이 정장에 코트를 입고 등장한다. 여선생도 두꺼운 옷을 입고 나온다. 이 남성은 청년의 부친이라는 것이 알려진다. 남성은 자신의 처가 저세상으로 갔으니, 계속 자신의 집에서 살지 무엇 하러 빈민가로 와, 사서 고생을 하느냐며, 난방도 제대로 안 돼, 코트도 벗지를 못하겠노라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이 다녀간 사실도 알게 된다.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서로 마음과 몸을 밀착시킨 사이였음이 알려지고, 남성의 부인도 그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와병중이라 묵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부인이 죽자 여선생은 그 집을 떠나 이곳에 정착해 자신의 거처를 상대에게 알리지 않았음도 알려진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몸을 밀착시킨다. 그러나 수많은 레스토랑 체인점을 운영을 하고, 선대부터 부유하게 살아온 남성과, 현재 빈민가 학생을 무료로 가르치며 이 추운 겨울에 난방도 아니 되는 낡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여성의 사고가 일치하거나 조화를 이룰 리가 만무하다. 여성이 자존심을 세우며 가르치기를 고집하려드니, 남성은 책자를 바닥에 팽개치며 분노를 표시하다가, 결국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이 집을 떠난다.

 

대단원에서 홀로 자신이 택한 길로 가기로 결심을 굳히는 여선생 앞에 다시 청년이 등장한다. 청년은 들고 온 커다란 스티로폼 박스를 연다. 거기에는 여선생이 좋아하는 빵, 레몬즙, 따뜻한 커피가 잔뜩 들어있고, 두 사람이 식탁에 마주앉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난다.

 

이호재가 나이든 남성, 오지혜가 여선생, 성노진이 청년으로 출연해 완벽에 가까운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기획 김승미, 의상 이승무, 무대 하성옥, 조명 신호, 음악 이형주, 음향 김동수, 분장 백지영, 소품 서정인, 무대감독 김성철, 마케팅 박정배, 사진 이도희, 그래픽 노 운, 무대제작 타프 무대미술, 분장팀 QUI메이크업 스튜디오, 조명팀 전정호 조문경 김민수 김현수 박얼영 윤색 전유경, 조연출 김정민, 홍보 이예은 명랑캠페인 등 제작진의 노력이 드러나, 한국공연예술센터(이사장 박계배)&극단 컬티즌(대표 정혜영) 공동제작 데이비드 해어(David Hare) 작, 성수정 역, 최용훈 연출의 <스카이라잇(Skylight)>을 고품격, 고수준의 예술 지향적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8,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아담 롱 다니엘 싱어 제스 윈필드 합작 황혜림 역 알렉시스 부크 연출의 셰익스피어의 모든 것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연희단거리패의 아담 롱(Adam Long)/다니엘 싱어(Daniel Singer)/제스 윈필드(Jess Winfield) 합작, 황혜림 역, 알렉시스 부크(Alexis Bug) 연출의 <셰익스피어의 모든 것(The complete works of William Shakespeare)>을 관람했다.

 

<셰익스피어의 모든 것(The complete works of William Shakespeare)>은 남녀 3인의 배우가 출연해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을 1시간 30분 만에 보여준다는 설정으로 꾸며진 연극이다. ◎

 

셰익스피어의 작품 목록은, 우선 비극으로는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Titus Andronicus)>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Troilus and Cressida)><오셀로(Othello)> <리어왕(King Lear)> <맥베스(Macbeth)>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Antony and Cleopatra)> <아테네의 타이먼(Timon of Athens)> <코리오레이너스(Coriolanus)> <햄릿(Hamlet)>이 있고, 희극으로는 <사랑의 헛수고(Love’s Labour’s Lost) <실수연발(Comedy of Errors)> <베로나의 두 신사(The Two Gentlemen of Verona)> <말괄량이 길들이기(The Taming of the Shrew)><윈저의 명랑한 아낙네들(The Merry Wives of Windsor)>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십이야(Twelfth Night)>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끝이 좋으면 다좋아(All’s Well That Ends Well)><자에는 자(Measure For Measure)><페리클레스(Pericles)><심벨린(Cymbeline)><겨울 이야기(The Winter’s Tale)><템페스트(The Tempest)>가 있고, 사극으로는 <존 왕(King John)><리처드 2세(King Richard II)><헨리 4세 1부와 2부(King Henry IV Parts 1&2)><헨리 5세(King Henry V)><리처드 3세(King Richard III)><헨리 6세 1부, 2부, 3부(King Henry VI Parts 1, 2 &3)><헨리 8세(King Henry VIII)>가 있다. 그리고 시로는 <소네트(Sonnets)> <Poems We Don’t Do>가 있다.

 

이 연극에서 셰익스피어의 전 작품을 축약시키거나 대사 몇 마디로 표현하는가 하면, 가장 잘 알려진 작품 중 극적인 장면을 보여주거나, 미식축구를 하듯 연기를 하는 과정에서, 극의 제목이 눈 깜짝할 사이에 여러 개가 지나가기도 하고, 객석에서 관객을 무대 위로 초대해, 주요 등장인물 역을 맡기며 연기를 하도록 함으로써, 관객동참으로 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대단원에서는 연극의 주요장면을 반복해 보여줌으로써 극을 유쾌하고 명랑하게 마무리를 짓는다.

 

<셰익스피어의 모든 것(The complete works of William Shakespeare)>은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 기념공연과 잘 어울리는 작품일 뿐 아니라, 일종의 폭소 극이기에, 축제 초반이나 중간에 공연하는 것보다는 셰익스피어 기념 페스티벌 말미에 공연하는 것이 효과적이리라는 생각이다.

 

무대도 <햄릿>의 도입에, 부왕의 망령이 등장하는 성곽을 장치로 만들어, 성벽의 양쪽이 출연자들의 등퇴장 로가 되고,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이름과 성의 머리글자 영문을, 성벽 중앙에 문패처럼 걸어놓은 것 외에는 장치변화가 없고, 무대왼쪽에 신시사이저를 배치해 출연자가 반주를 하며 노래를 부르고, 인형이나 단검, 또는 대소도구를 들여다 장면변화에 맞춰 연기자들이 해설과 더불어 신속하게 연기를 펼치면서도, 충분히 연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연출한, 연출가의 기량도 감지가 된다.

 

이승헌, 황혜림, 이원희 등 3인의 출연자가 셰익스피어 전 작품에 출연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가장 잘 알려진 셰익스피어 연극의 몇 장면을 호연과 열연으로 이끌어 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예술감독 이윤택, 무대 김경수, 조명 조인곤 등 제작진의 기량도 드러나, 연희단거리패의 아담 롱(Adam Long)/다니엘 싱어(Daniel Singer)/제스 윈필드(Jess Winfield) 합작, 황혜림 역, 알렉시스 부크(Alexis Bug) 연출의 <셰익스피어의 모든 것(The complete works of William Shakespeare)>을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9, (재)국립극단 연희단거리패 공동제작 김윤철 예술감독 이윤택 극본 구성 이윤주 연출의 안데르센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재)국립극단&연희단거리패 공동제작, 한스 크리스티안 안델센 원작, 이윤택 극본 구성, 이윤주 연출의 <안데르센>을 관람했다.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1875)은 덴마크의 코펜하겐 근처 오덴세 출생했다. 가난한 양화점의 아들로, 아버지는 문학을 좋아하여 어린 아들에게 <아라비안나이트>나 극작가의 작품을 이야기해 주었으며, 어머니는 루터교의 신앙을 주입시켰다. 소년 안데르센은 아버지로부터 시적 재능을, 할머니로부터 공상(空想)을, 어머니로부터 신앙심을 받으면서 성장하였다. 15세 때 배우가 되려고 무일푼 단신(單身)으로 코펜하겐으로 갔으나, 목적을 이룰 수 없었다. 몇 번인가 절망의 늪에 빠졌지만, 당시 유망한 정치가이며 안데르센의 평생 은인인 요하네스 콜린의 도움으로 라틴어 학교에서 공부하고, 마침내 코펜하겐의 대학을 졸업하였다. 대학시절부터 시작(詩作)에 뜻을 두어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1833년 이탈리아 여행의 인상과 체험을 바탕으로 창작한 ,즉흥시인 Improvisatoren.(1835)이 독일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그의 이름이 유럽 전체에 퍼졌다.

 

같은 해에 내놓은 최초의 <동화집>은 동화작가로서의 생애의 출발점이 되었으며, 그 후 매년 크리스마스에는 <안데르센 동화집>이 크리스마스트리와 함께 각 가정에서 기다리는 선물로 등장하게 되었다. 동화 창작은 1870년경까지 계속하여 모두 130편 이상에 달한다. 안데르센 동화의 특색은 그의 서정적인 정서와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 그리고 따뜻한 휴머니즘에 있다.

 

<인어 공주> <미운 오리새끼> <벌거숭이 임금님> 등 수많은 걸작 동화를 남겼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며 대부분의 생애를 해외여행으로 보냈다. 그가 가장 즐겨 체류하던 나라는 독일과 이탈리아였으며, 교우범위도 매우 광범위하여 국내외의 시인 ·문학자 ·미술가는 물론 왕후(王侯)와 저명한 정치가도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그에게 가장 깊은 정신적 영향을 준 것은 ‘스웨덴의 나이팅게일’이라 불리는 오페라 가수 제니 린더였다. 두 사람 사이의 애정은 결혼까지는 진전되지 않았다. <즉흥시인>에 이어 내놓은 <가난한 바이올리니스트 Kun en Spillemand><그림 없는 그림책 Billedbog uden Billeder>(1840)은 그의 많은 작품 중 세계적인 명작이다.

 

1846년 안데르센은 독일어판 전집을 내기 위하여 자서전 <나의 생애 이야기>를 썼다. 1867년에는 고향 오덴세의 명예시민으로 추대되어 전 국민의 축하를 받았다. 1870년대 초부터 건강이 나빠져 즐기던 여행도 할 수 없게 되었으며, 1875년 8월 친구인 멜피얼 가(家)의 별장에서 죽었다. 그의 장례 일에는 덴마크 전 국민이 상복을 입었고, 국왕 ·왕비도 장례에 참석하였다.

 

이 연극에서는 안데르센의 동화 중 <미운 오리새끼><쓸모없는 여자><길동무><인어공주><프시케><성냥팔이 소녀><놋쇠 병정> 등을 극의 내용으로 차례로 전개시킨다.

 

무대는 유럽풍의 주택이 몇 채 서있고, 높은 계단을 통해 오르내리기도 한다. 무대 왼쪽에는 물레방아가 있어, 빨래터나 세탁하는 장면에 사용된다. 객석 왼쪽에 기술팀이 자리를 잡고, 무대 오른쪽에는 건반악기와 연주자가 자리해 출연자들의 노래반주와 차이코프스키의 무용곡 <백조의 호수>를 연주하기도 한다. 종이와 플라스틱으로 오리나 백조의 탈과 여인의 조각상을 제작해 장면변화마다 사용을 하고, 배경의 커다란 천에 영상을 투사해, 바다장면이나, 구름사이로 달이 뜬 모습, 또는 늘어뜨린 천에 붉은 색 조명을 비추고, 천을 흔들어 마치 불길이 타오르는 장면을 연출해 내고, 새의 인형으로 복화술을 하고, 연기자들이 커다란 천을 마주잡고 흔들어 거기에 투사된 바닷물의 영상과 인어인형의 움직임은 가히 일품이라 하겠다. 내용전개에 따른 그림자극도 수준급이려니와 공주가 탄 마차라든가, 커다란 관, 그리고 빨래터의 원형 빨래 통 등 제작된 대소도구도 극과 적절하게 어울려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음악극 형태로 이끌어가는 작품구성과 연출된 장면 하나하나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 극은 안데르센의 자서전 같은 형태로 구성된다. 연극은 도입에 코펜하겐의 한 극장을 찾아가 감독에게 작품을 보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안데르센의 가난했던 시절과 어머니의 모습, 내세울 것이라고는 없는 가족사가 소개되면서, 처음에는 감독의 냉대를 받고 거절을 당한다. 그러나 안데르센의 명작동화의 내용이 극 속에 하나하나 펼쳐지면서, 안데르센의 일생과 조화를 이루고, 그의 생애와 사랑, 그리고 상상력과 창의력이 결국에는 감독의 인정을 받게 되고, 학교교육은 물론 동화집 출판과 공연으로까지 이어져, 그의 동화가 세계전역에 알려지게 되고, 안데르센 동화의 주인공의 조각상이 세워지는 등, 그가 불세출의 동화작가로 탄생되는 계기를 절묘하게 그려낸 연극이다.

 

박인화가 안데르센, 김미숙이 어머니, 윤정섭이 길동무, 홍민수가 감독, 그리고 김아라나, 이창섭, 김영학, 이혜민, 이건희, 서혜주, 김희수, 권수민, 이세인, 황보건, 현슬기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무언극 같은 움직임과 노래는 관객을 극에 집중시키고, 극을 성공으로 이끄는 요인이 된다.

 

음악 황승경, 안무 박소연, 무대미술 김은진, 작화 조소예, 조명디자인 조인곤, 무대제작 김경수, 움직임지도 이승헌, 조명감독 유성희, 조명 스태프 이도훈 박경수 김한솔 변정원 황지하, 마술지도 이혜민, 소품채색 신명은, 음향오퍼 허정윤, 조명오퍼 배준일, 사진 김미영, 기획진행 강호석 손청강 이세인 등 제작진의 기량도 뛰어나, (재)국립극단과 연희단거리패의 공동제작, 김윤철 예술감독,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이윤택 극본구성, 이윤주 연출의 <안데르센>을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흥미롭고 감동적인, 친 대중적이면서도 예술지향작품으로 탄생시켰다.

 

10, 극단 전설의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씽 작 김미혜 역 김석만 연출의 현자 나탄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극단 전설의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씽 작, 김미혜 역, 김석만 연출의 <현자 나탄>을 관람했다.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씽(Gotthold Ephraim Lessing, 1729~ 1781) 2월 15일)은 독일의 극작가,비평가이다. 계몽주의의 대표적 극작가·평론가로서 독일문학·연극의 시조다.

 

작센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의학과 신학을 배웠으나 노이베린 극단에 의해 연극 혁신의 계몽을 받았다. 일찍부터 연극에 관심을 가져 초기의 희극<젊은 학자>(1747년)는 노이베린 극단에 의해 공연된다.

 

그러나 부채로 인해 레씽은 베를린 대학, 비텐베르크 대학으로 옮겨 다닌다. 그 후 베를린에서 저술가로 출발, 계몽적인 연극 잡지를 발행하는 한편 독일 최초의 시민비극 <사라 심프슨 양>을 발표하여 성공을 거둔다. 7년 전쟁을 배경으로 한 1막 비극 <필로타스(Philotas)>(1759)를 쓴 이후 돌연 프로이센의 브레슬라우의 총독 타우엔친 장군의 비서가 되고, 한편으로 집필할 재료를 수집해 〈미나 폰 바른헬름〉,〈라오콘〉,〈함부르크 연극론〉등을 구상한다.

 

그 후 베를린으로 돌아와 예술론 <라오콘(Laokoon)>(1766), 군인희극 <미나 폰 바른헬름>(1765년 완성, 1767년 출판 초연)을 발표한다. 〈군인의 행복〉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미나 폰 바른헬름〉은 독일 최초의 걸작 희극으로 7년 전쟁 후의 정치권력이나 사회현실을 비판적으로 그려낸다.

 

1767년에 함부르크에 국민극장이 창설되자 고문으로 초빙되어 그 2년 동안의 극평 활동과 <함부르크 연극론>을 집필한다. 이것은 공연평과 독일연극의 향방을 논한 작업이다. 그러나 얼마 후 이 국민극장의 경영이 실패하자 어느 고위인사의 사서직(司書職)을 보면서 고전 연구에 몰두, 또한 미망인 에바케니히와 47세에 최초로 결혼을 하지만, 불행하게도 1년 만에 사별(死別)한다.

 

그는 1770년 볼펜뷔텔시로 가서 시의 도서관장이 되고, 이곳에서 그의 연극이론을 그대로 실천에 옮긴 비극 <에밀리아 갈로티>를 집필한다. 만년에는 함부르크의 주임사제(主任司祭)와 신학논쟁을 벌여, 루터 정통파의 배격을 받고, 그 반증으로서 사랑과 관용을 테마로 한 비극 <현자 나탄(Nathan der Weise)>(1779)을 집필 발표한다. 그의 최후 저작은 〈인류의 교육〉(1780년)인데 만년에는 건강을 해쳐 사서관사(司書官舍)에서 52세 나이로 사망한다.

 

레씽은 진정한 의미에서 독일 계몽주의의 완성자인 동시에 독일 시민문학의 기초를 다졌고, 프랑스 고전주의 문학의 영향을 배척해, 독일정신에 입각한 문학과 창작을 몸소 실천한 선도자이다.

 

<현자 나탄>의 시대적 배경은 십자군 시대다. 예루살렘에 살고 있는 유대인 나탄은 돈이 많은데다가 심성도 좋은 인물로 소문나 있다. 그러나 행복했던 그의 가정은 하루아침에 파괴된다. 아내와 일곱 자녀가 기독교도의 손에 의해 학살당한다. 자식을 모조리 잃어버린 그는 그 대신 고아인 레하를 양녀로 기른다.

 

한번은 나탄이 여행길에 나선다. 그러나 여행에서 돌아온 나탄은 자기가 집을 비운 사이에 큰 불이 일어나 집 전체가 불타 버리고, 그 불 속에서 죽을 위기에 처했던 레하가 어느 정체불명의 십자군 기사에게 구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탄은 가까스로 그 기사를 찾아내어 감사의 뜻을 전하려 하나, 나탄이 유대인이라는 까닭으로 해서 그 기사는 만나려 들지 않는다.

 

때마침 이슬람 황제인 술탄은 재정의 어려움을 당하게 되어 나탄에게 원조를 구한다. 그와 아울러 술탄은 기독교와 유대교와 이슬람교, 세 가지 중에서 어느 종교가 가장 올바르다고 생각하는가 하고 매우 어려운 질문을 나탄에게 던진다. 그 물음에 대신하여 나탄은 직접적인 대답을 회피하고 ‘세 개의 반지’ 이야기로 대답을 대신한다.

어느 마을에 세 형제가 살고 있었다. 그들은 아버지한테서 유산으로 제각기 행복의 반지를 물려받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세 개의 반지 가운데서 하나만이 진짜이고 나머지 두 개는 가짜였다는 것. 세 형제는 모두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이 진짜라고 서로 다투게 된다. 다툼은 끝내 재판정에까지 나가게 된다. 이에 대한 재판관의 판결은 “자기 반지가 진짜라고 생각하여 노력하는 자만이 진짜로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이다”라고 그 형제들을 깨우쳐 준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느 종교에나 우열은 있을 수가 없고, 신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고, 사람들을 사랑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자만이 정말로 구원을 받을 수 있다. 라는 대답에 감동한 황제 술탄은 나탄과 형제 의를 맺는다.

 

연극의 종반에 십자군의 기사와 레하는 남매 사이이며, 술탄은 두 남매의 아저씨뻘이 되지만 운명의 장난으로 해서 서로가 떨어지게 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대단원에서 모든 종교적 차이를 극복하고 사랑으로 포용으로 대하려는 의지가 술탄과 나탄을 비롯한 출연자들 모두에게 심어지면서 연극은 막을 내린다.

 

무대는 커다란 소대 같은 벽면을 비스듬히 무대 중앙에 세워두고, 그 표면에 십자군 전쟁과 관련된 미술작품의 영상을 투사하거나 십자군 문양이 들어간 기치나 방패 등의 영상을 투사해 극적효과를 높인다. 고증에 따른 의상과 분장도 출연자의 극중 신분과 절묘하게 어울려 효과가 배가된다. 극중 부분조명과 농도의 강약도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정재진과 이문수는 나탄과 술탄을 하기 위해 배우가 된 듯싶다. 두 인물의 호연은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견줄 배우가 드물 것이리라는 생각이다. 윤예인, 우리나라에 이런 중견 여배우가 있었다니! 그녀의 탁월한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을 시종일관 미소 짓도록 만들고, 극 속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고인배, 김재건의 중후한 연기가 작중인물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고, 최홍일, 권남희의 출중한 연기가 연극의 버팀목이 되고, 젊은 주인공 이수정과 이강희의 연기도 젊은 남녀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호연과 열연으로 사랑을 받는다.

 

제작감독 정상철, 프로젝트 매니저 신은경, 프로듀서 김 현, 무대디자인 이태섭, 조명디자인 이상봉, 의상디자인 황연희, 소품디자인 정윤정, 음향 한 철, 음악 김동욱, 분장 정지호, 사진 하형주, 그래픽디자인 김 솔, 조연출 유 림, 변혜운, 연출인턴 이승민, 홍보 마케팅 한강아트컴퍼니(대표 김 현) 등 제작진의 기량도 돋보여, 극단 전설(대표 김지숙)의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씽(Gotthold Ephraim Lessing) 작, 김미혜 번역, 김석만 연출의 <현자 나탄(Nathan der Weise)>을 근래 보기 드문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6월 30일 박정기(朴精機)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