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제37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중 수상작 평/ 박정기

2016 제37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중 수상작 평

1, 서울연극제 대상 수상작 극단 백수광부의 공동창작 이성열 연출의 <햄릿 아비>

SH아트홀에서 극단 백수광부의 공동창작, 이성열 연출의 <햄릿 아비>를 관람했다.

이성열은 극단 백수광부 대표이자, 상임연출이다. 연세대학교 사학과 출신으로 혜화동 1번지 2기 동인, 소극장 산울림 연출부, 서울 연극협회 부회장, 상명대학교 공연학부 무대미술학과 겸임교수다. 한국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 서울연극제 연출상, 김상열 연극상, 이해랑 연극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키스>·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자객열전>· 올해의 예술상 “연극부문 최우수작품상” <Green Bench> 서울연극제 “우수상” <Green Bench>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여행> 서울연극제 “우수상” <여행>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봄날>을 위시해 다수 작품 공연으로 연출기량을 발휘했다.

무대는 전철 내부로 설정되고, 배경에 전철 창밖으로 보이는 영상이 투사된다. 무대 중앙에 문짝과 창이 있어 창을 통해 햄릿 도입의 부왕의 망령이 등장하기까지의 꼭두각시놀이를 해설과 함께 펼쳐 보인다. 무대 중앙에 긴 벤치를 八자형으로 놓아 전철의 좌석으로 사용한다. 남녀 출연자들이 전철승객노릇을 하고, 장면변화에 따라 트렁크나 의자와 탁자를 들여오고 내간다.

연극은 도입에 전철 막차시간에 과로로 좌석에 곯아떨어진 장례회사 직원 햄릿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잠시 후 검은 의상차림의 미모의 여인이 트렁크를 끌고 등장해 문짝 뒤에서 창을 통해, 로젠크렌츠와 길든스텐, 그리고 호레이쇼의 인형을 등장시켜 햄릿부왕의 망령이 나타났다는 장면을 해설과 함께 관객에게 연출해 낸다.

무대가 희뿌연 안개로 덮이면, 햄릿부왕의 망령이 등장해 자신이 억울하게 살해당했다며 자신을 기억해 달라고 햄릿에게 부르짖지만, 장의사 직원인 햄릿은 부왕의 망령을 지하철 아티스트로 착각하고, 부왕의 절규가 마치 당나귀 귀에 코란 읊는 정도로 밖에는 여기지 않는다. 그 소리 대신 장례청부와 유골함 판매 전화에 정신을 쏟는다. 그리고 혼자소리처럼 원가 5만원의 유골함을 필요한 당사자들에게 열배나 스무 배의 값으로 판매한다는 것을 독배처럼 지껄여 댄다. 선 그라스와 양장차림의 햄릿의 모친 거투르드가 등장하고, 그녀가 안경과 윗옷을 벗어 던지면, 백색 드레스 차림의 오필리어로 변신한다. 그러나 햄릿은 이 모든 것에 관심을 집중시키기는커녕, 문이 닫힌 지하철에서 빠져나갈 궁리만 한다.

햄릿의 지치고 피곤한 의식 속에 이승만이나 박정희가 등장을 하고, 하얼빈 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등 박문을 저격하고 일본헌병에게 붙잡혀 간다. 안중근 의사의 모친이 등장해 비록 아들이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만천하에 내세울 정당행위이니, 구태여 일본인에게 목숨을 구걸하지 말라며, 상고를 포기하도록 타이르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현재의 총선과 관련된 정치적 행태를 질타하는가 하면, 무당이 등장해 굿을 시작하고, 세월 호 참사로 익사한 여고생 중 한명의 생일로 설정이 되고, 세 명의 여고생이 나란히 앉아, 출연자들이 합창하는 생일축하 노래를 듣는다. 햄릿은 생일 케이크에 불을 켜 붙이려 들지만, 불은 저절로 꺼져 버린다.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른 시위대가 등장해 구호를 외치며 무대를 도는 장면이 낯설지가 않다.

드디어 새벽 전철이 운행이 시작되고, 지하철에 가득 찬 만원승객의 틈을 비집고 전철 밖으로 나선 햄릿, 그리고 한밤의 악몽 같은 꿈에서의 해방과 밤새 당한 고통의 절규 같은 햄릿의 외침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유성진, 민병욱, 린다전, 박윤정, 이태형, 김경희, 조재원, 김효중, 심아롱, 박하영, 양윤혁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열연, 그리고 1인 다 역의 호연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무대 손호성, 조명 김영빈, 의상 박인선, 음악 김동욱, 영상 윤형철, 안무 양은숙, 사진 이은경, 인형제작 유성진, 조연출 김현중 정정현 박서혜, 기획 이희경 김진철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기량이 드러나,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극단 백수광부의 공동창작, 이성열 연출의 <햄릿 아비>를 연출력이 감지되는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4월 12일

2, 우수상 수상작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김수미 작 신동인 연출의 잔치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김수미 작, 신동인 연출의 <잔치>를 관람했다. <잔치>는 제37회 서울연극제 공식 선정 작이다.

김수미는 서울예대 극작과 출신으로 1997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1999년 제1회 옥랑 희곡상 수상, 2000년 제19회 한국 희곡 신인 문학상, 2002년에는 한국연극협회선정 우수공연 ‘BEST 7’ 수상, 2004년 경기도 연극제 동상 수상, 2005년 대산창작기금 수혜자 선정, 2005년 日本劇作家大會 심사위원상 수상, 2005년 제8회 국립극장 신작희곡페스티벌 당선, 2005년 마포구 (양화진 성지화 사업) 희곡공모 당선, 2006년 거창국제연극제 희곡공모 우수상 수상, 2008년 제1회 동랑 희곡상 수상, 2010년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활성화-작가창작활동지원 선정, 2010년 제1회 명동예술극장 창작희곡 공모 당선, 2011년에는 제5회 차범석 희곡상, 2014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희곡상, 2015 서울연극제 그룹 動 시대의 그녀들의 집으로 자유참가작 대상을 수상한 미녀작가다.

신동인은 서일대학 연극과 교수, 극단 작은신화 연출이다. <두더지의 태양>, <만선>, <꿈속의 꿈>, <모든 이에게 모든 것>, <블루하츠>, <봄이 사라진 계절>, <거울속의 은하수>, <달빛 안개길> 등을 연출한 장래가 기대되는 연출가다.

무대는 경상도 지역의 바닷가 마을의 한 주택이다. 지붕에 활짝 핀 동백꽃이 장미넝쿨처럼 덮여있고, 조그만 대청을 가운데로 안방과 건넌방이 있고, 안방 옆에 부엌이 있다. 부엌 옆으로 작은방도 있다. 작은방에는 쪽마루가 놓이고, 그 앞마당에 수도가 자리를 잡았다. 수돗가에는 동이와 양푼이 놓이고, 그 앞쪽에 가마솥을 올려놓은 풍로가 있다. 수돗가 뒤쪽으로 작은 항아리 같은 용기가 놓여, 물김치를 담은 것으로 전해진다. 마당 가운데에 평상이 있고, 평상위에 잔칫상에 놓을 전을 부치기 위한 열기구와 부치는 판이 놓였다. 장면전환에 따라 술상이 마련이 되고, 극중 자전거가 등장한다. 배경에는 엷은 망사막이 있어, 망사막 뒤로 일찍 죽은 셋째 아들의 상의를 벗은 모습이 등장하기도 한다. 안방 병상에 누운 아버지는 앓는 소리와 무엇인가를 두드리는 소리만 들릴 뿐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극의 후반에는 막내아들이 건넌방에서 기타를 꺼내 연주를 하고, 기타를 혼혈아인 조카에게 건네 노래를 부르도록 한다. 일찍 죽은 셋째 아들이 등장해 평상에서 막내아들과 함께 노모 옆에 자리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종장에는 천정에서 긴 줄에 연결되어 내려진 고리에 조등(早燈)을 달아 올리기도 한다. 대단원에서는 동백꽃의 붉은 꽃잎이 천정에서 흩어져 내리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연극은 도입에 노모가 잔치 준비로 전을 부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노모는 약간의 치매 기가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까닭 모를 잔치를 이유로 자식들을 모두 집으로 돌아오도록 부른 것으로 설정된다. 노모는 일찍 죽은 셋째 아들생각을 한다. 그러자 배경 막에 죽은 아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윗옷을 벗은 몸으로 손을 흔들며 지나간다. 그러자 안방에서 남편인 환자의 고성과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노모는 놀라지도 않고 예삿일을 하듯 수돗가로 가 대야에 수건을 적셔 안방으로 들고 들어가는 모습에서 환자의 용변을 닦으려고 들어가는 것으로 감지된다. 잠시 후 이웃 아낙이 등장하고, 이집과 무관한 듯 마당을 돌아다니며, 김이 무럭무럭 나는 솥을 열어보고 음식 맛을 보거나, 항아리를 열고 김치 국물을 맛을 보며 좋아 하는 모습에 관객의 입에 군침이 돌기도 한다. 잠시 후 자전거를 탄 순경이 물건을 가져다 노모에게 준다. 고가의 홍삼세트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노모는 한사코 사양을 하지만, 순경이 그냥 놓고 돌아가니, 노모는 이웃 아낙에게 가는 길에 돌려주라고 맡긴다.

막내아들이 제일먼저 집으로 돌아온다. 막내아들은 연극연출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딸도 아들과 함께 귀가를 한다. 그런데 아들은 혼혈아이고, 딸의 남편인 외국인은 다른 여자에게 바람이 나, 딸과 헤어진 것으로 소개가 된다. 혼혈 아들은 영어를 지껄이며 성질을 부린다. 이 집의 장남이 등장한다. 장남은 여러 차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을 하고, 이번 선거에서 가까스로 당선된 것으로 소개가 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집으로 들어오는 걸음걸이를 보거나, 가슴을 뒤로 젖혀질 정도로 펴는 동작에서 행세깨나 하는 인물로 보이려는 과장됨이 드러나 관객이 고소를 금치 못한다.

자식들 하나하나의 사연이 펼쳐지고, 자식들 간의 갈등이 부각되기도 하고, 그것이 음주로 이어지고, 취태로 발전되기도 한다. 그러나 피는 물보다 진하듯이 자식들끼리의 갈등은 결국 형제자매의 화합으로 귀결이 되는 듯싶다. 막내아들은 누나의 혼혈아들에게 관심을 보이며 다가가고, 막내가 건넌방에서 내온 기타로 혼혈아 조카는 탁월한 노래솜씨를 발휘하기도 한다. 깊은 밤 술기운 때문인지 하나 둘 아무데나 쓰러져 잠이 든다. 죽은 셋째 아들까지 다가와 합석을 한다.

자식들이 다들 잠이 든 깊은 밤, 노모는 안방에서 소복차림으로 조등을 켜 들고 나와 마당 한가운데 천정에서부터 내려온 줄에 연결된 고리에 조등을 건다. 이웃 아낙이 조등을 발견하고 이 집으로 뛰어 들어온다. 자식들이 일어나 병상의 아버지가 사망한 것을 알고 놀란다. 노모는 순경을 부르라고 이웃 아낙에게 부탁한다. 순경이 등장하면, 노모는 자신이 살인을 범했음을 알리고, 잡아가 달라고 순경에게 청한다. 불치병 환자인 남편의 고통을 멈추려고 목을 졸은 것이다. 노모는 치매 기가 점점 심해져, 이제 더 이상 남편의 간병을 할 수 없기에 목을 졸라 죽였노라고 고백을 한다. 그러면서 순경에게 다가가려 한다. 아들과 딸이 노모를 제지한다. 아들들이 노모의 예고없는 행동에 안타까움을 드러내지만, 이미 엎 지러 진 물인 것을 어찌하랴? 대단원에서 노모가 순경의 뒤를 따라가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불치병 환자에게 좋은 약을 쓰거나 적절한 치료로 목숨을 연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목숨의 연장이 환자에게는 고통의 연장이라는 것을 모르는 대다수의 일반인들은 안락사를 종교적 도덕적 이유를 들어 반대하지만, 불치병 환자에게는 안락사야말로 환자의 고통을 멈추는 최상의 조처임을 이 연극에서 노모를 통해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형인이 노모로 출연해 일생일대의 명연을 편다. 조영진, 이정은, 한희정, 김현숙, 정원조, 오정환, 김세환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갈채를 받는다.

제작 최형인, 제작 PD 조한준, 드라마터그 배선애, 무대감독 송희연, 무대 이진석, 조명 최보윤, 작곡 김철환, 의상 박진희, 소품 김혜지, 분장 장경숙, 움직임 이두성, 조연출 김광수, 음향오퍼 강정한, 무대전환 김한결 박건호, 사진 이강물, 그래픽 다홍디자인, 기획 감탄사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제37회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김수미 작, 서동인 연출의 <잔치>를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4월 30일

3, 특별상 수상작 극단 앙상블의 김진만 작 연출 다목리 미상번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극단 앙상블의 김진만 작 연출의 <다목리 미상번지>를 관람했다.

김진만(1969~)은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국문학과 출신으로 예술의전당 공연예술아카데미 극작 평론 수료, 제35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배우공모 대상 수상, 2인극 페스티벌 총감독, 딴짓축제 총감독, 현재 극단 앙상블 대표다.

<시집가는 날> <산타가 된 눈사람> <춘향전> <우중산책> <닐리리 맘보> <회심곡> <패러디 판타지아> <큐빅스 대모험> <집으로> <판도라의 날씨상자> <뮤지컬 국내성> <노인과 바다> <킬리만자로의 눈> 등을 발표 연출한 배우 겸 작가이자 연출가다.

<다목리 미상번지>는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에 위치한 마을 집들을 통틀어 미상번지로 표현했다. 김진만의 희곡 <유년기>를 재구성한 작품으로 제37회 서울연극제 공식 선정 작이 되었다.

연극의 배경은 1980년대를 전후해 다목리 미상번지 거주자들의 이야기다. 이승만과 박정희 시대를 겪으며 우 편향이던 국민의 안목이 군부독재를 거치며 좌편향 안목으로 변하던 시대의 이야기다.

한국의 1980년대 정치상황은 쿠데타에 이은 오랜 군부독재가 계속되고, 군부 쿠데타 주역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구국, 애국, 민주 따위로 숭고함을 가장하였지만, 이후 행적은 저항세력의 무자비한 탄압과 말살로 이어진다. 특히 예술작품에 대한 몰이해와 작위적 검열은 정통성 없는 독재 권력의 부정할 수 없는 자기표현이었다.

민중가요는 문화운동의 한 부분이었고 대학과 노동자가 연대하는 가운데 종국적으로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저항으로 역량이 결집되었다. 운동의 중심축은 대학가 운동권과 참여적인 예술인이었고, 이들이 노동자들의 파업 현장이나 집회에 참여해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정규 음악교육을 받지 못했던 아마추어 대학 동아리에서 기성 대중가요를 극복하고, 민족적 음률을 찾아 당대의 민중적 정서를 대변하는 노래를 만들었다는 것은 아마추어리즘 이상의 성과였다.

그러나 민중가요는 대중가요와 이분된 하나의 양식으로 존재했을 뿐 대중의 일상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예를 들어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5월의 노래’는 ‘임을 위한 행진곡’과 함께 80년대 대학가에서 가장 많이 불린 운동가였지만, 원곡은 프랑스의 유명 한 샹송 가수 미셸 폴라네프(Michel Polnareff)가 1971년 작사 작곡한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이고, 그 노래들이 6 25을 겪은 세대에게는 북의 군대의 군가나 행진곡과 흡사해 불쾌한 느낌이 들어 외면을 하게 되고, 향후 좌편향 정치가나 운동권에서만 부를 뿐 대중들은 현재까지도 외면하고 있는 상태다.

<다목리 미상번지>는 바로 1980년대를 전후(前後)해 강원도 다목리의 상황을 주인공 소년의 시각으로 그려낸 연극이다.

무대는 다목리 미상번지를 상 하단의 언덕으로 제작했다. 상단의 언덕길과 좌우 내리막길 그리고 무대 앞쪽의 대로 바닥에 수많은 드럼통을 가지런히 쓰러뜨려 눕히고 그 위에 단을 깔아 통로로 설치했다. 끈으로 드럼통 상단을 끌어당겨 주인공 소년의 평지에서의 각종 병 줍기, 두릅을 캐기 위해 산 정상을 향할 때의 언덕길로 설정하고, 언덕 상단 상수 쪽에는 마을 공동 안테나가 높다랗게 설치되고, 상수 쪽 하향 길만 바닥에 드럼통이 없다. 무대 하수 쪽 중앙에 의자를 놓아 마을 할머니의 자리로 마련을 하고, 공동 목욕탕은 상단 아래 지하에서 오르도록 해 욕실 밖으로 나오는 것으로 연출된다. 마을에서 기르는 가축은 연극 <에쿠스>에서처럼 가축머리부분형태의 조형물을 출연자들이 쓰고 등장을 한다. 밭을 갈 때에는 무대 중앙에서 삽을 들고 밭가는 시늉을 하고, 주인공의 삼촌이 시를 쓴 종이는 백지원지를 사용하고, 군인들의 총은 모형이지만, 총성은 실제와 방불하다.

극의 내용은 학교성적 늘 1등을 하는 주인공 소년이 다른 급우가 마을금고에서 저축 1위상을 타는 걸 보고, 자신도 그 상을 타기 위해, 세배 돈 모으기, 병 줍기, 질경이 캐기와 더덕 캐기를 하고, 아버지가 술을 한 되 받아오라고 시키면, 반 되만 사고 물을 채우는 방법으로 남은 돈을 챙기면서 저축 1위상을 받으려고 백방으로 노력을 한다. 그러다가 저축 상 시상이 있기 직전 마을금고 이사장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행방을 감춘다. 그러자 마을금고가 전국규모 새마을금고 다목리 지점으로 탈바꿈을 하고, 국가 기관원 출신의 이사장이 새로 부임을 한다. 새로운 이사장은 주인공의 급우이자 친구인 지난번 저축 상 1위를 받은 소년의 아버지이고, 실적을 쌓기 위해 전번 마을금고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을 옥죄고, 닦달을 하고, 대출금을 회수하려고, 군대까지 동원을 해, 채소농사 지은 것, 가축이 새끼 낳은 것까지 강제로 매각처분을 해 마을 사람들의 원성을 받아가며, 실적 쌓고 부풀리기에 열을 올린다. 밭농사와 가축을 기르는 게 전부인 마을 사람들 중 주인공의 삼촌은 시를 짓는 인물이라, 정식으로 시인이 되려는 마음을 갖고, 시를 쓴 것을 모아 시집을 내려고 한다. 그러면서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고, 홀로 고독 속에서 명상으로 시 짓기를 하던 때와는 달리 세상과 부대끼며 시를 짓겠노라는 결심과 함께 가출을 한다.

1980년대로 너머서면서 젊은 학생들을 중심으로 민주화의 열풍이 일기 시작하고, 광주사태가 발발한다. 광주에 계엄이 선포되고, 동리 안테나는 뉴스 수신을 제대로 못 하도록 마을 이장이 상부의 지령을 받았는지 조종을 해 놓으니, 다목리 사람들은 외부소식과 단절된다. 거기에 새마을 금고 이사장의 다목리 사람들의 쥐어짜기가 더욱 심해지면서 다목리 사람들의 비참한 생활은 마치 빅토르 위고(Victor Hugo, 1802~1885)의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결국 부상을 당한 주인공 삼촌의 귀향으로 작금의 현실이 다목리 사람들에게 알려지니, 삼촌은 새마을 금고 이사장에 조처로 삼청교육대로 강제 끌려가게 된다.

애써 기른 가축을 강제로 처분해야하는 다목리 사람들의 정경이 펼쳐지고, 주인공의 부모가 기른 돼지 역시 마찬가지로 강제 매각이 된다. 주인공 삼촌이 삼청교육대에서 도망쳐 나오지만, 시집만을 남기고 탈주범으로 사살을 당한다.

대단원에서 새마을 금고 이사장은 혁혁한 실적을 쌓은 공으로 서울 본부로 영전을 하게 되고, 주인공 소년을 새로 부임한 새마을금고의 이사장으로부터 저축 1위상을 수상하고 기뻐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오현철, 이동준, 이태훈, 민경진, 박정순, 김귀선, 맹봉학, 지춘성, 김미준, 김대통, 류창우, 이계영, 윤미향, 윤차연, 김동일, 김효배, 조정민, 신담수, 김연진, 장용석, 손우경, 김재민, 홍도영, 이영민 외 세종대학교 학생 출연자와 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 학생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시종일관 관객을 극 속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드라마터그 오세곤, 프로듀서 김진희, 협력프로듀서 이훈희, 제작감독 임 밀, 음악 김민수, 움직임 이신정, 무대 김태영, 조명 전진철, 의상 김인옥, 분장 김종숙, 조연출 예지수, 연출부 김원진, 김민지, 김예영, 음악팀 김미나, 홍보라, 이하늘, 분장팀 노저와 배옥자, 구나연, 오원석, 김정화, 박소현, 강은혜, 오지윤, 박태연, 이지연, 노가영, 고민지, 김인하, 김종연, 이지연, 김재희, 기획팀 김태형, 김은혜, 사진 하형주, 디자인 찰리김 해리안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드러나, 극단 앙상블의 김진만 작 연출의 <다목리 미상번지>를 연출가의 기량이 감지되는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5월 5일

4, 비수상작이지만 기억할만한 작품 극단 바바서커스의 아리엘 도르프만 작 이은진 연출 심재욱 협력연출의 연옥

예그린씨어터에서 극단 바바서커스의 아리엘 도르프만 (Ariel Dorfman)작, 이은진 연출, 심재욱 협력연출의 <연옥(Purgatorio)>을 관람했다.

연출을 한 이은진은 극단 바바서커스 대표이자 연극인 또한 가면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극단은 2011년 창단하였으며 <연옥>, <내 코를 찾아주세요>, <세익스피어 여인숙>, <맹랑별곡> 등 다수의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 보였다. 특히 러시아의 작가 고골(Nikolai Vasilevich Gogol)의 단편 소설 중에 코, 외투는 가면을 활용하여 연극을 만들었는데 이때 가면디자인 능력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대학에서 연출을 전공하는 과정에서 가면을 만드는 시간이 있었으며, 나의 생각을 오롯이 표현할 수 있는 가면제작의 시간은 자심 감을 얻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대표작으로는 <코믹환상극 코> <외투, 나의 환하고 기쁜 손님> <버꾸, 할머니> <셰익스피어 여인숙> <손님>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한 미모의 여배우 겸 연출가다.

아리엘 도르프만 (Ariel Dorfman)은 1942년 아르헨띠나에서 태어났다.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낸 후 산티아고에 정착하여 글쓰기를 시작했다. 피노체트의 쿠데타가 일어나자 미국으로 망명했고 현재는 듀크 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창작활동과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칠레의 척박한 현실을 독특한 수법으로 명쾌하게 그려낸 작품들을 발표하여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고, 최근에는 세계 문화시장에서 친자본주의적인 주류문화와 다른 ‘대안적인 문학’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활발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주요작품으로 희곡 『죽음과 소녀』 『독자』 『가면』, 장편소설 『체 게바라의 빙산』 『콘피던츠』 『과부들』, 시집 『산티아고에서의 마지막 왈츠』, 소설집 『우리 집에 불났어』, 문화비평집 『도널드 덕, 어떻게 읽을 것인가』 『제국의 낡은 옷』, 평론집 『미래를 향해 쓰는 작가들』 『공포 몰아내기: 삐노체뜨에 대한 놀라운 심판』, 회고록 『남을 향하며 북을 바라보다』 등이 있다.

「연옥」은 두란테 델리 알리기에리(Durante degli Alighieri, 1265~1321) 두란테의 약칭 단테(Dante)로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의 신곡(La Divina Commedia)에서의 <연옥 (Purgatorio) 부분과 에우리피데스(Euripides) <메데이아(Medeia)>에서 소재를 차용해, 아리엘 도르프만이 일관되게 추구해온 ‘용서’와 ‘화해’라는 주제를 실험적인 형식 속에서 모색한 최근 희곡이다. 작품 후기에서 아리엘 도르프만은 “「연옥」은 사실 정서적, 지적으로 자신의 희곡 「죽음과 소녀」의 후속편으로 볼 수 있고, 그 작품에서 제기한 문제들 중 몇 가지를 더 탐구하고, 그 문제들을 희곡 <연옥>을 통해 넘어서려고 하는 것”이라 밝혔다.

휘몰아치듯 진행되는 이 단막극 <연옥>은, 등장인물에 관한 소개가 전혀 없다. 그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등장할 뿐이다. 시공간적 배경에 대한 설명도 일체 없지만 마치 감옥 속에 갇힌 재소자처럼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이곳’이 바로 ‘연옥’임을 깨닫게 한다. 지옥도 아니고 천국도 아닌 곳, 즉 이곳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죄를 씻기 위해 머무는 장소이다. 후반부에 이르면 대사가 반복되면서 공격자와 희생자가 서로 뒤바뀌는 독특한 구조가 나타나는데, 독자는 ‘내가 가장 사랑한 사람이 나를 가장 고통스럽게 만드는 경우’에 대해, 그리고 희생자와 공격자의 입장이 뒤바뀌는 순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평범한 대화 속에 신화적인 요소를 담아내는 도르프만 특유의 문체는 이 작품에서 더욱 심화되었다. 그뿐 아니라 종교적이고 영적인 주제와 ‘개인과 개인 사이의 용서’라는 내밀한 영역에 대한 탐구는 독자에게 큰 감동을 준다.

무대는 두 자 높이의 단을 무대전체에 설치하고 그 네 귀퉁이에 각목으로 문을 만들어 통로 겸 등퇴장 로를 가설했다. 기둥만으로 형성된 문짝 위쪽은 가리개나 병풍을 거꾸로 세운 형태의 조형물이 있다. 단 아래에 무대 좌우로 통로가 있고, 단 위 중앙에 의자가 한 개 놓여있다.

원작에는 남 녀 2인의 등장인물뿐이지만, 이번 극단 비바서커스의 공연에는 남 녀 각 3인씩 6인의 등장인물로 구성되고, 남녀 2인씩 출연하거나 4인이 이어서 출연하기도 하고, 대단원에는 6인이 함께 출연해 극을 마무리 한다.

박성연, 최주현, 박현지, 이도엽, 김지수, 고동욱, 최자연, 김신옥, 손 산, 김승기, 임준식, 김민수 등이 출연해 호연과 열연을 보이며 극을 이끌어 간다.

제작감독 김성태, 제작총괄 최부헌, 무대디자인 이윤수, 조명디자인 한원균, 음향디자인 윤석도, 조명오퍼 이동기, 의상디자인 LAKI, 소리지도 홍배연, 캐스팅디렉터 김혜주, 조연출 이은지, 기획 이선민 류정선 손여선, 홍보 노하영 민지은, 홍보물디자인 이지환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이 드러나, 극단 비바서커스의 아리엘 도르프만(Ariel Dorfman) 작, 이은진 연출, 심재욱 협력연출의 <연옥(Purgatorio)>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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