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인사로 법의 의미 정립을! / 오세곤

(제75호 편집인의 글)

투명한 인사로 법의 의미 정립을!

문화예술진흥법은 문화예술을 진흥하기 위한 법이고, 예술인복지법은 예술인의 복지를 위한 법이고,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은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법이다.

문화예술진흥법은 문화예술을 진흥하기 위해 주관기관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두도록 되어 있고, 예술인복지법은 예술인의 복지를 위하여 주관기관으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두도록 되어 있으며,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은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기 위하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두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문화예술을 진흥하는 대신 알량한 지원 제도를 악용해서 예술인들을 부정한 정권의 충견으로 길들이려 하였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인복지법 제정 취지를 망각한 채 예술인들을 하루하루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이번 예술강사 파견 사업 파행 사태에서 보듯 문화예술교육사업을 진흥이 아닌 파멸로 몰아넣고 있다.

우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전임 권영빈 위원장과 현임 박명진 위원장이 어떤 자격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앉았는지 모른다. 다만 그들이 작년 예술계 검열 사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문화예술 현장이 아닌 권력에 봉사하고 있다는 것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우리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전임 심재찬 대표와 현임 박계배 대표가 과연 어떤 자격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앉았는지 모른다. 다만 그들이 연극계가 앞장서서 제정한 예술인복지법의 취지에 맞는 활동 경력보다는 현 정권 탄생에 기여한 공로로 그 자리에 앉게 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뿐이다. 심재찬씨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초대 사무처장과 국립극단 사무국장을 거쳐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가 되었다가 도중하차하고는 현재 대구문화재단 대표로 있다. 또 박계배씨는 한국연극협회 이사장과 한국공연예술센터 이사장을 거쳐 현재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로 있다. 두 사람 다 예술계 검열 사태와 서울연극제 대관 탈락 사태 등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이력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전임 박재은 원장과 현임 주성혜 원장이 어떤 자격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앉았는지 모른다. 다만 원장이 되기 전 이력이 문화예술교육과 큰 관련이 없어서 역시 권력의 탄생에 기여한 공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이며, 원장이 된 이후 참신한 진흥책들을 내놓지 못 한 것은 물론이고 해묵은 여러 문제들을 전혀 해결하지 못 한 채 오히려 갈등의 폭을 더 키워 수습 불능의 상태에 빠트렸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다.

이에 단언컨대 문화예술 관련 기관의 인사는 투명해야 한다. 문화예술과 관련하여 정권의 입맛에 맞는 논공행상식 인사는 사라져야 한다. 그 이유는 예술계가 아닌 정권의 권력자만을 쳐다보는 기관장들이 그 동안 어떤 적폐를 끼쳤는지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 제안한다. 앞으로 문화예술 기관의 대표는 물론 위원과 이사까지도 반드시 공개 모집해야 한다. 응모자는 반드시 자신의 소신을 밝혀야 하고 많은 이들이 그것을 보며 의견을 피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뒤 추천위원회가 됐건 채용심의위원회가 됐건 회의록의 완전 공개를 전제로 대상 인물을 뽑아야 한다. 더 이상 언제 어떻게 누가 뽑혔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예술인의 삶과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인사가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사실 투명성이 필요한 곳은 이외에도 많다. 지원 심의를 포함하여 모든 심의는 공개되어야 한다. 그것이 불편하다 해서 피하다가는 결국 부당한 권력의 밀실행정이 모든 것은 좌지우지하게 될 뿐이다. 즉 앞으로는 책임질 자세가 안 돼 있다면 결코 심의 같은 일에 나서서는 안 된다. 문화예술 관련 기관의 대표도, 임원도, 직원도, 또 각종 심의나 심사를 행하는 문화예술인들도 당당하게 모든 것을 공개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취할 때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문화예술을 진흥할 수 있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인의 복지를 실현할 수 있으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는 본연의 임무를 행할 수 있을 것이다.

투명한 인사는 법의 의미를 회복하고 적폐를 청산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2017년 1월 2일

‘오늘의 서울연극’ 편집인 오세곤

3 thoughts on “투명한 인사로 법의 의미 정립을! / 오세곤

  1. 문화예술에도 이러한 일들이 있다니 끔찍합니다. 이 글을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냉정하게 판단하여 인정하지 않고 있는 그들을 가리키며 아무나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곳에 아무나가 있는 사람들을 내려야 합니다. 맞습니다. 문재인 대표님이 이 글을 보시면, 아마 가지런히 정리를 해주시지 않을까 합니다. (오세곤 연출님의 말씀 인용)예술계가 아닌 정권의 권력자만을 쳐다보는 기관장들이 그 동안 어떤 적폐를 끼쳤는지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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