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ve] 이구아나/ 김창화

***이 글은 <The Move> 6월호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역사적 사실과 그 사실 뒤에 숨겨진 진실에 관한 이야기

 

김창화 (상명대 공연영상문화예술학부 연극전공 교수)

 

 

너와 나의 이야기라는 의미의 이구아구 (異口我口)’라는 극단이 새로 만들어졌다. 장난스러운 이름같이 들리지만, 나름 매우 진지한 목표를 향해 출발한 극단이다. 극단의 이름과 흡사한 김태수 작 정재호 연출의 이구아나가 창단공연이다. 지난 428일부터 528일까지 대학로 스타시티 빌딩에 있는 후암 스테이지에서 공연한 이구아구극단의 공연 이구아나는 신생극단의 면모와는 달리 한국연극협회 사무총장을 지냈던 정재호 연출자가 대표를 맡았고, 주인공 주진목 역은 배우 이일섭, 태종의 심복 하륜 역은 원근희, 조선 3대왕, 태종 역은 김예기가 맡아 열연했으며, 주진목의 아내 임은연과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역의 배찬태의 연기가 두드러져 보인 공연이었다. 이일섭,원근희, 김예기의 연기 앙상블과 김태수 작가의 뛰어난 스토리텔링이 절묘하게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연출자 정재호의 능력이기도 했다.

오래전에 이미 공연 되었던 이 작품을, 연출자는 최근 발생한 국정농단과 연관된 시각으로 재해석해서, 역사의 진실성에 관한 작가의 치열한 대립적 양면구도, 현실과 작가적 상상의 세계, 즉 역사적 인물과 현실적 작가의 세계로 재구성했으며, 이중무대를 통해, 역사적 재현과 현실적 실연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했다. 특히 이미 다 알고 있는 함흥차사라는 사건의 배후에 태종의 계략이 숨겨져 있었고, 태종의 지시로 역사를 편찬하는 하륜(원근희 역)은 사관(배찬태 역)의 투철한 역사관을 협박하여, 태종에게 유리한 내용만을 역사에 기록하도록 강요한다. 그러나 사관이 자신의 목숨과 바꾸더라도 지키고자 했던 역사의 진실은 작가인 진묵(이일섭 역)에 의해 수정된다. 1979년에 발생한 12.12 사태에 대한 진묵의 솔직한 글이 신문사 정치부장(정아미 역)에 의해, 수정되어야만 하는 현실처럼. 진묵은 신군부의 등장을 태종(김예기 역)의 왕권찬탈과 유사한 권력쟁탈로 보았고, 역사의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히고자 했으나, 시인의 꿈을 접고, 보험외판원으로 자신과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아들을 보살펴왔던 아내(임은연 역)가 암에 걸려, 이제 곧 죽게 된 상황을 맞이하고서는 자신의 주장을 바꾼다. 과연 역사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는 것이 지금 작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이 작품에 상징적으로 등장하는 이구아나라는 대형 도마뱀은 공룡을 연상하게 하는 칼날모양의 장식 비늘이 돋아있는 파충류다. 신문에 역사소설을 연재하고 있던 작가 진묵이 잠시 이구아나에게 먹이를 주지 못하자, 이구아나는 죽어버린다. 그래서 작가는 이 파충류를 향해, “너 같이 미천한 것이 어찌 공룡의 꿈을 꾸었는가?” 라고 질책한다. 즉 작가 자신이 거대한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자 했으나, 결국 현실에서 직면하게 되는 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현실을 긍정해야만 하는 입장을 공룡이 되지 못한 이구아나에 빗대어 설명한 것이다.

결국 역사는 승리자를 위한 기록으로 남겨졌다. 그러나 그 승리는 수많은 이구아나의 죽음을 통해 이룩된 것이고, ‘이구아나의 실패한 역사, 역사속의 패배자로 남겨진 이구아나의 진실에 눈을 돌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렇게 단순한 이분법으로 생각하면, “이구아나는 실패한 역사적 증인의 기록일 뿐이다. 그러나 현실과 상상의 이중구조를 지닌 이 작품에서 작가는 사관에게, 왜 스스로 역사적 문제를 진실로 규명하지 않았는지, 그 원인을 설명하면서, 자신이 진실을 기록하지 못했던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다면, 그 기록에 대한 또 다른 사관의 해석과 입장이 결국은 자신의 패배와 자신이 밝히고자 했던 역사적 진실로 밝혀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비록 지금 이 자리에서, 나는 역사적 진실을 밝힐 수 없지만, 언젠가 나의 무능함과 내가 책임지지 못했던 이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석이 기록되고, 그 결과 진실은 밝혀지게 될 것이라는 비전이 이 작품에 담긴 것이다.

역사적 진실에 대한 기록은 결국 인간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에 대한 기록이 다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구아나는 공룡처럼 보인 파충류의 죽음을 통해, 역사의 외피에 남겨진 사실이, 어떤 진실을 함의하고 있었는지 밝혀보고자 했던 작가의 상상력이 남긴 흔적 이였으며, 그 흔적의 가장자리에는 수많은 기억과 아픔이 함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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