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7년 5월 공연총평/ 박정기

박정기의 공연산책 20175월 공연총평

 

5월은 새로운 정치풍토가 열리면서 연극인들의 연극전반에 관한 발전적인 기대감 속에 열정적인 공연이 이루어지고, 제38회 서울연극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5월 공연총평을 수록하고 제38회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공연총평은 별도로 게재한다.

 

1, 극단 이구아구의 창단공연 이대영 예술감독, 김태수 작 정재호 연출의 <이구아나>

 

대학로 소나무길 스타시티 빌딩 지하 후암스테이지에서 극단 이구아구의 이대영 예술감독, 김태수 작, 정재호 연출의 <이구아나>를 관람했다.

 

이구아나(Iguana)는 멕시코, 중앙&남아메리카, 카리브해 지역 및 폴리네시아(피지, 통가 등)에 서식하는 초식 도마뱀류. 그러나 새끼 때는 충 식도 꽤 하며 자랄수록 초식의 비율이 커진다. 종류가 상당히 여러 가지인데 애완용으로 많이 길러지는 녹색 이구아나 및 작은 안틸레스 이구아나, 코 뿔 이구아나 및 이구아나 과에 속하는 다른 속의 일부 도마뱀(갈라파고스 섬의 육지이구아나, 바다이구아나 따위)까지 한데 묶어서 취급한다. 성체가 되어서도 독특한 형태를 유지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길러지는 파충류 중 하나다.

 

이구아나와 관련된 작품으로는 1964년에 제작된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 1911~1983) 원작, 존 휴스턴John Huston, 1906~1987) 감독, 리처드 버튼 (Richard Burton, 1925~1984), 수 라이언(Sue Lyon, 1946~), 에바 가드너(Ava Gardner, 1922~1990), 데보라 카(Deborah-Kerr, 1921~2007) 주연의 명화 <이구아나의 밤(The Night of the Iguana) >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이 시나리오 작가였으면서도 대문호들의 작품을 영화화하기를 즐기던 존 휴스턴이 테네시 윌리엄스의 작품을 영화화한 걸작이다.

 

김태수는 대전출생으로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 대학원 PR광고학과 출신의 극작가로 한국희곡작가협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 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 교수다. 대전일보 신춘문예에서 희곡 ‘파멸’이 당선되면서 극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대표작으로는 <베아트리체는 순수의 시대로 떠났다>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땅 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칼맨> <홍어> 그 외의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최근 공연된 작품으로는 2012 연극 <인물실록 봉달수>, 뮤지컬 <울지마 톤즈> 2013 연극 <미스터 옹을 찾아라>, <바리야 청산 가자>,<일지춘심을 두견이 알>, <트라우마 in 인조>, <나의 숲은 푸르렀다> 2013-14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 등 다수다.

 

정재호는 경기도 양평 출생으로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이다. 연극 국극 뮤지컬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전천후 연출가로 서울문화예술대학 교수다. 극단 광장, 극단사조에서 조연출, 무대감독, 연출을 하며 열과 성을 다해 연극현장에서 연극의 길을 쉼 없이 걷고 뛰어왔습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사)한국연극협회 사무총장으로 일 해왔다. <팝페라 WHITE LOVE> <황진이> <카프카의 변신> <바우덕이> <백애> <들뜬도시> <일곱난장이> <I am 신데렐라> 등을 연출했고, 이번에 창단한 극단 이구아구의 대표다.

 

무대는 아래위로 된 이층 구조이고, 아래는 작가의 집 거실 겸 서재이고, 1m 높이의 단 위에서는 작가의 소설내용이 사극처럼 펼쳐진다. 위층벽면은 세로로 연결된 촘촘한 나무이고, 아래층 서재에는 책장과 장서 앞에 컴퓨터 노트북이 놓인 책상이 있다. 무대 전면은 주점, 언론사 사무실, 사극 등장인물의 무대, 여성 해설자의 단어 설명 장소로 사용된다.

 

연극은 소설가인 주인공이 조선왕조 초기의 사관(史官)을 통해 세자들 간의 왕권다툼으로 인한 살육장면을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을 보고, 태조 이성계와 후에 태종이 된 이방원, 방간 방석 형제의 이야기를 사초를 참조해 집필한다. 소설가는 사초의 내용대로 집필을 하는가, 아니면 사초 뒤에 숨겨진 진실을 캐어내는가를 두고 고민을 한다.

 

태종과 책사 하륜의 이야기가 연극의 내용 중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하륜이 일찍이 이방원과 독대해 왕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반대세력도 살상해야 한다고 아뢰며 이 일로 해 상위(태조 이성계)께서 놀라시더라도 등극을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일이라 “하니 임금이 말이 없었다.

 

연극은 이와 함께 복선으로 1979년 12,12 사태의 진실규명이 극의 구성요소가 된다. 12·12사태는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과 노태우 등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이 최규하 대통령의 승인 없이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대한민국 육군 참모총장, 정병주 특수전사령부 사령관, 장태완 수도경비사령부 사령관 등을 체포한 사건이다. 일본에서는 숙군 쿠데타라고도 한다.

 

당시 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 소장은 12.12 군사 반란으로 군부 권력을 장악하고 5·18 광주의 민중봉기를 강경 진압한 후 1980년 9월 대한민국 제11대 대통령이 됐다.

 

주인공은 등극을 위해 형제를 살육해 후에 왕위에 오른 태종이방원의 이야기를 집필 연재해 인기를 독차지한다. 그러자 여론사의 편집국장이 500년 전 조선왕조실록에서 왕위에 오르기 위해 형제까지 죽인 처참한 태종의 행적과 비견되는 1979년의 12.12 숙군 쿠데타와 연관된 칼럼집필을 요청한다. 주인공인 작가는 표면에 나타난 사실을 참고해 칼럼을 쓰는가,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어 써야 하는가를 고민하다가, 진실을 밝혀낸 글을 기고한다. 그러자 사방에서 동요와 항의가 해일처럼 치솟는다. 여론사 폐쇄의 협박까지 들오오니, 편집국장은 작가에게 사과문을 요구한다. 거부할 경우 소설연재를 중단하겠다며… 주인공인 작가에게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 작품에만 골몰한 나머지 아내에게 무심해 암에 걸린 사실조차 모른 주인공은 만일 자신이 사과문을 쓰지 않을 경우, 수입원 중단과 함께 아내의 치료비조차 감당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에 눈앞이 캄캄해진다. 결국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병행했던 소설에서의 사관이 왕의 요구대로 실록을 쓰겠노라 무릎을 꿇으며 자신의 의지를 꺾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일섭이 주인공 소설가로 출연해 일생일대의 명연을 해 보인다. 원근희가 태종의 심복 하륜으로 등장해 역시 명연을 편다. 여론사의 편집장으로 이은향, 정아미가 더블캐스팅 되어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곽인호가 주인공의 친구로 출연해 성격배우 역할로 갈채를 받는다. 임은연….주인공의 아내 역…이런 미모에 연기력을 갖춘 여배우가 있었다니…이 여배우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김예기가 태종으로 출연해 결출한 연기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배찬태가 사관으로 등장해 역시 호연을 펼친다. 천용철과 함상훈이 왕세자로 출연해 호연과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이선재가 해설자로 등장해 깜찍, 발랄, 귀여움으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예술감독 이대영, 기술감독 황호연, 연출스텝 이강윤 송훈상 권혁우, 무대감독 정혁진, 조연출 최혜주, 음악 박광배, 음악 전혜인, 조명 최명석, 무대 김예기, 분장 박팔영, 진행 김기령 정다은 이현정, 그래픽 유창화, 기획피디 김 현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합하여, 극단 이구아구의 이대영 예술감독, 김태수 작, 정재호 연출의 <이구아나>를 기억할만한 수준급 창단공연작으로 탄생시켰다.

5월 2일

 

2, 무죽페스티벌 참가작 극단 디딤돌의 임대일 작, 연출 출연의 <이방인>

 

혜화동 동국소극장에서 무죽페스티벌 참가작 극단 디딤돌의 임대일 작 연출 출연의 <이방인>을 관람했다.

 

임대일(본명 이종민, 1966~)은 울산신정초등학교, 배명중학교, 경기고등학교, 경기대학교 서양화과 출신의 배우이자 작가 겸 연출가로 현재 극단 디딤돌의 대표다. 연극은 물론 텔레비전과 영화에 출연하고, 제33회 전국연극제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연극을 통해 30년 가까이 꾸준히 활동 하고 있는 성실한 배우 다. 지난 2002년부터 초연되었던 <보잉보잉>, <활>, <장보고의 꿈>, <아일랜드>, <꿈꾸는 어부>, <처음처럼 그냥 그대로>, <정인>, <뉴 보잉 보잉>을 비롯해 최근에 공연한 <짠>까지 100여 편에 출연했다. 금번 <이방인>에서는 임대일 부자가 함께 출연한다. 훤칠한 미남배우 이규원이 바로 임대일 대표의 아들이다.

 

무대는 고층 아파트의 거실이다. 프로시니엄 아치 가까이에 창틀이 매달려 있다. 실내에는 사각의 입체조형물이 여기 저기 배치되어 가구와 의자구실을 한다.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 입구가 있어 벨소리와 함께 등장을 한다. 망원렌즈가 부착된 카메라를 사용하고, 칼을 흉기로 사용하기도 한다. 조명으로 장면전환이나 극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텔레비전 뉴스나 신문기사에 실린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여론에 몰입하고 심취하다 보면 심적 정신적 장애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주인공인 남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창밖으로 보이는 맞은편 건물의 인물들의 동태를 자신의 상상력과 억측으로 일종의 범죄사건으로 판단하고 망원렌즈가 부착된 카메라로 살피며 가족과 친지에게 마치 큰 범죄가 일어날 것으로 소개를 한다. 그와 동시에 주인공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인물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방송이나 신문에 사라진 인물의 죽음이 알려진다. 주인공은 맞은 편 건물의 집결한 인물들의 범행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계속 창밖을 내다보며 동정을 살핀다. 맞은편 건물의 인물들은 주인공의 이런 행동을 파악하고 자신들을 살피는 것에 대한 항의와 위협을 한다. 주인공의 이런 행동과 집안 분위기에 부인은 더 이상 견디지를 못하고 가출을 한다. 누이도 주인공에게 동화되어 핸드폰을 잠시 빌리러 들어온 이웃여인까지 맞은편 건물의 범행 동조자로 생각한다. 그러자 신원이 불분명한 남성이 주인공과 똑 같은 복장으로 등장해 주인공의 누이와 주인공인 것처럼 대화를 나누다가 누이가 알아차리고 비명을 울리는 일까지 발생한다. 그 남성은 곧바로 사라진다.

 

주인공은 정신적 심적 고통이 증가된다. 울리지도 않는 핸드폰 소리를 울리는 것으로 의식하는 듯 귀를 움켜잡고 비명을 울리기도 한다. 카메라를 빌려준 후배가 찾아와 주인공의 급박한 상황판단에 처음에는 동조를 하지만 차츰 의구심을 갖게 된다. 주인공의 집 부근의 살인사건이 계속된다. 주인공의 정신적 심적 고통이 배가되는 듯 연출이 되고, 이웃여인이 핸드폰을 빌리러 다시 등장을 하고, 주인공은 이웃여인을 범행의 동조자로 판단을 하고 여인의 머리를 움켜잡는다. 이웃여인도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다. 대단원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이 다시 이 집을 찾아온다. 그는 바로 사건담당 수사관이고, 모든 살인사건의 범인이 바로 주인공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공연은 끝이 난다.

 

임대일이 수사관, 한명헌이 주인공, 김수진이 주인공의 누이, 이은선이 이웃 여인, 조희민이 주인공의 부인, 이유원이 카메라를 빌려준 후배로 등장해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과 호연 그리고 열연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프로듀서 신바람, 드라마투르기 오정원, 무대감독 최영길, 음악감독 김성은, 홍보 승원표, 사진 정형찬, 진행 이문진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디딤돌의 임대일 작 연출 출연의 <이방인>을 극적반전이 제대로 연출된 성공적인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5월 11일

 

3, 유라시아셰익스피어극단의 윌리엄 셰익스피의 원작, 남육현 번역 연출의 <킹 리어>

 

문화공간 엘림홀에서 유라시아셰익스피어극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남육현 번역 연출의 <킹 리어>를 관람했다.

 

<리어왕>은 무대는 물론, 수많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앤드루 맥컬로우(Andrew McCullough)가 연출하고 오손 웰스(Orson Wells)가 주연한 1953년 영화 <리어왕>, 코진체프(Grigory Kozintsev)가 연출하고 유리 야벳(Yuri Jarvet)이 주연을 맡은 1970년 러시아판 <리어왕>, 구로사와 아키라(Kurosawa Akira) 연출, 일본풍으로 각색된 1985년 란Ran), 장 뤽 고다르(Jan-Luc Gordard)가 연출 버지스 메레디스(Burges Meredith)가 주연을 맡은 1987년 <리어왕>등은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역작들이다.

 

그 외에도 <리어왕>은 텔레비전 방송용으로 제작되기도 했는데, 조나단 밀러(Jonathan Miller)가 연출하고 마이클 호던(Michael Hordern)이 주연한 1982년 BBC TV <리어왕>, 마이클 엘리엇(Michael Elliot) 연출로 로렌스 올리비에(Laurence Olivier)가 주연을 맡은 TV <리어왕>이 대표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실험극장 허규 연출의 리어왕, 극단 76 기국서 연출의 리어왕, 인천시립극단 김철리 연출의 리어왕, 극단 미추의 이병훈 연출의 리어왕, 국립극단의 윤광진 연출의 리어왕 등의 공연에서 원작의 내용을 최대한 살리며 이낙훈, 기주봉, 서국현, 정태화, 장두이 등 리어를 맡아 탁월한 기량으로 열연을 펼친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근자에 이르러 셰익스피어 희곡의 공연들이 내용은 원작을 따르지만 축소 변형된 공연이 많고, 3, 4명으로 축약시킨 공연도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 뿐 아니라, 고전을 변형시킨 공연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세를 이루는 작금의 현실이니 누가 그것을 탓하랴마는, 셰익스피어 원작을 제대로 공연하는 단체는 드물고, 원작공연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국공립극단을 제외한 각 극단의 재정적 어려움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원작을 제대로 공연하는 경우에는 연출자나 스텝 그리고 출연자의 기량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에, 능력부족을 감추기 위한 방편으로 변형된 작품을 공연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온갖 어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원작대로의 공연을 할 뿐 아니라, 지난해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이나 금년 서거 400주년에 맞춰, 휴식시간을 제외한 다섯 시간의 원작 <햄릿>공연을 함으로써 한국 셰익스피어 작품 공연 사에 새로운 이정표와 금자탑을 쌓게 되었다.

 

금번 <킹 리어>를 연출한 남육현 교수는 서강 대학교 대학원과 셰익스피어의 본고장인 런던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을 창단해 셰익스피어 전체 작품을 공연할 목표로 현재 17개의 작품을 공연했다. 88올림픽 예술축전 6개국 해외 공연팀 책임연출, 열두 번째 밤, 베로나의 두 신사, 나스타샤, 헛소동, 끝이 좋으면 다 좋아?, 사랑의 헛수고, 리처드 2세, 헨리4세 제1부, 헨리4세 제2부, 헨리5세, 존왕, 아테네의 타이먼, 에드워드 3세, 햄릿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번역 작품으로는 맥베스, 고곤의 선물, 위대한 신 브라운 외에도 다수 작품이 있다.

 

남육현 교수의 태산(泰山) 같은 의지와 금강석을 뚫는 천착(穿鑿)의 장인정신, 그리고 예술혼(藝術魂)이 금번 <킹 리어> 공연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리어왕(king Lear>)에 나타난 가치관의 갈등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1550년대에서 1600년대 초까지의 영국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리라고 본다. 1601년 에섹스(Essex)백작은 반역죄로 사형에 처해지고, 엘리자베스 여왕은 아직 후계자를 두지 못한 상황에서 전통귀족과 신흥귀족 그리고 중산계급은 1610년대에 이르러 상호간의 대립을 드러냈다. 특히 1588년 스페인의 무적함대(Spanish Invincible Armada)를 격퇴하는데 중산계급의 주도적 역할과 세력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의회에서의 중산계급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타협과 균형이 깨지게 되었고, 이는 엘리자베스 사후 제임스 I세가 왕위에 오르면서 더욱 심해졌다.

 

<리어왕>이 집필된 시기로 추정되는 1604-5년경은 이런 정치적 갈등이 가치관의 분열과 결부됨으로써 영국과 전 세계에 대 혼란이 닥쳐올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가 팽배했던 시기였다. 따라서 작품 속엔 정치적 질서체계는 물론 인간과 세계를 연관시켜주는 종교적, 철학적 혼란까지 나타나고 있다.

 

1막에서는 리어왕의 비극적 결함이 드러난다. 그것은 곧 그의 통찰력의 결핍, 고집과 노망, 규정해 놓은 질서의 파괴 행동 등이 바로 그것이다. 아첨을 거부하고 물질적인 이익을 위해 사랑을 거래하기를 거절한 코딜러어와 코딜리어를 변호하는 켄트를 리어왕이 추방하는 것은 그가 진실을 직시하지 못했기에 일어난 일이고, 이 때문에 리어왕은 받아 마땅한 불행을 겪게 된다. 그가 왕국을 분할하고 왕권을 이양하는 것은 신으로부터 받은 왕권을 방기하는 것이며, 신으로부터 위임받은 의무를 저버리는 질서파괴의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리어가 왕관을 벗는 순간 중세적 위계질서는 무너져버린다. 그가 왕관을 벗고도 왕으로서의 권위를 행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중세적 위계질서의 체계가 갖는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사실을 인정하려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겪게 된다. 그는 광인이 되어 누더기를 걸치고 폭풍우 속을 헤매고 난 후에야 그 사실을 깨닫는다.

 

코딜리어는 이 극에서 기존 질서체계를 지탱해주는 경직된 형식의 한계를 제일먼저 깨달은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의 진심을 경직된 형식으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언니들의 말을 흉내 내지 않고, 리어왕의 요구에 ‘아무 말씀도 드릴 것이 없다’라고 대답한다. 그녀의 ‘없다’라는 대답은 리어왕을 정점으로 하는 질서체계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붕괴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극적으로 보면 그녀는 불란서 왕과 결혼하여 영국을 떠남으로써 기존의 질서가 붕괴되고 혼돈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질서체계가 대두 되는 과정에서 하나의 이상적 관념으로 존재하게 된다.

 

인간의 사회적 존재양식이 내용과 형식의 조화라고 하는 이상을 지향하고 있다면, 리어왕의 세계에서의 합당한 인간관계는 거너릴과 리건으로 대변되는 형식과 코딜리어로 대변되는 내용이 조화를 이룸으로써 가능한 것이 된다.

 

코딜리어가 영국을 떠나게 된 후, 거너릴과 리건은 통치권을, 에드먼드는 상속권을 위해 기존의 가치와 규범과 인륜을 파괴하는 행동을 보인다.

 

작가는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는 과정을 에드거와 올버니를 통해 이루어 나간다. 에드거가 극한적 고통을 경험함으로써 삶에 대한 깨달음에 도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간관계를 구축해 나가는가 하면, 올버니는 그와 같은 인간관계를 근거로 하여 새로운 사회질서를 확립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올버니는 극의 전반에는 에드거처럼 소극적인 인물로 그려져 있다. 또한 사회가 혼돈 속에 빠져들어도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4막 2장에서부터는 전혀 다른 인물로 나타난다. 그가 자신을 ‘공명정대하지 않는 경우에는 결코 용기를 발휘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설명하듯 그는 혼돈 속에 방황하고 있는 다른 인물들과는 달리 분명한 판단기준과 공평한 안목을 갖춘 인물로 바뀌어 에드거와 함께 혼란된 질서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대단원에서 코딜리어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된 리어가 코딜리어와 화해하지만, 이미 두 사람은 더 이상 생존하지 못하고 생을 마무리한다.

 

역사란 끊임없이 경직된 기존질서체계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인간의 고통과 회생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면 ,<리어왕>은 그런 역사적 전환기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혼돈과 그것의 극복과정을 냉철하게 탐색하는 극이라고 할 수 있다.

 

무대는 삼면 벽이 검은색으로 되어있다. 배경 가까이 강단 같은 단이 계단식으로 놓여있고 다른 무대장치는 없다. 고풍스런 의상과 왕관을 위시한 장신구, 그리고 장검이 사용되고, 환자이동의자가 등장한다. 다른 공연단체에서는 광대를 남성배우가 맡아했으나, 이번 유라시아셰익스피어극단 공연에서는 여배우가 광대역을 한다. 남성병사 역도 미녀배우들이 맡아 연기한다. <킹 리어>는 휴식시간을 포함한 3시간의 공연이다.

 

연극은 원작대로 전개된다. 도입에 킹 리어와 고너릴, 리건, 코딜리아의 세 딸이 등장하고. 연로한 리어는 딸의 자신의 대한 효성 심에 따라 국토를 나누어주려 한다. 맡 딸과 둘째는 마음에도 없는 말로 환심을 사는 것을 보고 진실한 막내딸 코딜리아는 거짓 없이 평소에 아버지에게 대하던 태도로 응답함으로 해서 리어의 분노를 사게 되어 추방당한다. 막내를 변호하던 충신 켄트백작도 마찬가지로 추방된다. 국토는 첫째와 둘째 딸에게 모두 분배된다. 그런 후 리어는 호위 병사들을 대동하고 두 딸에게 교대로 다니며 머물기로 했으나, 딸들에게 냉대를 받게 되자 궁정의 광대를 데리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광야에게 두 딸을 저주하며 광란한다.

 

프랑스 왕비가 된 코딜리아는 부왕의 참상을 듣고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영국으로 가지만 리어와 함께 포로가 되고 죽게까지 된다. 리어는 딸의 주검을 보고 슬퍼하여 절명한다. 두 딸은 불륜의 사랑으로 신세를 망치고, 고너릴의 남편인 앨버니 공작이 왕위에 오른다. 이런 모든 장면을 시종일관 광대가 지켜보는 것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양형호가 리어로 출연해 혼신의 열정으로 열연을 해 보인다. 강희영이 리어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정연신이 광대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설정과 무용하듯 펼쳐 보이는 연기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국호, 이주은, 조명재, 김흥열, 임주영, 최승언, 정태호, 맹인애, 김수민, 전윤채, 임종서, 나자명, 박경란, 박채은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은 갈채를 받는다. 스텝 중 조명을 맡은 김민재의 기량이 드러나, 유라시아셰익스피어극단의 남육현 번역 연출의 <킹 리어>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5월 12일

 

4, 극단 디 캐츠의 홍유진 작 연출의 <뮤지컬 어느 별에서 왔니>

 

동덕여대공연예술센터 코튼홀에서 디 캐츠의 홍유진 작 연출의 뮤지컬 <어느 별에서 왔니>을 관람했다.

 

배우 겸 연출가인 홍유진(洪侑眞,1956~)교수는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으로 TBC-TV 18기 탤런트로 활동하던 중 1986년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뉴욕大 연극교육학과에서 심리드라마 연구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홍유진심리드라마연구원」를 개설한 洪교수는 동덕여대 재학 중인 연예인 50여 명을 한데 모아 만든 극단 「디 캐츠」와 국제배우연맹(FIA) 한국 대표職도 맡고 있는 미모와 지성 그리고 재예를 겸비한 교수로 동덕여대공연예술대학장을 역임했다.

 

연출작으로는 <보이지 않는 연극> <히바쿠샤 김영주> <환경연극> <셰익스피어식 사랑메소드> <내사랑 히바쿠샤> <뮤지컬 사이코 락앤롤> <환생오디션> <올슉업> <그리스> <싱글파티> <어느별에서 왔니> <Pretty Girl> <싸이코 락앤롤> <알바의 꿈> <뮤지컬 One Night With You> <뮤지컬 Grease> <사랑의 묘약> <뮤지컬 굿 닥터> <뮤지컬 알바의 꿈> <친구를 파는 가게> 등을 연출했다.

 

뮤지컬 <어느 별에서 왔니>는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한 딸의 갈등 그리고 새 아버지와의 사별 이후 3000억의 주식을 보유한 회사의 회장승계를 놓고 배다른 남매의 대립이 펼쳐진다. 당연직 회장승계자인 어머니가 지병으로 인해 회장직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는 것으로 설정되고, 딸과 아들 중 택일을 해야 하는 회사경영권을 두고, 배다른 오라비의 흉계가 펼쳐진다. 바로 누이동생을 정신질환자로 몰아붙이고, 정신질환자 요양원에 입원을 시킨다. 정신질환자 요양원 주치의도 흉계에 적극 동조하는 것으로 전개된다. 지병 때문에 어머니가 쓰러지지만, 오라비는 한참 후에야 구급차를 부른다. 그동안 어머니의 재혼으로 딸은 어머니를 타인 바라보듯 냉정하게 대하지만, 어머니가 지병으로 쓰러지니, 딸은 본심을 감추지 못하고 요양원에서 뛰어나와 말까지 못하는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한다. 오라비는 현재 회사의 전무직을 맡고 있기에 여비서를 자신의 흉계에 가담시키고 회사경영권을 이어받으려 한다. 주주총회가 개최되고, 당연직 회장승계자인 어머니의 지병과 배다른 누이인 딸의 정신질환자임을 이유로 오라비인 아들은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추대된다. 그러자 환자이동의자를 탄 어머니와 딸이 등장을 하고, 정신질환자 요양원의 주치의도 함께 등장을 한다.

 

그리고 오라비의 흉계가 폭로가 되고, 주치의도 딸의 정신건강에 이상이 없음을 밝힌다. 어머니도 어눌한 말이지만 딸이 회장직 승계자임을 선언한다. 그러나 딸은 단상에 올라가 3000억의 주식을 사회 환원 시키고 자유인으로 살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무대는 회사, 요양원, 숲속, 강단, 계단 등이 극 전개에 따라 펼쳐진다. 연주는 녹음으로 대신하고, 출연자들의 노래와 춤이 극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대부분 젊고 아름다운 2, 30대의 출연자들로 구성되었으나, 연극치료학과의 대학원생인 50대의 출연자들도 있어 캐스팅이 제대로 갖추어진 듯싶은 느낌의 공연이다.

 

조영주, 도은비, 전민규, 허정윤, 조은원, 전혜영, 이채연, 안수빈, 신아영, 백진화, 주경진, 김효진, 박소영, 김종민, 김 은, 김희진, 노경미, 송경미, 신현숙, 장창명 등 남녀출연자 전원의 탁월한 미모와 성격표현은 물론, 호연과 열연 그리고 열창과 안무는 관객을 도입부터 음악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커튼콜 뒤에 지도교수인 홍유진 공연예술대학장에게 출연자 전원이 스승의 날 기념 케이크를 전달하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조연출 임예리, 조명 정은샘 김민경 심재영, 무대 곽현아 권다원, 음향 김수현, 무대 이은민, 의상 최지현, 영상 김보련, 무대효과 이윤경, 기획 이정애, 홍보 김다윤 김현지 김혜연 서규빈 송민지 송유빈 양혜승 이수지 장은림 한가람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디 캐츠의 홍유진 작 연출의 <뮤지컬 어느 별에서 왔니>를 기억에 길이 남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탄생시켰다.

5월 13일

 

5, 극단 제3무대의 권순명 프로듀서, 서병구 예술감독, 박승연 작 연출의 <Musical Shaw All that jazz>

 

대학로 SH아트홀(대표 권순명)에서 극단 제3무대의 권순명 프로듀서, 서병구 예술감독, 박승연 작 연출의 <Musical Shaw All that jazz>를 관람했다.

 

<All that jazz>는 1979 안무가이자 연출가인 밥 포시(Bob Fosse, 1927~1987)가 자신의 생애를 소재로 해서 만든 영화의 제목이다. 밥 포시는 스위트 채러티(1966), 캬바레(1972), 피핀(1972), 시카고(1975), 댄싱(1978), 올 댓 재즈(1979) 등을 감독하고 1987년 작고했는데, 1972년에 발표한 영화 피핀은 프란시스 코플라 감독의 영화 대부를 물리치고, 같은 해 아카데미상을 휩쓸어 영화계와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의 초기 헐리우드 작품들로는 <Give A Girl A Break, 1953>, <The Affairs of Dobie Gillis, 1953>, <Kiss Me, Kate, 1953>가 있으며, 여기서 보여준 그의 재능을 브로드웨이 프로듀서들이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이른 나이에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면서 영화배역 선택의 폭이 좁아지자, 포시는 내키지는 않지만 무대공연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 그가 안무를 맡은 첫 번째 작품은 뮤지컬 <The Pajama Game, 1954>이었으며, 이듬해에는 <Damn Yankees, 1955>를 작업하며 세 번째 부인인 그웬 버든(Gwen Verdon, 1925~)을 만나기도 하였다.

 

포시가 개발한 재즈 댄스는 금새 눈에 띄었고, 정형화되고 냉소가 섞인 섹시함이 있었으며, 어깨를 돌리고 무릎 안쪽을 사용하는 등 신체를 분리시켜 이용한 특징이 있었다. 그의 유명 안무 장면으로는 <The Pajama Game, 1954>의 “Steam Heat”, <Sweet Charity, 1966>의 “Big Spender”과 “”Rich Man’s Frug”가 있으며, 영화 <Cabaret, 1972>의 안무는 특히나 포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의 안무들은 보드빌이나 벌레스크 공연이 가진 통속성을 현대화한 동작들이었으며 능수능란한 세련됨을 보여주었다.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Big Deal, 1986>에서 그는 각본과 연출, 그리고 안무를 맡았고, 모두 5편의 영화에 참여하였다. 그의 첫번째 영화 <Sweet Charity, 1969>는 이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재탄생되었고, 두번째 영화 <Cabaret, 1972>는 연출상을 비롯해 아카데미상 8개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다음 작품인 <Lenny, 1974>는 레니 브루스라는 사람의 자기 파멸적인 내용의 전기 영화였으며, <All That Jazz, 1979>에서 공동각본과 연출을 맡아 자신의 자서전적인 내용을 투영하였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아카데미상 4개 부문, 1980년 칸느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였다. 그의 마지막 영화작품인 <Star 80, 1980>은 살해당한 바람둥이 동료 도로시 스트래튼(Dorothy Stratten)에 대한 전기영화로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이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으며 소수 컬트 팬들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이후 포시는 스탠리 도넌의 영화 <The Little Prince, 1974>에서 인상적인 춤과 노래를 선보인 한편, <Thieves, 1977>이라는 로맨틱 코메디 영화에서는 조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1987년, 그는 60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포시의 안무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그는 <The Pajama Game, 1954>에서 안무의 주요요소로서 ‘기습’의 효과를 사용하기도 하였으며, <Redhead, 1959>에서는 5가지 다른 무용스타일, 그만의 재즈댄스, 캉캉, 집시 댄스, 행진, 영국의 옛날 무용관 스타일 이 포함된 최초의 발레장면을 선보였다. 그는 자신의 안무에 언외의 의미를 부여하고, 관객들의 주의를 조절하기 위해 조명을 이용하는 등 브로드웨이 안무세계에 공헌하였다. 그는 “그저 대사만 하기에는 감정이 너무 고조되었을 때, 노래를 한다. 그리고, 노래만 부르기에는 감정이 너무 강렬할 때, 춤을 추게 된다.”라고 믿었다.

 

뮤지컬 <All that jazz>는 밥 포시의 동명 뮤지컬 영화에서 소재를 인용, 한국적 버전으로 재창작해 SH아트홀, 충무아트홀과 용산문예회관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했고, 2010년 대학로 SH Art Hall 개관 작에서 출발해 2016년에 재공연이 이루어지고, 객석 점유율 100%의 기록을 세운 걸작 뮤지컬이다.

 

이 뮤지컬에는 귀에 익은 재즈송,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Sing sing sing, Like shadow, All that jazz 등의 노래와 함께 안무가 현란한 춤이 무대 위에 전개된다.

 

무대는 천정에 미러볼이 달려있고, 30여개의 첨단조명기기가 작동되면서, 배경 중앙에 커다란 문과 그 양쪽에 창문이 있고, 1m높이의 단이 무대좌우로 연결되고, 중앙의 계단이 있어 단 위로 오를 수 있게 되어있다. 무대 좌우 벽에 아치형의 통로가 두 개씩 나있고, 여섯 개의 문 형태의 직사각의 아크릴로 된 가리개 장면변화에 따라 이동배치하고, 인체 토르소 형태의 가슴부분 내부에 발광전구가 들어있는 조형물 여섯 개를 역시 장면에 따라 무대로 들여와 사용한다. 연주와 반주음악, 그리고 무곡은 녹음되어 사용되고, 음악에 맞춰 출연자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줄거리는 과거의 뛰어난 안무가이자 동료였고 사랑의 상대였던 남성이 이유 없이 행방을 감춘 후, 상대 여인은 출연을 그만두고, 기자신분으로 5년 뒤 뉴욕으로 성공한 안무가이자 과거의 연인이었던 당사자를 취재하러 간다. 현장에서 두 남녀는 재회하지만 남성의 냉랭함에 여인은 충격을 받는다. 과거 두 사람의 사랑이 한편의 꿈인 듯 회상장면 속에 펼쳐지고, 취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여인은 사랑의 상념을 접고 귀국을 결심한다. 그러나 상대남성은 5년 전 급작스런 차사고로 한쪽다리가 불구가 되었기에, 남성은 그러한 사실을 감추고 사랑하던 여인에게서 조용히 떠나간 것이라, 취재현장에서도 그 사실을 밝히지 않으려고, 여인에게 냉랭하게 대할 뿐 아니라 안무가를 좋아하는 여배우까지 늘 상 자리를 함께하도록 하기에, 여인은 깊은 실망에 쌓여, 영원한 이별을 결심하게 된다. 한편 두 사람의 사이를 잘 알고 이해하는 동료 안무가의 도움과 배려로 5년 만에 두 사람의 조우가 이루어졌으나, 자신의 불구를 상대에게 결코 알리지 않으려는 안무가의 행동에, 두 사람의 사이가 오히려 더 벌어지니, 동료 안무가는 귀국직전, 기자여인에게 찾아가 연습장으로의 방문을 권한다.

 

대단원에서 연습장을 예고 없이 방문한 여기자는 안무가의 불구의 사실을 알게 되고, 그가 소리 없이 자신에게서 떠난 이유가 진실한 사랑에 의한 배려였음이 밝혀지자, 여기자는 눈물을 쏟으며 오해를 풀고 상대 남을 깊게 포옹하며 절대 헤어지지 않기로 결심을 한다. 두 사람이 손을 마주잡고 무곡에 맞춰 중앙계단을 오르며 퇴장하는 장면에서 공연은 감동의 마무리를 한다.

 

조지훈, 지인규, 박성우가 주인공 안무가로 트리플 캐스팅되어 교대로 출연한다. 여주인공으로 권중영과 김서영이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하고, 강태석과 김기동이 동료 안무가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여주인공의 남성후배 역으로 심정완과 유성원이 역시 더블 캐스팅되고, 안무가의 새 애인 역을 하는 무용가로 채태인과 천은성이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고 훈, 김종남, 김석구, 이호연, 박승일, 김윤정, 이원선, 백지윤, 윤혜경, 김정연이 무용단원으로 출연한다. 쇼 뮤지컬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듯 출연자들의 춤 기량이 유난히 돋보이고, 아름답고 박진감 넘치는 재즈 송과 출연자들의 열창과 열연이 관객을 2시간동안 공연에 몰입하도록 만들어, 연극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한편의 걸작 뮤지컬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조연출 백지은, 안무감독 박성준, 음악감독 이유나, 편곡 하마밴드, 무대 권민희, 조명 곽두성, 음향 조형재, 분장 김하정, 의상 제이, 기획팀장 박영무, 포스터 강동성그래픽, 홍보 기획 컬쳐마인, 제작 SH아트홀(대표 권순명)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하나가 되어, 극단 제3무대의 밥 포시(Bob Fosse)원작, 권순명 프로듀서, 서병구 예술감독, 박승연 작 연출의 <Musical Shaw All that jazz>를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권장할만한 한편의 뮤지컬 쇼로 탄생시켰다.

5월 14일

 

6, 극단 사조와 가천대 길병원이 함께하는 연극 유승봉 프로듀서, 이상용 작 예술감독, 이재성 연출의 <사랑해요 당신>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극단 사조&가천대 길병원 유승봉 프로듀서, 이상용 작 예술감독, 이재성 연출의 <사랑해요 당신>을 관람했다.

 

<사랑해요 당신>은 알츠하이머 병, 다시 말해 치매와 관련된 연극이다.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AD)=Alzheimer disease)은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이며 75%의 치매 환자가 알츠하이머병이다. 현대 의학에서는 치료할 수 없는 질병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악화되며 결과적으로 죽음에 이른다. 1906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에 의해 알려졌다. 대부분의 경우 알츠하이머병은 65세가 넘어 발병하지만, 드물게 그 이전에 발병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70세 이상의 인구 중 약 21%가 치매 양상을 보이고, 이 중 63%가 알츠하이머 형 치매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질병의 특성은 개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나지만 일부 공통적인 증상을 가진다. 발병 초기에는 이름·날짜·장소와 같은 것들이 기억에서 사라지는 공통된 단기 기억 상실을 겪는다. 질병이 악화되면, 혼란, 격한 행동, 조울증, 언어장애, 장기 기억상실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신체기능이 상실되고, 치사에 이른다. 개개인마다 증상이 다르기 때문에 질병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알츠하이머병이 의심되면 보통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능력을 검사하는 진단이 행해지고 가능한 경우 뇌 검사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뇌신경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해도 완전히 확인될 때까지는 보통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진단이 내려지지 않은 채로 수년간 병이 진행될 수 있다. 발병할 경우 평균 기대 수명은 7년이며 3%미만이 진단 이후 14년을 넘긴다.

 

치매를 소재로 한 연극이 증가하고 있다. 2016년에는 국공립극단과 각 개별극단에서 공연된 치매 소재 연극이 20편이나 공연되었다. 국립극단에서는 다른 나라의 치매 작품 <아버지> <어머니>를 들여다 공연할 정도로 치매연극은 현재 한국연극의 대세를 이루는 느낌이다.

 

무대는 한 집의 거실이다. 상수쪽에 싱크대 조리대가 있고, 식탁과 의자가 있다. 중앙에 긴 안락의자와 받침대 위에 전화기가 놓였다. 하수 쪽 중앙에 흔들의자가 있다. 정면에 현관이 있는 것으로 설정되고, 현관 벽에 문을 여는 버튼이 달렸다. 상수 쪽 벽에 화장실로 들어가는 문과 내실로 들어가는 문이 있고, 하수 쪽 문을 나서면 화분이 잔뜩 놓인 테라스로 연결된다. 중간 막 대신 실크스크린을 설치해 극의 도입과 극 중간에 스크린을 올리고 내리며, 거기에 영상을 투사해 전원풍경이라든가, 커다랗고 둥근 보름달과 그 주변에 깜빡이는 수많은 별의 영상으로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키기도 한다. 후반에는 환자이동의자에 부인을 태우고 가는 교수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70대의 교수와 60대 후반의 부인이 연극을 펼쳐간다. 노부부는 자녀들과 떨어져 살고, 딸은 어려서 사고사를 당해 어머니의 회상장면을 통해 등장한다. 딸은 어리고 예쁜 모습으로 요정이나 유령처럼 극에 등장해 집안을 돌아다니지만, 산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아들은 노모의 치매소식에 달려와 등장한다. 훤칠한 모습에 진정성과 효성 심을 갖추고 있어 여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아들은 노모를 치매 요양원에 입원을 시키자고 부친에게 권하지만 노부는 완강히 반대를 하고 직접 돌보겠다고 한다. 실제로 70대 이상의 고령층에게는 나이든 부모를 산 속에 가져다 버리는 옛날 고려장 설화가 머릿속에 새겨져 있어, 치매 요양원에 부모를 입원시키면, 고려장을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치매요양원이나 노인 요양원을 가볼 생각도 않고, 힘이 들어도 직접 환자를 돌보고 병수발을 한다. 필자도 마찬가지로 치매환자인 노모를 4년 동안 직접 돌봐드렸는데, 은사가 입원한 요양원에를 방문하고 나서야 비로소 요양원이 좋다는 것을 알았으나, 이미 노모는 돌아가신 후였으니,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노교수의 부인 간병하는 모습이 관객의 안타까움 속에 펼쳐지고, 사랑하는 부인에게 지극정성으로 대하는 장면에서 객석 여기저기 손수건을 꺼내 눈으로 가져가는 관객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대단원에서 노교수가 밀고 다니는 환자이동의자에 앉은 노부인이 고요히 숨을 멈추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나지만, 객석에 불이 환하게 들어와도 관객은 일어날 줄을 모른다. 글썽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않고…..

 

연출을 한 이재성은 한국외대 독일어교육과, 同 대학원 독일어과에서 독일희곡 전공, 동국대 대학원 연극과에서 연출전공, 극단 {교극}.교사극단 {연극놀이}.극단 {제3무대} 연출, 現 서울 국악예고 음악연극과 학과장, 現 공연집단 ‘현’의 대표이자 상임연출이다.

 

연출작으로는 <춘풍의 처> <로미오와 줄리엣> <뮤지컬 죽은 시인의 사회> <주길남> 연출 -극단 제 3무대 25주년 기념공연,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창립 30주년 자선의 밤>, 타악 공연 <최종실의 打 > 연강홀 및 대만 화강 예술학교 초청공연, <주길남> -공연집단 ‘현’ 창단공연- 연출 <김영재교수 음악인생 40주년 기년공연> 연출 외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이순재와 정영숙이 노부부로 출연해 연기의 진수를 보이며 관객을 감동으로 이끌어 간다. 장용과 오미연이 노부부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문용현, 김동규, 서상원, 김민채, 문고운이 함께 출연해 호연과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무대디자인 임민, 영상디자인 이남훈, 조명디자인 김건영, 음향디자인 김성욱, 작곡 음악 황호준, 의상디자인 박정원, 분장디자인 임영희, 영상오퍼 김다윈 이다연, 조연출 전예정 류소연, 영상조연출 강지수, 영상기술 강지수 이상명 유지혜, 조명감독 김혜란, 음향감독 조현지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사조와 가천대 길병원이 함께하는 연극 유승봉 프로듀서, 이상용 작 예술감독, 이재성 연출의 <사랑해요 당신>을 연극성과 대중성을 갖춘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5월 16일

 

7,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윤성호 작, 이강욱 연출의 <누수공사>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김윤철 예술감독, 윤성호 작, 이강욱 연출의 <누수공사(漏水工事)>를 관람했다.

 

윤성호(1983~)는 작가 겸 연출가다. 故 윤영선 작가의 아드님이고 훤칠한 미남이다. <화학작용 선돌 편 1주차> <외계인들> <이방인>을 연출하고 <이런 꿈을 꾸었다> <안티고네>를 각색했다. 희곡으로는 <옥상 위 카우보이> <해맞이> <누수공사>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를 발표 공연한 기대되는 연극인이다.

 

이강욱(1984~)은 배우이자 연출가다.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출신으로 미남 연극인이다. <과학 하는 마음 숲의 심연> <무한동력> <템페스트> <말들의 무덤>에 출연하고, <드림타임>과 <누수공사>를 연출한 기대되는 연극인이다.

 

무대는 원룸 건물의 1실이다. 정면에 출입문, 하수 쪽에도 외부로 통하는 문이 있다. 방 가운데에 낮은 탁자가 있고 컴퓨터가 객석에 등을 보인 채 놓여있다. 상수 쪽에는 3단으로 된 옷걸이가 있어 옷이 차곡차곡 걸려있다. 공사를 하며 내는 공구소리, 휴대전화 소리, 문을 두드리는 소리, 누수공사에 필요한 공구와 호스, 쟁반에 담은 음료수와 컵, 중국집 배달음식, 양푼에 담은 미장도구, 트렁크에 담은 각종 우산 등 다향한 대소도구가 등장한다.

 

원고 마감 날이라 주인공은 독촉 휴대전화를 받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자 글쓰기를 하려는데, 문을 두드리며 말끔하게 차린 개신교 전도사 같은 인물이 등장해 설교하듯 하는 모습에, 주인공은 급히 해야 할 일이 있다며 문을 닫으며 돌려보낸다. 잠시 후 건물주라는 인물이 등장하고, 뒤이어 아래층에 산다는 인물이 비옷을 입고 등장한다. 걸친 비옷은 누수 때문에 입은 것으로 설정이 되고, 누수장소를 찾아내 보수공사를 하려는 인물 두 사람이 등장을 한다. 신을 벗고 들어와야 하는데도 모두들 신을 신은 채 들어오고, 원고마감 때문에 작업을 해야 할 급박한 상황이지만, 다른 등장인물들은 주인공의 일과는 상관없이, 주인공에게 아랑곳하지도 않고, 개개인의 일을 비좁은 방에서 공사작업과 함께 펼쳐가기 시작한다. 주인공의 다급한 상황과 계속 울리는 휴대전화소리와 원고독촉 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당나귀 귀에 찬송가를 부르는 격이나 마찬가지일 뿐이다. 잠시 후 주인공의 여자 친구인지 연인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붉은색 원피스를 착용한 미모의 여인이 등장을 해 중요한 일로 왔음을 알리지만, 주인공은 여인이 온 것조차도 반갑다기보다는 방해를 받는 듯싶은 태도를 보인다. 여인이 안타까워하며 돌아가고, 집주인은 쟁반에 주스를 받쳐 들고 등장을 하고, 비옷을 걸친 아래층 남자는 정신이 나간 사람인 듯한, 모습을 보이며 배회하듯 등장한다. 여기에 중국집 배달원이 음식을 잔뜩 가져와 쌓아놓고 가고, 보수공사를 맡은 사람들은 공사작업도구를 잔뜩 들여다 방에 늘어놓는다. 조금 뒤에 건물주가 커다란 양푼에 작업도구를 들고 들여다 놓고, 옷걸이에 걸린 옷들을 방바닥에 팽개치듯 옮겨놓고, 비닐 방바닥을 젖히고 작업을 펼친다. 이런 북새통에 주인공의 여자 친구가 다시 등장해 난잡한 방으로 들어와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 하지만, 주인공은 그 이야기가 귀에 들어올 리가 없으니, 여인은 다시 떠난다. 공사담당자가 누수장소를 찾다가 선을 잘 못 건드렸는지 정전이 되어 방안이 캄캄해진다. 어둠속에 회중전등을 켜서 작업이 계속되고, 암전 속에서 휴대전화의 벨이 계속 울리고, 인부 한 명이 전화를 받는다. 불이 다시 들어오면 누수지점을 제대로 찾아, 보수공사가 마무리되었음을 알린다. 그러자 이번에는 위층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실제로 공연장 천정에서 물이 샤워장처럼 떨어져 내린다. 공사담당자나 집주인 아래층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위층으로 달려 올라간다. 인부가 전화가 온 것을 알리며 위층으로 올라간다. 주인공이 다시 전화를 하니, 원고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상대의 답신이다. 결국 북새통에 원고를 못 보내게 되고, 결국 글이 게재가 되지 않게 되니, 고료는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 셈이다. 이때 여인이 등장해 주인공에게 내일이 자신의 결혼 날 임을 고백하고 떠나간다. 주인공의 처연해 하는 모습에 관객도 저마다 같은 심정이 된다.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주인공이 문을 열면, 처음에 등장했던 말끔한 정장차림의 전도사 풍의 인물이 다시 등장한다. 낙담한 주인공에게 교회에 나와 믿음을 가지라는 소리를 하겠거니 했더니, 이 인물은 여러 가지 제품이 든 우산 트렁크를 들고 등장해 우산을 하나하나 펼쳐 보이며 우산선전을 시작한다. 주인공은 문을 닫아버리고 안으로 돌아선다. 방안에 마냥 쏟아져 내리는 물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김은석, 권택기, 송재룡, 김보나, 박세정, 한기장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이 돋보여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무대 신승렬, 음악 음향 유옥선, 의상 김미나, 분장 김영아, 조연출 최성현 이재원, 초고수정 배삼식, 장면연출 고선웅, 움직임연구 장재키 등 스텝진과 지도위원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재)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윤성호 작, 이강욱 연출의 <누수공사(漏水工事)>를 작가의 창의력, 연출가의 기량, 출연자의 연기력이 조화를 이룬, 연극성, 작품성, 대중성을 골고루 갖춘 걸작연극의 탄생이라 평하겠다.

5월 17일

 

8, 종로 아이들 극장 개관1주년기념 아시테지한국본부 김숙희 예술감독, 안데르센 원작, 김세한 재창작, 한태숙 연출의 <엄마 이야기>

 

종로 아이들 극장에서 아시테지한국본부 김숙희 예술감독, 한스 안데르센 원작, 김세한 재창작, 한태숙 연출의 <엄마 이야기>를 관람했다.

 

김숙희 신임 아이들 극장 예술감독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이사장으로 어린이문화예술학교를 창립하는 등 국내 아동청소년극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한국교육연극학회 회장으로도 활동했다.

 

재창작을 한 김세한(1989~)은 공연기획사 아이디서포터즈와 협동조합 프로시니엄 대표이사로 2013년 “백돌비가”로 벽산희곡상 수상, “외판원이 가지고 간 것은 조그만 이야기 하나였다”로 청춘 단막극장 당선, 2016년 “니 애비의 볼레로”로 윤대성 희곡상에 당선된 발전적인 앞날이 기대되는 작가다. 뮤지컬 “원이 엄마”를 발표 공연했다.

 

한태숙은 <하나코> <단테의 신곡> <레이디 맥베스> <안티고네> <장화홍련> <아워 타운> <오이디푸스> <있었다> <유리동물원> <서안화차> <꼽추 리차드 3세> <배장화 배홍련>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 <고양이 늪> <광해유감> <네바다로 간다> <짐> <도살장의 시간> <맹목>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하고, 1999년 한국연급협회 주최 ‘우수공연 베스트5’ 연출상. 영화연극상. <나운규>, 2001년 <배장화 배홍련>, ‘우수공연 베스트 5’ 2004년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무대미술상. 김상열연극상 ‘평론가 베스트 5’, ‘우수공연 베스트3’ 등 예술의 전당 정통연극시리즈 <꼽추, 리차드 3세> 2005년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 <고양이 늪>, 한국여자연출가협회상, 제1회 여성연극인협회상, 우수공연 베스트 7, 평론가 베스트3, 김상열 연극상, 이해랑 연극상 등을 수상한 미모의 작가 겸 연출가로 극단 물리의 대표다.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1875)은 덴마크 출생의 소설가, 극작가, 동화작가다.

 

그의 시와 소설과 동화는 15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었다. 그가 쓴 작품은 여러 영화, 연극, 발레, 애니메이션이 탄생하는 데 필요한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 안데르센은 덴마크의 오덴세에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안데르센의 집안은 할머니가 병원에서 청소부로 일할 정도로 가난하여, 안데르센의 성장과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독실한 루터교회 신자인 어머니는 안데르센에게 예수를 공경하는 순수한 개신교 신앙을 심어주었고, 아버지는 인형극과 독서를 통해 어린 그에게 옛날이야기와 <아라비안 나이트>를 자주 들려주며 상상력과 교양을 심어주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가장의 자리가 비게 되자 안데르센은 어린나이에 공장에서 일하고, 어머니는 빨래를 대신해주는 일을 했다.

 

1819년에는 연극배우의 꿈을 품고 코펜하겐으로 갔으나, 변성기 이후 목소리가 탁해지면서 꿈을 접어야 했다. 더구나 가난 때문에 정규교육을 받지 못해서 문법과 맞춤법이 엉망인 그의 연극대본은 극단에서 반송되었기에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극심한 마음의 고통에 시달렸다. 다행히 그의 작가로서의 재능을 알아본 국회의원 요나스 콜린의 후원으로 라틴어 학교에 입학했으나, 안데르센이 시를 쓰는 것을 싫어하는 교장과의 갈등 때문에, 5년 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1828년 코펜하겐 대학교에 입학하였다. 몇 편의 희곡, 소설을 쓰면서 작가로서의 재능을 드러낸 안데르센은 《즉흥시인》(1834년작)으로 문학계의 호평을 받았다. 1835년부터 본격적인 동화 저작에 들어갔는데, 어른들도 읽을 정도로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일부 문학 비평가들은 “《즉흥시인》을 쓸 정도로 뛰어난 작가가 어린이를 속이는 이야기나 쓴다.”는 가혹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1872년까지 발표한 총 160여편의 동화 작품은 모두 유명해져서 연금수령, 안데르센의 그림이 들어간 우표 발행이라는 영광을 누렸다. 62세 때 그는 고향 오덴세의 명예 시민으로 받들어졌으며, 그가 1875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장례식에는 덴마크 국왕과 왕비가 참석하였다.

 

동화극 <엄마 이야기>는 한 아이의 죽음과 모성애를 그린 연극이다. 저승사자 격인 백발의 노파가 아이를 죽음의 세계로 인도해 가면서 지하도처럼 생긴 동굴이 죽음의 길로 설정된다. 동굴 입구에는 가시나무가 있는 커다란 구멍, 사나운 개가 있는 땅굴, 굴속의 여자괴물, 죽음의 길로 건너는 호수, 커다란 물고기, 늙고 추한 모습의 죽음으로 가는 길목을 지키는 괴물, 죽음의 땅에 피어있는 꽃밭이 조성되어 있다. 눈보라가 치는 영상이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나이 어려 뵈는 배우가 아이 역할을 하다가 인형으로 아이를 대체시키고 인형놀이처럼 움직임을 연출해 낸다. 장면변화에 따라 아이 엄마가 부르는 노래, 저승사자가 부르는 노래가 구성지다. 절박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모성의 힘을 예찬하게 된다

 

죽음의 사자가 찾아와 아이를 데려가 버리고, 어머니는 절박한 마음으로 아이를 찾아 나선다. 죽음의 사자를 찾아 나선 어머니의 여정은 동화나라에 어울리는 모습이다. 아이에게 들려준 자장가를 한 곡도 남김없이 모두 불러달라는 ‘밤’의 여신, 자신을 품에 안아 따뜻하게 해달라는 ‘가시나무’, 밝게 빛나는 어머니의 두 눈을 요구하는 ‘커다란 호수’, 검고 긴 아름다운 머리칼을 자신의 흰머리와 바꾸자는 ‘온실의 할멈’, 저승길목을 지키는 늙고 추한 문지기에게 젊음까지 내어주며, 어머니는 아이를 찾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다 던져버린다. 백발에 눈먼 장님이 되어서까지 자식을 찾겠다는 모성애는 어린 관객 뿐 아니라 나이든 관객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고, 대단원에서 마지막으로 상봉한 자식을 영원한 죽음의 길로 떠나보내며 눈물을 펑펑 흘리는 어미니의 모습에 객석은 크고 작은 울음바다가 된다.

 

박정자가 죽음의 여신으로 등장해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전현아가 어머니로 출연해 초저녁별 같은 아름다운 눈동자에 폭포수 같은 눈물을 흘리는 감성연기로 관객을 감동과 눈물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김성우가 아들 역과 가시나무 역을 맡아 성격창출은 물론 호연을 보이고 인형놀이를 완벽하게 해내 갈채를 받는다. 이지혜가 괴물물고기로 출연해 역시 호연과 성격창출로 갈채를 받는다. 허웅이 저승 문지기로 출연해 괴위한 성격설정과 호연으로 역시 갈채를 받는다. 사나운 개로 이정국이 출연해 실제 개와 방불한 연기로 갈채를 받는다.

 

무대디자인 박은혜, 조명디자인 김창기, 의상디자인 이진희, 분장디자인 백지영, 오브제 인형 이지형, 음악 음향 지미세르, 움직임 손영민, 영상디자인 김장연, 조연출 강소ㅢ 근종천, 무대디자인보 오정은, 조명디자인보 정유석, 으상디자인보 송창희, 무대제작 필립 백경범 최윤석 김슬기 전용진, 분장 QUI make up studio 김정연 임이윤, 오브제 제작 정김소리 이송이 손재린, 음악 첼로 송지은 보컬코치 김경민, 스패프 음향오퍼 임연명, 조명오퍼 김용광, 조명크루 윤의선 정병훈, 무대크루 초종현, 포스터일러스트 조선경, 공연사진 장제훈 옥상훈, 홍보마케팅 스토리피, 홍보물디자인 브랜드먼트 메가 브랜드, 영상디자인 ㈜메이트 마루미디어, MD제작 썸북스, 헤어협찬 라뷰티코아 서초점 북하우스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일치되어, 종로문화재단, 아시테지한국본부, SBS, 쇼플레이의 김숙희 예술감독, 한스 안데르센 원작, 김세한 재창작, 한태숙 연출의 <엄마 이야기>를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보고 즐길 수 있는 감동만점의 동화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5월 19일

 

9,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아서 밀러 원작, 김현탁 창안 연출의 <세일즈맨의 죽음>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아서 밀러(Arthur Miller) 원작, 김현탁 창안 연출의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 man)>을 관람했다.

 

아서 밀러(Arthur Miller, 1915~2005) 작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 man)>은 시대적 배경인 20세기 중엽의 미국의 서민가정의 생활과 모습을 그렸지만, 21세기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부합된다.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 man)은 1949년 2월에 커밋 블룸가든(Kermit Bloomgarden) 제작과 엘리아 카잔(Elia Kazan) 연출로 뉴욕 브로드웨이의 모르스코 씨어터(Morosco Theatre)에서 초연되었다. 아버지인 윌리 로만(Willy Loman)은 명배우 리 제이 콥(Lee J. Cobb), 어머니 린다(Linda) 역으로는 밀드렛 던넉(Mildred Dunnock), 큰아들 비프(Biff) 역에 역시 명배우 아서 케네디(Arthur Kennedy), 막내 해피(Happy) 역에는 카메론 미첼(Cameron Mitchell)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고 최우수 연극상인 토니 상(Tony Award)과 퓨릿처 상(Pulitzer Prize), 그리고 뉴욕 연극비평가단체상 등을 수상했다.

 

그 후 여배우 제인 맨스필드(Jayne Mansfield)에 의해 1954년 10월 텍사스의 달라스(Dallas)에서 재공연 역시 성공을 거두자 파라마운트 영화사(Paramount Pictures)에서 흑백영화시절인 1951년 라즐로 베네데크(Laszlo Benedek) 감독과 명배우 프레데릭 마치, 밀드레드 더녹, 케빈 맥카시, 캐머런 미첼 등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었다.

 

우리나라에는 1985년에 미국과 서독 합작영화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 더스틴 호프만, 케이트 레이드, 존 말코비치, 스티븐 랭이 출연한 <세일즈맨의 죽음>도 상영되었다.

 

기왕에 아서 밀러(Arthur Miller)를 좀 더 소개하면, 그는 소년시절에 몰아닥친 대 불황으로 고등학교를 나온 후 접시 닦기, 급사, 운전기사 등을 하다가 늦게 미시간대학교 연극과를 졸업했다.

 

2차 세계대전 중의 군수산업의 경영자와 아들의 갈등을 다룬, 전쟁 비판적인 심리극 <모두가 나의 아들 (All My Sons)>(1947)을 써서 비평가 및 일반 관객의 절찬을 받았고, <세일즈맨의 죽음 (Death of a Salesman)>(1949)으로 퓰리처상 및 비평가 단체상을 받고, 브로드웨이에서 2년간의 장기공연에 성공했다.

 

그 후 아서 밀러(Arthur Miller)의 <시련 The Crucible>(1953)에서는 리얼리즘의 수법을 버리고, 17세기 뉴잉글랜드에서의 마녀재판(魔女裁判)을 주제로, 그 당시 전 미국을 휩쓸었던 매카시 선풍을 풍유(諷喩)했다. 그 후 여배우 마릴린 먼로와 결혼을 했으나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은밀히 먼로를 유혹하니, 결혼 5년 만에 그녀와 이혼했다(1960). <다리 위에서의 조망 A View from the Bridge>(1955, 퓰리처상 수상)과 마릴린 먼로를 모델로 한 <전락(轉落) 후에 After the Fall>(1964) 등의 희곡과 소설을 썼고, 라디오 드라마와 평론 등을 쓰다가 2005년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아서 밀러(Arthur Miller)는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 손톤 와일더(Thornton Wilder) 등과 함께 미국의 연극발전에 크게 이바지했으며, 그의 희곡 대부분이 미국인의 서민생활을 주제로 한 점에서 큰 공감대를 형성시켰고 작품마다 성공작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화섭 역으로 ‘테라트르 리이블'(1953. 12), ‘신협'(1957. 1), ‘드라마센터'(1962. 11) 등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2015년 현재까지 각 극단의 공연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 연극계에서 김현탁이라는 이름에는 언제나 ‘파격’ 혹은 ‘전위’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김현탁이 이끄는 극단 성북동비둘기는 <김현탁의 산불> <메데아 온 미디어><세일즈맨의 죽음> <헤다 가블러> <하녀들> <김현탁의 햄릿> <오셀로> <열녀 춘향> <자전거> <망루의 햄릿> 등 국내외 고전명작들을 도발적인 시선과 날카로운 감각으로 재구성한 무대들을 선보여 왔다.

 

김현탁이 창안 연출한 <세일즈맨의 죽음>은 1시간 동안 주인공 윌리 로만이 러닝머신을 타고 달리며 세일즈맨의 고달픈 역정을 연기한다. 성북동비둘기 소극장에서의 초연과는 달리, 이번에는 가로놓인 러닝머신 양쪽에 객석을 배치했다. 바퀴달린 안락의자와 철제 다리가 달린 원형의자를 승용차로 설정해 출연자가 밀면서 등장하고, 헬멧을 쓴 사이클 선수단이 러닝머신 곁을 지나간다. 야간에는 헤드라이트를 밝힌 자동차 행렬이 이어지고, 기계체조 선수의 텀블링 채와 매트가 러닝머신 앞뒤로 깔려 출연자가 회전을 해 뛰어넘는다. 20세기 초 미국을 풍미하던 재즈 선율과 노래, 열정적인 탱고 무곡, 환상적인 합창곡이 배경음악으로 흐르면서 미녀배우들의 현란한 춤이 펼쳐진다. 아버지에게 불만을 털어놓는 큰아들 비프가 러닝머신 앞과 뒤에서 큰소리로 외치고, 이와는 반대로 가냘프게 보이지만 강철보다 건강한 로만의 부인은 항상 남편을 감싼다. 이웃집 찰리와 큰 아버지가 백색의상에 가면을 쓰고 등장을 하고. 로만이 세일즈를 하며 바람을 피우는 상대 여인은 무희나 요정처럼 등장을 한다. 이 모든 극적 전개가 러닝머신 위를 달리기 시작하며 온통 땀범벅, 땀투성이가 된 윌리 로만이 대단원에서 2만 5천불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자결할 때 까지 계속된다. 대단원은 죽은 윌리 로만을 부인과 두 아들이 일으켜 세우고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진성이 윌리 로만으로 출연해 온몸을 땀으로 적시며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그야말로 열연을 펼쳐 갈채를 받는다. 김미옥이 부인으로 출연해 무용가보다 더 뛰어난 춤 솜씨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김명섭이 비프로 출연해 역시 호연과 열연으로 깊은 인상을 심는다. 성석주, 이헌일, 김민성, Anupam Tripathi, 이송희, 허 솔, 권숙영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율동과 텀블링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기술감독 서지원, 조명디자인 이주환, 영상 이창환, 사진 김철성, 기획 지대현, 조연출 최은지 등 스탭 진의 기량이 극에 드러나,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아서 밀러(Arthur Miller) 원작, 김현탁 창안 연출의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 man)>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해도 각광을 받을 창아기발(創雅奇拔)한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5월 20일

 

10, 군 사망사고 유족과 함께 하는 다음 스토리펀딩 연극 고상만 작, 박장렬 연출의 <이등병의 엄마>

 

예술공간 오르다에서 군 사망사고 유족과 함께하는 다음 스토리펀딩 연극 고상만 작, 박장렬 연출의 <이등병의 어머니>를 관람했다.

 

고상만은 1970년 경기도 판교에서 태어났다. 1989년 대학 입학 후 광주민주항쟁을 비롯해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알게 되면서 학생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던 1990년 3월, 함께 학생운동을 하던 김용갑이 부패한 사학재단과 맞서다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다가 이듬해 3월 구속된다. 이때 구치소로 이송되는 버스 안에서 ‘사회적 약자에게 힘이 되는’ 인권운동가로 살 것을 결심하게 된다. 이후 1992년 ‘유서대필 조작 강기훈 무죄석방 공대위’를 시작으로 1993년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1994년 ‘전국연합 인권위원회’, 1998년 ‘천주교 인권위원회’, 1999년 ‘인권연대’, 2000년 ‘반부패국민연대’ 등에서 직업운동가로 일해왔다. 한편 1998년에는 ‘판문점 김훈 중위 의문사 국방부 특별합동조사단’ 자문위원으로, 이후 2002년 ‘대통령소속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와 2006년 ‘대통령소속 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에서는 조사관으로 일했다. 2010년부터는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육 비리 근절’을 위해 감사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젊은 인권운동가가 쓴 인권 현장 이…야기 – 니가 뭔데』(2003)와 『그날 공동경비구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2011) 외 다수의 공저가 있다. 2006년 ‘국무총리소속 민주화운동 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로부터 ‘민주화운동 관련자 결정’을 받았고, 2011년에는 ‘오마이뉴스’에서 ‘2월 22일상’ 외 다수의 상을 받기도 했다.

 

박장렬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출신으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3기 동인, 연극집단 반 창단 대표 및 상임연출이다. 서울연극협회 3, 4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 영상대 출강, 우석대학교 연극과, 인천 전문대학교에 출강하고, 100만원 연극공동체’ 위원장, 사랑티켓 심의위원, 공연예술아카데미총동문회 5대회장이다. 서울문화재단 비상임 이사, 현 극장나무협동조합 이사장, 2017년 서울시 문화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미씽 미쓰리> <집을 떠나며> <나무 물고기> <이혈> <신발 뜨겁고 격렬한 인생> <귀뚜라미가 온다> <72시간> <유형지> <미리내> <달하> <레미제라블> 등을 집필 또는 연출했다.

 

군에 입대한 아들이 원인불명의 죽음을 당한 후 자살자로 처리된 병사의 유족이 모여 국방부와 법무부에 진상규명을 해 달라고 공동 제작한 연극이 <이등병의 엄마>다.

 

실제 최초의 사건의 발단은 1998년 2월24일, 판문점 경비중대 소대장이던 김훈 중위의 사망사건이다. 김훈 중위는 근무 중이던 전방 241GP에서 싸늘한 권총 사망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현장에 수사관도 도착하기 전에 이 사건은 언론에 자살로 전파된 채 묻힐 것을 강요당했다. 이튿날이 16대 대통령 취임식인데다 사고 부대의 지휘 책임자가 새로 들어설 DJ정부의 신임 육군참모총장으로 내정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었다는 점에 이 사건이 서둘러 억지 자살로 처리되는 비극은 잉태돼 있었다.

 

김훈 중위의 부친인 1군 사령관 김 척 장군은 9개월 동안 군부대가 감추고자 하는 아들 김 훈 중위 타살의 배경과 현장에서 발견된 결정적 타살 정황 증거들, 증인들을 찾아내 군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 증거로는 왼손잡이인 김훈 중위의 왼손에서는 화약 흔이 검출되지 않고 오른손에서 검출된 점(방어흔적), 사망 현장의 크레모아스위치 박스가 부서져 나가있었고 김중위 손목시계 유리가 깨져있었던 점(외부자 침입 및 격투흔적), 김중위 사체의 두정부에 혈종이 있었던 점(외부자 가격 흔적)등이었다.

 

그러나 부실한 초동 수사를 거쳐 억지로 자살로 꿰맞춘 당시의 군 헌병대와 형식적 재수사를 담당한 육군 고등 검찰 부는 이런 내용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 한번 하지 않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자살’이라는 결론을 되풀이했다. 결국 그해 12월 시사저널은 그동안 온갖 신변위협을 무릅쓰고 김 척 장군과 공조해 조사한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했다. 당시 시사저널 보도는 판문점 김중위 사망 부대에 일부 소대원들이 북한 적 공조와 내통해 야음을 틈타 북한을 오간 충격적 군기 문란이 자리했고, 신임 소대장인 김중위가 이를 척결하기 위해 고심하는 과정에서 부대 내 몇몇 용의자에 의해 권총을 머리에 맞고 자살로 위장 처리되었다는 정황과 증인 및 증거들을 공개하며 원점에서 재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이 보도 내용은 며칠 후 고스란히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비공개 조사를 거쳐 똑같은 내용으로 언론에 공표되었다. 김훈 중위 사망사건을 둘러싸고 충격적 내용들이 시사저널에 보도되자 국내의 모든 언론은 1주일 이상 판문점 군기문란과 김훈 중위 타살 의혹사건을 대서특필했다. 결국 정부는 당시 판문점 군기문란 실상을 자인하고 경비 체제를 개편을 약속했다. 또 김훈 중위 사망사건을 비롯해 80년대 이후 군대에서 한해에 4백 여 건 씩 발생한 의문사에 대해 전면 재조사하겠다고 국민에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결성된 국방부 특조단이 6개월 동안 사건을 붙들고 있다가 내린 조사 결론도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판문점 군기문란만 시인한 뒤 김 훈 중위 사건 결론은 그대로 고수한 것이다. 김훈 중위 사건의 진실이 뒤집히면 당시 국방 수뇌부는 부실 수사는 물론 사건 은폐 책임마저 져야 할 상황이었다. 또 군 법무조직이 죽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군부 내 위기의식이 컸다. 이런 군부가 ‘자살’결론을 고수하는 것은 당연했다.

 

나란히 육사 선후배이기도 한 김 척 장군과 김훈 중위 부자가 국방에 헌신한 기간을 합치면 36년이 넘는다. 그러나 군과 정부는 두 군인 부자의 명예를 철저히 짓밟은 것은 물론 유가족에게 20년간 ‘단잠’과 ‘단밥’마저 빼앗았다. 흔히들 세월이 흐르면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만 김 척 장군 부부에게 그 말은 당치 않다.

 

명동성당에서 열린 김훈 중위 추도식에서 김 척 퇴역장군은 위로 차 참석한 수많은 군대 의문사 가족들을 상대로 이렇게 연설했다.

 

“내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진다고 해서 그 아이가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밝혀서 다른 수많은 아들들의 군대 내 억울한 죽음을 막고, 내 아들의 명예 뿐 아니라, 다른 모든 군대 내 사망자들의 명예도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오늘까지 힘을 내고 있습니다.”

 

<이등병의 엄마>의 무대는 이등병 정호의 집, 병영, 지하벙커, 시체안치소, 어머니들 모이는 장소로 구분되어 사용된다.

 

연극은 활기차고 행복한 정호의 가정에서 시작된다. 명랑한 성격의 아버지, 자애로운 어머니, 예쁜 누이동생이 등장하고, 정호가 군에 입대하는 걸 당연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어머니는 잘 갔다 오라며 정호를 포옹한다. 배웅을 하는 어머니에게 어머니들 모임에서 전단을 배포하지만 어머니는 무심하게 외면한다.

 

훈련소 생활을 마친 정호의 병영에서의 모습이 펼쳐진다. 늘 상 되풀이 되듯 신참에 대한 상급자의 기합이 시작이 되고, 꼬투리를 잡은 상사가 지하벙커로 정호를 데려가 구타한다. 돌연 전기선이 합쳐졌을 때 나는 소음과 함께 정호의 비명이 들린다.

 

장면이 바뀌면 정호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휴대전화를 받는다. 무척 놀라는 모습으로 전화를 받고 힘없이 내려놓는다. 군에서는 정호가 자살한 것으로 통고가 된다.

 

장면전환이 되면 시체안치소에 어머니가 등장해 덮은 천을 들쳐 정호를 들여다본다. 만장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시체는 관에 실려 곧바로 화장 처리된다. 그런데 정호가 휴가 직전 집으로 보낸 편지가 문제가 된다. 편지내용에는 자살과 관련된 언급이 전혀 없다. 어머니는 정호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혀달라고 군부대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정호와 마지막에 함께 있었던 상사와 대면을 하지만, 바른 소리를 할 리가 없다.

 

한번 자살자로 처리되면 군에서는 번복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자살자로 처리되면 현충원에 안장될 수도 없다. 정호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어머니들 모임에 합류한다. 어머니들은 정호 어머니를 받아들인다. 국방부와 법무부로 달여간 어머니들이 시위하는 모습이 전개된다. 까닭을 모를 죽음으로 자살자로 처리된 아들의 어머니들, 어머니들의 모임과 시위는 오늘도 내일도 계속되지만 안타깝게도 해결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김담희가 이등병의 어머니로 출연해 혼신의 열정으로 연기한다. 맹봉학과 박찬국이 아버지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이등병 정호를 김 천이 출연해 어머니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주선하가 예쁜 누이동생으로 출연해 역시 호연을 보인다. 유족단 대표로 권남희와 김지은이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해 열연을 펼친다. 권기대가 유족단체 총무로 출연해 역시 열연을 편다. 정종훈, 진종민, 최지환, 이재영, 김대현이 수사관, 상병, 초병으고 출연해 호연을 보여 갈채를 받는다. 특별출연으로 박현애, 서은심, 박영순, 노행임, 김순복, 박윤자, 임기순, 김정숙, 강삼순 등 유족모임 어머니들이 출연해 혼신의 열정으로 연기해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예술감독 맹봉학, 기획PD 김 현, 작곡 음악감독 박진규, 피아노 연주 이지은, 해금연주 양이다금, 무대 정대원, 조명 김철희, 의상 양재영, 영상 목수김씨, 조연출 서이주, 무대감독 최지환, 뉴스나레이터 김수연 등 스텝 진의 열정과 노력이 합하여, 군 사망사고 유족과 함께하는 다음 스토리펀딩 연극 고상만 작, 박장렬 연출의 <이등병의 어머니>를 관객의 공감대가 형성된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5월 20일

 

11, 제의와 놀이 KOTTI & 극단 집현의 김태수 작, 이상희 연출의 <미스터 옹을 찾아라!>

 

대학로 여우별 씨어터에서 제의와 놀이 KOTTI, 극단 집현의 김태수 작, 이상희 연출의 <미스터 옹을 찾아라!>를 관람했다.

 

김태수는 대전출생으로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 대학원 PR광고학과 출신의 극작가로 한국희곡작가협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 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 교수다. 대전일보 신춘문예에서 희곡 ‘파멸’이 당선되면서 극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대표작으로는 <베아트리체는 순수의 시대로 떠났다>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땅 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칼맨> <홍어> 그 외의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최근 공연된 작품으로는 2012 연극 <인물실록 봉달수>, 뮤지컬 <울지마 톤즈> 2013 연극 <미스터 옹을 찾아라>, <바리야 청산 가자>,<일지춘심을 두견이 알>, <트라우마 in 인조>, <나의 숲은 푸르렀다> 2013-14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 등 다수다.

 

연출을 한 이상희는 KOTTI대표 겸 연출가이자 배우로 중요무형문화재 제90호 황해도평산소놀음굿 전수교육조교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 전통예술의 현대적수용을 목표로 공연예술 창작. 한국 문화의 정체성과 독창성을 뿌리로 창작극의 개발. 해외연극의 한국적수용 작품 제작. 넌 버벌 퍼포먼스 제작. 글로벌 문화콘텐츠로 육성하여 국제교류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연출작으로는 연극 <운현궁에 노을지다> <날짜변경선> <트라우마 IN 인조> <바리 세상 밖으로> <미스터 옹을 찾아라> <리어왕> <맥베스> <햄릿 코리아> <메데아> <왕에게> <한여름 밤의 꿈> <골생원> <햄릿> <애랑야곡> <황진이 신곡> <산시> <광대 이야기> <북치고 장고치고> <무하유지향-호질> <배비장전> <낙상매> <엄마의 하늘> <장릉의 지문>, 전통연희공 연출로는 <리츄얼 굿 퍼포먼스 ‘Korean Shamanist Prayer for Wish-Fulfillment’> <전통타악 퍼포먼스-아라리 아라리요> <창작탈놀이-강 건너 언덕 저편에> <풍요와 다산의 기원-평산소놀이> <황해도 굿-하직 굿> <타악퍼포먼스-소원성취 발원이요> 등이 있고, 무용연출은 < 쉿, 탈들이 온다> <정조의 트라우마 장용영, 춤의 칼> 등이 있다.

 

해외 공연 활동으로는 미국, 체코, 이탈리아, 스페인, 몽골, 태국, 중국, 멕시코, 프랑스, 영국, 터키, 헝가리, 세르비아, 포루투칼, 카자흐스탄 등에서 세계민속축제 공식초청공연을 했다.

 

수상경력은 이탈리아 시실리 아그리젠토 제51회 CIOFF 세계민속축전 20개국경연 1위, 이탈리아 고리지아 제37회 CIOFF 세계민속축전 전통악기상, 제4회 고마나루전국향토연극제 대상, 제3회 대한민국전통연희축제 예술감독상, 제28회 인천항구연극제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제8회 고마나루전국향토연극제 대상, 연출상, 제24회 거창국제연극제 단체상 거창 연극상, 인천광역시장상 무형문화재공로상을 수상했다.

 

<미스터 옹을 찾아라!>는 <옹고집전>을 변형시킨 연극이다. <옹고집전(壅固執傳)>은 조선 시대에 쓰여진 작자 미상의 소설로 1권 1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판소리 열두 마당 가운데 하나인 <옹고집타령>은 이 소설을 판소리로 제작한 것이지만 현재는 전하지 않는다. 목판본이나 활자본은 전하지 않으며 1950년 김삼불(金三不)이 국문(한국어) 필사본을 책으로 간행한 국제문화관본(國際文化館本)이 전한다. 그 외에 최래옥본(崔來沃本), 강전섭본(姜鈿燮本), 김동욱본(金東旭本) 등의 필사본이 전한다.

 

줄거리를 요약하면, 옛날 옹정, 옹연(雍井, 雍淵)에 위치한 마을인 옹진(雍眞)골 옹당촌(雍堂村)에 옹고집이라는 남자가 살고 있었다. 옹고집은 인색한 성격과 고약한 성격을 갖고 있었으며 고집이 세고 심술이 사나운 사람이었다. 이 때문에 옹고집은 자신의 노모(老母), 머슴, 일꾼을 박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 날 월출봉 비치암에 사는 도사가 학 대사(鶴大師)라는 승려에게 옹고집을 질책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학 대사를 옹고집이 사는 집으로 보낸다. 그렇지만 학 대사는 옹고집의 하인한테 매만 맞고 사찰로 돌아오게 된다. 이에 분노한 도사는 짚을 이용해서 허수아비를 만들었고 허수아비에 부적을 붙였더니 허수아비가 가짜 옹고집으로 변하게 된다.

 

가짜 옹고집은 진짜 옹고집이 살던 집에 들어간 뒤부터 자신이 진짜 옹고집이라고 주장했다. 옹고집의 아내와 자식 또한 누가 진짜 옹고집인지 알지 못했다. 진짜 옹고집과 가짜 옹고집은 자신이 진짜 옹고집이라면서 관가에 송사를 제기했다. 송사에서 패배한 진짜 옹고집은 관가에서 곤장을 맞으면서 마을 밖으로 쫓겨났고 며칠 동안 걸식을 하게 된다.

 

진짜 옹고집은 자신의 삶을 비관하여 자살을 시도했지만 월출봉 비치암에 사는 도사에 의해 구출되었다. 도사로부터 부적을 받은 진짜 옹고집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서 부적을 던졌고 가짜 옹고집은 다시 허수아비로 변하게 된다. 진짜 옹고집은 자신의 삶을 참회한 뒤부터 독실한 불교 신자로 살게 된다.

 

<미스터 옹을 찾아라!>는 우리의 고전 옹고집전을 원전으로 한 작품이나 대략의 줄거리만을 차용했을 뿐 그 안에 현대적인 감각과 첨예한 논쟁거리를 퓨전으로 가미하여 수백 년의 시공간을 하나로 아우르고 더불어 유쾌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아 원래의 고전이 표현하고자 했던 개념을 현재의 관점으로 바꾼 연극이다.

 

즉 욕심 많은 옹고집을 혼내주기 위해 승려가 도술을 부려 똑같은 옹고집을 만들어 투입한다는 원전의 권선징악적인 설정을 배제하고, 대신 조선시대 바이오 계의 천재박사 황 보를 등장시켜 생명공학 적 결정체인 인간복제에 성공하게 함으로서 똑같은 유전형질을 가진 두 사람의 근원적인 갈등을 통해 생명복제의 문제를 정면으로 대립시킨 것으로 고전의 향기에 현대의 메시지를 적극 부여한다. 그러면서 당연히 맞닥뜨리게 되는 생명에 대한 존재론적 대립과 갈등, 가치, 인간경시 외에도 자연스럽게 유발되는 웃음과 연민 등 새롭고 흥미로운 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새 생명연구센터의 황보 박사는 배아줄기세포의 연구비 후원을 부탁하기 위해 욕심 많고 돈 많은 옹고집의 집에 제자 우륵을 보낸다. 그렇지만 옹고집은 어처구니없는 요설로 돈을 뺏으러 왔다는 억측을 써서 우륵의 뼈가 부러지도록 흠씬 두들겨 패고 만다. 이에 격분한 황보 박사는 옹고집을 응징하기 위해 혈액을 채취해 DNA를 뽑아내고는 은밀히 줄기세포를 통해 똑같은 복제 옹고집을 만들어내는데…

 

한 집에서 맞닥뜨린 두 옹고집.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면서 진짜 옹고집을 찾는 일대 소동이 벌어진다. 하지만 복제된 옹고집이 진짜라는 판결을 받고 본래의 옹고집은 집에서 쫓겨난다. 그러자 진짜 옹고집은 밤마다 울며 몰래 자기 집 주변을 엿보는데 자기와 똑같이 행동하는 복제 옹고집의 행태가 가관이고 흉포하여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결국 재판과정을 통해 자기가 진짜임을 증명한 옹고집은 복제 옹고집을 용서하고 황보 박사 역시 자기의 탐욕이 또 하나의 괴물을 만들었음을 고백하며 용서와 상생을 통해 새로운 삶을 제시하게 된다.

 

무대는 기다란 식탁형태의 조형물 세 개를 배경 가까이 배치하고, 그 앞에 무대 좌우에 글자로 보이는 문양이 들어간 가리개 놓았다. 중앙에는 낮은 의자도 놓여있다. 무대 상수와 하수에는 로봇형태의 조형물이 서있고, 천정에는 거대한 나비형태의 조형물을 매달아 놓았다. 식탁형태의 조형물과 가리개와 의자는 장면변화에 따라 이동 배치된다. 정면과 벽좌우에는 아름다운 문양이 수를 놓은 것처럼 들어간 천을 늘어뜨리고, 무대 하수 쪽에 연주석이 있어 꽹과리 장구 북 같은 타악기를 연주하도록 했고, 출연자들이 꽹과리나 소북을 두드리며 동 선에 따라 움직이며 연주하기도 한다. 장면은 미스터 옹의 저택, 법정, 황 보 박사의 연구실, 노숙을 하는 자리로 설정이 되고 조명의 변화로도 장면변화에 대처한다. 한복위주의 의상과 누더기 한복, 그리고 법복과 모자를 착용한 출연자들의 의상이 극에 썩 어울린다.

 

류재필이 옹고집, 문영동이 복제 옹고집, 이민재가 박 씨와 사또, 김용선이 옹고집의 노모, 이상희가 황 보 박사, 최경희가 광대, 석호진이 옹고집의 처, 김현숙이 행랑어멈, 최태익이 강쇠, 황윤희가 채련, 신동환이 우륵으로 출연해,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설정은 극과 어우러져 관객을 폭소로 이끌어 가고 갈채를 받는다.

 

예술감독 양미경, 제작 의상 무대 최경희, 무대 파브르 윤, 사진 최종규, 작곡 황종하, 조명 이승호, 무대감독 이재영, 분장 최지원, 조명 음향오퍼 박재우, 조연출 김송이, 진행 유선자, 소품 최다연, 기획 홍보 KOTTI 여우별컴퍼니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제의와 놀이 KOTTI, 극단 집현의 김태수 작, 이상희 연출의 <미스터 옹을 찾아라!>를 연극성과 대중성을 갖춘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할만한 건강한 희극으로 탄생시켰다.

5월 23일

 

12, 극단 고래의 이해성 작 연출의 <불량청년>

 

성대입구 30스튜디오에서 극단 고래의 이해성 작 연출의 <불량청년>을 관람했다.

 

이해성은 극단 고래의 대표, 작가 겸 연출가다. 2008년 백수광부 정기공연 <고래>作/연출.2009년 백수광부 정기공연 <고래>作/연출[박근형 연출], 2011년 남산예술센터 시즌 개막작품 <살>作, 2012년 대학로예술극장 ‘봄 작가, 겨울무대’ <치유>연출, 2012년 남산예술센터 <사라지다>作/연출, 2013년 대학로예술극장 <빨간 시>作/연출,

 

2014년 대학로 자유소극장 <불령선인> 작 연출, 2015년 <불량청년> 작 연출, 2017년 광화문광장에 블랙텐트를 설치하고 <불량청년> 등을 공연했다.

 

수상경력200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당선 <남편을 빌려드립니다>, 2007년 제10회 신작 희곡페스티벌 당선 <고래>, 2008년 밀양 연극제 희곡상 <고래>, 2008년 서울문화재단 창작활성화 사후지원금 선정 <고래>, 2009년 서울문화재단 젊은 예술가 지원 선정, 2010년 전국문예회관 연합회 주최 창작 팩토리 우수연극제작 지원 선정 <살> 2015년 <불량청년>으로 서울연극대상 등을 수상했다.

 

김상옥(金相玉) 의사는1890년 서울 효제동에서 3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나 일찍이 부친을 여의고 소학교에도 입학할 수 없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3살 나이인 1903년 동대문감리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한 김상옥은 20세가 되기 전 교회 내에 신군야학을 설립해 청소년들을 지도하는 한편 1911년 4월 YMCA 청년부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에 뛰어들게 되었다.

 

교회 내에선 손정도 목사와 비밀결사단체인 ‘백영사’를 설립해 금주 금연 및 물산장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항일비밀결사 대한광복단에서 활동하던 그는 삼일운동 후에는 동대문교회의 피어슨 여사 집에서 항일비밀결사인 혁신단을 조직했다고 알려졌다.

 

김상옥 의사는 삼일운동 4년 후인 1923년 일제탄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한 뒤, 조선총독 폭살의 계획을 실행을 꿈꾸기도 했다. 폭탄 투척 이후에도 김상옥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일본경찰과 세 차례에 걸쳐 홀홀 단 신 시가전을 펼쳤으며 마지막 시가전쟁에는 일본 경찰 병력 1000명을 상대로 홀로 총격전을 벌여 15명 이상을 처단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끝까지 일제에 굴하지 않고 생을 마감했다.

 

<불량청년>은 시청 앞 광장에서 시위를 하던 김상복이라는 청년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아 정신을 잃은 후, 1920년대로 되돌아 가, 당시 독립운동을 하던 김상옥 의사를 만나, 자신의 모습과 같음에 놀라고, 일제치하의 경성과 중국의 상해에서의 김상옥 의사와 행동을 같이 하고, 귀국해서 김상옥 의사가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한 후 일본경찰에 포위되어 총격전을 벌이다가 자결하는 모습을 본 후, 정신을 차리니, 광화문 광장에서 시위군중 속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거기에 덧붙여 현시국과 절묘한 대비는 물론 시 낭독, 무용과 합창이 어우러진 한편의 에픽 드라마(epic drama)로의 탄생이다.

 

무대는 여섯 자 높이의 단이 배경에 부착되어 무대 좌우로 연결된 통로 겸 큰길 구실을 한다. 그 중앙에 직사각의 조형물이 있어 그걸 움직이면 출입구가 되고 비밀창고로 사용된다. 무대 좌우에 단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배경에 선으로 그린 광화문의 모습이라든가, 기차의 객차의 창문, 1천명의 일본경찰의 모습, 그리고 눈과 함박눈이 내리는 영상이 투사된다. 1920년대의 상해 임시정부의 인물들은 말투나, 의상착용으로 변화를 주고, 김상옥과 김상복이 같은 모습이라는 설정으로 다른 극중 인물들의 두 사람 식별 혼돈양상이 부각되고, 주인공 김상복은 콧수염을 떼고 붙이는 등 분장변화라든가, 또 휴대전화를 사용함으로써 1920년대 당대 인물들과의 통화가 가능하지만, 2017년대의 인물들과는 통화불가능으로 연출되어 절묘한 극적효과를 창출시키고, 이육사의 시 광야가 극중 낭독되고, 대단원에서 출연자가 합창을 하며 연극은 마무리를 맺는다.

 

유성진, 이명행, 최지숙, 최은진, 선종남, 서상원, 김성일, 김명기, 김지현, 홍철희, 허지행, 이송이, 이요셉, 안영주, 임다은, 오찬혁, 김지훈, 문종철, 김태양, 한상욱, 사현명, 코러스 김혜진, 한아름, 임미나,최수정, 이병욱, 정다정, 송하늘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은 물론 방언구사와 노래 등 혼신을 다한 열연으로 관객을 도입에서부터 극에 몰입을 시키고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 서지영, 조명 신동선, 음악 김태규, 영상 윤형철, 분장 장경숙, 소품 서정인, 시진 이지락, 안무 김유진, 드라마트루기 이단비, 포스터디자인 성북동비둘기, 노래지도 최일갑, 조연출 최지숙 임소은 류이향, 기획 홍보 장원경 이현정 신장환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고래의 이해성 작 연출의 <불량청년>을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한편의 건강한 에픽드라마(epic drama)로 창출시켰다.

5월 25일 박정기

 

13, 극단 진일보의 김경익 작 연출의 <바보햄릿>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진일보의 김경익 작 연출의 <바보햄릿>을 관람했다.

 

극단 진일보의 대표 김경익(1968~)은 대한민국의 배우이자 연출가이다. 홍익대학교 독어독문학 학사 <6.29가 보낸, 예고부고장> <미국 아버지> <뿌리 깊은 나무> <작은 새> <갈매기> <인 허 플레이스> <관계> <마이 라띠마> <사물의 비밀> <블라인드> <꽃님이> <돌이킬 수 없는> <평행 이론>(2010년) <딱정벌레> (2<장례식의 멤버> <이상한 나라의 바툼바> <헨젤과 그레텔> <이브의 유혹> 그 외의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연출작으로는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아리랑 랩소디> <바보 햄릿> <봄날은 간다.> <나무 물고기>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하고. <봄날은 간다.>로 2001년 동아연극상 3개 부문(작품상, 미술상, 남자연기상)을 수상하고, <바보 햄릿>으로 2014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각색상과 <맥베스 놀이>로 2013 마이크로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우수상을 수상했다.

 

연극 <바보햄릿>은 최초로 객석이 움직이는 연극을 선보인다. 30명이 같이 앉을 수 있는 객석은 총 4개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고, 이 객석이 움직이며 배우들의 무대공간을 만들어 준다. 병원이 되기도 하고 극중극 공간, 종철의 자취방이 되기도 한다. 장면변화에 따라 객석을 이동시키며 공연되는 <바보 햄릿>은 관객이 회전목마를 탄 기분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연출된다. 긴 탁자를 일으켜 세우거나 눕혀 그 앞에 입체로 된 사각의 조형물을 배치해 왕좌, 왕비 거실로 설정되고, 식탁은 기자의 침상으로 사용된다. 기자와 햄릿 역을 하는 출연자는 정장과 잠옷을 입고 등장하고, 원장 겸 킹 클로디어스 역의 출연자는 긴 흑색의상, 간호사와 왕비 거투르드 그리고 오필리아 역을 하는 여성출연자는 1인 3역의 백색 투피스, 사무장과 호레이쇼, 폴로니우스, 그리고 무덤지기와 포틴브라스 역 등을 하는 1인 다 역의 남성출연자는 안경을 쓰고 벗고 하며 변화를 꾀한다. 거기에 16인의 남녀 출연자가 객석을 이동시키며 코러스 역을 해낸다.

 

<바보햄릿>은 부왕 햄릿을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설정을 하고. 선왕 노무현의 죽음에 대한 복수보다는 메시지 전달이 주요내용이다. 당연히 현재 정치상황과 비교되지만 좌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도록 연출된다. 과거 노무현이 탄핵당한 이유는 다른 대통령보다 일을 잘못해서 혹은 뭔가 잘못해서가 아니다.

 

나보다 못난 놈이 대통령이라서. 고졸출신에, 대학도 않나온 변호사출신에, 뒤 봐 줄 사람도 없는 주제에 언론에 쓴 소리하고, 정치권에 올바른 소리만 골라하더니 대통령까지 하니까, 꼴 보기 싫다. 라는 당시 기득권자들의 의식이 은연 중 전달된 듯싶다.

 

그런 노무현이 퇴임 후 다른 대통령들은 아무도 안가는 고향까지 가서 환경운동하고, 국민들 만나 사진 찍고, 다큐멘터리 찍어가고, 봉하 마을 방문객은 더 늘어가니, 기존의 권력자나 기득권자들의 눈에는 완전한 눈엣가시다.

 

우리나라 정치권에 있는 인사들 대부분이 명문고, 명문대 출신들이다.

 

국회의원 300명중에 200명이상 아니 그 이상이 동기, 동문으로 국회에 함께 서식하는데, 출신이 다른 인물 하나가 대통령까지 했으니 오죽했을까? 아무리 고등학교가 평준화되고 대학서열이 사라진다지만 1%의 그들은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는 평상인들의 안목이다.

 

게다가 작은 꼬투리 하나를 물고 늘어지는 습성은 방송이나 신문 등의 언론기관이나 정치공격에서 상습화 된 것이기에, 집중공격을 당한 노무현이 그 죄를 인정하듯 홀로 암벽에서 떨어져 목숨을 단절한 행동이 정당하지 않고 바보 같다는 주장이다. 결국 선왕 노무현의 죽음의 원인을 밝히려는 햄릿의 외로운 싸움이 이 연극에서 펼쳐지고, 선왕이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규명하기 위해, 광인행세를 하는가 하면, 진정으로 사랑하던 여인까지 냉대해 미치도록 만들어 죽음으로 향하도록 한다. 게다가 오필리어의 아버지인 폴로니우스까지 숙부인 킹 클로디어스로 착각해 살해하는 커다란 실수를 저지른다. 후에 사랑하는 여인 오필리어의 무덤가에서 흘리는 바보햄릿의 후회의 눈물은 연극의 백미(白眉)라 하겠다. 복수를 마무리하는 대단원에 이르기까지 관객은 극 전개에 따라 요동치는 마음이 좌석의 대이동으로 해서 더욱 상승하는 느낌이 드는 총체적 동 선 활용으로 연출된다.

 

원종철이 바보햄릿 역을 하는 기자, 정성호가 병원장과 킹 클로디어스, 김동현이 사무장과 호레이쇼 무덤지기 폴로니어스 포틴브라스, 서지유가 간호사, 오필리어, 거투르드로 출한다. 4인의 성격설정과 호연과 열연은 물론 모습에서까지 배역과 어우러져 관객을 극의 도입부터 감상의 세계로 이끌어 가고, 새로운 형식의 연극창출의 선도자가 된다. 코러스로 출연한 김상훈, 김예림, 김우래, 김유리, 박용환, 배은규, 이동훈, 이솔우, 이하늘, 정유호, 정정인, 정태윤, 정현호, 조현호, 한경애, 한정현 등 출연자 전원은 극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객석이동의 원동력이 된다.

 

기획 박정실(극단 진일보), 영상 조명 신재희, 안무 오재익, 무대제작 김한솔, 영상 음향설치 자문 알파사운드 김성민, 미술감독 의상 김수연, 작곡 강중환, 무대자문 김경수, 사진촬영 박종명(쉬묘 스튜디오), 홍보 마케팅 노주현(창 크리에이티브), 컨셉 촬영 분장디자인 임영희(희 메이크업), 인쇄디자인 박정민, 조연출 김우래 박용환 이솔우 등 스텝 전원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진일보의 김경익 작 연출의 <바보햄릿>을 셰익스피어의 본고장에서 공연을 해도 좋을 새로운 형태의 <햄릿>으로 창출시켰다.

5월 25일 박정기(朴精機)

 

14, 극단 기일게와 산울림소극장 공동기획 도널드 머귤리스 작, 정윤경 역, 박선희 연출의 <컬렉티드 스토리즈>

 

산울림 소극장에서 극단 기일게의 도널드 머귤리스(Donald Margulies) 작, 정윤경 역, 박선희 연출의 <컬렉티드 스토리즈(Collected Stories)>를 관람했다. <컬렉티드 스토리즈(Collected Stories)>는 단편소설집을 의미한다.

 

연출을 한 박선희는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한양대학교 연극학과 석사 출신이다.

 

국악뮤지컬 <채선이야기> <판소리, 애플그린을 먹다>, <오늘, 오늘이>,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 연극 <인디아 블로그>, <터키 블루스> <인사이드 히말라야> <컬렉티드 스토리즈>를 연출했다.

 

도널드 마굴리스(Donald Margulies, 1954~)는 예일대 출신 극작가 겸 시나리오 작가다. 루나 파크, 휴식처(Resting Place), 영재(Gifted Children), 땅콩 발견(Found a Peanut), 이 그림이 뭐가 잘못? (What’s Wrong with This Picture?,), 모델 아파트(The Model Apartment), 로만 가족의 피크닉(The Loman Family Picnic), 보이지 않는 시력(Sight Unseen), 단편소설집(Collected Stories), 친구와 함께 저녁식사(Dinner with Friends), 복수의 신(God of Vengeance), 브루클린 보이(Brooklyn Boy ), 난파 (Shipwrecked!), 시간은 여전하다(Time Stands Still ), 코니 아일랜드 크리스마스 (Coney Island Christmas), 컨트리 하우스(The Country House) 둥을 발표 공연했다.

 

2000 퓰리처 상 드라마 부문 상(Pulitzer Prize for Drama), 매지 에반스-시드니 킹슬리 상(Madge Evans-Sidney Kingsley Award), 유대인 문학 예술상 (National Foundation for Jewish Culture Award in Literary Arts), 미국 아카데미 예술 문학상(American Academy of Arts and Letters Award in Literature) 등을 수상한 작가다.

 

<컬렉티드 스토리즈(Collected Stories)>는 1991년부터 1996년까지 한 명의 여류작가가 탄생하는 과정을 그녀가 스승인 유명 여류 단편소설작가를 찾아가 뵙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해 스승에게 배우고 토론을 하며 차츰 문학적인 성취를 하고 단편으로 등단을 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가 아닌 혈육 같이 가까움을 보인다. 그러다가 제자는 스승이 이루지 못한 장편소설을 써서 출판을 하게 되고 각종 여론매체에 조명을 받는다. 그런데 그 내용이 스승이 밝히기를 꺼리는 어느 남성시인과 스승과의 관계인데다가 성 접촉 장면까지 포함 시켰기에 스승은 분노한다. 결국 그 일로해서 스승과 제자는 이별 같은 단절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무대는 여류작가의 서재다. 정면에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7~1954)춤추는 나신 그림이 걸려있고, 책장과 장서가 눈길을 끈다, 그림 위쪽에도 책장이 가로 부착되어 있고 책이 꽂혀 있다. 방 가운데에 책상과 의자, 탁자와 안락의자, 옷걸이가 있다. 책상위에는 원고지가 잔뜩 쌓여있고, 탁자위에는 전화기가 놓여있다. 상수 쪽에 출입문이 있는 것으로 설정되고, 벨소리가 울리면 문을 연다. 하수 쪽은 부엌이고, 그곳에서 술병과 잔을 갖고 온다. 창도 하수 쪽에 있는 것으로 설정되고, 오래된 집인 듯 미닫이창문을 열고 닫을 때는 음식을 부치거나 뒤집을 때 사용하는 철제 주걱으로 문을 떠받혀야 닫힌다. 탁자 위에는 꽃병이 놓였다. 정면 그림에 영상으로 날짜가 투사된다.

 

연극은 도입에 작가 지망생이 유명작가이자 교수인 스승을 찾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영화감독 우디 앨런이 여배우 미아 패로우와 동거를 하다가 한국인 입양 녀 순이와 통정을 하는 바람에 헤어지는 문화계 소식이 교수와 제자의 첫 상면에서 화제가 된다. 스승과 제자는 문학 뿐 아니라, 인생에서의 마음을 여는 상대로 차츰 가까워지는 과정이 섬세하게 펼쳐진다. 제자가 등단을 하게 되자 스승과 제자는 축배를 들며 기뻐해 한다. 늘 상 자신감을 가지고 대화를 여는 스승과 주저하듯 멈칫거리며 응답을 하는 제자의 모습이 연출되고, 제자는 작가로 발길을 내딛기 시작한다. 드디어 여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제자가 장편소설을 발표 출판한다. 그런 후 스승을 찾는다. 그런데 스승은 달가워하지를 않는다. 전에 없이 방문에 철 고리까지 걸고 잠가두었다가 제자가 큰 소리로 찾으니 마지 못 해 열어주는 광경이 연출된다. 그 까닭은 스승과 가까웠던 한 남성시인과의 관계를 소설의 내용으로 그렸고. 그 남성시인의 바람 끼 때문에 헤어진 후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그와의 관계를 밝히기를 꺼렸던 사실을 제자가 장편소설에 성 접촉 장면까지 집어넣어 과장해서 묘사했기에 분노를 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실은 단 한편의 장편도 집필하지 못하고 단편만 발표한 스승의 열등감의 발로이기에. 그 분노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를 않는다. 스승을 떠나서도 독자적인 활동을 펼 수 있는 제자로서는 결국 스승에게서 돌아서서 떠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정윤경이 스승인 여류소설가 겸 문예창작과 교수로 출연해 교수다운 풍모로 연기의 진수를 보인다. 박희은이 제자인 소설가 지망생으로 출연해 역시 호연과 열연으로 관객의 시선을 연극에 집중시킨다. 두 여배우는 2시간 10분 동안 연극을 이끌어 가고 커튼콜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산울림소극장과 극단 기일게의 도널드 마굴리스(Donald Margulies) 원작, 정윤경 번역, 박선희 연출의 <컬렉티드 스토리즈(Collected Stories)>를 기억에 길이 남을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5월 26일

 

15, 극단 아레떼의 전무송 예술감독, 안톤 체홉 작, 김태훈 각색, 여무영 번역 연출의 <백조의 노래>

 

대학로 혜화당 소극장에서 극단 아레떼의 전무송 예술감독, 안톤 체홉 작, 김태훈 각색, 여무영 번역 연출의 <백조의 노래>를 관람했다.

 

연출을 한 여무영은 서울예술대학을 졸업하고 동랑레파토리극단에서 활동했다.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 쉐쁘낀 연극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시극단 지도단원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예술대학 연기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출연작품으로는 ‘초분’, ‘태’, ‘소’, ‘마의태자’, ‘리어왕’, ‘보이첵’, ‘갈매기’, ‘벚꽃동산’, ‘세일즈맨의 죽음’, ‘안티고네’, ‘베니스의 상인’, ‘햄릿’, ‘밤 주막’, ‘출세기’, ‘침묵의 바다’, ‘시련’, ‘길 떠나는 가족’, ‘민중의 적’, ‘말괄량이 길들이기’, ‘엘리펀트 맨’, ‘한여름 밤의 꿈’, ‘사천의 착한 사람들’, ‘헨리 4세’ 외 120여 편과 TV드라마, 영화 다수가 있다. 연출작품으로는 ‘까치의 죽음’, ‘이수일과 심순애’, ‘영원한 아리아’, ‘가스펠’, ‘백조의 노래’, ‘출세기’, ‘병사의 이야기’, ‘십이야’ 등이 있다. 극단 아레떼의 대표다.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Anton Pavlovich Chekhov)은 1860년 흑해에 면한 남 러시아 항구도시 타겐로그에서 잡화상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그는 시에서 주는 장학금으로 모스크바대학 의학부에 입학하였다. 재학 중 집안을 부양하기 위해 안또시 체혼떼 및 그 밖의 이름으로 7년 간 쓴 작품이 400편이 넘는다.

 

대학 졸업 후 사할린 섬으로 여행을 떠나 우울증과 회의에 빠져 있던 체홉은 자기 회복의 계기를 마련한 작품 <사할린 섬(1895)>을 집필하여 사회적 참여의 깊이를 더 했고, 농민생활의 나로드니키(Narodniki)적 이상주의를 비판한 <농부들(1988)>, 그리고 현실에 희생당하는 러시아 인텔리의 무력함과 데카당스라는 무서운 병폐를 파헤친 <6호실>, <골짜기(1892)> 등의 사회 풍자적 성격의 우울한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체홉은 수많은 단편 외에 18편이나 되는 희곡을 집필했다. <곰>, <청혼>, <결혼>, <기념일> 등 초기 단편의 희극성을 이어받은 소극풍의 가벼운 희곡들과 후기 체홉이 즐겨 묘사한 암울한 어둠의 기초 위에 절망으로부터의 구원 혹은 인류의 밝은 미래에의 희망과 확신을 그린 불후의 4대 명작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 <벚꽃동산> 등을 들 수 있다.

 

이미 소설가로 명성을 얻은 체홉이 극작가로 성공하는 데까지는 연극사적으로 중요한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체홉과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만남이 그것이다. 개관 공연은 톨스토이의 <표트르 이바노비치 황제>였고, 두 번째 공연은 <갈매기>였다. 이 공연이 대성공을 거두었고, <갈매기>는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상징이 되었다.

 

체홉의 창작생황은 전기와 후기로 구분할 수 있다. 전기는 풍자작가 체홉의 시대로 300편의 풍자소설을 썼다. 이들 작품의 무대는 시골과 모스크바이며 등장인물은 하급관리, 소시민, 교원, 농부, 의사, 약제사, 산파 등 평범한 계층이다. 후기는 중편 <대초원(1888)>에서 시작된다. 이 때 부터 작품 속에 우울한 분위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전기의 유머러스한 작품과 비교하여 후기 작품의 공통적인 특색은 회색과 우울한 분위기이다. 그리고 인물은 모두 착한 사람들이지만 이른바 잉여 인간이 많다. 전, 후기를 통해 체홉의 예술은 주로 귀족문화에서 부르조아 문화에로의 심리적 과도기를 체험한 소시민 지식 계급의 운명에 집중되고 있다. 시대의 희생자인 그들은 무언가 모자라고 우둔하긴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체홉의 장편 중 <이바노프>,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 <벚꽃동산> 같은 작품은 그 당시의 극단에 ‘새로운 언어’였다. 그의 작품 속에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만한 주제의 발전이나 인물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지 않고 내적 체험만 있을 뿐 사건보다도 심리가 풍부하다. 그의 극에 보이는 서정적 특질은 거기서 연유한다. 따라서 그는 연극다운 요소를 배제하고 극을 일상생활의 자연스러움에 접근시키려 한다. 그 대신 섬세한 묘사와 무리 없고 매력 있는 대화, 서정적 기분과 근대성은 체홉의 극장이라 불리는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관객을 정복하고 비상한 성공을 거두었다. 체홉은 ‘모스크바 예술극장’과 관계를 맺은 후 건강의 악화로 더 많은 작품을 남기지 못했으나 이 극장은 바로 체홉의 극장이 되었다. 이렇게 체홉은 간결하고 명철한 문장으로 자연스러운 실생활을 펼쳐 보임으로써 생의 아이러니와 진실, 소박함을 보이려 하였다.

 

<백조의 노래>는 1886년에 “깔하스”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후 제목도 바뀌고 내용도 몇 차례 수정을 하게 된다. 체홉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짧은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작품 줄거리는 지방 무대의 늙은 배우가 무대에 혼자 남아 자신의 지나온 삶에 대한 회한과 무대에 대한 열정을 쓸쓸히 읊어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생 동안 울지 않다가 죽을 때 한번 우는 백조의 삶처럼 한 배우의 가슴 저린 이야기를 무대에서 펼쳐놓는다.

 

이 작품은 연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삶에 있어서의 꿈과 좌절을 다루고 있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애환을 살펴볼 수 있고 한번쯤 인생에 대해 되짚어 볼 수도 있다.

 

<백조의 노래>는 근자에 각 극단에서 여러 차례 공연이 되었고, 서울에서는 노배우로 여무영(2011년), 박정자(2013년) 등이 출연한 공연이 훌륭했고, 지방에서는 포항의 김삼일(2013년), 춘천에서는 조주현(2013년)의 공연이 관객의 갈채를 받았다.

 

1886년 안톤 체홉은 단막극 [백조의 노래]를 한 잡지에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나는 4분의 1길이의 희곡을 썼습니다. 이 작품을 공연 하는데는 15~20여분이 소요될 겁니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드라마지요. 꼬르쉬 극장의 유명한 배우 다븨도프가 공연할 겁니다….. 전 이 희곡을 쓰는데 1시간 5분이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깔하스]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으나 이후 [백조의 노래]로 바뀌고, 내용도 몇 차례 수정을 하게 된다.

 

특히 주인공이 극중에서 연기하는 작품이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러시아 작가, ‘그리보에도프’나 ‘뿌쉬낀’의 작품에서, ‘세익스피어’의 “오델로”로 바뀌게 된다.

 

내용은 지방 무대의 노배우가 만취 후 무대에 혼자 남게 되고, 잠긴 극장 문 때문에 귀가를 못하는 상황에서 마침 극장에서 프롬프터를 하며 기거하는 젊은 배우와 대면하게 되고, 그 젊은 배우에게 자신의 연기자로서의 생애를 소개하며, 과거 무대에 대한 열정과 꿈, 그리고 현재 회한과 좌절을 하나하나 들려준다. 그리고 과거 주인공을 했던 작품을 회상 재연하고, 현재 텅 빈 객석과 소리 없는 갈채지만, 당시 극장이 떠나갈 듯 우렁찬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던 시절을 반추하며 운명을 한다는 줄거리다.

 

일생 동안 울지 않다가 죽을 때 한번 우는 백조의 삶처럼, <백조의 노래>는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와 함께 그의 생을 마무리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연극이다.

 

무대는 중앙에 고풍스런 나무의자가 뒤집혀 있고, 의자를 노배우가 바로 놓는다. 중간에 천정에서 흰 침대덮개에 쌓인 청년이 줄에 매달려 하강한다. 극 전개에 따라 효과음악이 들려나오고, 하수에 늘어뜨린 철판으로 천둥소리를 낸다. 연극 회상장면과 명장면에서는 왕관을 쓰거나 의상을 입고 연기를 하고, 결투장면에는 펜싱 검을 가져다 결투를 벌인다, 대단원에서 노배우가 잠이 들 듯 운명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연극은 도입에 노배우가 술이 취해 등장해 장화를 신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홀로 있게 된 노배우는 자신을 질책하기 시작하고, 잠시 후 천정에서 흰 보따리가 털썩 내려온다. 보따리는 침대덮개로 그걸 젖히고 젊은이 한 사람이 등장한다. 두 사람은 서로 대면하고 놀라지만, 노배우는 젊은이가 극장에서 배우들에게 프롬프터를 해주는 청년임을 알고 반긴다. 청년은 분장실에서 기거를 하기에, 노배우에게 다른 사람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한다.

 

두 사람의 신세타령이 시작되고, 노배우는 자신의 연극생애를 젊은이에게 들려주며, 화려했던 옛날, 명배우시절의 몇 작품을 회상하며, 그 자리에서 재현시킨다. 젊은이는 왕관과 의상을 가져다 입혀주고, 펜싱 검을 가져다 노배우의 연기를 돕는다.

 

노배우는 맥베스나 오셀로, 리어왕 같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의 주인공 역할을 기량을 다해 열연한다. 로미오 역할까지 해낸다. 젊은 배우도 상대역을 하며 줄리엣 역까지 마치 여성이 하듯 기량을 다한다. 마지막으로 안톤 체홉의 <벚꽃동산>에서 사람들이 모두 별장 떠난 뒤 홀로 남은 노복 피르스가 무대에 등장해 잠드는 장면처럼, 노배우가 <벚꽃동산>의 피르스 역을 마지막으로 연기하며 의자에 앉아 잠들 듯 운명하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여무영이 노배우로 출연해 혼신의 열정으로 일생일대의 명연을 해 보인다. 이수민과 서창원이 더블 캐스팅되어 젊은 배우로 출연해 호연과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프로듀서 김재하, 조연출 유지연, 기획 김미지, 무대 함영규, 조명 김종호, 음향 한 철, 영상 황명성, 음악감독 박영준, 펜싱 서 철, 홍보 양형서, 마술지도 이종욱, 포스터디자인 정겨운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을 합하여, 극단 아레떼의 전무송 예술감독, 안톤 체홉 작, 김태훈 각색, 여무영 번역 연출의 <백조의 노래>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5월 27일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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