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38회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공연총평/ 박정기

2017 38회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공연총평

 

1, 극단 신인류의 이서 작, 김학선 각색, 최무성 연출의 <사람을 찾습니다.>

 

동양예술극장(사장 유인택) 3관에서 제38회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극단 신인류의 이서 작, 김학선 각색, 최무성 연출의 <사람을 찾습니다.>를 관람했다.

 

연극 <사람을 찾습니다.>의 원작은 이 서 각본 감독의 영화 <사람을 찾습니다.>로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 작품상 수상작이다. 그리스 테살로니키 영화제에서도 공로상을 수상하고, 당시 최무성이 주인공 역을, 전단지 붙이는 사내로 김규남이 출연해 호평을 받고 화제가 된 작품이다.

 

작품을 쓴 이서는 영화감독이다. 2004년 단편영화 <비탈거미> 2005년 영화 <말아톤>의 조연출, 2007년 단편<달수와 수진이 이야기> 감독, 2009년 영화 <사람을 찾습니다.>의 각본과 감독을 맡아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보물섬> <그랜드 파더> <타투> 등을 감독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다.

 

최무성(1968~)은 배우이자 연출가다. TV드라마 <공주의 남자> <청담동 살아요> <상권이> <무정도시> <기황후> <18세> <하트 투 하트> <송곳> <응답하라> <함부로 애틋하게> 등에 출연하고, 영화 <남자 태어나다> <극장전> <강적> <음란서생> <살결> <열세살 수아> <세븐 데이즈> <아름답다> <사람을 찾습니다> <사과> <10억> <방자전> <베스트 셀러> <악마를 보았다> <조선명탐정 각시 투구 꽃의 비밀> <꼭 껴안고 눈물 핑> <시선 너머> <풍산개> <청포도 사탕> <가족시네마> <베를린> <연애의 온도> <관능의 법칙> <조난자들> <순수의 시대> <설행 눈길을 걷다> <4등> 등에 출연해 독특한 성격창출과 탁월한 기량을 발휘했다.

 

무대는 하수 쪽에 긴 계단이 놓여 테라스 같은 높이의 통로와 연결되고, 계단을 내려오면 주인공의 집 거실과 정부여인의 방이 된다. 위층은 그물망이 널려있고, 전단지를 붙이러 다니는 남자의 거소가 된다. 상수 쪽 통로는 부동산 사무실, 사우나 욕탕의 일실, 하수 쪽 객석과 가까운 무대 벽에는 각종 전단지를 벽 전체에 붙여놓았다. 정면 벽 가까이에 있는 부동산 사무실 탁자에는 전화기가 놓여있고, 그 앞 상수쪽에는 긴 탁자가 놓여있어 출연자들이 담요를 펴놓고 화투판을 벌인다. 정부의 방에는 가재도구와 이불이 깔려있고, 이불 가장자리는 핏빛문양으로 둘러져 있다.

 

<사람을 찾습니다>는 연극의 도입부터 충격적인 남녀 정사장면에서 시작한다. 부동산 업자인 주인공이 정부와 성관계를 하는 동안 계속 걸려오는 휴대전화 때문에 행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정부여인도 마찬가지로 기분이 흐트러진 상태가 된다. 장면이 바뀌면 거리에 전단지를 붙이고 다니는 사내가 등장한다. 허름한 차림과 멍한 눈빛에서 노숙자를 연상시킨다. 주인공인 부동산 업자의 당찬 모습과는 정반대로 늘 상 풀이 죽어있는 사내의 모습이다. 부동산 업자가 이 풀죽은 사내의 공간에 등장해 별의별 욕설을 해대며 폭력을 휘두른다. 사내는 묵묵히 얻어맞는다. 기진해 쓰러질 때까지… 부동산 업자는 사내에게 돈을 꺼내 팽개쳐 주고는 사라진다. 사내는 돈을 주워들고 밥을 먹는다. 그런데 먹는 모습이 개처럼 그릇을 바닥에 놓고 입을 대고 핥아 먹는다. 장면이 바뀌면 부동산 업소다. 주인공의 친구들이 탁자에 둘러앉아 화투를 친다. 주인공이 들어오건 말건 화투에만 정신을 집중시킨다. 그리고 남정네들의 흔하디흔한 외설잡담을 큰소리로 지껄인다. 잡담소리가 커지니, 주인공은 전화 통화를 제대로 할 수 없어 친구들에게 버럭 화를 내며 조용하라고 소리를 지른다. 친구들은 잠시 주춤하는 듯싶지만 습관처럼 다시 떠들기를 계속하며 화투를 한다. 빨간 목도리를 한 여자 손님이 찾아오고, 신개발지구의 부동산 관련 설명을 친구들이 제대로 못하자, 주인공이 긴 막대기를 들고 벽에 달린 부동산 지도를 딱 딱 때려가며 설명하는 장면이 폭소를 유발시킨다.

 

주인공은 원조교제를 하던 여고생과 단절을 하려는 의사를 보이지만 여고생은 더욱 매달리는 정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주인공은 생활력이 강하고 사회적응도가 높고, 가정을 제대로 유지하지만, 바람을 피울 상대도 있고, 여고생과 원조교제도 하면서 열정적으로 살아가려 노력한다. 그러다가 뜻대로 안 되고 일에 대한 긴장과 불만이 축적되면 전단지를 붙이는 사내를 찾아가 폭력을 휘두르며 모든 울분과 긴장을 해소시킨 후 돈 몇 푼을 사내에게 쥐어주고는 떠나간다. 사내는 돈을 챙기고는 역시 개처럼 방바닥에 엎드려 입을 그릇에 대고 허겁지겁 밥을 먹는다.

 

어느 날 주인공은 원조교제를 하던 여고생에게서 결별선언을 듣게 된다. 그 때문인지 주인공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사내를 찾아가 구타하고 떠나간다. 그날 사내는 주인공의 정부를 찾아가 살해한다. 그리고 시신을 어디론가 끌고 간다. 정부와의 통화가 아니 되자 주인공은 사내의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뜻밖의 사실을 발견한다. 개를 찾는 전단지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전단지를 붙이고, 그 수고비로 생활하던 사내의 집에 잃었던 모든 개들이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게다가 개처럼 밥을 먹는 것을 보고 다시 폭력을 휘두르고 떠나가려 하니, 이번에는 사내가 주인공을 급습한다. 그리고 죽인공의 목을 밧줄로 묶고 힘껏 졸라 살해한다.

 

대단원은 부동산 업소에 모인 주인공 친구들의 일상적인 화투놀이 장면과 주인공을 죽인 사내가 천연스럽게 일상처럼 전단지를 붙이러 다니는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김정팔이 주인공으로 출연해 패기와 박력있는 연기를 연극을 이끌어 간다. 정종호가 주인공 역에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금수현이 정부로 출연해 관능미 넘치는 모습과 매력적인 연기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최순영이 정부 역으로 더블캐스팅되어 출연한다. 김태호가 개처럼 밥을 먹고 전단지를 붙이러 다니는 사내 역으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설정으로 호연을 보인다. 강승민, 배소희, 정소영, 김욱, 김채인, 이규태, 김준석, 이도연, 나누리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성과 호연, 그리고 열연은 극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 하모로, 조명 유은경, 조명감독 임재덕, 조명크루 신희 김희관, 조명오퍼 목출훈, 음향오퍼 장탁현 장문희, 진행 백창엽, 음악 구본웅, 사진 박주혜, 리플렛디자인 신보람 등 스텝진의 노력과 기량이 일치하여, 극단 신인류의 이서 작, 김학선 각색, 최무성 연출의 <사람을 찾습니다.>를 작가의 창의력과 연출가의 기량 그리고 출연자의 연기력이 조화를 이룬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5월 3일

 

2, 극단 행길의 사라 룰 작, 이강임 번역 연출의 <옆방에서 혹은 바이브레이터 플레이>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제38회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극단 행길의 사라 룰(Sarah Ruhl) 작, 이감임 연출의 <옆방에서 혹은 바이브레이터 플레이(In the Next Room or The Vibrator Play)>를 관람했다.

 

사라 룰(Sarah Ruhl, 1974~)은 미국 일리노이 주에서 태어나서 처음엔 시인이 되려고 했지만 극작가 폴라 보글(Paula Vogel)이 재직하고 있던 브라운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희곡을 쓰기 시작했다. 첫 번째 희곡은 폴라 보글의 수업에서 1995년에 썼던 <The Dog Play>다. 시에 뿌리를 둔 그녀의 특질은 희곡에서 그녀가 언어를 다루는 방법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 후, 사라 룰은 옥스퍼드, 팸브로크 대학원을 졸업했다.

 

<깨끗한 집> 으로 미국 연극계에 크게 알려지면서, 2004년 수잔 블랙 번상을 수상하고, 2005년 퓰리처 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

 

2004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올려진 <에우리디케>는 언어의 사용과 이해에 관한 탐구를 다룬 작품이다. <에우리디케>는 그리스 고전인 에우디케와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갖고 사라 룰 자신의 고유한 작품으로 만들었다. 삶과 그 이후의 세계에 놓여있는 진짜 의미를 찾기 위한 탐구를 위해, 삶과 죽음의 세계에서 관계, 사랑, 소통, 투과성을 탐험하는 작품이다. 2005년 워싱턴 아레나 스테이지에서 공연된 수난극(Passion Play) 연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브라운 대학에서 폴라 보글과 함께 공부하던 스물 한 살부터 수난극을 쓰기 시작했지만, 8년 후 마침내 제3막을 끝낼 수 있게 된다. 수난극 연작은 2010년 뉴욕에서 초연으로 올라갔다. 2007년 뉴욕에서 공연 된 죽은 남자의 휴대전화(Dead Man’s Cell Phone)로 디지털 시대의 기술과 사람들의 단절을 참가하는 작품으로 2011년 영국에서도 공연되었다. 다른 작품들로는 올랜도(Orlando)와 도시의 데메테르(Demeter in the City)가 있다.

 

사라 룰의 작품들은 마치 프로이트와 대항하는 심리학이 바탕에 깔려있고, 희극성, 조울증, 우울증, 변신과 같은 보다 더 중세적인 감수성을 갖고 있다. 등장인물들을 심리학적으로 점들을 직선적인 방법으로 연결하기 보다는, 연극적 공간의 변신을 통해서 인물들의 감정적 심리 상태를 창조하고 있다. 2006년 맥아더 펠로쉽(MacArthur Fellowship)을 수여 받았다. 2009년 버클리 레퍼토리에서 초연 된 <옆방에서 혹은 바이브레이터 플레이(In the Next Room or The Vibrator Play)>는 같은 해 브로드웨이에서도 공연이 올라갔다. 사라 룰의 브로드웨이 데뷔작인 이 작품은 성적불만으로 히스테리를 진단 받은 여자들의 치료로 사용하기 위해 발명되었던 바이브레이터의 역사를 탐구하고 있다. <옆방에서 혹은 바이브레이터 플레이(In the Next Room or The Vibrator Play)>는 2010년 퓰리처 상 최종 후보작이었고, 또한 같은 해 토니 상 최고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연출을 한 이강임은 연세대학교 생물학과 출신으로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브룩 연극학과 실기석사(MFA),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Theatre & Performance Studies 박사(PhD)학위 출신이다.

 

한국연극교육학회 학술분과 위원장 및 편집위원, 한국연극학회 감사로 현재 호원대학교 공연미디어학부 연기전공 교수이자 극단 <행길> 상임연출이다.

 

1880년대가 연극의 시대적 배경이라 에디슨 (Thomas Alva Edison, 1847~1931)의 직류전기와 전구 그리고 축음기의 발명이 소개가 된다. 전기로 작동되는 바이브레이터(Vibrator)는 사람의 손이나 혀를 뛰어넘는 주파수의 진동을 만드는 기계이다. 생산자들은 처음 시장에 내놓으면서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한다고 선전했다. 1880년 무렵 등장한 최초의 바이브레이터는 의사들이 진찰실에 두는 의료 기구였다. 성적 해방감을 제공함으로써 여성의 몇몇 질환을 치료하고자 했던 오래된 의료 관행의 일환이었다. 전기기계의 에너지를 활용하게 되면서 사용자 수는 급속히 증가했다. 전쟁이 한창이던 발칸반도에서 영국과 프랑스의 야전병원들이 바이브레이터를 비치할 정도였다. 이 무렵 전기 마사지사라는 새로운 직군도 나타났다.

 

놀라운 성행에도 제조업자들은 제품의 성적 의미를 밝히기를 주저했다. 과거 의사들도 수대에 걸쳐 마사지를 하면서도 오르가슴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모른 척했다. 이들은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주된 목적을 숨기지 않았다. 물론 미국, 유럽 등에 국한된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각종 성인용품들을 수입하고 있지만, 이를 향한 시선은 여전히 달갑지 않다.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조차 부실하다.

 

2014년 개봉한 정범식 감독(47)의 ‘워킹걸’에서 남편에게 버림받은 백보희(조여정)는 오난희(클라라)와 함께 섹스샵을 운영한다. 그녀는 승승장구하며 여성으로서 자아를 찾는 듯싶지만 일보다 가정을 택한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가족과 사랑에 다시 목매이면서 행복해한다.

 

미국 마텔 사가 제조한 ‘님부스2000’ 제품은 해리포터 마케팅 열풍을 타고 만들어진 빗자루 장남감이다. 아이들이 다리 사이에 끼고 놀게 만들어진 것으로, 원격조정이 가능한데다 불까지 번쩍번쩍한다. 무엇보다도 진동 기능이 있었다. 많은 부모들은 불평을 퍼부었지만 제조사의 웹 사이트에는 이런 글도 올라왔다. “감사합니다. 내가 선물한 그 빗자루를 여자 조카애가 ‘완전히 탈진할 때까지’ 하루 종일 갖고 놀아요.”

 

무대는 1800년대 코린트식 기둥과 창이 달린 거실이다. 미국의 백악관이 코린트식 건축양식의 대표적 건물이다. 정면에 여섯 개의 코린트 식 문양의 창이 있고 중앙 기둥과 방이 있어 하수 쪽이 진료실, 상수 쪽이 거실이다. 진료실에는 책상과 의자, 그리고 침상을 배치하고, 낮은 장식장과 바리브레이터를 걸어놓는 시설이 있다. 거실에는 긴 안락의자와 흔들의자 그리고 탁자위에 축음기가 놓여있다. 축음기에서는 무곡이나 피아노 연주곡이 들려나오고, 천정에는 백열 등롱이 달려있고 중앙 진료실과 거실을 차단한 문 옆에 스위치가 있는 것으로 설정된다. 번개 치는 영상이나 눈이 내리는 영상을 투사해 극적효과를 창출하는가 하면, 마지막 장면은 정면 벽으로 조성된 무대장치를 천정으로 상승시키면서 마치 오로라 현상 같은 쏟아져 내리는 직선형태의 조형물이 천정으로부터 내려와 주택 뒤 정원의 숲으로 설정된다. 19세기 귀족들이 착용했던 높은 모자와 정장, 숙녀복장을 하고 등장하고, 화가가 등장해 캔버스와 이젤을 놓고 그림을 그린다.

 

주인공인 의사는 저택에 진료실을 차려놓았기에 거실과 진료실 사이에 문을 만들고, 환자 진료 중에는 부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 놓았다. 주로 여성 환자의 성적불만으로 인한 히스테리 치료를 한다는 설정이고, 최초로 전기와 전기기구가 만들어지면서 의사는 전기 진동기를 만들어 환자를 치료한다. 침상에 여성 환자의 겉옷을 벗겨 올라가도록 한 후 은밀한 곳을 전기 진동기로 자극을 가해 치료를 하기에, 여성이 쾌감으로 기성을 발하고, 한번 치료를 받은 환자는 계속 치료받기를 원한다. 비록 남편과 동행을 해 치료를 받으러 왔다고는 해도, 남편은 진료실에 들어 올 수가 없으니, 대부분 돌아간다는 설정이다. 의사의 부인은 날씬한 체격의 미녀인 데다가 정숙한 여인이고, 갓난아기를 기르는데, 모유가 부족해 유모를 구한다. 유모가 등장을 하고 유모는 생후 얼마 아니 되어 자식을 저세상으로 보냈기에, 부인의 아기에게 젖을 먹이며 차츰 자신의 아이처럼 정을 쏟게 된다. 부인은 아기를 돌보느라 남편 일에 신경을 쓸 일이 없지만, 가끔 들려오는 여성 환자들의 기성에 차츰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남편이 잠시 자리를 비운 날, 부인은 비슷한 또래의 여성 환자 덕에 처음으로 바이브레이터에 접하게 되고, 자릿한 쾌감을 맛보게 된다. 여성 환자와 가까워진 부인은 축음기에 무곡을 틀어 환자와 춤을 추기도 한다. 부인은 아기를 출산하고 기르는 동안 남편과 멀리했던 성적욕구가 상승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남편은 환자치료를 이유로 부인과의 동침을 기피한다. 마침 환자로 등장한 한 남성화가의 활달하고 열정적인 행동에 부인은 호감을 느끼게 되고 마음을 살포시 기울인다. 그러나 화가 환자는 아기를 안고 젖을 먹이는 유모의 모습에 라파엘의 마돈나 같은 느낌을 갖게 되고, 유모에게 모델이 되어 줄 것을 청한다. 의사 부인과 화가의 간곡한 청에 못 이겨 유모는 그림 그리는 것을 허락한다. 의사부인의 화가에 대한 정념을 아는지 모르는지 화가는 그림을 그리며 유모에게 마음을 기울인다. 그리고 그림이 완성될 무렵 화가는 자신의 정념을 고백한다. 그러나 유모는 아기가 이제는 모유를 끊을 때가 되었고, 우유나 음식을 먹여도 된다는 이유로, 젖 먹이기를 끝내고 화가의 사랑을 차분하게 거절하고 이 집을 떠난다. 그런 화가에게 의사의 부인이 바싹 다가든다. 화가는 어느 여성에게나 보이던 행동대로 부인을 다독이며 어루만진다. 이런 모습을 의사가 보게 된다. 화가는 파리로 간다며 의사부부에게 작별을 고하고 떠나간다. 모처럼 내외만 남게 된 두 사람, 부인은 남편에게 바이브레이터의 용도를 뭇는다. 19세기에는 어느 병원이나 의원도 그것이 성적쾌감의 도구라는 것을 밝히기를 꺼렸기에 이 극의 의사 역시 부인에게까지 그 용도를 알릴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부인이 원하는 대로 몸을 밀착시키기로 결심한다. 마침 그때 정원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배경 장치가 천정으로 올라가고 정원 숲이 펼쳐지면, 두 사람은 눈이 내리는 정원에서 상대를 열정적으로 끌어안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유지수가 의사의 부인 역으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설정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최진석이 의사로 출연해 역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극의 대들보 노릇을 한다. 김나미가 미모의 여성 환자로 출연해 발랄 발칙한 연기와 바이브레이터의 기성으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진남수가 여성 환자의 남편으로 출연해 모든 남편의 표상인 듯싶은 모습으로 호연을 보인다. 송영숙이 간호사로 출연해 실제 간호사보다 더 간호사다운 연기를 보인다. 이은지가 유모로 출연해 라파엘의 마돈나 같은 유모 역을 해 보인다. 김동곤이 화가로 출연해 성격설정은 물론 연기력에서 탁월한 기량을 드러낸다.

 

예술감독 프로듀서 최재오, 텍스트 컨설턴트 최성희 김기란, 무대 최보윤, 무대어시스트 임 민, 무대크루 이 은 추동근 김예진, 조명 초보윤, 조명어시스트 윤의선, 조명오퍼 유보민, 조명팀 스테이지 웍스, 영상 윤지웅, 영상오퍼 김경탁, 의상 임예진, 분장 김숙희, 소품 최윤서 김윤지, 음악감독 김지현, 기술감독 김광섭, 작곡 음향 강민호, 음향오퍼 조해은, 안무 최유경, 안무어시스트 구강미, 공연총괄 양기찬, 조연출 무대감독 양정현, 포스터 의상디자인 박정원, 사진 이강물, 홉보마케팅 컬쳐루트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행길의 사라 룰(Sarah Ruhl) 작, 이감임 연출의 <옆방에서 혹은 바이브레이터 플레이(In the Next Room or The Vibrator Play)>를 연출가와 연기자의 기량이 조화를 이룬 우수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5월 4일

 

3, 공상집단 뚱딴지의 오세혁 작, 문삼화 연출의 <지상최후의 농담>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2017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공상집단 뚱딴지의 오세혁 작, 문삼화 연출의 <지상최후의 농담>을 관람했다.

 

오세혁은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의 배우 겸 작가 그리고 연출로 활동 중이다. 2011 <아빠들의 소꿉놀이>로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되고, 같은 해 <크리스마스에 30만원을 만날 확률>로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1 밀양연극제 젊은 연출가전에서 <그와 그녀의 옷장>으로 대상 및 연출상을 수상하고, 2012 남산 상주극작가 2기에 선정되었다. 2013 국립극단 청소년극 창작벨트 2기에 선정되고, 2014 희곡<게릴라 씨어터>로 서울연극제 희곡아 솟아라에 당선되고, 2016 서울연극인대상 극작상을 수상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작가다.

 

작품으로는 <지상최후의 농담> <보도지침> <우주인> <국가 보안법> <B성년> <레드 채플린> <30만원의 기적> <페스트> <분노의 포도> <게릴라 씨어터> <템페스트> <헨리 4세> 등을 각색 또는 집필, 그리고 연출했다.

 

문삼화는 2003년 연극 <사마귀>로 공식 데뷔하여 10년 넘게 연출가로 살아온 베테랑이며 공상집단 뚱딴지의 대표를 맡고 있다. 연출작품은 <잘자요 엄마> <뽕짝> <바람직한 청소년> <뮤지컬 균> <세자매> <일곱집매> <언니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너 때문에 산다> <쿠킹 위드 엘비스> <백중사 이야기> <Getting Out> <라이방> <사마귀>를 연출했다.

 

2003평론가협회선정 올해의 베스트3, 2004밀양 여름공연예술축제 제3회 젊은 연출가전 최우수작품, 2005 서울연극제 연기상, 신인연기상, 2006 거창 국제공연 예술제 남자연기상, 2008 서울문화재단 젊은 예술가 지원사업(Nart)선정, 2008대한민국연극대상여자연기상, 2009대한민국연극대상희곡상, 2013 서울연극제 우수작품상, 여자연기상, 2013한국연극BEST7, 2013제1회 이 데일리 문화대상 연극부문최우수상, 2013대한민국연극대상여자연기상, 2014제16회 김상열 연극상 등을 수상한 미모의 연출가다.

 

무대는 초등학교의 교실처럼 보이지만, 사형이 확정된 포로수용소의 당일 사형수 대기실로 설정된다.

 

노인으로부터 장정 그리고 소년에 이르기까지 순번대로 사형집행을 당할 사형수의 짧은 대기시간 동안의 정황이 펼쳐진다. 모두 전쟁포로라는 설정이고, 전쟁포로는 무조건 사형선고를 받게 되는 비 법치국가 같은 가상적인 상황묘사에서 출발한다.

 

사형이 확정된 포로들은 생애의 마지막 순간을 통곡이 아닌 웃음으로 마무리를 짓자는 의견일치를 보이고, 순번을 지어 차례로 사형장으로 나가자는 합의를 한다. 포로들 중 노인은 나이대접을 해 달라며 맨 마지막에 집행을 당하도록 해 달라고 동료들에게 애원을 한다. 노인의 생에 대한 집착이 남의 일 같지 않아 필자는 남모르게 웃음을 터뜨린다.

 

사형수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그것이 자신과 동료에게 웃음이 유발되기를 바라고, 또 실제로 동료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비극적 현실에서의 희극적인 상황이 잠시 동안이기는 하지만 차례대로 전개되고, 그들이 담당병사의 지시대로 차례대로 형장으로 향하면 잠시 후 총성이 울리고 관객은 그 포로가 사형이 되었음을 짐작하게 된다. 자신의 차례가 된 사형수에게는 먼저 총살된 사형수의 망령이 등장해 주위를 맴돌고 희롱을 한다.

 

이들 속에 소년 사형수가 등장한다. 어리지만 자신도 어엿한 병사였음을 밝힌다. 노인과 소년, 대조적인 인물설정에서 극적 분위기는 상승궤도에 접한다. 남은 포로와 담당병사의 티격태격 속에 담당병사는 총을 빼앗기고 정복도 빼앗겨 포로복장을 하게 된다. 그러나 담당병사의 옷을 입은 포로가 밖으로 나가자 총성이 울린다. 망을 보는 병사가 포로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는 설정이다. 그러나 포로 복을 입고 나간 담당병사 역시 총성과 함께 잠잠해 진다.

 

마지막으로 남은 노인과 소년, 동등한 입장에서 노인에게 순번을 양보한 소년이 노인에게 하대를 한다. 노인은 당연히 노하지만 소년은 같은 동료끼리 왜 그러느냐며 농담을 한 거라며 사과를 한다. 소년이 먼저 나가 처형이 되고, 마지막으로 노인이 나갈 차례가 되면 먼저 총살된 사형수들의 망령이 모두 등장한다. 망령들은 노인의 마지막 길을 환송하듯 에워싸고 춤을 춘다. 노인이 정신을 바짝 차리면 망령들의 모습은 보이지를 않는다. 노인이 애써 웃으며 감옥 밖으로 나가면 총성과 함께 연극은 끝이 난다.

 

김재건, 구도균, 문병주, 윤광희, 한철훈, 오민석, 김영택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이 기억에 남는다.

 

무대 소품 김혜지, 무대팀 이희순, 조명 김성구, 조명어시스트 지소연, 조명팀 김명수 안정민 왕은지, 조명오퍼 김소영, 의상 더블스토리, 음악 레인보우99 류승현, 음향오퍼 박지은, 무대감독 강지현, 그래픽 김솔 전진아, 사진 전진아, 기획 박기현 이현주 등 제작진과 스태프 전원의 열정이 드러나, 공상집단 뚱딴지의 오세혁 작, 문삼화 연출의 <지상 최후의 농담>을 성공작으로 만들어 냈다.

5월 5일

 

4, 극단 즉각반응의 공동창작, 하수민 연출의 <2017 애국가 함께함에 대한 하나의 공식>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즉각반응의 공동창작, 하수민 연출의 <2017 애국가 함께 함에 대한 하나의 공식>을 관람했다.

 

하수민은 2009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무대미술과 예술전문사 출신으로 2009년 연극 <사람을 찾습니다> 무대디자인, 2010년 연극 <스페이스 치킨 오페라> 의상디자인, 연극 <떠나는 사람들> 무대디자인, 2012년 제1회 융합예술공장 참여작 연극 <코러스> 작 연출, 2013년 <굿 데이 투 데에이> 연출, 201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Site-specific performance” 강의, 2014 <육 쌍둥이> 작 연출, 2015 춘천마임축제 대본 연출, 2016 <무라> 작 연출을 한 극단 즉각반응의 대표이자 기대되는 연극인이다.

 

<2017 애국가 함께함에 대한 하나의 공식>은 70대로부터 20대 연령의 배우 21명이 출연해 벌이는 놀이 형식의 연극이다. 그리스 연출가 미하일 마르마리노스(Michail Marmarinos)가 2006년 11월에 올린 같은 제목의 연극에, 김승옥의 소설 <서울, 1964년 겨울>과 황석영의 소설 <손님>에서 내용을 발췌해, 2017년에 어울리게 재구성하고, 출연배우 각자가 체험한 현재의 시국과 상황을 질의 응답하는 다큐멘터리형식으로 연극을 펼쳐가며 노래와 춤이 곁들여 진다.

 

무대는 25개의 직사면체의 조형물을 바로 세워 탁자로 사용하고 의자 또한 25개를 배치해 극 전개에 따라 이동 배치한다. 탁자로 사용되는 조형물 위에는 식기와 술잔이 놓이고, 여자출연자 한명이 음식이동장비로 와인과 아몬드 슬라이스와 크렌베리 아가베 시럽이 들어간 요거트, 과일꼬치, 깻잎 페스토 썬 플라워 브루게스타를 운반해 나누어준다. 배경 쪽에도 직사면체의 조형물을 눕혀놓았다. 여성출연자 한명이 마이크를 사용해 일종의 해설자 역할을 담당해 질의 형식으로 극을 진행하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출연배우는 21명이지만 관객을 몇 사람을 동석시켜 함께 극을 펼쳐간다.

 

연극은 애국가와 관련된 이야기와 4절까지의 가사내용, 그리고 북의 국가와 국화를 소개하고 비교하기도 한다. 월드컵 경기 당시 응원가로 열창되던 애국가와 “대한민국! 짝 짝 짝 짝!”하며 흔들던 태극기, 그리고 거대한 태극기를 함께 이동시키던 광경에서부터 현재 촛불과 태극기집회 이야기, 그리고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출연자들의 정치적, 사회적으로 보고 체험한 사건을 대화형식으로 전개해 가며 ‘나비야’, ‘섬 집 아기’, ‘만남’, ‘너와 나’, ‘에라 모르겠다.’, ‘태권V 주제곡’ 등의 노래도 곁들인다. 중간 10분의 휴식시간을 갖은 다음 2부가 펼쳐지면, 이번에는 공통의 주제보다는 출연자 각자의 가정, 생활, 환경, 그리고 세상을 대하는 시각이 극의 주제가 된다. 이들 개개인이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사회가 극 속에 그려지면서 대단원에서 출연자와 관객이 함께 하는 군무(群舞)로 3시간 동안 펼쳐진 연극은 마무리를 맺는다.

 

이영조, 강애심, 이수미, 이주영, 서동갑, 박성연, 곽지숙, 임영준, 이진경, 임동욱, 김아영 등 출연자 전원의 열정과 기량이 독특한 놀이 극 형식의 연극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고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김희진 군윤근, 드라마터그 윤형섭, 음악 이호근, 무대미술 남경식, 의상 홍문기, 조명 윤해인, 프로듀서 이경빈 권민정 등 스텝 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즉각반응의 공동창작, 하수민 연출의 <2017 애국가 함께 함에 대한 하나의 공식>을 기억에 길이 남을 한편의 독특한 놀이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5월 5일

 

5, 극단 백수광부의 안톤 체홉 작, 이성열 연출의 <벚꽃동산>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극단 백수광부의 안톤 체홉 작, 이성열 연출의 <벚꽃동산>을 관람했다.

 

이성열은 연세대 사학과에 입학해 연희극예술연구회에 들어가며 연극을 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극단 목화(대표 오태석)에서 연기와 연출을 배우고, 제대를 해서는 극단 산울림(대표 임영웅)에서 연출을 익히며 산울림 소극장의 극장장을 맡기도 했다.

 

연극으로는 햄릿아비’ ‘벚꽃동산’ ‘과부들’ ‘봄날’ ‘여행’ ‘그린 벤치’ ‘자객열전’ ‘미친극’ ‘키스’ ‘야메의사’ ‘굿모닝? 체홉’ ‘햄버거에 대한 명상’과 무용극은 ‘비천사신무’ ‘두 도시 이야기’ ‘유랑’ ‘운수좋은 날’, 음악으로는 ‘톨스토이 IN Music’ ‘드라마가 있는 음악회’ ‘파가니니&리스트’ ‘죠르쥬’, 오페라는 ‘손탁호텔’(협력연출) 등을 연출했다.

 

1998 한국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 <굿모닝? 체홉>, 2005 서울연극제 “연출상” <Green Bench>, 2007 김상열 연극상 <물고기의 축제>, 2009 서울연극제 “연출상” <봄날>, 작품상으로는 1997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키스>· 2004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자객열전>· 2005 올해의 예술상 “연극부문 최우수작품상” <Green Bench> 서울연극제 “우수상” <Green Bench>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여행>, 2006 서울연극제 “우수상” <여행>, 2009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봄날> 2013 이해랑연극상 수상했다.

 

<벚꽃동산(러시아어: Вишнёвый сад)>은 안톤 체호프(러시아어: Анто́н Па́влович Че́хов, 영어: Anton Pavlovich Chekhov, 1860~ 1904)가 러시아 귀족사회의 몰락을 묘사한 연극이다. <벚꽃 동산>은 한 귀족가문에서 재배하던 벚나무 동산을 말하는데, 후에 동산을 구입한 자본가에 의해서 베어진다.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곡(<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 <벚나무 동산>)중의 하나로 1904년 모스크바 예술좌에서 초연된 4막 극이다. 체호프의 시대는 1860년대의 러시아 혁명 운동이 탄압받은 직후의 시기이다. 그의 작품이 니힐리즘 스타일로 보여지는 것은 바로 그 시대적 반영(反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가까운 장래에 오게 될 미래의 밝은 세계를 예견하고, 그 작품 속에 그러한 시대적 변화를 그려냈다. 한국에서는 1934년 12월에 극예술연구회에 의해서 공연되었다

 

<벚꽃동산(러시아어: Вишнёвый сад)>은 몰락한 귀족가문에서 재배하던 벚나무 동산을 지칭하고 백과사전에도 등재된 명소다. 후에 이 벚꽃동산을 구입한 농노의 아들인 자본가에 의해서 베어진다. 4막으로 구성되고, 1막은 농노의 아들이지만 자본가로 성장한 로빠힌과 하녀 두나샤가 라네프스까야 가족이 집으로 돌아오는 걸 기다리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오라버니 가예프와 누이 라네프스까야, 그리고 그녀의 딸 아냐가 귀향하면서 귀족가문의 영지 벚꽃동산이 소개가 되지만, 제정 러시아의 붕궤와 공화정의 태동에 따른 사회적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귀족의 모습이 체홉의 눈을 통해 감성적으로 그려진다. 귀족가문의 영지인 별장과 벚꽃동산이 부채로 인한 경매로 넘어가지 않기를 바라는 주인공의 심정이 그려지면서 1막은 끝이 난다.

 

2막에서는 주인공 가족 뿐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등장하고, 2막에서는 영주의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가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별장지가 팔려나갈 이 시점에 라네프스까야는 지나가는 인형극을 연출하는 떠돌이행인에게 금화를 주고 마는데, 어려운 상황에도 영지를 지켜온 그녀의 수양 딸 바랴로서는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 농노출신 부호 로빠힌을 좋아하는 바랴, 라네프스까야도 두 사람이 맺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러나고, 친딸 아냐가 이 고장의 만년 대학생 페차에게 마음을 기울이는 장면에서 2막은 마무리된다.

 

3막에서는 집안에 파티가 열려 음악과 분주한 분위기로 극이 시작된다. 라네프스까야의 오빠인 가예프는 별장 경매장에 로빠힌과 함께 떠나 소식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라네프스까야는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린다. 그러다가 별장지가 팔렸다는 소식이 들려, 집안이 떠들썩해 진다. 가예프와 로빠힌이 등장하고 가예프는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로파힌은 차근차근 경매장의 상황을 설명한다. 그러고 결국 자신이 벚꽃 동산을 샀다는 소식을 전하며 기쁨을 토한다. 그런 상황에서 각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이 서로 달라, 묘한 상황이 펼쳐진다. 그리고 모두 홀을 떠난 이 자리에 라네프스까야만 남아 울고 있다. 막내딸 아냐가 다가와 엄마를 위로하며 애써 밝은 미래를 얘기하는 장면에서 3막은 마무리된다.

 

4막에서는 라네프스까야의 가족들과 하인들이 모두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라네프스까야와 가예프 남매는 저택을 바라보며 미련을 보리지 못하고 차마 발길을 옮기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다독인다. 라네프스까야는 수양 딸 바랴가 로빠힌과 맺어지기를 원한다. 그러나 로빠힌과 바랴는 맺어지지 못하고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마지막 장면은 현관문에 못질을 하고 모두 떠난 영지 저택 안쪽에서 늙은 하인 피르스가 걸어 나와 문을 열어보려 애쓰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체념한 듯 조용히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듯싶은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무대는 객석을 제외하고는 무대 삼면을 백색의 매끈한 벽을 세워놓았다. 좌우 벽에 두 개씩 문이 있고 등퇴장 로 구실을 한다. 정면은 섬유로 된 벽이라, 조명효과에 따라 내부의 인물의 움직임이 드러난다. 책장과 어린이 방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있고, 책과 인형이 들어있다. 난로형태의 조형물도 보인다. 대단원에서 배경의 섬유막이 올라가면 상수 쪽을 향한 언덕길이 있고, 가지만 보이는 벚나무 여러 그루가 보인다. 정면 벽과 좌우의 벽에 대학로 거리 풍경이 투사되고, 만개한 벚꽃영상이 투사되기도 한다. 우물 같은 조형물을 만들어 그 속에서 요정들이 튀어나오는가 하면, 극 전개에 따라 요정들이 배경 쪽을 행진하기도 한다. 요정들은 연주자 구실도 한다. 조명변화로 태양의 낙조를 표현하고, 해가 진후에 청색바탕으로 무대 색상이 바뀌기도 한다. 콘트라베이스나 기타가 등장을 하고 출연자들은 19세기 풍의 정장을 착용하고 등장한다.

 

마지막 장면은 마술사 여인이 꽃잎 같은 절단한 종이를 허공에 날린 후, 탁 티인 무대 조명이 비추어진 공간에서 피르스가 잠을 자려는 듯 누워버리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이지하가 라네프스까야로 출연해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태형이 로빠힌으로 출연해 역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관객이 가슴 깊이 다가간다. 임진순이 노역인 피르스로 출연해 관객 자신의 노년을 상상하도록 만든다. 김동완이 라네프스까야의 오빠로 출연해 제정 러시아 말, 몰락해 가는 귀족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해 갈채를 받는다. 박윤정이 바랴로 출연해 음전한 모습과 강한 자존심의 표현으로 역시 깊은 인상을 남긴다. 민병욱, 송명기, 박산서 등 3인의 중후한 연기력은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 낸다. 김원진, 박하영, 민해심 등 3인의 미녀 출연자 역시 미모와 연기력으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그리고 양윤혁 역시 훤칠한 용모에 플레이보이 같은 역할로 여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주예선, 심재완, 윤상원이 악사와 벚나무 동산의 요정으로 출연해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 손호성, 조명 김영빈, 의상 박인선, 음악 김은정, 분장 이동민, 영상 윤형철, 안무 양은숙, 소품 박예슬, 인형제작 유성진, 사진 이은경, 마술지도 박필주, 무대감독 김은선, 무대감독보 박기범 임근혁, 오퍼레이터 전주영 이하늘, 조연출 정정현, 기획 이정은 김혜연 서동연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기량과 열정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백수광부의 안톤 체홉 작, 이성열 연출의 <벚꽃동산>을 러시아 본고장에서 공연을 해도 좋을 한편의 명화 같은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5월 6일

 

6, 극단 진선미의 안민수 작, 김지욱 연출의 <초혼>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극단 진선미의 안민수 작, 김지욱 연출의 <초혼(招魂)>을 관람했다.

 

작품을 쓴 안민수(1940-) 교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불문학을, 서울연극학교에서 연극학을 전공하였으며 동랑 유치진이 설립한 드라마센터에 입단하여 배우로 활동 중, 미국 하와이 대학교 대학원에 유학하여 연기, 연출을 전공하였다. 이후 동랑 레퍼토리 극단에서 연출가로 활동하였고 강단에서 많은 배우들을 양성하고 있는 교육자이기도 하다. 1977년, 록펠러재단과 뉴욕 라마마극장 초청으로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한국적인 연극 양식으로 번안한 <하멸태자>와 <태>를 가지고 한국연극사상 최초로 미국과 유럽의 14개 도시 순회공연을 가지며 해외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대표 작품(연출)으로는 <리어왕>, <태>, <하멸태자>, <보이체크>, <소>, <초혼>, <길> 등이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배우수련》, 《연극연출-원리와 기술》, 《연극적 상상 창조적 망상》이 있다.

 

한국연극상 (한국연극협회), 한국 연극영화예술상 (한국일보), 서울극평가그룹상 (서울극평가그룹), 삶의 빛상 (동랑예술원) 근정포장 (대한민국) 등을 수상했다.

 

김지욱 교수는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해 미국 Sarah Lawrence College에서 연극연출 실기석사(Master of Fine Art)를 취득했다. 극단 The Creative Minority 대표 및 서울예술대 연극과 겸임전임강사, (주)설앤컴퍼니 레지던트 디렉터 등 역임했다. 현재 호원대 공연미디어학부 뮤지컬전공 교수 및 극단 삼류극장 대표를 맡고 있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음악감독, 뮤지컬 <캐바레> <피핀> <캣츠> 작곡, MBC 마당놀이 ‘환장하겠네’ <장부가> <초혼> 등의 연출을 담당했다.

 

<초혼(招魂)>은 종군위안부의 죽음과 시신의 염 그리고 장사를 지내며 하는 곡성(哭聲)을 넌 버벌 뮤지컬 퍼포먼스(non-verval musical performance)로 그려냈다.

 

무대는 천정에 네 필의 광목의 중간을 두 번 고정시켜 늘어뜨려 놓았고, 일곱 필의 광목을 배경 쪽 천정에서 무대바닥까지 늘어뜨려 놓았다. 무대 하수 쪽에 연주석이 있어 신디사이저(synthesizer)를 연주해 출연자들의 노래를 반주하고, 조명으로 극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배경에 가로 세로 일정한 간격의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영상 60여개를 배경에 잠시 투사하고, 그중 나이가 어렸을 당시 위안부로 끌려갔던 소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백색저고리와 흑색 치마를 입은 소녀들 중 한 소녀를 맨몸에 훈도시를 찬 일본병사들이 윤간하려는 장면이 펼쳐지고 결국 소녀는 이리저리 도망을 다니다가 광목을 타고 기어오르려 하다가 결국 병사들에게 잡혀 윤간을 당하고 그 충격으로 죽게 된다. 소녀의 시신이 무대중앙에 자리를 잡고, 모친과 일가친척들의 장례가 시작된다. 배경에는 다시 죽은 이들의 위패(位牌)가 영상투사로 나열되었다가 사라진다. 곡성이 시작되면서 곡성은 여러 가지 형태로 변화한다. 모차르트(Mozart)의 레퀴엠(Requiem)이나 쇼팽(Chopin)의 장송행진곡(Funeral march), 리스트(Franz Liszt)의 장송곡(Funérailles)이나, 스트라빈스키(Stravinsky) 장송 노래(Funeral Song) 같이 절묘한 음악성을 띈 것이 아니라, 크고 작고 길고 짧은 단조로운 곡성의 연속이 상복을 입은 남녀 출연자 10명의 몸 움직임과 함께 한동안 계속된다. 그리고 시신을 벗기고 깨끗이 씻은 후에 수의 대신 노란색 저고리에 붉은색 치마를 입히고 옥색 두루마기를 입힌다. 출연자들이 시신 앞에 절을 두 번 반, 하고, 영구행렬이 시작된다. 상여 대신에 두 명의 남성 출연자의 어깨에 시신을 앉히고 영구행렬이 시작되고 무대를 한 바퀴 돌아 늘어뜨린 광목의 중간부분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시신을 무덤에 안장한 것으로 설정이 된 후 상복차림의 남녀출연자들은 모두 무대로 나와 앉거나 엎드린다. 작은 곡성과 함께…그 때 시신이 무대로 나온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라는 동요를 하염없이 부르며….그리고 소녀가 어둠속으로 다시 사라지면 연극은 끝이 난다.

 

장유희가 주인공 소녀, 혼을 부르는 남녀로 최새봄, 김재훈, 송지언, 최기언, 백승빈, 박혜림, 박종두, 정지훈, 박채린 등이 출연해 열연과 호곡 성, 그리고 윤무로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심재형, 작곡 장지영, 안무 김종일, 조안무 박미영, 연기구성 함제범, 즉흥구성 정아미, 영상 손효원, 소품 노경준, 조명 박주원, 음향효과 박상석, 무대 김성태, 의상 유재오, 무대감독 최명경, 음악예술감독 김지현, 제작감독 최영환, 예술감독 이영택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기량과 열정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진선미의 안민수 작, 김지욱 연출의 <초혼(招魂)>을 독특한 곡성(哭聲) 넌 버벌 뮤지컬 퍼포먼스(non-verval musical performance)로 탄생시켰다.

5월 8일

 

7, 극단 창의 홍창수 작, 윤우영 연출의 <원무인텔>

 

알과핵 소극장에서 극단 창의 홍창수 작, 윤우영 연출의 <원무인텔>을 관람했다.

 

홍창수 작가는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거쳐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며 연극과의 다양한 만남을 즐기고있다. 1998년 극단 실험극장에서 첫작품 ‘오봉산 불지르다’를 공연한 이래 ‘수릉’, ‘신라의 달밤’, ‘여름안개’, ‘윤이상, 나비이마주’등을 발표하며 꾸준히 극작을 하고있다. ‘한국희곡’편집주간을 맡았고 월간지 ‘한국연극’ 편집위원, 그리고 한국희곡작가협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는 한국희곡 연구서 ‘역사와 실존’, ‘김우진 전집1,2,3(공편)’, ‘한국희곡 읽기의 새로움’, 희곡집 ‘오봉산 불지르다’가 있다. 발표 공연된 작품으로는 <나는 개를 낳았다> <도라지꽃> <거울 뒤 여자> <황금바늘> <여름안개> <원무인텔> 등이 있다.

 

연출가 윤우영(1961~)은 브리스틀대학교 대학원 연극학과 출신으로 현재 대진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이자 극단 청맥의 대표 겸 예술감독이다.

 

연출작으로는 <코펜하겐> <마로윗츠 햄릿> <신의 아그네스> <화장> <영상도시>, 뮤지컬 <렌트>, 창작무용극 <귀천>, 오페라 <이순신>외 다수다.

 

1997 문화체육부장관 표창 제27차 ITI세계총회 및 세계 연극제, 1997 제33회 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 1998 문화체육부장관 표창장, 2000 제36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 2009 대한민국 연극대상 베스트7 등을 수상했다.

 

무대는 가로 1m 폭과 세로 3m 높이의 스크린 같은 조형물 여섯 개를 장면변화에 따라 가리개 겸 벽으로 사용하고, 영상 투사로 도시, 서해 대교, 지방 국도에서의 승용차의 질주 등, 극적효과 창출에 만전을 기한다. 운전대와 운전석과 옆 좌석이 있는 승용차 형태의 조형물을 사용하고, 홍 청색의 푹신해 뵈는 의자 두 개를 사용한다. 원무인텔에서는 원형의 탁자와 술병과 술잔이 사용된다. 음향효과와 핸드폰 소리는 녹음으로 처리된다. 핸드폰에 온 문자가 벽면에 확대된 글자로 투사되기도 한다. 음악도 장면변화에 따라 극 분위기 창출에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연극은 도입에 50대 전후의 훤칠한 미남과 지성미 넘치는 미녀 두 사람이 백색 계열의 정장을 입고 등장해 친숙하게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두 사람은 대학 동기로 고고인류학과를 다녔고, 장년의 연령이지만 경어를 일체 쓰지 않는 허심탄회한 동창사이로 표현된다. 서로의 근황이 소개가 되고, 여성은 문화재청장이다. 남성은 도중에 전공을 떠나 건축업에 손을 댄 것으로 설정이 되고, 현재는 잠실 개발지역에 거액의 투자를 했으나, 고대 유적과 유물 발견으로 건설이 중단되었기에 그 해결할 방도를 찾기 위해 여자동창이 문화재청장인 것을 알고 25년 만에 찾아보게 되었다는 설정이다. 실제로 강동 고덕지역도 아파트 건설을 위한 지역개발 당시, 고대유물인 토기, 분청사기, 백자, 기와조각의 발견으로 해당지역은 개발지역에서 제외된 적이 있다. 동창 남성은 은행에서 거금을 차용해 투자했기에 개발이 지연되거나 중단이 되면, 원금은 물론 이자를 갚기에도 어려운 상황과 마주하게 되겠기에 고대유물이나 유적과 관련된 해당 정부기관의 장인 문화재청장에게 공사계속을 청탁하기 위해 만난 것으로 소개가 된다. 학창시절에는 누구나 미남 미녀였던 동창에게 호감을 가진 적이 있기에 두 사람도 오랜만에 만났지만 젊은 시절의 추억과 그리움으로 해서 접근이 수월해 진 것으로 연출된다. 함께 국도를 드라이브 하며 두 사람은 금방 친근해 지고, 상대에게 마음을 열어 놓는다. 물론 두 동창은 계획에 없던 원무인텔에 들게 된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자연스런 본성의 발동으로 입술도 마주하고, 몸을 밀착시키려들다가 핸드폰 소리에 행동을 멈추고 자제를 한다. 남성은 비로소 상대를 만난 까닭을 털어놓는다. 잠실에서의 유적지 발굴에 따른 건설 중단과 연관된 내역을 밝히며 원래 계획대로 건설이 중단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청을 한다. 여성은 발끈하며 거절을 한다. 남성이 무릎을 꿇고 사정을 해도 막무가내다. 여성은 전화로 차를 불러 남성동창에게서 떠나간다. 원무인텔에 홀로 남성은 머리를 쥐어뜯는다.

 

대단원에서 벽면에 영상이 투사되면서 신문기사가 커다란 글씨로 소개가 된다. 현 문화재청장이 유적지와 유물발견에도 불구하고 공사계속을 지시해 해임되었다는 기사와 함께 연극은 끝이 난다.

 

관객은 여성 문화재청장이 동창의 청을 거절하고 냉정하게 원무인텔을 떠났기에 공과 사가 분명한 행정관으로 여겼다가, 결국 동창의 요구를 수락한 것에서 요즘 떠들썩한 국정농단 사건과 비견되어 청장파면에 고개를 잠시 끄덕이기도 하지만, 동창의 어려움을 보고도 공익 위주로 칼날처럼 냉정하게 대처하는 것보다는, 살포시 마음을 열어 동창을 도와주려한 모습에,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따뜻한 마음으로 관람을 함께 한 관객의 어깨를 감싸거나 서로 손을 서로 꼭 쥐고 극장 밖으로 나가는 모습에서, 사람의 정이 그 무엇보다 강함을 보여준 연극이라는 느낌은 필자만의 느낌이었을까?

 

서상원이 건축업에 종사하는 남자동창, 김나윤이 문화재청장을 하는 여성동창으로 출연해 두 사람의 멋진 외모와 성격설정은 물론 호연과 열연으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고동혁, 음악감독 송기영, 무대 표종현, 영상 김장연, 작곡 및 음향효과 홍승현, 조명 정진철, 조연출 김 솔, 사진 박종호 승인환, 음향오퍼 신희존, 진행 장유진 곽지우 김나연 지소영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창의 홍창수 작, 윤우영 연출의 <원무인텔>을 관객의 기억에 오래 남을 수준급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5월 9일

 

8, 드림시어터 컴퍼니의 임선빈 작 연출 <페스카마 고기잡이 배>

 

동양예술극장 3관에서 드림시어터 컴퍼니의 임선빈 작 연출의 <페스카마 고기잡이 배>를 관람했다.

 

임선빈은 <나비야 청산가자> <디 아더 싸이드> <부엉이는 어떻게 우는가> <하녀들><하꼬대 마을 사람들> <여보 고마워> <자라의 호흡법>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한 중견여성 작가 겸 연출가다. 서울연극협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이래 가장 처참한 사건이 《페스카마》호 선상살인사건이다. 《페스카마》호란 한국해양수산 소속 원양어선 《페스카마》호 15호를 말한다. 《페스카마》호는 괌, 사이판 등지에서 어로작업을 하는 이른바 원양어선이다. 중국조선족 7명, 도합 24명이 승선하고 있었다. 1996년 6월 7일 부산을 출발한 《페스카마》호는 1주일후 괌부근의 티니안섬에 도착했다. 중국조선족 7명은 6월 14일 북경을 떠나 서울을 경유해 5시간만에 사이판에 도착해 티니안섬에서 《페스카마》호에 승선했다.

 

6월 16일, 《페스카마》호는 출항했고 중국조선족들은 배 멀미를 하면서 선상에서 작업준비를 학습했다. 알아듣기 힘든 용어를 이해하려 노력했는데 심술궂은 갑판장은 선원들의 궁둥이를 치고 욕하기가 일쑤였다.

 

6월 16일, 선상에서 갑판장의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중국선원 리춘성을 희롱하고 때리는 것이 마치 노리개와 같이 취급하는 것이었다. 다음날 인도네시아인 노만이 보도 줄을 단단히 잇지 못했다고 얼굴을 구타당했고 중국조선족 백충범은 틀린 보도 줄을 가져왔다고 구타를 당했다. 호출에 좀 늦게 나왔다고 갑판장에게 구타당하고 검사에 불합격했다고 화가 난 선장이 단체로 구타를 하고 욕을 하는 등 중국조선족선원들은 선장과 갑판장의 가혹한 처벌과 욕설에 견디기가 어려웠다.

 

큰 사건이 하나 6월 27일에 발생한다. 조업구역에서 참치 떼를 발견하고 작업을 시작했으나 조업이 제대로 되지 않자 화가 난 선장은 쇠파이프로 리춘성의 머리를 쳤다. 이것을 피하다 어깨를 맞은 그는 선장에게 대들었다. 화가 난 선장은 일등 항해사에게 도끼를 가져오라 했다. 겁에 질린 중국조선족선원들은 전원 위층으로 올라가 문을 닫고 방어를 했고 하선을 희망했다. 선장은 당일 항명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토의과정에서 어느 정도 노여움을 가라앉혔다. 선장은 다시는 조선족들에게 손대지 않기로 하고 조선족들은 다시 열심히 일을 배우기로 했다.

 

6월 28일, 조선족 선원이 모두 아파 작업을 할 수 없어 작업을 거부했다. 6월 30일 저녁 선장은 중국조선족을 모아놓고 하선희망자를 파악하고 하선경제보증서 서명을 요구했다. 여기에는 사모아까지의 경비 50만원과 사모아 구치소에서의 3개월간 구류 생활하는 비용 200만원을 내게 되어있었다. 이에 더해 조업 손실금까지 부담시키겠다고 위협을 가했다. 이에 조선족 전원이 선장에게 사과하고 계속 복무하기를 애원했으며 다음날인 31일에는 고급 약을 갖고 선장실을 찾아가 애원했다. 그러나 선장은 냉랭했다. 이에 8월 1일 중국조선족 선원들은 최일규 방에 모여 자살을 논했으나 백충범, 최금호 등의 의견으로 선장과 갑판장을 죽이고 죽자는 결의를 했다.

 

반란음모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던 날 시작되였다. 중국조선족들은 배를 탈취한 다음 선원을 죽이고 배를 침몰시킨 후 뗏목을 만들어 일본이나 한국으로 표류하려 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인 3명과 중국인 1명을 냉동 창고에 가두었으나 냉동창고가 작동하지 않아 이들이 살아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들을 냉 동창고에서 꺼내 몽둥이로 때려 실신시킨 후 바다에 수장했다. 이를 목격한 19세의 최동호는 맹장염으로 다른 배에서 옮겨온 청년인데 범행 장면을 목격한 최동호를 산채로 수장해버렸다. 중국조선족이 인도네시아인 6명을 살해하려 하자 이들이 일등 항해사 이인석과 같이 무인도에 가서 살겠다고 하소연해 이들을 방치했다. 8월 2일 2시, 전재천(全在千)이 주동이 되여 선장면회를 요구했다. 선실 문을 열자 3명이 달려들어 선장을 밧줄로 묶어 선수 창고에 넣었다가 살해하고 갑판장 등 7명도 살해했다.

 

선장을 잃은 《페스카마》호는 공해상에서 표류하기 시작했다. 8월 6일 생존자 전원을 살해한다는 소문이 돌자 인도네시아 인들이 단합해 흉기를 들고 반란선원과 대치하다 양쪽이 화해하고 흉기를 모두 바다에 던져버렸다. 배가 8월 24일 오전 10시경 일본 도리시마 섬 부근에 이르자 조타실에서 어창으로 내려가는 전재천을 보고 인도네시아 인들이 반란선원들을 밀치고 밖으로 나와 전재천과 격투 끝에 그를 밧줄로 묶고 일본 어업 지도선을 보고 물에 뛰어들어 구제를 요구했다. 일본 경비정에 인도된 반란선원은 8월 31일 부산 해양경찰에 인계 되었다. 선상반란사건 재판에서 모두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문재인 인권변호사의 변론으로 감형되었다.

 

무대는 페스카마호의 조형물이다. 상갑판 하갑판 조타실 기관실 선실 등이 만들어지고 기관실과 선실은 문을 열고 출입한다. 연극은 실화대로 구성 전개되고, 출연자들은 경상도 방언과 조선족 말씨 그리고 전라도 방언을 사용한다. 조명으로 장면변화가 이루어지고, 음향효과로 극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시종일관 선상에서 연극이 시작되고 선상에서 끝이 난다. 대단원에서 실제로 빗물을 떨어뜨려 기상변화를 연출해 낸다.

 

김동림, 김방언, 김성태, 김재현, 박경주, 송현섭, 양권석, 오일룡, 유승일, 이권섭, 이민재, 이형주, 정구민, 정진혁, 한동훈, 허병필, 황기석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과 방언구사 그리고 호연과 열연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기획 제작 드림시어터 컴퍼니 벨라뮤즈 ㈜, 미술감독 무대디자인 황수지, 조명감독 한희수, 음향디자인 한 철, 음향감독 김선영, 의상디자인 황수지, 의상제작 박정숙, 작곡편곡 홍지연, 무대제작 풀굿 이상수, 컴퍼니 매니저 윤수빈, 조연출 김재혁, 조명오퍼 곽유하, 음향오퍼 이지혜, 연출부 어시스트 고강희, 그림 고강희 김채은, 사진 윤준섭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드림시어터 컴퍼니의 임선빈 작 연출의 <페스카마 고기잡이 배>를 창의력과 연출력이 돋보인 우수작으로 창출시켰다.

5월 10일

 

9, 극단 신세계의 김수정 작 연출의 <말 잘 듣는 사람들>

 

알과핵 소극장에서 극단 신세계의 김수정 작 연출의 <말 잘 듣는 사람들>을 관람했다.

 

김수정(1983~)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를 이수한 미모의 여류작가이자 무용가 겸 연출가로 극단 신세계 대표다. 혜화동1번지 동인이기도 하다.

 

연출작은 <귀신의집> <우리동네,미쓰리> <로미오&줄리엣> <어린왕자의지구보고서> <그러므로 포르노> <인간 동물원 초> <두근두근 내 사랑> <멋진 신세계> <세월호 – 사랑하는 대한민국 & 국가에게 묻는다> <보지체크> <망각댄스> < 망각댄스 – 세월호편> 등을 발표 연출했다.

 

안무로는 <해빙> <프록스> <실연> <핼리혜성> <꿈꾸는 거북이> <페리클레스> <세익스피어IN광주> <싸이코패스> <의붓기억> <멸> <빨간시> <왕의의자> 등이 있다.

 

<말 잘 듣는 사람들>은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으로 농락을 당하는 사람들 이야기다.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은 전화기나 휴대전화를 사용해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또는 기업이 보낸 메시지인 것처럼 가장함으로써, 주민등록번호 및 신용카드 정보와 통장비밀번호 같이 기밀을 요하는 정보를 부정하게 얻어 이득을 취하거나, 애꿎은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사회공약적(social engineering) 사기의 한 종류이다. ‘피싱’(phishing)이란 용어는 fishing에서 유래하였으며 private data와 fishing의 합성어이다 즉 점점 더 복잡한 미끼들을 사용해서 사용자의 금융 정보와 패스워드를 ‘낚는’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피싱 사고에 대한 신고가 늘어감에 따라, 피싱을 막으려는 방법들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런 방법들에는 법, 사용자 교육, 그리고 기술적인 도구들이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피싱외에도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이라고 하여 전화를 이용한 사기도 등장하고 있다.

 

무대는 대중음식점의 내실이다. 정면에 커다란 창이 있고, 사물함 대신 바구니를 층층이 쌓아 종업원들의 소지품을 넣어두고, 의자, 술 상자, 양념단지, 그 외의 가재도구 등을 방 가장자리에 늘어놓았다. 상수쪽에는 식당과는 별도로 마루가 가로 깔리고, 객석 가까이에 화분이 한 개 놓였다. 식당주인은 택시운전을 하는 인물로 설정이 되고, 그의 처가 운영을 맡아서 한다. 동생 역할을 하는 종업원 여인이 등장을 하고, 중년의 주방장과 젊은 남자종업원, 그리고 신입 여자종업원이 있다. 보이스 피싱이 창밖의 형사라고 설정된 인물을 통해 휴대전화 음성이 객석에 확대되어 전달된다.

 

바로 이 음식점에서 돈지갑을 잃어버렸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며, 여주인에게 휴대전화로 형사라는 인물의 음성이 들리면, 새로 들어온 여종업원에게 혐의를 두고 보이스 피싱이 시작된다. 형사가 현장으로 오고 있는 중인데, 교통체증으로 시간이 걸리겠다며 여주인에게 전화로 지시를 한다. 우선 여종업원의 소지품을 담은 바구니를 검사하도록 시킨다. 그리고 여종업원의 유니폼이라든가, 옷을 검사하도록 한다. 여종업원이 반발을 하니, 부친이 현재 범죄를 저지른 사실까지 거론하며 여종업원을 압박한다. 그리고 겉옷을 벗게 하고 내복까지 벗겨 조사하도록 지시한다. 식당에 손님이 들어차 바빠지니, 주방장이 달려와 일손이 바쁜데 내실에서 무엇들을 하느냐고 들어와 버럭 역정을 낸다. 여주인은 택시기사인 남편을 부른다. 남편이 잠시 후 들어와 여주인 대신 여종업원과 대면을 하고, 내키지는 않지만 형사의 지시대로 옷을 벗기려 든다. 형사의 질문에 남편은 주민등록번호를 대고, 친구들과 만나 한잔 하던 중이라고 무심결에 이야기를 하니, 형사는 음주운전으로 식당까지 차를 몰고 왔느냐며 꼬투리를 잡는다. 형사가 음주음전으로 입건하겠다는 말에 남편은 고분고분하게 형사의 지시를 따라 옷을 벗기려든다. 물론 여종업원은 막무가내로 몸을 움츠린다. 게다가 여종업원은 소변이 몹시 마렵지만 참고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형사는 따귀를 때리라고 지시한다. 남편은 따라서 한다. 여종업원은 하나하나 옷을 벗고 알몸이 된다. 그래도 돈지갑은 나타나지를 않는다. 형사는 여종업원의 은밀한 곳까지 조사하라고 한다. 남편은 엎드려 그곳을 살핀다. 아무것도 없다고 이르니, 형사는 구강성교까지 하도록 이른다.

 

행위 후에도 물론 돈지갑은 나타나지 않는다. 주방장이 들어와 휴대전화를 바꿔든다. 그리고 형사와 통화를 하며 네가 진짜 형사냐며, 형사면 직접 수색을 할 것이지 어찌 다른 사람을 시키고, 범인도 아닌 용의자에게 혐의를 두고, 갖은 못된 짓과 가혹한 행위를 가하느냐며, 버럭 소리를 지르며 냅다 욕설을 퍼 붇는다. 형사행세를 하던 인물은 낄낄거리며 휴대전화를 끊는다. 창밖으로 보이던 형사의 모습이 사라진다. 마지막 장면은 상수 쪽 마루에 보이스 피싱을 하며 자위를 한 것으로 보이는 형사라 칭하던 인물이, 팬티만 입은 채 웃음 띤 얼굴로 화분 가까이 다가와, 조루로 꽃에 물을 주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현재까지 법정에서 진위가 가려지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에게 혐의를 두고 탄핵과 대통령 선거로 이어진 현 시국을 보는 느낌이라, 관객은 연극을 시종일관 몰입해서 관람하는 모습을 보인다.

 

김두진, 김보경, 김선기, 김시영, 김정화, 김형준, 박경찬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설정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드라마터그 김연재, 조연출 이종민 하재성, 무대 이상호, 조명 윤해인 안베잇먼, 의상 김미나, 그래픽 윤종연, 음악 이율구, 음향 전민배, 사진 신재환, 영상 박영민, 기획 박미르 이강호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신세계의 김수정 작 연출의 <말 잘 듣는 사람들>을 현 시국에 어울리는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 상징연극으로 창출시켰다.

5월 18일

 

10, 창작집단 LAS의 이와이 히데토 작, 이홍이 번역, 한송희 번안, 이기쁨 연출의 <>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4관에서 창작집단 LAS의 이와이 히데토(岩井秀人) 작, 이홍이 번역, 한송희 번안, 이기쁨 연출의 <손>을 관람했다.

 

이와이 히데토(岩井秀人, 1974~)는 만 16세부터 20세까지 4년 동안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보낸 경험이 있다. 2003년에 극단「하이바이」를 결성. 2007년부터 청년단 연출부에 소속. 그의 작품의 특징은 실제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씁쓸하지만 어딘가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는 점이다. 최근에는「어떤 여자」「남자들」「부부」 등, 평범한 삶을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취재하여 집필한 작품이 관객들의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극단 외부 활동도 활발하여, 연출가, 배우,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로서 역시 활약이 주목 받고 있다. 2011년 NHK BS 드라마로 무코다 쿠니코 상을, 2012년에는 「어떤 여자」로 키시다 쿠니오 희곡상을 수상했다. 하이바이는 뛰어난 희곡을 거듭 무대에 올리며 작품의 질을 높여가는 것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1년 10월에 PAMS 참가작으로 「히키·칸쿤 토네이도」를 공연, 그 후 2015년에는「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연출:박근형, DOOSAN ART CENTER), 그리고「손」(연출:이기쁨)이 대학로에서 공연했다.

 

번역을 한 이홍이는 연세대 심리학과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 교환학생으로 가 일본연극을 연구한 후 서울예대 공연예술학과 석사,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박사출신이다. 현재 한일연극교류협회 전문위원이자 중앙대학교 교수다.

 

연출을 한 이기쁨(1984~)은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으로 창작집단 LAS의 대표다.

 

연출작으로는 <정옥이> <장례의 기술> <호랑이를 부탁해!> <서울 사람들> <성은이 망국하옵니다> <운현궁 로맨스> <대한민국 난투극> 외 다수 작품을 연출한 미모의 여성연출가다.

 

원작은 일본식 가옥에서 벌어지는 연극이지만, 우리나라 집과 의상으로 바꾸고, 무대는 검은색 배경에 침상, 식탁, 문틀, 관 등의 조형물을 이동 배치해 현재에서 과거로 돌아가고, 과거에서 현재로, 다시 과거로 거듭 돌아가며 연극을 펼쳐간다. 출연자들의 의상은 평상복과 상복차림으로 갈아입고 등장한다. 주인공 격인 할머니는 외할머니다. 곱상하게 늙었으나 치매를 앓고 있고, 노모의 생존 시와 사망 시에 벌이는 가족들의 모습을 그린 연극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장남과 차남, 장녀와 차녀, 그리고 사위와 친구가 등장하고, 목사와 일행이 등장한다. 장남은 자녀를 폭행을 하며 기른 것으로 설정이 되고, 장성한 자녀들은 아버지를 경원시한다. 어머니는 몇 십 년을 동거 동락했지만 이런 아버지와 헤어지기를 바란다. 노모의 죽음으로 상을 치르기 위해 가족들이 모이고, 각자의 성격과 처지가 묘사가 된다. 아들과 아버지와의 갈등이 노출이 되고, 아들들 사이에도 아버지를 대하는 모습에 차이가 난다. 평소에 어머니는 새똥을 머리에 맞고도 노모를 돌보는 일에 열중할 정도로 효성심이 강하다. 따뜻한 마음씨로 장성한 자녀들을 대한다. 자녀들의 어릴 적부터의 친구인 남자 한명이 찾아오고, 가족들은 그를 반긴다. 전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한잔 걸친 아버지는 평소에 하던 모습대로 마이크를 들고 대중가요를 열창한다. 그러면서 아버지와의 갈등이 노출된다. 장면이 과거와 현재로 반복이 되고 갈등이 격화되자 늘 상 침대에 누워 지내던 노모가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장면이 바뀌면 가족이 노모상을 치르기 위해 모이고, 목사가 등장한다. 신흥종교 목사로 설정이 되고, 자신의 교회 장을 치르도록 장례를 이끌어 간다. 대단원은 연극에 도입에서처럼 문틀에 수의를 입은 노모가 서있고, 노모의 관 앞에 모여 있는 가족 그리고 목사와 그 일행들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장재호가 아버지로 출연해 명연을 해 보인다. 이주희가 어머니로 출연해 남편과 대비되는 음전한 성격표현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새롬이 노모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설정과 호연으로 역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강우가 장남, 한송희와 김희연이 장녀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해 역시 호연을 보인다. 윤성원이 차남으로 출연해 호연과 열연으로 관객의 시선을 끈다. 김하리가 차녀로 출연해 역시 호연으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끈다. 장세환이 장녀의 남편, 신창주가 차남의 친구로 출연해 역시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임현국이 목사, 이 효와 조영경이 목사 일행으로 출연해 역시 호연을 펼친다.

 

무대감독 신명민, 조연출 이다빈, 무대 서지영, 조명 정유석, 음악 윤지애, 음향 윤찬호, 의상 신주연 이지연, 분장 이지연, 그래ᅟᅵᆨ디자인 고동욱(EASThug), 사진 박일호(IRO), 프로듀서 정하린 등 스텝 모드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창작집단 LAS의 이와이 히데토(岩井秀人) 작, 이홍이 번역, 한송희 번안, 이기쁨 연출의 <손>을 창의력과 연출력 그리고 출연자의 기량이 조화를 이룬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5월 19일

 

38회 서울연극제 수상내역

특별상 창단 30년 극단 단홍, 극단 로얄시어터

창단 40년 극단 연우무대

무대예술상 창작집단 LAS <손>의 무대 서지영

극단 백수광부 <벚꽃동산>의 조명 김영빈

신인연기상 극단 신세계 <말 잘 듣는 사람들> 김보경

창작집단 LAS <손>의 이주희

연기상 공상집단 뚱딴지 <지상 최후의 농담> 김재건

드림시어터 컴퍼니 <페스카마호> 유승일

극단 신인류 <사람을 찾습니다.> 김정팔

극단 창 <원무인텔> 김나윤

희곡상 드림시어터 컴퍼니 <페스카마호> 임선빈

연출상 드림시어터 컴퍼니 <페스카마호> 임선빈

관객평가단(대표 이동길) 인기상 극단 신세계 <말 잘 듣는 사람들>

우수상 (김영종 종로구청장상) 창작집단 LAS <손>, 극단 신인류 <사람을 찾습니다.>

대상 (박원순 서울시장상) 드림시어터 컴퍼니 <페스카마호>

 

집행위원장 송형종, 부위원장 지춘성, 방지영

예술감독 최용훈, 프로듀서 방지영,

심사위원 최용훈, 조만수, 차근호.

 

5월 29일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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