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7년 6월 공연총평

박정기의 공연산책 2017년 6월 공연총평

2017년 6월 공연총평과 함께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 개 폐막행사와 수상작, 그리고 한국극작가협회의 독도탐방기를 별도로 게재한다.

1, 연희단거리패와 원불교 교정원 문화사회부 이윤택 작 연출의 <이 일을 어찌할꼬!>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원불교 교정원 문화사회부와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작 연출의 <이 일을 어찌할꼬!>를 관람했다.

<이 일을 어찌할꼬!>는 원불교 백주년 기념연극으로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少太山) 박중빈(朴重彬) 대종사(大宗師)의 일대기를 그린 서사극이다.

원불교를 개교(開敎; 1916)한 소태산 박중빈(朴重彬; 1891-1943)은 조선왕조 말기에 태어나 일제말기에 세상을 떠났다. 세상이 어지러운 때일수록 걸출한 구세 인물이 등장한다. 우리나라 3대 신흥종교가 수운-증산-소태산에 의해 모두 이 무렵 개창되었다. 그중 원불교와 천도교는 우리나라 5대 종교에 나란히 들어 있어, 토착민족종교를 대표한다.

원불교를 상징하는 동그라미는 법신불 일원상이라 부른다. 절에 있는 불상이 부처님의 형상을 모신 것이라면 원불교 교당에 모셔진 법신불 일원상은 부처님뿐 아니라 예수님 공자님 등 모든 성인들이 밝혀준 공통된 진리를 숭상하는 미래형 종교로 볼 수 있다. 원불교의 ‘원’은 모든 것을 포괄하는 우주만유의 본원이며, 제불제성의 심인이며, 일체 중생의 본성이다.

소태산이 전라도 영광 백수에서 마름의 아들로 태어나 성자로 불리어지기까지 그가 살아온 무대는 오롯이 고향 쪽이었다. 그가 자연인의 신분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환골탈태한 것은 스물여섯 때였다. 이후에는 ‘시루가 아니라 솥단지에서 살았던 사람’이라 하여 한자를 음사한 ‘소태산'(少太山)이라는 호를 썼다.

소태산은 후천개벽의 세상을 열기 위해, 원융회통(圓融會通)하는 도덕단체의 출범을 위해 ‘조합’의 결성을 제의한다.

세계의 모든 제국주의자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식민지 내부에서 정신적 응집력이 발생되는 일이다. 특히 일제는 조선을 찬탈하는 과정에서 동학농민혁명의 사상적 위력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조선인 사상가가 출현할까봐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촉각을 곤두 세웠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소태산의 탄생에서 열반까지는 정확히 민족 수난의 절정기였다. 일제는 이 시기에 조선어를 말살시키고, 토착정신의 대지를 남김없이 갈아엎고자 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출옥하여 소태산을 찾은 것은 일제의 감시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소태산은 타고난 원만함과 포용심으로 일제의 방해공작을 무마시키고 원활한 포교를 해나간다.

소태산이 선택한 1916년 4월은 그가 선천에서 후천으로 두 하늘의 경계를 넘는 날이다. 그것은 새로운 세계를 여는 날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2016년은 원불교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에 이 연극을 마련하고, 다음 100년을 향한 이정표로서의 공연이기도 하다.

이윤택은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서울연극학교를 다니다가 중퇴하고 군대에 갔다. 부산 우체국, 한일합섬, 한국전력 등 열세 가지 직업을 거친 후 1979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일보 편집부 기자로 일했다. 연극에 대한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다시 연극판에 뛰어든 것이 서른다섯 살이었다. <오구, 죽음의 형식>, <시민 K>, <문제적 인간 연산>, <느낌 극락 같은> 다양한 작품을 공연하면서 사회 현실을 고발하고 한국 연극의 원류를 탐색하는 작업을 해왔다. 2005년에는 국립극장 예술감독을 맡았고 2008년에는 석·박사 학위 없이 동국대 연극영화학과 교수가 돼 화제가 됐다. 1991년 서울연극제 대상, 2008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등 2015년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대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이윤택은 대도시 중심과 국공립공연장 위주의 공연예술 활동이라는 고정관념을 극복한 친자연적, 친환경적 공연예술 장을 건립, 공연활동을 전개함으로써 한국공연예술의 발전과 창달을 선도하고 우리 연극을 세계정상급 수준으로 이끌고 있는 문화대통령 감이다.

무대는  국립극장 KB하늘극장의 무대 안에 새로운 원형무대를 1m 높이로 만들어 놓았다. 배경 막에는 큰 붓으로 그린 원불교의 동그라미 원의 그림이 영상으로 투사가 되고, 인형놀이 그림자 연극은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하고, 글자는 자막으로 처리가 된다. 침상을 들여다 놓고, 상여가 등장을 한다. 원형무대의 하수 쪽에 연주석이 있어 타 악과 현악을 연주한다. 대종사 역은 젊은 시절과 장년시절을 두 배우가 나누어 연기를 하고, 다른 남녀출연자들도 1인 다 역을 해낸다.

연극에서는 주인공 소태산이 어릴 때의 이름은 진섭(鎭燮), 청년시절에는 처화(處化)라 불렀고 원불교를 창립한 이후에는 제자들이 소태산 대종사(少太山大宗師)라 불렀다. 7세 때부터 우주와 인생의 근본이치에 대한 의심에서 출발해 20년 가까운 구도생활이 펼쳐진다. 처음에는 산신(山神)을 만나기 위한 기도를 하고 다시 도사(道士)를 만나려 고행을 계속한다. 산신이나 도사를 모두 만날 수 없게 되자 ‘내 이 일을 장차 어찌할꼬?’하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입정삼매(入定三昧)에 빠지기도 한다. 26세 되던 해인 1916년 4월 28일 이른 새벽에 동녘 하늘이 밝아오는 것을 보고 드디어 우주와 인생의 근본진리를 확연히 깨우치게 된다. “만유가 한 체성이며 만법이 한 근원이로다. 이 가운데 불생불멸의 진리와 인과응보의 이치가 서로 바탕하여 한 뚜렷한 기틀을 지었도다.” 소태산은 스승의 지도 없이 스스로 깨친 진리의 경지를 이렇게 표현하고, 또한 진리를 깨친 기쁨을 “맑은 바람 솔솔 불어 밝은 달이 두둥실 떠오르니 우주의 삼라만상이 저절로 밝게 드러나도다”(淸風月上時 萬像自然明)라고 표현한다.

  진리를 깨친 지 몇 달 후 40여 명의 신자를 얻은 소태산은 이들 중에서 9명의 표준제자를 선택하고, 그들과 함께 저축조합운동·방언공사· 혈인 기도 등을 통해 교단 창립의 터전을 닦는다. 1924년 전라북도 이리에 총부를 건설해 ‘불법연구회’란 임시교명을 선포하고 법회사업을 시작했다. 이후로 소태산은 약 20년간에 걸쳐 이곳 총부에 주재하면서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 표어와 “동정일여 영육쌍전”(動靜一如 靈肉雙全), “무시선 무처선”(無時禪 無處禪),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 “불법시생활 생활시불법”(佛法是生活 生活是佛法) 등의 교리 표어를 내걸고 시대화·생활화·대중화를 지향하는 새 종교운동을 전개한다. 소태산은 1926년 신정의례(新定儀禮)를 발표해 당시 민중들의 예법혁신을 단행했고, 1935년에는 〈조선불교혁신론〉을 발간해 생활불교운동을 전개한다. 소태산의 불교혁신의 중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일원상(一圓相)을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으로 모시고, 사은(四恩)의 신앙과 삼학(三學)의 수행으로써 모든 종교의 진리를 융통·활용한다. ② 모든 경전과 교서(敎書)는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쉬운 말과 글로 평이·간명하게 편찬한다. ③ 교당은 교도가 많은 곳에 설치하고 남녀 교역자를 두루 양성해 원활한 교화를 도모한다. ④ 모든 신자는 정당한 직업을 가져 자력생활을 하고 사회발전에 공헌하며, 영혼구제에만 치우치지 않고 정신생활과 육신생활을 조화있게 한다. ⑤ 모든 의식과 예법은 진리와 사실에 근거해 간편을 위주로 하고, 시대에 맞고 대중이 다 실천할 수 있도록 한다. ⑥ 법의 계통을 재가·출가의 차별이 없게 하고 법위의 높고 낮음에만 따르게 한다. ⑦ 출가 교역자에 대해 결혼을 법으로 제한하지 않고 각자의 뜻으로 결정하게 한다. ⑧ 교단의 운영에 재가와 출가, 남자와 여자가 함께 참여한다.

  소태산은 원불교의 창시자인 동시에 사회개혁가·농촌운동가로서 많은 활동을 펼친다. 예법개혁을 통해 당시의 번잡한 유교예법을 과감하게 혁신했으며, 허례폐지·미신타파·근검저축·공동출역 등을 통해 농민계몽과 생활개선에 앞장섰다. 늘 겸손한 마음으로 “내가 재능으로는 남다른 손재주 하나 없고 아는 것으로는 보통 학식도 충분하지 못하거늘, 나같이 재능 없고 학식 없는 사람을 그대들은 무엇을 보아 믿고 따르는가”라고 말한다. 1941년에 “유(有)는 무(無)로 무는 유로 돌고 돌아 지극하면 유와 무가 구공(俱空)이나 구공 역시 구족(具足)이라”는 전법게송(傳法偈頌)을 발표한다. 1943년 6월 1일 53세를 일기로 중앙총부에서 열반한다.

대단원에서 상여가 등장해 상두꾼이 상여와 함께 무대를 한 바퀴 돌아 퇴장하면, 모든 출연자들이 원형 무대에 등장해 원불교 노래를 합창하며 춤을 추고, 관객이 함께 춤을 추는 장면에서 공연은 갈채 속에 마무리를 한다.

윤정섭, 이원희, 김미숙, 김민정, 김계원, 홍민수, 정영진, 천석기, 김준호, 최지혜, 이혜선, 양승일, 박정우, 최민혁, 김현정, 김갑연, 문성룡, 이현지, 신다영, 오혜민, 김형진, 홍한별, 이상철, 김현동, 배소민, 현대영, 박소정 등 출연자 전원의 연기는 물론 노래와 춤에 이르기까지 관객을 극에 심취시키는 역할을 해내고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안무 하용부, 김운규, 이승헌, 무대 김경수, 조명 조인곤, 편곡 신유진, 의상 김미숙, 소품 신명은, 무대감독 김한솔, 기획 매니저 노심동 지연서, 음악감독 작곡 최우정, 가곡 작곡 소리 김민정, 작창 안이호, 가창지도 황승경, 가야금연주 김효숙, 원불교 문화사회부 기획총괄팀 교무 정인성 이명아 장인국 정명선 이항민 권혜미, 신도 이지선 정보현 한가선, 프로젝트 매니저 이경민(한국연극인복지재단) 최자연(한국연극인복지재단), 원무 황은적, 사진 이강물, 그래픽 다홍디자인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반영되어, 원불교 교정원 문화사회부와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작 연출의 <이 일을 어찌할꼬!>를 연극성은 물론 대중성을 갖춘 한편의 종교 에픽 드라마(religion epic drama)로 탄생시켰다.

6월 6일

2, 국립극단의 한민족 디아스포라 전 김윤철 예술감독, 영진 리 작, 고영범 번역, 오동식 연출의 <용비어천가>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재)국립극단의 한민족디아스포라전 김윤철 예술감독, 영진 리 작, 오동식 연출의 <용비어천가>를 관람했다.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는 조선 세종 때 권제와 정인지, 안지 등이 세종의 명을 받아 지은 악장·서사시이다. 정인지와 안지, 권제 등이 짓고, 성삼문과 박팽년, 이개 등이 주석, 정인지가 서문을 쓰고 최항이 발문(跋文)하였다. 1445년(세종 27년)에 지어 1447년(세종 29년)에 간행하였다.

한글 창제 후 첫 시험으로 이루어진 최초의 한글 문헌이며 악장이다. 모두 125장으로 조선 개국의 위대함과 시련을 노래했고, 그것이 하늘의 명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강조했다.

내용은 목조·익조·도조·환조·태조·태종 등 조선의 선대인 6대에 걸쳐 그 사적을 노래했다. 제1장, 제125장 등 10여 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각 장이 2절로 되었는데 앞절에는 중국 역사상의 사적을 적고, 뒷절에는 앞의 중국 사적과 부합되는 조선 개국의 사적을 노래했다

이 연극은 세종 조에 만든 악장 서사시 <용비어천가>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내용이다. 미국인의 인종편견에 대한 유색인들의 반항을 표현한 퍼포먼스를 <용비어천가>라고 엉뚱한 제목을 붙였을 뿐이다. <열하일기 만보>도 이런 유형인데,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유산의 제목을 도용해 버젓이 제목으로 삼고 더구나 국립극단의 이름으로 공연한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영진 리 (Young Jean Lee)는 작가 겸 연출가로 영진 리 씨어터 컴퍼니 대표, 인디 록 밴드 퓨쳐 와이프 대표다.

뉴욕타임즈는 영진 리를 ‘자기 세대에서 가장 모험적이고 도시적인(downtown) 극작가’로, 타임아웃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실험 극작가 중 하나’로 소개한다. 영진 리 씨어터 컴퍼니를 설립해 뉴욕에서 9개의 작품을 쓰고 연출했으며, 전 세계 30개 이상의 도시에서 투어를 진행했다.

2012년 도리스 듀크 예술가상, 2011년 펠로우십, 오비상 특별상 <우리는 죽게 될 거야>, 2010년 미국문학예술아카데미, 2007년 오비상 극작가상, 취리히 씨어터 스펙터클 페스티벌상을 수상했다.

2013년 영진 리의 작품 <우리는 죽게 될 거야 (We´re Gonna Die)>를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이 공연에서 영진 리는 직접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춤추는 ‘1인 카바레 쇼’ 형식의 공연을 보여준 바가 있다. 죽음에 관한 것이지만 록 밴드 퓨쳐와이프의 흥겨운 음악과 영진 리의 진솔한 노래와 춤은 공연 내내 관객을 웃게 하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힘을 준다.

번역을 한 고영범은 연세대학교 신학과와 NYIT 대학원 영상제작과 출신으로 현재 서울예술대학 영화과 겸임교수다.

영화로는 2002년 <낚시가다> 35mm, 13분, 대본/연출, 오버하우젠 국제영화제 참가작, 2006년 <모두들, 괜찮아요?> 장편극영화, 편집, 마술피리, 감독 남선호의 참여했다.

번역으로는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번역, <로드리게즈의 10분 영화학교> 번역했다.

오동식은 청주대 연극학과와 동국대 연극학과 대학원 출신의 배우이자 연출가다. 연극 ‘백석우화 – 남 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으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연기상과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연희단거리패의 단원이다.

출연작으로는 <백석우화> <길 떠나는 가족> <벚꽃동산> <리어왕> <궁리> <못생긴 남자> <템페스트> <햄릿> <세자매>외 다수작에 출연해 호연을 보였다.

연출작으로는 <채권자> <변두리극장> <트랜스 십이야> <길바닥에 나앉다> <코뿔소> <스트립티즈> 등에서 탁월한 기량을 발휘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연출가다.

  백성희장민호극장의 무대를 1m 높이로 만들고 정면에 커다란 아크릴판을 세우고 문처럼 양쪽으로 열고 닫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아크릴판에 여인 상반신 상과 문자영상을 투사하고, 작가 역의 여배우와 남녀출연자들이 등장해 춤과 노래 그리고 익살스런 몸짓으로 퍼포먼스를 1시간 30분간 계속한다. 미국인들 특히 백인들의 유색인들에 대한 편견과 동향에 대한 거부반응을 온몸으로 표현해 내고 문자영상으로 그 내용을 전달한다. 출연자들의 인물설정이 독특하고, 열정을 다한 연기력으로 관객을 퍼포먼스에 몰입시키고 대단원에서 갈채를 이끌어 낸다.

김신록, 박지아, 강서희, 안현정, 박시영, 최주연, 이동준 등 출연자들의 호연과 열연이 기억에 남는다.

드라마투르크 손원정, 음악 이자람, 안무 김윤규, 무대 김수희, 조명 조인곤, 의상 이윤정, 분장 이지연, 영상 하승연, 편곡 김민수, 음향 정윤석, 소품 백혜린, 무대감독 박금숙, 조연출 원선혜, 기술감독 김무석, 무대제작감독 최슬기, 조명감독 김용주, 음향감독 이병석, 의상감독 박지수 그 외의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재)국립극단의 한민족디아스포라전 김윤철 예술감독, 영진 리 작, 오동식 연출의 <용비어천가>를 연출가와 출연자의 기량이 드러난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6월 10일

3, 손잡고 주최 몽씨어터 제작, 이양구 작, 이동선 각색 연출의 <작전명 C가 왔다>

혜화동 연우소극장에서 손잡고 주최, 몽씨어터 제작, 이양구 작, 이동선 각색 연출의 <작전명 C가 왔다>를 관람했다.

이양구 작가의 고향은 강원도 영월인데 아주 어렸을 때부터 충북 제천에서 살았다. 남한강가에 있는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그런데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곧 수몰 예정지역이 되었다. 동네의 나무들이 다 잘리고 집들은 모두 폭파되었다. 동네 사람들 대부분이 이사를 갔는데, 이사를 못간 이양구의 집은 수몰 예정지역 위에 가서 비닐하우스를 짓고 살았다. 그 물가에서 물속에 잠긴 옛 마을을 보며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살았다. 마을이 천천히 파괴되고 사람들이 떠나가는 모습, 그 동네가 낚시터가 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이양구 작가한테는 그 물이 그냥 물이 아니었다. 눈물의 호수였다.

대학에서의 전공은 법학이었다. 몸이 좀 좋지 않아서 3년간 장기휴학을 하다가 4학년 때 자퇴를 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스물여덟에 중앙대 연극학과에 연출전공 입학했다. 서른넷에 졸업과 동시에 신춘문예 공연 <별방>에 당선되면서 ‘봄작가 겨울무대’에 참여하게 됐다. 이후 2009년에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 집중 지원 사업 에 선정되어 <핼리혜성>을 준비하게 됐다. 당시에 연우무대를 만난 게 큰 힘이 되었고, 연우무대의 제작지원을 받아 <핼리혜성> 공연을 올릴 수 있었다. 그동안 주로 특정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 최근에는 가족의 틀을 벗어난 인간관계를 통해 현대인이 직면한 다양한 과제를 연극 무대화 하려고 고민 중이다. 최근에는 <책, 갈피>(작/연출)의 대전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좋은 평을 얻었다. <유년의 뜰> <비잔틴 레스토랑> <아름다운 동행> <그날은 오다> <일곱집매> <노란봉투> <안산순례길> 그 외의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아름다운 동행>으로 제34회 서울연극제 ‘올해의 젊은 연극인상을 수상하고 <일곱집매>로 제 34회 서울연극제 ‘우수상’을 수상한 발전적인 앞날이 기대되는 작가다.

연출가 이동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출과 출신으로 몽씨어터 대표다. 연극 <데모크라시>로 제1회 서울 연극인 대상 연출상을 수상했다. <사랑은 비를 타고> <금강> <숲 속으로> <쓰릴 미> <변신> <엘리모시너리> <데모크라시> <바보들의 행진> <싸이코패스는 고양이을 죽인다>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작전명: C가 왔다>는 지난 2011년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일명 ‘노조파괴 시나리오’ 사건이다. 악덕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을 주제로 극적 구성을 했다. 노조 파괴 컨설팅을 대가로 회사들로부터 수십 억 원의 컨설팅 비용을 받아 챙긴 창조컨설팅과, 이에 공모한 자들의 이야기가 연극의 내용이다.

당시 현대자동차가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를 파괴하기 위해 협력업체인 유성기업,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공모한 사실이 확인됐다. 금속노조 조합원을 회유해 기업노조로 가입시키는 과정에서 현대차는 유성기업에 구체적 목표치까지 제시하는 등 주도적 역할을 했다. 2011년부터 유성기업에서 진행된 노조 파괴의 주인공은 유성기업·창조컨설팅이 아니라 현대차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또 유성기업은 기업노조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면서까지 금속노조를 파괴하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노조는 “현대차가 구체적으로 기업노조 조직화에 개입했다는 점이 압수된 e메일을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런 증거를 확보하고도 2013년 말 유성기업의 노조 파괴 혐의 대부분을 사실 확인 불가,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노동부는 “기소의견 송치 지휘를 건의했으나, 검찰 지휘에 의거해 불기소(혐의 없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불기소 처분 뒤 대전 고검에 항고하면서 “사용자의 노조 파괴 범죄에 면죄부를 쥐어준 전형적인 기업 봐주기 수사”라며 반발했다.

  금속노조는 “검찰은 오늘 공개된 자료를 이미 확보하고 있었지만 유성기업 사장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현대차에 대해선 추가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직무를 유기한 검찰 역시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연극은 노조파괴 공모자인 ‘창조컨설팅’과 ‘회사’, ‘용역회사’, 그리고 ‘제2노조(복수노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파업유도-직장폐쇄 및 용역투입-제2노조(복수노조) 설립-민주노조 무력화 및 제2노조 굳히기’의 전 과정과 이를 실행하는 공모자들의 모습을 무거운 주제와는 달리 희극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80년대 노조파괴 기술자인 ‘제임스 리’와 ‘창조컨설팅’의 만남은 ‘노조파괴’가 치밀하게 계획되었음을 보여주고, ‘창조컨설팅’과 ‘유성기업’ 안에서 벌어진 노조파괴 사건을 넘어, 자본이 주도하는 노조파괴 전략의 과거와 현재를 재현한다.

  특히 구선화, 이승훈, 최영도, 성열석, 양윤혁 등 출연자 전원의 열연과 호연은 관객을 폭소로 이끌고 또한 공연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며, 커튼콜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박세연, 무대 박상봉, 조명 김성구, 의상 우영주, 음악 엄태훈, 영상 김수림, 그래픽 황가림, 포토 최성운, 홍보영상 조민찬, 오퍼 권윤애, 기획 임성덕 김연빈, 손잡고 윤지선, 자문 안성희 노무사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손잡고 주최, 몽씨어터 제작, 이양구 작, 이동선 각색 연출의 <작전명 C가 왔다>를 연출가와 출연자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난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6월 11

4, 극단 웃어의 김한길 작, 김진욱 각색 연출의 <사건발생 1980>

혜화동1번지에서 극단 웃어의 김한길 작, 김진욱 각색 연출의 <사건발생1980>을 관람했다.

  김한길(1972~)은 서울예대 출신의 배우이자 극작가 겸 연출가로 혜화동1번지 4기 동인이자 극단 청국장의 대표다,

  연극 <춘천거기> <사랑의 피아노>, <길 위에서>, <장군슈퍼> ,<코뭔>, <임대아파트>, <사건발생 일구팔공>, 국립극단<우리읍내>, <귀로>, 뮤지컬 <슬픔, 혹은>, <총각네 야채가게>, <유쾌한 하녀 마리사> 악극 <모란이 꽃피는 시장>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집필 또는 연출했다.

  2003 아시테지 선정작 <사랑의피아노>, 2006 올해의 예술상 수상 <춘천거기>, 2006 PAF 극작상 <장군슈퍼, 춘천거기, 슬픔 혹은> 등을 수상한 기대되는 작가 겸 연출가다.

  김진욱은 2006 예술상 수상작 연극 <춘천거기>에서 응덕 역 으로 많은 관심을 받으며 대학로에 데뷔한 이후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슬픔 혹은> 등 다수의 대학로 작품과 영화 <아부의 왕>에서 감초의 역할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배우로 활동하던 그가 2013년 연극 <아가>라는 공연으로 혜화동 일번지에서 작/연출가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11일간 진행된 공연은 연일 매진되며 많은 관심과 극찬을 받으며 그의 연출력을 증명했다. 10년전 극단 청국장에서 <사건발생1980>을 공연했을 당시 주인공 춘구 역을 김진욱이 했다.

  김진욱 연출가는 <가족입니다> <섬마을 우리들>로 기량을 발휘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배우이자 작가 겸 연출가다.

  무대는 한 집의 거실이다. 무대 좌우로 등퇴장 로가 있고 집의 문과 내실로 통한다. 상수쪽 벽에는 객석 가까이에 문 같은 공간이 있어 등퇴장 로 구실을 한다.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 탁자가 있고, 서랍 속에 전화기가 들어있다. 정면 벽에는 각종 도안과 꽃이 들어간 그림이 장식처럼 붙어있고, 한가운데에 다리를 접고 펴는 원형의 양철 밥상이 세워져 있다. 상수 쪽 벽에는 낮고 기다란 장이 놓였다.

  연극은 도입에 예쁜 색깔의 한복을 입은 미모의 젊은 처자가 등장해 가락에 맞춰 시를 읊듯 노래를 하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여인이 퇴장을 하면, 정신장애자이기는 하지만 어여쁜 얼굴모습의 이 집의 딸과 눈을 허옇게 뒤집는 게 습관인 것처럼 보이고, 마치 언청이가 말하는 것 같은 덤벙거리는 말투의 이 집 아들, 그리고 한쪽 다리를 절지만 똑똑해 보이는 예쁜 딸, 그리고 장사를 하는 노년의 어머니가 등장해 연극을 이끌어 간다. 그리고 아들의 회상장면에 등장하는 역시 예쁜 모습의 여고생이 등장하고, 다리를 저는 딸의 신랑감으로 훤칠하고 준수해 뵈는 미남 청년이 등장한다.

  나이든 어머니가 힘을 다해 집안 살림을 꾸려가지만, 아들은 변변히 하는 일이 없이 소주를 마시며 소일을 하고, 정신장애자 딸 역시 30대로 설정이 되었지만 어린이 같은 놀이로 세월을 보낸다. 발을 절룩이는 딸은 회사에를 다니고, 결혼할 상대를 집으로 데려와 가족에게 소개를 한다. 딸의 상대 남은 인물 뿐 아니라 인격까지 원만해 보인다. 그런데 그 상대가 이 집 아들과 초등학교는 물론 고교동창으로 밝혀진다. 동창끼리 만났으니 함께 소주를 마시게 되면서 과거 이야기가 나오고, 바로 이 집 아들의 회상장면에 등장하는 죽은 여고생이 바로 동창의 누이인 것이 밝혀진다. 결혼이 임박해 이 집 정신장애 딸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다. 길가에 현수막을 걸어 교통사고를 본 사람을 찾지만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듯 연락이 없다.

  장면이 바뀌면 발을 저는 딸이 임신을 해 집으로 남편과 함께 온다. 발을 저는 딸은 어머니가 낳은 딸이 아닌 전실 자식인 것으로 알려지고, 도입에 등장한 아리따운 한복차람의 처녀는 노모의 어머니인 것으로 밝혀진다. 언니의 교통사고 사망으로 인해 모녀는 비로소 친부모와 자식처럼 서로를 끌어안고 의지하게 된다. 모녀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매부와 처남은 여러 병의 소주를 마시게 되고, 매부는 처남에게 고백을 한다. 바로 그 정신장애 딸을 자신이 잘못 차로 치어 사망토록 한 일을… 그러자 처남도 매부의 고교생 누이를 죽음으로 몰아간 사건의 책임이 있음을 고백한다. 처남과 매부는 이 일로 원수지간처럼 되어 싸움을 하는데 실제와 방불한 싸움이 연출된다. 노모가 등장을 하고서야 두 사람의 싸움은 중지가 된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연극 도입에 등장한 아리따운 한복처녀가 등장을 하고, 치매를 앓던 노모는 세상을 떠난 듯싶고, 둘이 남은 처남과 매부는 칼까지 꺼내들고 결판을 내는 듯 사생결단을 하려 들지만, 결국 양심에 가책을 받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를 끌어안는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죽은 정신장애자인 누이가 소리를 하며 무대 뒤를 한 바퀴 돌아 등장한 다음 퇴장을 하면 연극은 갈채 속에 마무리가 된다.

  정애화, 안혜경, 임소형, 허동원, 김동민, 정선희, 곽민호, 조유진, 박지선, 이의령, 김낙원, 김보희, 최보윤, 이지예, 박세현, 김시우 등 출연자들이 2인 1역 또는 3인 1역으로 매회 공연 시 교대로 출연을 해, 열연과 독특한 성격창출로 무거운 주제를 폭소로 이끌어 가는가 하면 감흥과 감동을 선사한다.

  조연출 이승주 정희진, 포토 김덕영, 디자인 민원경, 미술 신미리, 조명 임효섭, 스텝 우민제 장광호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웃어의 김한길 작, 김진욱 각색 연출의 <사건발생1980>을 작가의 창의력과 연출력, 그리고 연기자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난 감동만점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6월 12일

5, 극단 실험극장의 김태수 작, 김순영 연출의 <천덕구씨가 사는 법>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실험극장의 김태수 작, 김순영 연출의 <천덕구씨가 사는 법>을 관람했다.

  김태수 작가는 KBS 방송작가를 거쳐 대전일보 신춘문예에서 희곡 ‘파멸’이 당선되면서 극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대표작으로는 <베아트리체는 순수의 시대로 떠났다>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땅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운현궁에 노을지다> <트라우마 IN 인조> 그 외에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제3대 한국희곡작가협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 서울예술전문대학 교수다.

  김순영은 극작가 겸 연출가로 극단 미연의 대표다. 일본소재대학 연극과를 졸업하고, <사랑을 주세요> <달님은 예쁘기도 하셔라> <거짓말쟁이 여자, 영자> <사랑이 가기 전에> <살려 주세요> <삼류배우> <주인공> <사랑의 방정식>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쓰고 연출했다. 김순영이 손을 대면 작품이 섬세하고 감성적이고 아름답게 빚어진다.

  무대는 천덕구의 고물상 겸 집이다. 하수 쪽에 각종 농기구와 운동기구를 비롯한 중고기구와 아래 위단에 쌓여있고, 커다란 저울이 놓여있다. 여러 가지 정비기구가 눈에 띈다. 고물 사이로 위로 오르는 계단이 있지만 계단에도 온갖 잡동사니 고물이 잔뜩 쌓여 오르기가 불편하다.

  상수 쪽은 천덕구의 방이다. 벽에 체경이 걸리고, 겸 조리대가 앞쪽에 가로 놓이고, 방 뒤로 내실로 통하는 복도가 있다. 가구와 의자가 놓여있고, 푹신해 뵈는 의자, 옷걸이, 조리대 위에는 양념담긴 플라스틱 통, 손잡이 달린 냄비, 밥그릇과 수저가 있다. 가스가 아닌 전기로 물을 끓여 국수를 만든다.

  70대의 천덕구와 그의 아내가 등장해 연극을 이끌어 간다. 천덕구는 비교적 건강해 보이지만 동작이 젊은 사람들과는 틀리고, 아내는 자주 얼굴을 찡그리고 배에 손을 가져가며 몸을 구부리는 것으로 보아 깊은 속병이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 앞에서 내색을 않으려는 듯 보인다. 천덕구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 아내와 함께 먹는다. 휴대전화 통화로 천덕구에게는 장성한 두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내용은 천덕구의 생일잔치를 서울의 음식점에서 크게 차릴 예정이라는 것이 전해진다. 당연히 기뻐하는 천덕구와 아내의 모습에서 극 분위기가 상승된다. 그때 도로에 철제 맨홀을 벗겨 등에 지고 바로 이 고물상으로 와 팔려는 남자가 등장한다. 하지만 천덕구가 호령을 하며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라며 나무라니, 남자는 혼이 나서 다시 맨홀을 짊어지고 퇴장한다. 곧이어 나이 많은 노인이 폐지를 수거해 손수레에 싣고 들어온다. 천덕구가 폐지를 저울에 올려놓다가 젖어있는 것을 알고 물을 축였느냐고 묻는다. 노인은 비를 맞은 것이라며 능청을 떤다. 천덕구는 잠자코 중량을 달고는, 값을 조금 더 처서 노인에게 지불한다. 노인은 흥이 나서 손수레를 끌고 퇴장을 한다. 향후 천덕구와 아내의 일상이 극에서 전개가 되다가 잠시 과거로 돌아간다. 젊은 시절 천덕구가 바람을 피운 이야기다. 그 까닭으로 해서 부부는 다투면서 목이 쉴 정도로 고성을 지른다. 그 후에 아내는 시름시름 속병을 앓게 되고, 향 후 속병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이 전해진다. 극중 요즘 흔한 자금 대출이나 상품당첨이 되었다는 휴대전화 통화내용도 마당 가운데 여성상담원이 조명을 받고 등장하는 것으로 연출된다.

  장면이 바뀌면 천덕구와 아내의 일상이 재연되고, 아내와 대화를 하고 겸상을 해 밥을 먹고, 고물상 일을 하면서 취침을 할 때까지 천덕구는 늘 아내와 자리를 함께 한다. 생일날 아내는 천덕구의 구두를 정성스레 닦는다. 천덕구가 새 옷을 장만해 들고 들어와 거울 앞에 서서 입는다. 그리고 아내 앞에서 입고 뻐기며 젊은이처럼 몸을 흔들어대며 흥겨워한다. 아내도 흥겨워하다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배에 가져대며 허리를 구부리고 방으로 급히 들어간다.

  천덕구는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경쾌한 걸음걸이고 집을 막 나서려다 휴대전화를 받는다. 장남에게서 온 전화다. 사업관계로 지방출장을 가게 되어 생신을 차려드릴 수 없다는 내용이다. 천덕구는 실망한 표정이지만 자식에게 내색을 않고, 잘 다녀오라고 한 후 평상복으로 갈아입는다. 다시 휴대전화 음이 들리면서 마당에 조명이 비추어진 공간에 작은 아들이 다리를 절며 등장한다. 부자간의 통화로 작은 아들도 잔치를 못해드려 죄송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아버지에게 알린다. 천덕구가 기뻐하면서도 신부 부모가 네가 몸이 불구라는 것을 아느냐고 걱정스레 묻는다. 작은 아들은 신부부모가 “신랑이 마음이 착하면 괜찮다.”고 했다는 말을 전한다. 천덕구는 생일잔치취소로 언짢았던 심정이 밝아지며 아내에게 작은 아들의 결혼소식을 알리려 “여보” “여보” 하고 부르며 방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아내의 답은커녕 빈 방인 것을 알고 되돌아 나와 부엌과 뒷마당으로 아내를 부르며 찾다가 놀란 표정으로 되돌아온다. 그때 이웃 남자가 연장을 빌리러 들어와 천덕구를 찾는다. 천덕구가 아내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를 않는다고 걱정스레 이야기를 한다. 그러자 이웃 남자인 친구가 “자네 처가 몇 개월 전에 죽었는데 무는 소리를 하느냐?”고 이상한 듯 쳐다본다. 천덕구는 비로소 그 사실을 상기하는 듯싶다. 친구는 연장을 빌려들고 되돌아간다.

천덕구의 상심과 허탈이 객석에 전달된다. 객석 여기저기에서 충격을 받는 듯싶은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음을 다져먹었는지 천덕구가 고물정리를 시작하며 쌓인 고물사이에 난 계단을 밟고 위로 올라간다. 이웃 친구가 빌려간 공구를 되돌려 주려고 들어와 천덕구를 찾는다. 천덕구는 위의 단에서 대답을 한다. 그러나 친구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 아니 안 들리는 성싶다. 이웃 친구는 한참을 찾다가 공구를 걸이에 걸고 되돌아 나간다. 천덕구가 다시 내려와 방으로 들어가 아내의 영정을 들고 나와 소파에 앉아 옆에 놓인 녹음기의 스위치를 누른다. 아내의 마지막 녹음소리가 들려나온다. 마당 가운데 조명이 비추어진 공간에 아내가 등장한다. 그리고 아내의 따뜻한 마음이 한마디, 한마디가 천덕구에게 전해진다. 아니 천덕구 뿐 아니라 관객 모두에게로……객석 여기저기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으로 가져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천덕구가 소파에 아내의 영정을 바로 놓은 채 눈물을 흘리며 방으로 들어가면, 영정에 집중조명이 들어가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되지만 관객은 자리에 앉아 일어날 줄을 모른다.

  오영수가 천덕구, 차유경이 아내로 출연해 일생일대의 명연을 펼치며 관객을 완전히 극에 몰입시킨다. 유정기가 이웃 남자와 폐지 수거하는 노인 역으로 출연해 전혀 다른 성격창출로 기량을 발휘한다. 강인철이 맨홀을 지고 등장하는 남자 역과 막내아들 역으로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김예림이 휴대전화 상품당첨 알리는 여인 역으로 등장해 폭소를 유발시킨다.

  제작 이한승, 무대 신종한, 음악 음향 한철, 조명 진용남, 의상 조문수, 분장 김선희 진성희, 사진 이강물, 편집디자인 윤영준, 조연출 신진아, 후원회장 박석준 등 제작진, 후원진, 스텝 진의 열정과 노력이 혼연일체가 되어, 극단 실험극장(대표 이한승)의 김태수 작, 김순영 연출의 <천덕구씨가 사는 법>을 남녀노소 누구나 보아도 좋을 친 대중적이자 감동만점의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6월 13일

6, 애플씨어터와 안톤 체홉 학회의 전훈 사실주의 희곡전 <렌트 더 리얼>

성대 입구 아트씨어터 문에서 애플씨어터와 안톤 체홉학회의 전 훈 사실주의 희곡전 렌트 더 리얼(Rent the Real)을 관람했다.

  전 훈은 서울生으로, 보성고와 동국대 연극영화과 졸업하고, 96년 러시아 모스크바 쉬옙낀 연극대 M.F.A.(연기실기석사)출신 연출가다. 1996년 희곡 [강택구]로 동서희곡문학 신인작가상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극단 애플씨어터 대표 겸 연출이고, 서울예대 연극과 출강중이다.

  집필하거나 연출을 한 작품으로는 97 [결혼전야] (전훈/작) 아룽구지 소극장 외 다수, 97 [NANTA](Original version) 환 퍼포먼스, 호암아트홀, 98 [갈매기](체홉/작) 극단 떼아뜨르 노리-체홉 페스티발 참가작, ’98 [좋은?녀석들](이만희/작) 극단 연극세상, 아룽구지 소극장, 98 경주세계문화EXPO 메인이벤트 총연출 “인류화합음악축제” ”99 [벚꽃동산](체홉/작) 서울시립극단, 세종문화회관소극장 ’99-2000 [樂햄릿](조광화/작) 서울뮤지컬컴퍼니, 호암아트홀, 장충체육관 2001[유리가면]-episode1″기적의?사람”(전훈/각본)-열린극장, 인켈아트홀, 2001서울공연예술제”참가-바탕골소극장- 2002 [죽음의 토크쇼] (전훈/작) – 인켈아트홀, 2002 [월미도 살인사건] (스가 고헤이/원작, 전훈/번안) – 인켈아트홀, 2004 안똔 체홉 4대 장막전 [벚꽃동산]동국대극장,[바냐아저씨]국립극단, (동아연극상 연출상, 작품상 수상) [갈매기] 정동극장, [세자매] 정미소, 2006 [유리가면]-episode5 “또 하나의 영혼” (전훈/각본) -인켈아트홀, 2008 [말괄량이 길들이기](셰익스피어/작) 서울시극단 – 세종M씨어터, 2010 [내일은 챔피온]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서울연극제 출품작, 무대미술상) 2010 [숲귀신] (안똔 체홉) 연출 게릴라 소극장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국내우수작 선정), 2011 <아마데우스>(피터 쉐퍼/작> – 국립명동예술극장

  2014년 전훈은 안톤 체홉의 작품전체를 공연하기 시작했다. <숲귀신> <바냐 삼촌> <파더레스> <챠이카> <검은옷의 수도사> <벚꽃동산>을 비롯해 자작희곡인 <내일은 참피온> 그리고 피터 쉐퍼의 <아마데우스>를 연출하고 2016년 6월 12일부터 2017년 7월 6일까지 아트씨어터문에서 <전훈 사실주의 희곡전>을 공연하고 있다.

  사실주의 희곡작품으로는 <내일은 챔피온> <회상> <결혼전야> <죽음의 토크쇼> <월미도 살인사건> <강택구> 그리고 <렌트 더 리얼>이다.

  렌트 더 리얼((Rent the Real)은 극의 배경으로 봐서는 건물의 한 방에서 일어나고 방세문제로 시작되는 것으로 집세(Rent the Real Estate)가 맞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다.

  무대는 건물의 1실이다. 벽에 공원의 벤치 같은 긴 나무의자가 놓이고, 그 오른 쪽이 방의 출입구다. 출입구의 복도를 통해 건물 위층과 밖으로 통한다. 방안에는 의자도 보이고, 오른 쪽 객석 가까이에는 전자건반악기와 기타가 놓여있다. 전등을 켜지 않고 촛불을 켜놓고 있다.

  이 방에는 골목길 벽이나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단체에 소속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음악활동을 벌이는 청년이 살고 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건물주 노릇을 하는 젊은 남성이 밀린 월세를 독촉하러 모습을 드러내, 화가와 승강이를 벌인다. 화가는 벤치에 누워있는 악사를 가리키며 조용히 해 달라는 부탁을 하며 꼭 월세를 갚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건물주는 그림을 그려달라고 청하고 퇴장한다. 전기료가 여러 달 밀렸는지, 전원공급이 차단되어 촛불을 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추운 날씨에 전원이 끊겼으니, 방안에 냉기를 견디지 못해 화가와 가수는 커다란 깡통에 악보와 스케치를 한 그림을 태워 불을 쪼인다. 화가는 휴대전화를 받고 급히 외출을 한다.

  악사노릇을 하는 청년만 혼자 있는 방에 위층 여자가 촛대를 들고 불을 빌리러 내려온다. 불이 붙은 촛대를 들고 위로 올라가지만 잠시 후 불이 꺼졌다며 다시 내려온다. 방안에 기타와 전자건반악기가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을 가수라고 소개한다.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은 가수지만 오페라 라보엠의 여주인공 미미와 같은 이름이다. 때는 크리스마스이브로 설정이 되고, 깡통에 남은 온기에 손을 녹이며, 악사의 반주로 가수의 노래가 시작되면서 두 사람의 열기가 방안의 냉기를 밀어내면서 사랑의 기운까지 감돌기 시작한다. 가수는 악사에게 키스를 한다. 그 때 으로 나갔던 화가가 체격이 좋은 행위예술을 하는 여인과 함께 등장한다. 건물주 청년의 등장으로 행위예술을 하는 여인은 건물주 부친과 재혼을 한 여인의 딸인 것으로 설정이 된다. 곧 이어 외국에서 귀국한 몸집이 퉁퉁해 뵈는 남성과 그와 동반한 귀여워 뵈는 여성이 함께 이 집을 찾아온다. 귀국한 남성도 대중음악을 하는 인물이고 여성은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생활하는 여성인데, 처음 만나자 마자 귀국남과 동행하기로 하고 이리로 온 것으로 소개가 된다. 이들 개개인의 내력과 재능 그리고 우정과 애정이 노래와 함께 극 분위기를 서서히 상승시킨다. 물론 건물주와의 갈등이 노정이 되고, 무명의 가수인 미미는 스스로 팔에 주사기를 찌르며 몸에 병이 있음을 드러낸다.

  중간 휴식시간이 있고, 2부가 시작이 되면 커다란 사각의 조형물이 정면에 놓이고 거기에 부처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앞에 행위예술을 하는 여인이 가부좌를 한 채 앉아있다. 집주인 남성, 그러니까 부친의 재혼녀의 딸이니, 결국 남매인 셈인데, 두 사람의 갈등이 여전히 연출되고, 위층에 살던 여인은 악사와 가까워졌지만, 병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고, 실은 두 번이나 낙태수술을 해 건강이 악화된 것이 건물주와의 대화로 인해 밝혀진다. 귀국남과 동행한 여인은 돌발한 교통사고로 절명한 것으로 설정이 되고, 귀국 남은 동행녀의 영정을 들고 등장한다. 거리의 화가는 성공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연극을 통해 대중예술가의 어려운 삶이 소개가 되면서 젊은이들의 불꽃처럼 피어오르는 사랑이 세태를 반영하는 듯싶고 그들이 선호하는 노래와 반주가 관객을 감상의 세계로 인도하면서 열정까지 자극을 한다. 대단원에서 오페라 라보엠에서 미미가 절명을 하듯 가수 미미는 악사남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돌봄 속에서 서서히 운명을 한다.

  황찬호가 거리의 화가, 박현욱이 악사, 조한나가 위층 여인이자 가수 미미, 황의영이 귀국한 대중음악인, 박재현이 거리에서 노래 부르는 여인, 이규빈이 행위예술가, 그리고 김두영이 젊은 건물주로 등장한다. 출연자 전원이 성격창출에서부터 호연과 열연 그리고 반주와 노래는 물론 춤에 이르기까지 나무랄 데가 전혀 없는 뛰어난 공연이라 극의 도입에서부터 관객을 몰입시키고, 필자 같은 나이든 관객에게는 젊은 날을 돌아보도록 만들며, 관객 모두를 감상과 감동의 세계로 인도하는 창의력이 돋뵈는 수준급 음악극이기에 연극인은 물론 남녀노소 모두에게 권장할 만한 공연이라 평하겠다.

  음악감독 박현욱, 안무감독 장민호, 조연출 드라마트루크 한준휘, 사운드 디자인 드미트리 JH, 시닉 디자인 아오리 모다, 일러스트 디자인 Leshji@gmail.com, 등 스텝 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애플씨어터와 안톤 체홉학회의 전 훈 사실주의 희곡전, 전훈 작 연출의 렌트 더 리얼(Rent the Real)을 작가의 창의력과 연출력 그리고 출연자의 탁월한 기량 그리고 스탭 진의 열정이 조화를 이룬 한편의 걸작 음악극으로 탄생시켰다.

6월 14일

7, 제8회 현대극 페스티벌 극단 창파의 채승훈 예술감독, 공동창작, 한형민 연출의 <당근, 잔혹한 도시>

노을소극장에서 극단 창파 채승훈 예술감독, 공동창작, 한형민 연출의 <당근, 잔혹한 도시>를 관람했다.

  연출을 한 한형민은 배우이자 연출이다. <세 자매> <네온 속으로> <누가 우리들의 광기를 멈추레 하라> <달과 개> <한 여름 밤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해 호연을 보였다.

  연극 <당근, 잔혹한 도시>는 새로운 표현의 퍼포먼스 형식을 따랐고, 잔혹극의 형식도 도입했다.

  잔혹극의 창시자라 불리는 앙토냉 아르토(Antonin Artaud, 1896~1948)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연출가다.

  그는 일찍부터 시작(詩作)에 손을 대어, 평생 시인으로 있었으나, 파리로 가 뒤랭의 아트리에로 들어가 글림을 그린 것이 계기가 되어 계속 피토에프의 극단에 속했고, 1927년에는 극작가 로제비트라크와 ‘알프레드 자리 극장’을 창립하여, 양 대전 사이의 전위극, 특히 초현실주의 연극의 대표적 연출가가 되었다. 그는 당대에 영화에도 관심이 있어 잔 다르크의 수난과 같은 영화들에도 출연하여 연기를 하였으나, 곧 영화에 관심이 떨어져 그 이후로 영화에서보다는 연극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러나 공연의 평이 좋지 않아, 1932년에는 다시 ‘잔혹의 연극(Theater of Cruelty)’을 설립, <쌍시>를 공연했으나 이것도 실패로 끝났다. 그 후 발광하여 병원에 수용되었고, 전후에 퇴원을 하자 곧 사망하였다.

  이처럼 연극인으로서의 아르토는 사회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으나 그 인격과 혁명적인 연극 관에 의하여 루이 바로나 장 빌라르 등 젊은 연극인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1948년 정신요양소에서 여러 그림을 남기고 죽은 앙토냉 아르토의 인생은 반 고흐와 유사하며 현대 퍼포먼스와 실험연극에 남긴 그의 정신적 자취가 현재까지 이어져 평가받고 있다

  연극에서의 아르토의 영향력은 수잔 손탁이 아르토 이전의 연극과 이후를 기점으로 해서 양분할 정도로 막대하다. 50년대 이오네스코 -베케트- 피터 브룩-그로토프스키의 실험극 계보는 비로소 아르토 이후에 가능한 것이었으며 이 계보의 한 줄기가 퍼포먼스 미술의 흐름도 형성한다.

  우선 아르토의 연극에는 줄거리가 없다. 행위는 무대 위, 객석, 오케스트라 박스 속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전개되는데 “반 이론적이고 소박하고 솔직하며 그 전개의 의외성과 수단의 평이함에서 한층 더 의미가 깊다. 이들의 행위는 자유어(Words in Free-dom)를 주장하며 자기 집에서 가져온 각종 소음 악기-바다조개·톱·상자 등-를 동원하여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전철·엔진·기차 소리와 군중들의 아우성을 결합하는 소음 음악(Noise Mu-sic)과 기계의 스타카토적인 움직임에 의거한 기하학적 태도의 반복적이고 우스꽝스런 신체동작의 기계적 운동(Me-chanical Movement)을 만들어 낸다.

  백남준이 1970년에 아르토의 영향을 받아 명동국립극장 무대에 그랜드 피아노를 가져다 놓고, 남녀출연자가 그 위에서 성행위를 하도록 한 후 피아노를 도끼로 깨뜨려 버린 퍼포먼스가 우리나라 잔혹극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기존의 예술에 대한 최초의 반미학적 움직임으로서 후대 퍼포먼스의 ‘반동성’ ‘즉흥성’ ‘동시성’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었으며 “더 이상의 걸작은 없다”고 주장한 아르토의 맥락과도 일치한다. “우리는 ‘씌어진’ 시와 ‘씌어진’ 극본에 대한 미신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아르토는 주장한다. 현재 무신론자들이 ‘종교적 교의’를 해체하려는 것과 같이 아르토는 희곡과 문학의 텍스트를 재현하는 전통 연극의 해체를 주장한다. 이러한 퍼포먼스의 형태는 ‘즉흥성’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연극의 일회성을 주장한 아르토의 ‘공감각적’ 연극과 일치한다.

  무대는 모래사장이다. 배경 가까이 탁자와 의자가 여러 개 놓이고, 장면전환에 따라 출연자들이 이동을 한다. 붉은 색 전구나 붉은 조명등이 이용되고, 극적 줄거리는 없다. 남성출연자들이 반바지와 소매 없는 러닝을 입고 출연하고, 여성출연자는 완전무장을 한 듯 검은 복장 차림으로 마치 농약을 살포하듯 분무기로 물을 뿜으며 등장해 모래밭과 출연자에게 물을 뿌린다. 남성출연자들은 훈련소에서 훈련과 함께 기합을 받듯 단체로 기합을 받고 모래위에서 뒹군다. 의자를 일렬로 배열해 나란히 앉아 간단한 대사를 읊조리기도 하지만 대사는 별로 의미가 없다. 막 대신 투명한 비닐 막을 무대 전면에 설정을 하고 극 전개에 따라 막을 제쳐놓는다. 도입에 출연자들이 붉은 회중전등을 켜고 무대를 헤매다가 일렬로 가로 나란히 서기도 하고, 대단원은 분무를 하던 여성 출연자가 흩어진 탁자와 의자를 배경에 가지런히 옮겨 놓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박정호, 김한아, 김영훈, 한동준, 김두호, 신서호 등 출연자 들 전원이 무대를 종횡으로 누비고 모래 위를 뒹굴며 혼신의 열정으로 열연을 한다.

  무대 박정호, 조명 박빛채환, 음향 김영훈, 의상 안수경, 소품 유수빈, 조명오퍼 손지은, 음향오퍼 김하영, 기획 김한아, 진행 나수아 등 스텝진이 열의가 반영되어 2017 제8회 현대극 페스티벌 참가작, 극단 창파의 채승훈 예술감독, 공동창작, 한형민 연출의 <당근, 잔혹한 도시>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6월 17일

8, 극단 돌파구 전인철 구성 연출의 <국부 國父>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극단 돌파구의 전인철 구성 연출의 국부(國父)를 관람했다.

  전인철은 강원도 강릉 출생으로 2006년 <고요>로 본격 데뷔한 이후 <시동라사> <목란언니> <순우삼촌> <노랑 봉투> <터미널> <게임> 등의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대부분의 또래 연출가와 달리 그동안 자신의 극단을 만들지 않은 채 제작 극장에서 주로 활동해 왔다. <해야 된다>는 2015년 극단 돌파구를 만든 뒤 그가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극단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극단 창단작인 <고제>의 경우 극작가 백하룡의 희곡을 올렸다면 <고제>는 극단 돌파구의 단원들이 함께 극작 및 구성에 나서 공동 작업을 했고, 전인철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로에 나왔을 때 제작자가 연극계를 주도하는 분위기에서 굳이 극단을 만들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연극을 만들고 싶어서 지난해 극단을 만들었는데, 딱 10년만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연출가로서 텍스트에 충실한 작업을 해왔지만 이번엔 배우들과 함께 대본도 쓰는 등 공동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부(國父)>는 박정희(朴正熙, 1917~1979) 대통령의 일대기다.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하고 3년간 교사로 재직하던 당시 이야기, 만주국 육군군관학교에 입학한 후에 졸업성적우수자 추천을 받아, 일본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한 후 1등으로 졸업한 이야기. 일본이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패망할 때까지 일제가 수립한 만주국의 장교로 근무하였고, 일제가 패망하자 1946년 7월에 귀국하였다. 귀국 이후 대한민국 국군 장교로 지내며 남조선로동당에 입당하였다가 김창룡이 주도한 숙군에서 여수·순천 사건 연루 혐의로 체포되어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정보국에 남조선로동당의 실체를 증언한 후, 육군본부 정보 국장이었던 백선엽의 최종 면담에서 사형을 면하고, 한국 전쟁이 나자 대한민국 국군 장교로 참전한 이야기가 극으로 전개된다.

  5·16 군사 정변을 주도하였고, 이로써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되어 독재정치를 시작한다. 1963년 12월부터 1979년 10월 26일까지 제5·6·7·8·9대 대통령으로 장기집권을 하고, 3선 개헌 및 유신헌법 등의 장기집권을 반대하던 여야 및 학생운동 세력을 탄압한다. 1979년 10월 무렵 김영삼 의원 제명 파동으로 부마항쟁이 일어나고, 같은 해 10월 26일 궁정동에서의 연회 도중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가 쏜 총에 저격당함에 따라 서거한다.

  박정희의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평가가 극 내용에 등장한다. 경제개발과 새마을운동과 새마을 노래 관련이야기, 월남전, 유신헌법과 장기 집권, 독재에 따른 1979년의 부마항쟁 사건, 같은 해 궁정동 안가에서의 만찬과 김재규의 총탄에 서거하기까지가 무거운 주제이지만 희극적으로 연출된다.

  교사시절 일본인 교사에게 굽히지 않던 모습, 해방 후 공산주의자로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최종 변론에서 묵묵히 의연하게 버티던 모습, 특히 궁정동 김재규의 총탄을 가슴에 맞고도, 초청된 여인과 가수에게 “나는 괜찮다”고 하던 초인 같은 모습이 극중 재현된다.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입법부의 결정으로 박근혜가 탄핵을 당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고, 법정에서 불법부정행위 진위의 선고를 기다리는 현재, 박정희의 일대기가 공연된다는 것은 모험심과 패기만만한 젊은 연극인이 아니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무대는 1m 높이로 붉은색 카펫을 깐 듯한 정사각의 통로를 무대중앙에 설치해, 출연자들이 그 사각의 통로를 시계방향이나 반대방향으로 돌며 연기를 한다. 극중 남자배역을 여성출연자가 하는가 하면, 여성배역을 남자출연자가 연기하고, 1인 다 역을 하며 기타반주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정면에 스크린이 있어 영상과 자막이 투사되고, 국부 國父라는 글자 영상이 극의 도입과 마지막에 투사가 된다. 박정희 대통령의 생애중 대장부답고 존경받을만한 의연한 모습이 연출되고, 궁정동 장면에서는 사각의 통로 내부에 입체 사각의 조형물을 의자와 탁자처럼 배치하고, 대통령을 저격하는 장면에서는 당시 초인 같은 의지를 가졌음을 나타낸 박정희 대통령의 모습과 “나는 괜찮아”라는 말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 장면은 여러 차례 반복 재현된다.

  유병훈, 조영규, 안병식, 백성철, 이지혜, 권 일, 김민하, 윤미경, 하현지 등 출연자 전원의 경쾌한 동작으로의 출발에서부터 호연과 열연은 물론 선뜻한 분위기 창출에 이르기까지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기획 최효정, 무대디자인 이윤수, 무대제작 에스테이지 이윤중 조환준 정우상 권오준 전 혁, 조명팀 Stageworks, 조명디자인 최보윤, 조명어시스트 지소연, 조명팀원 신동선 정주연 최인수 홍유진 정하영, 의상디자인 김지연, 의상어시스트 김선아, 분장 소품 장경숙, 음악 박민수, 영상 정병목, 영상기술 김성하, 안무 금배섭, 노래지도 김경진, 무대감독 김상엽, 조연출 주애리 김유림, 사진 이강물, 인쇄물디자인 ㈜디자인컴퍼니, 포스터이미지 선무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돌파구의 전인철 구성 연출의 국부(國父)를 연출가와 출연자의 기량이 드러나는 기억에 길이 남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6월 18일

9, 국립극단 한민족디아스포라전 김윤철 예술감독, 줄리아 조 작, 박춘근 역, 정승현 연출의 <가지>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재)국립극단의 한민족디아스포라 전, 김윤철 예술감독, 줄리아 조 원작, 박춘근 번역, 정승현 연출의 <가지>를 관람했다.

  줄리아 조(1975~)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 줄리아드 스쿨과 뉴욕 대학교에서 희곡을 전공한 극작가 겸 TV drama 작가다.

  <피아노 선생(The Piano Teacher)>, <두랑고(Durango)> <99개의 히스토리> <BFE>를 발표 공연했고, <언어의 성취(The Language Archive>로 수잔 스미스 블랙번상’(Susan Smith Blackburn Prize)을 수상하고, 미국 작가 연합 상과 TV 뉴 시리즈 각본상을 수상했다.

  번역을 한 박춘근은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심리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 美 오하이오 마이애미대학교 연극학 석사 출신으로 극단 독 대표다. 카피라이터이기도 했고 또한 연구원이었으며 현재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극작가다.

  <아내들의 외출>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를 발표 공연했고 <페리클레스> <게이결혼식>을 각색했다.

  2012 <꽃피는 바다> , 2011 <무사 마마이> 2010 <사비미르> 2010 <캐스팅> 2008 <민들레 바람되어> 등을 발표 공연했다.

  연출을 한 정승현은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 출신이다. 서강연극회에서 배우와 연출로 다양한 무대경험을 쌓으며 2001년 국립극장에서 개최된 전국대학연극제에서 <문이주 프로젝트> 연출을 맡아 금상, 연출상,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정승현 연출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시선으로 사회적 문제를 무대화하는 작업에 관심과 열정을 쏟고 있다.

  <로리타> <바냐 아저씨> <따냐 따냐> <소시민의 결혼> <게르니까> <청혼> <이렇게 만나서 참 황당하지만> 그 외 다수 작품을 연출한 기대되는 연출가다.

  연극은 도입에 미국여성이 등장해 음식여행가인 남편과의 일화를 이야기한다. 미국인들의 집착이 되어버린 음식종류를 열거하고, 자신의 기억에 가장 남는 음식은 아버지가 수술 전날 한밤중에 만들어준 샌드위치였다고 말한다.

  장면전환이 되면 병원이다. 한인 2세인 외아들 레이는 어려서 사고로 어머니를 잃었다. 레이는 평생 보수적 사고를 가진 아버지와 잘 맞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들 레이의 요리사라는 직업에도 불만이고, 아들이 신용카드로 1천 달러 상당의 식칼을 사왔을 때, 격분해 그 칼로 신용카드를 잘라버리기도 했다. 레이는 간암으로 중환자실에서 죽음을 앞둔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온다. 무의식을 헤매는 아버지는 “물 줘,” “밥 먹었어?”라는 말을 겨우 할 뿐이다. 아버지를 돌보는 난민출신 간병인이 어느 날 텃밭에서 기른 가지(eggplant)를 레이에게 가져다준다. 그는 가지라는 영어보다 오버진(aubergine)이라는 프랑스어가 훨씬 맛있게 들린다며, Oh! Virgin이라고 외치면서 음식은 물리적일 뿐 아니라 정신적, 정서적 자양분의 보편적 언어라고 이야기한다.

  레이의 한국계 여친인 코넬리아는 냉장고만 4개인 집에서 자라났다. 엄마가 강압적으로 요리해 먹이는 것을 거부해온 코넬리아는 레이가 멀베리(mulberry, 뽕나무 오디)를 준비하자 감동을 해 사랑까지 하게 된다.

  레이는 아버지를 회복시키기 위해 자라를 구입해 자라탕을 만들어드리려고 한다. 한국에서 아버지의 동생이 형의 중환을 알고 찾아온다. 레이가 한국말을 못 하기에 한국말을 잘하는 여친 코넬리아의 통화가 주효해 삼촌이 미국을 오게 된 것이다. 물론 조카와 삼촌을 반기지만 의사소통은 손짓 발짓으로 할 뿐이다. 이런 와중에 아버지는 결국 운명하고, 조카와 삼촌은 마음이 통하게 된다.

  대단원은 도입에서처럼 미국여인이 등장해 부부가 된 레이와 코넬리아에게 다정함을 보이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김재건이 아버지, 김종태가 레이, 김정호가 삼촌, 우정원이 코넬리아, 신안진이 간병인, 김광덕이 미국여인으로 동장해 성격창출에서부터 호연과 열연으로 극 분위기 상승을 주도하고 갈채를 받는다.

  드라마트루크 손원정, 무대 김수희, 조명 이현승, 의상 이윤정, 소품 백예린, 분장 장경숙, 음악 김정용, 음향 정윤석 등 스텝 진의 열정과 기량이 돋보여, (재)국립극단의 한민족 디아스포라 전, 김윤철 예술감독, 줄리아 조 작, 박춘근 번역, 정승현 연출의 <가지>를 작가의 창의력과 연출가의 기량 그리고 출연자의 연기력이 삼위일체가 되어 공연을 수준작으로 창출시켰다.

6월 22일.

10,  제8회 현대극페스티벌 극단 노을의 오세곤 작 연출 <가라자승>

노을소극장에서 제8회 현대극페스티벌 참가작 극단 노을의 오세곤 작 연출 <가라자승>을 관람했다.

  <가라자승>은 허구라는 의미인 일본어 가라에 자승(自乘)을 붙였다, 실제가 아닌 허구에 자승까지 합했으니 대단한 허풍연극이라는 뜻이다.

  <가라자승>은 포스트모더니즘을 뛰어넘는 신표현주의 연극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모더니즘이란 말에 ‘뒤’나 ‘후'(後)를 뜻하는 포스트(post)라는 접두어를 붙여 만든 말이다. 이 말은 1960~70년대 미국에서 문학과 건축 등의 예술 관련 분야에서 만들어진 말인데, 말 그대로 모더니즘 이후에, 모더니즘과 상반되는 특징을 갖는 작품이나 작가, 혹은 취향이나 태도 등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근대의 이성은 규칙, 권위, 규율, 통제 등을 의미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러한 것들을 해체하려는 경향에서 출발했다. 다시 말해서 이성의 부작용인 경직되고 획일화된 사고에 반대하고, 그동안 이성에 밀려 무시되어 왔던 감성, 비주류, 여성, 아이, 유색인 등의 요소를 재조명하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포스트모더니즘은 역사적이고 과학적인 실증적 사고와 충돌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무의미하고 몽매주의를 양산시킨다는 것, 과학의 엄밀성을 침해한다는 것, 실질적 사회 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 등이다. 일각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종교적 도덕적 일탈 행동을 조장한다고까지 주장한다. 그러나 문화 예술적 분야에서는 불붙듯 피어오르는 전진적 표현방법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특히 연극에서는 많은 작가와 연출가가 등장을 했다. 2017년 제8회 현대극페스티벌 참가작 극단 노을의 <가라자승>에서는 바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뛰어넘는 전진적 신 표현주의연극을 볼 수 있게 된다.

  <가라자승>은 현실과도 일맥상통한다. 특히 정치현실과 부합해 창작되었다. 대통령이나 수상이 아닌 황제로 인물설정을 한 것이 다를 뿐이고, 등장인물들은 첨단과학기구를 사용한다. 국가비상사태가 발발하고 국민 수 십 만 명이 몰사했는데도 여황은 거울 앞에 앉아 손톱을 다듬고 있다. 정치현황은 비서관에게 전달을 받아서 듣고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자칫 비서관이 개인의사나 반대의사를 피력하기라도 하면, 거만하고 불충한 것으로 여황의 분노와 질타를 받는다. 비서관은 땅에 머리를 조아려 사죄를 구한다. 그런 여황 밑에서 봉사한 비서관이 다음 황제로 등극한다. 다음 황제로 등극한 여황은 현실을 개혁할 의지를 보이지만, 기존의 법과 제도, 그리고 규칙에 의해 새로운 황제로서의 의지를 제대로 피력하지 못한다. 그저 선황제의 오만과 거드름 그리고 황제자리에 연연하고 선황제의 행동답습으로 이어질 뿐이다. 이 연극에서는 4명의 남녀가 황제의 자리를 승계한다. 특히 황제의 비서관이 차례로 다음 황제로 등극을 한다. 3인의 여황이 자리에 오르고, 마지막 황제는 남성이지만 여성 황제만으로 황제 직이 계승된 전통을 갖고 있기에 이 남성은 모든 의식과 행동이 여성보다도 더 여성적인 인물로 설정된다. 시대도 첨단과학기기와 기구를 사용하고, 머리에 안테나를 황제 관처럼 쓰지만 황제의 자리는 형식과 제도에 얽매인 구태의연한 자리이기에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선황의 경력과 역정을 되풀이 하는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무대는 강단 같은 조형물과 화장대, 그리고 황제의 의자, 그 옆에 비서관의 탁자와 의자가 차례로 자리를 잡았다. 바닥에 전광으로 6면체의 문양이 펼쳐지고, 일본국가, 슈베르트의 송어, 독일가곡 등이 국기에 대한 경례나 의전음악으로 등장한다. 네 명의 출연자가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며 황제의 자리를 승계한다.

  박새롬, 임한나, 윤미경, 송영재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극 분위기 상승을 주도하며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며 탁월한 기량으로 연극을 성공작으로 이끌어 간다.

  안무 안병순, 영상 김이진, 조명 이일균, 음악 박진영, 조연출 김기태 등 스텝 진의 기량이 합하여, 극단 노을의 제8회 현대극페스티벌 참가작 오세곤 작 연출의 <가라자승>을 세계시장에 내어보여도 좋을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6월 23일.

11,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소포클레스 작, 이수인 재구성 연출의 <안티고네>

나온씨어터에서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소포클레스 작 이수인 재구성 연출의 <안티고네>를 관람했다.

  연출가 이수인은 경남 밀양출신으로 서울대학교 사회대 지리학과 출신(91학번)으로 극단 한강, 극단 오늘 대표 역임했고, 現 떼아뜨르 봄날 대표이자 작가 겸 영화감독, 연극연출가다.

  ​2004년 장편영화 <고독이 몸부림칠 때>를 각본 감독하고, 2006년 <떼아뜨르 봄날> 명칭으로 창단. 대표 및 상임연출을 맡는다.

  ​​2006년 6월-8월, 창단공연으로 <그녀가 돌아왔다> 연출, 2008년 2월 – 4월, <페드라-오래된 염문> 2008년 10월-11월, <그녀가 돌아왔다>, 2008년 12월, 음악극 <클럽 명월관> 연출, 2009년 <페드라 스캔들> 각색, 2009년 12월, <맥베스> 연출, 2010년 4월, <발코니> 각색, 연출, 2010년 9월, <전에도 그랬어> 연출, 2011년 2월, <낭만비극 오이디푸스> 각색, 연출, 2011년 5월, <낭만비극 오이디푸스> 각색, 연출, 2011년 10월-11월, <노부인의 방문> 각색, 연출, 2012년 5월 <왕과 나> 작, 연출, 2013년 7월 <왕과 나> 작, 연출, 2013년 12월 <해피투게더> 작, 연출, 2015년 2월 <메데아>각색, 연출, 2015년 4,5월 <그리스의 연인들> 각색, 연출, 2015년 관악극회 <헤이그 1907> 작 연출로 성공을 거두었다.

  2015년 제2회 윤영선 연극상, 제52회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 제4회 레드어워드 상 등을 수상한 앞날이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미남 연출가다.

  <안티고네(그리스어: Ἀντιγόνη)>는 고대 그리스의 비극작가 소포클레스가 기원전 441년에 만든 비극이다. 테바이의 왕 크레온과 어린 소녀 안티고네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안티고네는 테베의 오이디푸스 왕의 딸이다.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왕과 함께 오랫동안 공연되어 왔다.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B.브레히트와 프랑스의 극작가인 장 아누이에 의해 재구성되어 공연되었다.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 왕의 딸이다. 아버지이자 왕인 오이디푸스가 스스로 눈을 찔러 실명한 채로 떠돌아다니게 되고, 두 오빠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가 왕권을 놓고 다투다 모두 죽는다. 그리하여 안티고네의 삼촌인 크레온이 왕이 된다.

  크레온은 에테오클레스만 성대히 장례를 치러주고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는 들에 그냥 버려두라는 포고를 내린다. 안티고네는 혈육의 정에 이끌려 크레온의 명령을 어기고 들에 버려진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를 몰래 묻어준다. 이 사실을 안 크레온은 안티고네를 생매장형에 처한다. 안티고네를 연모하던 크레온 왕의 아들 하이몬도 안테고네를 따라 죽기로 결심하는데 크레온은 아들이 죽게 된 것에 놀라서 안티고네의 생매장 처형지로 달려간다. 하이몬은 아버지를 보자 격분하여 칼로 찌르려고 하고 크레온은 도망친다. 하이몬은 자살하고 이 사실을 안 크레온왕의 아내 에우리디케도 침대에서 자살한다

  <안티고네>의 내용은 이 작품과 더불어 3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오이디푸스 왕>과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에 연결된다. 오이디푸스가 죽고 난 후에 오이디푸스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가 <안티고네>에서 펼쳐진다.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 간의 불화가 깊어져 치열한 싸움이 진행된다. 결국 그들은 서로의 목숨을 빼앗게 된다. 테베의 왕인 크레온은 조국인 테베를 상대로 싸움을 벌였던 조카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를 들판에 그대로 방치하고 매장을 금지했으며, 이 명령을 어기는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폴리네이케스의 시신 매장을 금하는 크레온의 명령에 모든 백성들은 침묵한다. 그러나 그의 동생인 안티고네는 테베의 왕인 크레온의 명령을 어기고 오빠의 시체를 묻어 주기로 결심한다.

  크레온의 명령과 경고에 대한 안티고네와 이스메네의 대사로 <안티고네>는 시작된다. 폴리네이케스의 매장을 둘러싼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대립, 즉 신의 법을 크레온 왕의 명령보다 우위에 두는 안티고네와, 국법을 고집하는 크레온의 갈등이 이 극의 가장 근원적인 갈등이다.

  어떤 일이나 사건에 대해 반대하다는 의미의 안티(Anti)라는 말은 <안티고네>에서 유래된 말이다.

  무대는 바닥에 의자와 탁자가 여기저기 쓰러져 있다. 출연자들이 등장해 의자와 탁자를 일으켜 세우고 연극을 펼쳐간다. 조명의 강약으로 극 분위기를 조절하고, 음악으로 역시 극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무대 왼쪽에 연주석이 마련되고 기타연주로 극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느낌이다. 출연자들의 의상의 색상이 모두 달라 작중인물의 개성에 맞춘 듯싶고 썩 어울리는 느낌이다.

  출연자는 원작과는 달리 왕인 크레온과 왕비인 에우리디케, 테이레시아스, 안티고네, 하이몬, 이스메네 등만 출연하는 연극이다. 새로 등극한 크레온의 통치권과 법령이 막강하기에 비록 도덕적으로나 인륜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행위일지라도 법적금지조치에 저촉됨으로 해서 야기되는 외삼촌과 여 조카 사이에 목숨을 건 갈등이 극 내용이다.

  안티고네는 아버지인 오이디푸스와 어머니 이오카스테의 운명적인 비극에 뒤를 이어 결국 자신의 목숨까지 내 걸어야 하고, 자매 이스메네는 물론, 안티고네의 약혼자인 크레온의 아들 하이몬까지 자살을 하게 되는 그리스 비극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어쩌면 현재 감옥에 갇혀 선고를 기다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비명횡사한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참혹한 운명에 비견되는 연극인 듯싶은 느낌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송용진이 크레온, 이춘희가 에우리디케, 이 길이 테이레시아스, 고애리가 안티고네, 윤대홍이 하이몬, 장승연이 이스메네로 출연해 호연과 열연 그리고 탁월한 성격설정으로 갈채를 받는다. 엄태훈이 기타연주로 역시 갈채를 받는다.

  조명 성미림, 의상 심형석, 소품 박현아, 음향 엄태훈, 사진 김두영 조하린, 소품 박현이, 그래픽 김 솔, 무대감독 신해연, 조연출 최봉문, 오퍼레이터 김윤아, 어시스트 최소리 장수빈 양희철, 인턴쉽 쵤고은 등 스텝 모두의 기량이 드러나,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소포클레스 작, 이수인 재구성 연출의 <안티고네>를 기억에 길이 남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6월 25일

12, 극단 맨 씨어터의 브라이오니 레이버리 작, 차영화 우현주 역, 고연옥 윤색, 김광보 연출의 <프로즌>

예그린씨어터에서 극단 맨 씨어터의 브라이오니 레버리 작, 차영화·우현주 역, 고연옥 윤색, 김광보 연출의 <프로즌>을 관람했다.

  브라이오니 레이버리(Bryony Lavery 1947~)는 영국출생 미모의 여류작가로, 버밍험 대학(Birmingham University)을 졸업한 후 배우로 활동하고, 현재는 극작가 겸 방송작가다. 1988년 두 마리아(The Two Marias), 1992년 그녀의 아픈 심장(Her Aching Heart), 1991년 무언극 피터 팬 (Peter Pan), 1997년 골리앗(Goliath), 1997년 불빛을 더(More Light), 2000년 웨딩 스토리(A Wedding Story), 2001년 마법의 장난감 가게(The Magic Toyshop), 2002년 이릴리아(Illyria), 2004년 마지막 부활절(Last Easter), 2007년 스톡홀름(Stockholm), 레드 스카이(Red Sky), 그것은 눈(It Snows), 2009년 크루크스(Kursk), 2010년 아름다운 화염(Beautiful Burnout), 2012년 먼지(Dirt) 등을 발표 공연했다.

각색을 한 고연옥(1971~)은 동아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부산MBC아동문학대상 소년소설 부문에 당선되어 동화작가로 활동하였으며, 199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꿈이라면 좋았겠지>가 당선되어 희곡작가로 첫 발을 내딛었다.시사월간지의 기자로, 방송국 시사프로 구성작가로 일했다. 2000년 결혼 후 서울로 이사하였고, 2001년 청송보호감호소의 수형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다룬 <인류 최초의 키스>가 극단 청우 김광보 연출로 공연되어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올해의 우수희곡에 선정되었다.2003년, 한 독거노인의 죽음을 통해 물질만능시대의 단면과 죽음의 의미를 짚은 <웃어라 무덤아>가 역시 극단 청우 김광보 연출로 공연되어 올해의 예술상 연극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03 대산창작기금 희곡부문에 선정되었다. 2006년에는 극단 배우세상, 박근형 연출로, 제도권에서 일탈해 있다는 이유로 강간치사사건의 주범이 된 소년들의 이야기 <일주일>이, 극단 제이티컬쳐, 문삼화 연출로 한 하급장교를 통해 계급과 구조 속에 자아를 상실해 가는 군대 구성원들에 대한 <백중사 이야기>가 공연되었다. 그리하여 <인류 최초의 키스>, <일주일>, <백중사 이야기> 세 작품에 대해 ‘사회극 삼부작’, 혹은 ‘남성 삼부작’이라고 회자되었다. 2007년, 현대사회 공간의 이질성과 위험성을 다룬 <발자국 안에서>가 극단 청우, 김광보 연출로 서울연극제에 출품되어 대상, 연출상, 희곡상을 수상하였고, 그 해 고연옥의 첫 희곡집 <인류 최초의 키스>(연극과 인간)가 출판되었다.

  연출가 김광보는 서울시극단 단장이자 예술감독이다. 그가 연극을 만드는 방식이란 희곡을 성실하게 섬기면서 그 의미를 무대에 드러내는 것에 최종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그는 텍스트를 꼼꼼히 읽으며 그 안의 인간들의 생각과 행위를 좇아 삶의 모습을 그려내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기에 그의 무대에는 언제나 배우가 중심에 있어 왔다. 희곡 텍스트에 대한 의미 부여와 작품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모하는 전업 연출가의 자유로움이 그의 연출 방식을 일괄할 수 있는 설명인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사실 비슷한 연배의 어느 연출가보다도 부피감 있는 굵직한 많은 작품들을 만나왔고 끊임없는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흔히들 세간의 평들은 김광보의 무대에서 상업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확인한다. 그의 무대는 정련된 배우들에게서 발산되는 집중된 에너지를 토대로 하며 연기와 조명을 철저히 통제하고 조정하며 자신의 의도대로 무대를 만들어 간다. 거기에 관객을 넘겨보며 그들마저도 자신의 의도로 끌어당길 수 있는 시야까지 갖춘 상태이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희곡을 진지하게 섬기되 거기에 결박당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14여 년의 연출 경력이 만들어낸 희곡의 의미와 관객의 재미를 동시에 쫓는 그만의 전략이다.

  1996 한국연극협회 선정 96년을 이끌어갈 젊은 연극인 연출 분야 1위, 1996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문화체육부), 1998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5’ 신인 연출상 <뙤약볕>, 1999 한국일보사 백상예술대상 신인 연출상 <뙤약볕>, 2000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5’ <오이디푸스, 그것은 인간>, 2001 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인류 최초의 키스>, 2004 포항 바다국제연극제 작품상, 연출상 <웃어라 무덤아>, 2004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올해의 예술상’ – 연극부문 우수상 <웃어라 무덤아>, 2007 일본 삿포로 씨어터 페스티벌 비경연부문 심사위원 특별상 <발자국 안에서>, 2007 서울연극제 대상, 연출상 <발자국 안에서>, 2007 삿포로씨어터페스티벌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발자국 안에서), 2008 일본 타이니 알리스 페스티벌 특별상 <발자국 안에서>, 2009 일본 삿포로 씨어터 페스티벌 연출상 <게와 무언가>, 2011 월간 한국연극 ‘올해의 연극 베스트7’ <주인이 오셨다>, 201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2012 제 49회 동아연극상 – 작품상, 연출상 <그게 아닌데>, 2012 대한민국연극대상 – 대상, 연출상 <그게 아닌데>, 2012 연극평론가협회 – 올해의 연극 베스트3 <그게 아닌데>, 2012 히서 연극상 – 올해의 연극인상, 2012 월간 한국연극 ‘올해의 연극 베스트7’ <그게 아닌데>, 2014 PAF 예술상 – 연극연출상 <사회의 기둥들>, 2014 제 51회 동아연극상 – 작품상, 연출상 <줄리어스 시저>, 2016 이해랑 연극상 등을 수상한 한국연극의 기대주다.

  <프로즌(FROZEN)>은 아동살해범과 피해 아동의 모친, 그리고 법의학자인 여교수 3인이 20뒤 그 범인의 행적과 관련해 펼쳐가는 심리극이다. 20년 전에 실종된 한 소녀를 현재까지 돌아오기만 학수고대하던 소녀의 어머니는 소아 성 추행범으로 현재 체포 구금된 남성이 과거의 행적에 대한 자백을 통해 실종된 딸이 그의 추행 후 살해되었음을 알고 망연자실해 한다. 바로 그 범죄자의 심리와 두뇌를 분석 연구하는 법의학자인 여교수가 그 범죄자의 정신분석과정과 실종된 딸의 어머니의 모성과 충격, 그리고 범죄자의 심리추적이 연극의 구성요소다.

  무대는 중앙에 테이블이 한 개 놓이고 둘레에 의자 세 개가 놓여있다. 배경 가까이 기다란 줄에 어린이가 사용하던 물건들을 35개를 세르팡지에 싸서 무대전체에 가로로 매달아 놓았다. 테이블 위에는 서류와 컴퓨터 노트북이 놓여있다.

  연극은 도입에 법의학자인 여교수가 등장해 아동연쇄살인범에 관한 심리분석과 자신의 논문에 관한 설명과 범인의 신상명세, 그리고 피해아동의 모친에 관해 강의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흉악범인 답 게 범인은 온몸에 문신 새긴 것을 드러내고, 고성을 지르면서 책상을 쾅쾅 두드려 대는가 하면, 비속어를 남발하고 상욕을 입버릇처럼 지껄인다. 그리고 헛구역질을 해 댄다. 피해아동의 모친은 20년간 애타게 기다려왔던 딸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으로 인한 실의 때문인지, 눈동자가 풀려 보이고, 음성마저 실의의 차 있어 대사전달까지 힘이 없이 내뱉는다. 그러나 가끔 고성을 지르고 기침을 하는데, 객석을 향해 정면으로 설 때면 출중한 미모라는 게 드러난다. 법의학자이자 여교수는 흉악범을 대하는 데, 전혀 두려워하거나,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고, 친구처럼 다정하게 범인에게 접근해 질문을 던지니, 범인도 성질을 가라앉히고 차츰 온건한 모습으로 여교수를 대하고 과거의 행적을 하나하나 고백한다. 연극의 백미는 피해아동의 어머니와 범인과의 대면이다. 행여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하고 조마조마하게 관극을 하는 관객에게 범인은 성격을 드러낼 듯 말 듯 하면서도 자제를 하지만 결국에는 고성을 지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전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고 냉정함을 유지한 채 범인을 끝까지 정면으로 대한다. 그리고 범인에게 용서를 한다는 말을 하고 일어선다. 범인은 입버릇처럼 상욕을 내뱉고 고성을 지르지만, 곧 미안하다는 말로 진정성을 드러낸다. 피해아동의 어머니가 떠난 후, 법의학자의 노트에 자신의 잘못과 용서를 비는 마음을 기록하고 기다란 끈에 자신의 목을 매단다. 여교수는 피해자의 어머니와 범인의 면담을 알고 놀라지만, 자신의 범죄 심리분석과 범죄자의 뇌구조에 관한 논문에, 거기에 용서라는 요소와 용서받는 후 목을 매단 범인의 행적과 심정을 두고 미묘한 상념에 빠져든다. 대단원에서 범인의 장례식에 다녀오는 차 안에서 피해아동의 어머니는 법의학자인 교수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용서가 일종의 복수였다는 말에 법의학자가 놀라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이석준, 박호산, 이창훈 이 범인으로 트리플 캐스팅되어 출연해 탁월한 기량으로 호연을 한다. 우현주가 피해아동의 어머니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빼어난 미모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정수영이 법의학자인 여교수로 출연해, 지성미와 미모는 물론 세련된 동작과 우아하고 계산된 연기로 실제 여교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관객 모두가 갖게 된다.

  무대 정승호. 조명 이동진, 음악 장한솔, 의상 홍문기, 분장 백지영, 영상 윤민철, 그림 박찬수, 무대디자인보 김창현, 조연출 한상웅, 무대감독 한상웅, 분장크루 임이윤 김정연, 음향영상 김승은, 조명 김세영, 진행 김채린 김소연, 티켓매니저 강지혜 임승의 등 스태프 모두의 기량이 드러나, 극단 맨 씨어터의 브라이오니 레이버리 작, 차영화 우현주 역, 고연옥 윤색, 김광보 연출의 <프로즌>을 연출력과 연기력이 감지되는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6월 26알

13, 김태수 레퍼토리와 극단 심우의 김태수 작, 이영일 연출의 <기린의 뿔>

여우별 씨어터에서 김태수 레퍼토리와 극단 심우의 김태수 작, 이영일 연출의 <기린의 뿔>을 관람했다.

  김태수는 대전출생으로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 대학원 PR광고학과 출신의 극작가로 한국희곡작가협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 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 교수다. 대전일보 신춘문예에서 희곡 ‘파멸’이 당선되면서 극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대표작으로는 <베아트리체는 순수의 시대로 떠났다>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땅 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칼맨> <홍어> 그 외의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최근 공연된 작품으로는 2012 연극 <인물실록 봉달수>, 뮤지컬 <울지마 톤즈> 2013 연극 <미스터 옹을 찾아라>, <바리야 청산 가자>,<일지춘심을 두견이 알>, <트라우마 in 인조>, <나의 숲은 푸르렀다> 2013-14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 등 다수다.

  이영일은 세종대학교 무용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경기대학교 대학원 공연예술학과 박사출신의 안무가 겸 연출가다.

  2001 서울미래춤학회 연기상, 2003 한국무용협회 젊은 안무가전 우수안무자상, 2007 공연과 리뷰 PAF 올해의 연기상, 2009 공연과 리뷰 PAF 안무상, 한국 현대무용 진흥회 올해 최고 무용가상, 2011 한국 평론가협회 특별예술가상, 2013 평론가가 뽑은 젊은 안무가전 우수안무자상, 2016 한국 평론가협회 특별연출가상 등을 수상했다.

  연극은 작가가 김만중(金萬重)의 사씨남정기((謝氏南征記)를 읽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사씨남정기는 중국 명나라 때 양반 사대부인 유 한림의 가정에서 벌어진 처첩 간의 갈등을 그려 축첩 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비판한 가정 소설로, 가정 소설이라는 하나의 유형을 제시한 작품이다. 치밀한 구성과 섬세한 심리 묘사로 당대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 내고 있으며, 후처의 모략으로 고생하던 본처가 고생 끝에 남편의 사랑을 되찾는다는 권선징악의 교훈을 준다. 이 작품에서 사씨 부인은 인현 왕후를, 유 한림은 숙종을, 요첩(妖妾) 교씨는 희빈 장씨를 암시한다. 즉, 이 작품은 인현 왕후를 폐출하고 장 희빈을 중전으로 책봉한 숙종의 잘못을 일깨워 주기 위해 쓴 것이다. 또한 사씨가 고행 끝에 행복을 찾게 되는 권선징악적 결말을 보여 줌으로써, 일부다처의 축첩 제도의 불합리성을 비판하고 있다.

  김만중(金萬重, 1637년 ~ 1692년)은 조선 문신이자, 소설가이다. 아버지 김익겸이 정축호란 당시 강화도에서 순절한 탓에, 아버지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태어났다. 어머니 해평 윤씨에게서 엄한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났고, 어머니 윤씨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자녀교육에 심혈을 기울였다. 어머니의 정성과 김만중 본인의 노력으로 1665년에 과거에 급제, 본격적으로 벼슬길에 오르게 된다.

  그의 형 김만기는 숙종의 장인으로, 현종 말엽부터 숙종 초엽까지 막강한 권세를 행사했던 인물이었고, 당파적으로 김만기와 김만중은 모두 서인에 속했고, 만기-만중 형제 모두 송시열의 열렬한 추종자였다.

  1686년에는 장희빈 일가에 대해서 비난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숙종의 분노를 사서 처음으로 선천으로 유배를 떠나게 된다.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은 선천 유배 시절에 쓴 것이다.

  이듬해 귀양에서 풀려났지만 기사환국이 일어나, 서인 세력이 대거 축출되면서 김만중도 다시 탄핵을 받아 남해로 유배된다. 어머니 윤 씨는 아들을 걱정하다가 사망했으며, 김만중은 어머니의 장례에 참석하지 못한 채 유배지인 남해에서 1692년에 끝내 사망했다. 알려지기로는 남해에서 숙종을 참회시키기 위해 사씨남정기를 집필했고, 실제로 숙종은 사씨남정기를 보다가 주인공의 처사에 분노해 책을 집어던졌다고 한다.

  이 연극의 제목인 <기린의 뿔>은 최고의 권력을 상징하고, 그 권력에 예속된 희빈 장옥정과 인현왕후 그리고 김만중의 갈등이 극적 구조다.

  장희빈(張禧嬪))은 조선의 제19대 왕 숙종의 빈(嬪)으로, 제20대 왕 경종(景宗)의 어머니이다. 본명은 장옥정(張玉貞), 조선 왕조 역사상 유일하게 궁녀 출신으로 왕비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여인이다. 그러나 인현왕후 민 씨의 배경 세력이었던 노론에게 강력한 적으로 규정되고, 1701년 숙빈 최 씨의 발고로 인현왕후의 죽음을 기원하는 저주 굿을 한 혐의를 받고 숙종에게 자진을 명받고, 목을 매어 자결하였다. 이 시기에 집필되어 민간으로 보급된 인현왕후전, 수문 록 등의 언문 소설과 야사 집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역사 서적과 드라마 등에 중요 사료로 활용되고 있다.

  무대는 촘촘한 섬유처럼 보이는 수천 개의 천을 3면벽에 커튼처럼 늘어뜨린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궁정과 궁정의 1실이 되고, 유배지로도 설정이 된다. 사각의 백색 입체조형물을 무대 좌우에 놓아 의자구실을 한다. 숙종과 장옥정의 밀착과 인현왕후의 질투와 분노, 그리고 왕비폐위에 따른 대신들의 상소로 이어지고, 그중 강렬한 상소로 인해 김만중의 유배가 시작이 된다. 늘어진 촘촘한 커튼을 젖히면 등퇴장 로가 되고, 타악기를 든 광대가 등장해 어두운 극 내용에 웃음을 곁들이는가 하면, 장옥정의 오라비, 김만중의 아우 그리고 대궐의 신하들이 등장해 극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유배지에서의 김만중의 집필경위가 소개가 되고, 대단원에서 장옥정이 희빈으로 강등되고 인현왕후가 복위되지만 김만중은 유배지에서 독성물질 음용으로 목숨을 잃는다, 마지막 장면은 도입에서처럼 작가가 사씨남정기의 책을 덮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정의갑이 김만중, 조춘호가 숙종, 강경헌과 한다연이 장옥정으로 더블캐스팅되어 출연하고, 김기령, 정용술, 김 건, 이석엽, 오승준 등이 출연해 각자 성격설정과 호연은 물론 열연으로 연극을 이끌어 가고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예술감독 윤병기, 안무감독 김남용, 의상디자인 이효수, 분장디자인 김종한, 사진작가 옥상훈, 무대미술 조일경, 조명감독 김건영, 연희감독 양보나, 조연출 강준혁, 음악감독 EIEN 임유빈 도유진 임건희, 기획 이준석, 주관 후플러스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김태수 레퍼토리와 극단 심우의 김태수 작, 이영일 연출의 <기린의 뿔>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6월 27일

14, 수원 극단 매홀의 박혜선 작, 김성열 연출의 <수렴청정(垂簾聽政)>

수원 화성박물관 앞 울림터 소극장에서 수원소재 극단 매홀의 박혜선 작, 김성열 연출의 <수렴청정(垂簾聽政)>을 관람했다.

  김성열은 1954년 강원도 속초출생으로 동국 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공연예술학과 석사다. 1983년 극단 城 창단하고 1996년 수원 城 국제연극제 창설했다. 1997년 충헌 박문수 예술대상 수상하고, 1998년 경기 예술대상 수상, 2001년 경기도 문화상 공연 예술부문 수상, 2002년 경기도 문학상 수상(희곡, 나는 王이로소이다), 2003년 보훈문화상 문화예술부문 을 수상한 현 극단 城대표이자 작가 겸 연출가다. 연출작으로는 <햄릿>, <맥베드>, <안티고네>, <로미오와 줄리엣>, <카덴자>, <한씨연대기>, <무엇이 될고하니>, <태백산맥> <정조대왕> 외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현재 수원문화재단 부이사장이다.

  연극 수렴청정(垂簾聽政)은 정순왕후(貞純王后)와 혜경궁 홍씨의 갈등을 그린 연극이다.

  정순왕후(貞純王后)는 영조의 계비(繼妃)다. 당시 영조의 나이는 66세, 정순왕후는 15세로 조선 개국 이후 가장 나이 차가 큰 혼인이었고, 영조의 아들인 사도세자와 며느리인 혜경궁 홍씨보다 10살이나 어렸다. 남편인 영조의 총애는 깊었지만 출산을 하지 못했다.

  남편 영조가 승하하고 손자인 정조가 즉위하자 왕대비(王大妃)로 승격되었으며 대왕대비(大王大妃)로서 4년 동안 수렴청정을 행하였다. 정순왕후는 자신과 대립되는 소론 시파들을 대거 숙청하였으며 정조의 이복동생인 은언군과 혜경궁 홍씨의 동생인 홍낙임(洪樂任)을 처형시켰고 정조가 설치한 장용영을 폐지하였으며 정조가 묵인하던 천주교를 대대적으로 탄압하여 남인과 소론 시파들을 축출하였다.

  또한 정조가 내쳤던 김관주(金觀柱)와 김용주(金龍柱)등의 노론 벽파 관료들을 대거 등용하였다. 1802년, 정조의 유지에 따라 김조순의 딸을 순조의 왕비로 책봉하고 김조순을 영안부원군(永安府院君)에 봉하고 관직을 제수하였다. 1803년 수렴청정을 거두고 순조의 친정이 선포되자, 순조의 장인이자 정조의 친위세력이었던 김조순에 의해 대부분의 벽파 관료가 숙청되고 자신의 영향력도 약화되어 허망한 말년을 보냈고 1805년 경복궁 교태전(交泰殿)에서 승하하였다.

  혜경궁(惠慶宮) 홍 씨는 영풍부원군 홍봉한의 딸로 사도세자의 정실이며 정조의 어머니다. 영조가 83세에 서거하고, 세손 이산이 25세의 젊은 나이에 등극하니, 그가 조선의 제22대 왕 정조이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에게 장헌(莊獻)이라는 시호를 올리고, 어머니 혜빈 홍 씨 역시 혜경궁(惠慶宮)으로 궁호를 높였다. 당시 왕실에서 혜경궁 홍씨가 제일 연장자였으나, 서열상 10살 아래인 정순왕후가 대비의 위치를 차지하여 왕실 서열상 제2위의 위치에 있었다.

  1795년(정조 19년) 그녀가 회갑을 맞는 해에, 혜경궁 홍씨는 회고록인 <한중록>을 저술하였다. 한중록은 한 번에 쓰인 게 아니라 십 수 년에 걸쳐 여러 번 쓰였다. 아들 정조가 죽은 후 벽파계의 공격에 의해 친동생이 사사당하고 아버지가 역적으로 다시 몰리자 그에 대해 변호한 것으로, 가문의 원수였던 김귀주 계열, 벽파 계열에 대한 원한이 드러나 있으며, 친동생의 죄목이나 아버지에 대한 공격 등에 대해 정조 생전의 말이나 역사적 사실을 비교적 상세하게 거론하며 조목조목 변론하고 있다.

  무대는 중앙에 수렴(垂簾)으로 보이는 가늘고 긴 여러 개의 줄을 천정에서부터 아래로 늘어뜨렸다. 장면변화마다 인경소리 같은 맑은 소리가 여러 차례 들리고, 백색바탕에 아름다운 문양이 들어간 궁중복식차림의 출연자가 등장을 한다. 남성 역할도 여성출연자가 하지만 탁월한 연기력으로 남성 못 지 않은 효과를 발생시킨다. 연극의 내용은 혜경궁(惠慶宮) 홍 씨의 한중록을 축약해 전개된다.

연출에 의해 뛰어난 성격 묘사, 갈등의 생동감 있는 재현, 생생한 분위기 묘사, 절실하고도 간곡한 상황 묘사, 그리고 기구한 인물의 삶을 담아낸 입체적 구성 등으로 수준급 연극으로 탄생되었다.

  최윤희가 혜경궁 홍 씨, 김경연이 정순왕후, 박혜선이 영조, 장윤정이 최 상궁, 이소연이 효의왕후, 박초롱이 정조, 황인혜가 아지, 허윤진이 선희궁으로 등장해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에서부터 호연과 열연은 물론 박진감 있는 연기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감상에 젖도록 이끌어, 수원소재 극단 매홀의 박혜선 작, 김성열 연출의 <수렴청정(垂簾聽政)>을 연출가와 출연자의 기량이 조화를 이룬 고품격 고수준의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6월 28일

15, 한국악극보존회의 임 규 작 이상용 연출의 악극 꿈에 본 내 고향

용산아트홀 대극장 미르에서 한국악극보존회(회장 허연호)의 임 규 작, 이상용 연출의 악극 <꿈에 본 내 고향>을 관람했다.

임 규는 지난 80년 극단 ‘춘추’에 입단해 지금까지 무대밖에 모르는 배우이다. 그런 그가 외도 아닌 외도를 시작한 것은 지난 93년. 작품 ‘메뚜기 한 마리 쇼윈도에 부딪혀 마네킨을 웃겼네’가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되면서 그는 ‘배우 겸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임 규는 글을 쓰게 된 동기를 묻자 “막연히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배우로서 좋은 연기를 위해 대본을 유심히 분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을 쓰게 됐다”고 했다. 본업인 배우활동 때문에 글을 쓰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힘들었지만 일 년에 한편씩은 꼭 쓰자는 생각으로 꾸준히 창작 활동을 해 왔다고 한다. “배우이다 보니 문학성 보다 연극성이 부각되는 글을 쓰게 되는 것 같고, 두 가지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본을 보다 보면 현학적이거나 문어체가 더러 있어 발음이 쉽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는데, 난 배우이다 보니 글을 쓰면서 직접 읽어보고 무대에 올릴 경우를 생각하게 된다”며 “내 글을 읽어 본 배우들이 ‘입에 딱 붙어서 좋다’고 말한다”고 했다. 임 규는 6개의 작품이 실린 희곡집도 냈다. 임 규에게 붙는 작가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상용은 배우이자 작가 겸 연출가로 극단 새벽의 대표다. <광대와 충동> <별을 수 놓은 여자> <시즈위 벤지는 죽었다> <간사지> <꿈에 본 내 고향> 그 외의 70여 편의 작품에 출연 또는 연출을 했다.

1930, 40년대에 활발한 공연을 펼쳤던 악극은 당시 전성기를 이루었다. 1950년대 6 25 동란 중에도 전방에서는 병사들을, 후방에서는 피난민들을 위한 악극공연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피난시절 악극단들과 군 예대는 문화적으로 공동화(空洞化)된 서울보다는 피난민들이 모인 지방을 중심으로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그 활동은 전전(戰前)의 것을 반복, 재생산하는 데 그치고, 공연은 계속되었지만 새로운 창작물은 없는 형편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후에는 악극이 영화나 여성국극, 그리고 각종 쇼 등의 다양한 볼거리의 홍수 속에서 서울의 중앙 무대에서 차츰 사라지게 된다.

1950년대에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악극단은 전옥이 이끄는 백조가극단이었는데, 이 단체는 1930년대 <화류비련> 같은 통속적 신파극의 영향 아래 여주인공의 수난을 부각시켜 관객의 동정을 이끌어내는 <노래하는 신파비극>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백조가극단처럼 전쟁 중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악극단들도 전후에는 흥행의 부진 속에서 <버라이어티 쇼>를 첨가하는 등의 자구책을 탐구했지만, 결과는 악극의 퇴조만 더욱 가속화시켰을 뿐이었다.

1950년대 중반 악극단 출신 연예인들이 대거 영화나 쇼로 활동무대를 옮기고, 관객들은 새로 등장한 대중연예들로 눈을 돌리면서, 악극은 궁핍하고 어려웠던 시절의 ‘노스탤지어’로 호명될 뿐 빠르게 잊혀져갔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극단 가교를 비롯한 몇 개 극단에서 악극공연이 이루어지고, 현재는 한국연극배우협회와 한국악극보존회에서 대도시 및 지방순회를 통한 악극공연이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관람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음은 주목할 일이다.

<꿈에 본 내 고향>은 일제강점기 한적한 농촌 마을 김 진사 댁 딸 순이의 가슴 아픈 인생을 그리고 있다. 경성에서 유학 중인 결혼을 약속한 철민과 순이는 방학을 맞아 해후하지만, 순이를 짝사랑한 일본인 가네야마의 음모로 철민은 독립운동을 한다는 명목으로 체포되어 학도병으로 끌려가게 되고, 순이는 필리핀 일본군위안소로 끌려간다. 참담한 위안부들의 생활이 그려지면서 일본이 연합군에게 항복을 하고, 나라는 해방이 되지만, 가네야마를 비롯한 친일파는 별 탈 없이 제1공화국 국민이 된다. 위안부노릇을 한 순이와 장애인이 된 철민은 고향을 찾아온다. 그러나 곧 이은 6 25전쟁의 발발과 중공군의 인해전술로 많은 사람들이 남으로 피란을 가게 되고, 피란지에서의 생활상이 묘사가 된다. 휴전이 성립되고 나서야 순이와 철민은 고향으로 되돌아 온다. 그러나 순이는 위안부노릇을 했던 자격지심과 죄책감 때문에 부모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악극단에서 단원노릇을 하게 된다. 한편 철민은 유흥업소의 여종업원들에게 여전히 가증스러운 짓을 하는 가네야마를 보고 곧바로 살해한다, 순이와 철민은 바로 그 현장에서 다시 만나게 되지만 곧바로 철민은 체포되어 끌려가니, 순이는 악극단을 떠나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향한다. 그리운 집 앞 서낭당에서 순이는 자신을 위해 치성을 드리는 어머니의 모습을 숨어서 보게 된다. 그러자 아버지가 나타나 어머니가 치성 드리는 소반을 걷어차며 순이는 이미 죽은 사람이니 다시는 치성을 드리지 말라고 호령을 한다. 어머니가 소반을 들고 집으로 들어가자 아버지는 소반에서 떨어진 대접을 서낭당 앞에 가져다 놓고 딸의 안위를 기원하며, 세상이 위안부노릇을 한 사람들을 따뜻한 눈으로 보게 될 때까지 순이가 결코 집으로 되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는 기원을 한다. 그리고 나서 아버지 역시 집안으로 들어간다. 순이는 그 자리에 엎드려 눈물을 펑펑 흘리며 통곡을 하듯 꿈에 본 내 고향을 열창을 하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전원주, 이대로, 심양홍, 황범식, 박선주, 나기수, 최성웅, 최서연, 나재균, 이창익, 김명자, 유지연, 박진희, 김재훈, 강신구, 우정환, 김태훈, 김혜영, 조민지, 남현주, 박문영 등 출연자 전원의 혼신을 다한 열연과 열창 그리고 무용은 관객을 감동의 세계로 이끌어가고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한국악극보존회 회장 허연호, 제작 유승봉, 임 규 작, 이상용 연출의 악극 <꿈에 본 내 고향>은 연출가의 기량과 출연자들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악극 <꿈에 본 내 고향>을 친 대중적이자 연극성이 갖추어진 감동만점의 수준급 악극으로 탄생시켰다.

6월 29일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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