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다페 세미나] 융복합 환경을 선도할 예술대학 혁신 방안/ 오세곤

(2013년 5월 26일 모다페 세미나 발제 원고)

융복합 환경을 선도할 예술대학 혁신방안

오세곤(순천향대학교 연극무용학과 교수)

1. 예술 환경의 변화

예술은 인간의 삶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발생했다. 그러므로 일상과의 분리나 장르간의 구분이 처음부터 있었던 건 아니다. 이 현상은 이후 전문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따라서 융복합이란 말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원상태를 향한 회귀의 경향일 뿐으로 세분화와 함께 항상 존재하고 언제나 일종의 뿌리로서 염두에 두어야 할 지향점이다.

물론 융복합은 완전한 복귀보다는 변증법적 진화의 결과일 경우가 많을 것이다. 사실 예술이 정체된다면 그것은 예술의 본성과 맞지 않는다. 부단히 변화하는 과정에서 장르간의 경계는 생겼다가 무너지기도 하고 새로운 구분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예술의 미래는 아마도 세분화와 통합화가 함께 나타날 것이며, 과학기술과 결합한 거대예술과 미세예술도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과학의 도움을 받은 예술은 다시 과학에 중요한 바탕을 제공하는 보은을 할 것이다.

2. 예술과 대학

우리나라 대학은 예술인 양성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보다는 일반 기업과 같은 맥락의 경영 논리가 지배하는 대학에서 예술인 양성 교육을 맡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전공에 할애되는 학점 수나 시수, 교수의 수가 예술인 양성에는 전혀 맞지 않는 수준이고, 더욱이 분명 실험실습비를 따로 징수하건만 기자재나 시수가 많은 실기 수업에 대해서는 대단히 불편해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과연 이렇게 많은 예술 전공이 필요한가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많다고 할 수 도 있다. 전국민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우리나라에서 예술전공자는 대학 정원 중 대략 10% 정도에 이른다. 그러나 그중 실용적 분야, 즉 생산 분야 취업이 가능한 전공이 약 3분의 2에 달한다. 즉 순수 예술 분야는 3분의 1 정도이다.

매년 대학을 졸업하고 현장으로 나오는 예술 전공자의 숫자는 정확하게 통계내기 어렵다. 특히 2년제와 3년제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현장과 편입으로 갈라지는 비율에 대한 조사가 없다. 그런 중에도 어느 정도 전체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4년제 대학 졸업생일 텐데, 2007년 통계에 의하면 4년제 대학 졸업생 중 예술 전공은 약 3만 5천 명 정도이고 그 중 순수예술이 3분의 1이라 할 때 약 1만 명 남짓이 된다.

2. 대학 예술전공자의 진로

물론 1만 명 정도가 모두 창작에만 몰두하는 전문예술인이 된다고 하면 많다. 게다가 국가는 대학이 순수 예술인을 양성하는 것에 대해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요즘 대학을 요동치게 하는 취업률 조사에 순수 예술인은 애초 포함이 안 됐었다. 비록 많은 항의를 받고 뒤늦게 예술활동을 근거로 한 취업률 포함 방침을 세우긴 했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공허한 원칙일 뿐이다.

그러나 정부 시책을 비난하며 개선되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순수 예술인 양성이라는 본분을 망각하거나 포기하면 안 되겠지만 현실을 헤쳐 나갈 유연한 방법은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일반인을 위한 교육분야이다. 2017년까지 전국 초중고에 빠짐없이 예술강사를 파견하겠다는 현 정부의 계획도 있지만 학교문화예술교육을 제대로 펼치려면 최소한 1개교에 기간제 교사급 예술강사가 5명 이상이 필요하다. 약 1만 1천여개에 이르는 초중고만 생각해도 근 6만 명의 예술강사가 필요한 셈이다. 여기에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더하면 학교문화예술교육에만 최소 10만 명 정도가 필요하다. 순환주기를 20년으로 볼 때 매년 5천명의 신규 고용이 가능한 셈이다.

또 사회문화예술교육을 위해 전국 지자체가 산하 예술단체와 전속예술인제도를 운영한다 할 때 역시 같은 규모의 인력이 필요하다. 이 예술인들은 자신의 창작 결과물을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것과 함께 주민들의 예술 체험을 지도할 교육자 역할을 할 것이다. 이에 있어 전국의 기초단체를 300개 정도로 보고 각기 40명 정원의 공연단을 5개 정도 운영한다면 6만명의 공연예술인이 필요하다. 여기에 개인예술인들을 전속으로 고용하게 되면 역시 10만명 정도가 필요하다.

이에 더해 예술대학 졸업 후 일반 직장에 취업하는 경우도 확대되어야 한다. 예술 전공 출신자가 포함된 그룹의 창의성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월등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그것을 입증하여 인식을 바꾼다면 일반 기업 채용에 일정 비율을 예술전공자로 뽑는 일이 보편화될 수 있을 것이다.

4. 통합예술교육과 예술통합적 교육

통합예술은 마치 체육의 예처럼 모든 예술장르를 하나로 묶어 가칭 “예술”이라는 교과를 만들자는 일종의 제안이었다. 물론 어느 시간에는 그림을 그리고 어느 시간에는 노래를 부를 수도 있지만 어느 시간에는 여러 장르가 결합된 수업도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인데 여기에 가장 큰 걸림돌은 그렇게 모든 걸 가르칠 교사가 없다는 것이다.

예술통합적 교육이란 예술을 도구로 타 교과를 운영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연극을 통한 수학 수업 같은 것이다. 이 역시 그 예술에 대한 어느 정도의 능력을 필요로 하므로 교사의 예술적 역량이 관건이다.

따라서 이 두 경우 모두 현재로서는 협업이 필요하다. 우선 통합예술의 경우 다른 장르 출신의 지도자들이 서로 돌아가며 또는 동시협업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며 예술통합적 교육은 일반 교사와 예술인이 함께 협력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예술인들이 교육자로 나서기 위해서는 두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우선 통합예술교육이 가능하려면 자신의 분야를 포함하여 전 예술 분야에 대해 교육이 가능해야 한다. 물론 당장은 협업 체제로 가야겠지만 그래도 지금과 같이 폐쇄적인 태도로는 어렵다. 즉 비록 아주 자세히는 모르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거나 적어도 타 분야를 수용하려는 열린 자세는 지니고 있어야 한다.

또 예술통합적 교육의 실현을 위해 기꺼이 예술과 타 분야의 결합을 주도하거나 적어도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예술통합적 교과 운영을 위한 많은 방법론들이 개발될 것이고 일반 과목의 교사들 중에도 스스로 예술인의 도움 없이 예술통합적 방식으로 수업을 이끄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더라도 현장에서는 많은 협업 체계가 필요할 것이며 또한 방법론 및 매뉴얼 개발은 역시 예술교육계가 나서서 힘써야 할 일이다.

5. 예술대학의 혁신

예술도 변하고 예술 환경도 변한다. 그러니 예술대학도 변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 현장이 대부분 그렇듯 예술대학도 스스로 변화하지 못 한 채 과거만 고집하다 엉뚱한 타율적 변화 압력에 굴복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타율적 변화도 방향이 옳다면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대개의 경우 비교육적이고 비예술적이다.

21세기도 벌써 10여 년이 지났다. 새로운 예술과 그 환경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문제를 지적하고 정확하게 비판하는 것은 필요하진만 그것만으로 변화를 끌어내기는 어렵다. 특히 대학의 기업적 경영이라든가 국가의 취업 대책 떠넘기기 등은 당장 달라질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므로 장기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를 설정하고 단기적으로 현실에서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단기 현실에 매몰되어 긴 안목을 잃어버려도 곤란하고 멀리만 보며 현실을 무시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예술대학의 혁신은 그렇게 균형 잡힌 시각을 바탕으로 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1) 교수

교수는 예술을 지키는 역할도 하지만 예술의 변화를 가로막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자신이 교육받은 틀만을 고집해서는 환경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 특히 장르간, 나아가 한 장르 안의 분야간 벽을 허물어야 한다. 물론 전문화 과정에서 서로 다른 것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술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속성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아서 다른 장르에도 자신의 장르와 같은 게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있어 꼭 교수 스스로 장르 넘나들기를 하지 않더라도 타 장르에 대해 인정하고 이해하고 기꺼이 함께 협력하며 같은 대상을 교육할 수 있다는 자세는 갖춰야 한다.

2) 구조

장르간 융복합을 위해서는 학과간 경계, 심지어 학교간 경계까지도 느슨하게 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서로 다른 학과나 다른 학교의 수업을 언제든지 들을 수 있도록 개방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대단히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어설픈 설계는 늘 원래의 당위성마저 무용한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학과간 교차 수업조차도 어렵다. 시간표 짜기가 대단히 복잡해서 설령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서로 대단히 협조적인 자세를 지니지 않는 한 실제 수강이 불가능할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실성이 없어 포기해야 할 일과 어려워도 노력해서 성사시켜야 할 일은 분명 구분이 가능하다. 이에 있어서 한 학교 내 여러 예술 전공학과들이 함께 모여 교과과정과 시간표를 짜는 일이나 여러 대학이 각기 특장점을 살려가며 공동의 교과과정을 구성하는 일은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일에 속한다.

3) 교육과정

이제 예술대학 커리큘럼은 융복합을 염두에 두어야 할 뿐 아니라 앞서 강조했던 일반인을 위한 예술교육이나 사회 일반 분야에서의 창의성 발휘가 가능하도록 훈련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즉 예술 전공 학생들은 입학해서부터 일반인을 위한 예술교육자로서 생각과 능력을 훈련받아야 하며 또 타 예술장르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사회 일반에 대하여 융복합 차원에서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받아야 한다. 물론 자신의 주 전공이 튼튼해야 융복합이 가능하다는 것은 진리이고 따라서 넓은 교육과 함께 좁고 깊은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이 둘이 모순되지 않고 함께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 하겠다.

 

(참고자료 1)

21세기 예술의 흐름 및 전망

1. 예술 변천의 가속화

가. 짧아지는 변화 주기

예술은 변증법적으로 변화함. 즉 과거로 회귀하는 듯해도 실제 과거와 똑같은 것은 결코 아님. 그러나 정반합의 이 관계는 현대로 올수록 진동의 주기가 가속적으로 짧아짐.

물론 서양식 분류를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그리스 로마 시대 예술이 이성적이었다면 중세 예술은 다분히 감성적이고 그 부정형의 폐단이 과해지자 이내 르네상스를 거쳐 엄격한 규칙을 강조하는 신고전주의가 나타남.

신고전주의의 이성주의는 이내 계몽의 시대로 이어지고 결국 19세기 초 그 규칙의 과도한 엄격성에 반발하는 낭만주의가 태동함.

나. 가속에 따른 혼재

낭만주의까지 변화의 주기는 최소 수 세기에 이름. 그러나 이후 낭만주의에 반발한 사실주의가 나타나는 데는 불과 50여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으며 사실주의와 그 극한인 자연주의가 상징주의의 도전을 받는 것도 불과 3-40년 후인 19세기 말임.

이어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등이 나타나고 큐비즘이나 부조리, 극사실주의 등이 등장하여 거의 동시다발적 혼재 상태를 이루게 되니, 21세기에는 이 진동의 가속화와 그로 인한 혼재 상태가 더욱 거세질 것임.

2. 예술 변천의 요인

가. 과학 기술의 발달

모든 과학에는 예술적 측면이 있고 모든 예술에는 과학적 측면이 있음. 그래서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라는 말도 있음.

과학 기술의 발달은 예술 변천의 주요 요인임. 실제로 기술과 예술은 유럽어의 ‘art’가 그렇듯이 하나의 범주로 볼 수도 있음.

과학 기술의 발달은 우선 예술 매체 자체를 변화시킴. 즉 과거 피라미드를 능가하여 상상을 초월할 엄청난 규모의 거대 예술도 가능해지고 나노기술 등에서 보듯 초소형 미세예술도 가능해질 것임.

또한 역시 과학 기술이라 할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과거 불가능했던 교류를 가능케 하여 세계를 하나로 묶는 이른바 글로벌 예술 환경을 가능케 함.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역시 20세기 후반 확산되기 시작한 디지털 환경으로부터 초래될 것이니 이는 예술의 표현 및 전달과 관련하여 전혀 다른 여건을 조성할 것이 확실함.

나. 생각의 변화

세상이 변하면 예술도 변하는 것은 당연함. 무엇보다도 사회 구성원 즉 인간들의 보편적 생각이 바뀌는 것이 중요한 요인임.

생각의 변화는 오랜 시간 점진적으로 쌓인 사회적 변화에 의해 나타나기도 하고, 세계 대전과 같은 엄청난 전쟁이나 질병 자연재해 등 큰 사건에 의해 급격히 형성되기도 함.

그러나 앞서 살핀 과학 기술의 발달도 생각 변화의 중요한 이유가 됨. 예를 들어 우주 개발로 인한 인간들의 우주관 변화나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인한 세계관의 변화가 그에 해당됨.

3. 21세기 예술의 흐름

가. 20세기의 연장

21세기는 20세기 예술 변천의 양상을 이어받을 수밖에 없는 바, 20세기 예술 변천의 특징 적 면모에는 앞서 거론한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한 것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음.

1) 내용과 형식의 일치: 내용뿐 아니라 형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함. 예를 들어 부조리극은 세상의 원초적 부조리를 드러내기 위해 내용은 물론 형식 자체도 부조리하게 구성함.

2) 개념 형성의 상대성: 예술 작품이 절대적이지 않고 어떤 사물을 어떻게 존재시키느냐에 따라 그 개념이 형성됨. 예를 들어 마르셀 뒤샹은 남성용 변기를 미술관에 옮겨놓고 ‘샘’이라는 제목을 붙여 예술 개념에 대한 일대 혁명을 일으켰음.

3) 장르 경계의 붕괴: 원래 예술이 하나였기에 장르 사이의 경계는 언제든 붕괴될 수 있으나 20세기 그 변화는 상당히 충격적임. 예를 들어 광주 비엔날레만 봐도 분명 미술 축제이건만 청각적 요소 즉 음악의 활용이 두드러짐. 또 미술의 범주에서 행하는 해프닝 등에는 공연적 요소가 필수적임.

4) 매체의 확대: 과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새로운 예술 매체가 등장함. 예를 들어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는 철저히 20세기 과학 기술 발달의 산물이라 할 수 있음.

5) 산업화: 우선 예술 자체의 산업화가 활발해져 예술품 시장이 형성되었고, 예술을 토대로 하는 다양한 문화 산업의 개념이 형성됨.

나. 극과 극의 만남

예술과 인간의 삶은 원래 하나로 예술은 삶의 원동력이고 생존을 위한 교육의 수단이었음. 그러나 인간의 삶이 복잡해지면서 분리되기 시작하였는데, 20세기는 그 이전부터 시작된 산업화로 인한 일상과 예술의 분리가 극단적으로 이루어진 시기였으니, 예술이 생계 걱정이 없는 이들의 사치품 정도로 인식되게 된 것은 전적으로 그 극단적 분리의 부작용이라 할 수 있음.

그러나 인간들은 과학의 발달과 함께 얻게 된 속도, 즉 ‘빠름’이 결코 ‘느림’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아니며, 과학과 산업의 발달이 가져다 준 ‘물질적 풍요’가 결코 ‘정신적 여유’를 능가하지 못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래 이제 흔히들 ‘삶의 질’과 ‘진정한 행복’을 말하게 되었음.

21세기는 이렇듯 극과 극의 만남이 두드러질 것인데, 예를 들어 초고속 인터넷의 빠름을 통해 지극히 수공업적인 느린 예술을 체험할 것이며, 예술의 전문화가 심화되는 것과 동시에 일상의 삶 속에 존재하는 예술이 실현될 것이고, 현재 일기 시작한 문화예술교육의 물결에서 예측하듯 예술이 인간 교육의 중심 수단으로서의 본연의 위치를 되찾게 될 것임.

다. 통합과 분화

“문화, 언어 등에는 차이만 있을 뿐 우열은 없다”는 말은 이미 20세기 깨달음이지만, 21세기에는 이것이 더욱 분명히 모든 곳에서 실체를 드러낼 것임.

즉 글로벌화라는 단어가 시사하듯 거대한 통합의 기운과 함께 아주 작은 단위의 문화와 예술마저도 정체성을 확립하는 환경이 될 것인데, 이미 20세기 중반부터 제3세계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제4세계, 제5세계, 또 그 이후 숫자가 결합된 표현이 필요한 세계가 될 것임.

과거 교류가 활발하지 못 할 때는 섞여도 어떻게 섞인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이젠 그 혼합의 양태나 과정 또한 투명하게 드러나게 되었고, 그래 받을 것과 버릴 것의 구분이 가능해짐으로써 다른 것을 받아 변화하는 것도 용이하지만 자기 것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의지나 능력 또한 강화됨.

국가나 민족, 지역 차원에서뿐 아니라 장르 간에도 이런 현상이 일어날 것인데, 통섭이라는 단어의 유행이 알려주듯, 장르 간 결합이나 경계 해체도 활발해지겠지만, 그런 가운데 기존 장르의 정체성이 더욱 강화되기도 할 것임. 즉 화학에서 원자와 분자를 생각할 때 새로운 물질이 생겨나도 원자는 그대로인 것처럼 전통의 장르들이 일종의 기초를 이루는 원자로서 자신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임.

4. 21세기 예술의 전망

가. 예술의 역할 증대

21세기는 예술 내지 예술인이 인간 사회에서 물질적으로 또한 정신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 확실함.

우선 물질적 차원에서 보자면, 과거 물리적 힘과 경제적 힘이 지배하던 시대가 끝나고 21세기는 바야흐로 문화적 힘이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이니, 20세기 시작된 문화산업의 흐름이 더욱 거세져 예술이 국가 경쟁력의 근간임이 더욱 확실해질 것이며, 예술 자체가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예술산업 또한 더욱 활발해져 예술 시장이 크게 열릴 것이 확실함.

그리고 정신적 차원에서 보자면,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로 예술이 이른바 ‘생활 속의 예술’ 내지 ‘공공예술’로서 삶의 질을 높이는 주요 수단이 될 것이며, 또한 20세기 전문가의 시대를 끝내고 21세기 통합의 시대를 맞이하여 그에 맞는 창의적이고 균형 잡힌 인간을 양성하는 교육의 수단으로 예술의 중심적 위치 또한 확립될 것임.

나. 예술의 영역 확대

21세기 예술은 20세기보다 더욱 넓어지고 깊어질 것이 확실함.

우선 과학 기술의 발달로 매체가 확대될 것인데 특히 컴퓨터, IT 등과 결합하여 전혀 새로운 양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음.

이른바 블랙박스(Black Box)와 화이트큐브(White Cube)라는 전통적 공간을 넘어 표현의 장 또한 더욱 넓어질 텐데 특히 20세기 후반 형성되기 시작한 디지털 환경은 소그룹 내지 개인의 장까지도 가능하게 할 것임.

그렇게 표현의 장이 개별화하면서 예술의 양식도 다양해질 텐데 제각각 개성이 강한 나름의 표현 방식이 개발될 수도 있음.

더불어 예술의 개념도 확대될 것인데, 앞서 20세기에 나타난 상대적 개념이 확대될 것은 물론이고, 일상과 예술이 결합하면서 양쪽을 넘나드는 형태의 예술도 대거 등장할 것임.

예술이 필요로 하는 감각 또한 확대될 것인데 시각과 청각을 넘어 촉각과 미각 후각 등도 사용하게 될 것임.

 

(참고자료 2)

예술인 고용 창출을 통한 최선의 복지 실현

오세곤(순천향대학교 연극무용학과 교수)

우여곡절 끝에 예술인복지법이 통과되었다. 반기는 목소리도 많지만 실망과 우려의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실망은 애초 들어갔던 내용 중 핵심이었던 근로자의제와 고용보험이 빠졌고, 표준계약서와 산재보험을 강조하지만 작가와 화가 등 단독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데서 비롯되며, 우려는 영화계 등 일부 산업화가 이루어진 분야에서는 오히려 악용될 소지마저 있다는 데 근거한다.

그러나 애당초 예술계에서는 근로자의제를 통한 해결에 대해 불편해하는 정서가 꽤 강하게 존재했다. 더욱이 고용보험이라는 문제 때문에 여러 반대에 부닥치게 되자 자존심마저 상한다는 분위기였다. 즉 국가가 예술과 예술인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기존 제도에 슬쩍 얹어서 해결하려 하다가 괜히 다른 분야로부터 눈총을 사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칭이 어떻건 예술가의 작업도 분명 일이다. 즉 근본적으로 노동자나 근로자가 모두 일을 하는 사람이라 할 때 예술가는 그런 범주에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다만 예술가의 하는 일이 다른 분야와 다르다고 이해하는 것이 옳은데, 무엇보다도 불규칙적이고 가시적 생산물이 없는 기간까지 작업 중인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점에서 특수하다 하겠다.

예술인복지법에 대하여 일반 복지로 대부분 해결될 수 있는데 굳이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하느냐는 불필요론이 있었다. 일견 일리가 있다. 그러나 분명 사각에 빠질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기에 꼭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통했고, 더욱이 국가가 예술인의 가치를 인정하는 선언적 의미의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기에 통과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일반 복지로서 해결되는 부분은 중요하다. 즉 가능한 한 많은 예술인이 일반 복지라는 국가적 안전망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은 지속적으로 치밀하게 추진되어야 하는데, 그 중 으뜸은 역시 예술인을 위한 고용 창출일 것이다. 즉 예술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부여된다면 그거야말로 최선의 예술인 복지 정책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예술인복지법을 통한 노력과 별도로 예술인의 대규모 고용이 가능한 방법을 마련하고 그를 근거로 예술인 양성에서 고용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예술인력 수급 계획이 수립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1. 전문예술인 양성의 현황

1) 대학 중심의 양성

우리나라 전문예술인 양성은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2, 3년제)이 주로 담당하고 있다. 이것은 대단히 특이한 현상이다. 외국의 경우 대부분 대학은 이론 중심의 인력을 양성하고 전문예술인은 콘서바토리 등 실기인력 전문 교육기관이 맡아 양성하고 있다. 바로 이웃의 중국만 해도 배우 인력을 중앙희극학원이나 상해희극학원처럼 대학과는 다른 체제에서 양성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정규대학 틀 안에서도 의사나, 법조인, 건축사를 양성하는 방법이 제각각 다르듯, 각 분야가 그에 맞는 인력 양성 방법을 찾아 적용할 수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예술의 경우 그 부분이 대단히 취약하다는 데 있을 것이다. 인문학 전공들과 비교되며 예산을 많이 쓴다는 성토의 대상이 되고, 동시에 다른 한 편으로는 공학이나 의학 전공처럼 등록금을 많이 내야 하는, 그 이중 잣대도 문제이지만, 교육의 담당자인 교수들 스스로 주위의 눈치를 보느라 꼭 필요한 훈련마저도 포기하거나 학생 개인의 부담으로 전가해 버리는 유약함도 문제이다.

2) 수적 현황

막연하게 예술대학(또는 예술전공 대학생)이 너무 많다고들 한다. 그래 문화부와 문화관광연구원이 펴낸 2007 문화예술통계에서 대학 관련 통계를 찾아보았더니 예술 관련 학과 수는 전체 대비 대학원 6.3%, 대학 10.7%, 전문대 18.1%이고, 학생 수는 전체 대비 대학원 6.1%, 대학 7.7%, 전문대 13.9%에 이르고 있었다. 이를 모두 합하면 학과 수는 전체 대비 10.49%이고 학생 수는 전체 대비 9.15%가 된다. 그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대학원

학과수:전체 13,386개 (석사 9,602, 박사 3,784) 중

예체능계는 1,122개 (석사 919, 박사 203)

이 중 체육 235 (석사 160, 박사 75) 빼면

예술계는 887 (석사 759, 박사 128)

-디자인 302 (디자인 일반 40, 산업 49, 시각 25, 패선 26, 기타 162)

-응용예술 197 (공예 38, 사진 만화 38, 영상 예술 121)

-무용 45

-미술 조형 158 (순수 미술 105, 응용미술 13, 조형 40)

-연극영화 27

-음악 158 (음악학 84, 국악 17, 기악 12, 성악 5, 작곡 5, 기타 음악 35)

학생수: 전체 296,576명 중 (석사 249,016, 박사 47,560) 중

예체능계는 22,139 (석사 18,881, 박사 3,258)

이 중 체육 4,047 (석사 2,641, 박사 1,406) 빼면

예술계는 18,092 (석사 16,240, 박사 1,852)

(2) 4년제 대학

학과수: 전체 10,847개 중

예체능계 1,466

이 중 체육 305 빼면

예술계는 1,161

-디자인 418 (디자인 일반 52, 산업 61, 시각 70, 패선 54, 기타 181)

-응용예술 207 (공예 50, 사진 만화 46, 영상 예술 111)

-무용 50

-미술 조형 176 (순수 미술 121, 응용미술 15, 조형 40)

-연극영화 79

-음악 231 (음악학 63, 국악 19, 기악 62, 성악 26, 작곡 23, 기타 38)

학생수: 4개 학년 전체 1,919,504 중

예체능계 199,383

이 중 체육 52,280 빼면

예술계는 147,103

-1학년: 전체 456,879 중

예체능계 52,488

이 중 체육 15,352 빼면

예술계는 37,136

-2학년: 전체 581,978 중

예체능계 55,908

이 중 체육 16,278 빼면

예술계는 39,630

-3학년: 전체 443,323 중

예체능계 46,821

이 중 체육 11,453 빼면

예술계는 35,368

-4학년: 전체 435,942 중

예체능계 44,166

이 중 체육 9,197 빼면

예술계는 34,969

(3) 전문대학

학과수: 전체 6,504 중

예체능계 1,415

이 중 체육 240 빼면

예술계 1,175

-디자인 581 (산업 95, 시각 65, 패션 66, 기타 355)

-응용예술 443 (공예 24, 사진 만화 73, 영상 예술 81, 뷰티 아트 265)

-무용 8

-미술 조형 19 (미술 18, 조형 1)

-연극영화 31

-음악 93 (음악 88, 음향 5)

학생수: 3개 학년 전체 795,519 중

예체능계 134,354

이 중 체육 24,062 빼면

예술계는 110,292

-1학년: 전체 386,340 중

예체능계 68,052

이 중 체육 12,384 빼면

예술계는 55,668

-2학년: 전체 363,686 중

예체능계 63,357

이 중 체육 11,678 빼면

예술계는 51,679

-3학년: 전체 45,493 중

예술계는 2,945 (체육 없음)

(이상 2007 문화예술통계 중 발췌. 119-124쪽)

3) 교육여건

예술대학, 또는 전공이나 학생 수의 적정성 여부는 이후 다시 살피기로 하고, 문화예술 전문인력의 양성을 거의 책임지고 있는 대학의 교육 실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예술 관련 전공들의 교과운영과 시설기자재, 교수, 학생 등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1) 교과운영

대부분의 4년제 대학은 140학점을 졸업 기준으로 하는데, 최근 점점 줄어드는 추세로 120학점까지 있다. 그러나 그에 비례해 등록금이 줄어든 예는 전혀 없다.

그리고 전공이수는 최대 90학점대까지 있지만 최저 30학점대부터 가능하다. 결국 3학점 기준 10과목 남짓 듣고도 전공자로 졸업이 가능한 셈이다. 사정이 이러니 이론과 실기의 비율도 불균형 그 자체인데, 심할 경우 이론이 20%에도 못 미친다. 제한된 과목 수를 가지고 졸업 후 최소한의 기능이라도 하게 하려면 실기 우선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실기 시간은 되도록 줄이려고 한다. 대부분 학칙이나 내규로 실기의 경우 1학점 당 30시간 이상, 즉 1학기 15주 기준 주당 2시간 이상을 해야 1학점을 인정하도록 규정해 놓고도 그것을 제대로 안 지키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많은 학교에서 실기 수업의 최소 인원, 즉 폐강 기준 인원을 되도록 크게 잡는다든가, 분반에 인색하고, 과목 당 학점 수를 최소 3학점으로 한다든가 해서 과목 수와 강좌 수를 줄이고 그래서 지출을 줄이려는 등 교육 환경과 역행하는 시도는 끊임이 없다.

그러나 학교 당국만 탓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물론 교수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기 때문에 세부 전공의 우선순위가 거의 같다면 거기에는 학교 책임도 크다. 그러나 임용된 교수들의 세부 전공에 따라 천편일률의 교과과정이 된다면 교수들도 크게 반성해야 한다.

(2) 시설기자재

실습에 필요한 공간과 기자재는 가장 문제이다. 사실 앞서 교과 운영만큼이나 학교 당국과 마찰이 많은 부분인데 이에 대해 정부의 무책임은 극에 달한다. 학과 개설 전에 갖춰놓는 경우는 많지 않고 그 이후에도 소위 형평성을 내세우며 철저히 수요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사교육 시장의 학원과 다를 바가 없다. 게다가 학생 수요자가 부담하는 실험실습비마저 제대로 안 쓴다고 의심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각 학교나 전공에서 가장 공개를 꺼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교협이나 중앙일보 등 외부 평가시 급히 마련하기도 하고 타 학과나 전공의 시설기자재를 공유하는 식으로 서류상 조정하기도 한다. 즉 예를 들어 극장이나 연습 공간을 연극영화와 무용 전공에서 이중으로 등록해서 제시하기도 한다.

(3) 교수와 학생

전임 교수 대비 학생 수는 거의 입학 정원 10명 당 1명이 많다. 결국 4년제의 경우 교수 1명 당 학생 30-40명 정도가 평균인데 디자인 계열의 경우 50명에 육박하고 애니메이션 계열은 60명에 가깝다. 대학의 교육 여건이 초중고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임을 알려주는 명백한 증거이다.

입시는 각 전공별로 대동소이한데 무엇보다도 부정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예술 전공의 특성은 거의 무시되고 행정 편의적 발상이 전체를 지배한다. 다행히 최근 들어 일부 대학에서 나름의 방법으로 학생들의 창의성을 점검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띌 뿐이다.

그런데 입시생들의 말을 종합하건대, 해당 대학 교수의 성향을 파악하여 그에 맞춰 준비하는 것이 너무 중요하고, 따라서 그에 맞춘 래슨 강사의 선택이 절대적이다. 물론 각 교수의 특성을 바꿀 필요는 없겠지만, 현재의 상태보다는 앞으로의 가능성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원칙에 비추어 본다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입시 현황은 대학 당국이 가장 예민하게 신경쓰는 부분이다. 그래서 학과 명칭 변경이나 학과 통폐합은 거의 입시와 관련해서 이루어지는데 심할 경우 학년마다 학과 명칭이 다른 대학도 있다.

학생들의 졸업 후 실제 취업 상황은 통계 숫자로 나오는 50%와는 사뭇 다르다. 아마 전공 유관성을 따지지 않은 수치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전공과 유관한 직업을 갖게 되는 경우는 50%에 훨씬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다. 앞으로 사회의 요구와 학교 교육이 정확히 연결되지 않는 점을 해결하고, 그래서 현장과 연계를 공고히 함으로써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 판단한다.

2. 전문예술인 양성의 개선 방안

1) 시급한 개선 방안

이상 살펴본 것처럼 우리의 전문예술인 양성 현황은 한 마디로 처참하다. 그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국가와 민족의 미래는 참으로 어둡다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조속히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은 국가와 대학 당국과 예술교육계가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이다.

물론 국가와 대학 당국은 연결될 수도 있다. 대학에 대한 관리 감독이 국가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로 책임을 미루라는 것이 아니라 대학은 대학대로 교육기관으로서의 책무를 회복해야 하고, 국가는 국가대로 명실상부 종합적인 근본 대책을 세워주기 바라는 것이다.

2) 국가의 각성과 법적 장치 마련

국가는 우선 예술과 예술인의 중요성에 대해 각성해야 한다. 그래서 예술인들이 이 사회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예술인 양성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다. 가장 바람직하기로는 ‘예술대학 지원법’이나 ‘전문예술인 양성지원법’을 제정하여 그것을 근거로 다양한 정책을 수립 시행하는 것이다. 그중에는 BK 21이나 누리사업과 같은 대형 국책사업도 있을 것이고 예술대학에 대한 올바른 관리 감독도 있을 것이다.

3) 전문예술인 양성 기준 마련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필요로 하는 전문예술인의 합리적 수급을 위한 철저한 조사 및 세밀한 실행 계획의 수립, 그에 따른 대학의 교과 과정 연구 및 개발 지원, 그리고 필요한 시설 기자재 기준 마련, 교수 및 학생에 대한 기준 확립 등의 일을 해야 한다. 그런 뒤 대학을 관리 감독하든 앞서 거론한 국책사업을 벌이든 각 전공에서 필요한 시설 기자재와 교과과정을 마련하고 유지 운영할 수 있도록 적절한 방법을 마련하여야 한다.

4) 예술인 캠퍼스 상주 제도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법의 하나로 예술인 상주제도를 대학 캠퍼스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즉 직업 예술인 또는 예술단체를 캠퍼스에 유치하여 그들에게 필요한 공간과 편의를 제공하고 이들이 학생들의 실습 교육의 일부를 담당토록 하는 방식인데, 이들 예술인 또는 단체가 캠퍼스 내에서 창작 작업을 할 때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고 또 발표회를 대학 내에서 가지도록 함으로써 대학문화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대학으로서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일석 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물론 일정한 계약기간이 지나면 다른 예술인 또는 단체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5) 현장 연계 교육 강화

순수예술 현장 뿐 아니라 예술과 연계가 가능한 다양한 산업 현장과의 연계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예술이 이른바 통섭을 통하여 타 분야와 결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이를 위해서는 외부와 실제 교류를 통해 확인하고 체험하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 방법이다. 사실 그간 사회의 요구와 학교 교육이 정확히 연결되지 못 한다는 문제는 이미 지적한 바 있지만, 이러한 현장 연계 교육의 강화를 통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이다.

6) 세부 전공의 합리화

현재의 예술대학은 심하게 말해 교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물론 교수 수가 적은 데서 비롯되었지만 한정된 몇몇 세부 전공 교수가 같은 것을 강의함으로써 일종의 상동구조의 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세상의 변화는 엄연한 현실이다. 순수 원자에 해당하는 부분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지만 그것을 이리저리 결합하여 새로운 분자, 즉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시도 또한 계속해야 한다.

이에 있어 현실에서 필요한 세부 전공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래서 앞서 국가의 책임으로 분류했지만 예술 전공자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 내지 직업의 현황을 알아보고 그에 대한 친절한 설명으로 부정적 선입견을 불식하고 적절한 수의 전공자가 그 분야를 지망하도록 하는 것까지도 노력해야 할 일이다. 물론 국가든 대학이든 이에 필요한 네트워킹을 제공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7) 교과과정수립 및 운영의 합리화

세부 전공의 합리화는 교과과정수립 및 운영의 합리화를 전제로 한다. 어떤 세부 전공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목이 어떤 규모(학점, 시수)로 필요한지가 나와야 하고, 기존 대학의 틀 안에서 그것이 어려울 때는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도 대책이 서야 한다.

물론 한 대학에서 한없이 많은 세부 전공을 운영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각 대학별 특성화는 불가피하겠지만 한 대학에서도 다양한 진로를 감안한 운영은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같이 입학한 학생이라도 선택에 따라 순수 예술인을 지향할 수도 있고 실용적인 분야를 지향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세부 전공보다 더 작은 단위의 트랙제 운영이나 지도교수가 있는 특별 동아리 활동 등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필요에 따라서는 학교간 연계, 즉 전국 차원의 공동 운영, 나아가 국제적인 교과과정 교류(교수와 학생 교류 포함)도 적극 고려해야 하는데, 국가 차원에서 그런 제도를 마련해 주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8) 입시제도의 합리화

현재의 입시제도는 부정입학을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지 학과에서 요구하는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이 아니다. 부정입학을 방지할 수 있는 강력한 처벌 제도를 만들더라도 학생 선발권은 마땅히 학과에게 전적으로 맡겨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장르에 따라서는(예를 들어 음악, 미술, 무용 등) 연령에 관계없이, 이전 학력에 관계없이, 우수한 영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할 필요까지도 있다.

9) 예술교육계의 노력

무엇보다도 교육 목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어떤 예술가를 길러낼 것인지, 예술창작에 주력할 사람인지, 예술교육자인지, 예술기획자인지, 예술정책전문가인지, 예술이론가인지 등등에 대한 분명한 구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예술교육계는 심하게 말하자면 모든 것을 나열하고 아무 것도 안 하는 식이다.

한마디로 예술교육계의 각성이 필요하다. 현실에 안주하지도 좌절하지도 말고 심지어 자신의 기득권도 어느 정도 포기한다는 각오 아래, 정말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길러내기 위한, 또한 사회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교과과정을 연구하고, 직업 분포와 전공 분포를 일치시키기 위한 연구와 그에 근거한 다양한 특성화 모델 및 취업 모델의 개발도 시도해야 하며, 전국 단위의 공동운영 등 전혀 새로운 틀까지도 염두에 둔 효율적 운영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3. 전문예술인의 고용 창출 방안

1) 전문예술인의 공급과 수요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전문예술인의 양성을 맡고 있는 대학의 관련 학과 수는 10% 남짓이고 학생 수는 9% 정도이다. 이게 많은 것일까 적은 것일까?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제대로 따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조건 많다고 한다. 심지어 예술대학 교수나 학생들조차 그런 말들을 쉽게 한다. 혹시 자기가 속한 대학이나 본인은 존재 가치가 있지만 다른 대학과 사람은 그에 못 미친다는 아전인수가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순수 예술가가 전 국민의 9%라면 과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응용 내지 실용으로 분류될 전공이 절반 이상이다. 즉 학과 수로 대학원 887개 중 디자인이 302개고, 응용예술(공예, 사진만화, 영상예술, 부티아트 등)이 197개이다. 또 4년제 학부는 1161개 학과 중 디자인이 418개이고, 응용예술이 207개이다. 그리고 전문대는 1175개 학과 중 디자인이 581개에 응용예술이 443개에 이른다. 따라서 순수 예술 전공은 전체 3223개 중 실용적 학과 2148개를 뺀 1075개이니 33.35%, 즉 3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더욱이 음악 중 실용음악, 연극영화와 무용 중 실용적인 학과들까지 뺀다면 그 비율은 더욱 내려갈 것이다.

어쨌든 1년에 몇 명의 예술 전공 학생이 현장으로 나올 수 있는지는 다소 복잡하지만 거칠게 보면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1학년 입학생 수를 최대치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약 9만명이 되는데 이중 실용적 전공을 빼면 약 3만명이 된다. 그러나 전문대 졸업자 중 상당수가 4년제로 편입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4년제 4학년의 수가 중요한데 이는 약 3만 5천 정도이고, 그 중 순수 예술 전공은 1만명 남짓이라 할 수 있다.

2) 전문예술인의 활용 현황 및 가능성

(1) 산업적 활용

우선 예술 관련 전공 전체의 삼분의 이를 차지하는 실용적인 전공을 중심으로 실제 현장과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그 부분에 문제가 있어 현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하고 학교에서는 취업에 곤란을 겪는 것은 아닌지, 또 필요로 하는 훈련의 내용을 제대로 못 채워 현장에서 기피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산업 분야가 예술적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런 것이 대학 전공들과 정확하게 연결되어 인력 수급과 교육 내용에 반영되는 단계에는 아직 못 미치고 있다. 따라서 어떤 분야에 어떤 예술적 능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고 그로부터 필요한 인력의 수나 질까지도 도출해 내야 한다.

더불어 이미 상당히 활성화되고 있는 문화산업 분야를 포함하여 예술을 응용할 수 있는 분야를 가능한 한 많이 개발하여 새로운 고용과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

(2) 생활 속의 예술

더불어 산업 분야가 아닌 일반인들의 행복 지수를 높이기 위한 이른바 ‘생활 속의 예술’을 위해서도 인력은 많이 필요하다. 만약 온 국민이 평균 잡아 1인 1예술장르만 즐기게 된다 해도 그것을 도와줄 예술 인력은 엄청난 숫자가 필요하다.

물론 이에 대한 적정 비율을 제시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국민 50명당 1인의 예술 인력이 필요하다면 전체 국민의 2%가 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현재 예술 전공 학생의 비율이 순수 예술로만 국한할 때 약 3% 정도 되므로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고 하겠다.

비록 치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수치는 아니지만 우리 예술교육계가 크게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사실 예술인은 기본적으로 교육자로서의 기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물론 시간적으로 직접적인 교육 행위를 할 수 없는 전문예술작가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일반인들이 예술을 쉽게 체험하고 즐기도록 돕는 일종의 교육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3) 순수예술인 활용 방안

(1) ‘생활 속의 예술’ 실현

예술인들의 사회적 역할을 확립하는 가장 좋은 토대로 예술인들의 교육적 기능 발휘를 극대화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즉 국공립 공연예술단체는 적어도 시군구까지 확대하고, 시각예술이나 문학예술의 경우 연고 예술가 제도를 일반화하고, 그 이하 읍면동 단위에도 연고 단체나 연고 예술인들이 상주하며 자신의 예술행위와 병행하여 지역 주민들의 “생활 속의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하도록 한다면 상당히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은 자명하다.

전국 시군구가 각기 최소한 5개의 공연 단체를 운영하고 각 단체가 40명 정도의 예술가를 고용한다면 약 6만명의 예술가가 필요하며, 순환주기 20년에 자연 감소 등을 감안할 때 1년에 약 3000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읍면동 단위의 연고 단체 및 연고 예술인을 같은 규모로 설정하면 역시 매년 3000명의 신규 인력이 추가된다. 즉 1년에 약 6000명의 문화예술 전문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이들을 활용하여 일반 국민들이 질높은 예술을 감상하고 또한 잘 짜여진 체험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그를 위해 대단히 정교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이에 있어 인력 양성을 책임지는 대학은 당연히 이에 맞는 교육 과정을 편성해야 할 것이다.

(2) 학교예술교육 활성화

약 1만개의 초중고에 학교당 5명의 예술강사를 파견한다면 역시 순환주기와 자연감소 등을 감안할 때 1년에 약 2500명의 신규인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과거 국회에서 유사한 법안을 준비했던 적이 있다. 즉 전국 초중고에 학교당 1명의 예술강사를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계획이었는데 기간제 교사 정도의 보수를 책정할 경우 1년에 약 2000억 정도의 예산이 소요되므로 학교당 5명이라면 매년 1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셈이다.

물론 과연 그런 엄청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하고 회의적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세계적 조류는 예술 교육 내지 예술을 통한 교육을 활성화하는 방향이다. 즉 단순히 예술 장르를 교육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을 모든 교과 운영의 중요한 도구로 사용함으로써 한층 높은 교육 효과를 높이고 나아가 창의적인 국가 경쟁력을 확립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니 예술강사 고용은 일종의 기본 투자로서 교육과 국가 경쟁력의 방탕을 형성하는 일이라 하겠다.

(3) 예술인 캠퍼스 상주 제도

‘생활 속의 예술’과 ‘학교예술교육’ 등을 통해 상당수의 전문 인력을 소화할 수 있으나, 이에 더해 각 대학에 예술인들을 상주시키는 방법도 제안할 만하다. 이것은 예술인 고용 창출과 전공 교육의 질 제고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이며, 또한 앞서 ‘생활 속의 예술’과 ‘학교예술교육’에서 일종의 사각이 되어 버리는 대학 내 일반 학생들에 대한 배려까지도 가능한 방법이다.

즉 직업 예술인 또는 예술단체를 캠퍼스에 유치하여 그들에게 필요한 공간과 편의를 제공하고, 이들이 전공 학생들을 위하여 실습 교육의 일부를 담당토록 하는 방식인데, 이들 예술인 또는 단체가 캠퍼스 내에서 창작 작업을 할 때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고, 또 발표회를 대학 내에서 가지도록 함으로써 전체 대학문화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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