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아닌데/ 서울연극인대상 평가단 총평(전문가, 시민)

<그게 아닌데> 서울연극인대상 평가단 총평

 

공연일시: 2013.06.07. ~ 2013.06.23.
공연장소: 대학로 정보소극장
극작: 이미경
연출: 김광보
극단: 극단 청우

 

***전문가 평가단 총평

 

‘인생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채플린의 말이 딱 들어맞는 공연이었다. 남의 일이라 생각하면서 관람했기 때문에 등장하는 인물의 대사나 벌어진 일을 웃으면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서나 법원에 가지 않더라도 우리 주위에는 이런 일은 매우 많다. 옛날과 오늘날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 이런 사건에 휘말린다면 어떻게 될까? 결코, 쉽게 웃을 수 없을 것이다. 인간과 인생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간 사이의 소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화두를 던지는 좋은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배우의 연기도 훌륭했고, 연출도 깔끔했다. 하지만 주인공인 조련사의 마음이나 다른 인물 각각의 처지와 생각을 살펴볼 수 있는 장면을 만들어서 조금 더 길게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65분으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 오판진

 

***시민 평가단 총평

 

어느때부터 우리 주위에는 소통의 단절이 만연해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 부분을 참으로 재미있고, 한편으로는 슬프게 풀었네요..엉뚱한 방향으로 계속 유도하는 의사,형사, 황당한 어머니까지..아들이 정상인것이 오히려 불가사의인듯 합니다 이 연극을 소통단절의 절정을 보여주고 계시는 정치하시는분들이 보셨음하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도 한편으로는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내 생각만을 말하지 않았나 다시 한번 생각하고 반성하게 됩니다. ‘경청’이라는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아야 겠습니다.

– 류주현

 

작품은 처음 도입부에 ‘코끼리 탈출’에 대해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끼리 논쟁이 오고가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 사람들의 논쟁의 핵심은 ‘코끼리 탈출’에 있지 않다. 그들의 핵심은 주인공 조련사의 입장을 자신의 편으로 오도록 하는 것이다.

1시간 내내 형사, 정신과 의사, 엄마는 조련사를 각기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조련사를 설득하기 위해 계속 조련사와 대화한다. 하지만 그들은 조련사와 말은 들으려하지 않는다. 즉 그들은 대화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연출은 ‘소통의 부재’라는 주제를 거창하지 않고 간소화하면서 그렇지만 아주 결정적이게 담아냈다. 무대의 전환이나 화려한 조명이나 인물들의 제각기 입장을 대변하는 긴 독백 하나 없다. 하지만 1시간 동안 무수히 쏟아내는 그들의 대화 속에 대화가 전혀 되지 않는 상황을 연출하면서 소통의 단절을 강렬하게 외치고 있다. 마치 주인공이 극 후반부에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아- – -” 를 아주 길게 외치는 것처럼 말이다.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너무도 잘 소화해낸 배우들의 디테일한 연기와 서로 간의 호흡이 무엇보다도 잘 이루어진 것 같다. 때문에 공연을 보는 내내 극에만 몰입할 수 있었다.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 배우들의 목소리가 전체적으로 작았다는 점 하나다. 특정 어떤 장면에서 목소리가 많이 작아져 극장이 작은데도 불구하고 대사를 놓친 부분이 두 군데 정도가 있다. 하지만 작품 자체에 대한 완성도와 연출 의도, 배우들의 앙상블은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마지막에 ‘삼코’가 등장하여 조련사를 함께 코끼리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이 사람에서 코끼리로의 변화는 인간의 속박으로부터의 벗어남을 보여주는 듯 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주는 메시지가 아직도 기억에 남을 만큼 여운이 남는다.

– 이원선

 

도시의 난동을 일으킨 코끼리들의 조련사가 취조를 받으며 공연은 진행된다.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조련사를 취조하는 내용이다. 조련사, 그의 어머니, 정신과 의사, 형사 들은 각자의 주장만을 펼친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 주장하는 이들을 보며 우리 현대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조련사는 코끼리가 원래 사람이었는데 변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또한 결국 코끼리로 변한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그가 코끼리가 될 수밖에 없었던 현실과 우리 사회적 문제들을 볼 수 있었다. 현대인들의 단절된 대화와 소통, 그로인해 현실에 맞추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의 인간들을 조련당하는 코끼리들에 비유하면서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공연은 무대, 조명의 전환이 거의 없다. 처음과 마지막에서만 조명의 변화와 무대효과가 있을 뿐 전체적으로 무대, 조명의 도움 없이 모두 배우들의 연기로만 극을 이끌어 나간다. 그만큼 배우들은 각자의 에너지와 개성이 있었다. 각자의 캐릭터를 아주 잘 살려냈으며 서로의 호흡도 잘 맞아서 지루하지 않았다. 전체적인 템포도 좋았으며 관객을 집중시키는 에너지가 있었다. 우리의 사회적 문제를 코끼리를 통해 표현하여 더 공감이 잘되고 재밌었으며 배우들의 연기 또한 전체적으로 에너지가 있어서 인상에 남는 공연이었다. 특히 무대장치나 조명의 힘이 아닌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극을 잘 표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 이윤지

 

경찰과 정신과 의사, 그리고 엄마까지 코끼리 조련사의 말과 행동을 자기 방식대로 해석하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은 우리네 삶의 소통부재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 나는 누군가의 말을 그렇게 무시하고 내멋대로 해석해버린 적은 없었나 하고 뒤돌아보게 만들었다. 남말은 무시하고 자기 말하기에 급급한 사람들에게 공연을 추천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부분에 삼코와 코끼리로 변한 코끼리 조련사가 상의를 벗고 회색 바지만을 입은 채 책상에 올라가 춤을 추는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꼭 대사만이 아닌 몸동작만으로도 뭔가를 표현하고 전달받은 느낌이 강해, 마지막 장면이 당분간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을 것 같다.

– 정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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