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파혈전/ 서울연극인대상 평가단(전문가)

<무림파혈전> 서울연극인대상 전문평가단 총평

 

공연일시: 2013.06.13 ~ 06.23.
공연장소: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극작: 홍석진
연출: 김제민
극단: 극단 거미

 

 

특별한 관심을 받지도, 그렇다고 세상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쏟아내지도 않는,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던 웹툰작가 최진호. 어느날 그에게 전화가 걸려 온다. “잘 보고 있습니다.”그리고, 이 전화로 인해 단순히 웹툰을 그리며 만족하고 살던 최진호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세상을 향해 만들어낸 창작물에 대해,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전화는 계속 걸려 온다. 정확한 목적을 설명해주지 않지만 수정을 요하는 전화로 인해 작가의 분신인 캐릭터들은 두 편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지만 그 어느 것도 정확한 것이 없다. 마치, 실체가 없이 뭉뚱그려지는 ‘국가 보안법’처럼.

국가보안법.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국가 보안법을 논하는가?’ 하겠지만, 언제나 국가의 안보에 영향을 끼치는 인물은 항상 존재해 왔다. 그러나 어떤 행동이 국가 보안법에 위배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어디론가 끌려가고, 끌려가면 심한 고문을 당하고, 고문을 당한 후 바보가 되었다더라 하는 소문만 무성 할 뿐. 전쟁이 중단 된 우리나라의 특별한 경우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로 의도하지 않은 많은 의미가 국가 보안법에 위배되는 것은 확실하다.

이런 상황은 코메딜 수 밖에 없다.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심각해지면 심각해질수록 더욱 코메디가 되어 간다. 그러나 작가와 연출은 예술가의 자기 검열을 이야기 하면서 작품도 자기검열을 했나보다. 멍석을 깔았으니 조금 더 객기를 부렸어도 좋았을 법 한데,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말풍선을 실제로 살린 아이디어도 재밌고,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인 엄청난 비법서에 대한 의미부여도 좋은데 정작 작가의 괴로움과 고민은 조금 약하게 표현된 것이 아닌가 하여 안타깝기만 하다. 2013년 6월 19일, 시국선언을 한 대학생들이 종북 좌파 빨갱이로 몰리는 와중에 국가보안법을 물고 뜯고 했더라면 어떤 맛이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 박지연

 

‘국가보안법’이라는 소재를 다룬 점에서 한국사회와 예술에 관해 극단 구성원들이 깊이 통찰하였다고 평가한다. 웹툰 작가에게 압력을 가하는 국가정보기관이란 가상의 화소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예술가들이 특정한 공간과 깊이에서 자유를 허락받지 않는다는 설정이나 그 실체가 보안법이라는 주장 또한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소재와 문제의식을 희곡이나 연기, 연출, 무대 등에 표현한 성과를 보면 아쉬움이 있다. 희곡에서는 작가의 고민과 작가가 쓴 웹툰의 내용이 조화를 이루는 데 아쉬움이 남았고, 연기나 연출에서 통일성이 부족했다. 특히 무대를 기역으로 만들고 관객들이 벽에 둘러앉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일부 영상이나 장면이 보이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였고, 배우들과 함께 다른 관객이 눈에 들어와서 공연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 오판진

 

국가보안법을 소재로 주제로 다룬 연극. 이런 이야기를 아직도 하고 있어야한다는 게 참으로 거시기한 작금의 현실에서 20년전 30년전에 가졌던 무형의 공포를 다루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의 가치는 훌륭하다. 웹툰과 무협이라는 형식을 표현수단으로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방식은 신선했으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한 주제의식이 너무 강하다보니 작품 전체에 밸런스가 흐트러진 느낌이다. 강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다룰 때는 반대로 가볍고 부드럽게 다루는 여유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무엇보다 국보법을 모르는 관객들에겐 너무 어렵고 낯선 연극이 되 버릴 테니.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를 겁도 없이(?) 무대에 올린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이 작품은 박수받기에 충분하다. 예술인들의 사명이 바로 그러할지니.

– 정형석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