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포럼] 10만원토론회: 2013년 연극계를 되짚다

대학로포럼 10만원토론회

<2013년 연극계를 되짚다>

일시 : 2013년 12월 16일 오후 3시

장소 : 노을소극장

참석 : 채승훈, 오세곤, 전용환, 이신영, 이일균

정리 : 이일균

이신영 : 안녕하세요. 2013년 마지막 대학로포럼을 조촐하게 시작하겠습니다. 조촐하지만 풍성한 얘기들로 채워질 것을 믿습니다. 오늘 토론회 주제는 “2013년 연극계를 되짚다.”입니다. 올 한해도 우리 연극계에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 연초에 서울연극협회와 한국연극협회 선거, 최근에 이른바 ‘찍어내기’ 사태라든지,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인선 등이 우리의 관심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토론회는 올 한해 굵직한 일들이 무엇이 있었는지 이야기해보고, 내년도 대학로 포럼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누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채승훈 : 2013년도에 있었던 일 중에서 한두 가지를 짚어보자면 우선 새 정부가 들어서지 않았습니까? 새 정부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정책을 대학로포럼에서 점검해보기도 하였죠. 그런 기대와 전망 속에 4년의 임기가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더 지켜보고 기대도 해봐야겠습니다. 좀 우려스러운 것은 반복적인 이야기지만, 인사문제입니다. 항상 우리에게 실망을 줄때가 많이 있었죠. 이번에도 역시 신정부가 들어오면서 우리 예술인들에게 놀랍게 다가온 것은 예술의 전당 사장 인선이었죠. 정말 뜻밖의 잘 모르는 분이 되셔서 놀랐습니다. 그 다음에 국공립극장 인선들이 비슷한 형태로 줄을 이었죠. 인사문제에 있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되길 바랄 뿐입니다. 일각에서는 대학로포럼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데 대해서 “소외된 자들이 하는 이야기”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떤 기준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더불어 한 가지 더 이야기 하자면, 지난 가을인가요. 국립극단에서 공연을 올렸는데, 모 작품이 정치색을 띠었다는 것에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일반 극단이 아니라 국립극단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표현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도마에 올랐죠.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국립극단에서도 그러한 패러디의 소재가 쓰일 때, 그 나라의 문화 예술의 수준이 얼마나 존경받을 수 있는가의 척도가 되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신영 : 국공립극장 또는 단체의 수장 인선에 있어 소위 낙하산 인사, 밀실인사, 형식적인 공모, 이런 것들이 항상 문제가 되고 있는데, 관망만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자괴감이 들기도 하는군요. 어찌되었건 우리 연극계만이라도 두 눈을 부릅뜨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봐야 하겠습니다. 한 나라의 문화예술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 국립극단 작품 소재와 표현의 다양성이란 말씀도 매우 공감이 갑니다.

채승훈 : 나는 국립극단에서 현 정치상황을 풍자할 수 있거나, 또는 국립극단을 지원하는 문화부나 정권을 비판하는 소재가 가능해진다면 그 파급효과는 대단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표현의 다양성이나 연극의 다양성들은 당연히 모든 공공극장들은 물론 기업극장 그리고 민간극단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립극단에서 작품의 표현을 제한하거나, 그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을 하거나, 움츠러든다면 그와는 정반대의 영향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즉 현시대의 문화예술적인 흐름에 역행하게 되는 것이죠. 연극인들 잘못은 조금밖에 안됩니다. 그건 누구 잘못이 아니라 시대적인 현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전용환 : 그 시대적인 현상에 있어서 반대방향,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예술인 아닙니까?

채승훈 : 제일 큰 원인 제공자, 그렇게 만든 일등공신은 소위 관료나 정권 권력자들이에요. 문화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이죠. 또 그것에 호응하는 문화예술인들도 문제인 것입니다. 예를 들면 국립극단 해체했을 때 그런 일방적인 정책결정에 아무 생각 없이 찬성하고 도와준 사람들, 이후 문제가 생겨도 함구하는 사람들이 문제인 것이지, 대학로에서 공연하는 민간극단 사람들은 연극을 못 만든 죄는 있겠으나 다른 큰 죄는 없다는 것이죠.

이신영 : 저는 작품 만들 때 소위 자기검열이니, 표현의 자유의 억압이니, 좌파니 우파니 하는 것들을 모르는 세대이거든요. 그렇지만 연극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할까요. 연극이 오락의 제공도 중요하지만, 연극의 기능이 시대의 부조리한 상황에서 진실을 이야기하고 권력의 모양새를 찾아내어 패러디하여 웃음을 찾고 위로를 주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그런 것들이 국립극단이라고 해서 안 되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겠습니까? 최근의 국립극단 작품은 고전 작품이 아닌가요? 고전을 내용과 형식면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풀어내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그것을 가지고 문제 삼는다면 그건 굉장히 진부하고 건강하지 못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복지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으면 합니다.

채승훈 : 비록 미흡하지만 연극계의 복지운동은 알차게 무엇인가 해왔는데, 정부가 주최가 되어서 행해지는 예술인복지재단 사업은 아직 사업 초기라 그런지 잡음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술인 복지법이 통과가 되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만들어졌지요. 어쨌든 복지라고 하는 측면이 이제 예술인들한테 있어서 필수적인 부분으로 되었다는 것이 2013년도에 있었던 큰 이슈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초창기이기 때문에 가야할 길이 멀고 하지만 앞으로 우리 예술인들이 한국예술인 복지재단에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음으로 해서 예술인들의 복지가 잘 이루어져서 조금 더 좋은 환경 속에서 예술 행위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최근 문화예술기본법이 공표가 되었는데, 그것 또한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이신영 : 지금껏 정부의 지원이나 협조가 일시적이며 단기적이었다면, 이번 문화예술기본법은 정부의 문화예술지원 지원 체계라든지,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 권리, 그리고 우리 예술인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었다는 것이 조금 더 우리의 피부로 와 닿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경제적으로 좀 좋을 때는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다가 경제가 안 좋아지면 문화예술 분야의 지원은 당연히 삭감되는 것이 관행이었죠. 하지만 이런 문화예술기본법이 만들어지면서 정치 경제적인 면에 흔들리지 않고 항구적으로 예산이 확보되고 항상 관심과 육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채승훈 : 그렇습니다. 문화예술기본법은 12월 초인가 공표가 되었어요. 여야합의해서요. 몇 년 전 일본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통과됐는데, 정부에서 문화예술 지원육성책이 논의되고, 이에 따라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예술인들이 창조하고, 국민들은 문화예술 향수권을 광범위하게 누리게 되는 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이것이 선언적인 차원에 끝날 것이 아니고 정부와 지자체 또 문화예술인들과 국민들에 이르기까지 그것이 실천될 수 있도록 실효화 하는 후속 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신영 : 2013년에는 한국연극협회 선거도 있지 않았나요?

채승훈 : 한국연극협회가 대학로 예총 건물에 있다가 목동으로 갔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존재가치가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연극협회는 자기역할을 하여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한국연극협회가 조금 더 정책적인 일을 개발하고 그런 일을 생산해내야 합니다. 한국연극협회는 지난 몇 년간 식물협회라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냥 책만 만들어내고 행사 같은 곳에 인사말 써주는 정도로 있으나마나한 협회로 위상이 추락되어가고 있는데 거기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것은 뭐냐 하면 그것을 맡고 있는 책임자들의 능력입니다. 능력을 발휘해야죠.

이신영 : 한국연극협회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 본건데요. 한국연극협회에 각종 공연예술관련 협회장들이 당연직 이사로 들어가 있지 않습니까? 그러한 위상을 최대한 활용하여 연극관련 우리의 주장을 낼 필요가 있을 때, 또한 민감한 사항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데 있어 한국연극협회가 중심이 되었으면 합니다.

전용환 : 한국연극협회는 정책개발하고, 각 협회의 특성을 고려하여 부족한 게 있다면 지원해주거나 예산을 받을 수 있도록 그런 역할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신영 : 2014년 대학로 포럼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까요.

채승훈 : 사실 2013년 포럼모임은 비판적인 이야기들이 참 많았지만, 2014년도에는 아까와 같은 그런 상황들이 좀 더 개선되고 미래가 희망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로 포럼은 내년에도 매달 모여서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그런 모임으로 남을 것입니다. 항상 모이는 사람들만 모이고 참여율이 적지만, 항상 깨어있는 의식으로 우리 연극계를 내다봅시다. 조금 틀릴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는 얘기들을 하는 것이지만 같이 응원해주고 호응해주길 부탁드립니다.

전용환 : 배우, 기획, 평론가, 무대 모든 분야의 예술인들이 함께 참여하길 바랍니다. 좀 더 다양한 이야기들과 문제점들을 발전시키고 함께 토론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신영 : 다양하게 접근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토론회가 개최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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