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공연총평/ 박정기

박정기의 공연산책 2014년 2월 공연총평

 

2월에는 입춘(立春)과 함께 봄을 예감토록 하는 각 극단의 공연과 함께, 겨울방학기간 중 어린이를 위한 공연이 많았다. 또한 한국여성연극인회에서 마련한 중국작가 곽말약(郭沫若)의 희곡 굴원(屈原)에 관한 세미나가 연극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1, 연희단거리패의 장 주네 원작, 오세곤 역, 이윤택 연출의 <하녀들>

 

게릴라극장에서 장 주네 원작, 오세곤 역, 이윤택 연출의 <하녀들>을 관람했다.

 

장 주네 (Jean Genet, 1910년~1986년) 는 실존주의파에 속하는 프랑스의 시인·소설가·극작가이다.

 

파리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창부였던 어머니의 버림을 받고, 10세때는 굶주린 배를 억제하지 못하고, 애정에 굶주려 절도죄로 감화원(感化院)에 들어갔다. 그 후 탈옥하여 거지·도둑·남창 (男娼)·죄수 생활을 하면서 유럽 전역을 방황했다. 점령 중에 투옥되었을 때에는 1942년 프렌 형무소에서 데뷔작 소설 <꽃의 노트르담> 및 자전(自傳)의 <도둑일기>를 썼다.

 

1947년에 주베가 <하녀들>을 상연한 것으로 극작가의 길을 열었는데, 이후 그 전작(前作)인 <엄중경계>를 비롯하여 <발 콘> <흑인들> <간막이>가 상연되어, 찬부(贊否) 양론을 낳았다. 그것들은 어느 것이나 남색(男色)과 반역과 증오와 범죄가 지배하는 암흑의 세계를 가장 외설스럽고 난잡한 비어음어(卑語陰語)와 빛나고 투명한 시어로써, 독창적이고도 난해한 문체로 그려내서 관객을 현대의 흑막세계로 안내한다. 그것은 반역과 악의 찬가(讚歌)이며, 순수성에의 역설적인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장 폴 사르트르는 주네에 대한 평전 《성 주네》를 저술하면서 그의 문학을 “말로 표현된 고행승적 (苦行僧的) 실험”이라고 했다. 대표작으로서는 시집 <장미의 기적>과 빈민 구제사업의 도움으로 살아난 자기의 이야기를 쓴 소설 <도둑 이야기>, 그리고 희곡 <하녀들>이 있다.

 

<하녀들>의 내용은 하녀들이 주인인 마담을 골탕 먹이려고 마담의 정부인 무슈를 경찰에 고발해 붙잡혀가도록 만든다. 마담이 없는 때에는 하녀 자매는 마담놀이를 하며 자신들의 불만을 해소시킨다. 그런데 무수가 가짜편지 때문에 잡혀온 사실이 드러나 가석방되니, 하녀들은 자신들이 벌인 일이 마담에게 발각될까 두려워 마담을 수면제를 탄 차를 먹여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마담이 들어오고, 하녀들은 마담에게 고분고분하기가 애완용 동물은 저리 가라싶을 정도이다. 마담은 집에 수화기가 바닥에 내려져 있는 까닭을 하녀들에게 묻는다. 하녀들은 무슈가 가석방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반가운김에 수화기를 떨어뜨렸다는 소리를 하니. 마담은 무슈의 석방을 기뻐하며 수면제가 든 차를 마시지 않고 외출을 한다. 독살에 실패한 하녀자매는 다시 마담놀이를 하며, 마담대신 수면제를 탄 차를 마시고 쓰러진다. 그러나 마담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하녀들의 행동이 시작되면서 연극은 끝이 난다.

 

무대는 피아노, 장식소파, 원형탁자, 의자, 옷장, 장식장, 마네킹에 이르기까지, 마치 고급 의상실처럼 차려놓았다. 출입문도 흰 망사 같은 천으로 커튼을 드리우고, 의상도 최고급 드레스, 블라우스, 야회복, 모피코트, 반코트, 숄에 이르기까지 현란하고 화려하다. 하이힐까지 눈에 띈다. 하녀들의 붉은 내복차림도 극과 조화를 이루고,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라벨 작곡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도 극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김소희, 배보람, 황혜림, 손청강, 황유진 등 출연자들의 호연은 일찌감치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마담 역이나, 하녀 자매의 성격창출과 열연은 원작을 격상시킨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무대 김경수, 조명 조인곤 변정원 유범열, 의상 김미숙, 기획 김한솔, 이종환, 디자인 손청강 황유진, 진행 강호석 임현준 김명우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연희단거리패의 장 주네 작, 오세곤 역, 이윤택 연출의 <하녀들>을 원작을 뛰어넘는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2, 극단 목화의 오태석 작 연출의 <자전거>

 

예술공간 SM(스타시티 시어터 7층)에서 극단 목화의 <자전거>를 관람했다.

 

오태석(吳泰錫)은 1940년 충남 서천 출생으로.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였다.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웨딩드레스」가 당선되고 1968년 국립극장‧경향신문 공동 장막극 공모에 「환절기」가 당선되어 극작가로 공식 데뷔하였다. 1968년에서 1969년까지 실험극단에서 「환절기」 「유다여 닭이 울기 전에」, 「교행」, 「롤라스케이트를 타는 오뚜기」 등의 작품을 발표한 후 동랑레퍼터리극단으로 옮겨 「루브」 연출을 시발로 현재까지 본격적인 연출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오태석의 작품세계는 1973년에 한국일보 연극영화상 작품상을 수상한 「초분」을 기점으로 초기의 서구적 드라마투르기와 부조리극의 경향으로부터 전통적이고 토속적인 경향으로 선회한다. 또 이 작품으로 미국 공연을 가짐으로써 한국 최초의 해외공연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미국에서의 다양한 관극체험을 바탕으로 그의 연극세계는 큰 비약을 가져오게 된다. 「태」(1974), 「춘풍의 처」(1976), 「물보라」(1978) 등 전통적 색채가 농후한 작품들을 계속하여 발표하였고, 「물보라」로 서울비평가그룹 제1회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1984년 극단 목화를 창단하고 대표를 맡으면서 「아프리카」로 창단공연을 가졌다. 1987년 「부자유친」으로 서울연극제 대상, 1991년에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로 동아연극상 대상, 그리고 1992년 「백구야 껑충 나지마라」로 김수근 문화상을 수상하였다. 1993년에 극단 이름을 목화레퍼터리 컴퍼니로 개명하고 그해 서울연극제 참가작인 「백마강 달밤에」로 1994 한국연극평론가협회상 창작극 부문을 수상하였다. 「태」, 「춘풍의 처」, 「부자유친」 등은 일본에서 공연되어 호평을 받기도 하였다.

 

그 외의 대표작으로 「한만선」(1982), 「자전거」(1983), 「필부의 꿈」(1986), 「비닐하우스」(1988), 「운상각」(1989) 등이 있다. 희곡집으로 『초분』(1979)과 『아프리카』(1986)가 있으며, 평민사에서 그의 희곡전집이 기획되어 『백마강 달밤에』(1994), 『도라지』(1994), 『불효자는 웁니다』(1994),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1994), 『천년의 수인』(2000) 등이 출간되었다.

 

연극 <자전거>는 해방 후 6 25 동란이 발발하고, UN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인민군이 퇴각하면서, 충남 서천의 유지 백 여 명을 한꺼번에 가두어놓고 인민군이 불태워 죽인 사실과 그 참상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그 가족과 형제들 그리고 자손들이 겪어야 했던 생활 속의 후유증이다. 이것은 작가 자신이 어린 시절 직접 겪었던 일이기에, 이 이야기를 연극으로 그려냈다.

 

연극은 도입에 히로시마 원폭투하와 일본왕의 항복방송, 그리고 해방을 맞은 동포들 손에 들린 태극기의 물결, 육이오 사변의 발발, 인천상륙작전 등의 영상이 무대배경에 투사된다. 배경의 가리개 같은 장치가 열리면, 작은 구멍을 통해 밖을 내다보며 살려달라고 하는 서천유지들의 모습과 인민군에게 어쩔 수 없이 복종해 목숨을 유지한 마을사람 한 명의 모습이 부각된다. 살아남은 한 명의 마을사람은, 자신의 형의 목숨을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감으로, 작고한 사람들의 기일이 되면, 깨진 그릇의 날카로운 모서리로 자신의 얼굴을 가로 그어 피를 흘리며 괴로움을 표한다.

 

비단 그 한 사람 뿐 아니라, 연고가 있는 마을 사람들은 살해당한 사람을 묻어놓은 공동묘지를 지날 때나, 음산한 날씨에는 고인의 망령이 등장하는 것으로 생각을 하고, 실제로 망령과 대화를 나누거나, 생활 속에서 망령의 모습을 지우지를 못한다.

 

그 중 살아남은 사람의 아들은 면의 서기가 된다. 지금은 자동차가 교통수단이지만 당시 시골에서에는 자전거를 타고 먼 거리로 왕래를 했기에 윤 씨 성을 가진 서기도 자전거로 출근을 하며, 호젓한 산길이나, 무덤가를 지날 때면 동리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망령이나 헛것에 시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윤서기는 무엇엔가 놀라 노상에서 기절을 하고, 42일 동안을 면사무소에 출근하지 못한 사연을, 동료인 구 서기에게 결근계를 제출하며 써 넣는다.

 

구 서기가 결근계와 그 사유를 재확인하며 벌이는 연극이 <자전거>의 내용이다.

 

참상을 당한 마을 사람과 복선으로 나병환자가 가족이 등장하고, 맞은편 능선너머로 거위를 기르는 가족이 등장한다. 나병환자 부부는 갓 태어난 아이를 거위를 기르는 집에 입양시킨다.

 

아기는 나병환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상식이 당시에도 통해서일까, 아기는 거위 집에서 처녀로 성장을 한다. 그런데 아기를 맡긴 부부가, 맡아 기르는 가정에서 자신들의 딸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가를, 애가 처녀가 다 되도록 늘 지키며 바라보니, 맡아 기른 쪽 가족들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거위집의 아이들까지도 자신들도 입양해 기른 자식이거나, 누가 맡긴 자식이 아닌가 하고, 잘 때 서로의 얼굴을 만져보며 서로 닮았나를 확인하는 일이 자주 생기고, 나환자부부가 맡긴 막내는 가출을 해버리겠다는 일까지 생기게 된다.

 

윤서기가 가출을 하겠다던 막내를 공동묘지에서 만나 거위 기르는 집으로 다시 데리고 오는 날, 나병환자의 집에 불이 나고, 화재진화 경황 중에 윤서기는 황소에 받혀 기절했다는 이야기다.

 

구 서기가 사건의 경위를 윤서기로부터 다시 상세히 듣기 시작하면서 연극의 장면이 하나하나 반복된다. 술도가를 하는 황 씨가 자전거에 술들이 말을 싣고 가다가 뒷간에 들어가려 할 때 황소가 엉덩이를 건드려 변소에 빠진 이야기, 할아버지와 아버지 대의 한의사가 현재에도 등장하는가 하면, 망령들까지 베옷을 입고 등장해 이야기 속에 한몫을 한다.

 

해마다 열리는 참살당한 사람들의 제삿날, 나병환자 내외는 자신들이 이곳을 떠나야, 자신이 거위 기르는 집에 입양시킨 아기가 나환자의 씨라는 이야기를 비롯해 나쁜 소문을 잠재울 수 있다고, 남편이 아내에게 떠나자고 재촉을 하고, 막무가내인 아내의 마음씨를 돌려놓으려고, 남편은 제사에 쓸 촛불로 자신들의 움막 같은 집에 불을 지른다.

 

윤서기가 이곳에 자전거에 처녀애를 태우고 불이 붙은 현장에 도착하면서 소에 받혀 기절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윤서기 몸에는 소에 받힌 자국도 멍도 없고, 자전거는 부서진 데도 없으니, 구서기는 재차 이야기를 되풀이 시킨다.

 

대단원에서 처녀애가 가출결심을 하게 된 동기가 지나친 생부모의 관심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윤서기가 나환자 부부에게 이사할 것을 종용하고, 그들이 한시바삐 이 고장을 떠나가게 하기위해 윤서기가 직접 나환자 집에 불을 지르면서, 사금파리로 이마를 긋는 아버지의 모습과, 인민군의 방화로 타죽은 마을 유지들의 모습이 망령처럼 등장하자, 윤서기가 기절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구서기는 결근계에, 윤서기가 나환자 집 방화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소에 받혀 기절한 것으로, 타자를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정진각, 송영광, 김태환, 정영주, 김준범, 이승배, 김성혜, 부혜정, 한지용, 정주현, 김예연, 정지영, 윤민영, 이승열, 임민지, 유재연, 김창현, 이미리, 이전한, 천승목, 조원준 등 출연자 전원의 호흡일치와 호연은 작품과 조화를 이루어 독특하고 탁월한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제작감독 차현석, 의상 이승무, 조명 이경천, 무대감독 하동욱, 영상 이지위드, 사진 이도희 신귀만, 기획 오준현 한지용 등 스텝 모두의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목화의 30주년 기념공연 오태석 작 연출의 <자전거>를 한편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3, 극단 인어(人語)의 최원석 작, 고(故) 신호, 최원석 연출의 <변태(變態)>

 

이랑시어터에서 극단 인어(人語)의 최원석 작, 고(故) 신호, 최원석 연출의 변태(變態)를 관람했다.

 

무대는 객석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조그만 도서대여점이다. 벽면이 없이 탁 트인 공간에 울타리처럼 선반이 연결이 되어 군데군데 책을 올려놓았다. 무대중앙바닥 여기저기에 낮은 책꽂이와 차곡차곡 꽂힌 서양화전집을 비롯해 문학전집과 시집, 그리고 여러 종류의 책이 보인다.

 

오른편 벽면과 내실로 들어가는 입구에도 책을 쌓아놓았고, 왼쪽 등퇴장 로로 들어오면 정면의 도서대여점의 입구가 있어, 바닥에 깔린 작은 보료를 밟고 안으로 들어오게 되어있다.

 

중앙에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고, 무대 왼쪽 객석 가까이에 작은 탁자와 의자가 있고, 기타가 한 개를 기대어 놓았다. 중앙의 낮은 책꽂이 위에는 한사람이 누울 정도의 공간에 컴퓨터가 놓여있고, 돌려놓았지만 아마 CD 꽂이인 듯싶다.

 

연극이 시작되면 도서대여점 주인인 시인에게 부근 정육점 주인이 자신의 시를 읊은 후 평과 함께 시 강의를 듣는다. 정육점주인은 아버지대로부터 육 곡간을 해, 소시 적부터 고기를 저미고 썰고 분리하는 일을 해왔으며, 50대가 되자, 자신의 작업을 글로 쓰면서 시작(詩作)을 하게 되고, 마침 한동네 거주하는 국문과 출신이자 등단시인인 도서대여점 주인에게 시작에 관한 지도를 받는다.

 

정육점 주인은 시집을 내기를 원하고, 도서대여점 주인도 동의를 한다. 도서대여점 주인은 기왕에 시집을 내려면 등단을 한 다음 시집을 내도록 하자며, 권위 있는 시 전문출판사와 평론가 몇 사람을 소개해 주기로 약속한다. 정육점 주인은 감사의 표시로 금일봉을 카페 주인에게 쥐어준다. 그 때 학교선생노릇을 하는 시인의 부인이 등장한다. 정육점 주인의 시집발간과 등단 계획을 들은 부인은, 그럴 필요가 없다며, 등단을 아니 해도 시집을 낸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며, 와인이나 마시자고 한다. 세 사람은 와인을 마시며, 기타반주에 맞춰 노래도 부른다. 그러면서 문인들의 삶이 경제적으로 궁핍하다는 현실적인 이야기, 도서대여점을 하면서 월세 돈도 제 때에 내지 못하는 남편이 시인의 길을 가기보다는 차라리 소 도살장 같은 곳에 취직을 하는 편이 생활에 훨씬 도움이 되리라는 부인의 넋두리가 계속된다.

 

장면이 바뀌면 도서대여점에서 홀로 있는 부인이 전화를 받는다. 정육점 주인의 시가 등단이 되었고, 권위 있는 출판사에서 시집 출판을 하겠다는 전화다. 그 때 도살장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닷새 만에 일자리를 포기한 도서대여점주인이 들어온다. 부인은 정육점 주인의 시인등단과 시집출판소식을 남편에게 전한다. 남편은 놀라며 폭소를 터뜨린다. 사실 정육점주인의 시는 시인들의 시어(詩語)라든가 문장과 표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과는 달리, 고기를 썰며, 살점이 흩어지고, 피가 튕기고 하는 작업을 직설적으로 묘사한 것뿐이기에 등단시인으로서는 어이없어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시적언어나 현학적 표현보다 직설적이고 평 이한 표현을 대중이 받아들이고 선호함을 어쩌랴?

 

부인은 남편에게 포르노 사이트 좀 그만보고 시집을 내라며 닦달을 한다. 남편은 부인의 소리에 화를 버럭 내며 밖으로 나간다.

 

그 때 정육점 주인이 원고를 들고 도서대여점으로 들어온다. 부인은 정육점주인에게 시집을 내지 말고 육필원고를 자신에게 맡기면 직접 시집을 내주겠다며 그의 원고를 맡아둔다. 그리고 기타를 배우라고 권한다. 정육점 주인은 고기를 썰던 손으로 기타가 웬 말이냐고 펄쩍 뛰지만, 고기를 다루는 재주 있는 손이니 기타도 금세 배울 것이니, 염려 말라고 부추긴다.

 

부인은 무능한 시인인 남편과 경제적인 능력이 확실한 정육점 주인을 비교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몸과 마음을 정육점 주인에게 기울인다.

 

장면이 바뀌면 정육점주인의 시집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TV방송국에서 정육점 주인인 새로 등단한 시인과 인터뷰를 한다는 내용이다.

 

남편이 들어와 부인에게 그 소식을 듣고, 다시 한 번 폭소를 터뜨리지만, 한편으로는 순수문예가 퇴조하고 대중문학이 밀리언셀러로 부상하는 현실에 마음이 오그라들 뿐이다.

 

부인은 남편에게 시집을 내라며 닦달을 하고 종당에는 집에서 나가살라며 소리를 지른다. 남편도 버럭 화를 내며 밖으로 뛰어나간다.

 

이 때 등단시인이 된 정육점 주인이 부인을 찾아와 도서대여점을 자신의 문학 동호회 모임장소인 북 카페로 사용을 하겠다며 일체의 비용을 지불할 것을 약속하고, 부인이 문학 동호회 회장을 맡아달라는 부탁까지 한다.

 

기왕에 몸과 마음을 정육점 주인에게 기울인 부인이 그 청을 거절할 리가 없다.

 

장면이 바뀌면 도서대여점 부부는 결국 법정에서 합의이혼을 하기에 이른다.

 

대단원은 북 카페로 바뀐 도서대여점자리에서, 기타를 배운 정육점 주인의 자작시 낭송과 연주가 시작되고, 성황을 이룬 회원들의 갈채 속에서 문학 동호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정육점 주인이, 문학회회장인 부인을 연회장으로 정중히 초대하면서 먼저 퇴장을 하면, 북 카페에 홀로 남은 부인이 온몸을 뒤흔들며 추는 춤의 율동이 한동안 계속되면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이유정이 도서대여점의 부인으로 출연해 열연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장용철이 도서대여점을 하는 시인으로 출연해, 현재 대중소설가나 대중가요가수, 그리고 대중연예인들의 풍족한 삶에 비해, 순수 문인을 비롯, 순수 예술인들이 경제적으로 고난한 삶을 영위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연기해 관객과의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김귀선이 정육점주인이자 시작(詩作)을 하는 인물로 등장해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전여빈이 이혼법정 판사로 출연해 선을 보인다.

 

무대 한규남, 그래픽디자인 김세인, 조연출 조혜진, 등 모두의 노력과 열정이 드러나, 극단 인어(人語)의 최원석 작, 고(故) 신호, 최원석 연출의 <변태(變態)>를 한편의 문제작이자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4, 조은컴퍼니의 정의신 작, 명진숙 역, 김제훈 연출의 <가을 반딧불이>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조은컴퍼니의 정의신 작, 명진숙 역, 김제훈 연출의 <가을 반딧불이>를 관람했다.

 

정의신(鄭義信)은 1957년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 출생의 극작가 겸 연극연출가다.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 문학부를 중퇴하고, 요코하마 방송영화전문학원(現 일본영화학교)미술과를 졸업 후 영화사 쇼치쿠 오후나(松竹大船) 촬영소 무대조수로 일을 시작하여 1983년 극단 구로 텐트(검은 텐트)에 입단했다.

 

1987년 극단 신주쿠료잔파쿠(新宿梁山泊) 창립멤버로 참가하고, 극단 소속의 전속작가로 활동하여 1990년 <천년의 고독>을 시작으로 <더 데라야마(寺山)>, <인어전설> 등으로 일본 연극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왕성한 연극 활동뿐만 아니라 영화 각본에도 주력하여 1993년에는 혼잡한 현대일본의 풍경을 택시운전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달은 어느 쪽에서 뜨는가>로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1996년, 극단 신주쿠료잔파쿠 퇴단 이후 영화와 연극분야에서 활약하며 화제작을 잇달아 발표하고, 에세이집 『안드레아스의 모자』를 출판하는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프리라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천년의 고독>, <인어전설>, <영상도시, 치네칫타>, <잡푸, 돌>, <한 여름의 찰리 브라운>, <그 다음 여름>, <바다의 서커스>, <더 데라야마>, <푸르고 아름다운 아시아>, <겨울 선인장>, <물의나라 걸리버>, <봄의 키친>, <레츠 고>, <작은 물 속의 과실>, <겨울 해바라기>, <로봇의 로>, <행인두부의 마음>, <울림>, <가을 반딧불이>, <20세기 소년소녀 창가집>, <아시안 스위트>, <마게몬>, <바케렛타!>, <가라후토의 큰아버지>, <돌즈타운> 등이 있다.

 

무대는 배경 가까이 대나무 숲이 펼쳐있고, 그 앞으로 목조 가옥 한 채가 있다. 가옥 주변은 물이 찰랑이고, 호수가의 선착장이라는 설정이다. 지붕에는 기와를 덮지 않았고, 바닥은 이중으로 된 마루다. 무대 왼쪽에 다리가 놓여있어 선착장으로 들어오는 통로다. 가옥 벽에는 음식 메뉴를 적어 걸어놓은 것으로 보아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하는 모양이다. 벽에는 자판기, 냉장고, 조리대, 창문, 내실로 들어가는 문이 차례로 있고, 입구 난간에 구명튜브가 걸려있고, 가옥 오른편 벽에도 한 개가 걸려있다. 실내에는 식탁과 의자가 놓여있고, 선착장으로 들어오는 입구에는 소파와 탁자가 있다.

 

연극은 도입에 조리대 위 냄비에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선착장 주인이 발을 저으며 내실에서 나와 조리대로 다가가 음식을 공기에 담는다. 청년이 버킷으로 호수 물을 푸고, 마포걸레로 바닥을 닦는다. 잠시 후 입구 탁자 위의 시계에서 차임벨이 울리자, 청년은 울림소리를 중단시키고, 확성기를 들어 시간이 다 되었으니, 배를 돌려 들어오라고 외친다. 중년남성이 가옥 뒤쪽으로 해서 등장해, 주인과 청년이 국수를 들려는 것을 보고, 자신도 같은 것을 주문한다. 그러자 주인은 음식을 팔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 중년은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원하는 음료수를 꺼내려 하지만 나오지를 않자, 발로 자판기를 냅다 걷어찬다. 그러자 주인은 백 원 동전 하나를 더 넣으라고 이른다, 가격이 올랐다는 설명이다. 중년은 동전을 더 넣고, 음료깡통을 꺼내 마신다.

 

중년은 자기도 이 선착장에 유숙하게 해 달라고 주인에게 청한다. 회사에서 잘려 갈 곳이 없다는 설명이다. 물론 주인은 거절을 한다. 중년은 사정을 한다. 백색정장에 중절모를 쓴 신사가 무대 오른쪽에서 등장, 청년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그러나 청년은 제대로 상대를 않고, 면박을 줘서 쫓아 보내려 한다. 두 사람의 대화로, 신사는 청년의 아버지이고, 청년에게만 보이는 아버지의 망령이라는 것이 객석에 전달된다. 아버지는 일찍 아들을 선착장 주인에게 맡기고, 다시는 찾으러 오지 않았기에, 아들은 21년을 이 선착장을 자기 집으로, 주인을 아버지라 여기고 성장했다는 내용이 전달된다. 아버지에 대한 강한 그리움이 증오로까지 바뀌어, 향후 청년은 망령이 등장할 때마다 면박을 주거나, 일하던 망치 같은 소도구를 휘둘러 망령을 쫓아 보내는 장면이 반복된다. 어느 날 이곳에 임산부가 등장한다. 임산부의 설명으로는 선착장 주인의 아이를 배었다는 내용이다. 주인은 여인을 환영하지만, 청년은 시큰둥하다. 좁은 장소에 임산부 여인까지 등장하니, 주인과 청년, 중년남성, 그리고 임산부 여인이 함께 기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네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거기에 망령까지 등장해 부산을 떠니, 청년은 자신이 집을 나가겠노라고, 짐을 싸들고 나갈 채비를 한다. 그러자 주인이 만류한다. 결국 네 사람은 선착장에서 함께 지내게 된다. 네 사람 각자의 생활과 합동생활이 장면마다 차례로 펼쳐지고, 약방에 감초 격으로 망령까지 등장해 한 몫을 한다. 그런 와중에 임부가 때 이른 산통을 해, 병원에를 가는 일이 생기니, 남자들이 적극 병원 행을 돕는다. 임산부의 만삭이 다가오자, 청년은 짐 보따리를 싸들고 이곳을 떠날 의사를 내비친다. 비가 퍼붓기 시작하고, 주인이 청년을 적극 말리는 안타까운 광경이 벌어진다. 이것을 보던 임산부가 자신이 떠나야 한다며, 뱃속의 아이가 선착장 주인의 씨가 아님을 고백한다. 그러면서 여인은 떠날 차비를 한다. 주인이 여인을 다시 말리는 장면이 연출된다. 청년과 여인이 고집을 부리니, 이번에는 주인 자신이 이곳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내비친다. 중년남성은 자신이 떠나야 하지만 갈 곳이 없다며, 자신은 회사에서 잘린 것이 아니라, 자신의 회사가 파산을 했노라고 고백을 한다.

 

청년의 생일이 다가오고, 아버지의 망령이 선물꾸러미를 들고 등장한다. 청년은 실제인양 선물을 받는다. 선물로 받는 단 과자를 나눠 먹기까지 하니, 이상스럽기는 하지만, 즐거운 풍경으로 이해가 된다. 모두들 식탁에 올려놓은 생일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모두 청년의 생일을 축하하는 장면과, 촛불을 불어 끄면서, 어두운 하늘에 마치 명멸하는 별빛처럼, 수많은 반딧불이의 반짝임이 나타나면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선착장 주인으로 김정호가 출연해 중후한 연기로 극의 기둥역할을 한다. 중년남성으로 이도엽이 출연해 독특한 성격창출로 호연을 보이고, 이항나가 임산부 여인으로 출연해 역시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김 한이 아버지 망령으로 출연해 기존의 망령 역과는 다른 경쾌하고, 명랑하고 산뜻한 망령 역으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현응이 청년으로 출연해 역시 호연으로 객석의 갈채를 받는다. 배성우가 중년남성 역으로, 유승락이 청년으로, 송인경이 임산부로 더블 캐스팅 되어 출연한다.

 

프로듀서 김현민, 무대감독 박민호, 무대디자인 이윤수, 조명디자인 김재억, 음향 이영배, 의상 정미용, 분장 김미숙, 포토그래퍼 이원표, 조연출 안하나 주민준, 무대제작 에스테이지, 인쇄물디자인 아리디자인, 기획 김연정 김나라, 홍보마케팅 장유진 권순실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조은컴퍼니와 한국공연예술센터 주최, 정의신 작, 명진숙 역, 김제훈 연출의 <가을 반딧불이>를 추운계절에 녹음이 우거진 선착장으로 피한(避寒)을 하는 듯한,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드는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5, 극단 미추의 후쿠다 요시유키(福田善之) 원작, 배삼식 극본, 손진책 연출의 김성녀의 모노드라마 <벽속의 요정>

 

명동예술극장에서 극단 미추의 후쿠다 요시유키(福田善之) 원작, 배삼식 극본, 손진책 연출의 김성녀의 모노드라마 <벽속의 요정>을 관람했다.

 

모노드라마(monodrama)는 혼자서 하는 일인 극을 말한다. 그리스어 모놀로그(독백, monologue)와 드라마의 합성어로서 시종 혼자서 만들어 가는 연극을 칭한다. 주로 배우의 명연기를 보여주기 위한 단편으로 공연되었고, 18세기 배우이자 극작가인 J. 브란데스에 의하여 독일에서 처음 유행했고, 루소의 <피그말리온>(1762)이 공연되었다. 19세기에는 안톤 체호프의 <담배의 해독에 대하여>(1886), 20세기에는 장 콕토의 <목소리>(1930) 등이 공연되어 성공을 거두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추송웅의 <빨간 피터의 고백>(1977)과 김동훈의 <롤러 스케이트를 타는 오뚜기>(1969), 그리고 박정자의 <위기의 여자>(1986) 등이 성공적인 공연이 되었다.

 

김성녀의 모노드라마 <벽속의 요정>은 2005년에 초연된 이래, 2014년인 금년까지 10년째 공연이 이어져 한국연극공연 역사에 기록되는 모노드라마 중 걸작이다.

 

무대에는 대형 백색 스크린이 배경 막에 부착되어있다. 그림자 인형극을 백색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고, 맑은 하늘에 흰 구름이 지나가는 영상을 투사해 시간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무대 좌우에는 반다지 장롱이 놓여있고, 왼쪽 장롱에서 파나마 모자를 꺼내 쓰기도 한다. 무대 중앙에는 긴 차 탁자 모양의 평상이 가로 놓여있고, 그 위에 이부자리가 깔려있다. 오른쪽 반다지 앞에는 의자가 놓여있다.

 

연극은 도입에 객석 뒤편 계단 꼭대기에서 주인공이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관객과 인사를 나누며 계단을 내려와 갑자기 천정을 바라보며 “얘, 거기서 무얼 하니? 어서 내려와”하고 소리친다. 관객이 일제히 천정을 보면, “여러분도 보이시죠? 머리를 양 갈래로 딴 소녀를요?” “저런! 벌써 없어 졌어!” 하면서 날씨 이야기를 꺼내고, 이런 날씨에는 귀신이 다니기 십상이라며, “귀신이나 도깨비 말고 다른 말로 또 무어라고 부르지요?” 하고 물으면, 객석에서는 “요정(妖精)이요!”하며 대답을 한다. 그러면 객석과 무대의 조명이 잠시 꺼지고, 다시 켜지면, 주인공인 여배우가 무대 위로 다시 등장한다.

 

연극은 6·25동란 당시 북에 동조한 것으로 오해를 받을만한 행동을 한 인물이, 휴전협정이 체결된 후 반공법이 강력한 위세를 떨치던 시절이라, 자칫 공산주의자로 몰려 감옥에 들어가 징역을 살게 되는 것이 두려워, 평생을 자택의 벽 사이 공간에서, 아내의 도움을 받으며 사망신고까지 하고 숨어 지낸 인물을, 벽속의 요정이라 일컬어 만든 연극이다.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스스로 만든 감옥에 날개를 꺾고 수감생활(收監生活)하듯 지내며, 아내를 통해 사회변화, 여식의 성장과 결혼, 그리고 밤에만 베틀을 돌리거나, 낮에는 수건으로 여자처럼 머리를 감싸고 베를 짜며 은둔(隱遁)해 지내다가, 사회통합에 따르는 대 사면령(赦免令) 포고에 따라, 검은 머리칼로 스스로의 감옥에 들어간 이래, 40여년 만에 백발의 머리로 벽 공간에서 나와 자유의 몸으로 살다가 몇 년 뒤 저세상으로 떠나간 기구한 운명의 <벽속의 요정>의 일대기다.

 

복선을 깔아 물이 솟도록 하는 요술지팡이 이야기가 그림자인형극으로 배경 막에 투사가 되고, 딸이 태아나자, 벽속의 요정인 아버지가 러시아 민요 스텐카라친을 딸의 기억 속에 심어주는 등, 여주인공이 40여 년 동안 숨어 지내는 남편 역을 비롯해, 딸, 건달, 이웃사람, 딸에게 치근대는 청년, 인형극의 인물 등 수많은 역을 혼자 연기로, 또는 노래와 춤으로 표현해 연극을 이끌어 간다.

 

여주인공 역의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발군의 기량으로 연기와 노래를 펼쳐 관객을 2시간 동안 극 속으로 몰입시키며 관객과 일희일비(一喜一悲)를 함께 하고, 소녀 역에서부터 웨딩드레스를 입은 성장한 딸 역, 그리고 대단원에서의 노부인의 역에 이르기까지, 마치 모노드라마 뮤지컬 <벽속의 요정>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혼신을 다해 열연을 한다.

 

박동우의 무대미술, 김철환의 작곡, 김창기의 조명, 최보경의 의상, 안은미의 무용, 최은주의 분장, 강국현의 음향, 김동영의 장치, 손지형의 조연출, 김동영, 송태영, 김미영, 박은수, 박조호 등의 인형조종 등 스텝진의 기량과 열정이 작품에 드러나, 명동예술극장(구자흥 극장장)과 극단 미추 공동제작, 후쿠다 요시유키(福田善之) 원작, 배삼식 극본 손진책 연출의 김성녀의 모노드라마 <벽속의 요정>을 세계 어느 곳에 내어 놓아도 공감대가 형성될 감동적인 명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6, 극단 맨씨어터의 데이빗 해어 작 김광보 연출의 <은밀한 기쁨>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극단 맨씨어터의 데이빗 해어 작, 김광보 연출의 <은밀한 기쁨>을 관람했다.

 

원제가 <남모르는 환희(The Secret Rapture1988)>인 이 희곡은 10년 전 이화여자대학교의 오세아 교수가 번역해 발표가 되었다.

 

데이비드 해어(David Hare)는 영국작가(1947~)로 희곡 <불순물 Slag (1970)> <만국박람회 The Great Exhibition (1972)> <철면피 Brassneck (1973)> <관절 Knuckle (1974)> <Fanshen (1975)> <미소Teeth ‘n’ Smiles (1975)><풍요 Plenty (1978)> <세계지도 A Map of the World (1982)> <프라우다 Pravda (1985)> <엉망진창 The Bay at Nice, and Wrecked Eggs (1986)> <은밀한 기쁨>The Secret Rapture (1988)> <경마귀신 Racing Demon (1990)> <속삭이는 판사>Murmuring Judges (1991)> <전쟁의 부재 The Absence of War (1993)> <채광창 Skylight (1995) <에이미의 견해 Amy`s View1997)> <푸른 방 The Blue Room (1998)> <유다의 입맞춤 The Judas Kiss (1998)> <고난의 길 Via Dolorosa (1998)> <내 아연침대 My Zinc Bed (2000)> <삶의 귀중함 The Breath of Life (play) (2002)>

 

<철로 The Permanent Way (2004)> <어리둥절한 사태 Stuff Happens (2004)><곧바른 시간 The Vertical Hour (2006)> <게세마네 Gethsemane (2008)> <강조된 답변 The Power of Yes (2009)> <사우스 다운스 South Downs (2011) 잉글랜드 남부 지명> 등을 발표했고. 시나리오도 많이 썼다.

 

1998년에 영국왕실에서 기사작위를 받아 데이비드 헤어 경 (Sir David Hare)으로 존칭된다.

 

무대는 저택의 거실과 사무실 장면을 출연자들이 벽면을 움직여 장면변화에 대처한다. 영상으로 벽면에 사진이 들어있는 액자와 책이 꽂힌 책장을 투사해 관객의 시각효과를 높인다. 소파와 테이블, 의자를 이동 배치해 장면변화에 대처하기도 한다.

 

연극은 도입에 자매를 둔 부친의 급작스런 사망에서 시작된다. 아버지의 집에서 변고를 맞은 동생인 이소벨이 소파에 앉아 언니부부를 기다린다. 언니는 환경부 차관이고 형부는 독실한 크리스천인 기업가다. 그래서 그런지 부인의 뜻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는 캐서린이라는 젊은 여인과 재혼을 했고, 그의 죽음으로 계모인 캐서린은 오갈 데 없는 처지인 것으로 설정이 된다. 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소벨은 캐서린을 어머니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캐서린이라는 여인이 문제를 일으킨다. 자매소유의 아버지 집을 팔아버리는가 하면, 형부의 회사에 투자를 하겠다고 나선다. 언니야 집매매 거금이 손에 들어오니 반대를 할리 없지만, 이소벨로서는 아버지의 집이 사라지게 되어 여간 서운하지가 않다. 이 일로 자매와 계모와의 분란이 일어나려 하지만, 역시 동생 이소벨의 혜량으로 진정된다. 이소벨에게는 애인이 있다. 아마 결혼까지 하게될성싶은 청년이다. 그런데 이소벨이 선뜻 결혼승낙을 않는다. 청년은 디자이너로 이소벨 형부 회사의 일익을 맡게 된다.

 

장면이 바뀌면 이소벨과 청년이 결혼식을 올렸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동거하고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그런데 이소벨이 일 때문에 외국으로 가게 되니, 남자는 요염하고 색정적인 여자를 집으로 불러들인다. 두 남녀가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즈음에 이소벨이 들이닥친다. 이소벨은 이 광경을 목도하고 애써 감정을 억제한다. 그리고 상대 여인에게도 화를 내지를 않는다. 오히려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으로, 남자가 화를 버럭 낸다. 이소벨은 애써 참고 함께 영화구경을 하자며 두 사람을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형부의 사업이 소강상태에 들어가 발전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이소벨을 투자금을 회수해 아버지의 집을 다시 사서 그리로 들어가 캐서린과 함께 산다. 물론 남자와는 별거상태다. 이소벨은 계모 캐서린에게 자기 전에 집 문을 꼭 잠글 것을 당부한다. 캐서린은 잠갔다고 대답한다. 그날 한 밤중에 침입자가 나타난다. 바로 이소벨의 남자다. 권총까지 소지하고 들어온다. 그리고 이소벨에게 항의한다. 자신의 진심을 몰라준다는 내용이다. 이소벨이 믿어줄리 만무하다. 그러자 남자는 이소벨의 성격에서부터 자신을 대하는 마음씨가 다른 사람을 포용하고 따뜻하고 솔직하게 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며 항의를 하며, 이소벨을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이사벨이 그 말을 신뢰할 리가 없다. 거듭 남자가 사실은 계모 캐서린도 이소벨이 사라지거나 없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 현관문을 열어놓은 사람도 캐서린이라고 털어놓는다. 이사벨은 그 말을 믿는지 아니 믿는지 남자에게 돌아가라고만 이른다. 남자가 자신의 진심을 믿어달라며 동침까지 요구하고 덤벼들 자세를 취하자, 이사벨을 경찰에 알리겠으니 나가달라고 한다. 남가가 막무가내로 못 나가겠다고 하자, 이소벨은 그럼 자신이 나가겠노라며 문으로 향한다. 남자는 이소벨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소리치며, 움직이면 피스톨로 쏘겠다고 위협을 한다. 그러나 이소벨은 현관으로 향해 간다. 남자는 권총을 발사한다.

 

장면이 바뀌면 상복차림의 언니부부가 이소벨의 장례를 치른 후 거실로 들어선다. 캐서린이 이들 부부에게 다정하게 다가간다. 세 사람의 모습은 <은밀한 기쁨>을 느끼는 듯싶은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추상미가 이소벨, 이명행이 남자, 우현주가 언니, 유연수가 형부, 서정연이 캐서린, 조한나가 직원으로 출연해, 각자 나름대로의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시종일관 관객을 연극에 몰입시킨다.

 

무대 박동우, 음악 황강록, 조명 성미림, 의상 HANEZA, 분장 백지영, 소품 장경숙, 영상 정재진, 영상기술 이경필, 조연출 문지혜, 총괄PD 석재원 등 스텝 모두의 기량과 열정이 드러나, 극단 맨씨어터의 데이빗 해어 작, 김광보 연출의 <은밀한 기쁨>을 고품격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7, 극단 여행자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양정웅&극단 여행자 각색, 양정웅 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

 

서강 대학교 메리 홀에서 극단 여행자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양정웅&극단 여행자 각색, 양정웅 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관람했다.

 

이 연극은 셰익스피어 원작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남녀 주요등장인물의 성별을 바꿔, 로미오를 여성으로, 줄리엣은 남성으로, 줄리엣의 약혼자 패리스는 여성으로, 캐플렛 가의 영주를 여성으로, 줄리엣의 유모를 삼촌인 남성으로 바꿔 등장시키는가 하면, 그 외의 출연자 머큐쇼는 원래 작품대로 남성, 티볼트, 밴볼리오도 남성, 수도승 로렌스는 스님으로 바꿔 등장시킨다.

 

시대적 배경도 450년 전이 아니라, 현대로 설정을 하고, 의상이나 음악도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21세기 음악을 사용했다.

 

무대는 왼쪽 커다란 벽과 그 한가운데에 출입문을 만들고, 객석 가까운 곳에 낮은 작업용 접는 사다리와 탁자와 의자를 배치하고, 안쪽에는 전기스탠드를 세워놓고, 중앙의 벽면은 추상화풍의 그림영상을 투사하거나, 번개 치는 영상이나 조명색감으로 극적 분위를 상승시키고, 1978년에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영화 레너드 파이팅과 올리비아 핫세이가 출연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테라스 장면이 중앙벽면에 투사되기도 한다. 무대 오른쪽에는 탁자와 의자, 그리고 높은 접는 사다리가 문 옆에 놓여 있어, 주인공이 사다리 위에서 문설주 꼭대기에 한발을 올리고 연기를 하기도 한다. 철사로 만든 토르소 형태의 옷걸이에 여성 로미오를 위한 붉은 털실의상을 들여오기도 하고, 무대 중앙에는 커다란 소파가 가로 놓여있고, 백화점에서 사용하는 카터가 한 대에 맥주 캔을 잔뜩 실어놓았다. 대단원에서 긴 탁자를 이동시켜 무대 전면에 가로 놓고 두 젊은 연인의 죽음 장면을 탁자위에 연출해 낸다.

 

연극은 도입에 몬테규가와 캐풀렛가의 젊은이들이 겉옷을 벗고 싸움을 시작한다. 이어서 줄리엣의 생일날 몬테규가의 젊은이들이 로미오를 데리고 말, 양, 원숭이, 닭, 개, 까마귀 등의 탈을 쓰고, 줄리엣 가에 잠입한다. 남성다운 여성 로미오는 여성같은 남성 줄리엣의 모습에 첫눈에 반한다. 그런데 원작에서처럼 줄리엣은 패리스라는 문벌 좋은 집 여식과 결혼을 할 예정이고, 미모의 여인 패리스는 청년 줄리엣을 열렬히 사랑한다. 생일파티가 시작되고, 캐플렛 가의 남장부 같은 여식 로미오는 몬테규가의 수줍은 청년 줄리엣과 만나자마자 숙명같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몬테규가의 청년들의 잠입을 알고, 줄리엣의 형 티볼트가 폭력을 휘두르지만, 줄리엣의 어머니의 만류로 싸움은 더 이상 계속되지 않는다. 그러나 티볼트의 앙갚음이 로미오의 보호자격인 머큐쇼를 찾아가 살해하기에 이른다. 후에 티볼트는 로미오에게 살해된다.

 

줄리엣은 평소 가까운 사찰의 스님을 찾아간다. 스님의 배려로 로미오와 줄리엣은 절에서 결혼을 한다. 그러나 그 결혼을 어느 누구에게 건 공개할 수 없음은 다시 말할 것도 없다. 한편 몬테규 집안에서는 청년 줄리엣과 좋은 문벌의 여식인 패리스와의 결혼이, 줄리엣 어머니의 불같은 성화로, 성사되기에 이른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아는 줄리엣의 삼촌도 속수무책으로 이 일을 지켜보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로미오는 머큐쇼를 죽인 줄리엣의 형 티볼트와 화해하려 들지만 티볼트의 거듭되는 폭력에 견디다 못해 티볼트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줄리엣과 패리스의 결혼날이 다가오고, 줄리엣은 결혼식 전에 이 결혼을 없던 일로 만들기 위해 다시 한 번 스님을 찾아간다. 스님의 힘을 빌리려고, 또다시 식탁에 머리를 짓지는 행동을 보이면서, 종당에 스님의 묘안을 얻어낸다. 먹으면 한동안 죽은 사람처럼 보이는 독약을 복용하는 방안이다. 스님의 묘안대로 실천에 옮기기로 하고 청년 줄리엣은 독약을 복용한다. 그런데 스님이 로미오 양에게 알리기로 한 줄리엣의 거짓죽음소식을 줄리엣의 삼촌이 로미오 양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줄리엣이 쓰러져 있는 장소에 패리스양이 커다란 곰 인형을 들고 찾아온다. 패리스는 줄리엣의 죽음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는다. 그 때 로미오양이 나타나니. 패리스 양은 자리를 비켜 밖으로 나간다.

 

대단원에서 사랑하는 청년 줄리엣의 죽음에 접한 아름다운 처녀 로미오는 자신도 독약을 먹고 자살한다. 잠시 후 청년 줄리엣이 독약에서 깨어나고, 사랑하는 여인 로미오의 죽음을 발견하고, 그녀의 손에 남아있는 독약을 다시 삼키고, 줄리엣도 로미오의 뒤를 따르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를 한다.

 

이화정이 로미오, 남윤호가 줄리엣, 김진곤이 머큐쇼, 계지현이 티볼트, 성민재가 벤볼리오, 손승범이 스님, 김도완이 삼촌, 이진경이 패리스, 김양지가 캐플릿 주인으로 출연해 각자 탁월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남녀 성별을 바꿔 출연한 이화정, 남윤호, 김도완, 이진경, 김양지가 관객을 시종일관 연극에 몰입시키는 호연으로 갈채를 받았다.

 

무대 이은규, 음악 김은정, 조명 김성구, 영상 김장연, 음향 이범훈, 조연출 이대웅, 무대감독 김상훈, 사진 이강물, 그래픽디자인 김상태, 그 외 스텝진의 노력과 열정이 돋보여, 극단 여행자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양정웅과 극단 여행자 각색, 양정웅 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창아기발(蒼雅奇拔)하고 기억에 길이 남을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8, 젊은 예술가 프로젝트 페르난도 아라발 작 김미라 번역 <싸움터의 산책>(극단 연미) <구름위의 염소>(극단 같이) <페가수스의 바이올린> (극단 재트 프로젝트) 그리고 <질투의 스트립쇼>(공동연출)

 

장충동 국립극장 별오름 극장에서 젊은 예술가 프로젝트, 페르난도 아라발 작, 김미라 역, <싸움터의 산책>(극단 연미), <구름위의 염소>(극단 같이>, <페가수스의 바이올린>(극단 재트 프로젝트), 그리고 <질투의 스트립쇼>(공동연출)을 관람했다.

 

페르난도 아라발(Fernando Arrabal  1932~)은 스페인 태생 프랑스의 부조리극 작가, 소설가, 영화제작자. 제지회사 사원으로 일하다가 마드리드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1950년대 초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1955년 연극을 공부하기 위해 파리로 갔다가 그곳에 머물렀다. 1958년 첫 희곡집이 나왔고, 1959년에 전쟁의 공포와 한 가족의 즐거운 소풍을 대비시킨 반전적 내용의 풍자물 <전쟁터 속의 소풍(Pique-nique en campagne)>이 상연되면서 프랑스 아방가르드 작가들로부터 주목받게 되었다. 초기 희곡 중 가장 중요한 작품은 예수의 이야기를 익살맞게 개작한 <자동차 묘지(Le Cimìetière des voitures)>(1958)일 것이다. 그의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종종 어린애 같으면서도 천진함이라고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로, 대개 매춘부나 살인자 또는 고문자들이다. 1960년대 중반 이후 그의 연극은 점점 더 형식적이고 의식적(儀式的)으로 되어갔고 자신이 ‘공포극(Théâtre Panique)’이라고 부르는 형태로 발전해갔다. 수많은 희곡을 쓴 이 시기에 나온 작품으로는 2명의 등장인물이 서로 역할을 바꾸어보는 내용인 <건축가와 아시리아의 황제(L’Architecte et l’empereur d’Assyrie)>(1967)와 이전의 희곡보다 더 공공연히 정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그리고 그들은 꽃에 수갑을 채웠다(Et ils passèrent des menottes aux fleurs)>(1969)가 있다. 이 작품은 1967년 스페인 여행 중에 투옥당했던 일을 상기하며 쓴 것으로,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첫 소설인 <바빌론의 바알 신(Baal Babylone)>(1959)은 파시즘 치하의 스페인에서 보낸 악몽 같은 어린시절의 기억을 다루고 있다. 1970년 그는 이 소설을 <죽음이여 만세!(Viva la Muerte!)>라는 제목의 영화대본으로 개작해 튀니지에서 영화로 찍었다. 대단한 다작가(多作家)인 그는 12권에 달하는 희곡집을 출판한 외에도 소설, 영화대본, 시, 정치적 논픽션물 등을 썼으며, 체스에 관한 책도 2권 있다.

 

페르난도 아라발 작품은 인간의 가장 원시적인 감정이나 공포와 경악을 작중인물의 성격으로 설정하고, 외설적이고, 신성모독이며, 가학적-피 가학적인 성 도착증과 함께 환상적 체험을 제공해, 비이성적이고 원시적인 공포를 무대 위에 일종의 경악극(panic theatre)으로 표현한다. 경악극에서 페르난도 아라발이 나타내려고 하는 것은 이 세상의 보편타당한 사유와 일상적 관념에서 벗어나, 비이성적이고 비도덕적이고 비 인륜적인 사고를, 가장 자유로운 생각이라 합리화시켜 작품에 반영시킨다.

 

이번 국립극장 별오름 극장에서의 젊은 예술가 프로젝트에서 공연된 작품 극단 연미의 <싸움터의 산책>, 극단 같이의 <구름위의 염소> 극단 재트 프로젝트의 <페가수스의 바이올린>, 그리고 공동연출 작 <질투의 스트립쇼> 등에서도 원작의 주제는 살리되 젊은 연출가들이 나름대로 자신의 예술적 기량과 창의력을 발휘해 공연되었다.

 

극단 연미, 이성권 연출의 <싸움터의 산책>은 객석에 앉아 연극을 관람하다가 전쟁터로 가게 된 병사 자뽀의 이야기다. 포성만 들릴 뿐 적이 보이지 않는 전쟁터에서 보초를 서다가 홀로 방황하는 적 병사 제뽀를 만나 포로로 잡는다. 그 때 자뽀의 부모가 도시락을 싸들고 자뽀를 찾아온다. 자뽀가 놀랄 것은 당연하지만, 전쟁터를 소풍하듯 아들을 찾아온 자뽀의 부모도 온전한 정신으로 보기는 어렵다. 자뽀의 부모는 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펼쳐놓으며 포로로 된 병사까지 청해 함께 와인을 마신다. 당연히 포로 제뽀의 결박된 포승도 풀어준다. 차츰 분위기가 화기애애해 지면서 자뽀 부모는 레코드음악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자뽀와 제뽀는 형제처럼 다정해 진다. 가장 흥미로운 대사는 두 병사가 전쟁터에서 상대인 적군을 본적도 없고, 적을 향해 발사는 했지만 조준사격을 한 적은 없고, 그냥 냅다 적군 방향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식사중 위생병 두 사람이 사고가 있는가 하고 등장하지만, 곧 돌아가고, 네 사람은 가족처럼 가까워지고, 앞으로도 다정함을 변치 말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폭격 음과 함께 그 자리에서 네 사람 다 즉사하는 장면으로 연극은 끝이 난다. 아라발의 반전사상이 절묘하게 표현된 작품이다.

 

배경 막 가까이 타 악 연주석이 마련되어 연주자가 북을 두드려 극적효과를 상승시킨다.

 

이원범, 서민우, 이광용, 김덕환, 최인정, 양예은, 윤지원, 이지현 등이 출연해 호연을 보이고, 조연출과 드라마터그 김수정, 이성권 연출로 <싸움터의 산책>을 흥미진진한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극단 같이, 김이경 연출의 <구름위의 염소>는 연극과 무용을 하나로 묶어 표현한 공연이다. 남녀 4인의 등장인물과 이들을 지배하는 2인의 남녀가 출연해 마치 기계체조를 하듯 무용을 하듯, 흰색 내복차림에 커다란 흰색 베개를 한 개씩 들고 연기를 한다. 한 쌍씩 사랑표현을 하다가 흑색착의의 지배자 2인이 등장해 이들을 지배하고, 여성출연자에게 베개 속에서 적색 슈미즈와 흑색 슈미즈를 꺼내 입히며, 현실과 이상을 가르치듯 행동거지일체를 간여한다. 군무와 독무가 펼쳐지고, 지배자 남녀의 역할이 강조되고 사랑하는 남녀 두 쌍을 강제로 갈라놓지만, 사랑하는 남녀 두 쌍의 감정은 변하지 않는다. 흑색착의 지배자의 강압과 의지가 무용과 함께 상승되지만, 두 쌍은 이상적 사랑을 바라지만 현실에서의 사랑의 감정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대단원에서 지배자 2인은 베개 속에서 새의 깃털을 한웅큼씩 꺼내 공중에 던져 날려 보내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사랑의 현실과 강압적인 이상적 사랑을 아라발 식 표현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김태호, 최유미, 이남호, 정윤경, 임종호, 이채은 등의 열연과 암무감독 최유미, 음향 오퍼 정지화의 기량이 돋보여, 극단 같이의 김이경 연출의 <구름위의 염소>를 환상적인 공연으로 창출해 냈다.

 

극단 재트 프로젝트, 이재민 연출의 <페가수스의 바이올린>은 남녀의 사랑을 기존의 사랑과 철저하게 대비시켜 표현한다. 한 쌍 또는 다른 쌍의 연인들은 우선 모습에서부터, 아름답거나 잘생긴 것보다 추한 모습이기에, 상대에게 이끌렸다는 이야기를 하거나, 구취나 체취에서도 달콤하거나 상대를 끌어들이는 냄새가 아니라, 악취가 나기 때문에 상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는 표현으로, 기존의 일상적 사고와 사랑표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느끼고 사랑의 발아에 접근을 한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뒤를 깨끗이 닦지를 않은 것도 사랑스럽게 느껴진다는 아라발 식의 사랑발아를 구현해 낸 작품이라, 괴이하고 추악한 느낌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관객은 그래서는 아니 되겠구나 하는, 반대의식을 생성하게끔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마광현, 서재영, 이신실, 이도경, 원채리, 성산희 등의 열연은 갈채를 받았고, 왕용석의 오퍼레이터와 더불어, 극단 재트 프로젝트, 이재민 연출의 <페가수스의 바이올린>을 기억에 오래 남을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마지막 작품은 이성권, 김이경, 이재민 공동연출의 <질투의 스트립쇼>이다.

리모콘으로 움직이는 어린이전기자동차와 조종자 서봉균과, 그리고 스트립쇼룰 하는 여인격인 박현진이 출연해 펼쳐내는 현대판 사랑과 죽음이다. 사랑의 대상인 여인에게 접근을 하고, 사랑을 갈구하고, 상대의 내키지 않음을 접하고, 폭력에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는 과정을, 명멸하는 전기자동차의 불빛 속에 팬터마임처럼 표현해 낸다. 박현진과 서봉균의 호연도 인상적이지만, 대단원에 전기자동차에 여인의 시신을 싣고 떠나가는 안경을 쓴 남성의 모습은 페르난도 아라발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었다.

 

무대감독 황혜진, 기획 강수연, 조명 오퍼레이터 박정아, 포스터 프로그램디자인 김유나, 이재혁 등 스텝진의 노력과 열정이 젊은 예술가 프로젝트, 페르난도 아라발 작, 김미라 번역, 이성권, 김이경, 이재민 연출의 <싸움터의 산책>,<구름위의 염소>, <페가수스의 바이올린>, <질투의 스트립쇼>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젊은 예술가 프로젝트의 다음 작품은 반극보다 정극을 공연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9, 국립창극단 김성녀 예술감독 김정숙 극본 권호성 연출의 <숙영낭자전>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국립창극단의 김성녀 예술감독, 김정숙 극본, 신영희 작창, 양승환 음악, 권호성 연출의 <숙영낭자전>을 관람했다.

 

“숙영낭자전”은 작자 미상의 작품으로 그 내용 전개 방식이 거의 전기소설(傳奇小說)에 가깝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남녀간의 사랑이 사건 전개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애정소설로 분류할 수 있다. 내용은, 세종(世宗) 때, 경상도 안동지방에 사는 백상군(白尙君)이라는 선비가 있었다. 그는 늦도록 아들이 없어 걱정하다가 절에 가서 소원을 빌어 겨우 말년에 선군(仙君)이라는 아들을 낳았다. 선군이 장성하자 그의 부모는 좋은 며느리를 얻고자 사방으로 매파를 보내었다. 이러할 즈음 선군은 서당에서 독서를 하다가 조는 사이에 꿈을 꾸었는데, 숙영(淑英)이라는 선녀를 만나 사랑을 속삭이는 꿈이었다. 선군은 꿈속에서 만난 선녀 숙영을 그리워하다가 상사병이 들어 죽을 정도가 되었다. 이 때, 숙영이 다시 선군의 꿈에 나타나 옥련동에서 만나자고 하였다. 숙영을 꿈속에서 본 선군은 정신을 차리고 음식도 먹게 되었다. 선군은 완쾌되자 숙영과의 꿈속에서의 약속을 부모에게 말씀드리고 옥련동이라는 선계를 찾아갔다. 숙영은 반갑게 그를 맞아주었다. 숙영은 선군에게 우리들이 인연을 맺을 수 있는 때가 아직 3년이 남았는데, 만일 이를 어기고 오늘 몸을 허락하면 천벌을 받을 것이니 낭군은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며 돌아가 주기를 권하였다. 그러나 선군은 숙영의 말을 듣지 않고 그날 밤을 같이 보냈다. 이튿날 선군은 숙영을 데리고 집에 돌아와서 부모에게 인사시키고 부부가 되었다. 그들은 금슬 좋게 10년을 살았는데, 남매를 낳았어도 그들의 사랑은 언제나 신혼과 같았다.

 

숙영은 과거 시험이 실시된다는 말에 선군에게 과거를 보러 가게 하였다. 선군은 떠나 가다가 숙영을 잊을 수가 없어 밤중에 되돌아 와서 사랑을 속삭였다. 이 때, 선군의 아버지는 아들을 상경시키고 밤에 집안을 돌아보다가 홀로 자고 있는 숙영의 방 앞에서 남자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는 숙영의 정절을 믿고 있었으나,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다음날 밤에도 엿들어 보기로 하였다. 선군은 날이 새자 집안사람들 모르게 떠났다가 숙영을 보고 싶은 마음에 그날 밤 또 집에 돌아와서 부모 몰래 숙영의 방으로 들어갔다. 숙영은 자신의 초상화를 주며 떠나가기를 권하였다. 이 때 선군의 아버지가 엿듣다가 어제 밤과 같은 남자의 음성이 나기에 숙영의 정절을 의심하게 되었다. 그 이튿날 선군의 아버지는 여종인 매월을 시켜 살펴보게 한다. 그런데, 이 매월은 선군에게 사랑의 감정을 갖고 있어서 숙영에 대한 질투심을 품고 살다가 이 기회를 틈타 간계를 세워 숙영을 해치고자 하였다. 매월은 불량소년 돌이로 하여금 밤에 숙영의 방 앞에 숨어 있다가 선군의 아버지가 나오거든 담을 넘어 도망하라고 시켰다. 그리고는 선군의 아버지에게 숙영이 어떤 남자와 밀회를 하고 있다고 일렀다. 선군의 아버지가 숙영의 처소에 이르러 도망하는 남자를 발견하고는 크게 노하여 숙영을 불러 부정한 행실을 질책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숙영은 억울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그만 스스로 가슴에 칼을 찔러 자살하였다. 그렇게 죽은 숙영의 시체를 치우고자 하였으나 숙영의 시체는 떨어지지 않았고, 가슴에 꽂힌 칼도 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어 숙영의 시체를 그대로 두었으나 몇 달이 되어도 썩지 않았다. 아버지는 허둥지둥 선군을 위해 새 색시감을 마련한다.

 

선군은 상경하여 과거에 응시해서 장원급제를 하고, 부모와 숙영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길을 재촉하여 내려온다. 그는 풍산 땅에서 하룻밤을 보내다가 숙영이 원통하게 죽은 사정을 알리는 꿈을 꾸게 되었다. 이에 선군은 즉시 집으로 돌아와 시비 매월를 처형하고 숙영을 선약으로 살려내었다. 이렇게 하여 선군은 숙영과의 사랑을 다시 잇게 되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새로 마련해 준 색시감도 함께 데리고 살면서 백년해로하다가 수명이 다하자, 숙영과 함께 용을 타고 승천하여 다시 선계(仙界)로 돌아갔다고 한다.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의 무대는 객석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무대로 새로 변형시킨 무대이고, 막(幕)은 고서(古書) 숙영낭자전(淑英娘子傳) 표지를 옆으로 눕혀놓은 모습이고, 책장이 너덜너덜 금이 간 게 보인다. 무대바닥은 고서의 내용이 적힌 종이처럼 바닥장식을 했다. 막이 열리면 금이 간, 책의 윗부분이 상승하면서 장치가 모습을 드러낸다. 책자의 남은 아랫부분은 좌우 양쪽으로 열리며 모습을 감춘다. 중간 스크린 막을 사용해 장면변화에 대처하고, 배경 막 가까이 계단위에 쩍 벌어진 한옥 사랑채가 자리를 잡고, 사랑채 안쪽의 여섯 개 문짝이 열리면, 천상장면이나, 꿈속장면이 전개된다. 사랑채가 좌우로 이동하면 어전에서의 과거에 장원급제한 인물에게 임명장을 제수하는 장면으로 바뀌고, 중간 막과 망사막에 영상으로 동양화 같은 그림을 투사해 신선세계를 묘사하기도 하고, 배경 막 가까이 안개 자욱한 대나무 숲을 만들어 장면설정을 하고, 무대 왼쪽 객석 가까이에 담장을 만들어 기와를 덮어놓고 출연자가 넘어올 수 있도록 해놓았다. 대단원에서 숙영과 선군이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은 배경막 가까이에 있는 단을 상승시켜 극적 효과를 높인다.

또한 배경 막 안쪽으로 국악연주자석이 마련되어 거기에서 연주를 한다.

 

창극은 도입에 책을 읽어주는 여인이 무대 뒤쪽에서 등장해 계단을 내려오며 관객과 날씨, 미세먼지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무대로 들어선다. 객석 가까이 앉으니 이층관객이 책을 읽어주는 여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소리를 지르니, 관객이 잘 보이도록 무대 안쪽으로 이동해 앉아 갈채를 받는다.

장구와 고서 숙영낭자전을 들고 여인의 낭독이 시작되면 창극이 모습을 드러낸다. 주인공 선군과 숙영이 천상에서 사랑을 맺었으나, 선군은 지상으로 쫓겨난다. 그리고 안동 땅으로 유배를 당한 선비 집에 늦둥이로 태어난다. 선군이 장가갈 나이가 되어 부모는 혼인을 시키려 하지만, 선군은 꿈에 본 숙영이라는 처녀를 잊지를 못하고, 상사병에 걸린다. 부친은 선군을 치료하기 위해 하녀 매월이를 밤에 선군의 방에 들여보낸다. 매월에게 몸을 밀착시키던 선군은 잠에서 깨어나, 놀라며 매월을 탓하고 방에서 내 쫓지만, 매월은 원래 선군을 사모하던 터라 가슴에 앙금을 남긴다. 선군은 숙영이 꿈에 나타나 자신이 살고 있다는 옥련동을 알려주니, 선군은 옥련동을 찾아가 결국 숙영을 만나 몸과 마음을 밀착시킨다. 삼년을 기다리라는 숙영의 제의를 무시하고, 선군을 숙영을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살며 딸과 아들을 출산한다. 딸이 열 살 되던 해에 선군은 과거를 보러 상경을 한다. 그러나 아름다운 아내를 잊을 수 없어 길을 떠났다가 되돌아오기를 몇 차례 계속한다. 선군의 부친은 과시를 보러 떠난 아들 방에서 며느리와 남자의 두런두런하는 음성을 듣게 된다. 부친의 의심과 오해가 점차 커지면서 며느리의 방을 살피라는 주인의 말에 하녀 매월은 자신의 마음에 서린 앙금을 이 기회에 떨치려고 하인과 흉계를 꾸며 숙영이 외간남자를 끌어들인 것으로 만들어 목적달성을 한다. 부친이 노발대발하며 며느리를 내쫓으려는 일이 발생한다. 숙영은 가슴에 칼을 꽂고 자결을 한다. 그런데 꽂힌 칼이 뽑히지를 않고, 시신도 상하지를 않는다. 한편 선군은 장원급제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내의 죽음을 발견한 선군은 통곡하며 숙영의 몸에 꽂힌 칼을 뽑아 자신의 가슴을 찌르고 자결을 한다. 선군의 사랑에 감동을 한 천지신명은 선약을 내려 보내 선군과 숙영을 소생시킨다. 다시 살아난 두 사람을 보고 기뻐하는 선군의 부모와 가솔들의 노래와 숙영과 선군이 백년해로를 한 후 선계(仙界)로 돌아가는 장면을 끝으로 책을 읽어주는 여인의 이야기는 마무리가 된다.

 

서정금, 김지숙, 박애리, 이광복, 김준수, 정은혜, 이소연, 허종열, 유수정, 김학용, 나윤영, 정미정, 허애선, 박성환, 민은경, 최호성, 고승조, 안미선, 왕윤정, 송나영, 강태관, 박성우, 서나영, 윤서희, 김민지, 백아람 등 출연자 모두의 열창과 열연이 관객을 몰입시키고, 한선하, 정현, 박희정, 이성도, 최영훈, 조용수, 이원왕, 이동훈, 류아름, 김민영, 전계열, 박기영, 김한백의 연주가 극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창극의 수준을 상승시키고, 신남수의 연기감독, 최병규의 안무, 이인애의 무대디자인, 장은실 이정의의 무대 어시스트 , 유미양의 의상, 김기향의 소품, 우수정의 조명, 김장연의 영상, 강대영의 분장, 양정아의 조연출, 류아름의 채보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국립창극단의 김성녀 예술감독, 김정숙 극본, 신영희 작창, 양승환 음악, 권호성 연출의 <숙영낭자전>을 창극과 뮤지컬을 함께 감상하는 듯한, 아름답고 환상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10, 극단 고리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고광시황 각색 임창빈 연출의 뮤지컬 햄릿의 방심을 보고

 

대학로 예술공간 상상화이트 홀에서 극단 고리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고광시황(高光施皇) 각색, 임창빈 연출의 뮤지컬 <Hamlet’s Carelessness 햄릿의 방심(放心)>을 관람했다.

 

최근 고전원작을 변형시킨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듯, 셰익스피어 극 역시 변형시킨 공연이 대다수다.

 

극단 고리의 뮤지컬 <Hamlet’s Carelessness 햄릿의 방심(放心)>도 원작을 각색 변형시킨 공연이다.

 

햄릿, 오필리어, 왕비 거트루드, 햄릿왕의 망령, 숙부 클로디우스, 오필리어의 아버지 폴로니우스, 레어티즈, 해설자 등을 3인의 남녀배우가 열연과 열창으로 표현해 낸다.

 

소극장 상상화이트 홀의 계단식 객석전체를 무대로 사용하고, 원래 무대에 는 객석을 마련해 놓고, 배경 막 가까이에 타악기 연주석과 공연기기, 그리고 전자건반악기를 다루는 스텝진이 착석을 해, 공연에 만전을 기한다.

 

연극이 시작되면 무대 여기저기에 촛불을 밝혀놓고, 무대 위쪽 오른편에 있는 소극장 기계실이 부왕의 망령과 폴로니우스의 은신처가 된다.

 

연극은 도입에 해설자가 등장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생몰연대를 소개하고, 햄릿이 등장해 원작의 줄거리를 따라 공연이 전개된다. 80년대에 앤소니 퀸(Anthony Quinn)과 어린이 찰리(Charlie)가 듀엣으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지고, 우리나라에서는 최불암과 소녀가수가 “아빠 가르쳐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불러 귀에 익은 노래, 원래 제목은 “삶 자체가 너에게 가르쳐 줄거야. (Life Itself Will Let You Know)를 부왕과 햄릿이 부르고, 오필리아가 가요 ”사랑해 주세요“를 뮤지컬에 포함시켜 관객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오필리어 역의 이미라가 왕비 거트루드 역으로의 변신을 탁월한 기량으로 표현해 내면서, 출중한 가창력으로 열창하는 “오필리어의 아리아”는 수준급으로, 관객의 넋을 완전히 빼앗을 정도이고, 최형욱이 해설자에서부터 부왕의 망령 역과 숙부 클로디우스, 오필리어의 아버지 폴로니우스, 그리고 오필이어의 오빠 레어티즈 역까지 완벽하게 연기해 내며 부르는 열창 또한 수준급이다.

 

최석진이 햄릿 역을 하며, 무대로 사용되는 원래 계단식 높디높은 객석을, 수없이 뛰어 오르내리며, 그야말로 전신 땀투성이의 열연을 해, 관객으로부터 갈채를 받는다.

 

숙부 클로디우스가 자신의 잘못을 신께 고백하는 장면과 이를 바라보고 복수를 하려다 주저하는 햄릿 장면은 인상에 남는다.

 

대단원에서 레어티즈와 숙부의 죽음 뒤에 무대 위에 밝혀두었던 열 개의 촛불을 하나하나 불어 끄는 마무리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협력연출 문경태, 조연출 조현지, 음악감독 전재호, 영상감독 최종찬, 라이브음악 박진원 등 스텝진의 기량이 돋보여, 극단 고리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고광시황(高光施皇) 각색, 임창빈 연출의 뮤지컬 <Hamlet’s Carelessness 햄릿의 방심(放心)>을 기억에 길이 남을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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